어제 오랜만에 동네에서 생긴지 얼마 안 된 커피빈에 갔었다. 커피빈 탄생 55주년 기념 이벤트로 large ice drink를 buy 1 하면 get 1 free를 하는 이벤트였다. 나는 바이 원 겟 원 프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가게 안이 추운데 아이스 드링크까지 마시면서 덜덜 떨며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커피빈을 스타벅스 보다 더 좋아하지만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커피빈의 위치가 우리동네에서 스타벅스보다 더 복잡한 컴플렉스에 있기도 하고 테이블의 높이가 책을 읽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뭔가를 읽고 쓰기에는 엄청 불편한 높이라서 그랬다.
그런데 어제 가서 주문을 기다리며 가게를 둘러보니 우리 동네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잘 해놨더라. 더구나 작은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화장실 앞 벽에 붙인 것은 칭찬하고 싶었다.
그건 그렇고 <랩 걸>을 읽으며 그녀의 출산 경험을 통해서 나의 출산 경험이 떠올랐다. 내가 딸아이를 낳기 전에 Epidural Anesthesia라고 (한국에서 아마 무통분만주사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출산의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를 척추에 주사하는 건데 지금은 일반화가 되어 거의 모든 산모가 출산시 그것을 맞지만 그때가 1990년대 후반기인데다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좀 생소한 것이었다. 척추에 주사를 맞아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아기에게 화학약품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도 걱정했다. 환자의 선택이니 환자가 하겠다고 해야 시술을 했어서 나는 거부했다. 하지만 난 양수가 터져 병원에 간 케이스인데다 초산이라 무통분만주사는 맞지 않았어도 어쩔수없이 인듀스하는 주사를 맞아야 해서 아기가 태어날 때 스트레스를 빋았을 것이다. ㅠㅠ
내가 무통분만주사를 거부하고 첫아이를 낳겠다고 했을때 나를 도와주던 간호사들이 다 놀랐다. 더 놀란 것은 내 고통의 수치가 컴퓨터로 측정이 되었는지 그렇게 아픈데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참는다고 또 놀라며 나를 측은히 생각하면서 더 잘해줬던 기억이. 카알벨루치 님이 나보고 독하다고 하는 댓글을 다셨는데, 나는 그러고보면 독한 게 아니라 좀 미련한듯. ㅎㅎㅎㅎ
나도 홉 자런처럼 소리를 지른다고 아픔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옆에 있는 엄마와 남편을 안타깝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더 큰 이유였던듯. 더구나 간호사의 말을 대단하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서 더 잘 참고 싶은 자만심(?)으로 버틴;;; 미련곰퉁이였던 기억이 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하지만 나처럼 받아들이다가는 골병든다. 그래서 여전히 왼쪽 무릎이 안 좋다는 아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