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이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다. 나는 그 위에 싱싱한 산딸기를 올려서 먹었다. 접시는 일회용 접시를 사용하니까 남편이 왜 일회용 접시에 담아 먹냐고 그런다. 따뜻한 음식은 일회용 접시에 먹으면 맛이 없다며. 나는 설거지 하는거 귀찮아서라고 하니까 자기가 하면 되는데 그런다고 또 궁시렁. 니가 하든 내가 하든 오늘 아침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남편은 내가 그러던가 말던가 엔군에게 담아줄때 그릇에 담아서 내준다.
팬케이크에도 산딸기를 익히지 않았다면 맛있었을텐데. 어쨌든 산딸기는 너무 연약한 과일이라 씻는 것도 씻지 말고 먹으라고 할 정도니까. 하지만 딸기는 반드시 씻어서 먹어야 한다. 참고로 어떤 농가의 산딸기는 씻지 못하게 하려고 감마레이로 살균을 거쳐 판매된다고 하는데 그 회사가 동부에 있다는 광고는 봤는데 여기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여기가 관광지라 그런지 매일 신선한 산딸기가 있어서 나는 햄볶는다.
남편은 아이들 데리고 낚시하러 갔다. 매일 아이들을 엔터테인 하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 가족처럼 그냥 비치에서 드러누워 쉬다가 책 읽다가 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이들이 빨리 자라서 스스로 즐길 것을 찾아서 놀게 되기를.
앞집에 넝쿨꽃이 예쁘게 피어서 ‘능소화?’ 이러고 가보니 멀리서 봤을 때는 능소화인데 가까이보니 나팔꽃(?)같다. 식물에 무지하니까 무슨 꽃인지는 모름. 아시는 분은 이름을 알려주시길.
우리가 새벽 3시에 가든 4시에 가든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깔아둔 사람들이 있는거다! 그래서 어제는 12시가 좀 넘어서 갔다. 그랬더니 여전히 자리가 깔려 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몇시에 까는 거지? 원래 여기에서 암묵적인 규칙은 그 다음날 새벽 2시 이후에 깔아야 하는데 당일날 밤에 까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전통이 깨지고 있구나.
우리는 해마다 이곳 카탈리나 섬에 휴가를 보내러 온다. 남편은 태어나기 전부터 왔으니 한국에 가있는 동안을 빼면 늘 이곳에서 여름을 지냈다. 이 집안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은 남편이 아기때부터 사용하던 물건들. 어제는 아이들에게 팝콘을 만들어 주는데 큰 볼이 안 보였는데 구석에서 찾았다. 그 볼을 찾은 남편이 하는 말이, “이 촌스럽고 못생긴 볼이 왜 이렇게 반갑냐!”라며 환하게 웃는다. ㅎㅎㅎㅎ 며칠전 마트에서 비누를 사면서 이 집에서 늘 사용하던 비누를 골랐더니 나더러 추억에 사냐?라며 놀리더니 자기야말로 추억에 사는 사람. ㅎㅎㅎㅎ
하지만 늘 변하지 않는 곳이 필요한 것 같다. 익숙한 모든 것이 있는 장소. 냄새, 가구, 음식, 그릇, 이불등등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을 주는 곳. 그곳이 우리에겐 바로 이 카탈리나 섬이다. 이제는 곳곳이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고, 버기도 이 섬에서 가장 오래된 버기를 소유한 것으로 느껴진다. 버기도 곧 교체를 해야겠지만 제발 우리가 사용하는 동안은 무사히 굴러가기를.
아직까지 <랩 걸>은 재밌다. 글을 참 잘 쓰고 기억력도 좋은 저자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다. 오늘 점심은 fish and chips 를 사먹기로 해서 나혼자 딩가딩가. 아이들이 낚시 갔다 올 동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직 안 오네. 슬슬 비치로 나갈 준비해야겠다. Just another day in parad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