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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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준 - 모모

(<사랑 없이는>에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p.120~122)


이 리뷰의 제목은 235페이지 작가의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김살로메 작가의 [라요하네의 우산]을 받아서 읽으며 다양한 인물을 그려내는 그분의 솜씨에 당혹한 느낌마저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소설집을 읽으며 가끔은 자상한 언니같고, 때로는 허물없는 친구같고, 때에 따라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는 엄마 같지만 그분은 나와는 다른 실력의 뿌리가 깊은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살로메 작가의 창작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하며 다음엔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매일 직장인 일하듯 일천 글자 쓰기 한 것을 모아 산문집을 출간하셨다. 소설에서는 그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면 산문은 내가 아는 익숙한 작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살로메 작가의 산문은 때로 시 같기도 하고 때로 소설 같기도 하고, 전문칼럼 같기도 해서 읽을수록 어렵고 작가의 깊이에 감동하게 되었다.


처음 나를 사로잡았던 문장은 단연 작가의 말 첫 두 문장이었다.

거의 매일 일천 글자 쓰기를 했다. 직장인 일하듯 썼다. 

과장은커녕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저 두 문장을 읽으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멍했다. 더구나 육백여 편에 이르렀을 때 자기 복제의 동어 반복에서 오는 피로감이 두려워 일천 글자 쓰기를 중단했다는 것을 읽고 진중하고 거짓 없는 그녀가 떠올라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이 산문에는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문체가 간결하지만 그녀의 내면 풍경은 공감을 끌어낸다. 생각깊고, 누구에게든 최선을 다하며, 삶에 성실한 김 살로메 작가의 내면. 그런 척 하지 않은 진실한 내면.


리뷰를 쓰려고 다시 들춰보니 첫 번째 장의 제목과 같은 에세이 <봄비 또는 안개>에는 너무 좋아서 별표를 해놨다. 이 산문은 산문을 가장한 시처럼 읽혔다. 시처럼 읽혔다는 것은 한 폭의 그림이나 사진처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느끼게 하는 것. 바로 롤랑 바르트가 정의(?)한 푼크툼의 느낌인 것이다. 5부 5번째 산문 <사진에 대한 단상>에서 

[카메라 루시다]는 사진 읽기에 대한 그(롤랑 바르트)의 독창적인 시선이 담긴 책이다. 그 중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대한 잔상이 떠나질 않는다. 누군가의 사진 한 컷은 객관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경험의 산물이다. 특정 사진에 대해 떠오르는 공통된 심상, 작가의 의도 등을 스투디움이라 한다면 구경꾼 개별자의 폐부를 찔러대는 정서적 감흥을 푼크툼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객관적이고 평면적이며, 대중적이고 이해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입체적이며, 개별적이고 은밀해도 좋은 것이리라.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선 푼크툼은 심연의 창고에서 꺼내는 숨은그림찾기와 같다. 옛날 사진 한 장을 꺼냈을 때, 오롯한 나만의 내면 풍경이 떠오르는 상태가 푼크툼이라 할 수 있다. 

햇살 가득한 담벼락을 따라 번지던 웃음소리, 모래톱에서 내려다보던 사금파리 박힌 발등, 한 컷의 사진에서 우리는 따뜻한 듯 아린 푼크툼의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 p.234~235

저 사진은 작가가 보내준 이 책과 함께 받았다. 저 사진을 보낸 마음이 느껴져 이 사진을 보는데 코끝이 찡했다. 이 옛날 사진 한 장으로 오롯한 나만의 감정이 살아나듯 저 속에 있는 다른 이들도 그들만의 내면 풍경이 떠오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듯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에 실린 80편의 산문은 각각 독자에게 홀연한 깨달음처럼 묘연하지만 번뜩이는 아우라, 모멘텀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푼크툼의 세계이다.


에세이집을 여럿 읽었지만 마지막에 전문가(?)의 해설을 넣은 건 참신한데 요청을 받은 문학평론가이면서 한동대학교 김윤규 교수의 해설에는 김 살로메 작가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내가 하고 싶은 말로 대신하고 싶다.


김살로메의 짧은 산문집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을 읽었다. 며칠이 걸렸다. 큰일 났다. (이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ㅎㅎㅎ) 그이는 나에게 이 글의 평론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어쩌면 좋을까. 그이는 알려진 소설가인데 산문집을 낸다. 그이는 자신의 무엇을 고백하려는 것일까. 산문이니까, 대놓고 고백하겠다고 했으니까, 그이는 자기 허리춤의 날선 단도를 살짝 보여주려는가. 혹시 검광을 못 보고 옷깃만 스치면 어쩌나. 낭패다. - P.273

멋지다. 그이는 이런 상태를 '이성보다 감성'이라고 했다. 수필은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 산책하는 오솔길이라고 했는데, 여인의 표정은 좀 새초롬해도 좋겠다. 그이의 산책길에 잔잔한 감성이 깔려 있으면 더욱 좋겠다. 더욱이 김살로메는 독자에게 같이 산책하자고 손을 잡아끈다. 우리도 공감하는 감성을 장착해야 될 모양이다. -p.274~275

이 단상들에는 지은이의 소망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막 소리 내어 욕구하지는 못하지만 그이는 분명히 남다른 감각과 체험을 가진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그이의 정서는 프랑스 어디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고원을 걷고 있다. 지은이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자기 내면에서 오는 고백은 세계와의 충돌을 인식하지만 조화로운 공존을 시도한다. 이 단상집은 그런 소망을 보여주는 쨍한 유리창이다. 

요청에 의해 그랬겠지만, 이제 김살로메의 글이 허리띠를 풀었으면 좋겠다. 이번 단상집으로는 그이가 저장한 모든 생각과 이야기를 다 풀어놓지 못했다. 풀어 놓으면 그이는 아마 자신의 소망과 성취를 관조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강한 소망에 관조가 더해지면 그이가 하려던 이야기가 거의 다 나올 것이다. 분량과 간격부터 일단 자유로와져야겠다. 그게 김살로메다.- p.285

 

열정적인 끈기의 힘에 대해 연구한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렇게 적는다.

연습은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특정 영역에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킨 다음에는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기술을 연습하고 숙달시켜야한다. (중략) 그릿은 현재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관심이 무엇이든, 이미 얼마나 탁월한 수준에 이르렀든 상관없이 그릿의 전형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로맹 롤랑은 이렇게 말했다. 

영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하지 않는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성실히 끈기 있게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김살로메 작가는 그래서 그릿의 전형이며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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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7-04 19:10   좋아요 1 | URL
오 멋진 리뷰 쓰셨네요~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글이셔라^^
사진ㅎ 제 배가 은근 나와 보이는.
내일 잘 다녀 올게요.
언니의 빈자리 많이 느낄거예요.

라로 2018-07-06 12:54   좋아요 0 | URL
오~~~자기야말로 이런 칭찬을 해주니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아~~.^^
저 사진 자기는 정말 안 나왔어.ㅎㅎㅎㅎㅎ
우리가 찍은 단체 사진중 세실이 안 나온 사진이 없는데 저 사진이 유일한 듯?
카톡 사진 보니까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나도 보기 좋았어!!^^
2년후에 제주도에서 보자구!!

프레이야 2018-07-04 22:36   좋아요 1 | URL
책만큼이나 멋진 리뷰 읽다가 울컥해지는 건 뭐유. 저 사진까지 진짜 ㅠ 송정이었죠 5월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맞나 잘 모르겠지만 저기서 우리 용궁사까지 갔죠. 몇년도였죠? 사진 보니 보낸 분 마음도 라로 마음도 읽히고. 시간이 꽤 흘렀어요 그죠

라로 2018-07-06 12:57   좋아요 0 | URL
그랬어요~~~.!! 세실님에 이어 프야님의 이런 칭찬이라니~~~!!ㅠㅠ
저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받고 저도 울컥했어요~~~~~!!!
소중했던 오공주와 보냈던 시간이....언제 또 그런 시간을 갖을 수 있겠죠!!^^
송정,,,,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사진을 찍은 우리는 기억이 났는데
어딘지는 도무지 기억이 안 났어요,,그래서 몇년도인지도 깜깜해요.
사진을 보내신 팜언니는 아시지 않을까요???
그래요,,,우리들의 좋았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리라 믿어요.^^

2018-07-0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7-06 14:25   좋아요 1 | URL
오! 멋진 책에, 멋진 리뷰에, 멋진 오공주 님들이라니...
이 리뷰와 댓글.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요.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라로 2018-07-11 13:27   좋아요 1 | URL
제가 남편과 여행을 하고 어제 돌아와서 이제야 답글을 달아요~~,
그런데 이렇게 과분한 댓글이라뇨~~.^^;
이런 댓글을 달아주시는 페크님도 아름답습니다!!^^

2018-07-07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8-07-07 09:36   좋아요 1 | URL
아웅, 사진 흐리기 전법
넘 감성적이에요
센스쟁이, 라로님~~

라로 2018-07-11 13:29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사진을 받고 많이 감동했어요.
언니가 저 사진을 보내시며 함께 보내시고 싶었던 메시지는 뭘까? 생각하면서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