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든이가 저녁 늦게 카탈리나 섬에서 돌아왔어요. 집안을 돌아다니며 자기가 없는 사이 달라진게 있는지 유심히 살핍니다. 당연히엄마 친구가 보냈다는 선물도 눈에 들어왔나봐요. 다른 거엔 관심이 없는데(파우치니 양말이니 다 자기와는 상관이 없는 물건이니까요) 그런데 네이비 블루 박스를 보자마자 그 박스 위에 있는 그림을 보더니 물고기의 이름을 바로 알아맞히는 거에요!!!@@
아이가 물고기 이름을 말했을때도 믿지 않고서 네이버 검색을 했지요.
제가 원래 감동을 잘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도 감동했어요!! 저는 사실 보내주신 것을 보고 열쇠고리구나 라는 생각 밖에는 없었고 바빠서 박스 안에 있는 설명도 읽지 않았거든요. (설명서 읽기 싫어하는데 어찌 간호사가 될지 ㅠㅠ)
그래서 박스를 열고 설명서를 보니 ‘개복치’라는 단어가 보여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어요. (나중에 더 작은 글을 읽으니 학명과 영어명까지 다 나와있;;;)
해든이의 말대로 Ocean Sunfish가 맞는 거에요. 아이가 개복치에 대해서 말해주는데 언제 이런 걸 다 알았을까 생각하며 또 감동했어요. ㅎㅎㅎㅎ
암튼 아이에게는 그렇게 감동한 티를 안냈어요. (흠흠)
그리고 오늘 오후에 친구네 집에 게임을 하러 갔어요. 두시간을 놀기로 해서 놀다가 제가 데리러 가기로 했는데 저는 저대로 빨래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지 뭡니까. 일어나보니 아이가 오라는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났더군요. 부랴부랴 달려가서 아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피자집에 갔어요.
해든이는 심플피자. 저는 Build Your Own을 시켰어요. BYO는 토핑을 제 마음대로 고르는 거고 심플피자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간단한 치즈피자에요.
잘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와 게임하면서 있었던 얘기를 해주는 거에요. 친구가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그래서 제가 너는 뭐가 되고 싶은데?(알고 있죠. 바다와 물고기를 좋아하니까) 역시 Marine biologist라고 쉽게 나오네요. ㅎㅎㅎㅎ
그래서 제가 “그래. 엄마는 너가 marine biologist 가 될 거라고 믿어.”라고 했어요. 개복치의 도형화를 보고서 개복치인 것을 안 아이잖아요!! 처음으로 아이의 꿈을 인정했답니다. ㅎㅎㅎㅎ
그런데 이녀석이 또 그러는 거에요. 그래도 백업 장래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뭘 하면 좋겠냐고. 그래서 의사가 어떻냐고 하려다가 의사는 집안에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 해든이가 말을 조리있게 잘하고 아는 단어가 많으니까 변호사는 어떠냐고 했어요. 그러면서 법을 공부하면 판사도 될 수 있어. 판사가 되면 대법원 판사도 될수 있고.
제 말을 듣던 아이가 그럽니다. 대법원 판사까지는 생각하지말고 그냥 판사만 생각하자고. ㅎㅎㅎㅎ
그렇게 우리는 백업장래희망을 얘기하며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 도착해서는 marine biologist, 판사, 변호사, 대법원 판사, 작가, 화가, 의사, 등등을 하기에 필요없는 게임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ㅎㅎㅎㅎ 어쨌든 뭐가 되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