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cey Musgraves - High Horse
원래 경전 필사는 2년 계획을 하고서 시작했는데 곧 간호대학이 시작이라 급한 마음으로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면서 어깨가 빠지도록 필사를 했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매번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너가 이렇게 열심히 필사하는 걸 하나님이 바라실 거라고 생각해?"라며 비판 같은 설득을 하려고 했는데 어쨌든 나는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ㅎㅎㅎ) 오늘 새벽에 다 마쳤다. 이런 나에게 친구는 '괴물'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1년 만에 다 마친 사람은 봤지만 4개월 만에 마친 사람은 처음 봤단다.ㅎㅎㅎㅎ 사실 나도 괴물이라는 별명이 나에게 아주 잘 맞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시원하고 섭섭한 건 어떤 일을 시작하던 다 마찬가지일 텐데(나에게) 이번에도 변함없이 시원하고 섭섭했다. 하지만 이렇게 뭔가를 해내고자 할 때마다 계획한 일을 끝까지 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 방점이 모여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다크아이즈 님의 카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주말쯤 보내신 책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책은 그다음 날 도착했다!@@ 더구나 책만 보내신 것이 아니라 선물도 잔뜩 보내주셨다. 늘 느끼는 거지만 다크아이즈 님의 선물은 받는 이를 생각하신 마음이 잔뜩 느껴진다. 더구나 이번엔 서니데이 님께서 보내주시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다크아이즈 님께서 서니데이 님에게 주문한 파우치와 티코스터를 미국에서도 받아보다니. 감개무량하다.
커다란 박스 안에는 저렇게 다크아이즈 님의 새로 나온 에세이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과 봉투 3개가 들어 있는데 각 봉투에는 선물이 많이 들어있다. 책을 보내주시면서 이른 생일 선물이라시며 저렇게 많이 보내주셨다.
선물이라는 것이 사실 물건을 받는 것보다 그 마음을 받게 되는 것 같아 특별히 코끝이 찡했다. 나를 생각해서 내게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보내준 선물은 더욱. 더구나 나처럼 이국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잊지 않고 출판된 책을 보내주시는 것도 과분한데...
책에는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었다. 영광입니다.
더구나 오늘 카톡으로 내가 쓸 책의 컨셉을 알려주신다면서 가족이야기와 더불어 미국 간호사로 성공한(왜 '성공한'이라고 하셨을까? 아직 간호사가 되지도 않았는데,,ㅎㅎㅎㅎ 성공할 것을 믿는다는 말씀이겠지) 일상을 쓰라고 하신다.
뭐 나쁜 컨셉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가 아주 많아서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데다 미국 사람 중에서도 나처럼 나이가 많아서 간호사가 되려고 시작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더구나 나는 영어라는 언어의 벽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글솜씨. 일기도 제대로 쓰지 않는 내가 책을 쓰다니,,,이거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까? 하지만 분명 황홀한 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곰곰곰곰 생각한 후 좀 전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Nursing>라는. 내가 책을 내려는 욕심으로 앞으로의 일상을 쓰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잘 쓸 능력도 없으니 김 살로메 작가님이 그렇게 응원을 해주셔도 책을 내는 일은 아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을 받아들고 펼친 작가의 말 첫 부분이 나에게 도전의식을 심어줬다. 책을 내겠다는 도전의식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기록하겠다는 의지.
거의 매일 일천 글자 쓰기를 했다. 직장인 일하듯 썼다.
작가의 말 첫 부분이다. 물론 글을 쓰시는 분이기는 하나 어떤 목적의식 없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새벽을 보내기 위한 작업"으로 쓰신 것이 거의 육백여 편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감동했다. 김 살로메 작가도 일천 자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책으로 엮으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행간이 그렇게 읽혔다)
나도 경전 필사를 한 것처럼 하나의 프로젝트로 간호대 일상을 쓰고 싶다. 어제도 내가 입학할 간호대에서 Family Night이라는 것을 했다. 합격한 사람들과 그 가족을 초대해서 피자파티 같은 것을 하면서 선배들을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기회였는데 몇몇 선배들이 패널로 참석해서 질의 응답시간도 가졌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간호대 공부를 뺀 모든 것에 "NO"하라고 얘기했다. 대학원 공부보다 더 어렵다고.(남편은 그말을 듣고 다들 대학원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인데 어떻게 비교할 수 있냐고,,,,이 남자의 이 sarcastic 함이라니,,,ㅠㅠ)어쨌든 그래서 나는 간호대학 수업을 시작하면 공부 말고는 모든 것에 NO를 해야 하지만 생각을 바꿔, 용기를 내어, 간호대학부터의 일상을 적어나가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여기에 나에게 아이디어를 준 사람은 김 살로메 작가뿐 아니라 알라디너 유부만두 님도 계시다. 구정에 하루 빠지고 매일 포스팅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구정 전날 포스팅 2개를 하셨으니 매일 거르지 않고 6개월이 넘도록 하고 계신 거다.(뭐 유부만두님에게 무효라고 했던 건 약을 올리고 싶어서라기보다 우정을 표현한 건데요오~^^;;;) 뭐든 6개월 이상을 하면 계속할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구미호의 심정이 되신다고 하셨지만 유부만두 님이 마음먹은 대로 하실 것을 안다.
이렇게 필사라는 방점 하나를 찍고 이제 간호대 일상을 기록하려는 방점에 도전한다. 즉, 내 한계에 도전하는 거다. 한계는 극복해야 맛이니까.
이 모든 것이 다 김 살로메 작가님 때문이다. 아니 덕분이다.
* 다크아이즈(팜므느와르, 김 살로메)님과 서니데이님, 귀한 선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음악 괜찮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