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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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지금으로부터 5년 뒤, 유전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의 연구소가 디에고 마르티네스 기자에 의해 침입당해 은밀하게 준비해온 '변신 프로젝트'가 세상에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지며 시작된다. 인류 역사에 '혼종' 인간은 늘 저지당해왔듯, 키가 크고 수염을 기른 남자가 기자 회견장에서 알리스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시위가 일어나며 목숨의 위협을 받자 알리스의 친구 뱅자맹은 그녀가 안전할 수 있게 국제 우주 정거장 ISS로 보내버린다.


​'태어난 행성으로부터의 유배'.


ISS에서 시몽, 스콧, 케빈, 피에르와 인사를 나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알리스의 프로젝트 이야기는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고, 어정쩡하게 끝난 저녁식사 이후 자고 일어난 알리스는 누군가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사보타주했음을 목격한다. 갈등이 격해지자 총격전마저 벌어지고 만다. 범인 피에르는 스콧과 케빈을 키보 모듈에 태워 우주를 배회하게 만들었고, 피에르를 베즈다 모듈에 감금하며 사건이 일단락되자 시몽과 알리스는 눈이 맞게 된다. 시몽과 알리스는 ISS에서 함께 연구를 일궈나가고, 지구에 지긋지긋해진 알리스가 시몽에만 집중하고 싶은 나머지 전체 통신 스위치를 꺼버린다. 그 사이에 지구에서는 3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모든 것의 시작은 고작 머리카락 한 타래. 보수적인 종교 제도 때문에 소중한 딸을 잃은 아버지가 정부 인사들이 모이는 곳에 폭발물을 설치했고, 예루살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틀간 미사일이 수백 발 발사되었고, 지구는 황폐화된다. 알리스가 시몽과 사랑을 나누는 사이에. ​알리스는 수없이 많은 사람의 죽음과 멸망한 지구를 위해 자신의 '변신 프로젝트'로 신인류를 창조하기로 마음먹는다. 두더지와 인간의 혼종 '디거', 박쥐와 인간의 혼종 '에어리얼', 돌고래와 인간의 혼종 '노틱'을. ​─ 새롭고, 다르고, 우리보다 뛰어난 존재의 등장은 늘 인류에게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걸까.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신인류가 태어나자 역전을 두려워한 미국이 신인류를 말살하러 가는 이야기를 그렸고, 동물계 전체의 다종 DNA 결합체와 인간을 합친 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 『스플라이스(2010)』의 장르는 SF, 스릴러, 호러로 분류된다. 이런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낯선 생명체, 설사 그 생명체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총과 칼을 챙기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간 『키메라의 땅』에서 '핵 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했다'는 설정을 빌미 삼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현실이었다면 알리스가 기자 회견장에서 총에 맞고, 러시아 생물학자 일리야 이바노프가 인간과 침팬지의 이종 교배종 휴먼지를 발표한 즉시 전 세계 과학계에서 추방당하는 것처럼 저지당했을 이종 간 합성을 거침없이 진행시킨다. ​─ 처음에는 마블의 『엑스맨』 프랜차이즈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다가 이내 '조금 더 이야기가 길고 사건이 많았더라면'하는 실망으로 이어졌지만, 다 읽고 나니 『키메라의 땅』은 오락적인 것으로 상정하며 읽기보다는 '우화'로써 읽어야 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세 신인류의 탄생과 멸망한 지구에서 더 나은 세상을 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아닌. 오랜 기간 전지구에 영향을 끼쳐온 탓에 우에까라메센(*上から目線, 자신을 우위에 놓고 남을 깔보는 태도나 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류에 대한 초상과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역전당하고 '사피엔스'라는 아종명으로 전락당하며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버리는. 짐승 수컷의 냄새 ─ 웅취[雄臭]가 진동하는 '우화'로. ─ '두 권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조금 더 읽을거리가 많았더라면', 하는 자잘한 아쉬움은 있어도 다양한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믿고 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니 많은 한국의 독자에 의해 읽히겠지만, 행간 사이 숨겨진 의미까지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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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바운드 하트
클라이브 바커 지음, 강동혁 옮김 / 고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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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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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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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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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현실을 심문할 수 있는 선견지명이 있었고,

그 점이 바로 이전과 다른 점이었다. 

꿈속에서는 이것이 꿈인지 질문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 않은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꿈이 거는 주문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었다.


유럽우주국 천체물리학자라는 출신답게 우주과학 전문 지식을 무기로 과학적 사실성과 논리적 정합성을 기반에 둔 하드 SF를 집필하는 소설가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장편소설이 국내에서 첫 출간되었다. 푸른숲 출판사에서 나온 『대전환』이 바로 그 작품이다.


『대전환』은 20세기 초, 44세, 웨스트컨트리 출신의 보조 외과의 사일러스 코드 박사가 악몽에서 깨어나며 시작된다. 코드 박사는 노르웨이의 한 절벽에서 균열, 그리고 그 균열에 있는 어떤 "구조물"을 찾는 데메테르호 원정대에 소속해있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의 원정은 마음먹은 대로, 차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갑판에서 떨어지는 도르래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한 대령. 대령의 뇌압을 낮추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내는 수술을 겨우 진행하고, 머잖아 발견한 균열, 구조물. 그리고 난파선의 발견. 이미 이 해역에서 항해를 하고 구조물을 발견했던 '유로파호'가 '으깨진 곤충처럼 절벽의 어둠에 짓눌려 있'는 채로 '무감각하게 고정돼 있었다'. 유로파 호의 조난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며 토폴스키 대장을 향해 대원들은 분노를 표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 데메테르호는 암초에 부딪히고 만다. 이 흔들림으로 인해 막 수술을 받았던 대령이 크게 넘어지며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하고, 코드 박사는 그를 살려내려 애쓰지만 결국 사망하고 만다. 그를 애도할 틈도 없이 배는 바위와 조류 사이에서 몸부림치고, 마침내 배에서 뭔가 떨어져 나가 벗어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 돛대의 윗부분이 부러졌다. 그 부러진 파편은 코드 박사를 짓이기며 대령과 함께 죽음으로 끌고 간다.


/

이 역시 꿈이었고,

꿈속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이야기의 설계자이기도 했다.

나는 이 꿈에 복종하거나 꿈을 빚어낼 수 있었다.

아니면 꿈에서 깨어나거나.


내게는 그럴 의지가 없었다.


─ P.103


다시 악몽으로 갔다가 모틀락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코드 박사. 그리고 비슷한, 하지만 뭔가 달라진 상황의 반복. 죽음 이전과 중첩되는 장면들은 이 세계가 마치 거대한 허구같이 느껴지고.


코드 박사는 무엇을 위해 이 회귀를 반복하는 걸까.

그와 균열과 구조물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코드 박사가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이전 삶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부활하는데 이러한 반복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 플레이에서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몇 번이고 부활하는 플레이어처럼. 그리고 수수께끼의 여인 코실 부인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드 박사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데, 제목처럼 인식을 전환시키는 마법 같은 속삭임은 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몸이 뒤집히는 순간 세계는 거꾸로 보인다. 배는 하늘에 떠있는 비행선이 된다. 텍스트의 오류를 수정하자 남성은 여성으로 전환되고, 나는 내가 더 이상 아니게 되고 우리는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고…. 『대전환』을 읽으며 '나도 실은 ○○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면, 축하한다. 이미 당신은 작품에 깊이 빠져든 것이다.


어느 정도 읽은 시점에서 이 소설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나는 책의 띠지와 구글에서 영화화 소식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아쉽게도 『대전환』의 영상화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은 없었지만 단편소설 두 작품이 <러브, 데스+로봇>의 에피소드로 제작된 이력만이라도 출판사가 제공해 준 작가 소개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설은 마치 거대한 자본이 들어간 영상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때, 책보다 영화를 더 선호했는데 이런 영화화되지 못했지만 놀라운 소설을 마주할 때마다 점점 내 마음은 책으로 기우는 것이 느껴진다. 『듄』이나 『삼체』처럼 『대전환』 역시 영상으로 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 없으면서도.


출신이 탄탄한 작가가 말아주는 하드 SF 소설. 그의 단편 몇 편은 한국에서 접할 수 있지만, 하나라도 맛본 이상 여전히 부족함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앨러스테어 레이놀즈를 구글에 검색하며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즐기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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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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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연결로 중세 서양 판타지와 현재, 그리고 미래적 SF를 넘나드는 잔혹, 동화,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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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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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의 첫 장을 읽고 나서 『죄와 벌』을 샀고,

책을 덮고 나서 『자유론』을 샀다.


책에 대한 책은 늘 좋아한다. 한 권의 책에 다른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내 세계 역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책을 찾고, 독서모임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책에 대한 책이라 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겠지만, 여기에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역시 빠지지 않는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청춘의 독서』가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작가나 책이나 워낙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기에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독자에게 굉장히 주목받는 책이 아닐 수가 없고 출간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사실 나는 최근에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 읽었던 적이 있다. 운 좋게 빠르게 예약 순번이 돌아와 읽게 되었는데 나는 이 책의 첫 장을 읽고 나서는 『죄와 벌』을 샀고, 책을 덮고 나서는 『자유론』을 샀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젊은 시절, 대학과 감옥에서 지내며 읽은 책에 대한 글 열네 편, 그리고 작년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건을 지나며 쓴 한 편, 총 열다섯 편의 책과 글이 담겨있다.

무수히 많은 책 중 골라낸 열다섯 권이다. 서문에서 유시민은 정보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얻은, 삶과 인간과 세상과 역사에 대한, 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려고 썼다고 한다. 이런 고민이 담긴 글을 읽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에 사는 사람이 읽고 쓴 책이니 어떤 책과 글에서도 우리가 돌아볼만한 지점들이 느껴진다.


사회제도와 빈곤의 상호 관계, 인과관계를 느끼고 '만약 개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어떤 사회적 악덕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사회악은 도대체 왜 생겨났는가? 사회악을 완화하거나 종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 유시민 독서의 시발점이 되어준 『죄와 벌』도, 한 번 읽었던 경험이 있지만 계엄의 밤을 지나며 다시 읽고 쓴 『자유론』도 독서 욕구를 자극해 준다.

독서 에세이는 꼭 좋은 책만을 소개해야 할까?

『청춘의 독서』에는 다소 도발적인 책 역시 소개한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구론』은 편견으로 가득했던 천재 맬서스가 자선은 사회악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낸 이론이자 철학이자 세계관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특별한 요인이 없을 경우, 식량보다 인구가 많아져 잉여 인구는 굶어 죽어야 한다. 기근이 아니면 전염병이 오고, 전염병을 피하면 전쟁이 온다. 맬서스는 이 피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공중 보건 정책과 구빈제도, 자선을 꼽으며 이를 비판한다.


지금의 시선으로 읽으면 맬서스의 『인구론』은 극단에 치우친 논리이기도 하고, 비판받아 마땅할 부분도 있어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책이다. 그렇기만 했다면 이 책을 다루지 않았겠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맬서스가 일부 옳았기에 다룰 수밖에 없었으리라. 저자는 맬서스의 주장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대입해서 변주해 보기도 한다. 논리가 변주되는 순간 이해 가능한 범주에 들어선다. 저자는 그럼에도 원문의 기괴한 논리나 결론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한 천재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결론으로 글은 마무리된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비판적 독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렇듯 『청춘의 독서』는 꼭 좋은 책만을 다루고 있지 않으며, 논쟁거리가 있는 고전 저작물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러한 글을 통해 책을, 글을, 문장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독서 에세이가 있지만 이 책만큼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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