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
본 서평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이제 나는 현실을 심문할 수 있는 선견지명이 있었고,
그 점이 바로 이전과 다른 점이었다.
꿈속에서는 이것이 꿈인지 질문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 않은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꿈이 거는 주문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었다.
─
유럽우주국 천체물리학자라는 출신답게 우주과학 전문 지식을 무기로 과학적 사실성과 논리적 정합성을 기반에 둔 하드 SF를 집필하는 소설가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장편소설이 국내에서 첫 출간되었다. 푸른숲 출판사에서 나온 『대전환』이 바로 그 작품이다.
─
『대전환』은 20세기 초, 44세, 웨스트컨트리 출신의 보조 외과의 사일러스 코드 박사가 악몽에서 깨어나며 시작된다. 코드 박사는 노르웨이의 한 절벽에서 균열, 그리고 그 균열에 있는 어떤 "구조물"을 찾는 데메테르호 원정대에 소속해있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의 원정은 마음먹은 대로, 차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갑판에서 떨어지는 도르래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한 대령. 대령의 뇌압을 낮추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내는 수술을 겨우 진행하고, 머잖아 발견한 균열, 구조물. 그리고 난파선의 발견. 이미 이 해역에서 항해를 하고 구조물을 발견했던 '유로파호'가 '으깨진 곤충처럼 절벽의 어둠에 짓눌려 있'는 채로 '무감각하게 고정돼 있었다'. 유로파 호의 조난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며 토폴스키 대장을 향해 대원들은 분노를 표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 데메테르호는 암초에 부딪히고 만다. 이 흔들림으로 인해 막 수술을 받았던 대령이 크게 넘어지며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하고, 코드 박사는 그를 살려내려 애쓰지만 결국 사망하고 만다. 그를 애도할 틈도 없이 배는 바위와 조류 사이에서 몸부림치고, 마침내 배에서 뭔가 떨어져 나가 벗어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 돛대의 윗부분이 부러졌다. 그 부러진 파편은 코드 박사를 짓이기며 대령과 함께 죽음으로 끌고 간다.
/
이 역시 꿈이었고,
꿈속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이야기의 설계자이기도 했다.
나는 이 꿈에 복종하거나 꿈을 빚어낼 수 있었다.
아니면 꿈에서 깨어나거나.
내게는 그럴 의지가 없었다.
─ P.103
다시 악몽으로 갔다가 모틀락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코드 박사. 그리고 비슷한, 하지만 뭔가 달라진 상황의 반복. 죽음 이전과 중첩되는 장면들은 이 세계가 마치 거대한 허구같이 느껴지고.
코드 박사는 무엇을 위해 이 회귀를 반복하는 걸까.
그와 균열과 구조물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
코드 박사가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이전 삶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부활하는데 이러한 반복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 플레이에서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몇 번이고 부활하는 플레이어처럼. 그리고 수수께끼의 여인 코실 부인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드 박사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데, 제목처럼 인식을 전환시키는 마법 같은 속삭임은 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몸이 뒤집히는 순간 세계는 거꾸로 보인다. 배는 하늘에 떠있는 비행선이 된다. 텍스트의 오류를 수정하자 남성은 여성으로 전환되고, 나는 내가 더 이상 아니게 되고 우리는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고…. 『대전환』을 읽으며 '나도 실은 ○○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면, 축하한다. 이미 당신은 작품에 깊이 빠져든 것이다.
─
어느 정도 읽은 시점에서 이 소설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나는 책의 띠지와 구글에서 영화화 소식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아쉽게도 『대전환』의 영상화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은 없었지만 단편소설 두 작품이 <러브, 데스+로봇>의 에피소드로 제작된 이력만이라도 출판사가 제공해 준 작가 소개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설은 마치 거대한 자본이 들어간 영상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때, 책보다 영화를 더 선호했는데 이런 영화화되지 못했지만 놀라운 소설을 마주할 때마다 점점 내 마음은 책으로 기우는 것이 느껴진다. 『듄』이나 『삼체』처럼 『대전환』 역시 영상으로 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 없으면서도.
출신이 탄탄한 작가가 말아주는 하드 SF 소설. 그의 단편 몇 편은 한국에서 접할 수 있지만, 하나라도 맛본 이상 여전히 부족함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앨러스테어 레이놀즈를 구글에 검색하며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즐기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