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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번역 - 어린이책에서 시작하는 번역의 모험
김선희 지음 / 교양인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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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우주님이 모집하신 #우주서평단 과
교양인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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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öded Diper',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요?
'Löded Diper'는 『윔피 키드』에 나오는 로드릭의 밴드 이름입니다. 철자를 맞게 쓴다면 'Loaded Diaper'가 되겠죠. 이를 직역하면 '(똥오줌으로) 가득 찬 기저귀'가 되고요. 그러면 로드릭은 왜 이렇게 철자를 엉망으로 해서 밴드 이름을 지었을까요? 멋져 보이려고요? 실은 로드릭 약간 멍청….
그런 배경에서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김선희 번역가님은 '똥 산 기저기'로 번역하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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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의 가방을 그에게 주었다.'
누구 가방을 누구한테?
번역된 책을 읽다 보면 이따금씩 마주치는 게 오역 때로는 난해한 번역이라지만, 이런 문장은 나도 처음 본다. 분명 우리말인데 이해하기 어렵고, 애써 이해해 주기도 싫은 불친절한 번역, 그 자체.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가 거의 550년이고 일본어로 한 번 걸러서 책이 들어오는 시대를 지나 지금은 AI 번역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는데 번역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걸까? 이런 시기에 도서관 책에 한 독자가 번역의 답답함을 차마 참지 못하고 연필로 코멘트를 달아버린 것을 목격하게 된 일화로 시작하는 이 책은 번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윔피 키드』, 『드래곤 길들이기』를 포함해 수많은 그림책 번역을 해온 번역가 김선희 선생님이 그동안의 번역 경험을 꾹꾹 담은 책을 교양인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공감하는 번역』이라는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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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시작한다면 그림책과 어린이책으로
독자 입장에선 읽기 어려운 게 성인 도서겠지만, 번역가 입장에서 번역하기 어려운 건 그림책과 어린이책인가 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성인 도서는 한자어, 개념어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어린이책은 어린이의 언어로 쉽게 푸는 감각이 성인인 번역가의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책은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바탕으로 번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말이 살아있는 번역, 원작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번역의 이유부터, 캐릭터도 파악하고 위트까지 챙겨야 하는 어린이책 번역의 노하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번역도 새로 고쳐야 하는 이유도 작가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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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하는 다섯 종류의 독자층이 적혀있다. 번역가를 꿈꾸는 예비 번역가, 이제 막 번역 일을 시작한 초보 번역가, 어린이책에 관심 있는 편집자와 작가,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좋아해 직접 옮겨보고 싶은 독자, 그리고 번역 세계의 맛을 보고 싶은 모든 사람. 여기에 내가 해당되는 건 딱 하나, '번역 세계의 맛을 보고 싶은 모든 사람'뿐이지만, 책을 읽는 독자로서 걱정과 달리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번역가에겐 유익할 부분이 나에겐 빠르게 넘기게 되는 부분이었지만, 책 후반부에 번역가에 있어 좋은 편집자와 나쁜 편집자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만큼은 출판업계의 뒷이야기를 듣는 듯해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번역에 대한 책이기도 하면서도, 그림책에 대한 책이기도 했고, 영어에 대한 책이기도 하면서, 출판 편집에 대한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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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번역서에는 편집의 과정을 거치는데,
번역서를 다루는 편집자(출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번역의 스타일과 질이 달라지곤 합니다.
─ P.208
그런 점에서 내가 이 책을 읽기 권하는 독자층을 집어넣는다면?
'책을 읽다가 번역에 한 번이라도 화가 났던 적이 있는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