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도둑맞은 편지 】
│
지나친 예리함만큼 지혜에 해로운 것은 없다.
─ 세네카
18XX년 가을 돌풍이 불던 어느 날. 탐정 오귀스트 뒤팽에게 어려운 문제, 하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일이자 너무 특이한 일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파리 경찰청장 G가 찾아온다. 궁전에서 아주 중요한 특정 문서를 도둑맞았다는 것. 그 문서를 훔친 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는 것.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어떤 영역에서 아주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는 그 문서로 도둑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편지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 G가 가진 문제였다. 뒤팽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했을까?
【 검은 고양이 】
│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믿어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고 믿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겠다.
내일이면 나는 죽을 것이고, 오늘 내 영혼의 짐을 덜고자 한다.
내 당면한 목적은 집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을 평이하고 간결하게,
어떤 평도 덧붙이지 않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순하고 인정 많기로 유명했던 한 남자. 그는 지나치게 다정해서 친구들이 놀릴 정도였고, 동물을 특히나 좋아해서 부모님이 그가 원하는 다양한 동물을 모두 구해줄 정도였다. 성인이 되어 일찍 결혼한 그는 아내 역시 그에게 애완동물들을 구해다 주었는데, 여러 애완동물 들 중에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도 있었다. 하지만 술이라는 악마 때문에, 내 기질과 성격이 변해 나는 전반적으로 아주 난폭해졌고, 그 폭력은 아내에 이어 애완동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 모르그가 살인 사건 】
│
세이렌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아킬레우스가 여자들 사이에 숨어 있을 때
어떤 이름을 사용했는지 수수께끼다.
하지만 전혀 추측 불가능한 질문도 아니다.
─ 토머스 브라운 경
뒤팽과 그의 친구는 어느 날, 석간 「법조신문」에서 눈길을 끄는 기사를 하나 발견한다. '기이한 살인 사건'. 그날 아침 3시경에 모르그가 4층 집에서 잔혹하게 벌어진 모녀의 살인사건을 다룬 기사인데 범인에 대한 증언이 저마다 제각각이어서 정확히 가리키는 용의자가 없다. '스페인어 같았다'거나, '틀림없이 이탈리아인이었다', '단어를 하나하나 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프랑스 남자 목소리'라는 등으로 주장하는 증언들. 신문 기사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뒤팽은 어떻게 추리해냈을까?
─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마침내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 143번의 숫자를 달고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환상 문학과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런 포. 그의 단편이 실린 이번 책에는 소설에 최초로 등장한 탐정 캐릭터이자 추리소설의 시초 격인 오귀스트 뒤팽의 단편 두 작품과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격인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두 작품을 포함해 총 13편이 실려있다.
핼러윈이 곧 다가오는 가을, 더위는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지금이라는 적당한 시기에 맞춰 을유문화사에서 내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걸맞은 책이었다. 포의 단편 작품들에는 음울함과 광기, 집착과 폭력, 비이성적 판단들이 내내 감돌고, 이 소름 끼치고 간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오래됐지만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최근 무서운 소설을 읽고 싶어서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늘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의 작품을 읽으며 이토록 무서운 이야기가 이미 고전에 있었는데 난 왜 그렇게 헤맸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광기에 휩싸인 <검은 고양이>와 <고자질하는 심장>의 화자, <길쭉한 상자>에 나오는 호기심 많고 집착하는 사람, 편집증으로 친구 포르투나토를 지하 묘지에 묻어버리는 <아몬티야도 술통> 등의 작품은 환상·미스터리 고전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
이 흥미로운 여러 작품들을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데,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역자 조애리 선생님의 해설이 독자를 더욱 깊이 있는 이해로 안내한다.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읽고 연구한다고. 해설 「상징계와 주이상스」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도둑맞은 편지>라는 작품을 예로 들며 인간 심리 발달의 한 단계인 상징계를 설명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리게이아>와 <어셔가의 몰락>에서 후기 라캉 이론을 들며 두 작품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추리나 미스터리 분야가 오락 분야로 자주 분류되는 듯하지만, 포의 단편들은 심리학적 분석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러한 해설이 다른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돼주지 않을까? 흥미와 유익함 둘 다 잡는 독서 경험을 안겨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