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 김익한 교수의 읽고 쓰는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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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김영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한민국 제1호 기록학자이자 『거인의 노트』라는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김익한 교수님. 이번에는 그간 기록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기록과 철학으로 자신의 삶을 재점검할 수 있게 돕는 인문서를 집필했다. 『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은 SNS가 보편적이게 되고, 카카오톡마저 나를 뽐내고 전시하는 공간이 된 지금 우리들에게 철학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게 한다.


나는 지금 누구의 선택에 따라 살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사회로 나오며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닐까. 상사의 비위를 맞추거나,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인정받기 위해 등의 이유로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 떠밀려서 혹은 눈치를 보며 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다 보니 나의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목소리마저 희미해진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 "나는 지금  누구의 선택에 따라 살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이러한 시작으로 철학과 함께 기록이라는 실천적 성찰로 나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돕는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나의 자유를 측정해 보고, 사르트르의 <닫힌 방> 속 유명한 구절,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문장을 바탕으로 검열하는 우리를 돌아본다. 또, 브뤼노 라투르의 『존재양식의 탐구』라는 철학서로 우리가 기존의 규칙과 정상성의 압박을 어떻게 감지하고 기록하는지를 도우며 이반 일리치의 철학을 통해 일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김익한 교수님의 글과 권하는 일련의 활동을 완수하다 보면, 한결 자유로워진 우리를 발견할 수 있으니.


/

나를 알게 모르게 옭아맸던 수많은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기록이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듣고 훌륭한 책을 읽더라도,

그것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지 않으면 그 울림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기록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었고,

자유라는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꾸준한 자극이었다.

─ P.11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 써보라고 많은 사람들이 조언한다. 김익한 교수님 역시 프롤로그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록은 남으면서 눈에 보이는데, 생각은 흔적도 없이 금세 사라져 버리니까. 나 역시 돌이켜보니 생각에만 머물렀을 때보다 글로 남겼을 때 더 많이 바뀐 듯하다. 일종의 기록학인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를 취미로 하는데 처음 기록을 시작했을 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일상은커녕 좋았던 문장 필사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점점 글쓰기 근력이 붙으면서 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더욱 발전한 기록과 더욱 발전한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하루를 돌아보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책은 그냥 기록을 하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좋겠지만, 다꾸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꾸를 보다 유익한 취미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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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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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도둑맞은 편지 】

지나친 예리함만큼 지혜에 해로운 것은 없다.

─ 세네카


18XX년 가을 돌풍이 불던 어느 날. 탐정 오귀스트 뒤팽에게 어려운 문제, 하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일이자 너무 특이한 일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파리 경찰청장 G가 찾아온다. 궁전에서 아주 중요한 특정 문서를 도둑맞았다는 것. 그 문서를 훔친 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는 것.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어떤 영역에서 아주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는 그 문서로 도둑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편지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 G가 가진 문제였다. 뒤팽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했을까?


【 검은 고양이 】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믿어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고 믿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겠다.

내일이면 나는 죽을 것이고, 오늘 내 영혼의 짐을 덜고자 한다.

내 당면한 목적은 집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을 평이하고 간결하게,

어떤 평도 덧붙이지 않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순하고 인정 많기로 유명했던 한 남자. 그는 지나치게 다정해서 친구들이 놀릴 정도였고, 동물을 특히나 좋아해서 부모님이 그가 원하는 다양한 동물을 모두 구해줄 정도였다. 성인이 되어 일찍 결혼한 그는 아내 역시 그에게 애완동물들을 구해다 주었는데, 여러 애완동물 들 중에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도 있었다. 하지만 술이라는 악마 때문에, 내 기질과 성격이 변해 나는 전반적으로 아주 난폭해졌고, 그 폭력은 아내에 이어 애완동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 모르그가 살인 사건 】

세이렌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아킬레우스가 여자들 사이에 숨어 있을 때

어떤 이름을 사용했는지 수수께끼다.

하지만 전혀 추측 불가능한 질문도 아니다.

─ 토머스 브라운 경


뒤팽과 그의 친구는 어느 날, 석간 「법조신문」에서 눈길을 끄는 기사를 하나 발견한다. '기이한 살인 사건'. 그날 아침 3시경에 모르그가 4층 집에서 잔혹하게 벌어진 모녀의 살인사건을 다룬 기사인데 범인에 대한 증언이 저마다 제각각이어서 정확히 가리키는 용의자가 없다. '스페인어 같았다'거나, '틀림없이 이탈리아인이었다', '단어를 하나하나 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프랑스 남자 목소리'라는 등으로 주장하는 증언들. 신문 기사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뒤팽은 어떻게 추리해냈을까?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마침내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 143번의 숫자를 달고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환상 문학과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런 포. 그의 단편이 실린 이번 책에는 소설에 최초로 등장한 탐정 캐릭터이자 추리소설의 시초 격인 오귀스트 뒤팽의 단편 두 작품과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격인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두 작품을 포함해 총 13편이 실려있다.


핼러윈이 곧 다가오는 가을, 더위는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지금이라는 적당한 시기에 맞춰 을유문화사에서 내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걸맞은 책이었다. 포의 단편 작품들에는 음울함과 광기, 집착과 폭력, 비이성적 판단들이 내내 감돌고, 이 소름 끼치고 간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오래됐지만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최근 무서운 소설을 읽고 싶어서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늘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의 작품을 읽으며 이토록 무서운 이야기가 이미 고전에 있었는데 난 왜 그렇게 헤맸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광기에 휩싸인 <검은 고양이>와 <고자질하는 심장>의 화자, <길쭉한 상자>에 나오는 호기심 많고 집착하는 사람, 편집증으로 친구 포르투나토를 지하 묘지에 묻어버리는 <아몬티야도 술통> 등의 작품은 환상·미스터리 고전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 흥미로운 여러 작품들을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데,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역자 조애리 선생님의 해설이 독자를 더욱 깊이 있는 이해로 안내한다.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읽고 연구한다고. 해설 「상징계와 주이상스」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도둑맞은 편지>라는 작품을 예로 들며 인간 심리 발달의 한 단계인 상징계를 설명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리게이아>와 <어셔가의 몰락>에서 후기 라캉 이론을 들며 두 작품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추리나 미스터리 분야가 오락 분야로 자주 분류되는 듯하지만, 포의 단편들은 심리학적 분석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러한 해설이 다른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돼주지 않을까? 흥미와 유익함 둘 다 잡는 독서 경험을 안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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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의 현상학
모리스 메를로-퐁티 지음, 주성호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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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책 읽을때 좋게 언급해서 너무 궁금했어요 ૮꒰ྀི σ̴̶̷̤ . σ̴̶̷̤ ꒱ྀི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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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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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목소리를 담아 소년은 방아쇠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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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전쟁 - 1952, 사라진 아이들 싱긋나이트노블
정명섭 지음 / 싱긋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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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2년 뒤. 귀신을 볼 수 있는 차혁주 중위는 전쟁터에서 이미 죽은 윤학규 상사가 공격 명령을 만류한 탓에 '명령 불복종'으로 좌천되고 만다. 평범하고, 산골치고는 먹고 살 만했던 곳. 하지만 광복 이후로 이념이 좌우로 나뉘면서 지옥이 된 곳, 운해읍으로. 그곳은 '빨치산과 통비분자'를 처단하며 이미 충분히 피로 물든 곳이지만, 이념 전쟁 뒤에 또 다른 희생자가 있었으니, 바로 '아이들'이었다. 운해읍에 들어서자마자 차혁주는 역시 그들의 영혼을 정확하게 바라보았고, 운해읍의 세 실세, 서북청년단 운해지부장 장상천, 이운창 경위, 운해읍 지주위원회 위원장 김석충은 진짜 유령을 보는 차혁주 중위를 경계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발생하는 살인사건, 한 아이가 잔혹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 도착한 첫날 죽은 영혼을 보았다는 것은 대단히 불길한 징조였다. ─ P.27


이 연쇄살인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무당의 핏줄 탓에 유령을 볼 수 있는 차혁주 중위는 그 능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 샐러리맨을 거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 정명섭의 신간이 싱긋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등단을 역사추리소설로 했던 정명섭 작가의 이번 작품의 제목은 『유령 전쟁: 1952, 사라진 아이들』로 1950년대, 아직 휴전이 되지 않은 6·25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유령을 볼 수 있는 한 군인이 전투로 인한 살인이 아닌 어린이에게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 운해읍이라는 반쯤 닫힌 공간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과 이념적 대립이 있는 전쟁 중에 발생한 탓에 범인을 쉬이 '빨갱이'로 단정 짓는 사람들. 거기에 아이들의 유령은 차혁주에게 쉽게 무언가 알려주지 않고, 운해읍 안팎으로 있는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 이 진상을 파악하기에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작품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몰입한 나머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반전으로 등장했을 때의 강렬한 충격이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드는데 이때, 한 번 읽었던 문장들이 새롭게 보이며 소설이 굉장히 치밀하게 쓰였음이 느껴진다. ─ 평소 시대극이나 역사물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령 전쟁』으로 시대와 맞물려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의 맛을 알게 되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사람이 죽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고, '이념이라는 유령 때문에 우리는 한민족이면서 서로를 죽이고 있지 않냐'는 메시지를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날카롭게 던지는 작품. 여기에 연쇄살인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이미 피와 폭력으로 가득한 전쟁이라는 환경에서 인간은 약자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정명섭 작가의 『유령 전쟁』은 역사물의 재미를 모르던 독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역사물과 추리물, 둘 다 좋아하는 독자에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더 나아가 역사소설을 아우르는 '싱긋나이트노블'이라는 시리즈까지 흥미가 안 생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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