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 <잃어버린 것> 깊이 읽기


숀 탠 글․그림 / 엄혜숙 옮김

 

진지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젊은 작가 숀 탠이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화자 '나'가 독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는 형식의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배관과 기계 장치로 가득한 어느 도시에 사는 나는, 어느 날 병뚜껑을 줍다가 기묘하게 생긴 버려진 생명체를 발견합니다. 왠지 가엾어 보이는 '버려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 할 일에 바빠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으나 부모님 또한 발견한 곳에 도로 갖다 놓으라고 말할 뿐 관심을 갖지 않지요. 궁리 끝에 나는 지역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분실물처리 센터'로 그것을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에다 '버려진 것'을 맡기려 할 때, 누군가 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합니다. '정말로 저것을 염려한다면 여기다 두어서는 안 돼요. 여기는 잊혀질 것이나 버릴 물건, 없앨 것 따위를 두는 장소랍니다.' 그러고는 화살표가 그려진 명함 한 장을 건네주지요. 나는 '버려진 것'을 데리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갑니다. 종일 거리를 헤맨 끝에 후미진 골목의 틈새에서 찾아낸 그곳에는 '버려진 것'과 같은 처지의 온갖 것들이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버려진 것'을 그곳에 두고 돌아와 생각합니다. 그곳은 과연 '버려진 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장소인가?' 그러나 그 뒤로 나 또한 점점 '더 중요하고 바쁜' 일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버려진 것'들에 대한 관심이 차츰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책 속에서 '버려진 것'은 로봇 같기도 하고 촉수가 달린 연체동물 같기도, 또는 곤충 같기도 한 매우 기묘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금방 눈에 띌 만한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습이지요. 그러나 바쁜 어른들은 그것에 대해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의 부모님은 '발이 더럽다'느니, '병균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느니 하면서 도로 갖다 놓으라고 명령을 할 뿐이지요. 마치 길 잃은 더러운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처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버려진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누구든 세월의 때가 묻기 전에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이던 것, 놀라워하던 것, 가여워하던 것, 열정을 바치던 것…….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쁘고 중요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차츰 사소하고 귀찮으며 심드렁한 것으로 변해 버린 것, 그래서 어느새 '버려진 것', '잊혀진 것'이 되고, 어느 날 문득 되돌아보면 '잃어버린 것'이 된 바로 그런 것들이지요.

 

어떤 어린이에게 그것은 한동안 열중하여 갖고 놀다가 어느 구석엔가 처박아 둔 채 잊어버린 장난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그것은 빛바랜 우표 책일 수도, 이 책의 면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병뚜껑들일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겐 한때 가슴 설레며 좋아하던 이웃집 소년이나 소녀일 수도 있습니다. 길 잃은 강아지일 수도 있고, 날개 다친 비둘기일 수도 있으며, 그처럼 버림받은 것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일 수도 있고, 그것들에 호기심과 연민을 보이던 순수한 동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과연 우리가 무심히 잃어버리고 살아갈 만큼 사소하고 하찮은 것인가에 대해 이 그림책은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들을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분실물처리 센터'의 회색 콘크리트 속으로 보내지 않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거리의 어둡고 좁은 틈새'에나마 아주 사라져 버리지 않고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거려 주고 있지요. 그리하여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그 질문을 만나고 답을 구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버려진 것'의 정체를 알아내고 '어둡고 좁은 틈새'의 의미를 깨달아 가면서 어린 독자들의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기를, 한편으로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독자들이라면 '잃어버린 것'의 그냥 내쳐 버릴 수만은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환기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이 그림책은 바라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잃어버린 것>의 독자들은 그림책 여기저기서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화가들의 유명한 그림을 패러디한 장면이나 중세 화가 보슈의 작품을 참조한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수많은 화가와 작가, 만화가, 사진가, 영화감독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또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레이몬드 브릭스와 에드워드 고리, 그리고 폴란드의 포스터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요. 한편으로 나는 그들에게서와 똑같이 거리와 구름, 일상의 농담과 그저 그런 시간들, 사람들, 동물들, 캔버스에 흘러내리는 물감, 색깔들이 합쳐지는 현상 등에서도 예술적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그 어떤 것들 속에도 발견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놀라운 것들이니까요.

 


 

숀 탠의 다른 책
<도착 The Arrival> 숀 탠 지음

어두운 그림자에 둘러싸인 도시에 한 가족이 삽니다. 가난과 억눌림이 엿보이는 삶입니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떠나지요. 바다 저편에 있는 낯선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입니다. 긴 항해 끝에 마침내 도착. 낯선 의상과 기이한 동물들, 공중을 떠도는 이상한 물체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인정 많은 이방인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데……. 이 말 없는 그림 문학은 모든 이민과 망명객과 난민들의 이야기이며, 또한 그들 모두에게 바치는 작품입니다.

 

 

★ 2007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 수상 ★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 2008 혼북 특별상 수상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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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예.술.성.과. 문.학.성. 깊.은. 주.제.의.식.을. 갖.춘. 작.품.만.을. 엄.선.해. 펴.내.는.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ㅣ 사계절출판사


그림책은 취학 전의 유아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처음에 그림책은 글을 읽지 못하거나 글을 보완하는 그림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발전 과정을 통하여, 문학과 회화가 결합하여 짧은 이야기 속에 큰 울림을 담는 새로운 문예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생성 당시의 실용적 필요성을 훌쩍 뛰어넘는 가치를 얻게 된 것이지요.


그리하여 그림책은 차츰 유아들뿐만 아니라 일부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부모들과 직업적인 필요 때문에 그림책을 보던 화가나 작가 지망생, 연구자들까지도 ‘순수한 독자’로 끌어들였던 것이지요.

 

장르 자체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졌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그림책을 다양한 생각과 예술 정신을 담는 새로운 표현의 틀로 삼기 시작하여, 유아를 위한 책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높은 문학성과 예술성, 깊은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도 적잖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림책이라는 ‘형식’이 유아들이 글을 떼기 전까지 보는 유치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도 그림책과는 거리를 두게 하고 감상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서 현실 속에서 지적 ․ 미적으로 높은 수준의 그림책 작품들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독자들과 만나게 하여,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온당한 가치를 온전히 발현하게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하고 출간해 왔습니다.

 

모쪼록 이 시리즈가 문예장르로서 그림책의 가능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책읽기와 문예 체험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어른들 또한 다채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사계절출판사)

 

 

 

 

 

 

 

 

 

 

 

 

 

 

1 잃어버린 것
*볼로냐 라가치 우수상 수상작
*20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작가 수상)
책읽는교육사회실천회의 권장도서


2 매듭을 묶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추천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3 세 개의 황금 열쇠
*201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 수상)
책읽는교육사회실천회의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4 사라, 버스를 타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수록
책읽는교육사회실천회의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5 파란 막대․파란 상자
책읽는교육사회실천회의 권장도서
소년한국일보 선정 우수어린이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

 

6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
*1965 칼데콧 우수상 수상작
책읽는교육사회실천회의 권장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선정도서

 

7 빈터의 서커스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8 길거리 가수 새미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9 조지프의 마당

 

10 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국제사면위원회 공동 기획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11 비가 오면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12 잃어버린 아이들

 

 

 

 

 

 

 

 

 

 

 

 

 

 

 

13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14 인종 이야기를 해 볼까?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15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2008 부천만화상 어린이만화상 수상작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16 도착 The Arrival
*2007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 수상작
*2008 혼 북 특별상 수상작
*20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작가 수상)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17 흰지팡이 여행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18 두 사람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19 낙원섬에서 생긴 일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20 강아지똥 할아버지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21 시간의 네 방향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22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1967 케이트 그리너웨이 수상작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23 호랑이가 예끼놈!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24 그 집 이야기
*2008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 수상)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25 박수근의 바보 온달
열린어린이 권장 도서

 

26 꿈꾸는 징검돌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추천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27 블룸카의 일기
*2012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열린어린이 권장도서

 

28 비밀의 강
*2012 볼로냐 라가치 우수상 수상작

 

 

 

 

 

 

 

 

 

 

 

 

 

 

 

 

 

 

29 크리스마스 휴전

 

30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2008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 수상)

 

31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2014 보스톤글로브 혼 북 수상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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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자문위원장 김중철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의 추천글입니다.

 

근현대 생활사를 자전거를 통해 흥미롭게 배운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운 날은 쉽게 잊지 못한다.’(32쪽) 나도 그렇다. 중1 때 외삼촌의 커다란 자전거를 배우느라 수도 없이 넘어지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그 자전거는 왜 그리 컸는지. 마치 이 책에 나오는 ‘하이 휠 자전거’ 같은 느낌이었다.

 

자전거는 누구나 쉽게 배우고 누구나 즐기는 탈것이지만, 지금은 도로에서 자동차에 밀려 샛길로 다니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 샛길로 자전거를 몰고 가는 이들은 주로 아이들이다. 시대가, 환경이 달라져도 아이들과 늘 함께 할 것이다. 샛길이건, 골목이건, 공원이건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재미를 알 것이다. 그러면서 성장하니까.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는 자전거가 어떻게 해서 생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전거에 이르게 되었는지 차분하게 풀어간 책이다. 이 책은 자전거라는 도구를 생활사의 측면에서 다루었다. 사람들이 빨리 가고 싶다는 욕망을 자전거로 어떻게 실현시켜 왔는지 근현대사를 생활사의 측면에서 조근조근 설명한다. 처음에는 부유한 이들의 놀잇감이었던 자전거가 아이들이나 여자들까지 타는 남녀평등 자전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이 자전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근대의 상징인 ‘개화차’가 되어, 지금은 ‘모두의 발’이 된 과정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겨 타는 자전거를 중심으로 각 시대의 생활을 통해 설명해, 아이들이 근현대사에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해 준다. 역사를 어렵게 배우는 게 아니라 친숙하게 다가서게끔 해주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은 생활사 외에도 자전거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하는 과학적 설명을 중요하게 다룬다. 옛날에 과학에 재주가 있다고 하면, 아이들이 라디오를 분해한다든가, 자전거를 스스로 고치는 것을 말했다. 그만큼 도구나 기계를 다룰 줄 안다는 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갖 물건들이 나오지만 생각만큼 그 물건을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문데, 그건 그만큼 기계가 복잡해서 그럴 것이다. 과학이 아이들에게 어렵게 다가서는 이유다.

 

자전거라는 도구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쉽게 그 구조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자전거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자전거가 어떤 원리에 의해 나오고 발전했는지 어렵지 않게 풀어썼다. 자전거의 아주 사소한 기술적 변화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불편을 해결해 나갔는지 아이들이 이해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즐겨 타는 만큼 자전거에 대해서도 잘 알았으면 좋겠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사회가 미래의 대안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더욱 간절하다. - 김중철(어린이도서연구회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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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전문 번역가 김정화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봐도 돼?>의 추천글입니다.


발칙한 녀석입니다. 거만한 집오리가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유쾌한 반항, 남의 집 지붕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다 돼지를 골려주고, 새 옷 자랑하는 족제비에게 흙 떡을 날려주고…… 참 만만치가 않아요. 하지만 가만 살펴보면 그런 심술을 부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뻐기기 좋아하는 집오리, 자기 집 지붕이라 유세떠는 돼지, 으스대기 좋아하는 곰, 사실은 여우가 대신 골려줘서 속이 시원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런 여우를 멋지다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어요. 바로 소심한 토끼에요. 자기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척척 저질러 버리니까요. 봐도 되느냐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토끼는 여우가 하는 짓을 지켜봐요. 이렇게 토끼가 여우를 지켜보자 처음에는 귀찮기만 하던 것이 차차 누군가 자기를 봐준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더 신이 나요. 장난도 놀이도 탐험도요. 혼자보다는 친구랑 같이 하면 훨씬 재미있잖아요.

 

사건은 족제비한테 흙 떡을 던진 데서 벌어졌어요. 엄마도 생일도 모르는 여우로서는 생일선물 자랑이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었어요. 사실은 속이 많이 상했을 거예요. 문제는 이 장면을 토끼한테 들켜버렸죠.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만 여우는 자기 마음을 있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외려 더 못되게 굴어 버려요.

 

그 뒤로 토끼는 나타나지 않아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토끼가 봐주지 않자 여우는 놀이도, 장난도, 그림도 모든 게 시큰둥해져 버렸어요. 누가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여곡절 끝에 토끼를 찾았는데 토끼는 여우가 미워져서가 아니라 나무에서 떨어진 새알을 품고 있느라 여우를 만나러 가지 못한 거예요. 토기가 품고 있는 알을 봐도 되느냐고 묻는 끝 장면에서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법을 몰라요. 여우 처럼요. 이유 있는 못된 짓을 하지요. 실은 나를 좀 봐달라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어른들은 나무라기만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어른보다 마음도 넓고 편견도 적어서 그런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가 되고, 서로 지켜봐주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서로 길들어가죠. 여우와 토끼 처럼요.

 

이런 길들임은 살면서 꼭 필요해요. 사랑받은 기억은 사랑해 주는 법을 깨닫게 하니까요. 심술로 밖에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여우가 토끼가 보이지 않자 안절부절, 안달복달하며 찾아다니게 되고, 결국 찾은 토끼에게 품고 있던 알을 같이 봐도 되느냐고 묻잖아요. 외로워서, 사랑이 모자라서, 원하는 게 채워지지 않아서 부리는 심술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어른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면 알아차리고도 모른 척 하거나요. 이 책을 옮긴 저부터 반성해 봅니다. - 김정화(어린이책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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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한국미술문화진흥회 대표, 경기미술협회 고문 조강훈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의 추천글입니다.

 

옛 그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넘쳐나길!
어린이 여러분은 대부분 옛 그림이 익숙하지 않고 지루하다 여기겠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옛 그림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자주 보고 편해지고 나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 더 궁금해질 거예요. 사람도 그래요. 처음 만난 친구랑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지만 자꾸 보고 친해지면 그 사람이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잖아요. 어떤 작품에 대한 관심은 작품의 내용과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작품을 보았을 때와 그 내용을 모르고 작품을 보았을 경우는 상당한 관점의 차이를 보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하는 말, 들어 봤지요? 세상을 바라볼 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많고,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커야만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야를 키울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는 여러분이 옛 그림과 친해지게 만들어 줄 것 같아,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책은 미술관 전시실처럼 “동물 옛이야기관”과 “사람 옛이야기관”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자견려도> 그림에서는 힘센 며느리가 소를 머리에 이어 길들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 왔으며, <맹호도> 그림은 소나기가 무서워 도망친 호랑이 이야기와 연결 지었어요. <이 잡는 노승> 그림은 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벼룩, 빈대의 생김새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로 묘사했고, <어해도> 병풍 그림은 게와 물고기에게 속아 넘어간 소금 장수 이야기로 익살스럽게 연결했어요. <쌍치도> 그림에서는 좋은 목소리를 갖고 싶었던 꿩 이야기를, <매작도> 그림에서는 곡식 훔쳐 먹는 참새를 미워한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김홍도의 <신행>, <서당>, <씨름>, <점심>, 그리고 권용정의 <부보상> 같은 그림을 통해서는 옛사람들이 살아갔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옛이야기를 끌어 왔어요. 그림도 보고, 옛날 혼인 풍속도 듣고,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모습도 볼 수 있지요. 밥을 오래 두면 똥이 된다는 사위의 능청이나 해골바가지한테 잡아먹힌 소금 장수 이야기 같은 건 몇 번을 읽어도 웃음이 나는군요.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우리 멋진 옛 그림과 어우러져 글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자칫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옛 그림을 손으로 만져질 만큼 친숙하게 만들어 주니, 참 좋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옛 사람들이 아끼고 귀하게 여겼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일어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달려가고 싶을 거예요.

 

아름답지만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우리 옛 그림에 대해 좀 더 편안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어서 참 좋은 책이다 싶어요. 옛 그림과 더불어 볼 수 있도록 새로 그려 넣은 그림들도 좋군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옛 그림을 다양한 색채와 화법으로 표현해, 그림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합니다.

 

글 작가가 이런 말을 써 놓았더군요. “관심과 애정은 좋아해서 생기는 거잖아, 좋아하면 알고 싶고, 살펴보고 싶은 거지!” 하고 말이에요. 이 말처럼, 어린이 여러분이 모든 사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궁금증 덩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되거든요. 많이 보고, 많이 들어서 얻은 다양한 경험들로 알알이 꽉 찬 여러분이 되어 주세요! - 조강훈(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한국미술문화진흥회 대표, 경기미술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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