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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전35권 세트 별책부록(길잡이책-'창작 동화' 어떻게 읽을까요?)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자료 제공 : 창비)

 

Q 요즘 초등학생들은 너무너무 바빠요.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만 읽기도 벅찬데, 꼭 동화를 읽어야 할 까요?

A 오늘날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경쟁에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고, 낯선 경험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이끌고, 동무와 이웃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인성을 길러주는 것, 모두 동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문학 작품을 읽고 이해하고 감동하는 것이 곧 어린이의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감정을 겪어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또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은 '읽기'를 잘하는 어린이가 학습의욕도 높고 그 성취도도 높다고 말씀하십니다. '읽기'는 단지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입니다. '읽기'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재미있는 이야기, 감동 있는 이야기보다 더 효과적인 도구가 어디 있을까요? 어휘력과 사고력, 상상력을 길러 주는 책은 바로 동화책입니다.


Q 유명한 세계명작동화는 이미 다 읽었어요. 그러면 충분하지 않나요?

A '세계명작동화'들 역시 나름의 의미와 감동을 전하는 작품들이니, 어떤 작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우리 동화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합니다.

 

첫째, 우리나라 창작동화들은 아이들에게 생생하고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번역된 외국 문학작품과 달리 곧장 우리말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감정과 생각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만날 수 있고, 좋은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많이 배울 수도 있습니다. 둘째, 우리나라 창작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을 만나고, 이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수, 마해송의 옛 작품들 속 아이들은 여전히 문학적 생명을 갖고 있으며, 오늘의 아이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일으킵니다. 황선미, 이현, 김남중, 유은실 등 요즘 작가들의 작품 속 아이들은 오늘날 아이들의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억눌린 마음도 자연스럽게 풀어 줍니다. 셋째, 우리나라 창작동화에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서 있는 이 자리를 알게 하는 일로, 다른 어느 문학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Q 어렸을 때는 전집에서 권하는 순서로 책을 읽혔는데, 동화는 적절한 독서 단계를 모르겠어요.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나요?

A 많은 사람들이 연령에 맞춰 책을 읽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몇 살에 맞는 동화'라는 것은 없습니다. 아이들마다 읽는 수준이 다르고, 좋아하는 내용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나이가 어린 아이들도 꽤 긴 장편동화를 읽고 감동을 느끼는가 하면 고학년 어린이가 짧은 이야기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의 읽기 수준을 가늠해서 차근차근 거기에 맞는 동화를 읽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모든 어린이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7~8세가 되면 책 속 주인공에게 마음을 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말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이해하고 주인공에게 공감하면서 책의 감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곤 합니다. 즉 문학작품 감상이 가능하다는 뜻이지요.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에 실린 작품들 중에는 현덕의 「강아지」 「토끼 삼 형제」처럼 낮은 연령의 아이들부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도 있고, 권정생의 <몽실 언니>처럼 역사와 사회를 아우르고 있는 묵직한 작품도 있습니다. 차근차근 책의 내용을 살펴 가면서 권해 주세요. 책 읽기가 익숙해진 다음에는 자기 수준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책을 읽는 것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준다는 것도 참고해 주세요.

 

Q 아이가 책을 읽었으면 느낀 점이 있을 텐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책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독후감을 쓰게 해서 확인하는 게 좋겠지요?

 

A 독후감을 쓰는 것은 자기가 읽은 책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고 교훈을 찾아 적는 독후감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이 내 마음과 머리에 오래 머물도록 갈무리하는 독후감,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에세이가 되는 독후감이라면 말이지요. 그런데 책을 읽은 다음 거기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고도의 지적인 작업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는 무척 괴로운 작업이겠지요. 게다가 책을 읽고 나서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 한다면 독후감은 물론이고 책 읽기도 싫어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어떤 독후감을 써야 하나 압박을 느끼게 될 테니까요.

 

처음에는 읽은 책 또는 작품의 목록을 적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읽은 책의 목록은 작지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고, 적절한 동기부여도 해 줍니다. 아이에게 무슨 내용이었는지 자꾸 물어보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이 흘러넘쳐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아이가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듣는 어른이 크게 관심을 가져 주고 흥미를 보이면 점차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길어지고 글쓰기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독후활동집은 이 과정을 돕는 하나의 작은 보조 책입니다.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 실마리를 찾는 정도로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좋은 책 고르기가 너무 힘들어요. 서점에 가서 아이가 고르는 책은 부모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고, 추천 목록도 너무 많아요.

 

A 서점에서 아이들이 직접 자기가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은 아주 이상적인 풍경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아이들은 원색적인 그림과 내용에 끌리기 때문에 부모님과 의견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책 전문 서점이나 도서관처럼 전문가를 통해 선별된 책들로 꾸며진 공간이라면 걱정이 없겠지요. 그렇지 않을 때는 아이들이 먼저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스스로 안목을 갖게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때까지는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들 손닿는 곳곳에 좋은 책을 많이 두어서 자유롭게 골라 읽는 환경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1977년 창비아동문고를 처음 낼 때, 창비는 "그동안 저희 창비를 아껴주신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아들 딸 동생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고, 큰 부담 없이 사 줄 수 있으며, 어른들 스스로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내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는 이 원칙에 따라 출간해온 270여 권의 책들 중 아동문학평론가들이 고심해 엄선한 작가들의 대표 동화집 10권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한 장편동화 25권을 모은 것입니다. 이 35권의 동화책이 아이들이 책의 바다를 여행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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