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어린이책 3월, 문학평론가 김지은의 선택 - <나도 예민할 거야> 

어린이가 겁내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아무도 나를 봐 주지 않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는 언제나 어른을 향해 ‘날 좀 봐요’라고 간청한다. 어른이 다른 어른에게 자신을 봐 달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잘못을 눈감아 달라’거나 ‘대충 너한테 매달리겠다’는 의존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어린이가 어른을 향해 ‘나를 좀 잘 봐 달라’고 요청하는 것에는 글자 그대로 ‘보아 주세요’라는 건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물론 어린이는 가끔 자기를 봐 달라고 떼쓰거나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생존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몇몇 위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이 행동의 본질은 대개 명랑한 수신호 같은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 먹는지, 얼마나 잘 자는지, 넘어져도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나 신 나게 노는지 엄마도 봐 주고 아빠도 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씩씩한 마음이 담긴 것이지, ‘돌보아 주세요’라는 징징거림으로만 해석할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는 애당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어른에게 의지할 뜻이 별로 없다. ‘내가 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나를 보아 주세요’는 ‘나를 보여 주고 싶어요’라는 자기표현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가 자신을 ‘날 봐 줘요’라고 하면 ‘돌보아 달라’는 의미로 착각한다. 관심이나 사랑은 아이에게 무엇을 ‘대신해 주는 것’이라고 여긴다. 자신이 대신해 줄 것이 많은 아이에게 지나칠 만큼 달려간다. 스스로 잘 해내고 말 없는 아이는 소외된다. 돌봐 줄 필요가 없다고 봐 줄 필요가 없는 것은 절대로 아닌 데도 말이다.
『나도 예민할 거야』의 주인공 정이는 어지간한 일은 돌봐 줄 필요가 없을 만큼 척척 해내는 자립적이고 무던한 아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봐 주지 않아서 서운한 아이다. 엄마와 아빠는 “정이는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정이는 맛있는 거면 다 풀리지”라고 말하면서 예민한 오빠만 지켜보느라 동동거린다. 정이는 억울하다. 정이는 사람들이 왜 날 봐 주지 않을까 내내 마음을 앓는다. 늘 잘 먹던 정이가 이런 고민으로 하루 종일 우유를 못 먹으니까 엄마는 그제야 정이의 배를 쓰다듬어 준다. ‘예민하니까 만지는 거다’, ‘나는 예민을 못 한다’라는 문장은 참 가슴 아픈 구절이다. 정이는 억지로라도 ‘돌봐 줄 필요가 있는 예민한 아이’로 변신하고 싶지만 그건 맘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어린이가 바라는 진짜 관심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솔직하면서도 정확하게 보여 준다. 유은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전개 때문에 읽는 내내 웃고 또 웃게 되지만 책 안에 담긴 비판과 풍자는 날카롭다. 정이처럼 털털한 아이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애교 어린 호소는 거꾸로 아이가 예민하다는 이유로 아이의 행동에 하나하나 간섭하려 들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좌충우돌하는 정이의 예민해지기 대소동을 보면서 “우리 애는 예민해요”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지나친 돌봄을 자청하는 일도, “우리 애는 둔해요”라는 핑계로 시선을 거두는 일도 모두 아이의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이는 어른 독자가 보기에 깜찍하지만 어린이가 보기에는 통쾌한 아이다. 억지로 예민해져서라도 진짜 사랑을 받겠다는 정이의 애처로운 결심은 그만큼 진지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어린이들은 정이의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공감하고 속 시원해한다.
작가 유은실은 전작 『나도 편식할 거야』에서부터 정이라는 ‘순한 아이’를 등장시켜 아이들의 속마음 대변인으로 나섰다. 그가 고학년 동화 『만국기 소년』이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에서 보여 주었던 것도 ‘아이들의 억울함’과 ‘진짜 관심’에 대한 정직한 고찰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정이를 통한 ‘나도 …할 거야’ 시리즈의 행보는 일관된 것이다. 정이 연작의 제목이 ‘나도 할 거야!’로 이어지는 것은 흥미롭다. 아이의 행복은 억지 관심이 아니라 아이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여유로운 ‘지켜봄’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제목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예민한 아이’와 ‘무던한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어른의 시선으로 평가한 아이가 아닌 진짜 아이의 목소리를 담고 있고 아이들은 그걸 스스로 너무나 잘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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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하신하의 선택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


열아홉 살 소년은 알래스카의 이누이트 마을의 사진을 보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저 마을에 갈 수 있을까?’
소년은 그 마을의 촌장님께 편지를 쓴다.
“······ 촌장님이 사시는 마을에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저를 받아 주실 분이 없을까요?”
그 다음해 여름, 언제든 오라는 답장을 받은 소년은 알래스카로 떠난다.

알래스카에 대한 소년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소년은 훗날 사진작가가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알레스카의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한다.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이다. 호시노 미치오는 안타깝게도 43살의 나이에 취재를 위해 갔던 캄차카 반도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우리에게 알래스카는 아주 멀고도 먼 땅이다. 거대한 빙하가 있고, 야생 늑대가 있고, 하늘에는 오로라가 나타나는 신비로운 미지의 땅이다. 누구나 막연하게 한 번쯤 가 보고 싶다고 꿈꿔 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광활한 자연의 힘에 질려 누구도 쉽게 발길을 두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론 호시노 미치오가 직접 찍은 알래스카의 자연과 동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이누이트이다. 그러나 외롭고 괴로운 극한의 땅, 알래스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한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독자들은 알래스카의 거대함과 더불어 이 호시노 미치오의 열정에 더 진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산꼭대기를 오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막 건너편을 건너게 하는 힘은? 극한의 땅에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떤 강인한 체력이나 기술보다도 오로지 한 발 한 발 내딛는 한 걸음이라고 한다.
호시노 미치오는 열아홉 살에 알래스카의 이누이트 촌장에게 편지를 보내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뒤로 그는 한 걸음씩 쉬지 않고 알래스카를 탐험하며 사랑에 빠졌다.

이 책을 읽고 우리 땅의 또 어떤 열아홉 살 청춘이 한 걸음을 내딛을까 상상하며 흐뭇한 기대에 잠겼다. 또 어떤 아홉 살은 이 사진과 글을 보고 알래스카에 대한 꿈을 피부 밑에 숨겨둘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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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었던 일, 지금 해 보자!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바로 지금, 여러분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고요? 지금 여러분 주변을 둘러보아요. 여러분이 나서서 해야 할 일들이 틀림없이 눈에 띌 거예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친구들, 가난하고 병든 채 홀로 지내는 이웃 노인들, 쓰레기와 오염 물질로 뒤덮인 개천 같은 것 말입니다.
좀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면서 왜 지금은 그냥 바라보기만 하나요? 혼자 하기 힘들다면 친구들과 힘을 모아 봐요.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친구를 돕는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때요? 홀로 지내는 노인들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 주어서 멀리 있는 자식이나 손자들과 연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좋지요. 주말에는 동네 개천에서 쓰레기를 주울 수도 있고요.
여러분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나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요? 이 책은 아이들도 굉장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 여줍니다.
자, 망설이지 말고 지금 해 보아요. 여러분이 꿈꾸어 왔던 일을!

빌 드레이튼, 아소카 재단(사회적 기업 지원 국제단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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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국어 대안 교과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교과서 때문에 고민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삶은 날것으로 저렇게 살아있는데, 교과서는 그런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교과서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아이들을 줄 세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바꾸어 가르치는 것으로 어떻게든 수업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말 우리글>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교과서를 만들어보려고 전국에 흩어진 수많은 선생님들이 10년 동안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책이었습니다. 하나의 낱말을 읽고 쓰면서 그 속에 노래, 놀이, 이야기가 어우러지게 한 것도 좋았고, 우리말의 속살에 깊이 들어가 보려는 마음도 읽혔습니다.
3월 첫날부터 <우리말 우리글>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마침 3월 한 달 동안은 아이들과 만나는 특별한 교재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습니다. 매일매일 한 낱말씩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말의 재미에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이 책을 집에 꽂아두었더니 유치원 다니던 아이가 혼자서 공부를 하고, 한글을 깨쳤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공부란 무엇보다 제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깃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인데, <우리말 우리글>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우리말 우리글>로 몇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남한산초등학교의 갈 길을 밝히는 교육과정을 쓸 때도 <우리말 우리글>은 제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번에 <우리말 우리글>이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아이들과 활동하는 사진도 추가되었고, 아이들이 혼자서도 쓸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놓은 부분도 보였습니다. 책을 펴보는 순간 훌륭한 그림 작가들이 더 많이 참여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이 책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처음 만들 때의 뜻을 내려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보인 점이었습니다.
1학년에 이어 2학년, 3학년 <우리말 우리글>도 이어서 나온다고 합니다. 6학년까지 책이 다 나오고 나면 우리 교육도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는 착한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을 선택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그 길을 열어 가면 좋겠습니다.

_김영주(동화 작가, 남한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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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좋은 어린이 책, <다락방 명탐정>에 대한 아동문학평론가 김경연 님 추천글입니다.

 

도깨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이야기 『다락방 명탐정』은 무엇보다도 발상이 참신하고, 우리 옛이야기의 판타지적 요소들을 설득력 있게 도입하고 있다. 또한 ‘보글퐁 쿨럭퐁 들락날락 걀걀’이라는 주문이라든가 ‘그거나 저거나’라는 마을 이름, 도깨비들마다 특성이 다른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다는 설정은 유쾌하면서도 독창적이다. 더욱 호감이 갔던 것은 그 참신함과 유쾌함을 넘어선 함의들이다. 10점이나 100점이나와 같은. 그런데 그 10점짜리 성적의 탐정은 이른바 ‘루저’가 아니라 도깨비들의 해결사이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는 청량제와도 같이 느껴질 만하지 않은가. - 김경연(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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