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소중하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까? 그림책 <우리는 학교에 가요>는 케냐, 캄보디아, 콜롬비아, 네팔 네 나라 아이들의 낯설고도 흥미로운 등굣길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꿈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환기시켜준다. 서울교육박물관에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인 황동진 작가가, 독특한 콜라주 작업에 작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별할 것 없이 매일 반복되는 학교 가는 길, 그러나 이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 줄지 그려본다면, 학교에 가는 일상은 이전과 다르게 다가올지 모른다. 오랜 시간의 공들인 결실이 드러나는 구성의 탁월함, 그림 하나하나에 깃든 아이들을 위한 마음, 그리고 호소력 있는 마지막 문장까지, 황동진 작가의 첫 책 <우리는 학교에 가요>의 출간은 작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의 기분 좋은 출발로 보인다.
(인터뷰 장소 : 서울교육박물관 / 사진.진행 및 정리 : 알라딘 이승혜 / 2012-04-20)

학예연구사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학예연구사란 직명이 한자어다보니까 잘 모르시는 분도 많은데, 보통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라고 하죠. 박물관에서는 학예연구사라고 하면,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유물들을 과학적으로 보존 처리도 하고, 그 다음에 기록도 하고, 그걸 가지고 전시나 교육 자료로 활용하면서 디스플레이까지 마무리하는 일을 합니다. 큰 박물관 같은 경우에 부서별로 담당 업무가 있고, 작은 박물관에서는 한사람이 이 모든 일을 다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학예연구사란 박물관을 움직이는 가장 중추적인 핵심 직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독도서관 안에 이렇게 서울교육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드나들면서도 전혀 몰랐었거든요. 홈페이지 소개를 보니 개관 년도가 1995년이더라구요. 지금 재직하고 계시는 서울교육박물관에 대해 소개 좀 부탁 드릴게요.
우리 서울교육박물관은 지난 1995년에 개관을 했어요. 주요 전시하고 있는 목적이나 방향은,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를 많은 분들께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고요. 교육박물관은 우리나라 교육이 오래된 전통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나 동기가 무엇인가,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그 후에 전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졌어요. 운영 주체는 서울시교육청이고, 정독도서관 부설 기관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어요. 현재는 한국 교육사를 바탕으로 끌고 가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기도 하고요. 우리 부모님 세대나 베이붐세대들이 추억이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옛날 교복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전시하는 쪽으로 많이 컨셉을 바꾼 상태이기도 하구요.

황동진 작가님께서는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려서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진 않았구요. 애초에는 제가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살면서 꿈이란 게 조금씩 바뀌어나가게 되잖아요? 이제 나이를 한살 한살 먹고 세월이 지나면서 꿈이 바뀌게 되는 거니까. 그전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대학교 때쯤 됐을 때 학예연구사란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다른 일을 하다가 이게 아니다 싶었던 거죠. 너무 힘들고 제 자신이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래서 이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시작하게 됐구요. 이제 이곳에서는 근무한지가 꽤 됐죠.
그럼 지금 하시는 일에는 만족을 하시고요?
만족하죠. 정말 만족하는데 이제 또 그림책이라는 다른 일을 벌이게 되니까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보니 직업하고 연관이 있었네요. 첫 번째 책의 소재를 학교 가는 길로 잡으신 게요. 학예연구사로 일하시는 바쁜 와중에 그림책 시작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미술 전공을 하셨다는 얘기도 앞에서 잠깐 들려주셨는데요.
욕심이 많아서 그렇죠(웃음). 그림책도 사실 대학교 때 처음 접하게 됐어요. 20년도 넘은 얘기죠. 한참 된 얘긴데, 처음엔 단순히 그림책 작가를 일러스트레이터로만 생각을 했어요. 그 어떤 구성이나 서사 같은 건 아주 쉽게 본 거죠. 너무 몰랐던 시절이라... 저는 어렸을 때 코끼리나 개구리, 그런 단순한 그림과 짧은 글이 들어간 책을 보고 자란 세대인데요. 대학교 때도 그림책의 서사에 대해 분석해보는 게 아니라 그냥 쑥쑥 넘겨 보는 거죠. 좀 쉬워보인다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이거 해서 밥 먹겠나 싶어가지고 일단은 접었다가, 학예연구사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까 옛날에 가지고 있었던 꿈을 이루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년 전에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 그림책을 잘 알려주는, 잘 배울 수 있는 아동문화컨텐츠 학과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이제 거기 입학을 해서 2년 반 동안 공부를 하면서 <우리는 학교에 가요>를 준비하게 된 거죠.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림책의 서사나 플롯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사실 이 작품 나올 때도 그림은 제일 뒤로 늦춰졌던 부분이에요. 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데 한 7, 8개월 정도 투자를 했고요. 그 다음에 그림은 한 5개월 정도 그리게 됐고요.
역시나 처음부터 구성에 그렇게 많은 공을 들이셨다는 게 이해가 가네요. 네 개의 에피소드가 나중에 하나로 물리는 구성이 쉽게 나온 것이 아니었네요. 구성도 그렇지만 문장에서도 재미있는 리듬이 느껴져서, 이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시네요(웃음). 저 혼자만 생각했는데, 알아주셨으면 했는데.
그림 페이지는 페이지 전체에 그림이 꽉 찬 것하고, 프레임이 들어간 그림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그렇죠. 처음에 제가 편집한 그림이 따로 있어요. 따로 있는데, 책으로 나온 건 출판이 진행되면서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된 것이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프레임을 갖고 있는 그림과 아닌 그림, 그것도 전체적으로 규칙이 있잖아요? 레이아웃을 잡으면서 한 건데, 그림 속에서 어떤 진행이 이루어지는 것과, 제가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풀로 하고요, 다 애착은 가지만 그래도 어떤 리듬을 주기 위해서 조금 줄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부분은 그렇게 하얀색으로 테두리를 줬습니다.
다른 페이지랑 앵글이 달라지는 페이지를 보면서는 이 자유로운 시선 전환에 감탄을 했습니다.
그림책은 보는 사람의 관점이나 보는 사람을 존중하면서 만드는 거지, 작가의 기분에 그려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정서적인 상황을 극대화할 때는 정면성을 유지하고 싶어서 이런 앵글을 유도하는 건데요. 그 정면성이라는 게 어떤 피사체건 배경이 됐든지 간에 보는 사람의 눈이 정 가운데 위치하게끔 해주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조감도 형식으로 볼 때도 정수리가 보이게 그리고요, 그 다음에 서 있는 방향을 볼 때는 배꼽 정도의 위치를 보게끔 정면성을 유지하는 것, 그럴 때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작업했습니다.
인물이나 사물, 풍경 경계선에 들어가는 테두리는 이 그림들을 잘라서 붙인 자국인 거지요?
콜라주 작업을 한 이유는, 그림이 약하니까 비주얼로 좀 어떤 특이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도 있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그림을 엄청 잘 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자르다 보니까 손가락이 거의 굳을 정도였는데, 한번에 되는 게 아니니까 실패하면 또 그리고 자르고 해야 해서...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인 이유는 그림책이라는 매체는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기반을 갖고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인데요. 콜라주 작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텍스트보다는 그림을 먼저 보잖아요. 보면서 제가 오려 놓은 라인을 따라 눈이 움직여요. 모니터링해보고 저도 느낀 건데요. 그러면서 그냥 단순히 잘 그린 그림보다 아이들이 정서적인 활동이 잘 일어나고요. 한번 볼 것도 두 번 보고 그런 면이 있죠. 원화 전시를 했었던 저 프린트물 같은 경우에는 종이책 보다는 훨씬 잘 표현이 되더라구요. 스캔을 받을 수 없는 작업물이라 하나하나 촬영으로 하느라고 편집팀에서 굉장히 힘드셨죠.

가위질하기 제일 힘들었던 그림, 실패를 많이 해서 재작업이 많이 들어간 장면도 있겠어요.
있죠. 특히, 네팔 이야기 부분인데요. 네팔에서 아이들이 힘들게 언덕을 오르는 장면. 사실 굉장히 크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지면에서는 디자인이나 규칙 때문에 많이 줄어들었어요. 많이. 실제로는 책에 인쇄된 그림의 두 배 정도 크기가 되죠. 이 장면에 아주 작은 사람까지도 다 오려붙이다 보니까 그많이 힘들었죠. 잡는 손은 큰데 그림은 작으니까. 사실 이 아이들 크기는 쌀알보다도 아요. 아이들하고 얘기를 해보면 '어, 아저씨 이거 어떻게 잘랐어요?' 하고 알아봐서 너무 고맙고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냥 보기 좋으라고 이렇게 작업하신 게 아닐까 단순하게 짐작을 해버렸었네요. 이 소재, 학교 가는 길이 그림책에 한 장면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이 등굣길을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만드셨다는 게 참 흥미롭고요. 저도 출근길에, 저는 회사에 가니까 다른 사람들의 등굣길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매일 같이 만나는 한 부자가 있어요. 아빠가 아들 유치원 등굣길 배웅을 해주는 모습을 매일 똑같은 시간에 봐요. 정류장에서 유치원 버스가 올 때까지 아빠가 같이 기다려주는 건데요. 매일 보는데도 질리지 않고 두 사람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작가님이 등굣길에 대해서 이렇게 각별하게 관심을 가지신 까닭도 어떤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네, 맞아요. 작품을 해야 하니까 아이디어나 소재를 찾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캐치를 하게 된 거지만, 작품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그 안에는 제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경험이나 알던 사람들이 다 녹아들어 있는 거죠. 처음 동기가 됐던 건 제 아이인데요.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학생인데, 그런데도 보면 아침에 차에 탈 때까지, 제가 데려다주려고 할 때요, 탈 때까지 무슨 특공대가 어디 출동 나가는 것처럼 늘 바쁘더라구요. 그 과정을 보면서 저는 이렇게 또 운전기사처럼 대기를 딱 하고 있다가, 아이가 타면, 쳐다볼 시간도 없이 출발을 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이걸 이야기로 한번 풀어보면 어떨까, 거기서부터 시작이 돼서 일본, 중국... 여러 나라의 등굣길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찾다 보니까 처음에는 한 열 개의 나라 정도가 재밌는 에피소드가 모이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진행을 하면서 계속 가지치기를 한 거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책에 실린 네 나라가 나오게 됐고요.
네 나라를 구성하는 내용 중에는 사실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좀 도시락을 잘 못 싸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 다음에 중학교 때쯤 되면요, 신문 돌리고 뭐 가사 노동을 하느라고 숙제 못 해오는 애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 그나마 행복하게 사니까 배 안 곯고 요새 흔히 말하는 알바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 친구들이 조금 이해도 안 됐고요. 제 입장이 아니었으니까. 어렸을 때는 심하게 무시까지 했었어요. '쟤는 왜 숙제도 안 해오나... 쟤는 왜 미술 시간인데 크레파스도 안 갖고 오나... 너무 한심하다...' 그런데 커서 제가 부모가 돼서 그런 것들을 느끼니까 너무 가슴이 아픈 거고, 어렸을 때 제 생각이 너무 창피하고 나쁜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그런 친구들의 모습도 사실 조금씩 보여주려고 애를 썼고요. 케냐의 이삭 같은 아이가 그런 경우죠. 집안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되는, 그렇게 힘들게 사는 친구들이 지금도 동시대에도 끊임없이 생겨나잖아요. 우리나라라고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만약에 그런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이 책을 본다면 좀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콜롬비아 편 같은 경우에서는 누나가 동생을 챙기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저희 누님들이 본인들은 실내화를 못 사고 덧버선 신고 들어가는데, 부모님이 준 돈으로 저한테 이제 실내화를, 막내라고 또 귀엽게 컸다고 하얗고 반짝반짝한 걸 사주셨거든요. 저는 뭐 그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실제로 손잡고 질질 끌려가듯이, 막내니까 어리광이 있어서 학교 가기 싫어하잖아요. 그랬던 기억도 있고. 그런 것들이 좀 녹아 있구요. 네팔 편 같은 부분을 보면 책 안에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는 친구들이 몇몇 있어요. 함께 학교에 가고, 또 그 과정에서 기다려줄 수 있는 친구들. 어렸을 때는 의미를 모르지만 커서 보니까 그런 친구들이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 아닌가. 혼자만 가지 말고 좀 같이 가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책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우리는 학교에 가요> 작업을 위해 조사하셨던 다른 나라의 특이한 등굣길 풍경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 잠깐 언급하셨던 중국 아이들의 등굣길도 궁금해지는데요.
중국은 제가 조사할 때만 해도 그냥 저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다 그렇지만요. 최근에 어떤 포털 사이트에 동영상도 떴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등굣길' 해서 케이블 안에 들어가서 위험하게 학교에 가는 모습이 있었죠. 중국은 정말 너무 넓다보니까 여러 나라의 환경이 다 섞여 있어요. 그 중에서도 옛날에 차마고도 같은 그런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굉장히 높은 산악지대에 있어서 사다리를 위에서 선생님이 잡아주고 손을 끌어줘야지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제가 흥미를 느꼈던 곳은 일본의 눈 많이 오는 지역인데요. 선진국이라 실제로 많은 고난을 겪는 학생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양 옆에 눈이 어른들 키보다도 높게 쌓여 있는 길을 아이들이 걸어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등굣길 풍경을 <우리는 학교에 가요>의 한 꼭지로 넣어보신다고 가정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세요? 등굣길이 아주 짧은 사람도 있고, 긴 사람도 있는데. 정독도서관 올라오는 길에 또 학교가 많잖아요. 참 예쁜 길인데, 매일 출근하시면서 보는 길이니까 이 골목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실 것 같기도 하고요.
많이 떠오르는데요. 굉장히 가슴 아픈 게, 우리나라 학생들 등굣길 뒷모습을 보면 너무 슬퍼요. 처음에는 우리나라 학생들 등굣길고 하나 넣으려고 했었어요. 보통 일반적인 가정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되면 어머니들이 깨우는 데 너무 힘이 들잖아요. 그런 장면들부터해서 뭔가 꿈과 희망을 주면 좋겠는데, 싸우는 장면만 생각나고 아이들 이렇게 뒷모습이 늘어진 장면만 떠오르더라구요. 실제로 초등학교 1, 2학년만 되어도, 제가 아침이 많이 봤는데 많이 쳐져 있어요. 책에 묘사한 나라들은 훨씬 더 쳐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교육을 통해서 자기의 인생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옷을 입고 찢어진 가방을 들어도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학교에 간단 말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더 잘 사는 우리나라는 아이들은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가기 싫은 데엘 가는 것처럼 학교에 가는 모습이죠. 아닌 학생도 있지만요. 그런 것들이 가슴 아프고요.
대학에서는 회화를 전공하셨나요?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는데, 거기서 조금 조금씩 골고루 다 배웠어요. 저랑 가장 친하고 잘 아는 분들 얘기가, 대학 시절하고 이번 책하고 그림이 너무 바뀌었대요. 옛날에는 잘 그리긴 했지만, 그게 뭐 기교적인 거였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동 심리나 그런 걸 다 배우고 표현하려고 애를 쓰니까, 그림의 이야깃거리나 느낌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얘기를 많이 들어요. 공부한 보람을 정말 많이 느끼죠.
말씀해주신 걸 듣고 나니까 숙명여대 대학원 아동문화컨텐츠 학과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지는데요. 그림책 작가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곳에서 배우신 과정, 커리큘럼에 대해서 짧게 소개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숙명여대 아동문화컨텐츠학과는 일단 다른 데서 교육 받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면요. 그림이나 시각적인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게 아이들한테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걸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물론 제가 그 강의를 구성한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배운 것으로 느끼기에는 그렇다라는 것이고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작가의 의도나 얼마나 많이 팔릴 수 있는지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책이냐는 거죠. 0.5%밖에 안 되는 소수 집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정말로 아이들을 위하는 작가들이 있어야되지 않나, 그런 아주 좋은 컨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학과가 생겨났고요. 실제 교육도 그렇게 받고, 그러면서 하여간 제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여러 출판사에 갖고 다니면서 들은 공통적인 얘기가, 어디서 공부했냐 그리고 이 글의 구성이 너무 단단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국내에서 그림책을 공부할 수 있는 유명한 곳도 여럿 있는데, 그곳 비해서 이 아동문화컨텐츠 학과만의 강점이라면 정말 본질을 알고 나서 아이들을 위한 아주 좋은 음식을 만드는 그런 음식점 같은 곳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세상에 나온 첫 번째 책, 처음 손에 쥐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많이 행복했죠. 행복했고,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컸어요. 책이 많이 팔린다던지, 제가 유명해지는 게 목적이 아니었어요. 너무 많은 매체들이 책을 만들 때 제목이나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려고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언뜻 볼 땐 누추해보일 수 있고 매가리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고, 나왔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행복했죠.
기억나는 독자 분들 반응으로는 어떤 것이 있으세요?
초등학생들은 저희가 행복한 거군요! 하는 굉장히 어른스러운 말도 들었었어요. 그런데 사실 그걸 꼭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닌데, 다분히 교육적인 대답을 했더라구요. 정말로 기분 좋았던 대답은, 진짜요? 아저씨가 진짜로 이거 했어요? 그거죠(웃음). 짧지만 많은 얘기, 좋아요. 아이들이 또 너무 체계적으로 얘기하면 거짓말이잖아요. 그 표현이 제일 좋았고, 어른들한테 들은 얘기는 제일 좋은 게 그거죠. 서평을 써주신 분이였는데, 본인이 파주에 살면서 지나가는 탱크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가셨던 적이 있대요.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자기 어렸을 때 그 학교가는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우리 학교의 의미, 학원 폭력이니 그런 게 많으니까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어른으로서 가슴 뭉클했다. 특히 뒷장면을 보고 거의 다 뭉클했다고 하시니까, 감동을 줬다면 성공한 거 아닌가요? 그게 제일 기분 좋죠(웃음).
이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 작가님이 가지신 꿈 하나를 이룬 과정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첫 번째 작품에서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고요. 마지막 문장을 보고 뭉클했거든요. 크게는 아이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을 빌려 해주셨다고 보고, 이 꿈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까닭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아, 예 맞아요. 사실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틀이나 정말 제가 말하고 싶은 얘기는 '일상의 소중함'이에요. 그러니까 어려서 대통령도 되고 싶고, 요즘은 연예인도 되고 싶고 그런 여러 가지 꿈이 있는데 꿈은 꼭 가져야죠. 잊어버리는 게 나쁜 거죠. 그런데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은 뭐 로또를 산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천지가 개벽해서 지위가 바뀌길 바라는 그게 꿈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냥 다 존경할 수 있는 존재로 자라나는 그게 좋은 꿈이고 그게 꿈의 올바른 형태잖아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하루하루 모여야지만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 등산을 하다 보면 왜 처음에는 우리가 급한 경사라고 못 느끼지만 다 올라와서 보면 굉장히 높이 올라와 있잖아요. 자기가 높이 올라간다는 걸 인지하고 올라간다면 겁나서 못 올라갈 것 같아요. 그 한발 한발,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이닦고 세수하고 밥먹고 또 어딘가로 공부하러 간다든지 일하러 간다든지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꿈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거.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제발 그 결과만 보고 가지 말고, 과정이 제일 중요한 거고 과정을 이루기 위해선 하찮은 일부터 하나하나 이렇게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죠.

그렇다면 어렸을 때, 대학시절보다 더 어렸을 때 작가님께서 갖고 계셨던 꿈 중에서 혹시 지금 이루셨거나 아직은 아니지만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게 있다면 여쭤봐도 될까요?
아주 어렸을 때는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었던 꿈인데요. 중간 중간, 사람이란 게 조금 더 좋아보이는 것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그럴 땐 잠깐 샛길로 빠졌다가, 다시 메인도로로 들어왔다가... 삶이란 걸 긴 여행이라고도 표현하잖아요. 근데 그 여행이란 게 요즘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물리적으로 빨리 도착을 해서 많은 걸 퍽퍽퍽퍽 점 찍듯이 돌아다니면서 증명사진처럼 탁탁탁탁 찍고, 맛집도 가보고 그러면 뿌듯한 게 있고. 또 길을 잘못 들어서 샛길로 가서 어떤 구멍가게에서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서 사는 얘기 듣고 그 마을에서 나온 나물 하나 무쳐 준 거 얻어 먹고 시간이 돼서 가야될 때 못 오고 또 다시 오고 이런 여행도 있고요. 둘 중에 어떤 게 낫다 소중하다 옳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제 생각은 꿈이란 건 그 큰 줄기만 있으면 약간 빠졌다가 다시 와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직도 정말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게 제 꿈이지만, 현실이 있고 일상이 있어서 포기 안하고 계속 가면 언젠가는 될 거라고 계속 생각하고요. 그래서 지금의 제 일상 역시 꿈을 계속해서 이루어가는 과정이고,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학교에 가요>를 통해서 꿈을 향해 가는 의미 있는 출발을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직 자기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모른다기보다는 꿈이란 게 아직 생기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텐데, 사실 그 꿈을 가져라라는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꿈을 가져라' 이 한 마디로 끝나면 너무 불친절하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자기 꿈,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이런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굳이 애써 찾으려 하지 말고, 각자가 꿈이 나타나길 천천히 기다려보면 될까요?
그 기다리는 방법이 문제인데요. 아까 제가 말씀드린대로 그러니까 오늘만, 아니면 잠깐, 그 다음에 요거 하나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거죠. 절대 그러면 안 되고, 당장 꿈이 뭔지 모르더라도 어떤 지표가, 도표가 대각선으로 막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꿈이 뭔지 모르더라도 앞으로 찾아올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는 모호할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뚜렷하기도 참 어려운 그런 시기죠. 어린 나이라면. 그런 아이들일수록 특히 부모님들이 그날그날 해야할 일들, 그리고 꼭 그 자리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밥을 먹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야 되고. 그게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면, 제 경우에도 그렇고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한 2~3학년, 3~4학년 정도 되다 보니까 거의 뭘 시켜서 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어려서 그런 것들을 잘 잡아주면, 그런 습관들이 잘 잡히면 아이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커져서 실제 어린 아이들은 못 하는 게 없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제도나 그런 게 잘못 돼서 어른들이 잘 할 수 있는 아이들 손다리를 다 묶고 키우는 거거든요. 많이 가르친다고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교육을 시키다보면 능력이 개발이 될 거고요. 체조선수가 꿈이었다가, 화가가 꿈이었다가 꿈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그 과정들 인생들이라는 게 아름다운 거고, 하여간 잘 살기 위해서는 꿈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매일 꿈을 가지고 학교에 가는, 원래는 우리나라로 한정해서 여쭤보려고 하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볼 초등학생 아이들한테 응원 한마디 해주신다면요?(웃음)
응원이요? 응원까지...(웃음) 지구가 생겨나고 사람들이 지구에 출현한 이후로, 모든 활동은 교육적이지 않은 게 없었고, 학교가 없던 시절에도 뭐 사냥을 하는 법을 배운다든지, 낚시를 하는 법을 배운다든지, 비형식적인 교육도 있었잖아요. 그렇듯이 학교라는 건물, 이 체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에서 가장 좋은 제도 중의 하나인데요. 비록 요즘 어른 학생들에게도 할 게 너무 많고 학원도 너무 많고, 그래서 학교 가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나이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학교 가는 걸 많이 싫어하진 않고, 중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들이 친구 만나는 즐거운 마음에 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 쭉 잃지 않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고 또 성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