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송언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커졌다!>의 추천글입니다. 


키 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서현이 글을 쓰고 그림까지 곁들인 그림책 <커졌다!>는 아주 평범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작아요.' 물론 키가 작다는 뜻인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명치끝이 콕 찌르듯 아파왔다. '나는 작아요.'라는 문장 속에 아들 녀석의 우중충한 목소리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아들 녀석은 키가 작은 편이다. 그렇지만 나보다는 분명히 크다. 아들 녀석은 사춘기 때부터 키가 작다는 한탄을 입술 끝에 주야장천 매달고 살았다. 게다가 다음과 같은 언사를 덧붙여서 사태를 더욱 절망적으로 떡칠하곤 했다.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은 얼마든지 올릴 수 있지만, 키 작은 건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되지 않는다."


이 정도에서 그쳤으면 그냥저냥 참고 넘어가겠는데, 제 에미에게 이렇게 따져 물어서, 기어코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었으니, 어찌 내 마음이 편하기만 했겠는가. "왜 아빠 같이 키 작은 남자랑 결혼했어? 남자가 그렇게도 없었어?"


즉 애비의 DNA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인데, 나는 정말 억울하다. 치사한 녀석. 아내는 나보다 훨씬 키가 작다. 그런데도 단 한 번 내게 이렇게 따져 물은 적이 없다. "왜 엄마 같이 키 작은 여자랑 결혼했어요?"  


서현의 그림책 <커졌다!>를 보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키가 실제로 커진다. 하지만 문학적 텍스트 속에서는 결코 키가 커진 게 아니다. 그 대신 상상의 힘이 커졌다. 상상력의 증폭, 이것이 이 그림책의 핵심 요소이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도 이것이다. 상상의 힘이야말로 어린이문학이 갖추어야 할 가장 미더운 요소가 아니던가. 그러니까 이 그림책은 지극히 문학적이다.


키가 작은 건 현실적인 문제다. 현실적인 문제라고 해서 현실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면 현실 속에 매몰될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교훈적 메시지를 혹처럼 달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서사는 다르다. 현실적인 문제를, 상상력의 거울에 굴절시켜, 문학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리하여 문학이 현실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다. 이건 결코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질적인 변화를 통해 근사하게 문학적 성취를 획득했다.


책 속에서 키 작은 아이는 키를 크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우유를 닥치는 대로 마시기, 손과 발을 사정없이 잡아당겨 늘이기, 발목에 돌멩이를 매단 채 철봉에 매달리기,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몸뚱이 늘어뜨리기 따위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키가 팍팍 커질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돌파구가 바로 책에서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고 스스로 상상의 나무가 되는 것인데, 이 부분이 현실에서 상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이다. 키 작은 아이는 나무가 되어 비를 맞고 키가 자란다. 하늘 위로 구름을 뚫고 쑥쑥 자란다. 구름 위에서 예수와 부처가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은 상상력의 압권이다. 이때부터 즐거운 상상의 세계가 화들짝 펼쳐진다. 키 작은 아이는 한없이 커져서 우주 속으로 쭉쭉 뻗어나간다. 즉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경험하는 것이다.


키가 커진 아이는 키가 다시 작아져서 현실로 돌아온다. 키가 다시 작아지는 건 그다지 중요한 장치는 아니다. 키가 작아져야 그림책이 끝날 테니까.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참으로 인간적이다. '배고파요.'


그리고 아이는 돌아온 현실에서 키가 한 뼘 자란다. 이 아이의 키가 한 뼘 자란 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상상의 힘 때문이었다.


아들 녀석 책상 위에 이 그림책 <커졌다!>를 휙 던져놓아야겠다. 이 그림책을 읽어보고도 아들 녀석이 툴툴거리면 이렇게 한 방 먹여줘야겠다.


"키가 작은 건 용서받을 수 있어도 꿈이 작은 건 용서받을 수 없다. 그리고 키를 키우는 건 너의 상상력이다." - 송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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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7-0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송언선생님 멋져요!
특히 마지막 멘트요~~~~ 저도 빌려 써도 될까요?^^
이 책,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먼저 읽은 아이들이 다른 친구에게 재밌다고 막 추천합니다!!

수퍼남매맘 2012-07-0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딸 아이에게 하는 멘트 그대로 송언 작가님 아들이 하셨네요. 읽으면서 ' 완전 똑같다' 생각했어요.
저도 순오기님처럼 마지막 말에 완전 감동 받고, 전기가 지리리 옵니다.저도 울 딸 아이 책상에 슬쩍 올려 놔야겠네요.
 

지호출판사 대표 장인용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맛있는 짜장면의 역사>의 추천글입니다. 


작은 것에 숨어 있는 신기한 역사

세상에는 신기한 역사들이 많이도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연필이나 만년필, 볼펜과 같은 사소한 것들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재료와 기술에는 색다른 깊은 뜻이 있습니다. 우리나 날마다 먹는 밥과 그릇, 그리고 수저에도 재미난 역사들이 숨어 있습니다. 고려 시대의 숟가락을 보게 되면, '저런 숟가락으로 어떻게 밥을 먹었지?' 하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기에 친숙해서 '숟가락은 원래 그런 모양이었어.' 하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이런 일상의 신비함을 지금 우리들이 먹고 있는 음식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치, 된장찌개, 비빔밥과 같은 흔한 음식들도 나름대로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하면 중국 음식점에서 팔고 있으니까 중국 음식이려니 여길 것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중국 음식에 그 뿌리가 닿아 있으니 중국 음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식대로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었으니, 절반은 우리 음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런 짜장면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는지, 짜장면을 먹을 때에는 왜 노란 무나 양파를 함께 먹게 되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맛있는 짜장면은 어디서 파는지, 아니면 짜장면을 사먹을 돈이 내 호주머니에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겠지요.


이 책은 짜장면에 대해서 아주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합니다. 짜장면을 만든 화교들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살게 되었나부터 시작해서 중국의 찌장면괴 한국의 짜장면은 어떻게 다른지, 엄마 아빠 때 짜장면은 어떤 의미였는지, 짜장면 배달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말입니다. 또한 짜장면과 짬뽕이 우리나라에서 중국집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게 되는 배경, 짜장면에 얽힌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짜장면 등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재미있게 늘어놓습니다. 뿐만 아니라 짜장면 집에서 궂은일을 하다 지금은 아주 큰 중국 음식점을 하게 된 할아버지 이야기도 나오고, 번개처럼 짜장면을 배달해서 이름난 아저씨도 등장하고, 짜장 라면이 나오게 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짜장면에 관한 종합 박물관인 셈이지요.


옛날의 역사는 주로 큰일들만 다루었습니다. 나라가 서거나 멸망하면서 왕들이 바뀌고, 전쟁을 치루는 커다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역사는 큰 흐름을 아는 데에는 쓸모가 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가를 아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역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나 생활상을 연구하는 분야가 생겼습니다. 작게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이런 역사를 '미시사'라고 합니다. 이 책도 흔한 짜장면을 통해서 우리 생활을 되돌아본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가가면 옛날이 더 정겹게 보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빠와 엄마가 어렸을 때에는 어떻게 살았는지를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짜장면과 함께 100년의 시간이 녹아 있는 역사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우리 주위에는 짜장면처럼 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많이 알 수 있는 소재들이 널려 있습니다. 역사는 왕이나 대통령이나 장군들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 그렇다면 짜장면을 통해서 1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생각이 저절로 나지 않나요? '그런데 짜장면에 대한 지식이 늘면 무슨 좋은 일이 있나요?' 하고 묻고 있는 분이 있나요? 그러면 무엇보다도 짜장면이 맛있어지고 즐거워진답니다. 그리고 맛있는 짜장면과 그렇지 않은 짜장면을 구별할 수 있지요. 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는 것이랍니다. - 장인용(지호출판사 대표, <식전 ‒ 팬더곰의 밥상견문록> 지음, <그림으로 읽는 중국 신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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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교육연구소 소장 강승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시간을 만드는 방법>의 추천글입니다. 


펠릭스는 우리 모두와 닮았다. 내 시간이 제일 소중하며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펠릭스에게나 우리 모두에게 쓸데없는 일이다. 펠릭스는, 또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다!'


펠릭스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이모 집에 가야 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이모는 이상하게 생겼고,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꼭 마녀 같다. 그래서 싫다. 사실 이모가 이상해서 싫은 것인지, 싫으니까 모든 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펠릭스가 이모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정말 싫다는 것이다!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이모를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펠릭스는 머리를 굴려 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친구 피터, 안경점 아저씨의 조언도 구해 본다. 하지만 진짜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이번엔 이모 집에 있는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방법을 쓰기로 한다. 사실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방법도 없다. 대신 이모 몰래 시계를 한 시간쯤 빨리 돌려 버릴 수는 있다. 그러면 이모는 "벌써 시간이 이만큼 갔네."라고 말하며 펠릭스를 집으로 돌려보낼지 모른다.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이모의 시선을 끌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안경점 아저씨의 고양이가 이 일을 해 줄지 모른다. 이모가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이모 집에 있는 딱 하나뿐인 괘종시계를 돌려 놔야지.


하지만 고양이는 끝내 데리고 가지 못했고, 이모는 집에 없는 것 같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약속을 하고 집을 비울 이모가 아니다. 순간 펠릭스는 불길한 느낌에 몰래 들어간다. 그런데 세상에! 이모가 괘종시계 아래 깔려 나자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펠릭스는 용감히, 그리고 멋있게 이모를 구한다. 그리고 시계를 다시 제 시간에 맞춰 놓는다.


그 순간 시계가 3시를 알린다. 여지껏 들어본 적 없는 아주 좋은 소리다. 맑은 파도 소리 같다. 이모는 이 소리가 또 날지 궁금했다. 그건 펠릭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시 소리를 들으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려 볼까? 그러면 무얼 하면서 기다리지? 펠릭스는 무얼 하고 싶냐는 이모의 물음에 얼떨결에 "농구"라고 답한다. 둘은 진짜로 지하실로 내려가 농구를 한다.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고, 그러는 사이 시계가 네 번 울렸다. 아까처럼 맑고 경쾌한 소리다. 펠릭스는 시간을 만드는 대신 시계를 고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집에 가도 될 시간이지만 조금 더 머물렀다. 그냥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모 집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둘은 과일도 깎아 먹고 레모네이드도 마시고 카드 게임도 하고 엄마와 이모가 찍은 오래된 사진도 보았다.


이모가 먼저 집으로 갈 시간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으면 펠릭스는 밤을 샜을지도 모른다. 펠릭스는 문 앞에서 생일 카드를 내민다. 감격해하는 이모와 미안해지는 펠릭스. 힘들면 내년부터는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 시간이 '있다면' 또 놀라 오라는 이모의 말에 펠릭스는 끝도 없이 펼쳐진 시간의 바다를 본다.


펠릭스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그 방법을 안다. 시간을 '잊어버리는' 것.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을 잊고 마음속에 진짜 나만의 내면 시계를 켜 놓기만 하면 된다. 시간을 만드는 건 이렇게나 간단한 것이었다! 바깥에서 매 시간마다 울리는 괘종시계의 소리는 단지 경쾌한 소리 중 하나일 뿐이다.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가? 시간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쓰면 쓸수록 더 많이 만들어진다. 이 두 가지만 깨닫는다면 시간은 내가 원하는 만큼 만들어진다. 강물이 넘치듯 철철 흘러넘친다.


<모모>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들기를 권한다. <모모>가 시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물했다면, 이 책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그것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드러나는 일상의 찰나적 신비를 우리에게 살짝 보여 준다. - 강승임(이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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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책 편집자 강미연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멍청한 편지가!>의 추천글입니다.


난생처음 받은 연애편지가 사실은 잘못 온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11살 소년의 이야기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별안간 가슴이 찌릿했다가 열이 나다가 짜증이 나고, 그러다가 또 울고 싶어지는 알 수 없는 기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날아든 느낌이 낯설어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동주의 마음이 생생하게 다가와 읽는 내내 '엄마 미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별안간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더니, 궁금해졌다.


우리에게 '처음'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처음을 두 번째, 세 번째보다 오래 기억하고 곱씹는다. 그리고 그 '처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의 삶을 수정하며 살아간다. 때문에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요정의 시간'이라 할지라도, 처음의 기억은 소중한 것이다. <멍청한 편지가!>는 아이들이 '난생처음' 낯선 세계와 조우하는 순간을 포착한 동화이다. 난생처음 생리를 경험하고, 변성기를 겪고, 사랑에 빠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주인공 동주가 사랑에 빠진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은 그대로이지만, 동주의 눈에는 분명 이전의 세계와는 다른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성장'이고, 경험의 결실이니까.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다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자연스레 헐랭이 동주와 콩새 영서의 다음 사랑이 궁금해졌다. 나이가 두 자리 숫자가 되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삶에 깜짝 놀랄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 아이들에게, 그래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법의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 강미연(어린이청소년책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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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편집자 김성은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마법의 가면>의 추천글입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도와주는 그림책, <마법의 가면>

<마법의 가면>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한 그림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학교 가는 길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가면을 줍게 됩니다. 가면을 쓰면 어떤 동물로도 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법의 가면'이지요. 주인공은 가면을 쓰고는 웃기게 생긴 명주원숭이, 커다란 곰, 무시무시한 늑대, 그리고 떠돌이 개를 거쳐 결국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어쩌면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 혹은 다면성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그래 그랬지. 내 안에도 누군가를 즐겁게 해 주고 싶은 욕구, 으쓱대는 마음, 때론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란 감정도 존재했었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읽다 보니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화가 났고, 분노로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니 주변엔 아무도 남질 않게 됩니다. 결국 엄마 아빠도 날 몰라보지요. 아,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슬픔에 떠돌이 개가 되어 방황하던 주인공을 누나가 꼭 안고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까지 읽으니 아, 이 그림책은 누구나 하나쯤 품고 있는 '상처'와 그것의 '치유'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덮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주인공은 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가면을 주었을까요? 어쩌면 간절히 나를, 내 마음을 표현할 통로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얘들아, 나 이유 없이 화가 나, 내 마음 좀 봐 줘, 나 외로워, 하고 말입니다.


결국 이 그림책은 마음의 문제를 말하고 있네요. 마음에 쌓이는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지나갔을 때, 언젠가는 그 화가 나를 향한 화살이 되어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내 마음 깊은 곳을 잘 들여다본 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화든, 분노든 적절히 표현하고 풀어내야만 좋은 관계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아, 마음의 문제는 이 나이가 되어도 늘 어렵기만 합니다. 이 책이 진짜 내 마음에 닿는 여러 가지 길을 보여줄 것만 같습니다. - 김성은(어린이책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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