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교육연구소 소장 강승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시간을 만드는 방법>의 추천글입니다.
펠릭스는 우리 모두와 닮았다. 내 시간이 제일 소중하며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펠릭스에게나 우리 모두에게 쓸데없는 일이다. 펠릭스는, 또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다!'
펠릭스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이모 집에 가야 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이모는 이상하게 생겼고,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꼭 마녀 같다. 그래서 싫다. 사실 이모가 이상해서 싫은 것인지, 싫으니까 모든 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펠릭스가 이모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정말 싫다는 것이다!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이모를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펠릭스는 머리를 굴려 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친구 피터, 안경점 아저씨의 조언도 구해 본다. 하지만 진짜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이번엔 이모 집에 있는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방법을 쓰기로 한다. 사실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방법도 없다. 대신 이모 몰래 시계를 한 시간쯤 빨리 돌려 버릴 수는 있다. 그러면 이모는 "벌써 시간이 이만큼 갔네."라고 말하며 펠릭스를 집으로 돌려보낼지 모른다.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이모의 시선을 끌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안경점 아저씨의 고양이가 이 일을 해 줄지 모른다. 이모가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이모 집에 있는 딱 하나뿐인 괘종시계를 돌려 놔야지.
하지만 고양이는 끝내 데리고 가지 못했고, 이모는 집에 없는 것 같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약속을 하고 집을 비울 이모가 아니다. 순간 펠릭스는 불길한 느낌에 몰래 들어간다. 그런데 세상에! 이모가 괘종시계 아래 깔려 나자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펠릭스는 용감히, 그리고 멋있게 이모를 구한다. 그리고 시계를 다시 제 시간에 맞춰 놓는다.
그 순간 시계가 3시를 알린다. 여지껏 들어본 적 없는 아주 좋은 소리다. 맑은 파도 소리 같다. 이모는 이 소리가 또 날지 궁금했다. 그건 펠릭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시 소리를 들으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려 볼까? 그러면 무얼 하면서 기다리지? 펠릭스는 무얼 하고 싶냐는 이모의 물음에 얼떨결에 "농구"라고 답한다. 둘은 진짜로 지하실로 내려가 농구를 한다.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고, 그러는 사이 시계가 네 번 울렸다. 아까처럼 맑고 경쾌한 소리다. 펠릭스는 시간을 만드는 대신 시계를 고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집에 가도 될 시간이지만 조금 더 머물렀다. 그냥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모 집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둘은 과일도 깎아 먹고 레모네이드도 마시고 카드 게임도 하고 엄마와 이모가 찍은 오래된 사진도 보았다.
이모가 먼저 집으로 갈 시간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으면 펠릭스는 밤을 샜을지도 모른다. 펠릭스는 문 앞에서 생일 카드를 내민다. 감격해하는 이모와 미안해지는 펠릭스. 힘들면 내년부터는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 시간이 '있다면' 또 놀라 오라는 이모의 말에 펠릭스는 끝도 없이 펼쳐진 시간의 바다를 본다.
펠릭스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그 방법을 안다. 시간을 '잊어버리는' 것.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을 잊고 마음속에 진짜 나만의 내면 시계를 켜 놓기만 하면 된다. 시간을 만드는 건 이렇게나 간단한 것이었다! 바깥에서 매 시간마다 울리는 괘종시계의 소리는 단지 경쾌한 소리 중 하나일 뿐이다.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가? 시간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쓰면 쓸수록 더 많이 만들어진다. 이 두 가지만 깨닫는다면 시간은 내가 원하는 만큼 만들어진다. 강물이 넘치듯 철철 흘러넘친다.
<모모>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들기를 권한다. <모모>가 시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물했다면, 이 책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그것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드러나는 일상의 찰나적 신비를 우리에게 살짝 보여 준다. - 강승임(이을교육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