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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4  <사라, 버스를 타다> 깊이 읽기

 

윌리엄 밀러 글 / 존 워드 그림 / 박찬석 옮김

 

사라는 1950년대 미국 남부에 사는 초등학생입니다. 버스에 타면 늘 뒷자리에 앉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는 늘 그래 왔기 때문에 그래야 한답니다. 앞자리에 있는 아이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그 아이의 엄마도, 사라의 엄마도 서로 놀지 못하게 합니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그 아이는 버스 앞자리에 앉고 사라는 뒷자리에만 앉아야 할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아이는 백인이고 사라는 흑인이라는 것뿐입니다.


어느 날, 엄마가 먼저 버스에서 내린 다음 사라는 버스 앞자리로 가봅니다. 그 자리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알아보려고요. 사라는 별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버스 운전사가 사라에게 뒷자리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라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앉고 싶은 자리에 앉지 못할 까닭이 사라에게는 없으니까요.


버스 운전사는 급기야 사라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사라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라 혼자만 학교까지 걸어가야 할 이유가 없었지요. 결국 경찰이 와서 사라를 데려갑니다. 사라가 법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사라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일까요.


사라의 이야기는 곧 신문에 실리고 많은 흑인들과 몇몇 백인들이 옳지 않은 법에 저항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다닙니다. 버스 회사 사장과 시장은 사람들의 이러한 저항에 당황해하고, 결국 잘못된 법은 고쳐지게 됩니다. 사라는 그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린 소녀의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 옳지 않은 법을 없애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합니다. 법 앞에서 평등하며,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과 권위에 의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장소가 어디이건, 시대가 어디이건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진리입니다. 사라는 어린 소녀지만 그런 진리를 알고 있었고, 자신이 아는 바를 실천한 것이지요.

 

<사라, 버스를 타다>는 실제 있었던 일인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1955년 12월 어느 날 저녁, 미국의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서 로사 팍스라는 흑인 여성이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에는 빈 자리가 있어서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버스 안이 사람으로 붐비면서 백인 승객이 로사 팍스의 자리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백인 승객과 운전사는 로사 팍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강요를 했습니다.


당시 '짐 크로우'라고 불리는 흑인 차별법에 따라 미국에 사는 흑인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습니다. 특히 미국 남부의 거의 모든 주에서는 공공건물부터 화장실, 음식점, 병원, 도서관, 심지어 교회에 이르기까지 흑인은 백인과 다른 출입구를 사용해야 하거나 들어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버스에서도 흑인과 백인의 자리는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몽고메리 시의 경우, 백인의 자리는 버스 앞쪽, 흑인의 자리는 버스 뒤쪽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버스의 중간 자리는 백인 승객이 없을 경우 흑인들이 앉을 수도 있기는 했지만 백인 승객이 요구할 경우에 흑인들은 뒤쪽 자리로 옮겨 가야만 했습니다.


로사 팍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강요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체포되기에 이릅니다. 이때부터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이 시작되었고,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이 승차 거부 운동은 일 년 남짓 계속되었고 결국 버스에서의 흑백 차별은 폐지됩니다.


글쓴이 윌리엄 밀러는 이 책 <사라, 버스를 타다>를 통하여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불씨가 된 이 사건의 핵심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물의 눈빛과 동작을 힘차고 선명하게 그린 존 워드의 사실적인 유화 그림은, 인물의 감정과 의지를 독자에게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표지 그림인 버스 앞에 서 있는 사라의 몸짓과 눈빛에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쳐흐르지요.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의 주인공인 로사 팍스는 이 책의 서문에서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켜 나가야 할 때가 인생에서 한 번은 꼭 온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지켜야 할 믿음 앞에서 용기를 굽히지 않은 사라의 모습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그런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옳은 길을 택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어린이였다면 읽고 싶었을
바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이 제 작품을 열심히 읽어 준다면
그보다 더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이 또 없겠지요.
어린이들만큼 성실하고 안목 있는 독자는 없으니까요." - 윌리엄 밀러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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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아 2014-09-20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라,버스를타다 재미잇어용~~~^^

1235456 2014-12-0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재밌어용!

정to the 범 to the 2017-11-2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귯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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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3 <세 개의 황금 열쇠> 깊이 읽기

 

피터 시스 글․그림 / 송순섭 옮김

 

이 그림책을 쓰고 그린 피터 시스는 체코(옛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이면서, 1980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금곰상을 받은 영화감독이기도 합니다. 1982년에 그는, 2년 뒤 열릴 LA올림픽에 관한 필름을 제작하기 위해 미국으로 파견되는데, 얼마 뒤 체코슬로바키아를 비롯한 모든 동유럽 국가들이 올림픽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필름 프로젝트는 그만 무산이 되고 맙니다. 이때 그 또한 귀국 명령을 받았지만, 돌아가지 않고 망명을 택하여 미국에 머물게 되지요. 그 뒤 7년이 지난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전체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야 그는 고향 프라하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그 세월 동안 느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사이 미국에서 태어난 딸 매들린에게 자기 조국의 문화와 고향의 모습을 전해주고픈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으로, 애틋함 속에 거장의 풍모가 담긴 대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세 개의 황금 열쇠』는 작가 자신이자 주인공인 화자 나가 딸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옛 집은 자물쇠 세 개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킨, 그러나 지금은 이미 떠나와 버린 옛 고향을 고스란히 다시 돌이키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은 것임을 뜻하지요. 이방인에게 쉽게 열쇠를 내어 주는 곳은 없습니다. 열쇠를 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그곳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니까요. 하물며 세 개나 되는 열쇠를 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그때 기억의 단초처럼 나타난 것이 옛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마법의 눈을 지닌 검정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나를 인도하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어릴 적 뛰놀던 거리거리를 지나 추억이 서린 특별한 장소들을 차례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장소 하나씩을 거칠 때마다 어릴 적 듣던 옛이야기를 하나씩 듣고 열쇠도 하나씩 얻게 되지요. 마침내 세 개의 황금 열쇠를 모두 손에 넣고 옛 집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단지 기억 속에만 있는 고향이 아니라 진정 피부로 느껴지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던 도시가 소리를 되찾으며 살아납니다. 그리고 나는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자며 딸 매들린을 부릅니다. 잃어버렸던 시간과 단절되었던 세대가 한 순간에 이어지는 것입니다.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년고도입니다. 피터 시스는 시적인 글과 정교한 그림으로써, 고향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 속에 유서 깊은 도시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매우 조화롭게 짜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그림책에서 세 개의 황금 열쇠를 완전하게 손에 넣는 일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어린 딸 매들린에게도, 독자에게도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림 하나하나, 글 한 줄 한 줄에 천년고도 프라하의 은밀한 비밀들이 교묘히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나가 맨 처음 열쇠를 얻은 곳은 프라하 성 근처의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도서관이며, 열쇠를 건네 준 사서는 16세기에 체코에서 활동했던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그린 「도서관 사서」의 인용입니다. 또한 열쇠를 건네받은 세 곳에는 천구의가 하나씩 있는데 거기에는 각각 프라하, 수도, 왕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프라하, 왕국의 수도라는 글귀로, 1784년에 정해진 프라하 시의 슬로건입니다.

 

 내 고향이 프라하가 아닌 이상에야 작가가 글과 그림 속에 숨겨 놓은, 프라하의 오래된 골목길들처럼 복잡하고 찾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발견하려고 굳이 애를 써가며 이 책을 보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 책은 충분히 아름다우며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보편 정서를 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책을 보면서 그 안에 숨은 의미들을 살펴본다면, 백탑의 도시 혹은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유서 깊은 도시 프라하의 비밀을 발견하는 기쁨까지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어린이라면 탐정놀이를 하는 듯한 지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 어른이라면 세계문화유산의 아름다운 유적들을 감상하면서 조용히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내밀한 시간을 누릴 수도 있을 테지요.

 

피터 시스는 그림책을 만드는 일 외에도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타임」이나 「뉴스위크」 같은 잡지에 그림을 그리고 「뉴욕 타임즈」 북리뷰에도 1000개가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책의 표지나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공항의 벽면을 장식하거나 발레 무대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의자, 달걀, 벽, 상자, 조개껍데기, 심지어는 모자에까지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딸이 태어난 뒤로 아이의 건강을 고려해 그림 그리는 도구를 펜과 잉크, 수채물감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 수채물감을 말리려고 가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오븐 앞에서 그림을 말리기도 해서 그림에서 닭고기 냄새나 빵 구운 냄새가 나기도 한답니다.

 

(자료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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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 <매듭을 묶으며> 깊이 읽기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 테드 랜드 그림 / 김장성 옮김

 

인디언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틈날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자기가 어떻게 자라났는지 얘기해 달라고 졸라 댑니다.

 

'또 얘기해 주세요, 할아버지. 제가 어떤 아이인지.'
'여러 번 했잖니, 아가야. 너도 다 외웠겠다.'
'그래도 할아버지 얘길 듣는 게 좋아요.'
'그럼 잘 들어라. 이번이 마지막이다.'


할아버지는 수십 번도 더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싫은 내색 없이 다시 풀어 놓습니다.

'깜깜한 밤이었지. 범상치 않은 밤이었어…….'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두 눈이 먼 채로 울지도 못할 만큼 허약하게 태어난 한 아이가 어떻게 살아남아,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하늘과 산과 들판과 바람을 느끼며 힘차게 말을 달리는 씩씩한 아이로 자라나게 되었는지를, 나직하나 사랑이 담긴 목소리로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는 늘 할아버지가 곁에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가망이 없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가 세상의 첫 아침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푸른 말의 힘'이라는 굳건한 이름을 지어 주고, 이름처럼 굳세게 자랄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쏟아 주었습니다.


앞 못 보는 아이에게 세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거대한 '어둠의 산'이 아이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어둠의 산을 하나씩 헤쳐 나갔습니다. 그 때마다 아이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준 것은 바로 할아버지의 격려와 사랑이었습니다.


그 절실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들려 줄 때마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하여 수 세기 끈에 매듭을 하나씩 묶어 주었습니다. 그 끈이 매듭으로 가득 차면 그 땐 이야기가 아이의 마음속에 새겨져 아이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 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스스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지요. 매듭이 늘어갈수록 할아버지는 점점 늙어갈 것이므로, 그리하여 마침내는 더 이상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 줄 수도, 곁에 있어 줄 수도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진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수 없어.'
'싫어요, 할아버지. 절 혼자 두고 떠나지 마세요. 제가 할아버지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다가올 이별을, 할아버지의 부재를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히 이렇게 말해 줍니다.


'아가야, 넌 결코 혼자 남지 않아. 내 사랑이 언제나 네 곁에 있을 테니 말이야……. 푸른 말의 힘과 함께…….'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수 세기 끈과 매듭은, 아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해 온 지나간 시간들과, 곳곳에 버티고 선 '어둠의 산'과 마주친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주었던 새로운 힘과 용기의 은유입니다. 아이는 시련과 마주칠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청하고,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매듭을 하나씩 묶음으로써 아이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지요.


저마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나름의 수 세기 끈을 하나씩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어둠의 산'을 만날 때마다 누군가 그 끈에 매듭을 묶어 주었을 테지요. 그 매듭의 힘으로 우리는 어둠의 산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매듭을 묶으며>는 우리에게 어느 인디언 소년과 할아버지의 수 세기 끈과 매듭에 얽힌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의 수 세기 끈은 어떤 것이며 누구와 함께 해 온 것인지, 내게 매듭을 묶어 준 사람은 누구이며 나는 또 누구에게 매듭을 묶어 주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물질의 시대에 이 책을 펴내는 까닭입니다.

 

이 책의 글을 쓴 빌 마틴 주니어는 에릭 칼이 그림을 그린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니?>를 비롯하여 300권이 넘는 어린이책을 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스무 살까지 글을 전혀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합니다. 그 때까지는 모든 책을 선생님이 읽어 주는 것으로 접했다 하니, 귀로 책을 읽은 셈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경험은 오히려 그에게 커다란 자산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문학은 기본적으로 '들려주는 문학'이니까요. 빌 마틴 주니어는 지금까지도 글을 쓸 때, 자신이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나올 때까지 되풀이하여 '말로써 이야기를 쓴다'고 합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느끼는 섬세한 운율과 명징한 이미지는 바로 그러한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http://www.billmartinjr.com/에서 빌 마틴 주니어에 대한 더욱 상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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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 <잃어버린 것> 깊이 읽기


숀 탠 글․그림 / 엄혜숙 옮김

 

진지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젊은 작가 숀 탠이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화자 '나'가 독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는 형식의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배관과 기계 장치로 가득한 어느 도시에 사는 나는, 어느 날 병뚜껑을 줍다가 기묘하게 생긴 버려진 생명체를 발견합니다. 왠지 가엾어 보이는 '버려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 할 일에 바빠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으나 부모님 또한 발견한 곳에 도로 갖다 놓으라고 말할 뿐 관심을 갖지 않지요. 궁리 끝에 나는 지역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분실물처리 센터'로 그것을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에다 '버려진 것'을 맡기려 할 때, 누군가 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합니다. '정말로 저것을 염려한다면 여기다 두어서는 안 돼요. 여기는 잊혀질 것이나 버릴 물건, 없앨 것 따위를 두는 장소랍니다.' 그러고는 화살표가 그려진 명함 한 장을 건네주지요. 나는 '버려진 것'을 데리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갑니다. 종일 거리를 헤맨 끝에 후미진 골목의 틈새에서 찾아낸 그곳에는 '버려진 것'과 같은 처지의 온갖 것들이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버려진 것'을 그곳에 두고 돌아와 생각합니다. 그곳은 과연 '버려진 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장소인가?' 그러나 그 뒤로 나 또한 점점 '더 중요하고 바쁜' 일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버려진 것'들에 대한 관심이 차츰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책 속에서 '버려진 것'은 로봇 같기도 하고 촉수가 달린 연체동물 같기도, 또는 곤충 같기도 한 매우 기묘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금방 눈에 띌 만한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습이지요. 그러나 바쁜 어른들은 그것에 대해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의 부모님은 '발이 더럽다'느니, '병균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느니 하면서 도로 갖다 놓으라고 명령을 할 뿐이지요. 마치 길 잃은 더러운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처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버려진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누구든 세월의 때가 묻기 전에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이던 것, 놀라워하던 것, 가여워하던 것, 열정을 바치던 것…….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쁘고 중요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차츰 사소하고 귀찮으며 심드렁한 것으로 변해 버린 것, 그래서 어느새 '버려진 것', '잊혀진 것'이 되고, 어느 날 문득 되돌아보면 '잃어버린 것'이 된 바로 그런 것들이지요.

 

어떤 어린이에게 그것은 한동안 열중하여 갖고 놀다가 어느 구석엔가 처박아 둔 채 잊어버린 장난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그것은 빛바랜 우표 책일 수도, 이 책의 면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병뚜껑들일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겐 한때 가슴 설레며 좋아하던 이웃집 소년이나 소녀일 수도 있습니다. 길 잃은 강아지일 수도 있고, 날개 다친 비둘기일 수도 있으며, 그처럼 버림받은 것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일 수도 있고, 그것들에 호기심과 연민을 보이던 순수한 동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과연 우리가 무심히 잃어버리고 살아갈 만큼 사소하고 하찮은 것인가에 대해 이 그림책은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들을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분실물처리 센터'의 회색 콘크리트 속으로 보내지 않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거리의 어둡고 좁은 틈새'에나마 아주 사라져 버리지 않고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거려 주고 있지요. 그리하여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그 질문을 만나고 답을 구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버려진 것'의 정체를 알아내고 '어둡고 좁은 틈새'의 의미를 깨달아 가면서 어린 독자들의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기를, 한편으로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독자들이라면 '잃어버린 것'의 그냥 내쳐 버릴 수만은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환기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이 그림책은 바라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잃어버린 것>의 독자들은 그림책 여기저기서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화가들의 유명한 그림을 패러디한 장면이나 중세 화가 보슈의 작품을 참조한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수많은 화가와 작가, 만화가, 사진가, 영화감독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또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레이몬드 브릭스와 에드워드 고리, 그리고 폴란드의 포스터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요. 한편으로 나는 그들에게서와 똑같이 거리와 구름, 일상의 농담과 그저 그런 시간들, 사람들, 동물들, 캔버스에 흘러내리는 물감, 색깔들이 합쳐지는 현상 등에서도 예술적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그 어떤 것들 속에도 발견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놀라운 것들이니까요.

 


 

숀 탠의 다른 책
<도착 The Arrival> 숀 탠 지음

어두운 그림자에 둘러싸인 도시에 한 가족이 삽니다. 가난과 억눌림이 엿보이는 삶입니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떠나지요. 바다 저편에 있는 낯선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입니다. 긴 항해 끝에 마침내 도착. 낯선 의상과 기이한 동물들, 공중을 떠도는 이상한 물체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인정 많은 이방인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데……. 이 말 없는 그림 문학은 모든 이민과 망명객과 난민들의 이야기이며, 또한 그들 모두에게 바치는 작품입니다.

 

 

★ 2007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 수상 ★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 2008 혼북 특별상 수상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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