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9  <조지프의 마당> 깊이 읽기

 

찰스 키핑 글․그림 / 서애경 옮김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씨앗이 싹트고 나뭇가지에서 여린 잎들이 나옵니다. 죽은 듯 누웠던 풀들이 일어나 서고 잠자던 뭇 생명들이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생명은 어느 새 열매 맺고 새끼 치어 번성한 후 다시 겨울, 그렇게 철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며 생명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갑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건물과 매끈한 아스팔트 길로 이루어진 인간의 도시는 제아무리 사계절이 흐르며 햇볕과 비와 바람과 눈이 번갈아 들러도 제 스스로 새 생명을 내놓거나 자라게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조지프는 그런 자연의 조화라고는 모르는 도시 아이입니다. 조지프네 집 마당에는 생명 있는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마당에 놓인 고물덩이들은 계절이 바뀌어도 자랄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조지프는 고물을 조그만 나무 한 그루와 바꿉니다. 바닥 돌을 들어내고 나무를 심습니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내리쬐고 눈이 내리고 계절이 바뀌어 갑니다. 드디어 나무에서 꽃이 핍니다. 조지프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 꽃을 꺾어 듭니다. 하지만 꽃은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다음에 꽃이 피었을 때 조지프는 두고 보기만 하지요. 그런 데 꽃이 있으니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조지프네 마당으로 찾아듭니다. 조지프의 눈에는 그 짐승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나무를 위협하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펄펄 뛰며 그것들을 내쫓고 나무를 외투로 감싸줍니다. 하지만 해와 비를 가리니 나무는 시들어 버리지요. 그제야 조지프는 자기가 잘못했단 것을 알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다시 계절이 바뀝니다. 비가 오고 햇볕이 내리쬐고 바람 불고 눈이 올 때 조지프는 나무 옆에 그저 있기만 했습니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마당으로 찾아들었고, 조지프는 행복했습니다.


 조금 시무룩한 표정에 안경을 낀 조지프는 생명 있는 것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나무를 땅에 심을 줄은 알았지만, 꽃이란 것은 꺾이면 죽어 버린다는 것을 몰랐고,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꽃을 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도 몰랐습니다. 어울려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몰랐지요. 하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을 잘못 택하여 여러 번 꽃을 제 손으로 죽이고 마는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어떻게 꽃을 사랑해야 하는지, 생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조지프가 그 방식을 알게 되자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더불어 조지프도 자랐겠지요. 생명과 어울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글.그림 / 찰스 키핑

192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여 신문배급업자인 아버지가 가져다 주는 가판 포스터 뒷면에 그림을 즐겨 그리곤 했습니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그러나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깊은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공으로 일하던 키핑은 2차대전 중이던 열여덟 살 때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에 머리 부상을 입어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완치된 뒤에도 그의 내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46년 전역을 한 뒤 런던에 있는 리젠트 스트릿 폴리테크닉이라는 미술학교에 들어가 낮에는 가스 검침원 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키핑은, 졸업 후 신문 만화 일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후 20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966년 그림책 『검은 돌리』의 출간을 시작으로 평생 22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는데,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빼어난 조형성과 색감, 깊은 주제의식으로 '어린 독자에겐 너무 어렵고 깊은 심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키핑은 『찰리와 샬롯과 황금 카나리아』(1967)와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그린어웨이 메달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8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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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8  <길거리가수 새미> 깊이 읽기

 

찰스 키핑 글․그림│서애경 옮김

 

찰스 키핑의 이 그림책을 보노라면 다른 작가의 두 이야기가 끊임없이 떠오릅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와 박경리의 「거리의 악사」라는 글입니다. 전자에서 주인공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자기가 걸은 원 넓이만큼 땅을 싼 값에 준다는 말에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자신이 출발했던 장소에 다다르자마자 죽고 맙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땅은 자기 몸 크기만 한 땅 한 뙈기였지요. 길거리 가수였다가 록 스타가 된 새미를 보면서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명성과 부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대답은 새미가 훌륭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명성과 부가 아니라 '아무 걱정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요. 후자의 글 「거리의 악사」에서 글쓴이는 여행을 갔다가 등에 장판지를 지고 다니며 파는 할머니를 만납니다. 장사하고 남는 이문은 밥값이 다고, 잠은 친척 집에서 잔다던 그 할머니는 흥얼흥얼 구슬픈 노랫가락을 세상에 퍼뜨리며 걸어갑니다. 진정한 예술가란 이렇듯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에서 흥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이들이 아닐까요? 새미도 그런 길거리 가수, 길거리 예술가이지요. 『길거리 가수 새미』는 이렇듯 삶과 예술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스타 만들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운을 좇는 이들, 예를 들면 '대운'을 뜻하는 이름인 '빅 찬스' 서커스단과 그곳의 이보르 찬스 같은 이들은 그럴싸한 흥행거리로 새미를 선택합니다. 새미의 마음 한 곳에 있는 부와 명성에 대한 갈망을 간파하고 그것을 잘 이용하지요. 대운을 좇다가 웃음거리가 되어 버린 새미의 좌절감을 큰 혹 덩어리 같은 빅놉이라는 흥행꾼이 이용합니다. 새미한테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뭔가, 즉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재주 같은 것이 있거든요! 새미는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됩니다. 하지만 그 인기라는 것도 금세 사라집니다. 새미를 추어 주던 기자 미키 레이커가 다른 적당한 기삿거리를 찾았고, 빅놉도 다른 흥행거리를 찾았으니까요. 이윽고 아무도 찾지 않을 때에 이르러서야 새미는 자기를 발견합니다. 혼자서 노래하며 춤추는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길거리 가수를요.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를 풍자적인 글과 유려한 그림으로 풀어 나갑니다. 수식이 제거된 깐깐한 글은 스타 만들기의 허구를 날카롭게 파헤쳐 드러내고, 선과 색이 살아 흐르는 듯 미려한 그림은 주인공 새미의 흥분과 설렘, 좌절과 공허, 흥과 신명을 잡힐 듯 생생히 전해 줍니다. 특히 조명에 갇힌 록 스타와, 똑같은 표정을 한 수천 관중을 대비시키는 장면이라든가, 성공을 향한 광기에 휩싸여 일상의 행복을 잃고 허깨비가 되어 가는 새미의 모습을 스타카토로 끊어 보여 주는 장면들은 이 그림책의 메시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걱정 없는 행복은 가끔씩 우리를 찾아옵니다. 친구들과 놀 때, 아니면 하고픈 일을 할 때,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등등 사람마다 그 순간은 다르겠지요. 그리고 여기,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 그런 순간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춤추고 노래하는 새미의 행복을 여러분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글.그림 / 찰스 키핑

192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여 신문배급업자인 아버지가 가져다 주는 가판 포스터 뒷면에 그림을 즐겨 그리곤 했습니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그러나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깊은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공으로 일하던 키핑은 2차대전 중이던 열여덟 살 때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에 머리 부상을 입어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완치된 뒤에도 그의 내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46년 전역을 한 뒤 런던에 있는 리젠트 스트릿 폴리테크닉이라는 미술학교에 들어가 낮에는 가스 검침원 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키핑은, 졸업 후 신문 만화 일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후 20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966년 그림책 『검은 돌리』의 출간을 시작으로 평생 22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는데,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빼어난 조형성과 색감, 깊은 주제의식으로 '어린 독자에겐 너무 어렵고 깊은 심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키핑은 『찰리와 샬롯과 황금 카나리아』(1967)와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그린어웨이 메달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8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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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7  <빈터의 서커스> 깊이 읽기

 

찰스 키핑 글․그림 / 서애경 옮김

 

빈터-낡은 주택과 공장, 창고 들이 헐린 자리에서 두 아이, 웨인과 스콧이 뛰어놉니다. 풀도 나무도 없고 꽃과 나비는 더더구나 찾아볼 수 없는 도시 한가운데 황량한 놀이터에서 말이지요.


공을 차며 질러대는 아이들의 고함과 웃음소리가 드문드문 생기를 일으킬 뿐,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음울한 잿빛 하늘과 잿빛 건물인 그 쓸쓸한 터에, 어느 날 가슴 설레는 일이 벌어집니다. 짐차들의 기다란 행렬과, 뚝딱 세워진 커다란 천막......, 서커스가 찾아온 것입니다!

 

웨인과 스콧은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돈을 타서 빈터로 돌아옵니다. 어찌나 빨리 달려왔던지, 표를 사 천막 안으로 들어선 두 아이는 아직 공연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서커스단의 모습과 마주칩니다. 마음속으로 그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무대 아래의 서커스단원들, 낯설기만 한 돈점박이 말 두 마리, 잠들어 있는 사자들과 기함을 할 만치 커다란 코끼리.......

 

비어 있는 놀이기구를 실컷 탄 뒤에야 관악대의 드높은 음악소리에 이끌려 공연장으로 들어선 이들 앞에 서커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우습고도 슬픈 어릿광대들, 우아한 마상공연과 정신이 아찔한 외줄타기, 존경심마저 일으키는 대담무쌍한 공중그네와 몸을 날려 불길을 뚫는 사자들, 코끼리와 아가씨들이 펼펼치는 대단원까지 두 아이가 지켜본 것은 다름 아닌 무지갯빛 환상의 세계였습니다.

 

이윽고 공연이 끝난 뒤, 천막이 걷히고 짐차들이 떠나자 빈터는 다시 잿빛 감도는 쓸쓸한 놀이터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아이, 웨인에게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다른 아이 스콧에게 서커스가 벌어졌던 그 빈터는 더 이상 그 옛날의 빈터가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이 그림책에서처럼, 서커스는 언제나 빈터에 찾아듭니다. 쓸모없이 버려진 황량한 빈터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가슴 설레는 꿈의 궁전을 우뚝 세워 놓는 것이지요. 서커스는 또한 언제나 아이들을 부릅니다. 비록 어른의 모습을 한 사람일지라도 그곳을 찾은 마음만은 아이의 마음인 것입니다.

 

그렇게 서커스가 찾아들고 아이의 마음들이 모여들었을 때 빈터는 바야흐로 꿈과 환상의 무대로 변화하고, 그 위에서 재담과 묘기, 모험과 낭만, 도전과 성취의 무지개가 펼쳐집니다.

 

서커스가 떠나고 나면 빈터는 다시 쓸쓸한 공간으로 돌아가지만, 어떤 이들에게 빈터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얻게 됩니다. 서커스가 문득 찾아왔던 것처럼, 환상적인 공연이 펼쳐졌던 것처럼, 그 어떤 놀라운 일이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꿈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그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은 아닙니다. 다른 어떤 이들은 다만 한바탕 꿈에서 깨어난 듯 다시금 쓸쓸해진 빈터를 쓸쓸한 그대로 바라봅니다. 그게 바로 현실이요, 세상인 것이니까요.

 

빈터의 서커스, 버려진 땅에 찾아드는 꿈, 꿈이 현실이 되는 환상의 공연과 막이 내린 뒤의 쓸쓸함, 쓸쓸함 속에서도 꿈을 보는 아이와 현실을 보는 아이....... 이 짧은 그림책은 욕심 많게도 그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황량한 현실에도 꿈은 찾아온다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그것만이 전부인양 온 세상을 무지갯빛으로 발라놓는 섣부른 낙관으로 위안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꿈을 보는 아이와 꿈을 보지 않는 아이, 아니 현실을 보는 아이를 나란히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판단의 문제를 독자들에게 열어 놓고 있습니다. 빈터와 서커스가 공존하면서, 때때로 빈터에 서커스가 찾아들기도 하고, 머물다 떠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일 테니까요.

 

 

글.그림 / 찰스 키핑

192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여 신문배급업자인 아버지가 가져다주는 가판 포스터 뒷면에 그림을 즐겨 그리곤 했습니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그러나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깊은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공으로 일하던 키핑은 2차대전 중이던 열여덟 살 때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에 머리 부상을 입어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완치된 뒤에도 그의 내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46년 전역을 한 뒤 런던에 있는 리젠트 스트릿 폴리테크닉이라는 미술학교에 들어가 낮에는 가스 검침원 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키핑은, 졸업 후 신문 만화 일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후 20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966년 그림책 『검은 돌리』의 출간을 시작으로 평생 22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는데, 대부분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화 한가운데 놓여 있는 어린이들의 내면 또는 자기 내면의 어린이를 그린 작품들입니다.


이 책 『빈터의 서커스』(1975) 또한 '현대화'가 도시에 만들어놓은 황량한 빈터와 그곳에 찾아든 서커스를 통하여 희망을 찾거나 혹은 현실에 눈뜨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잿빛 현실과 무지갯빛 꿈 사이를 오가는 아이들의 내면을 뛰어난 색채 감각으로 아름답게 묘사한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빼어난 조형성과 색감, 깊은 주제의식으로 '어린 독자에겐 너무 어렵고 깊은 심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키핑은 『찰리와 샬롯과 황금 카나리아』(1967)와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그린어웨이 메달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8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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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6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 깊이 읽기

 

1964년 칼데콧 아너북 선정도서
레베카 커딜 글 / 에벌린 네스 그림 / 이상희 옮김

 

내 호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남들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꺼내서 보여 주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호주머니 속의 새까만 비밀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의 호주머니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오후, 제이는 여느 때처럼 소떼를 데리러 목초지로 향합니다. 시선이 닿는 곳은 죄다 언덕으로 막힌 산골의 팔월, 먼지 풀풀 날리는 길에 찍히는 자기 발자국부터 꽃에 앉아 꿀을 빠는 나비까지 온갖 것이 제이의 관심을 끕니다. 덜 익은 히코리 열매가 맨 처음 제이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냇가에서 주운 잿빛 거위 깃털이 세 번째로 들어갑니다. 막 따 낸 하얗고 빨갛고 차가운 콩도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 나무에서 자란 하나는 달콤하고 하나는 새콤한 사과 두 개는 호주머니가 아니라 제이의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목초지에선 제이가 다닐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제이는 학교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소떼를 데리러 집으로 향하지요. 그 길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제이의 손 안에 들어옵니다. 조그만 게 호주머니에도 들어갈 법하지만 제이는 두 손을 모아 귀뚜라미를 가두어 둡니다.


이렇게 제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부지런히 여름 추억들을 마음에 새기고 호주머니에 기념품을 간직합니다. 그 기념품들 중에서 최고는 바로 귀뚜라미지요. 한밤중 어둠 속에서는 '귀뚤귀뚤' 음악을 연주하고 낮에는 폴짝폴짝 뛰며 제이의 놀이 친구가 되어 주는 귀뚜라미, 제이는 귀뚜라미를 살뜰히 보살핍니다. 어머니가 그랬어요. 제이야, 학교 갈 때에는 어쩌려고? 제이는 대답했지요. 방에 두고 가지요.

 

이윽고 학교에 처음 가는 날, 제이는 제 보물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학교버스를 타러 가다가 느닷없이 되돌아와서 그것들을 죄다 내놓고 귀뚜라미를 호주머니 속에 넣습니다. 다른 것들은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면 남들은 새까맣게 모르는 제이만의 비밀이 되지만, 귀뚜라미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이보다 덩치 큰 아이들이 가득한 버스에서 귀뚜라미가 연주를 시작합니다. 귀뚤귀뚤. 아무리 제이가 호주머니를 누르며 귀뚜라미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주어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귀뚜라미 친구와 등교하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낯선 학교에서 혼자 교실을 찾아가 선생님과 처음 만난 제이, 교실에는 제이 또래의 애들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이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혼자 자연을 친구 삼아 놀다가 또래 아이들이 가득한 교실에 들어왔고, 게다가 선생님까지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제이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귀뚜라미가 음악을 연주합니다. 새까맣게 어두운 호주머니 속에서 말이지요. 결국 선생님께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말하지요. 제이야, 귀뚜라미를 내다 놓아라. 제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친구를 어떻게 내다 놓겠어요? 그 마음을 선생님이 아셨지요. 그리고 제이의 친구, 귀뚜라미를 반 친구들에게 소개하라고 해요. '보여 주고 말하기'라는 수업이래요. 이제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는 제이만의 비밀이 아니라, 아이들과 선생님도 아는 제이의 친구가 됩니다. 머지않아 제이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던 팔월의 또 다른 기념품들도 하나씩 밖으로 나오게 될 겁니다. 제이만의 추억이, 비밀이,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나눌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 그것은 나만 아는 새까만 비밀입니다. 나만의 세계이지요. 제이는 그 세계를 벗어나 처음으로 낯선 세계인 학교에 갑니다. 제이에게는 커다란 벽과 같은 그 세계를 활짝 열어 준 것은 다름 아닌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였습니다. 자연에서 만난 그 작은 친구가 난생처음 집을 벗어난 아이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풀어 주고, 새로운 세계인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해 준 것이지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선생님이 조역을 맡아 주신 건 물론이겠지요.

 

글_ 레베카 커딜(1899-1985)
어릴 적부터 이야기 지어 들려주기를 좋아했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쳤고, 브라질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고요. 마흔네 살에 처음 책을 펴냈습니다. 고향인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주로 썼습니다. 작품에는 뉴베리 상을 받은 『자유의 나무』,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어떤 꼬마 양치기』가 있습니다.

 

그림_ 에벌린 네스(1911-1986)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했다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고 시카고 예술 전문학교를 다녔습니다. 1960년에야 처음으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뒤로 어린이책 30여 권에 삽화를 그렸고, 직접 글을 쓴 작품도 많습니다. 『이른 아침의 모든 것』, 『톰 티트 토트』는 칼데콧 아너북에 선정되었고, 『샘, 쿵쾅, 달빛』으로는 칼데콧 메달을 받았습니다. 네스의 그림은 여러 기법 중에서도 목판 기술, 실크스크린 날염법, 잉크 튀기기 등을 뛰어난 솜씨로 보여 줍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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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5  <파․란․막․대 파․란․상․자> 깊이 읽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 이지원 옮김


아홉 살 생일에 여자아이 클라라는 집안 대대로 여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막대 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막대이지요. 한편, 아홉 살 생일에 남자아이 에릭은 집안 대대로 남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상자 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상자이지요.


이 특별한 선물들은 각기 아무런 단서도 없이 주어집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함께 건네진 낡은 공책 속에, 앞서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사용기가 적혀 있습니다.


클라라의 언니와 엄마와 할머니들, 그리고 에릭의 형과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아홉 살 시절에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막대와 상자를 갖고 놀았습니다. 막대로 애완용 생쥐를 훈련시킨 아이도 있었고, 인형을 만들어 연극놀이를 하던 아이도 있었으며, 눈밭 위에 정확한 원을 그린 아이도, 해시계를 만든 아이도 있었습니다. 상자 안에 거울을 붙여 자기의 내면을 비추어보던 아이도 있었고, 그 안에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까던 아이도 있었으며, 그것으로 수레를 만들어 소중한 것들을 실어 나르던 아이도, 모래시계를 만들어 자기만의 시간을 재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기상천외한 기록들을 읽고 난 클라라와 에릭은 공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기 전에, 나도 이 공책에 멋진 이야기를 적어 놓을 테야!'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 이야기는 여러 겹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생각과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발견의 길을 찾는 실마리는 이 책의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가령, 어떤 이에게는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는 이야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낡은 공책 속의 아이들은 똑같은 막대, 똑같은 상자를 저마다의 새로운 놀잇감으로 만들고야 맙니다. 그 기록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이야기 속 클라라와 에릭처럼 '그런 방법도 있었군!' '이런 절묘한 쓰임새가 있다니!'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나라면 이런 놀이를 할 테야.' '나는 공책 속에 어떤 이야기를 적어 놓을까?'하며 상상하기도 할 테니까요.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사람과 사물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겁니다. 똑같은 아홉 살 아이들이 막대와 상자를 매개로 저마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그것들의 다양한 측면을 읽어내는 다채로운 모습들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나아가 어떤 이에게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대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팻말을 만들었던 이모할머니의 기록을 보고 '이것도 괜찮은 생각인걸.'하며 빙긋 웃는 클라라나, 상자 속에 얼음을 얼려 코끼리 인형의 전용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우리 아빠처럼 심각한 사람이 이런 장난을 치다니......!'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에릭처럼, 이 이야기 속에는 막대와 상자를 통하여 앞선 세대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들과 교감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사례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더욱 주의 깊게 이 책을 들여다본다면, 그 밖에도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이 책은 앞뒤가 없이 똑같은 비중의 이야기를 양방향에서 시작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지, 왜 여자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선물은 막대이고 남자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선물은 상자인지, 왜 그것들은 아홉 살 생일에 선물로 건네지는지, 막대를 가지고 노는 여자아이들의 행동과 상자를 가지고 노는 남자아이들의 행동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막대와 상자가 책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는 점들이 모두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테니까요.


그림 하나하나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자아이 테클라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동그라미들은 무얼 의미하는지, 남자아이 판크라치가 수레를 끌고 떠날 때 꽃이 피어 있던 사과나무에, 돌아올 땐 주렁주렁 열매가 열린 까닭은 무엇인지.......


그러나 그 모든 의미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자 스스로 저마다에게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는 일일 테지요. 그토록 많은 일을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파랗고 예쁜 막대와 상자처럼,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공책을 앞에 두고 '나도 멋진 이야기들을 적어 놓을 테야.'하고 다짐하는 클라라와 에릭처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Iwona Chmielewska
1960년에 태어나 폴란드의 중세 도시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 공부를 하였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직접 글을 쓰고 그리는 그림책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파블로코프스카─야스노젬스카 시화집』으로 바르샤바 국제 책 예술제 '책예술상'을,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이지원 옮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두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 두 사람은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일 수도 있고, 형제자매일 수도, 친한 친구일 수도, 남편과 아내일 수도 있지요. 함께하는 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그러한 두 사람의 다양한 관계와, 그 의미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 멕시코 저작권 수출도서
★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시간의 네 방향>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이지원 옮김
오래된 도시 한가운데 시계탑이 서 있습니다. 여섯 시, 아홉 시, 한 시, 다섯 시, 여덟 시, 열두 시, 시계가 알려 주는 똑같은 시각에 동․서․남․북,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걱정을 하고 어떤 일에 즐거워할까요? 백 년 전, 이백 년 전, 삼백 년 전, 사백 년 전, 서로 다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커다란 금빛 시계를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는 그림책입니다.
★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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