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물리학과 교수 곽영직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1~20권 세트 - 전20권>의 추천글입니다.


과학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일은 학생들이 과학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공부할 때만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고,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과학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나출판사의 <어린이 과학형사대 CSI> 시리즈는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이미 20권이 발간된 CSI 시리즈는 어린이 추리 소설로, 어린이들이 여러 과학 원리를 이용하여 사회에서 많이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기초 과학 원리를 이해하게 됨은 물론 과학이 멀리 있는 이론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더불어 사회적인 사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물론 필요성도 함께 깨닫게 될 것이다. - 곽영직(수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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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편집자 백승온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월의 좋은 어린이 책, <책 좀 빌려 줘유> 의 추천글입니다.


그 시절, 민재가 그립다

책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앞서 이제는 좋은 책을 얼마나 어떻게 '고르는'지가 더 우선인 듯하다. 아이들도 넘쳐 나는 책 속에서 허우적대기는 마찬가지다. 부모나 교사는 발빠르게 아이에게 가장 좋은 책을 고르느라 열심이다. 그런데 정작, 요즘 아이들은 무슨 심정으로 책을 읽을까. 세상에서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는 초딩(?)들이 궁금했다.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영어 수학 학원을 오가는 잠 모자란 초3 조카에게 "이모 만든  책이다!" 자랑하며 새 책을 건네기가 망설여 질 때가 있다. 야근하다 들어온 이모보다 귀가 시간이 더 늦을 만큼 바쁜 초딩이다 보니 말이다. 


조카를 보면, 무작정 책을 쥐어 주기 보다 어떤 주제로 도움이 되는지, 어떤 인증을 거쳤는지 따져 본 책을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실에서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주제를 담아 '골라 주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되돌아오는 게 당연하다. 아이들 스스로 찾아 읽을 여유가 없으니, 그게 맞다. 맞긴 맞는데, 솔직히 야속할 때가 더 많다.


나 같은 책쟁이들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자식 낳는 기분으로 세상에 책을 내 놓는다. 그토록 금이야 옥이야 키운 내 자식이 세상에 설 자리가  없을 때 부모 심정이 이런 걸까. 내가 만든 책이 수많은 책 속에 묻혀 햇볕도 못 받고 찬서리만 맞을 땐 참으로 가슴이 시리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니까...


현실에서 사랑 받지 못하다고 느낄 때 지난 옛 추억이 그립듯, 한 권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여유 충만한 이 아이가 그립다. 닳고 닳은 낡아빠진 책 한 권을 붙들고 물고 빠는 주인공 민재 말이다. <책 좀 빌려 줘유>주인공 민재는 고작 동화책 한 권이 없어 어찌나 속을 끓이는지 모른다. 읽는 내내 나도 얼마나 속이 타던지 한보따리 챙겨 민재 고향 예산으로 당장 내려갈 심정이었다.


민재는 태어나 처음으로 동화책<걸리버 여행기>를 읽는다. 여름 방학 내내 읽고 또 읽더니 동네를 돌며 걸리버가 되어 온갖 상상 놀이를 즐긴다. 소도 되고, 닭도 되고, 개구리도 되어 그야말로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 준다. 나도 민재의 상상 세계에 푹 빠져 읽는 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외로운 내 신세를 위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민재는 내가 맹근 책도 푹 빠져 볼 것이여.'


책 속에서 허우적대며 즐겁게 같이 뛰놀 민재 같은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한테 책 한 권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여유를 찾아 주고 싶다. 그러면 나 같은 책쟁이들이 외롭지 않는 살맛나는 세상이 올 텐데 말이다. 밤낮으로 푹푹 찌는 이 여름날에도 책쟁이들에겐 외롭고 시린 겨울이다. 나도 꼭 한번 이렇게 넋두리 하고 싶었다. "아, 사랑받고 싶다!" - 백승온(어린이 책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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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작가 허은미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아빠하고 나하고>의 추천글입니다.


아주 오래 전 큰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의 이야기다. 그때 나는 성남에서 살면서 서울에 있는 출판사로 출퇴근을 했다. 날마다 하는 출퇴근길은 전쟁이었고, 하루하루의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는 왜 그렇게 까탈스럽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지. 그날도 그랬다. 내가 보기에는 멀쩡한데, 아이는 방금 산 물건을 바꾸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마음은 바쁘고 할 일은 태산 같았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렸다. 문방구 앞에 이르렀을 때, 어디선가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랬지?"


화들짝 놀랐다. 세상에,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내 대사를 그대로 읊는 사람이 있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더욱 놀랐던 건 그 앞을 지나던 할머니의 일갈.


"그럼 애가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얼마나 대단한 것에 목숨을 걸겠노, 쯧쯧."


그때 알았다. 아이들이야말로 사소한 것에 울고 웃으며 목숨을 거는 생명체라는 것을. 나도 그랬고, 내 아이도 그렇고, 다른 아이도 그렇다는 것을.


강무홍은 참 이상한 작가다. 다들 대단한 이야기를 하지 못해 안달복달 전전긍긍일 때, 그는 이상하게도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오해와 갈등, 그 서운함과 답답함에 천착한다. 모두들 우당당쿵탕, 야단법석 시끌벅적한 이야기에 목숨을 걸 때도 그는 아이들의 사소한 표정과 몸짓에 눈을 맞추고, 그 너머의 좌절과 열망을 이야기한다.


<아빠하고 나하고>에는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재판'에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다 삼천 원을 모아야 하는 아이의 갈등이 등장하고, '사과가 봉봉봉'에는 함께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바쁘기만 한 아빠 때문에 골이 난 아이가 나오고, '자랑스러운 거야'에는 얼떨결에 친구를 고자질하고 괴로워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에는 그런 아이를 묵묵히 바라보며 응원하는 아빠가 등장한다.


그런데 아빠가 건네는 응원과 격려가 수상하다. 밭고랑을 따라 쿨렁쿨렁 떠내려 오는 사과 한 알, 베개 밑에 숨겨 둔 밤톨 하나, 그리고 '자랑스럽다'는 말 한 마디가 고작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아빠 덕분에 방긋 웃고 당장의 고민을 털어낸다.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아이들이 바라는 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 따뜻한 관심과 손길, 작지만 소중한 그 무엇.


작가는 어느 글에선가 좋은 작가 이전에 '어린이의 진정한 아군'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참 따뜻하다. 읽다 보면 배시시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이 책의 그림 또한 글만큼이나 따뜻한데, 두세 가지 색만으로 이렇게 풍부한 느낌을 살려내다니 감탄스럽다. 글과 그림, 편집과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마음을 꽉 채운다. 오랜 만에 마음에 꼭 드는 책을 한 권 만났다. - 허은미(어린이 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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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엄혜숙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의 추천글입니다. 


1995년 1월 17일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아와지 섬을 진원지로 한 진도 7.2의 고베 대지진은 인구 150만 명이 살던 아름다운 도시 고베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고베 대지진으로 6,43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고, 43,792 명이 부상을 입고, 주택이 104,906채나 파괴되었다고 하니 대지진 당시 고베 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럴 때야말로 뜨거운 인간애가 발휘되는 법. 고베 대지진 이후, 고베 시 복구를 위해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이 3개월간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이재민의 정착을 도왔다. 지진으로 모든 것을 몽땅 잃게 된 사람들을, 일본 각지와 전 세계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도왔던 것이다.


이 그림책은 고베 대지진 자체를 다루고 있지 않다. 대지진 이후 3년 뒤에 열린,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자선행사인 '천 명의 첼로 음악회'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키우던 개를 잃고 나서 첼로를 배우게 된 남자아이. 고베 대지진에서 키우던 새를 날려 보내야 했던 여자 아이. 또 고베 대지진에서 평생 쓰던 첼로마저 잃고, 지금은 죽고 없는 친구의 첼로로 연주를 해야 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일본 각지에서 또 전 세계에서 온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천 명의 첼로 음악회'.


작가는 작중인물인 남자아이의 입을 빌어 음악회장으로 모여드는 사람에게 느꼈던 감동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색색의 케이스를 멘 사람들 행렬이 공연장으로 향한다. 모두 자신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중한 또 하나의 자신을..." 또 연주할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천 개의 첼로가 천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틀림없이 하나의 곡을 이루고 있다. 천 개의 소리가 하나의 마음이 된 것이다."


그림책을 만든 이세 히데코는 몸소 '천 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그때의 감동을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약한 존재이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잃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자 하는 가슴 뭉클한 모습을 '천 명의 첼로 음악회'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여자아이와 할아버지는 고베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지만, 남자아이는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겪지 않았다. 그러나 '천 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렇다.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겪은 사람도,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겪지 않았던 사람도, 함께 첼로를 연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깨달음을 이 작품은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 또한 묵직한 감동과 더불어 놀라운 치유의 힘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 엄혜숙(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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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7-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 일본여행 때, 준쿠도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감동의 쓰나미를 경험했었죠.
당시 이세 히데코 책을 많이 출판한 청어람 편집자에게 이 책을 빨리 번역출간해 주기를 당부까지 했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네요. 다시 한번 감동의 쓰나미에 빠져도 좋을 작품이지요~~
 

서울 수송초등학교 교사 배성호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고무 따라 역사 여행>의 추천글입니다. 


자동차.자전거 타이어부터 축구공, 고무줄, 냉장고 문 패킹, 운동화 밑창에 이르기까지 고무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무척이나 쓰임새가 크다. 실생활에 쓰게 된 역사는 180여년에 불과하지만, 고무의 역사 속에는 현대 산업사회가 이뤄진 과정들이 담겨 있다.


고무는 어디서 유래했고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이 책 <고무 따라 역사 여행>은 고무에 담긴 역사, 고무를 통해 보는 세계사 책이다. 친절한 문장과 생동감 있는 그림과 흥미로운 자료 사진들이 결합된 화면이 우선 눈길을 끈다.


고무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가공해서 만드는 천연고무는, 본디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 주로 났다. 그런데 산업 발달로 수요가 늘어나자 유럽 사람들은 고무를 얻으려고 세계로 진출했고, 부당한 일들도 서슴지 않았다. 남미 원주민들에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았고,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30년 동안 인구가 절반으로 줄 정도로 가혹하게 고무 수액을 착취했다.


영국인들은 고무나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 반출이 금지됐던 브라질 고무나무의 씨앗을 몰래 빼냈다. 이 사건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자원 도둑질'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천연고무는 점차 동남아시아 농장에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뒤 발명된 합성고무는 획기적인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또 우리나라에 고무가 들어온 유래와 대히트 상품인 고무신을 발명한 이야기, 재미있는 고무신 광고도 나온다. 1930년대 평양 고무공장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이 대동강변 을밀대에 올라가 '월급을 깎지 말라'며 국내 처음 고공농성을 했던 일화도 실었다.


지은이는 고무로 덕을 보고 사는 우리들이 고무의 편리함과 산업화를 성공시킨 유럽인들의 이름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침략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죽어간 남아메리카 아마존 지역과 아프리카 콩고 원주민들과 고무 공장 노동자들의 아픔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이다. 어린이들과 역사를 어떻게 생생하게 공부할까 늘 고민하는 나에게는 무척 반갑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책 이후로 나올 시리즈들도 기대된다. - 배성호(서울 수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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