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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송초등학교 교사,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대표 배성호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의 추천글입니다.


책장수 조신선과 함께 떠나는 신나는 역사 여행

책은 묘한 매력이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데, 이 책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에서는 역사와 마주하는 길동무들이 있다. 신선처럼 책을 팔고 세상과 함께하는 조생, 조생의 책들을 통해 성장하는 꼬마 친구 추재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책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를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공을 초월한 조생의 활약 그리고 조생의 책과 함께 성장하는 추재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책장수 조생 덕분에 당시 조선의 한양을 책과 함께 두루두루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조선 후기의 인쇄 기술, 옛 책 엮는 법, 금속 활자 만들기, 조선 시대의 책값, 종이 만들기, 조선왕조실록, 궁녀들의 소설 필사와 조선 시대의 학교 등등 다채로운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책을 통해 폭넓게 당대 문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구성과 함께 정겹게 본문과 어우러진 그림 역시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당대 역사를 꼭 알아야 할 지식 대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사실 그 동안 역사하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배워야하고 꼭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조생과 추재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대 사회를 살피면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역사와 마주할 수 있게 말을 건넨다. 강요 없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면서 조선 후기 사회와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다. (후속으로 기획 중인 징검다리 역사책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덕분에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은 무엇인가 어렵고 외워야 하는 역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사회와 마주하면서 조선 후기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과 역사란 영웅이나 임금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더불어 만들어가는 것임을 나직하게 안내한다. 사실 역사의 주인공은 특별한 그들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보통 사람들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역사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더불어 새로운 조선 후기 사회와 마주하며 동시에 책이 갖는 의미들도 새롭게 일깨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에 왜 책읽기가 여전히 필요한지를 유쾌하면서도 뜻 깊게 일러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자리가 커지고 아름답게 성장하길 바라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책의 희망을 믿으며! - 배성호(서울수송초등학교 교사,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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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전문서점 책과아이들 대표 강정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크리스마스 휴전>의 추천글입니다.

 

새해 첫 날부터 테러와 폭격 소식을 듣는다. 시리아, 파키스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중동지역에선 새해 기념 폭죽이 아니라 살상을 위한 폭격이 있었다고 변함없이 뉴스는 떠든다.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딱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기적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라 했다. 기적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것이고 종국에는 자기 곁에서 기적을 좀 더 자주 만날 것이다. 아니 기적임을 한 번이라도 ‘인식’한 사람이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쉽진 않지만 그저 내 주변에 놓인 기적을 발견하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영화, 연극, 음악 등 예술작품을 접하는 일들은 내가 따라잡지 못하는 기적의 세계, 곧 삶의 진실에 대해 타인과 대화하는 일이다. 현실에서 그 진실을 자주 놓치니 좀 다른 세계에서 확인하고 감동하고 그 신념을 공고히 해서 실천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다. 그것이 사실이든 꾸며낸 이야기이든 감동은 내 몸을 움직인다. 거의 매일 아침 들려오는 메마른 뉴스에는 ‘어쩌지?’ 하는 혼란만 가중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땐 다시 기적을 읽어야 한다.

 

오래전에 ‘전쟁축구’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던 거짓말 같은 사실을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그림책으로 다시 접한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오히려 그림책으로 만들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해지기 쉬우니까. 그림책은 키치너 포스터로 시작하는데, 이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의무를 강요하고 전쟁과 군인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여,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이를 저버린 채 그릇된 애국심으로 총을 들게 하는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지금도 유사한 포스터가 우리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에 따끔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주인공의 파릇파릇한 목덜미를 보고 있노라면, 어리고 순수한 젊은이에 대한 마음의 빚이 느껴진다. 다음 장! 주인공의 두려움을 숨기고 있는 눈동자를 직시하고 싶지 않아 빨리 책장을 넘긴다. 이젠 그들이 내 아이 같기 때문이다. 20세기를 산 어른으로 도처에서 일어나는 전쟁, 불평등, 환경파괴 현장을 볼 때마다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차올라 아이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책임을 질 일들이다.

 

그 뒤 장면에서도 여러 번 등장인물이나 주인공의 눈동자와 마주친다. 놀라움, 의심, 포기, 무기력함, 갈구, 탄식, 내몰림, 죽음을 담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봐야 하는 그림책이다. 아, 불편하다. 하나같이 슬픈 눈동자이고 표정이고 몸놀림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볼 수 있는 천사의 모습까지 온통 슬픔에 차 있다. 물이 많아 늘 질척였던 서부전선의 누르스름한 흙빛과 푸르스름한 칙칙함이 가득한 장면들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러나 그 슬픔을 넘어 사병들이 시작한 기적은 그날로 끝나선 안 된다는 웅변을 한다.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민중의 캐럴과 장교의 손가락질이 싸우고 있는 현장이다. 독일과 영국이 싸우는 전장이 아니고 사실 적은 따로 있음을 보여준다.

 

그날의 기적은 오래된 크리스마스의 전통에서 시작되었고 사병들 속에 차곡차곡 재워 있는 사랑과 평화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감동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도 다큐로, 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책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되새기고 있는 것은 여전히 그 기적이 유효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로지 민중들이 바라는 것은 사랑과 평화이며, 민중들은 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5000년 인류역사상 1만 5000여 건의 전쟁, 8% 기간에만 평화로웠고, 92% 기간에는 전쟁이었다는 통계! 전쟁을 경계하는 자극적인 통계자료이리라. 이런 자극, 슬픔들로 새롭게 세상을 기획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한 책이다. 할 수만 있다면 팔레스타인의 긴 분리장벽에 이 책의 그림을 걸고, 빛그림과 음악 공연을 해서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 기적을 회복하는 힘을 주고 싶다. 나토군, 미국, 이스라엘, 터키와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 러시아! 그밖에 지금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두는 누구보다 기적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에 놓인 자들이다. 결국 평화는 그들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쟁이 없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툼과 분열을 멈춰야 한다. 미국의 일부지역에선 총기를 반납하는 캠페인도 있다. 이런 일들이 이어져가야 하는 시대다. 그것을 돕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슬픈 눈동자들을 직시하면서... - 강정아(어린이책 전문서점 책과아이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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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아지의 머나먼 여행>의 추천글입니다.

 

아지의 이야기를 번역하는 동안, 나는 아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지가 차를 타고 들판과 높은 산을 지날 때면 내 몸과 마음도 덜컹거렸습니다. 배를 타려고 선착장으로 뛰어갈 때에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꼬옥 쥐기도 했지요. 간신히 오른 배 위에서 며칠 밤낮을 보내며 추위를 피하려고 아지가 소금기로 뻣뻣해진 담요를 덮을 때엔 내 마음도 서늘해져 그 차가운 담요를 함께 여미었습니다.

 

아지의 멀고 긴 여행은 그렇듯 아득한 산과 바다로, 국경으로, 난민촌으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사빈이 아지를 바라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떠올리듯, 나 또한 아지와 함께하는 날들 동안 아지처럼 먼 길을 걸어야 했던 분쟁 지역의 아이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얼굴은 좀처럼 잊히지 않습니다. 수십 년 전의 어느 날 밤, 아지의 아버지처럼 가방을 쌀 틈도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난민촌 샤틸라 캠프. 임시 거주지인 캠프는 어느새 거대한 마을이 되었고, 고향을 탈출한 어른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희망을 잃고 고향 집 녹슨 열쇠만 만지작거릴 뿐이었습니다.

 

샤틸라 캠프에서 마침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평화 운동가들을 초대했습니다. 나를 비롯해 지구 멀리서 온 평화 운동가들은 어떤 팔레스타인 청년을 따라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 거대한 난민촌을 둘러보았습니다. 좁은 골목에는 가게며 세탁소, 문방구, 식당 같은 평범하면서도 가난한 삶의 풍경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가끔 일행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아이들이 벽에 그려 놓은 벽화들이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 손, 구급차와 경찰, 북적이는 사람들, 비행기와 헬리콥터... 얼핏 보면 아이들의 평범한 그림이었으나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주먹을 쥔 손에는 산산이 부서진 뼈가, 구급차 앞에는 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이, 뛰어노는 아이들 머리 위에는 무장 헬기가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도사리고 있어서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삶에 그득한 죽음과 죽임의 기억들,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이 담긴 벽화 앞에 우리 일행이 멈춰 서서 걸음을 옮기지 못하자 난민촌을 안내해 주던 청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난민촌 아이들에게 저것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 혹은 내일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현실입니다. 어디에선가 일어난 테러 소식은 그저 뉴스지만, 이곳에선 그런 날 밤이면 다시 구금과 체포가 일어나죠. 이 아이들 대부분은 한밤중에 군인들에게 잡혀가 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테러를 도왔다며 아이들을 영장도 없이 잡아가는 일이 잦으니까요. 또 형이나 삼촌을 잃은 아이도 있어요.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자라나는 아이들 마음속에는 평화가 깃들 공간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세상 어디서나 그렇듯 난민촌에서도 분쟁 지역에서도 아기가 태어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갑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콩을 심고, 꽃을 키우고, 염소와 양을 돌봅니다. 형과 친구들이 함께 뒤섞여 공을 차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기도 합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어느 날 군인들이 나타나 누군가를 잡아가고, 어느 날 폭격이 시작되어 누군가가 죽기도 한다는 것뿐입니다.


72퍼센트의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가족이나 친천의 죽음을 직접 보았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의 절반은 미사일이나 포 공격으로 사람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다고 합니다. 90퍼센트의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자신들이 전쟁으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0퍼센트의 이라크 아이들이 전쟁을 사진처럼 또렷이 기억하고, 그 때문에 무서운 꿈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84퍼센트의 이라크 아이들이 자신이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걱정을 합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지도 모를 아이들, 물러설 곳도 나아갈 곳도 없는 막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 장난감 총을 들고 복수를 꿈꾸며 자라는 아이들이 평화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우리도 누군가의 사빈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 아이들이 난민이 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전쟁 대신 평화의 여행을, 전쟁놀이 대신 평화의 놀이를 그 아이들과 나눈다면 아이들은 전쟁과 분쟁의 아픔을 매듭짓고 평화를 일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지와 함께 한 이 여행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도 지구 저편 전쟁 중인 아지의 나라에 가닿았나요? 그랬다면 아직도 전쟁 속에 살아가는 세상의 수많은 아지들, 여전히 난민촌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또 다른 아지를 위해 기도해 주길 부탁합니다. 혹시 여러분 교실에도 멀고 낯선 나라에서 온 아지 같은 친구가 있나요? 그렇다면 루시처럼 먼저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는 친구가 되어 주길, 함께 줄넘기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는 평화의 친구가 되어 주길 부탁하며... - 임영신(여행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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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반칠환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벌에 쏘였다>의 추천글입니다.

 

<벌에 쏘였다> 는 '세상 구경' 시집입니다. 그러나 쩨쩨하게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미리 금을 그어 놓은 그런 세상 구경이 아닙니다. 이 동시집은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우고, 겪고, 해결해야 할 모든 세상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가리고 싶고 숨기고 싶지만 어린이가 결국 보아야 할 것들을 당당하게 보여 줍니다.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온전한 주체로 인정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남호섭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린이들이라고 이해 못 할 세상일은 하나도 없어." - 반칠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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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독서교육 전문가 민지숙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오늘 넌 최고의 고양이>의 추천글입니다.

 

고양이는 때때로 ‘자유로운 영혼’이란 별칭으로 불립니다. 도시에서 쓰레기통을 뒤질지라도 품위를 잃지 않고 당당하며 심지어 고독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투영된 별칭이지요. 물론 고양이들이야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 둘을 키우면서 우리 아이들과 고양이의 닮은 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처럼 아이들은 그들만의 무한한 세계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떠돌이 생활을 하든 주인(인간의 입장에서)과 함께 정착하며 지내든 언제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독립한 존재로서 자유로움을 강하게 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자아를 인식하는 때부터 스스로 자기 것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끊임없이 자기가 할 거라고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엔 분노하지요.

 

『오늘 넌 최고의 고양이』를 읽으면서 저는 주인공 고양이 에투알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고, 에투알을 거친 주인들에게서 부모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에투알이 피부병에 걸려 볼품없다고 매몰차게 버리는 첫 번째 주인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인 양 편협한 기준대로 키우다 그 기준을 아이가 채우지 못했을 때 부당하게 대하는 부모들과 비슷합니다. 주인의 사랑을 받으려고 애쓰다 벌판에 버려진 에투알을 보며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다 잘못된 양육 태도 때문에 상처 받는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에투알의 두 번째 주인인 공방 할아버지는 이상적인 반려자였습니다. (둘이 만나서 서로의 체온에 기대 추운 길을 함께 갔던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에투알에게 쥐 잡는 걸 부탁하는데 결코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에투알이 쥐잡기에 흥미를 느끼자 진심으로 기뻐하고 격려합니다. 공방 할아버지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줄 아는 부모를 닮았습니다. 그런 부모와 함께 하는 아이들이 부모를 믿고, 세상에 마음을 열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듯이 에투알도 주인의 사랑을 못 받을까 초조해하지 않고 진심으로 가슴 뛰는 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 이런저런 수난과 갈등을 겪던 에투알이 드디어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에투알처럼 아이들도 한 인격체로서 스스로 자기 인생을 결정지을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겠지요. 그 선택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나 강요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 안 됩니다. 에투알의 공방 할아버지도, 아이들의 부모도 그저 옆에 있어 줄 뿐입니다. 혹시 에투알의 선택이 너무 뜻밖이라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는데 에투알의 강박 없는 자유로운 선택에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공방 할아버지도 말했지요. “네 일이니까 스스로 결정하거라.” 우리도 공방 할아버지처럼 아이를 구속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는 믿음직한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 민지숙(어린이 독서교육 전문가, <생생 +똑똑 체험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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