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고정욱 선생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산골총각>의 추천글입니다.
지혜와 용기가 가득한 동화시
-백석의 <산골 총각>
백석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가슴에 품고 아끼는 시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 정서와 풍속을 시에 담으려 애쓴 작가입니다. 태어나서 자란 고장의 풍경을 즐겨 그렸고, 옛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림책으로 소개되는 <산골 총각>도 백석이 어릴 적에 들었던 것을 동화 형식의 시로 되살린 이야기랍니다.
산에 사는 욕심 많은 오소리가 늙은 어머니에게서 곡식을 빼앗아 갑니다. 그러자 화가 난 총각이 네 번에 걸쳐 덧거리, 바른배지개, 왼배지개, 통배지개라는 기술로 오소리와 씨름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소리를 때려눕혀 평화를 마을의 평화를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백석은 참 곰살맞게 잘 풀어 갑니다. 우리 겨레가 즐기던 씨름 기술로 욕심 많은 오소리를 꺾는다는 발상도 재미있지만, 고향의 사투리를 적절히 사용한 언어 표현도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쉽고도 정감 있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남이 애써 수확한 곡식을 자신의 힘만 믿고 빼앗아가는 오소리는 이 땅의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상징합니다. 그런 오소리를 응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씨름기술을 익히고 거듭 도전해도 산골 총각은 자꾸 지고 맙니다. 이런 지혜는 세상 경험 많은 늙은 영감이 준 것입니다.
마침내 산골총각이 오소리를 쓰러뜨린 것은 정의가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합니다. 남의 것을 함부로 탐하다간 오소리처럼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교훈도 줍니다. 이처럼 이 짧은 이야기 안에 수많은 주제와 의미을 담는 것은 백석의 뛰어난 문학성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두고두고 읽힐 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게다가 은은한 색감을 곁들여 한국적인 정서를 살려낸 화가의 그림 솜씨도 볼 만합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성격을 어쩜 이렇게 잘 잡아냈는지요. 생생한 이야기와 빼어난 그림이 한데 어우러진 <산골 총각>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 고정욱(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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