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편집자 신수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의 추천글입니다.
요즘 길고양이를 '업둥이'로 들이거나 길고양이 가족이 나타나는 곳에 주기적으로 먹을 것을 놓아 주면서 "나 고양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됐어!" 하며 흐뭇해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새끼 고양이만큼 사람을 불가항력적으로 만드는 존재가 또 있을까. 어미와 떨어져 혼자 낑낑대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나 몰라라 하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열흘쯤 전 내 친구 은수(중3) 군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휴지를 뜯어먹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는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해 결국 집에 데리고 왔다. 은수 모친께서는 "야,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하면서 펄펄 뛰었지만, 단 하루 지나고 나더니 "아이고, 우리 집에 늦둥이 딸 생겼네." 하면서 자랑이 한창이시다.
당연히 은수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고, 어른 친구인 나에게도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다 큰 고양이를 두어 달 맡아서 돌봐준 경험밖에 없는 내가 당장 급한 궁금증을 풀어 주기는 역부족. "아, 이럴 때 잘 정리된 책을 하나 건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검색어 넣고 클릭 몇 번만 하면 웬만한 궁금증은 다 풀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 삶이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일로만 가득한 건 아니다. 특히, 무언가를 키우거나 관계를 맺는 일에서는 더더욱. 게다가 인터넷에 아무리 정보가 넘쳐난다고 해도,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편집'의 힘이 발휘된 좋은 책의 힘은 당할 수가 없다.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는 고양이의 임신부터 성장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 한권을 통해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알찬 교양서다. 아기 고양이의 성장 단계별 특징, 배변 훈련법, 표정과 동작으로 살펴보는 고양이의 기분(이 부분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얼마나 예쁜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도 '한번 키워 볼까'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사료 고르는 법, 고양이 입맛에 맞는 먹이 만들어 주기, 중성화 수술 같은 깨알 같은 정보들을 '카니'의 성장기와 함께 익힐 수 있다.
은수도 처음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 이 책의 주인공 지민이처럼 우유를 따라주고 참치 캔을 따서 먹여 주었다. 그런데 사람이 먹는 우유는 고양이에게 위험할 수도 있고 기름기와 소금간이 되어 있는 참치도 고양이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은수네 고양이에게 큰 탈은 없었지만, 아, 내가 열흘만 더 빨리 이 책을 만났더라면... (은수에게 더 잘난 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는 한 마리 고양이의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수의사나 야생동물 구조단으로 활동하고 싶은 꿈을 가졌으면서도 실제 동물은 키우는 경험은 하지 못했던 열 살 지민이가 따뜻하고 의젓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뿐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자연과 생명에 대해 이토록 생생한 간접경험을 선사하는 책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아 참, 책 아래 페이지 숫자 부분을 촤르륵 넘겨보시라. 생각지도 못했던 귀여운 보너스! 이런 아날로그적인 재미라니, 종이책이란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이었구나! - 신수진(어린이 책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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