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신해철! - 그에 대한 소박한 앤솔러지
지승호 지음 / 목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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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 <쾌변독설>을 공저했던 지승호가 홀로 남아 신해철을 그리워한다. 신해철과의 가상인터뷰가 재밌고 끝부분 2002년말 대선 전후 두 번 나눈 인터뷰 다시 실은 것도 좋다. 이 책 말고도 강헌과 음악중심y의 신해철 책을 최근 읽었다. 왠지 요새 신해철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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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환상여행 - 독보적인 예술가 그리고 어머니 천경자를 그리다
유인숙 지음 / 이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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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경자 화가의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기억하며 쓴 책. 개인 천경자 모습이 잘 나타나고 흘러간 70~80년대의 생활상과 그 때 나름 유명하던 이들도 많이 스쳐지나가서 재미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유명한 사람들 집에 불쑥 예고 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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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7년 - 문(問):지승호 답(答):김의성
김의성.지승호 지음 / 안나푸르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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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주 재미나서 분량이 꽤 되는데도 술술 끝까지 잘 넘어갔다.


인터뷰 시점은 한창 촛불이 타오를 때인 2016-17 겨울인데 책이 나온 건 거의 한 해 뒤인 2018년 초고 난 책 나온 뒤 두 해 가까이 지나서야 이 책을 읽었다.


김의성은 가난 때문에 가정이 불안정해 국민학교는 세 군데 다녔다고.

스스로 어릴 때 머리가 좋았는데 지금은 알코올치매 때문인지 나쁘다고 밝혔는데

학창시절 얘기 읽으면 정말 별 공부 안 했는데도 똑똑했다.

공부는 안 했지만 책을 몹시 좋아해서 집에 있는 책 어른책까지 다 읽고도 더 읽고파서

도서관 가서 책 많이 읽은 게 학교공부 게을리해도 성적 잘 나온 비결인 듯하다고 말한다.

서울 옥수국민학교,갈현국민학교 거쳐 부산으로 이사가서 국민학교를 마쳤는데

여기서 문화충격 경험한다. 깡패학교였다고.

중학교는 다시 서울 와서 강동구 천호중 다녔는데 이곳도 무시무시한 깡패학교였다고.

청담동 사는 친척집에 '위장전입'해서 고등학교는 8학군 명문인 영동고등학교 다녔다.

이 대목에 지승호는 상문고 나왔다고 밝혔는데 어제 지승호 출신고 어딘지 첨 알았다.

영화 '두사부일체' 모델인 사립비리로 악명높은 그곳 출신이었구나. 

고등학교 때도 5학기 동안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나이트 가고 놀았다고.

김의성은 돈 없지만 강남 사는 부잣집 동창들이 돈 내줘서 2주에 한 번 비싼 호텔나이트 가서

놀았고 그렇게 호텔나이트에서 나중에 스타배우되는 용산고교생 박중훈도 만나 사귀었다고.

3학년 1학기 무렵엔 성적이 많이 떨어졌는데 남은 한 학기 빡세게 공부해서

서울대 경영학과 입학. 진짜 공부머리 내지는 시험 고득점 받는 요령이 좋긴 좋았나 보다.

과는 점수 맞춰 안전지원해서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법대 가도 될 만한 점수였다고.

차라리 법대 가서 고시공부 했으면 합격했을지도 모르는데 싫어하는 수학이랑 관계없을 듯해 간 경영학과는 뜻밖에도 수학을 깊이 알아야 하는 학문이어서 대학교도 수업 안 들어가고 놀았다고.

벗들에게 부탁해 대리시험 쳐서 어떻게 졸업장은 받았지만 실력으로 받은 졸업장 아니기에 대학이 졸업장 도로 회수해도 할 말 없다고 밝힌다.

대신 미친 듯 놀다가 운동권 쪽 극단에서 배우 하게 됐는데 재밌었단다.

첫 혼인을 그 때 만난 가수랑 했는데 한 해 만에 김의성 잘못으로 이혼으로 끝나고 그걸로 상종못할 나쁜놈 돼서 그 때 사람들이랑은 연락이 거의 다 끊겼다고 한다.

다른 데서 연극하다 드라마 및 영화로도 활동범위를 넓혔고 홍상수 감독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선 주연도 한다. 어느날 회의가 와서 배우 그만두고 여러 다른 일 하다 베트남에 기회가 많다는 말 듣고 베트남 가서도 10년즘 오래 살며 베트남에서 크게 흥행한 드라마 제작도 했는데 정작 돈은 못 벌고 빈털털이로 다시 한국 돌아와 영화 하게 됐고 주로 악역을 맡으며 인터뷰 시점까지 왔는데 제목 '악역7년'은 배우로 복귀해서 7년 보낸 무렵 한 인터뷰로 제목이 그렇게 붙은 듯하다. 빈털털이로 한국 돌아올 무렵 김의성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때 장례식장에서 둘째 아내에게도 이별을 제안했고 아내도 담담히 받아들여 연기에 복귀할 무렵 돌싱이 됐다가 새로 만난 가수 겸 연기자 백현진 누나랑 인터뷰 할 때까지 5년 살았다고.


연예계 사람들 얘기도 아주 흥미진진하다. 홍상수,최동훈,김기덕,이창동,한재림 등 감독들 정우성,권해효,정진영,송강호,이경영,문성근,전지현,김옥빈,이선균,김우빈,박중훈,한효주 등 배우들 얘기가 나오는데 아주 재미나다. sns로 설리가 노브라하는 것 변호하다가 비난받은 얘기도 나온다. 김의성은 김기덕감독을 좋게 말했는데 인터뷰 뒤로 김기덕 미투 사태 벌어졌으니 생각이 바뀌었을까 궁금해진다. 김의성이 변호했던 설리는 몇 달 전 자살했고.


남은 목표는 그냥 재밌게 배우생활 하는 거라는 김의성.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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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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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생 글쓴이는 빈곤한 집안의 맏이이자 장녀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자란다.

결국 돈 때문에 중학교 중퇴하고 미싱일 하는 노동자가 되는데

일은 길고 힘들고 받는 돈은 적고 남성관리자들의 성추행은 난무한다.

공장 버스 운전수에게 강간되기까지 한다.


공장 동료 하나가 이따금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데 공장일보다 힘 덜 들고

몸까지 팔지 않아도 되고 술만 따르고 노래만 불러 줘도 꽤 추가수입을 올린다고 권해서

호기심으로 그 동료 따라 가 봤다가 정말 첫날 9만원 팁을 받는다.

이 때 지은이는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밤별 보고 퇴근해도 한 달 월급이 15만원이었다고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하고 놀라워한다.


그렇게 가끔 나이트클럽 알바를 병행하다 사귄 다른 공장 동료의 막내외삼촌의 아이를 배고

행복을 꿈꾸지만 남자는 도망가버리고 임신중단수술을 받는다.

도저히 미싱사로의 삶에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차라리 룸쌀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돈 좀 마련해 다른 길을 찾으려고 했던 게 스무 해 동안 착취와 속임수가 만연한 성매매 지옥에

빠져드는 거란 걸 지은이는 몰랐다.


지은이가 자세히 밝히는 성매매여성을 옭아매는 사슬은 무시무시하다.

사실상 노예제다. 업주들이 성매매여성들을 묶는 무기는 빚이다.

업주들은 잘 꾸며야 돈 잘 벌어 빨리 다른 길 찾아나설 수 있다며

옷,구두,백을 사게 만들고 미용실과 피부관리실에도 등록하게 된다.

이런 물건과 재화를 제공한는 이들은 모두 업주와 이익관계로 얽혔고

가격도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다. 그나마 이런 걸 사는 데 드는 돈을 성매매여성이

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는 업주조차 드물다. 처음엔 그냥 꾸며야 하니까

골라 보라며 납품업자에게 보내는데 순진한 초보아가씨들은 업주가 돈 내는 걸로

착각하다 나중에야 저도 모르게 빚더미에 오른 걸 깨닫는다.

업주들은 슬슬 이제 빚 갚아야지 하면서 술 따라 주고 노래 부르고 춤 같이 춰 주는 것보다

돈 더 되는 몸팔기를 강요한다.

시간이 얼마 지나면 다시 유행에 맞춰야 한다며 새 옷, 새 구두, 새 백 사기를 강요하고

말 안 듣는 여성은 다른 이들 앞에서 프로정신 모자라다, 몸관리가 엉망이다, 넋빠진 년 이런 소리를 날마다 들어야 하고 이른바 진상처리반으로 쓰인다.

진상처리반은 진상손님만 받는 여성들을 말하는데 당연히 업주에 고분고분한 다른 여성들보다 신체폭력과 언어폭력을 심하게 겪고 수입도 적다.


별별 명목으로 벌금도 물린다. 지각해도 벌금, 몸 아파서 하루 쉬어도 벌금, 진상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해도 벌금, 이래도 벌금, 저래도 벌금. 이 벌금이 꾸밈비에 덧붙어 성매매여성들 빚은 열심히 일해도 자꾸 늘기만 한다. 또 여성들은 구매자 누구에게 동료 누구와 함께 술과 안주 얼마를 팔았는지 기록을 꼼꼼히 한다고 한다. 업주가 틈만 나면 기록을 조작해서 돈을 적게 주려 하기 때문이라고.


아울러 성매매여성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싸우게 부추겨 단합하지 못하도록 한다.

딱 재벌이 노동자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라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거랑 비슷하다.

룸쌀롱 여성들에게는 사창가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도록 주입해서 룸쌀롱 현실이 얼마나 나쁜지 못 보도록 길들인다.

독립심이 센 여성들에게는 일부러 폭력적이고 돈씀씀이도 쪼잔한 진상손님을 붙여서 길들이고 새로 온 순진한 여성들은 그나마 점잖고 돈 잘쓰는 손님을 붙여서 여성들끼리 사이가 틀어지게 한다고 말한다. 그나마 점잖은 구매자라도 여성들에게 힘겹기는 50보100보다. 이렇게 상황이 나쁜 줄 몰랐던 초보여성들은 탈출을 꿈꾸지만 이미 빚으로 얽매여 탈출구는 없다.


여기에 업주는 경찰과 공무원에게 성상납하고 단속을 피한다.

공권력도 업주 편이지 성매매여성들 편은 아니다.


업주와 구매자들의 비열함,폭력스러움,상스러움을 읽다 보면 염세주의자 되기 딱 좋다.

이 생지옥에서 지은이는 끊임없이 다치고 몇번씩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또 버텨나간다.


지은이의 기억은 놀랍다. 스무 해 동안 겪은 스무 곳 가까이 되는 업소의 위치,시설과 거기서 만난 업주들,구매자들,동료들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밀도가 높은 책이다.


마지막에 여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성매매를 어렵게 빠져나오는

그나마 해피엔딩이지만 읽는 내내 우울하고 힘들었다.


이제 다른 성매매여성들의 탈출을 돕는 게 일인 지은이의 앞날은 평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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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Underworld: The Fast Times and Hard Life of an American Gangster in Japan (Paperback)
Robert Whiting / Vintage Books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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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패망 때부터 책이 나온 90년대말까지 일본현대사.


주인공은 니콜라 자페티Nicola Zapetti.

뉴욕 할렘서 태어나고 자란 이탈리아계 미국 남자다.

험악한 동네에서 범죄인 가족의 일원으로 1923년 태어나

1945년 점령군 일원으로 일본에 간 뒤 줄곧 일본에 눌러앉아

미국마피아, 일본야쿠자 등 암흑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평생을 산 범죄자의 삶을 통해

일본 현대사를 그린다.


우선 책이 몹시 재미나다.

등장인물도 어마어마하다.

일본의 최대스타로 떠올랐지만 인성에 문제가 많고 암흑가와도 긴밀했고

무엇보다 한국사람인 걸 숨기고 살고 죽어간 리키도잔(역도산).

'김대중 vs 김영삼'을 슨 이동형도 그의 여러 책에서 되풀이해 다룬 야쿠자 보쓰 고마다 요시오를 비롯한 여러 야쿠자들.

그런 야쿠자들과 긴밀한 관계였던 기시 노부스케,다나카 가쿠에이,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정치인들.

일본에 관광이나 작품 홍보차 왔을 때 니콜라의 이탈리아 음식점에 자주 드나든 헐리우드 스타들.

암흑가 사람들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성매매여성들. 첨엔 전후 배고픈 일본여성들 뿐이지만 나중에 일본이 부유해지며 옌을 노린 외국인 여성들도 많이 성매매에 뛰어들었다고.

이런 수많은 등장인물의 얽히고 설킨 얘기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일관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책의 뼈대를 이룬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흥행할 거 같다.


작가 로버트 화이팅도 일본에 사는 미국사람인데

나는 일본야구에 뛰어든 미국선수들 얘기를 통해

미일관계를 다루고 일본문화를 미국에 소개했던 책 You Gotta Have Wa로

처음 만났다.

원서가 아니라 우리말 번역본이었는데 80년대말에 OB 베어스 구단에서 비매품으로 뿌린 걸 90년대 후반에 동네 성당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읽었다. 우리말 제목이 아마 '재미있는 일본야구 이야기'인가 뭐 그랬던 거 같은데. 글솜씨가 좋아서 그 뒤 기억하는 작가다.

그 뒤로도 줄곧 일본을 미국에 소개하는 책을 써오는 것으로 안다.


추신 - 그러고보니 설경구 주연 송해성 감독 영화 '역도산'도 생각나네.

나중에 그 영화에서 역도산의 후원자로 나온 일본 할배가 다름아닌

오시마 나기사의 문제작 <감각의 제국> 남주 맡았던 그 배우였단 걸 알았을 때

느낀 놀라움도 아직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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