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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문학 - 섹슈얼리티, 폭력 그리고 재현의 문제
루스 배러클러프 지음, 김원.노지승 옮김 / 후마니타스 / 2017년 7월
평점 :
독특한 게 지은이가 호주 한국학 교수다.
지은이가 대학생일 때인 1989년 한국에 왔다가 제 또래인 여공들을 만나고
이들의 삶에 놀라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게 오랜 시간에 걸쳐 무르익어 책으로 나왔다고.
일제강점기 때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가 박화성 작품에서 비롯해
다카키,29만원대머리 때 산업화시대까지 작가이자 스스로 '공순이'였던 이들이
남긴 수기 및 소설을 통해 한국을 살핀다.
지은이가 말한 작품들 가운데 내가 읽은 건 신경숙의 <외딴 방> 하나 뿐.
그 책 나올 때만 해도 신경숙은 신선했는데 지금 신경숙 하면 표절작가란 딱지부터 떠오른다.
70년대말 80년대초 많이 나왔던 수기집 작가였던 석정남과 장남수는 그러고 보니
강준만 교수 <한국현대사 산책>에서 군데군데 인용된 게 기억난다.
검색해 보니 석정남 책은 알라딘에 없고
장남수 책은 2011년11월 나온 제19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뜀박질>과
2010년10월 나온 노조활동을 다룬 <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 공저자다.
다만 둘 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말한 책은 아니다.
지은이가 말한 석정남의 <공장의 불빛>(일월서각,1984)과
장남수의 <빼앗긴 일터>(창작과비평사,1984)는 2017년10월 현재로서는
헌책방에서도 찾기 어려운 거 같다.
거기에 오늘날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갑질과 감정노동 생각해 보면
한반도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정말 가혹한 땅이었고 여전히 그렇다.
물론 나같은 한남충김치찌질남들은 남자들도 살기 힘들다고 목소리 높이지만
사실 그래도 꼬추 달고 나온 것만으로도 한국남자들은 한국여자들보단 퍽 많은 걸 누린다.
인정할 건 하자.
조금 전 100자평 올린 토마스 하디 Far From the Madding Crowd에서도
신분낮은 여성노동자가 군인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가 신세망치고 결국 일찍 죽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산업화시대 한국에서도 여공이 남자대학생이랑 사귀는 얘기를 하며 하디 작품을 인용한다.
경향신문 인터뷰 보면 석정남이 이 책을 읽고 계급 차이 나는 사랑 때문에 비극이
생기기도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드물게 일어났다. 지은이가 계급차 사랑에서 비롯된 비극을 지나치게 많이 일어난 것으로 그린 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득 우석훈이 어느 글에선가 쓴 '한국은 연령층으로는 나이 많고 성별로는 남성이고
출신지역별로는 경상도이고 계층으로는 부유층인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나라다'란
구절도 떠오른다.
참, 경향신문 인터뷰는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07162058005&code=960205&med_id=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