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새벽까지 16강 두 경기 열렸다.

첫 경기가 아르헨:프랑스, 다음 경기가 우루과이:포르투갈.

 

아르헨:프랑스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조별예선에서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인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우승후보였지만 아르헨보다는 덜해도 답답했던 프랑스가 만났다.

예상은 프랑스가 이길 거라고 했는데 정말 프랑스가 더 나은 경기를 했다.

프랑스가 페날티로 앞서 가고 경기 주도권도 줄곧 쥐었다.

그러다 아르헨 쪽으로 잠시 분위기가 돌아왔는데 하프타임 조금 앞두고 디 마리아가 멋진 중거리슛을 넣어 동점. 후반이 되고 얼마 뒤 메씨가 찬 공이 동료 메르까도 발 맞고 휘어 프랑스 요리쓰 골키퍼를 놀리는 골이 돼 아르헨티나가 역전.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곧 프랑스 수비수 빠바르의 아름다운 중거리골이 나왔고 그 다음 이 경기 진짜 주인공 납셨다.

'제2의 앙리'란 말을 듣는 킬리안 음바페가 빠른 발을 바탕으로 흠잡을 데 없는 두 골을 넣어 프랑스가 재역전. 필사적으로 매달린 아르헨티나가 후반 추가시간에 한 골 만회했지만 연장전을 불러올 동점골은 결국 없었다.

아직 10대인 음바페는 58대회 때 펠레, 98대회 때 오언과 더불어 월드컵 역사에 남을 무서운 10대 모습을 보였고 올해대회 젊은선수상을 예약했다. 무려 메씨를 엑스트라로 만들고 새 스타 탄생을 알린 대관식. 놀라웠다.

 

우루과이:포르투갈

축구를 많이 보다 보니 이젠 '어? 이 경기는 어디서 봤는데.'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이 경기도 그랬는데 10월드컵 우루과이와 우리 경기 재방송을 보는 듯했다.

우루과이가 앞서 가고 동점을 만들지만 다시 우루과이가 결승골 넣고 상대 추격을 뿌리치고 살아남는 그런 경기. 다른 점이라면 8년전엔 두 골 넣어 선수가 수아레스였는데 그제는 카바니였다는 거랑 상대가 우리에서 포르투갈로 바뀌었다는 거 쯤.

메씨에 이어 호날두도 16강에서 멈춰버렸다.

 

어제 밤에서 오늘 새벽에 걸친 두 경기는 둘 다 승부차기까지 갔다.

먼저 스페인:러시아.

이 경기도 전에 본 경기 되풀이되는 듯했다. 02월드컵 스페인:우리 경기랑 퍽 닮았다.

더 전력이 낫다고 평가받던 스페인이 관중들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필사적으로 수비하는 개최국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서 졌으니까.

다른 점은 그 때는 연장전 끝에도 0:0었는데 어제는 한 골씩은 주고받았다는 거.

10분 만에 수비수 자책골로 뒤진 러시아가 전반 끝나갈 무렵 페날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그 뒤 경기주도권을 쥔 스페인이 악착같이 수비한 러시아 방패에 막혀버렸다.

눈에 들어오는 게 연장전반 때 두 팀이 후반에 썼던 진영을 그대로 쓰는 거였다. 내가 알기로는 연장전반 때는 전후반 바뀌듯 진영을 바꾸는 걸로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새 규칙이 바뀐 듯.

피파에서 승부차기를 선축팀1번, 후축팀1번, 선축팀2번, 후축팀2번으로 하는 것에서 바꿔 테니쓰 타이브레이크 때처럼 선축팀1번, 후축팀1번, 후축팀2번, 선축팀2번, 선축팀3번,...으로 바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아직 옛 방식대로였다. 바꾸는 까닭은 빅데이터 조사를 해 보니 선축하는 팀이 통계적으로 뚜렷이 구분될 만큼 유리해서 공정성을 해치므로라고 한다. 스페인이 선축이니 통계적으로는 스페인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 보였지만 통계에겐 버림받았지만 관중들 열렬한 응원을 업은 러시아가 살았다.

잘 싸웠지만 분패한 스페인에게는 위로를 약팀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선보여 결국 살아남은 러시아에는 축하를 보낸다.

 

다음 크로아티아:덴마크.

크로아티아가 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덴마크 수비가 단단했다.

첫 5분은 그야말로 넋나간 경기였다.

시작하자마자 크로아티아 문전으로 간 덴마크 결국 골을 우겨넣었다. 골 나올 때 페날티지역 안 인구밀도가 높았는데 공이 어떻게어떻게 들어가버렸다.

바로 한 골 얻어맞은 크로아티아는 반격에 나서서 역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힘입어 동점골을 넣고 바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덴마크 수비수 하나가 멀리 보내려고 찬 공이 다른 덴마크선수 뒷통수를 맞고 크로아티아 공격수 만주키치에게 가 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점수 많이 날 경기처럼 보였지만 그 뒤 연장 끝날 때까지 골은 없었다. 경기내용은 3:2 쯤으로 크로아티아가 앞섰지만 덴마크도 이따금 꽤 아슬아슬한 공격을 해서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느낌은 없다.

카메라가 이따금 98대회 득점왕인 크로아티아 수케르와 덴마크대표팀과 맨유 전설적 수문장이었던 피터 슈마이켈을 비췄다. 그들 모습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연장 후반에 크로아티아가 페날티킥을 얻었고 주장 루카 모드리치가 찬 공이 덴마크 골키퍼 품에 안겼다. 대를 이어 덴마크 골문을 지키는 아들 카스퍼의 선전에 환호하는 피터 슈마이켈.

승부차기 들어갈 때 분위기는 덴마크 쪽이었다. 몇 시간 전 내용에선 덴마크보다 더 뚜렷하게 진 러시아가 승부차기로 8강 나가기도 했고 바로 몇 분 전 페날티를 잘 막고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오기도 했으니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크로아티아가 이겼다.

메씨, 호날두, 이니예쓰타에 이어 모드리치까지 16강에서 멈추나 했는데 모드리치와 크로아티아는 일단 8강까지는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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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슈마이켈 부자를 보니 가끔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대표팀인 사례가 몇 생각난다. 이탈리아 말디니 집안이나 슬로바키아 바이스 집안. 바이스 부자는 감독과 선수로 10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를 3:2로 꺾고 집으로 보내버린 걸로 가장 유명하다.

2.이번 대회 세 골로 러시아 공격을 이끄는 셰리체프가 금지약물을 썼다는 의혹을 받는단다. 흠, 러시아 여긴 대체 왜 이럴까? 8강전에선 크로아티아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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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3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본 작가 니시베 겐지가 쓴 책 <축구좌익 축구우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책 핵심 몇 가지를 요약하자면

1.축구좌익은 이상주의자들이고 아름다운 축구 하는 게 목표이고 좌익팀들끼리 만나면 골 많이 나오는 일이 잦으며 글 쓸 때인 2010년대 중반 기준으로 쎕 과르디올라 감독이 대표자다.

2.축구우익은 결과주의자고 이기는 축구 하는 게 목표이고 우익팀들끼리 만나면 0:0경기가 퍽 많이 나오며 디예고 씨메오네 감독이 대표자다.

3.정치사회경제역사에서 우익이 기득권이고 좌익이 우익에 반발해 나온 것과 달리 축구에선 좌익이 먼저고 우익이 나중에 등장했기에 현대축구전술발전에는 우익의 입김이 쎄게 들어갔다.


내가 알기론 우익축구가 득세하는 계기가 된 경기 가운데 하나가 82월드컵 브라질:이탈리아 경기다.

빠올로 로씨가 해트트릭 하며 이탈리아가 3:2로 이긴 경긴데 내용을 보면 이탈리아 선취득점, 브라질 동점골, 이탈리아 다시 앞서 나감, 브라질 다시 동점, 이탈리아 결승골. 이 경기서 브라질은 비기기만 해도 됐고 이탈리아는 꼭 이겨야 했다. 브라질은 동점골을 두 번 얻었는데 두 번 다 동점골을 얻은 뒤에도 승리를 노리고 공격적으로 나서다 빈틈을 보였고 골먹고 대회 탈락했다. 말하자면 브라질의 좌익축구가 이탈리아의 우익축구에게 진 셈. 이 경기를 계기로 '보기좋은 것도 좋지만 일단 이기고 보자'는 우익축구가 크게 유행했는데 나중엔 이게 너무 심해져서 0:0경기가 속출하고 축구 인기가 떨어지자 피파에서 규칙을 바꿔 승리에 2점 주던 걸 3점으로 바꿔 제도적으로 좌익적 공격축구를 보호하기도 했다. 그린벨트 만들고 생물위기종 지정해서 자연환경보호하듯이. 승부가 걸린 당사자는 우익축구를 해서라도 실속을 차리고 싶겠지만 1)그 우익축구의 피해자나 2)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이 갈게 되는 게 우익축구다.


일본이 폴란드전에서 0:1로 지는 걸 목표로 공 돌려대서 비난받는 거 보니 우리도 비슷한 일 한 게 생각난다. 06월드컵 토고전에서 우리도 0:1로 끌려가다 이천수 프리킥골과 안정환 결승골로 2:1로 역전하자마자 경기 끝날 때까지 공 빙빙 돌려서 토고 공격기회를 뺏었다. 토고전 때 우리나라나 이틀전 폴란드전 때 일본이나 우익축구를 한 셈인데 토고전 때 울나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욕 많이 먹었다. 게다가 전술적으로도 어리석었는데 토고 다음이 프랑스와 스위스였으므로 토고전에서 기회 있을 때 골을 더 넣어서 득실차를 되도록 늘려 놔야 할 때 우리는 심지어 프리킥도 뒤로 찼다. 일본도 같은 때 열린 다른 경기에서 세네갈이 동점골을 넣었으면 '꼼수 부리더니 아주 꼴 좋게 될' 뻔 했다.


결론을 내자면 '일본 꼼수축구 까려면 우리가 부린 꼼수부터 먼저 반성하자.' 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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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턴 2
폴 킹 감독, 휴 그랜트 외 출연, 벤 위쇼 목소리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패딩턴이 돌아왔다. 첫 편에 이어 이것도 가족영화의 명작이 될 듯. 주름 는 휴 그란트 보며 느낀 벌써 저렇게 나이들었나 나도 곧 늙다리 폐품되겠다는 공포만 잘 견디면 아주 즐겁다. 영화에 교묘하게 깔린 브렉씨트 풍자도 볼 만 하고 무엇보다 마말레이드 좋아하는 곰 패딩턴이 아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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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h조 마지막 두 경기가 열렸고 나중에 g조 마지막 두 경기 열리다.

늘 짜증나게 생각하는 게 피파가 경기 순서를 이상하게 뒤섞는 거다.

피파가 그렇게 하는 무슨 그럴듯한 까닭을 나는 몰라선지 순서 뒤섞일 때마다 짜증난다.

알파벳 순으로 g조가 먼저인데 h조 경기 먼저 하는 건 왜인지 늘 궁금하다.

조 순서만 뒤섞는 게 아니라 개별 경기 순서도 뒤섞어서 내일 열리는 16강전 두 경기를 보면 먼저 열리는 프랑스:아르헨티나가 피파에 따르면 경기50이고 늦게 열리는 우루과이:포르투갈이 경기49다.

 

내 관심 가장 많이 끈 폴란드:일본은 폴란드의 1:0 승리.

일본은 졌지만 승점,골득실,다득점에 이은 네번째 판정기준인 페어플레이 포인트에서 세네갈보다 앞서 16강에 나갔다. 부럽다.

 

같은 때 열린 콜롬비아:세네갈은 콜롬비아의 1:0 승리.

첫 경기에서 거의 경기 내내 10명으로 일본과 싸우고 분패한 콜롬비아는 나머지 두 경기를 잘 치르고 조1위가 됐다. 한일월드컵에 이어 다시 세네갈 돌풍을 몰고오나 싶었던 세네갈은 가장 억울한 16강 탈락팀이 돼버렸다.

 

다음 g조.

어제 네 경기 가운데 둘째로 내 관심 끈 벨기에:잉글랜드 경기는 벨기에가 1:0으로 이겼다.

이미 탈락 확정된 두 팀인 파나마:튀니지 경기는 튀니지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아이슬란드와 함께 이번 대회가 첫 월드컵 무대였던 파나마는 세계의 벽을 온몸으로 느꼈으리라.

 

어제를 마지막으로 16강이 다 나왔고 개막 뒤 첨으로 오늘은 휴식일이다.

여태껏 나온 가장 큰 이변은 80년 만에 독일 조별예선 탈락이다.

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에 지고 아이슬란드랑 비겨 고생 끝에 간신히 16강 오른 것도 큰 뉴스다.

 

조별예선 때 보인 모습으로는 크로아티아와 벨기에가 가장 돋보였고 다음으로 안정돼 보인 게 프랑스. 브라질,스페인,아르헨티나는 생각보다 부진했는데 과연 누가 새 월드컵 주인이 될까? 천천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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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62년 우승팀 브라질이 66년 조별예선 탈락한 걸 비롯해서

98년 우승팀 프랑스 02년 조별예선 탈락

06년 우승팀 이탈리아 10년 조별예선 탈락

10년 우승팀 에스파냐 14년 조별예선 탈락

14년 우승팀 독일 18년 조별예선 탈락.


특히 최근 들어서는 세 대회 연이어 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예선에서 떨어져나갔다.

얻기도 힘들지만 지키기는 더 어려운 게 승자의 위치라는 걸 축구에서도 배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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