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뚜르 드 프랑스에서 주로 카자흐스탄 선수들로 짜인 팀 이름은 아쓰타나다. 구간 11 우승자 이름은 로비 무어가 아니라 로비 헌터다. 흠, 일어나 루치아 케이크 2조각, 해민 케이크 2조각을 바나나 세 송이 곁들여 먹고 화이트삭스 대 레드삭스 보고 나서 책 좀 보다 낮잠 두 시간 자니 하루가 끝. 반성하자. 이래 갖고 되겠나? 저녁으론 두부 한 모 반에 부모님이 사 오신 중국 야채소고기 두장볶음과 케이크 남은 거-루치아 한 조각, 해민 두 조각-을 다 먹어버렸다. 아, 한심해. 일기를 꾸준히 써서 사람돼야겠다. 지금 내가 사는 건 생산 없이 소비만 하는 그 무엇에 가깝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좀 해야 하는데 탈출구 찾기가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늦게 일어나 루치아 아주머니가 갖다 주신 12조각에서 8조각으로 준 케이크를 6조각으로 줄이고 어머니 가게로 전화해서 집 화초에 물을 줄까요 하고 여쭸다. 그러라고 하신다. 끊고 잠시 있다 가게에서 전화하신 어머니 부탁대로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스위치를 올린 뒤 뛰러 나가서 도서관으로 갔다. 가서 책 8권인가 7권인가를 갱신하고 아버지 생신 선물로 드릴 로토 트리플 딥 13달러 어치 산 뒤 와서 다시 어머니 말씀대로 꽃에 물 줬다. 그 때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케이크를 3조각으로 줄이신 뒤 저녁 5시까지 설거지를 끝낼 걸 주문하신다. 빨래 널고 신문 보고 커티스 페이쓰가 쓴 웨이 오브 더 터틀이란 주식투자책 보니 5시가 가까워져 설거지 하고 밖에 나가 보니 나도 모르는 새 비가 내려 빨래가 젖은 채 그대로다. 안으로 들여 와 빨래대에 널려 있던 마른 옷들 정리하고 젖은 빨래를 널고 나니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어머니 가게로.

아버지랑 피너티 애비뉴와 쏘렐 크레즌트로 배달 갔다 도로 가게로.

다시 보타니 다운즈의 암포라 레스토랑으로. 이탈리아식인데 앙트레로 발싸믹 식초, 이름모를 어떤 풀을 다져 넣은 올리브기름, 역시 내가 모르는 풀을 다져 넣은 버터에 빵을 찍어 먹었다. 그 다음엔 계속 앙트레로 가리비, 연어, 왕새우를 먹었는데 맛은 왕새우, 가리비, 연어 순. 가장 맛없었던 연어도 나쁘지 않았고 가리비는 좋았고 왕새우는 꽤 좋았다. 메인으로 아버지 닭고기 파스타, 동생도 아버지랑 같은 거, 해민이는 무슨 아이 필렛 스테이크, 어머니는 무슨 스카치 필렛 스테이크, 나는 해산물 파스타. 닭고기 파스타 면이 해산물 파스타 면보다 넓었다. 해산물 파스타 면이 흔히 보는 스파게티면이라면 닭고기 파스타 면은 중국 면요리 일종이거나 우리나라 칼국수면 가운데서도 꽤 굵은 거 닮았다. 맛은 해산물 파스타, 닭고기 파스타, 스카치 필렛, 아이 필렛 순. 내가 가장 맛있는 걸 골라 괜히 기분 좋았다. 후식으로 해민이가 사 온 케이크를 또 먹고 너무 많이 먹어 몸이 둔해진 걸 느끼며 집으로 기어 들어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 조심하자. 이러다 진짜 살 쪄 버리겠다.

아! 오늘 있었던 한 가지 우스운 일. 5조각 남은 루치아 아주머니 케이크를 3조각으로 줄이려고 낮 두 시쯤 뚜껑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왜 5조각만 남았지? 어젯밤 동생이 둘, 내가 오늘 새벽에 둘, 아버지가 좀 전 하나 그러니 7조각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잠깐 아버지가 세 조각이나 드셨나 아냐 그럴 수는 없을 텐데. 무려 3시간 생각하고 아버지한테 점심으로 세 조각 드셨냐고 여쭌 끝에야 내가 늦게 일어나자마자 두 조각 먹어치운 생각이 났다. 이래서 남의 눈 속 티끌은 잘 보여도 자기 눈 속 뭐드라 하여튼 뭔가는 안 보인다는 말이 있는 거 같다.

신문을 보니 지난 주말 세찬 바람 때문에 전기와 수도가 나간 집들이 이제야 복구되나 보다. 뉴질랜드 정치판엔 집권당인 노동당 벤쓴 포프 장관 아래 고위공무원 하나가 야당 국민당 의원의 배우자인 게 드러나 사흘 만에 해고당한 거 때문에 좀 시끄러운 거 같은데 한국에 비하면 요런 건 애교지. 썬데이 스타 타임즈 가십 칼럼니스트랑 헤럴드 온 썬데이 가십 칼럼니스트 엄마가 싸우고 40대 아버지 하나가 제 아들이 다른 애한테 해꼬지받은 분풀이로 해꼬지한 애를 차로 들이받아 중태에 빠뜨려 일이 시끄럽다. 뉴질랜드 달러가 한국말로 뭔지 모르겠지만 플로팅한 뒤 미국달러 상대로 가장 강세를 보여 수출업자들이 힘들어한다고 한다. 로버트 아발로스 블로그에서도 몇 주 전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행동을 칭찬한 기억이 그러고 보니 난다. 뉴질랜드 내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걸로 기억하는데. 만델라가 볼저 수상 때인 90년대 중반에 뉴질랜드 와서 열광적 찬사를 받았듯이 뭐든지 집안에서 인정받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다. 그러니 나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자꾸 뭐라 그래도 너무 시무룩해 하거나 풀죽지 말도록 하자.

해외에선 중국이 올림픽 앞두고 음식물 망신 때문에 난리고 뉴욕에선 80년 묵은 파이프가 터지며 뉴요커들에게 911을 연상시켰다 한다. 최경주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브리티쉬 오픈 첫날에 꽤 좋은 성적을 올린 거 같은데 어젯밤 난 투르 드 프랑스 보느라 브리티쉬 오픈은 부모님과 같이 앞머리만 좀 봤다. 투르 드 프랑스에선 마르쎄유에서 몽뻴리예 가는 구간 11이 한창 진행되는 참이었는데 오버롤 클래씨피케이션 10위 안에 있던 프랑스 챔피언 크리스또프 모로가 카자흐스탄 팀 아바싸다이든가가 주도한 고속질주에 제 때 합류하지 못하며 우승가능성을 사실상 놓치는 프랑스 사람들로선 가슴아픈 일이 벌어졌다. 아직 선두는 라보뱅크 팀 에이스 라스무센이고 구간 11 우승자는 남아공의 로비 무어라든가 하는 선순데 남아공 선수가 구간우승 한 건 첨이라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심술 2007-07-2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어젯밤 오늘 새벽에 걸쳐 투르를 보며 케이크를 10조각에서 8조각으로 줄였다. 우유 두 잔과 곁들여. 조심하자. 한 번 찌기 시작하니까 겉잡을 수가 없다.

심술 2007-07-2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포라는 술을 갖고 와서 마실 때 돈을 따로 안 내도 돼서 좋다. 오늘 쓴 돈은 약 200달러 쯤인거 같다. 메인은 평균 26달러 이쪽저쪽, 앙뜨레는 평균 17달러 이쪽저쪽. 동생은 해민이 바래다 준 뒤 정명이네 가서 팔머스톤 노쓰 갔다 온다고 한다. 정명이가 인터넷에서 산 차가 거기 있다고 한다.

심술 2007-07-2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관심 가는 책. 김준형-경제적으로 세상 읽기, 전봉관-경성 씨리즈, 미레유 길리아노-프랑스 여인들은 살찌지 않는다, 이엘더블유 완전정복-아마 주식책인 거 같다, 배터리-일본 야구소설이란다.
 

왜 빌리어네어를 억만장자라고 부르는 걸까? 밀리어네어가 백만장자면 빌리어네어는 십억장자라고 해야 옳을 거 같은데 말이다. 물론 이런 거 갖고 궁금해 하면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비웃으며 돈 되는 일에나 신경쓰라고 퉁명스럽게 한 마디 쏴 붙이거나 넌 2000년 1월 1일을 맞을 때에도 오늘이 아니라 2001년 1월 1일이 진짜 21세기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시큰둥했지하고 지레짐작해서 핀잔 주는 거 안다. 그래도 궁금하다.

나같은 사람은 2001년이야말로 진짜 21세기가 열리는 해라며 2000년 1월 1일에 즐거워하는 다른 이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봤을 거라는 누명이 있을 거 같아 해명을 해 본다. 내가 좀 괴짜이고 삐딱한 데다 2000년 1월 1일에 시큰둥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즐거워하는 걸 못마땅해 했다는 건 터무니없는 누명이다. 2000년 1월 1일에 시큰둥했던 건 시간은 쏜살같이 가는데 이뤄놓은 건 없고 뭘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한 미래를 맞이하는 겁많고 소심한 어느 책 제목처럼 청년위기를 겪는 젊은이들이 곧잘 겪는 우울증 때문이고 연도를 알리는 첫 숫자가 1000년 만에 1에서 2로 바뀌는 순간을 남들이 기념하는 걸 비과학적이라 생각해서였던 건 아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비과학적이긴 하지만 그리고 10대 시절의 나라면 그런 비과학적인 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기도 했을 테지만 한창 우울증을 겪던 그 때 난 김승옥 단편소설 무진기행 속의 나처럼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10대 중후반 시절의 나는 지금 이 사람들을 보고 비웃었겠구나 하면서. 정작 속좁은 바보는 사람들의 그런 작은 실수를 꼬투리잡아 불평해 대는 10대 시절 나같은 사람이라는 걸 몰랐음을 뉘우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 그러니까 17일 화요일 아버지가 모처럼 가족이 다 모인 저녁밥 자리에서 생일선물로 뭘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내게 무엇, 동생에게 다른 무엇을 바라셨다. 아버지 생일은 금요일 20일이다. 오늘 장보러 간 김에 사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바란 게 뭔지 별안간 기억이 안 나는 거다.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 자정을 1분 남기고 지쳐 들어온 동생에게 아버지가 내게 바랐던 선물이 뭐냐고 물었다. 같이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동생도 기억하지 못했다. 원통하게도 우리 둘 다 아버지가 동생에게 바랐던 건 뭔지 기억했다. 마지막 희망은 어머니다. 내일 어머니께 여쭤 보고 어머니도 기억 못 하시면 할 수 없다. 아버지께 도로 여쭤야지. 나이 때문에 가뜩이나 우울한 거 같은 아버지께 불효가 될 지도 모르지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심술 2007-07-1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파워&마린의 조세핀이 쌔뮤얼을 찾는 전화를 했는데 알고 보니 나 찾는 거였다. 내 한글 이름을 쌔뮤얼로 들었나 보다. 돈을 가게 전 주인한테 보냈는데 미안하다 실수로 그런 거라고 하고 담부턴 우리가 청구서 보낼 때 주문번호를 꼭 적어 달라고 하기에 그러마고 했다.

심술 2007-07-1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일 월요일엔 에이엔젵 은행에 전화해서 사기사건 보상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안 해 줄 거란다. 우리 실수라면서. 그래, 우리 실수지. 근데 에이에쓰비는 우리 실수라면서도 50%는 보상해 줬다. 고객써비쓰로. 아예 에이에쓰비로 옮겨야 할까 보다.

심술 2007-07-1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치아 아주머니네서 생일케잌, 술 한 병, 청국장을 갖다 주셨다. 생일케잌이 너무 일찍 왔다. 정작 금요일 되면 맛이 떨어질 거 같은데.

심술 2007-07-1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희정 관계의 기술. 직장생활하는 여성들이 타겟인 거 같지만 인간관계가 나쁜 나도 한 번 구해 읽어 봐야겠다.

2007-07-18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070712 목요일,에 아버지가 사천요리 짜파게티를 사 오셨는데 신제품이라 관심이 많이 간다. 요새, 그러니까 최근 두 주, 들어 밤마다 자꾸 배고파 많이 먹는데 살찌는 게 눈에 띈다. 수선님처럼 다이어트라도 해야지. 64였던 몸무게가 69까지 늘어 70을 위협한다. 오늘 아침 땅콩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쓰레기통 안쪽에 땅콩 알맹이 하나가 부딪히는 영롱한 소리가 날 가슴아프게 했다. 그렇다고 도로 꺼내 먹을 수도 없고. 담부턴 땅콩껍질 버리기 앞서 안 먹은 게 있는지 샅샅이 살펴봐야 하겠다. 아, 자꾸 먹으면 안 되는데 왜 자꾸 배고플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