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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찰스 테일러 지음, 권기돈, 하주영 옮김, <자아의 원천들 -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 (새물결, 2015년 12월) 


최고의 <헤겔>철학자이며, <근대의 사회적 상상>과 <현대종교 경험의 다양성>, <세속화와 현대문명> 등 근대성에 대한 성찰에 천착해온 찰스 테일러의 기념비적 저작이 드디어 나왔다. 근대사상의 거대한 조류인 반인간주의, 반도덕주의에 맞서 인간됨과 인간주체를 옹호하며 도덕철학을 펼친 <자아의 원천들>이 무척 기대된다. 









2. 하인츠 부데 지음, 이미옥 옮김, <불안의 사회학 -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동녘/2015년 12월)



독일은 '헬조선'의 열악한 상황에 비해서 여러모로 나아보인다. 분단국가에서 통일국가를 이루고, 복지제도도 훨씬 잘 세워져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밖에서 보기와 달리, 내부의 관점에서는 독일에서도 중산층이 붕괴되는 현상과 승자독식방식이 구조화되는 현상 등 사회에서 불안이 증폭되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독일사회에서 불안의 양상을 추적하고 분석한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3. 이반 일리치, 어빙 케네스 졸라, 존 맥나이트, 할리 셰이큰, 조너선 캐플런, 신수열 옮김, <전문가들의 사회>, (사월의책, 2015년 12월) 


"20세기 후반의 가장 급진적 사상가"(더 타임즈)로 꼽히는 이반 일리치의 전집으로 나온 책이다. 현대사회가 전문화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권리를 전문가들에게 이양해버리며 전문가들은 월권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일리치의 '전문가들의 사회'에 더하여, '의료만능사회', '서비스 사회의 정치학', '변호사와 사법 독점', '베이비시터가 된 장인들'이라는 장을 통해서 구체적인 논의를 담고 있다. 2016년의 '전문가들의 사회'에서 나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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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맹정현, <트라우마 이후의 삶 : 잠든 상처를 찾아가는 정신분석 이야기> (책담, 2015) 

부제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세월호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어느 정신분석가의 트라우마 강의. 프로이트-라캉주의 정신분석가인 맹정현이 쓴 새로운 책이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로 삼아 정신분석적으로 풀어낸다는 데 기대가 된다. 

서문에 있는 문장들이 마음을 홀린다. 

 "트라우마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려면 그 순간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 흉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프로이트) 정신에 강력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흉터, 트라우마.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 흉터는 운명적으로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육체의 흉터와 달리, 정신적인 흉터를 지울 수 있는 과학기술, 망각의 테크놀로지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삶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흉터를 중심으로 맴돈다. 
... 2014년 봄 어느 하루,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가 본 몇 개의 장면들, 마치 영원히 정지된 화면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개의 장면들을 중심으로 이 강의는 맴돌고 있다. 배의 유리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들, 배의 끝자락이 바닷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사라지는 장면, 또 배가 사라지고 없는 곳을 중심으로 구조선들이 맴도는 장면들. 그 장면들 앞에서 인간이라는 지위에 대해 절대적 무력감을 느꼈고, 결국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에 응답할 필요가 있었다. 강의는 그런 시도로 기획되었고 이제야 그것을 글로 남긴다. 모든 애도의 출발점은 말하고 쓰는 과정이다.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더듬는, 늘 현재형이 될 수밖에 없는 과정."




2) 정수복, <응답하는 사회학 - 인문학적 사회학의 귀환> (문학과 지성사, 2015) 

[출판사 소개글]에 나온 것처럼 "'당연의 세계'에 끊임없이 비판의 눈길을 던지며,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쓰기를 해온 사회학자이자 작가 정수복"의 신작이다. 정수복은 "삶의 궁극적 의미와 세상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바꾸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학을 꿈꾸며,  "대학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연구자로서 대학 사회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온 저자는, 우리 학계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회적 사실을 마치 사물처럼 다루며 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는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대신 잃어버린 인간적 차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문학적 사회학, 인문학과 문학.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말 건네고 응답하는 사회학을 요청한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이나 <파리의 장소들>, <도시를 걷는 인문학>, <프로방스에서 완전한 휴식> 등으로 삶의 온기를 담은 사회학적 성찰이 매력적이었던 정수복의 신작이 본격적으로 사회학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을 시도한다니, 무척 기대된다. 




3) 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 - 푸코, 라캉, 드장드로> (자음과모음, 2015)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쓴 사사키 아타루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야전과 영원'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가운데 어떻게 사회 안에서 주체가 되어가는지를 미셸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를 가로지르며" 이야기한다. 그가 강조했던 "텍스트와 거리를 둔 해석의 실천과 현실과의 상호작용"이 이 사상가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풀어졌을지가 궁금하다. 

[출판사 서평] 
"총 3개의 부와 2009년 6월 추가된 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개념적 윤곽을 간략하게 복습하고, 제2부에서는 도그마 인류학을 내세우며 언어와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 피에르 르장드르를 통해 라캉의 세 가지 주요 개념을 비판하는 동시에 재정립한다. 제3부에서는 라캉 및 라캉학파의 관점, 정신분석과 사회학, 인류학의 축이 되는 관점을 근본 개념부터 비판하며 주체화의 구조를 밝히려한 푸코의 궤적을 재구성한다.

긴장감 넘치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통렬한 분석과 성찰의 결과이며, 텍스트에 쓰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텍스트 원리주의에 대한 경고로서 향후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고도의 지적 경험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삶에 대한 성찰'로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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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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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2 -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선사시대의 크로마뇽인도, 고대의 그리스인도, 현대의 동아시아인도 모두 불안을 겪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불안의 문제는 가장 다양하고도 중요한 문제들이 하나로 모이는 교점이자 우리의 정신적 실존 전체에 빛을 밝힐 수 있는 수수께끼(17). 저자인 스콧 스토셀은 두 살 때부터 공포증과 불안으로 고생했으며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열 살 이후에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온갖 방법, 정말 방법이란 방법을 총동원하여 불안의 문제를 풀어보려고 씨름해왔다. 안타깝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그는 불안이 완벽하게 해소되거나 해결되었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불안극복의 효과를 과장하여 섣부른 비결 따위를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기에 오히려 신뢰할 수 있다. 불안을 해소하거나 해결하는 비결이란 없다는 잔인한 진실 앞에서 다만 키르케고르의 조언처럼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온 경험과 그에 관한 사유를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것이다. 

 

불안이란 무엇인가? 불안을 정의하는 문제에도 다양한 쟁점들이 있지만, 스토셀은 40년간 불안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온 W박사에게 불안에 대한 간결한 정의로 논의를 시작한다. “불안은 앞날의 고통에 대한 걱정, 곧 막을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참사를 두려운 마음으로 예상하는 것이다.(83) 인간의 불안은 미래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죽음을 두려워할 수 없으며 건강염려증에도 걸릴 수 없는 동물들의 불안과는 격 또는 결이 다른 것이다. 스토셀은 불안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공황장애와 공포증을 가지고 살아간다. 발표하는 자리에서, 비행기를 타러 앉은 자리에 극도로, 병적으로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토를 하지 않음에도 구토할까봐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구토공포증(emetophobia)이나 불안하면 설사가 나고, 설사가 나면 더 불안해지는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앓는다. 그는 불안의 반응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통제할 수는 없다.

 

스토셀이 이 책에서 이 지독하고 지나친 불안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반복해서 다루는 핵심적인 질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불안이 몸/뇌의 문제인가, 마음/영혼의 문제인가?’ 하는 물음이다. 만약 불안이 몸의 문제라면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것으로 해소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면 실존적 깨달음을 통해서 해결될 것이다. 평생 불안 장애로 인한 고통을 숱하게 겪어온 저자에게 이 물음은 매우 중요한 난제다. “우리가 신의 돌봄 안에서 안전한가, 아니면 차갑고 냉혹하고 무심한 우주 안에서 죽음을 향해 무의미하게 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훨씬 세속적으로, 시냅스 안의 세로토닌 수치를 적절히 조절하면 평온을 얻을 수 있을까? 혹은 이 둘은 어쨌든 같은 것일까?”(82) 하지만 불안은 몸의 문제이면서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령 명상을 하거나 대화를 하면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지기도 하고, 세로토닌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으면 불안이 가시기도 한다. 스토셀은 자낙스, 클로노핀, 셀렉사, 알코올 등의 약이 부모보다 L박사보다, 혹은 나 자신의 의지보다(그게 무엇이든 간에) 나를 훨씬 더 잘 달래주었다”(411)고 생각하면서도 약물로 불안의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하지는 않고 실존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도 병행하며 자전적 투병기록도 집필한다. 그 무엇도 스토셀의 불안을 완전하게 해소해주는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불안은 영원한 인간의 조건이기에 불안을 박멸할 수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401) 그런데 과연 불안이 있는 것이 나쁜 것일까? 모든 불안이 유해하지 않으며 어떤 불안을 유익하다. 또한 어떤 불안은 지극히 옳은것이다. 적당한 불안과 적절한 두려움은 진화의 과정에서 이로움이 많기에 남은 것이다. 그리고 스토셀처럼 병적인 정도로 불안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조금 더 견디며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어쩌면 스토셀처럼 불안의 이면을 바라보는 시야와 불안을 건설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다루는 능력도 갖게 될런지도 모른다. "고도의 예민함이 고도의 예술을 낳을 수 있듯이"(415쪽), 불안은 견디기 힘든 고통임은 분명하지만,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불안은 남다른 성취를 이룰 자원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스토셀과 같이,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스토셀과 같이 이렇게 불안을 예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불안은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다. 불안 때문에 정말 비참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불안은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내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동전의 뒷면일 것이다. 어쩌면 부족하나마 나에게 어떤 도덕감이 있다면 그것이 불안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걱정으로 나를 미칠 지경으로 몰고 가는 상상력이 내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내 발표불안과 나란히 존재하는 빠른 사회적 판단이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사람들을 조정하여 갈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421쪽) 


 

내 생각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기 자신의 불안으로 인한 추문들까지 낱낱이 밝혔다는 데 있다. 불안은 모두가 겪는 것이지만, 불안으로 인한 세세한 사연들을 고백하는 사람은 패배자나 겁쟁이와 같은 낙인을 감수하는 용기를 추가로 내야 한다가령 알랭 드 보통도 <불안>이란 제목의 책을 썼지만, 불안으로 겪은 자신의 병증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스콧 스토셀은 불안에 대한 일종의 커밍아웃을 통해서 약점과 치부를 탈은폐하는 용기를 가지고 이 책을 집필했다. 물론 어떤 증상을 겪거나 특정한 질병을 앓아온 경험 자체나 그것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좋은 책을 만든다는 보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투병수기가 넘쳐나는 까닭은 거기에는 사건이나 사연만 있지 이를 반성하고 탐색하는 사유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스토셀의 책은 불안에 대한 본인의 경험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덕목이 뚜렷하다. 급작스럽게 엄습한 불안의 문제를 심각하게 맞이해본 사람에게 선뜻 권해줄 만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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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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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facehooked’. “페이스북(facebook)에 낚였다/꼬였다/한 방 먹었다”(hooked)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원제의 운율과 뉘앙스를 담아내기에 한국어판의 제목인 <페이스북 심리학>은 다소 심심하다. 주제의 측면에서 보면 <페이스북 심리학>보다는 페이스북 병리학이 보다 정확할 듯 하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전제는 페이스북 이용을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때문이다저자인 임상심리학자 수재나 E. 플로레스는 페이스북 중독을 새로운 정신장애로 보고 이를 위한 기준을 제정해야 한다고도 말할 정도다(203). , 그에게 있어서 페이스북은 단순히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소통이 확장되는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낯설고 위험한 테크놀로지에 의해 중독이 강화되는 병리적 현상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 전체에서 씨름하는 핵심질문은 다음과 같다왜 우리는 이토록 페이스북에 중독되어 있는가?”(20)

 

기술철학 분야에서 저자와 같은 이러한 입장을 기술결정론이라고 부른다. 하이데거나 자크 엘룰과 같은 고전적 기술철학자들은 기술의 본질을 논하며 기술 일반이 현대사회에 얼마나 파괴적이고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비관적 목소리를 냈다. 임상심리학자인 플로레스가 접한 페이스북 중독’(facehooked)의 사례들과 그에 대한 분석과 제안의 내용은 기술결정론의 현대적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이라는 신기술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다. 플로레스가 수집한 수많은 사례들을 접하면서 그의 분석을 따라가면 정말로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예전보다 페이스북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페이스북으로 인해 얼마나 변하게 되었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플로레스의 주장처럼 정말로 페이스북은 더욱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데 유익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욱 심각하고 다양한 해악을 만들어내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약에 중독되듯 페이스북에 중독되어 고통을 받고 있는가?

 

플로레스는 페이스북에 중독되는 과정을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 오프라인 정체성과 온라인 정체성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혹은 불가능한 방법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그에게 있어서 오프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정체성은 실상이고, 온라인 공간과 온라인 정체성은 가상이다. , 오프라인에서는 모든 것이 진짜이며, 온라인에 있는 것은 편집되고 조작된 가짜라는 기준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증상을 진단한다. 페이스북은 오직 순수하게 재미 자체를 추구하는 공간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매우 다른 정체성을 구축하고, 남들을 속이고 감정적으로 조종하고, 잘못된 관계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스토킹하고 괴롭히는 데 이용될수 있다.(47) 한 마디로, 소셜미디어는 겉치레를 조장하고 자신의 진짜 인격을 부정하면서 가상의 자아를 증폭시키게 만든다.”(47)

 

이러한 주장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던 무렵부터 계속 이어져온 것이다. 초기 인터넷 연구에서 인터넷을 가상공간이라고 명명하면서 실재보다 못한 존재론적 위상으로 격하시켰.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오늘날은 초기와 사정이 다르다. 일상으로 깊숙하게, 미세하게 침투한 테크놀로지는 더 이상 그저 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실상을 구성해내기도 한다.  가령 온라인마켓도 오프라인마켓만큼의 현실성을 가진 시장이며, 온라인서점인 알라딘도 오프라인서점만큼의 현실성을 가진 서점이다. 이동후는 이미 2006년에 인터넷의 공간과 시간에서 우리사회가 인터넷라는 뉴미디어의 진화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도구가 아닌 환경으로서의 인터넷 미디어의 작용성을 강조했다.(이동후, “인터넷의 공간과 시간: 미디어 생태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이론2 (2006): 2-5)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을 헤아리면서 “페이스북에 무엇을 올릴지를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근거하여 결정하면 그들에게 당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힘을 넘겨주는 셈”(241쪽)이라는 조언과 소셜미디어가 가진 유익을 지키고 해악을 피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들을 귀담아 듣는다면 좋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스스로 페이스북이나 트윗터, 인스타그램 등에 중독되었다고 느끼는 사람, 또는 그런 지인 때문에 곤란한 사람에게 유익할 것이다.

 

다만, 이 책은 반대편 극단의 입장에 서있는, 소셜미디어를 극찬하는(‘1조 시간을 가진 20억 명이 연결된 새로운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의 많아지면 달라진다(갤리온, 2011)와 견주어 함께 읽어본다면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심리학과 사회학에 모두 박사학위를 가지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친밀성을 재구성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한 사이버 스페이스의 마거릿 미드인 셰리 터클의 외로워지는 사람들(청림출판, 2012)도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 권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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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문] 『시선 - 정운영 선집』

 

이 책은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박태근 MD)에 꼽힌 책이기도 하니, 주저 없이 덥썩 집어들만한 하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지식인의 "르네상스적 비판정신과 곡조 있는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은 신영복 선생의 추천사만으로도 족하다. "이제 그의 글들이 선집으로 묶여서 나오게 된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때로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을 생환하며, 때로는 고고한 철학적 사유의 세계로 비상하며, 때로는 정치경제의 집요한 욕망을 과녁으로 삼아, 그의 시선이 착목했던 곳을 다시 한 번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오늘의 현실 속에서 그를 일찍 떠나보내고 마음 아파했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2.[과학]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 환자 중심의 미래 의료 보고서』

의학은 고대그리스에서 지식(science)이라기보다는 기술(techne)로 출발했으며, 지금도 현대문명의 최첨단에 놓여있는 기술이다. '기술사회학'의 통찰에 따르면, 사회와 사람이 기술을 만들어내지만, 일단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하면 기술이 사회와 사람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만든다. 근대의학의 상징인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를 말하는 것은 의학기술이 의사의 권위를 압도하고 초과하는 의학기술+정보기술의 시대가 열렸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인류의 모든 건강과 질병에 관한 자료들이 클라우드에 모아지고, 개별 환자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로 간단하고 정확하게 진단과 처방을 받는다면? 그것은 굉장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굉장히 무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의학, 자본, 권력이 융합된 무시무시한 양과 질을 갖춘 새로운 미래를 부단히 소환하려는 사람들 중 대표적인 저자는 이제 환자들에게 '의료의 민주화'가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아무튼 그것이 결국 도래하게 될 미래라면,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장밋빛인지, 핏빛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3.[역사] 『미완의 프랑스 과거사 - 독일강점기 프랑스의 협력과 레지스탕스』

<푸른역사>에서 내놓는 '우리의 시각에서 읽는 세계의 역사' 시리즈 11번째 책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친일파 문제가 청산되지 못한 우리 민족의 관점에서 나치독일감정기 시대의 프랑스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문제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역사] 『꺼지지 않는 불길 - 시대의 개혁자들, 종교개혁의 심장을 발견하다

 마르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당문에 게시한 95개조 반박문에서 비롯된 종교(기독교)개혁이 2017년에는 500주년을 맞이한다. 종교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종교(기독교)개혁이 시작된 10월에, 한국사회에 절실한 종교(기독교) 개혁을 염두에 두고 500여년 전의 개혁자들의 이야기를 반추하는 것은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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