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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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의 용도는 무엇일까. 박물관에서 깃털을 훔쳐간 사람은 깃털로 무엇을 하려고 훔친 걸까.


플룻을 전공하는 청년 에드윈 리스트가 트링박물관에 소장된 299개의 깃털들을 훔쳐내는 과정과 함께 저자가 이 도난사고를 접하게 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과정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그 깃털이 소장되어 있던 곳은 영국의 대표적인 자연사박물관인 트링박물관. 기차로 트링역에 도착한 에드윈은 박물관까지 이동하여 소장품들을 훔쳐 달아난다. 이 이야기를 접한 저자는 진실을 파헤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앞부분에 플라이 낚시라는 말이 나오지만 낚시에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어떤 방식의 낚시인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낚시에 왜 깃털이 사용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플라이란 낚시용 미끼를 말하는데 실제로 낚시를 하지는 않으면서 실제 조류에서 추출한 깃털을 이용하여 플라이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하니 상당히 오타쿠 냄새가 나는 분야였다.



트링박물관에서 에드윈 리스트가 훔쳤던 깃털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본론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에도 나오지만 이 분은 찰스 다윈 못지 않은 유명한 진화론자라고 한다. 에드윈 리스트가 훔쳤던 그 깃털들은 월리스가 목숨을 걸고 수집한 것들이었다. 60페이지에도 나오는 것처럼 역사상 가장 잘 팔리는 여행기 중 하나라는 <말레이 제도>를 6년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국내에도 출간되어 있던데 기회가 되면 구해보고 싶다.


책 앞부분에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점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야생동물을 비롯하여 희귀동물을 마구 포획하게 만든다. 새들의 깃털도 그 인간의 욕망에 대한 피해자였다. 19세기 유럽의 패션은 깃털달린 모자가 유행했고 의류도 그 전철을 밣았다. 한 상인은 벌새 8,000마리로 숄을 만들어 팔았다(p.72)고 하니 인간의 이기심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다.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 당시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배에거 사장 값나가고 보험료가 높았던 물건도 바로 깃털 상자 40개였다(p.74)고 한다.


대략 이정도까지의 이야기들이 트링박물관에 있던 깃털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깃털, 더 나아가 을 향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다음으로 그 욕망의 산물을 에드윈 리스트가 또 다른 욕망으로 훔쳐내는 과정에 대해 탐정소설을 읽는 것처럼 스릴있고 빠르게 전개한다.


하나 더 놀랍고 감동적인 사실은 이 한가지 사실, 즉 에드윈 리스트가 플라이를 만들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에서 깃털을 훔쳤다는 사실 하나에 빠져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을 파헤치기까지 5년의 세월을 보낸 저자의 노력이다. 혹시나 모를 에드윈 리스트로부터의 살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디가드를 고용하면서까지 전 세계의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마약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 등을 만나 사건을 파헤친다.


아마존에서 꽤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켰다고 하는데 저자가 다녔던 지역으로 여행루트를 짜서 파는 여행상품은 등장하지 않았나 궁금해졌다. 나도 그 길을 따라 다녀보고 싶어졌으니까. 노르웨이의 롱 응우옌의 작업실도 가보고 런던의 트링박물관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에드윈 리스트의 집착 저자인 커크 월리스 존슨의 집요함이 부딪혔던 현장을 한번 다녀보고 싶다.


추천사에서 김중혁 작가는 도서관 사서가 이 책을 분류할 때 고생할 것 같다고 하면서 장르의 모호함을 이야기했는데 굳이 장르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더 흥미롭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도난당한 깃털을 추리하며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깃털에 얽힌 여러가지 과학적, 역사적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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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퓨처 - 기후 변화, 생명공학, 인공지능, 우주 연구는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마틴 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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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고민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던 미시적인 삶에서 가시거리가 상당히 길어지고 거시적인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우주의 역사가 138억년이라고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현대사회라고 칭하지만 지금의 역사만큼 긴 역사가 앞으로 이어진다고 할 때 인간이 지구에서 사는 100년 가까운 시기는 그저 보이지 않는 점에 불과할 것이다.


일단 먼저 지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2050년경에는 전체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의 증가와 감소는 또다른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활동은 CO2의 증가를 야기하고 있고, 각종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CO2 농도에 대해서는 두가지 시각이 언급하고 있다. CO2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20세기 세계 기후가 '최적'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또한 현재 환경의 문제는 인류가 일으킨 변화의 속도가 과거에 일어났던 자연적인 변화의 속도보다 빠르고 그래서 자연세계가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라는 관점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상당히 기술에 대해서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신기술이 없었다면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준 것들 중에 상당수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p.85)이라며, 기술의 방향을 현명하게 이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기술이 주는 단점을 최대한 피하면서 혜택을 얻는 것이 인류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가 제기되는 GMO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나 역시 최근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GMO에 대한 위기 의식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조작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2011년 네덜란드 연구진과 미국 위스콘신 연구진은 더 악성이고 전염성도 강한 H5N1 독감 바이러스를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p.101)고 한다. 즉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돌연변이보다 한 걸음 더 앞선 상태를 유지한다면 늦지 않게 백신을 만들어내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고 바이러스가 새어나가 피해를 줄 위험성이나 생물학적 테러에 쓸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매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희의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다시 말히 완전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더 안전할까라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빌리고 공유하게 되는 현상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반론을 제기한다. 즉 자신이 차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과연 사라질 것인가(p.128)라는 의문인 것이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으로 넘어간다. 책의 저자는 단지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의 근미래적 구현 결과에 주목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함께 윤리문제, 개인의 정체성 문제로 확대시킨다.


더 나아가 저자는 지구에 국한되어 있던 시각을 우주로 넓히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과연 외계인은 존재할까.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상상하는 머리가 하나 있고 팔다리가 있는 그런 외계인은 아닐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물이 정말로 생명에 필수적인지 아닌지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p.177).


우리는 생명이 우주의 어디에서 출현하고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대할 때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구형이 아닌 행성에서 지구형이 아닌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p.177


우주 진출의 문제는 국가가 나설 문제라기보다 민간기업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제안한 점도 신선하다. 일론 머스크의 기업 스페이스 X나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블루 오리진 같은 기업들이 앞으로 유인 탐사 계획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p.189)고 주장한다. 


또 하나 저자가 주장했던 신선한 생각은 우주 식민지 사업에 대해 비판한 점이다. 스티븐 호킹이나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대규모 정착촌이 건설될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사실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인류가 진출하는 이유는 결국 지구가 가진 한계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주가 지구의 문제들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망상(p.193)이라고 한다. 


우리 태양계에서 남극대륙이나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만큼이라도 온화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지구 외에 어디에도 없다. 위험을 회피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차선책'같은 것은 없다.   - p.193


우리보다 훨씬 더 후대에 살게 될 인류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태양의 사멸을 목격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은 인간이 아닐 거시다. 우리가 벌레와 다른 만큼 그들은 인간이 아닐 것이다. 이곳 지구와 먼 바깥에서 이뤄질 인간 이후의 진화는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다윈 진화만큼 길게 이어질 수도 있으며, 더욱 놀라울 수도 있다.   - pp.227 ~ 228


빅뱅은 단 한번이 아니라, 먾아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이 다중 우주는를 이루는 각 우주는 식는 속도가 서로 달랐을 수도 있고, 그릭하여 아마 서로 다른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게 됐을 수도 있다.    - p.233


21세기 물리학의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하는 것이다. 첫번째, 빅뱅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까? 두번째 질문은 빅뱅이 여럿이라면 모두 같은 물리학의 지배를 받을까?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다. 내가 죽고 나서 한참 뒤(예를 들어 1억년 뒤)를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 필요성의 유뮤를 떠나 이 책은 그와 같은 먼 미래의 인류, 지구, 우주를 상상하게 만든다. 내 주변 앞가림으로 아웅다웅하며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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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지구 - 다가오는 인구 감소의 충격
대럴 브리커.존 이빗슨 지음, 김병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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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인구 동향을 대표하는 특성은 '고령화'와 '저출산'이 아닐까 싶다. 결국 이 현상에 계속되다 보면 그야 말로 '텅 빈 지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하게 되었다. 중국을 넘어 곧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될 인도 마저도 저출산 현상이 이어질 것이며, 결국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인구가 감소하면 결국은 지구에 남아있는 인구는 몇이나 될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구의 변화는 인구 변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치나 경제, 환경에 이르기까지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된다. 문제는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인구의 감소로 인한 문제점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문화 주의'의 신속한 도입을 제시한다.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는 대체 인력을 수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 p.17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중요시 하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러한 다문화 주의가 확산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국가란 과연 앞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게 된다. 


민족주의에서 먼 나라일수록,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일은 더 쉽다. 문화가 약할수록, 다문화주의를 촉진하기가 더 쉽다. 자아의식이 덜 강할수록, 다른 사람은 남이라는 생각을 덜 한다.  - p.297


저자가 캐나다이 거주하는 관계로 다문화 주의를 표방하는 캐나다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주장들이 많이 제시된다. 관대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다문화를 이해하고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면 캐나다는 매우 잘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여러가지로 공감이 되기도 하고 우리나라 상황에 과연 적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던 이유는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은 결국 앞으로 모든 국가를 넘어 초국가적으로, 전지구적으로 다칠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그간의 고민들과 연구 경험을 이 책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나라의 문제를 넘어 전 지구가 닥친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다만 폰트 사이즈와 줄간격이 좁다는 것은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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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온다 - 20억 소비자의 24시간을 지배하는
임정훈.남상춘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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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알리바바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마윈이 창업했고 중국에서는 잘나가는 회사로 미국 증시에도 상장했다는 정도 뿐이었다. 읽다보니 이정도였구나 할 정도로 알리바바는 대단한 회사였다.


책 내용이 나에게 좋았던 점은 알리바바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중국의 IT산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부분적으로 미국 기업들과 비교도 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하는 내용들도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저자가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면서 중국에서 여러 해 생활해서 그런지 책의 내용들이 중국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담고 있어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첫 페이지부터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설명하는 중국 기업들의 이야기는 큰 충격이었고 많은 공감이 되었다. 28페이지 내용에 따르면 2008년에 비해 2018년 한국 기업의 시가 총액은 3배가 성장했지만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수는 2008년과 동일하게 4개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서 경영하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여 혁신하는 일이 드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 pp.28~29


반면에 중국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계속 이어서 한국인의 단점을 '생각의 크기'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공감되었다.


작은 나라에서 획일적인 교육 방식으로 비슷비슷하게 자라다 보니 생각의 크기가 작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 p.37


우리는 알리바바를 아마존과 유사한 전자상거래 회사로 알고 있는데 저자는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데이터이즘(dataism)을 지향하는 열린 생태계 플랫폼이지만 아마존은 커스터머이즘(customerism)을 지향하는 폐쇄적인 생태계 플랫폼이라는 것이다(pp.42~43). 이렇게 지향점은 다르지만 두 기업 모두 하나의 플랫폼보다는 여러 플랫폼을 연합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여러 지역과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IT기업들이 무서운 점은 바로 정부에서 모든 기업들을 통제하고 역할까지 부여한다는 점이었다. 2017년 11월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4대 플랫폼 계획을 발표하고 알리바바에게는 스마트시티, 텐센트에는 헬스케어, 바이두에는 자율주행, 커다쉰페이에는 음성인식 분야를 맡겨 해당 기업이 각 산업을 주도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p.48)고 한다. 



중국 IT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약진할 수 있었던 원인을 저자는 중국의 사회주의체제에서 찾는다. 제바스티안 하일만이 언급한 '디지털 레닌주의'가 실현되는 나라가 될 것(p.47)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중앙정부에서 만들어준다(p.129)는 것이다. 정부의 통제 하에 정보와 데이터가 쌓이다보면 앞으로 사회는 개인 위주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아닌 전체 사회라는 관점에서 전체주의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p.199)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국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던 나에게 무언가 확신을 심어 주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생각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정보를 가진 기업 또는 집단이 국가의 권력을 뛰어넘으리라는 예상은 충분한 상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만 다닐 수 있도록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자는 예측하건데 중국이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이 되리라고 한다. 일리가 있는 점은 우리나라나 미국이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이 합법화되려면 99.99%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중국은 99%의 안전만 확보되어도 과감히 자율주행을 사용화할 만한 국가(p.201)라는 것이다. 일면 공감이 가면서도 놀랄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의 인권을 중요시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상대적으로 인권 및 사생활이 덜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하여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먼저 안착하는 곳이 될 거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 p.193


저자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시도했던 추격자 전략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며, 새롭고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처음부터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에서 승부를 봐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p.83)고 조언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코피티션 전략도 관심있게 읽은 대목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여러 업종에서 경쟁관계에 있지만 바이두가 우버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협력하여 우버 진영을 꺾는데 성공했다(p.112)고 한다. 이렇게 경쟁 상황에 따라 경쟁과 협력 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우리나라 IT기업들은 물론 세계적인 IT기업들을 제치고 선두권에 나서게 될 날도 머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은 신용카드 발급율이 떨어졌지만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중심으로 하여 지급 결제 시장으로 바로 뛰어넘어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스토리도 흥미있는 내용이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나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없으면 생활이 아주 불편할 정도라고 하니 곧 중국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가 머지 않아 다가오리라는 상상이 헛된 상상이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노점상 뿐만 아니라 길거리 공연, 구걸하는 사람까지 QR코드를 보여주며 전자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p.121)고 하니 놀랄 일이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시장 진출도 놀라웠다. 현재 알리바바클라우드는 AWS와 애저 다음으로 글로벌 3위 규모라고 한다. 아직 아마존과는 달리 수익은 나지 않지만 2~3년 내로 MS의 애저를 누르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p.171)고 하니 좀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여러 변화이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p.220)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알리바바는 그야 말로 혁신의 주인공이지 않나 생각한다.


마윈회장이 자동차의 용도에 대해 언급한 대목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마윈 회장은 현재 우리가 퓨대전화로 통화를 하기 보다 다른 기능을 더 많이 쓰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자동차 역시 80% 이상이 주행 외의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p.200)고 한다. 역시 명확한 예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대목을 언급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자는 앞으로 자동차 업계를 주도할 키워드로 연결성,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기차 등 4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왜 차량공유가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황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다보니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차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에 저자는 209페이지부터 자율주행차가 바꾸게 될 세상을 상상하며 앞으로는 차를 소유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며, 휴대전화로 차를 호출하면 원하는 곳으로 차가 오고 목적지까지 저렴한 가격을 갈 수 있는 상황을 예견하고 있다. 또한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아도 되니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총펑을 하고자 한다. 일단 제목은 <알리바바가 온다>라고 되어 있지만 알리바바를 비롯하여 중국의 여러 IT기업들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유익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산업의 경쟁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IT기업들의 경쟁 구도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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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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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이 살아온지 13년차가 되었다. 다시 말해 회사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하고 대학에서 주로 강의를 하다보니 과거에 어떤 식으로 회사 생활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생활에 익숙하게 되었다. 


나의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정규직이 아니었고 여신영업을 업무로 하는 독립사업자 계약이었다. 회사에서는 출근시간은 지켜줄 것을 권유했지만 퇴근시간은 자유로웠다. 그 회사에서 있던 8개월동안 나는 회사 업무를 인터넷에 접목시키면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보게 되었다.


부서이동이 되고 부서장과 의견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때 자유롭게 일하던 업무 스타일이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그 이후에 10년가량 정규직 회사원으로 있는 것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거추장스러웠다. 물론 새로운 기획 업무도 많았지만 주로 아침회의, 주간회의, 월간보고, 다양한 결제와 기안서 작성 등 루틴한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에 좀이 쑤셨다.



지금은 누구의 명령도 지시도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 보고를 하지도 않는다. 내가 맡은 강의주제에 맞춰 교안을 만들고 제시간에 출강하여 강의하고 성적평가만 제대로 하면 된다.


IMF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이래 지금까지 직업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은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3-4년사이 4차산업혁명 및 인공지능과 로봇의 부상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기관에서 예측하고 있다.


새라 케슬러의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노동을 사고 팔 수 있는 긱 경제의 명암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긱 경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반대로 노동자의 직업적, 경제적 안정성이 약화되고 위험성이 증가되는 위기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어떤 직장,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인가.


강사 생활 초기에는 강의 준비에도 매시간시간을 바쁘게 지냈지만 지금은 새로 맡게 될 과목이 아주 많지 않은 이상 축적된 강의자료와 그동안의 준비 노하우로 인해 시간을 많이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빠로써 뿌듯하다. 아무래도 풀타임 회사원에 비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소 많은 것은 또다른 장점이다. 


풀타임 직업은 자녀 양육에만 지장을 주는 게 아니라 취미, 봉사 활동, 자기계발의 기회마저 앗아가기 일쑤다. - p.91


물론 긱 경제가 모든 사람에게 모든 환경에서 가장 최선의 대안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긱 경제도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만이 그 특징은 아니고 모든 사람이 기막힌 경험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독립계약 청소원 앤서니 워커의 사연(p.121)을 소개하면서 시간당 10달러짜리의 이 일은 실리콘밸리가 말하던 긱 경제와는 많이 다른게 아닌가 반문한다. 


긱 경제 특성상 산재보상, 실업급여, 유급휴가, 퇴직연금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그렇다치고 월세 내기도 힘든 수준으로 최저입금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긱 경제는 그저 환상인 것인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긱 경제가 양질의 주문형 일감을 제공할 것이라던 이상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  - p.122


미국에서는 이러한 긱 경제의 발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복지혜택을 개편하거나 노동자 분류 유형을 개편하고 있다(p.254)고 한다. 독립노동자라는 유형은 모든 관계자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전이 노동자는 고용자에 대해 취약계층인 경우들이 많다. 또한 새로운 노동자 유형이나 이동형 복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구체적인 결과가 도출된 사례는 거의 없다.


불안정과 불평등의 문제는 복잡해서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긱 경제의 부정적 측면과 역효과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필요해 보이기는 한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는 일단 나부터 이 긱 경제에 잘 적응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긱 경제 시대에 노마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나만의 노하우를 개발해 전파하는 것도 사회 공익을 위한 큰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긱 경제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고정적인 수입은 없다시피 하며, 매월 수입은 불안정하다. 매학기마다 강의를 섭외해야 하며 강의자리가 없는 날은 집에서 다른 일을 찾아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가 암울하다가 보지 않는다. 내가 정말 나만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기존 정규직 직원으로 충당하기 힘든 부분들을 내가 담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책을 읽는 동안은 다소 이기적인 마음은 죽이고 긱 경제의 전반적인 명암에 대해 고민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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