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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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마케팅 교재로 필립 코틀러의 교재를 쓰지는 않았어도 경영학을 공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립 코틀러를 마케팅 전문가로 기억할 것이다. 필립 코틀러가 더 나은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이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처음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필립 코틀러와 자본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통적인 자본주의에 가장 근접해 있으면서 자본주의의 산물인 경영학, 그 중에서도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마케팅이 아니던가. 하지만 경영학이나 마케팅 자체도 과거의 수익창출 위주의 전략이나 거래지향적인 모델에서 탈피해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의 14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피케티가 지적한 소득불평등의 문제도 14가지 문제점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코틀러는 자본주의 전반에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최대한 해결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14가지 단점을 제시하였다. 코틀러는 빈곤과 소득불평등 문제를 비롯하여 환경문제, 경제불안정, 금융중심의 경제구조 등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으며,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의 강조, 사회적 가치와 행복의 부재, 정치인과 기업 이익단체의 결탁 등 자본주의의 2차적 폐해까지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코틀러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p.34) 자본주의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양산해온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 목적과 부합되는 사례로 '새로운 경제를 위한 운동'과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캠페인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나에게는 추가적으로 연구해 봐야 할 내용들이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자본주의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실제 사례를 알기 쉽고 적절하게 언급함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 다양한 경제서적과 심지어는 고전문학작품을 인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 개인의 힘이 너무 나약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즉 나 혼자 생각과 행동을 바꿔서 무엇이 바뀌겠나 하는 점이다. 다만 이런 나약한 생각을 버리고 더 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또 사회와 국가의 재건운동이 시작된다면 우리 삶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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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비비어의 결혼
존 비비어 지음, 유정희 옮김 / 두란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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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정통 개신교의 입장에서 결혼에 대해 논한 책이다. 나 역시 보수적 장로교에서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는 탓에 책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결혼관에 100% 공감하게 된다.



저자인 존 비비어는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목회자이고 여러 책을 저술하였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저서는 처음 읽게 되었다. 최근 여러권 연이어서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한 신앙서적을 읽고 있는데 저자의 개인적 경험은 최대한 줄이고 성경에 근간을 두고 결혼에 대해 풀이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결혼은 하나님의 예술작품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나님께 맡기면 그가 아름다운 걸작품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p.53)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고난의 연속같아보이는 결혼생활이라도 이혼이라는 도피처를 선택하지 말라고 조언함과 동시에 결혼을 올가미로 보지 않고 우리의 삶을 확장할 통로로 보시는 예수님(p.47)에 대해 설명한다. 많은 젊은 세대들이 이혼을 너무나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대해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결국 결혼전에 심사숙고하고 기도로 하나님의 의견을 묻는 것이 고난의 결혼생활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혼은 그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한몸을 이루는 것이 아님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사실을 결혼전에 몸소 경험하고 깨닫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나는 결혼을 준비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결혼식'을 준비하지 말고 '결혼'을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책은 전체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말미에는 5일치 분량의 묵상집과 그룹토론을 위한 문제들이 제시되어 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부부들이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부부들에게 지금까지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점검하고 부부 관계를 좀더 원만하게 유지하며 신앙생활을 하기 위한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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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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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4년) 11월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을 처음 읽고 나서 5개월이 지났다. 한국에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작품인 ≪빅 픽처≫을 비롯해서 ≪템테이션≫이나 ≪모멘트≫ 등을 읽기 위해 구입해 놓고는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분량이 더 적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그의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집이었다. 소설인 줄 알고 선택했다가 에세이집이라고 하여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망은 책의 몇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말도 안되는 실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전공서적을 볼 때처럼 한 문장 한 문장 놓치기 않기 위해 노력했고 몇페이지에 걸쳐서 밑줄과 포스트잇으로 가득찰 정도로 주옥같은 문장으로 가득차 있었다. 사실 그의 생각은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사상은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포스터 모더니즘에 기초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3장이었다. 여러가지 에피스드를 소개하면서 왜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닐과 레이첼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가 비행기 여행에서 겪은 이야기 등을 통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과 견해에 기반한 프레임으로 인식하게 되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무척 공감이 가는 부분이지만 그렇기에 인간 사회에서 진실이란 없다는 대목에서는 공감할 수 없었다.


'실증적 사실'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이견이 없는 진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중략)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복잡한 상황들을 설명할 때 단 하나의 실증적 사실만 적용할 수는 없다.  - p.89


모든 이야기의 본성은 주관적이다.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각자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진실일 뿐이다.  - p.109


저자가 본문에서 불가지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앞서 언급한대로 거대한 담론이 붕괴되고 진리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포스트 모더니즘 지향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는 그러한 다원주의 입장이 과거의 거대한 담론을 대체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러한 생각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저자가 인생의 충분한 경험을 통해 통찰하며 적은 내용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오랜만에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에세이를 읽다보니 부분적으로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각 문단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두세번 읽어서 전반적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 부분이 많다보니 완독하는데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사례들이 워낙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상황에 대한 이해는 쉬우나 그 사례를 통해서 저자가 말하려는 철학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아무튼 빅 퀘스천이라는 제목처럼 인생에 있어서 한번쯤은 고민해 보아야 할 질문들에 대해 나만의 답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저자의 문장의 워낙 유려하고 완벽하여 글쓰기 연습의 사례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번역문이어도 실제 저자가 쓴 글처럼 좋은 글의 모범사례로 생각된다. 오랜만에 공부하듯이 본 에세이로 기억되면서 다시 한번 좋은 문장을 접할 기회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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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남편 가슴 아픈 아내 - 우리 부부 행복 솔루션
박호근 지음 / 두란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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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이상 따로 살았던 두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굴레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결혼 전에는 상대방이 마냥 좋은 것만 보이지만 결혼하고 나서 서서히 단점이 보이고 따로 살아왔던 환경만큼 나와 다른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지금은 가정사역자가 되어 있는 이 책의 저자도 과거에는 이혼만 하지 않았을 뿐인 '이혼급 부부'로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수잔 존슨의 ≪날 꼬옥 안아줘요≫와 박성덕의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책을 통해 힘들게 유지하던 결혼 생활을 뛰어넘어 가정을 회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소개한다. 책의 내용을 부부간의 갈등을 치료하는 과정에 적용해가면서 점차 가정이 회복되고 지금처럼 가정사역자로 헌신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소개가 되어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량이 230여 페이지로 많지 않고 또 그나마 문단 위아래 간격이 한줄 가량 띄어서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하면 금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소설이 아니기에 실제 삶에서 적용해야 하는 지식 전달이 책의 주요 역할이다보니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부부는 서로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결혼한 사람들이 아니다. 사랑으로 맺어져 결혼생활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행복한 가정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가꿔 갈 수 있다.  - p.28


결혼한 지 10년~15년 되는 부부들이 결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는 책 내용을 보니 순간 깜짝 놀라게 되었다 올해 9년차인 나도 사실상 갈등 속에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큰일이라고 하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책의 많은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었고 공감하고 있는 바와 같다. 하지만 실천이 되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부부는 형제와도 다르고 친척이나 친구와도 다르게 같이 한 이불을 덮고 살며 남은 인생을 설계하는 운명 공동체다. 싸우든 갈등하든 혹은 어떤 위기 상황과 맞닥뜨리든 부부는 분명한 원칙과 룰을 세우고 지켜서 연합하여 선을 이뤄 가야 한다.  - p.107


결국 부부가 같이 100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자 가지고 있는 100이라는 숫자를 고집해서는 절대 100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된다. 각자 가지고 있던 100 중에 50은 버려야 둘이 합해져 100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서도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시작의 시작이며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이 누적되어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내 생활에서 우리의 생활로, 개인의 사고에서 협력적 사고로, 가족에 대한 간접적 책임에서 직접적 책임으로, 개인의 습관에서 부부 중심의 습관으로 변환해야 하는 것이다.  - p.118


각자 20여 년 이상 살아온 부부가 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각자 성격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더 나아가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 조차도 다르다. 나 중심의 세계관에서 우리 중심의 세계관으로 바꿔야 속터지는 아내나 머리아픈 남편이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우지않는 부부가 더 위험하다는 저자의 조언도 공감이 간다. 보통은 싸움을 하다보면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지만 지혜로운 부부는 이기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다음에 똑같은 주제로 싸우지 않기 위해 합의점을 찾는다(p.148). 따라서 싸움에도 전략이 있어야 하며, 싸운 뒤에 먼저 화해를 하고 상대에 대한 애정과 희망이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어야 한다. 평소에 부부간에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저축하여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더라도 상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극동방송의 인기프로로 저자가 경험했던 가정사역을 소개하고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평소에 극동방송을 자주 듣는 편인데 들었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방송에서도 내용이 검증되고 보완되었기에 부부회복을 위한 더 좋은 자료들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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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자 밀리언셀러 클럽 137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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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라는 설명을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추리소설은 여러 권 읽었지만 하드보일드라고 하여 돌이켜보니 지난 몇년간 하드보일드를 표방하는 소설은 하라 료의 ≪안녕, 긴 잠이여≫가 처음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2013년 12월에 이 책을 읽었으니 거의 1년 4개월 여만에 하드보일드 소설을 다시 손에 잡게 되었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에 떠오른 두 단어는 바로 책의 제목에도 포함된 단어인 '환상'이라는 단어와 '로맨스'라는 단어다. 하드보일드 계열의 추리소설에서는 흔하지 않은 소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환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이유는 실제로 소설의 내용이 환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고 난 뒤에 느낌이 아마도 환상 속을 헤매다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읽고 난 뒤 나의 느낌도 역시 마찬가지다.


소설을 읽자마자 등장하는 인물의 캐릭터를 파악하기 위해 인물들의 이름과 특징들을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중반부를 넘어서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결국 마지막에 메모된 인물을 세어보니 (몰입하여 읽다가 빠트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60명 가까이나 되었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소설에서 50여 명의 캐릭터를 녹여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저자의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인 가노 료이치의 작품은 99년도 작품로서 그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 읽게 되는 것인데 인터넷 서점을 통해 조회해보니 ≪제물의 야회≫라는 책이 또 하나 번역, 소개되어 있어 다시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죽음의 원인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 일련의 추리소설이나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구성은 그다지 독특하지 않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여타 일반적인추리소설처럼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라 변호사라는 것 정도. 기혼남이었던 주인공이 5년 전에 잠시 만나 사랑을 나누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여자를 5년 만에 만났고 그 다음날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주인공은 35살의 변호사인 스모토 세이지라는 인물이다. 5년 전에 헤어진 여자인 고바야시 료코와 우연히 길에서 만났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어 바쁘게 사라져버리고 다음 날 아침 살해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집 전화의 자동응답기에 그녀가 사건을 의뢰하고 싶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한가지 상담해 줬으면 하는 게 있어. 내일 다시 전화할게."


이 사건을 조사하던 경시청 형사는 술집 마담이었던 여자의 살인사건을 그저 단순한 치정에 의한 살인으로 단정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흥신소 직원까지 개인적으로 고용하면서 살인의 배후를 조사하던 주인공 스모토는 살해당한 고바야시 료코가 실제 고바야시 료코라는 이름의 여자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 아니었을까 예측한다. 그 과정에 야쿠자로부터 폭행과 협박으로 죽음의 직전까지 놓이게 되지만 결국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었고 그녀가 사건 해결을 전제로 주인공에게 보내려고 했던 편지를 받아 읽게 되는 것으로 소설을 끝맺게 된다. 


소설의 대략적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리뷰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각 캐릭터들을 통해서 들려주는 말들은 추리소설의 흥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사를 돌아보게 만들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대체 그녀에게 뭐였을까? 잃고 나서 계속 그것을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만나서 묻고 싶었다. 나는 네게 뭐였지? 그렇게 묻고 싶다고 계속 바랐다. 그러나 대답은 아마 그녀가 사라진 것 자체로 답이 나와 있었다. 나는 다만 자신이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을 뿐이다.  - p.549


5년 동안 잊고 살았던 그녀였지만 서로 공감하며 고민을 나누고 싶었던 저자의 속내가 드러나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결국 사건 해결 이후에도 '눈을 감고 바라기만 하면 언제든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된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스모토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고 그녀와의 세월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고백(p.121)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외면한채 5년 동안 도망쳐버린 자신을 탓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게 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큰 흐름에는 큰 상관은 없지만, 사건 해결의 실마를 제공해 주었던 우즈키 가오루코의 말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어 인용해 본다.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듯 보이려는 요즘 세태를 비웃으며 비꼬는 촌철살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민이라는 놈들은 모두 힘 없는 어린양이지만, 귀염성이 있는 어린 양은 아니잖아. 손을 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 포기하고 송곳니를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는 주제에, 가까이에 표적으로 삼을 만한 상대가 있을 때에는 음험하기 짝이 없는 괴롭힘을 시작하지. 집단이 되어 누군가를 규탄하는 것이 사회정의라고 믿고 있는 거야."  - p.658


모든 사건 정황을 베일에서 벗겨내고 사건의 배후에 숨어있던 자들을 규탄하기 위해 마지막 결심을 했던 그녀와,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목숨을 무릎쓰고 진실을 밝혀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자못 슬프게 느껴진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나 할까. 이미 죽어버린 여자와의 슬픈 로맨스를 떠올리게 만들며 끝맺음하는 이 소설은 나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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