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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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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짬짬이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고, 나의 연구에도 시의적절한 인사이트를 주었다. 어모털(amortal)이라는 단어는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의, 저자가 만든 신조어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낮익은 개념이다. 주위를 둘러봐도'나이답게' 살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요즘 평균연령이 80세 가량이지만 앞으로 점점 올라갈 것이다. 현재 20대인 학생들의 상황에서는 아마도 100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수업시간에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평균연령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부담으로 고령화에 대한 이슈가 정책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를 어모털족으로 만드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 사회화다(p.27)." 즉 이러한 어모털족의 양산 현상을 저자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화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책에서는 어모털족이라고 칭할 만한 사람들이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어찌보면 나이답게 산다는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편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모털리티는 이러한 나이에 대한 편견에 도전한다. '건강한 노화'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회자되고 있다. 노인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Butler)가 자신의 책에서 한 말을 저자가 인용하였는데 건강한 노화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주는 듯 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수는 숫자로 측정된다. 즉 장수란 삶의 내력을 만드는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1년에 산술적으로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노화는, 혹은 더 정확히는 그 반대인 젊음을 유지하는 일은 그러한 숫자적인 측정을 무시해버리는 마음 상태로부터 상당 부분 기인한다.(pp.70~71)" 과학이 발전하면서 평균연령이 점점 상승하고 있지만 건강한 노화의 진정한 방법은 세네제닉스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달로부터 만들어진 상품이나 서비스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심리적인 상태에서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어모털리티가 추구하는 것은 로버트 버틀러가 이야기한 ageism(연령차별 또는 연령주의)에 대한 반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나이에 대한 편견을 배격한 사례들을 8 chapter에 걸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성들이 출산연령이 늘어나고 있고, 자녀의 독립은 점점 늦어지고 있으며,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저자는 흥미로운 미래를 상상하는데 지금까지의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수직적이 관계였다면 다가올 미래는 동등한 힘을 가진 부모와 자녀가 동일한 경쟁을 벌이는 관계(p.131)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좀 황당하기도 하고 조금은 과장되고 매우 이상적인 미래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일과 직업이라는 타이틀의 6장 내용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젊은 쪽이든 나이 든 쪽이든 나이에 대한 편견은 근거도 없고 해롭다. 많은 경우에 경험과 젊은 사이의 대립은 잘못된 것이다(p.251). 나이가 들면 은퇴를 하고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도 어찌보면 편견이 아닐까. 일을 그만두게 되면 육체적 및 정신적 쇠락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책에서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고민스럽다. 나는 과연 늙어서도 은퇴없이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은퇴 후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난 저자의 어머니 사례나 '나를 데려가는 날까지 일할 겁니다'라고 단언하는 린 프랭크스의 사례,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살아가고 있는 메릴 스트립의 사례와 같이 희망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개연성을 갖기에는 좀 역부족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고령화사회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의 건강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잘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며 세상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p.336)이 아니겠는가. 그것만이 우리를 쇠약하게 만드는 불안에서 벗어나 죽음의 공포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http://techleader.net/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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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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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2년 한해는 경영학의 구루라 일컬어지는 꽤 많은 학자들이 자기계발서 성격의 저서를 발간했던 해였다. 그중에 게리 해멀의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토머스 데이븐포트의 <최선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영학자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이 오직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백미러만 보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정보만 구할 수 있을 뿐이다.  - p.31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좋은 이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이론은 우리가 경험하기 전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설명한다. 그 이론은 우리 각자의 인생이 처함 환경에 맞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과거의 경험'과 '이론'의 관계를 비행기의 발명에 적용할 수 있다. 과거에 경험이 집착했던 사람들은 하늘을 날기 위해 더 좋은 날개와 깃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론에 집중한 사람들은 베르누이가 1738년에 <유체역학>으로부터 비행 이론을 도출해 내면서 근대 비행이론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이 이론에 집중한 것인가? 이론이 인생에서 행복을 찾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론은 광범위한 질문에 적용할 수도 있으며, 복잡한 문제의 경우는 문제해결에 통찰을 제시하는 이론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이론을 만들어내고 찾아내는 것이야 말고 인생 전반에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저자는 인생의 여러가지 의사결정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탄탄한 이론을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다양한 모습의 인생살이를 행복으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 찾기'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앞서 말한 그 탁월한 이론을 알아낸다면 가장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사람에게 시간을, 가장 발리 성과가 나타나는 것에는 재능을 할당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순위, 계획과 기회의 균형, 자원할당 등 모든 요인들이 합쳐져서 전략이 만들어지며 이런 과정을 지속된다.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일에서 동기를 부여받으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된다. 일이 좋아지면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받는다.. - p.59


동기부여의 방법은 돈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저자는 동기부여를 '뭔가를 성취하고 배우고 의미 있는 걸 이루는 팀 안에서 자신이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느낌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p.60). 진정으로 행복을 찾고 싶다면 의미 있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공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p.62). 따라서 인생의 올바른 동기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리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돈을 추구하는 인생의 저급함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듯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인생의 올바른 동기를 찾는 것에 집중할 것은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 중 하나는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고, 직업적 성공이라는 가시적이고 과시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매진하는 것이다. 더 나은 임금, 더 멋진 직합, 더 좋은 사무실, 이런 것들은 결과적으로 친구와 가족이 우리가 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신호로 간주하는 것들이긴 하다. 그러나 직업의 가시적인 면들에만 집중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순간에 내 제자들 가운데 몇몇이 그랬듯이 신기루를 쫒을 위험이 커진다. 한 번만 더 임금이 인상되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면, 그런 바람은 정말적 추구나 다름이 없다. - p.63


동기부여가 되고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의도적 전략'과 '창발적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의도적 전략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만들어낸 전략이고 그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전략을 창발적 전략이라고 한다. 그 창발적 전략이 다시 의도적 전략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성공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의 사례로 미국에 진출한 혼다의 사레를 들고 있다. 이 전략실행의 과정은 인생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음 문장이 해법을 알려줄 것 같다.


전략은 거의 항상 의도적 기회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자신의 재능, 광심, 우선순위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 때까지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정말로 잘 맞는 것을 찾았다면 이제는 창발적 전략에서 의도적 전략으로 힘차게 움직일 시간이다.  - pp.74~75


의도적 전략과 창발적 전략 사이의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올바른 의도적 전략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자신이 가진 자원을 할당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자원을 할당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원을 할당하라고 조언한다.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단 30분의 시간적 자원이 생겼을 때 단기적 성과에 소비해 버리지 않고 장기적 성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3장의 105페이지에서 106페이지까지의 조언은 이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장기적 성과는 가족 구성원들간의 관계이다.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거나 배우자와 더 깊은 사랑을 나누는 분야에 성공했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급여 인상과 같은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하나인 가족이 번창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게 되고 결국 인생의 실패로 이어진다. 그 밖에 장기적 성과에는 친구, 신념, 건강과 같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이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과에 균형을 이루어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은 당신에게 성취감을 안겨줄 수 있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키우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얻는 지속적인 행복감에 비할 수는 없다.  - p.114


크리스텐슨 교수가 그동안 경영학에서 이룬 업적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이론들은 개인 생활에 적용해 보고자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다만 경영학이라는 학문적 이론을 개인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나의 고민과 같은 생각꺼리를 제공해 주고 있어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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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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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를 보니 2009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 무역관장으로 근무했고 지금은 KOTRA에 근무하고 계신 분이다. 유대인이라고 하면 독특한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과의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홀로코스트로 대량 학살을 당했던 과거사와 함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영특한 국민성 등이 떠오른다. 그 유대인이 건설한 나라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2차대전 이후에 독립한 나라다.


책은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인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1948년 독립 이전에 유대인들은 유럽이나 중동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독립 이후 지금까지의 유대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출신은 아주 다양하다. 또 이스라엘 국민들도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대인들 중에서는 유럽 출신의 유대인들인 아쉬케나지가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유대인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는 것으로 유대인의 영향력을 설명하기도 한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20세기 폭스, 컬럼비아, 워너브러더스 등 미국의 대형 영화제작사들은 모두 유대인이 창업한 회사이다.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성에 대해 폐쇄적일 것 같은데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하며, 성질도 급해서 운전시 앞차가 빨리 가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빵빵거린다.


이스라엘 내의 유대인은 크게 일반 유대인과 종교인이 있다. 종교인들은 군대를 가지 않으며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국가의 연금으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반 유대인과 종교인들의 갈등이 크다. 종교인들이 <토라>나 <탈무드>를 연구할 시간에 GDP가 1.5%는 더 성장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p.67). 2013년 총선에서 현 네타냐후 총리는 일반 유대인과 종교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도로 종교인의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제목은 <경제기적의 비밀>이고 부제목도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왕국이 됐을까'인 것처럼 이스라엘의 경제적 측면에 촛점을 맞추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특성들을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수박겉핧기 식의 다소 가벼운 내용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겠지만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민족 중 베두인족, 드루즈족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유대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이야기는 나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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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5년 후 대한민국 - 진화심리학을 통해 본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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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박사의 2013년 신간이다. 공병호 박사의 책은 꽤 오래전에 두세권 읽어봤는데 오랜만에 다시 펼쳐들게 되었다. 공병호 박사는 최근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몇해전부터 진화론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시도가 있어왔고 그중의 하나가 진화심리학인데 그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진화심리학을 통해 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신간이 나오게 된 듯 하다.

 

하지만 책 내용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5년 후 대한민국을 예측해 보고자 하는 것이 저자의 계획이었고 독자들의 추측이었다면, 그 계획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그 추측은 빗겨나갔다. 1장에서 경제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그러한 위기를 말그대로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러한 언급과 함께 2장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인간의 진화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한다. 물론 1장 말미에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미래 전망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갑자기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오고 직립보행이 나오고 사냥의 중요성이 언급되며 뇌의 구조에 대해서 언급하는 2장과 3장을 읽는 과정에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의아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특히 3장에서는 두뇌의 구조를 이야기하면서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 등과 함께 전두엽,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의 설명은 너무나 식상하다. 그리고 제시하는 이론도 과학적(의학적)이지는 못하다. 예를 들어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수양 부족의 문제일 뿐(p.83)"이라고 일축하는데 감정이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전두엽에 손상이 되거나, 파충류의 뇌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그것은 단지 수양부족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다. 물론 전후 문맥상 성욕을 느끼는 등의 감정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고 겉으로 표출하는 것은 수양부족이나 도덕성 상실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뇌의 구조에 관해 설명까지 했으면서 공격성의 원인으로 수양부족만을 언급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본능은 단지 감정을 드러내는 개인의 문제라고만 보지 않고 정책이나 제도, 역사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모든 생명체가 가진 인지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는 엉성한 기준이나 틀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지만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하등동물에 비해 더 정교한 수준의 인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p.88). 결국 3장에서는 본능, 인지, 신념의 세가지 발전단계를 거치면서 진화해온 두뇌의 역사를 기본틀로 하여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분석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원시시대로부터 만들어져 내려온 선천적 자동반응기와 그 영향을 크게 받은 후천적 자동반응기에 비추어 인간 행동과 현대문명을 바라보고자 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신념은 50년 전이나 거의 같다. 그들의 신념은 원시본능에 거의 압도된 부족적 사고의 잔재일 분이다.  - p.105


경제 신민지화가 이루어졌다면 한국은 수십 년 동안 경제 식민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잘못된' 신념이란 이처럼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다. - p.106


올바른 신념이란 단순하게 믿는 의견이 주장이 아니다. 의도적인 노력을 거친 다음에 나름의 체계화된 신념일 때라야만 한다.  - p.107


인류가 문명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자발적으로 원해서라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서 어찌할 수 없이 봉착한 막다른 상황에서 선택한 길이었다.  - p.109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업혁명 이후에 생겨난 농업사회의 차이점으로 '정착생활'을 많이 언급하게 되는데 정착에서 자연스럽게 '재산권'의 등장을 이끌어낸 것이 신선했다.


수렵채집 생활과 농경생활의 뚜렷한 차이는 무엇일까? 이동성이 아니라 정주성을 들 수 있다. 또 농경문명은 먹거리를 구한 다음 남은 부분을 미래를 위해 보존하는 것이 가능함을 뜻하게 된다. 그리고 현대 문명의 발달에 기여하는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바로 재산권의 등장이다.  - p.110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농경문명의 출현 이전인 원시사회에 대한 이해이다. 이 시대를 잘 이해하면 할수록 현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서 앞날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인을 비롯한 현대인은 원시사회가 남긴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인간의 이해, 판단, 분석, 전망 그리고 행동 등에 관련된 두뇌 활동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 pp.110~111


의도적인 노력과 학습을 거쳐야만 생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바른 신념인데, 반대로 노력을 하지 않고, 후천적으로 선택되고 만들어진 신념은 '올바르지 않은'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이렇게 원시본능에 영향을 받아 '올바르지 않은' 신념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현상과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의 학습과 성찰을 통해 신념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신념과 신조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올바르지 않은' 신념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p.106). 이러한 불량 신념의 대표적인 사례로 5장 초반부에서 '사회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한미FTA 논쟁을 비롯하여 적군과 아군을 정확히 나누려는 신념은 원시본능에서 출발한 것으로 불량 신념이다. 이 불량신념을 떨쳐내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책을 읽는 도중에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좀더 학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예전에 뇌과학에 관해 관심있게 자료도 찾아보고 학습하였지만 지식이 많이부족하다는 점을 새삼 많이 느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니 진화심리학을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다양하게 판매되는 듯 하다. 기회를 만들어 추가학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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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경영하다
조성주 지음 / 케이펍(KPub)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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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21의 대표이사를 지냈던 조성주님의 책이다. 나 역시 닷컴 초기부터 인터넷 업무를 해왔기에 캠퍼스21의 초기모습은 잘 기억하고 있다. 책에서도 저자가 언급했다시피 90년대 말에 인터넷 관련 잡지를 비롯하여 여러 언론에서 성공사례로 많이 보도가 되기도 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기업체 e-러닝 사이트를 검색하던 도중 문득 생각이 나서 캠퍼스21 웹사이트에 방문을 해보니 웅진그룹에 인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으니 약간의 인연은 인연이라고 하겠다.


'스타트업'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용어이기 때문에 예전 용어로 책제목을 만들었다면 '닷컴기업을 경영하다' 또는 '닷컴벤처기업을 경영하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제목의 표현대로 저자가 만들어내고 성장시킨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금 스타트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창업준비자들 또는 이미 창업을 해서 쓴 맛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1장과 2장은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 중 창업을 위한 마음 가짐과 기획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 본인 스스로 사업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반면교사를 삼으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3장과 4장은 스타트업을 비롯하여 창업의 산을 넘기 위한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채용 부문과 자금 조달 부문을 다르고 있다. 5장은 경영의 기본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는 계획, 실행, 보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기업체가 성장하면서 경영자도 점차 진화해야 한다는 조언,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하기 좋은 회사를 모토로 하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다소 경영학 개론에나 나올 것 같은 뻔한 사실들이 나열되는 부분도 있다. 또한 닷컴버블 붕괴 시절에 인터넷 비즈니스의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풀어내는 과거의 이야기가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것 같은 내용이 이어지고 있어 다소 식상한 느낌도 든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반적으로 좋은 조언이 되리라는 생각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간은 학술적인 느낌, 또는 너무 대학교재 스타일의 기본에 치중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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