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과연 성공이란 뭘까, 인생은 누가 결정지을까. 그런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죠.
괜찮은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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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추천
밴버드의 어리석음 / 폴 콜린스 지음 / 홍한별 옮김 / 양철북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는가? 아니면 성공하는 사람이 뛰어난가? 아니면 혹시, 성공과 뛰어남은 별 상관 없지는 않은가?
서부 개척 시대의 미국에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예술가가 있었다. 그는 바로 이 책의 제목을 장식한 존 밴버드다. 그는 거대한 그림을 돌려서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세계 최초의 파노라마 영상을 발명해서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본딴 수많은 유사품들이 출몰했고, 자신의 작품이 오리지널이라는 사실은 밴버드에게 아무런 이득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결국 영국의 윈저 성과 똑같이 생긴 성을 짓고 있던 이 야심찬 몽상가는 금방 몰락했다. 무일푼으로 생을 마감한 밴버드는 짓다 만 성, 즉 '밴버드의 폴리(장식용 건물을 뜻하지만 어리석음이라는 뜻도 된다)'를 통해 인근 주민들에만 잠시 기억되었을 뿐이다. 한때 모든 걸 가졌던 남자는 어리석음이라는 수식어 하나만 품에 안은 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밴버드의 어떤 점이 어리석었을까? 성을 갖고 싶다는 꿈이 어리석었을까? 망할 때를 대비해서 저축을 해두지 않아서? 특허권을 분명히 해두지 않아서? 원인은 단 한 가지다.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고, 역사는 그를 지워버렸던 것이다. 실패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그의 야망, 꿈, 기발한 아이디어 같은 것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마치 그것들이 저주라도 받은 양.
하나만 예를 더 들어보자. 지구 공동설(지구 안은 비어있다)을 주장했던 지질학자 심스는 당대에는 매우 영향력 있는 학자였고, 지구 공동설은 중요한 지질이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의 이론이 틀렸음이 증명되는 순간, 심스는 단번에 사이비 사기꾼 혹은 바보가 되고 말았다. 그는 정말 사기꾼이었을까? 아니, 심스는 누구보다도 성실한 학자였고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단지 지금 알려진 상식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실함과 학자다운 성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결국 그는 밴버드보다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지구 안이 비어있다고 주장한 영원한 바보로.
이 책의 13가지 이야기(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다)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실패했고, 동시에 역사에서 잊혀지거나 우스꽝스런 허풍선이로 소개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저자인 폴 콜린스는 13인의 실패자들에게서 어떤 희망을 읽는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신이 믿는 바를 향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선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밴버드의 파노라마는 초기 무성영화의 발명에 영감을 주었고, 지구 공동설은 극지방 탐사에 대한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성공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어떤 얘기들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이 결코 정의롭고 옳은 것들만 사랑하지도 않고, 때로는 정말로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옳으냐 틀렸느냐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누가 놀리거나 부당하게 깎아내려도 무소의 뿔처럼 가야 한다고, 자신을 믿으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고교생쯤 되는 자녀들이라면 대신에 이 책을 쥐어주는 것도 좋겠다. 나는 '밴버드와 친구들'이 여느 청소년용 자기계발서들보다 삶과 성공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청소년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