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설가 중에 여러분이 가장 지지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투표기간 : 2016-01-28~2016-03-01 (현재 투표인원 : 78명)

1.P. D. 제임스
10% (8명)

2.애거사 크리스티
65% (51명)

3.루스 렌들
3% (3명)

4.마거릿 밀러
3% (3명)

5.퍼트리샤 하이스미스
17%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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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시 2016-01-3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아가사 크리스티요!!

akardo 2016-02-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티 여사가 없었음 요새 좋아하게 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찍었을 텐데 크리스티 여사라니 게임이 안되잖아요;;다른 작가분들과 체급이 너무 다른데요. ㅎㅎ

ddocbok2 2016-02-0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가 없었다면 누구 할지 고민이 됐을 텐데.. 이건 그냥 아가사 크리스티를 뽑으라는 거 아닌가요.. 이분은 그냥 신급인데..

루시퍼 2016-02-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님을 넣어놓고 투표를 하라고 하시다니요...
왜 인간계에 신급 인물을...=ㅁ=;;;
하튼 아가사 누님 최고ㅠ
 



마거릿 밀러 <엿듣는 벽> 리뷰

(미스테리아 4호에 게재된 김용언 님의 리뷰입니다)



마거릿 밀러는 당대에는 남편 로스 맥도널드를 뛰어넘는 작가로 군림하였으나 사후 한동안 많은 이들에게 잊혔고(장르를 막론하고 많은 여성 작가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다), 2000년대 들어와 여성 미스터리 작가들의 재조명이 이뤄지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마거릿 밀러의 예리하고 섬세한 범죄가 안겨주는 통증은 더 널리, 깊게 읽힐 가치가 있다.   


다섯 명의 여자들이 있다. 에이미는 얼마 전에 이혼한 친구 윌마를 위로하기 위한 멕시코 여행을 함께 왔다. 어쩌면 에이미의 남편 루퍼트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윌마가 추락사한다. 충격 받아 거의 실성하다시피 한 에이미를 데려가기 위해 루퍼트가 달려오지만, 집에 도착했을 땐 루퍼트 혼자뿐이다. 그리고 멕시코 호텔방 벽에 귀를 대고 에이미와 윌마 사이의 신경전을 엿듣는 종업원 콘수엘라가 있다. 루퍼트를 사모하는 사람 좋고 단순한 버턴 양, 시누이 에이미를 싫어하지만 남편 앞에서 차마 불만을 늘어놓지 못하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 데에 혈안이 된 헐린이 있다. 


이 여자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상과 바깥에서 보는 상이 다르며 그 간극에 대해 불만을 느끼지만, 또한 그녀들의 사회적 위치와 계급, 바깥에서 기대되는 역할에 따라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다. 가장 제멋대로 사는 것처럼 보였던 여자는 불행한 결말을 맞고, 계급의 가장 아래쪽에 속해 있던 여자는 자신의 욕망을 겁 없이 휘두르다가 광기에 휩싸이고, 가장 소극적으로 살던 여자는 예기치 못한 순간 날카로운 발톱을 살짝 내보인다.


『엿듣는 벽』에서 ‘살인범이 누구인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극 초반에 죽은 여인 윌마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친구 에이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혹만 남긴 채 에이미조차 사라지고, 에이미의 행방에 대해 모호하게 발뺌하는 남편 루퍼트가 혹시 그녀를 살해한 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짙어간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가 꼬리를 물고 덤벼든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는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 않다. 심지어 마지막의 반전조차도, 어떤 해명이 덧붙여지지 않은 채 그저 툭, 우리 발 앞에 내던져질 뿐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죽은, 사실 그럴 필요 없었는데 날씨와 기분의 타이밍이 더럽게 맞지 않아 일이 그렇게 되고 만 어떤 운 나쁜 시체처럼. 


대신 독자를 사로잡는 것은 살아 있는 여자들이다. 정확하게는 그 여자들의 머릿속에 더럽고 치사하며 어두운 생각들이 어떤 식으로 불쑥 비밀스럽게 출몰했다가 예쁜 외관 뒤로 얼른 숨어버리는지, 타인에게 그것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얼마나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지에 관한 묘사야말로 『엿듣는 벽』의 백미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보다 70여 년 앞서 마거릿 밀러는 믿을 수 없고 수상쩍인 여자들을, 남자들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이상적인 여성상’에 언제든 충격을 안길 수 있는 여자들을 그려냈다. 


물론 남자들도 등장한다. 여자들의 욕망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그들의 가정이 불안한 토대 위에서 가까스로 안정을 유지하는 정도로 허약한 건축물이었음을 가장 뒤늦게 깨닫는 인물들. 자신들이 여자를 보호하고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자들의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는, 그렇게 패배해야만 다시금 공인된 제도 안에 안주할 수 있는 인물들. 하지만 『엿듣는 벽』에선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결투가 우선이다. 정숙하고 평온한 아내·부인·연인으로서의 역할만 요구받던 여자들의 마음속에 몰아닥치는 광기는 아주 조용하게, 천천히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독자들이, 혹은 그녀들 자신마저도 이 변화를 눈치채기 힘들다. 그러나 일단 드러나는 순간, 그것은 ‘부엌 조리대 위의 식칼’ 같은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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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을 걸으며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에 어떻게 길을 밟아 다질까? 한 사람이 앞장서 걸어간다. 땀 흘리고 욕하며, 겨우 발걸음을 옮기며, 부드러운 깊은 눈 속에 계속 푹푹 빠지며 걸어간다. 피곤하면 눈 위에 드러누워 담배를 한 대 피운다. 마호르카 연기가 반짝이는 흰 눈 위로 푸른 구름처럼 퍼져 나간다. 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지만 담배 연기는 쉬던 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공기가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길 만드는 일은 바람이 인간의 노동을 휩쓸어 가지 못하게 언제나 고요한 날에 한다. 그 사람 자신은 끝없는 설원에 서 있는 암벽이나 키 큰 나무를 지표로 삼는다. 조타수가 곶에서 곶으로 강을 따라 배를 몰고 가듯 자기 몸을 눈 위로 이끈다.


첫 사람이 지나간 좁고 불확실한 발자국을 따라 대여섯이 일렬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간다. 그들은 앞사람의 발자국을 그대로 딸아가지 않고 그 옆으로 걸어간다. 예정된 곳에 도착하면 되돌아와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설원을 짓밟으러 다시 걸어간다. 길은 개통되었다. 그 길로 사람이, 짐 썰매와 트랙터가 다닐 수 있다. 만약 첫 사람의 뒤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그 길은 눈에 잘 띄겠지만 통행이 거의 불가능한 좁은 오솔길일 뿐 길이 아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보다 지나가기 어려운 구덩이다. 선두는 어느 누구보다 힘들고, 힘이 다 빠지면 그 5인조 중 다른 이가 선두에 선다. 발자국을 따라가는 사람은 누구나 제일 작고 제일 약한 사람이라도 남의 발자국이 아니라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의 일부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트랙터와 말을 타고 이 길을 지나다니는 건 작가가 아니라 독자이다.







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이 소위 '수용소 문학'에 속한다는 사실은 중요하면서도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이유는 수용소의 참혹한 삶이 간결하고 조용한 서술과 대비되면서 자연스럽게 부각되기 때문이며, 거의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대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홀로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바를람 샬라모프의 작품집 출간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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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ünter Grass (1927. 10. 16 ~ 2015. 4. 13)


<양철북>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199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시각예술을 공부했으며 특히 조각에 집중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광산에서 일하며 석공 경력을 쌓았던 게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 무장친위대(SS)에 복무하다 포로로 잡혀 종전을 맞았습니다.

무장친위대는 강제 징병이 아니라 자원 입대 형식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06년에는 작가 자신이 당시의 자원 입대를 인정한 바도 있습니다.


철없던 시절에 엮여든 과오가 마침 역사에 길이 남을 비극과 이어져 있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세계에 대해 뭘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면. 역시 벗어날 수 없었겠지요.

남은 일생을 시대의 과오와 대결하면서 그 부조리를 고발해 온 작가였습니다.

어두운 시대에 얽힌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짊어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많은 이들에게 보여준 사람이었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위키피디아 (영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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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4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2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런 이벤트가 있습니다. -> 바로가기


작년에 유빅 소환 용기를 보유하신 분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 터지냐는 등의 실용적인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종종 저희 회사의 영업 비밀에 대해서, 즉 유빅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묻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어떻게 엔트로피 역행이 가능한가? 열역학 제2법칙은 광속불변의 법칙만큼이나 명확하지 않은가?


물론 다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빅이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음은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유빅이 흡수한 혼돈 에너지는 질서를 향해 '되돌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유빅은 '교환'합니다. 유빅은 자신이 흡수한 혼돈 에너지를 중화할 만큼의 질서 에너지를 '기증 우주'로부터 가져옵니다. 그리고 자신이 흡수한 혼돈 에너지를 기증 우주의 질서 에너지와 맞바꿉니다. 말하자면 다른 우주의 생명력을 가져다가 여러분이 사용하는 셈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착취가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겠습니다. 원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본사는 '기증 우주'를 조심스럽게 선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평행우주 중에 생명체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은 우주는 거의 없습니다만, 본사는 가능한 단순한 생물들만이 존재하는 우주를 세심하게 고릅니다. 평행우주의 갯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나의 우주가 가진 질서 에너지 역시 무궁무진합니다. 유빅은 여러분이 지구의 지하수를 쓰는 것보다 환경에 덜 영향을 끼치며, 여러분이 다른 종의 생물들을 여러 목적으로 사육 도축 실험하는 것보다 고등 동물에 끼치는 폐해가 적습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생물이 살지 않는 우주라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극우 우주보호론자들의 주장은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기증 우주를 선정하는 자세한 기준을 완전히 알려드릴 수 없는 점 역시 양해를 부탁 드리는 바입니다.


그렇습니다. 평행우주입니다. 그래서 본사는 이번 선물로 평행우주에서 가져 온 기념품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기념품을 가져 온 우주는 여러분의 우주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20세기로 들어설 무렵까지는 거의 같은 우주였기 때문입니다. 분기점은 20세기 들어 발생했습니다. 그 또다른 지구에서는 유럽의 한 국가가 '빅 브라더'로 상징되는 완전한 관료주의 감시체제를 실현해 내면서 성공적인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확립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번영하면서 통제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일본과 그 식민지들의 운명입니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실패를 기점으로 조선 독립 운동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조선은 일본에 흡수된 뒤 역사 자체를 수정당했습니다. 현재 조선은 그저 본토와 다른 '반도'로, 마치 처음부터 일본의 일부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1988년에 올림픽이 개최된 곳은 서울이 아니라 경성이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설정이 아닌가? 맞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지요. 소설적 상상력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우주가 존재 가능한가? '실재'하는 존재들의 선택 분기로만 우주가 분열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위대한 작품은 일종의 보다 날카로운 예감이라고 말입니다. 단지 이 우주에서 실현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위대한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의 광경'을 발견하고 목격합니다. 신비로운 능력이죠. 비단 SF작가들에게만 국한된 능력은 아닙니다만.




          




해서, 이번 선물은 이렇습니다. 한글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서 일본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전면 문구: 헤이세이 26년, 세계사상경찰 경성지부 창설30주년 (1984-2014)

우측면 문구: 전쟁은 평화다 / 자유는 굴종이다 / 무지는 힘이다


아시다시피 우측면 문구는 <1984>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슬로건입니다. 1984년에 일본이 빅 브라더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일본 내 주요 도시에 세계사상경찰 지부가 생겼습니다. 2014년은 그 30주년으로, 저희가 이번에 드리는 선물이 바로 세계사상경찰 경성 지부가 직원 배포용으로 제작한 자축 기념품입니다.


<비명을 찾아서>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식민지였다는 기억조차 제거당한 조선 반도에서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적응하고 살아갑니다. 그곳에는 한반도도 없고 한글도 없으며 반도인들은 2등 국민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만 삶은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컵이 온 세계를 해방시키기 위해 떠날 수도 없고 어떤 지원도 할 수 없지만, 다른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닮은 이들이 나름의 의지에 따라(그것이 때로 삐뚤어진 탐욕에 기인했다 하더라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좀더 어둡고 치열한 세계에서 온 이 컵이 종종 여러분에게 다른 세계의 수없이 많은 의지들을 되새겨주신다면 본사에게는 더없는 영광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주 국가의 인민 여러분들께 행운만큼의 영광이 있기를.




p.s: 아래 링크는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평행우주 및 각종 기초적인 우주론 학습용으로 선정한 도서들입니다. 이 도서들은 이벤트 대상에 포함되며, 당연히 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PKD Corporation 추천도서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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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0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호정 2014-08-2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근에 바빠서 알라딘에 자주 못왔는데, 알라딘의 이벤트는 항상 놀랍네요~ 재미있어요^^ 책을 스스로 집어내는 것을 즐겁게 만드시다니...ㅎ

외국소설/예술MD 2014-09-22 14:06   좋아요 0 | URL
이걸 한 달이 지나서야 확인하다니 저도 참.. -_-;;;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담에는 좀더 유쾌한 걸로 해 볼까 합니다. 많이들 좋아해주셔야 할 텐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