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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
박윤조 지음, 이도헌 감수 / 배영교육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계속해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찾고 읽고 하는 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고도 새로운 일이다. 온전히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 일뿐 아니라 이건 연습이라는 것이 없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나는 한 인간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 이 얼마나 살 떨리는 부담감인가. 손위형제가 있어서 조카들을 관찰해봤던 것도 아니고 나는 거의 내가 읽은 책들에 기초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형편. 아이를 갖고 낳고 나서 돌 이전의 아이에 대한 각종 육아서를 열심히 읽어댔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해가며 시간을 보냈는데, 자, 나의 이 아기가 돌이 지나고 걷기 시작했다. enfant 에서 toddler의 단계로 진입을 한 것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걷고 끊임없이 넘어진다. 뭔가를 집고 던지고 숨기고 부서뜨린다. 알 수 없는 음성으로 계속해서 말을 하고 뭔가 요구를 한다. 이제는 자기만의 사인을 만들어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하려고 하며 TV 만화를 보고 웃기도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가리키며 이거 이거 라고 말을 하는 16개월 된 나의 아들은, 제 아비도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어대는, 나름대로 건강한 외할머니가 돌보고 나면 몸살 나는 사고뭉치, 에너자이저, 못말리는 흰애기 등으로 표현된다. 나는 다급해졌다. 아, 이 사고뭉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두 번째 육아서를 읽는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아이가 커 갈수록 나는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경험담들이 필요했다. 이제 아이는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또래들과 어울릴 가능성도 보이고 있으며 끊임없이 외출을 하자 하고 걷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배영교육에서 나온 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은, 발달심리학이나 아동심리학등 대학교재를 선택할까 하다가 대체한 책이다. 육아서중에 잘 팔리는 책이기도 하고 신생아때부터 7세에 이르기까지의 영역을 골고루 정리했으며 아주 짧은 글들로 정리했고 가장 보편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딱 맞는 가장 평이한 육아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기들의 특이사항과 돌이 지난 아이들의 심리, 엄마들이 고민하는 낯가림, 분리불안, 배변훈련, 잠투정 등 읽다보면 좀 너무 평이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 번 쭉 훑어내려 정리를 하기엔 좋은 책이다. 가끔 책을 읽었다 해도 머릿속에 100% 저장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아이와 뭔가 문제가 생긴 날 아이를 재워놓고 제목들만 한 번 삭삭삭 훑어봐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깊이있는 육아서를 원하는 엄마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아주 많은 육아서를 대하지 않았거나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엄마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00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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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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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극적인 제목이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원제는Raising Baby인데 한국어로 번역이 되면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제목에 담은 책으로 변화했다. 책의 중심 테마는 책 앞에 적혀있다. 행복한 세 살의 기억이 아기의 일생을 좌우한다. 일이냐 육아냐,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동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티브 비덜프가 30년 연구 끝에 밝혀낸 명쾌한 결론.

그 결론은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거다. 이 책은 2005년 영국에서 출판되었고 최근에 한국에 번역소개된 책이다. 영국의 아동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가 호주를 오가며 쓴 책이라 영국적 현실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생활이나 우리의 생활은 별 다를바가 없다. 선진화된 사회, 맞벌이가 미덕이 되는 사회, 물질을 추구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은 선진국에서는 모두 비슷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이다.



작년에 한겨레 21의 한 제호는 이랬다. 하나는 왜 맞아죽었나, 영인이는 왜 물려죽었나. 우리 사회는 조손가정의 급증과 아동방치의 문제로 매일 매일 시끄럽다. 작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SOS 24라는 SBS의 고발프로그램에도 아동방치의 문제가 몇 번이나 언급되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후, 지식기반의 미래사회로 가는 현대 사회에 또 하나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들은 더 많이 벌어 빨리 기반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방치되고 부모들은 갈등한다. 여성의 지적지위가 상승하고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이 국가적 손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엄마들이 직업을 갖으려 한다. 혹은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을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남자들이 능력있는 여성을 선호하며 현모양처가 꿈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제는 여자도 밖으로 나가 가계경제의 보탬을 주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살아가면서 늘 서운한 것은 사회와 기업, 여성들의 사고방식은 초고속으로 변화되는 반면, 기득권층과 남자들의 사고방식은 굼벵이 기어가듯 느려터지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사회진출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사회에서 정작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문제를 대체해주지 않는다. 자, 당신은 여자다, 능력있는 여자,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 있고 잘 해낼 것이다. 당신은 착한 맏딸, 슈퍼우먼이다. 라고 규정짓는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그로 인해 결정적인 문제인 육아가 남의 손에 넘어간다. 보육기간이 넘쳐나게 생겨나고 종일반이 운영된다. 0세부터 3세까지, 세 자녀 가정 셋째는 무상교육이라는 푯말들이 놀이방에 붙어있다. 0세의 아이를 맡기고 당신은 사회로 나가라. 일을 해라, 자기 계발을 해라. 혹 멍청하게 임신기간중에 살이 쪘다면 살이라도 빼라고 아우성친다. 빠른 나라라면 약 10여년전부터 여자들이 맞벌이에 나섰고 아이들은 교육기관에 맡겨졌다. 그 아이들이 자라 지금 청소년이 되었고 너무 어린 시절에 보육기간에서 자란 아이들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는 그 책임을 모두 얼굴없는 가해자 – 사회라는 커다란 덩어리에 짐지우려 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은 물론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해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개인이다.



책의 요점은, 3세까지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보살핌이 아니라 극진한 보살핌이 필요하며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며 자라기도 한다. 괜찮아, 얘는 놀이방에서도 잘 놀아라는 평가를 받는 착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방어기제를 발달시키며 이미 사랑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가정에서와 보육시설에서의 아이들의 성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는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인 엄마나 아빠, 혹은 조부모의 관심과 애정 끊임없는 눈빛을 받으며 자라지만 보육기간에서는 1명의 보육교사가 적게는 2-3명,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기까지 봐야 한다. 아이들은 젖병을 물고 억지로 잠을 자야 하고 사육되듯이 자라난다. 그런 아이들 중 간혹 어떤 아이들은 발달장애를 보이기도 하고 웃지 않거나 말이 늦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아이들의 3살 이전의 삶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작년 3월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가 예쁘고 소중하고를 떠나서 아이에 대한 육아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잘 해내야 했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내가 이 아리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떨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자라주었고 이제는 나와 교감을 나눈다고 느낀다. 그런 찰라에 나는 호시탐탐 육아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다. 괜찮아, 아이를 맡겨도 돼. 사회성도 기르고 다른 사람들 자꾸 만나봐야 나중에도 내가 편해 라는 생각에 직장을 구할까, 공부를 계속할까, 잠시라도 아이를 맡기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러 다녀야 하지 않을까, 면허를 따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회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 3세까지의 아이들은 특정 부분의 뇌가 발달하며 그 발달시기는 단지 그 때뿐이라는 것,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 끈임없이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을 주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라는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내가 꿈꾸던 아이를 맡기고 뭔가를 해보려던 생각을 접었다. 가만히 아이만 키우고 멍하니 시간만 보내지는 않겠지만, 육아로부터 빠져나가려는 생각은 그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기로.



육아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도 있다. 이 책은 절대적으로 다 때려치우고 여자들은 집안에 들어앉아 아이를 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육아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한다. 전업주부로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틀을 깨려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능력있는 아내를 썩히는 것 같아 아까운 남편과 이번에 일을 그만두면 절대적으로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엄마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기실 책속의 주장에 비해 통계자료나 정확한 수치가 부족하다는 것이 불만스러웠고 너무 급하게 번역하여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로지 텍스트에 충실한 책이긴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물론, 엄마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해야할 때 또는 하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바로 아빠라는 것도 이 책의 요지다. 육아서를 사다가 던져주는 아빠들이 아닌 스스로 읽고 넘겨주는 아빠들이 제발 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아내들에게 그 봐, 집에서 애나 보라니까 라고 말하는 남편들에게는 정확한 수치로 남편의 연봉과 아내의 예상연봉을 비교하여 슬쩍 자존심을 건드려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0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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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 시대 모든 커플이 알아야 할 31가지 결혼의 진실
안미경 지음 / 갤리온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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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동에 가면 가끔 성바오로서원에 간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는 성바오로 서원은 이제 성바오로 딸이라고 이름이 바뀌었고 지금 또 문을 닫은 예전 유투존자리 앞에 있다. 그 건물은 왜 항상 백화점들이 들어왔다가 곧 철수를 하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바오로딸에 들어가면 명동이라는 장소의 특별함을 느낀다. 늘 사람들로 북적대는 명동중심가에 혼자 동동 떠 있는 섬같다고나 할까. 그 섬에서 나는 조용한 교회음악을 들으며 책들을 뒤적거린다. 내가 독실한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나일롱이라도 신이라는 존재를 믿기도 하고 예전엔 또 아주 열성이었던 과거의 편력때문인지, 바오로딸에서 책을 한 권 고르고 나면 인생이 바뀌는 것 같은, 내가 아주 착하고 순결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달콤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졌을 때는 바오로딸에서 "건강한 아기 아름다운 엄마"라는 임신기간중 읽으면 좋을 명상집을 샀었고 이번엔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부부지침서를 골랐다. 이런 실용서적은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가끔 경시할 때가 있다. 뭐 다 빤한 얘기 아니겠어.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겠어,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담 하는 식으로,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왜냐하면..이라는 지루한 교육용 프로그램처럼 취급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잘난척을 하지 말고 이 책을 들어보자.

나는 2005년 8월에 결혼한 겨우 결혼 2년차의 가정주부, 곧 돌이 될 아기의 엄마.

육아서는 수없이 읽었으면서 내가 부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읽었던 책은 그 유명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달랑 한 권 아니었던가. 내가 결혼생활의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찾았던 돌파구는 엄마들이 모인 클럽의 익명게시판이었다. 둘째를 가졌나봐요 하는 평범한 고민에서부터 이혼에 임박한 엄마들의 이야기, 고부갈등과 어이없는 친척들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구구절절히 뚝뚝 떨어진다. 그 게시판을 약 1시간 가량 읽고 나면 에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매우 유치한 상대비교적 행복감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의 비극을 들어 나는 괜찮다라고 자위하는 것은 매우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근본적 해결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육아문제로 고민하다가 다른 집 아이는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더라, 다른 집 아이는 하루종일 운다더라, 다른 집 아이는 맨날 아프다더라, 다른 집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10달을 보냈다더라 하는 얘기를 듣는다고 무슨 육아문제가 해결이 되겠는가. 눈뜨고 애가 깨어나면 또 힘들고 지칠 수밖에.

 

이 책의 저자 안미경씨는 현재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이혼의 그늘이라는 코너를 맡아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결혼준비특강이라는 것도 진행한다. 우리는 쉽게 결혼을 한다. 그 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이지 하는 생각으로, 뭐 남들도 다들 잘만 살던데 나라고 못하겠어 하면서 거대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혼수를 고르느라 바쁘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결혼을 하는지. 물론 요즘은 그런 긍정적인 커플도 있겠지만,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기엔 물질의 준비를 하느라 너무나 바쁘다.

나는 혼수와 예단 일체 없이 결혼을 한 경우이지만 우리가 마음의 준비를 한 것들은 과다한 업무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했던 이야기들은 같이 사업체를 꾸려나가면서 모두 무너졌다. 생활과 일이 구분이 되지 않았고 재택근무를 했던 나는 남편이 들어오면 사업이야기를 해야했고 남편에게는 직장과 가정이 구분되지 않았다. 열띤 토론도 벌여봤고 (최장 기록은 장장 7시간동안 밥도 안 먹고 말로만 싸운 기억) 말 안하고 버티기도 해봤고 남들 하는 싸움은 다 해봤는데 그저 시간이 간다고 묻어두자니 가슴에 불이 치미는 것 같았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람은, 항상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남의 티끌도 커보이는 법.

 

나에겐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

다른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지만 나는 한 장 한 장을 정말 소중하게 읽었다.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와는 달리, 한국사람이 쓴 한국책인지라 한국적 결혼생활의 실례들이 많았고 남편을 원망하기 보다 또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남편에게 또 시비를 걸지 않고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들이 실려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던 도중 나는 낮잠을 자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이혼을 하게 된 내가 재혼상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 애 아빠에게 미안하다, 라고 하다가 고개를 들어 새로 만난 재혼상대를 바라보니 그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더라. 그 꿈을 꾸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주말마다 피곤한 남편과도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를 바라보며 즐거운 일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하고 줏대없는 동물인지라,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이 책은 앞으로 결혼한 지 1년쯤 된 친구들에게 사서 선물할까 한다. 혹은 올겨울 결혼한 친구와 후배들에게 우선 선물할까 한다. 자고 있는 남편, 자고 있는 아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운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을 읽으시길. 그리고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발견한다면 이 책을 선물하시길. 책 값은 9,500원. :)

 

200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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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나다 - 첨단 패션과 유행의 탄생
조안 드잔 지음, 최은정 옮김 / 지안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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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표지 한 번 새끈하지 아니한가.

패션리더들이 흥분할만한 채도 높은 분홍색이 점진적으로 보이고 양장 겉표지는 그라디에이션된 분홍색인데 겉표지는 수입펄지 (명함종이로 여성들에게 각광받는)에 구멍이 뽕뽕 뚫려서 그라디에이션 된 분홍색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스타일리쉬한 책 표지이다. 게다가 안에 들은 책갈피 끈은 (이게 정확한 단어가 있을 듯 한데 잘 모르겠다) 역시 연분홍색이다. 책이 일단 정말 예쁘다. 게다가 첨단 패션과 유행의 탄생이라는 부제라 나는 세계 곳곳에 있는 유행들을 취재한 글이 아닐까 했는데 내용은 17-8세기 프랑스 문학과 문화를 전공한 펜실베니아대학 석좌교수인 조안 드잔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창조한 어마어마한 럭셔리 라이프의 시초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열광하는 패션, 그리고 유행, 그 모든 것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저자와 이 책에 따르면 바로 태양왕 루이 14세가 집권시절 지나칠 정도로 집착했던 스타일리쉬! 에서 비롯된다. 루이 14세는 멋드러진 파리와 멋있는 나라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고도의 정책적 전략이었는지, 태양왕이라는 권력을 이용한 개인적 취향의 발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의 모든 정책들은 프랑스를 세계에서 가장 멋을 아는 나라로 만들었고 그 국민들은 멋을 알고 미식을 즐기는 멋쟁이들로 만들어냈다. 그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사람들은 명품에 열광하고 맛있는 음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즐겨찾는 유행과 럭셔리 라이프를 영유하게 된 것이다. 그가 집권하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그다지 멋을 아는 나라가 아니었다고 한다. 하긴 우리가 아는 프랑스의 상징인 “닭”은 전 국민이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는 어느 국왕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 하지 않는가. 그리고 비옥한 영토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왕국은 그저 농업국가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이 14세는 무모할 정도로 파리를 멋진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오염된 세느강에 비싼 수입백조를 수입해 풀어놓기도 하고 밤을 낮처럼 만들라는 명령을 내려 불야성의 도시를 만든다. 길에 자갈을 깔아 멋진 옷들이 더럽혀 지지 않게 하고 미용실과 기성복이 생겨나 유럽의 부호들이 파리에 찾아와 돈을 쓰게 된다. TOUR라는 영어는 불어에서 기초했으며 그 관광의 시작도 루이 14세가 변모시켜놓은 파리 때문에 생겨났다. 그로 인해 유럽 전역이 프랑스 음식과 패션과 디자인의 광풍에 휩싸였고 향수를 너무나 즐겼던 루이 14세가 말년엔 모든 향을 거부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로 인해 화장과 뚜왈렛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멋진 파티와 연회를 기획해 프랑스 귀족들의 입맛을 높였으며, 커피와 샴페인 같은 고급 음료가 자리잡게 되었으며 그를 즐기는 장소도 프랑스만의 것으로 변화시켰다.

진정, 루이 14세는 문화정치로 세상을 주름잡은 태양왕이었으며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이사를 하면서 만든 거울의 방이 거울산업을 진일보 시켰고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접이식 우산까지 발명해내는 사람들도 생겼다. 오늘날의 전단지와 광고, 멋진 간판들도 모두 그 때 만들어진 것이며, 프랑스에 가면 간판이 작아 당췌 가게를 찾을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불평 역시 루이 14세의 도시 정비정책으로 비롯된 것이 여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책은 헤어살롱과 헤어드레서의 출현 / 오트 쿠튀르 기성복의 탄생 / 첨단 패션의 마케팅 전략/ 각선미 좋던 왕이 선호했던 멋진 구두와 뮬의 탄생, 그리고 신데렐라 이야기의 시작 / 오트 퀴진이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의 탄생 / 오늘날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을 만들어 낸 쉬크 카페의 탄생 / 신의 음료수 샴페인의 탄생 / 블루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루이 14세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 낸 보석계의 새로운 판도 / 패션과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이어진 거울의 탄생 / 불야성을 이룬 도시를 만든 세계 최초의 가로등 / 접이우산의 탄생이 가져온 문화와 패션 문학의 변화 / 앤틱과 가구 인테리어로 이루어진 럭셔리 라이프의 절정 / 향수와 화장품. 투왈렛이 가져온 프랑스의 대표적인 수출공신 등에 대해서 13개의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패션에 조금 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갈피에 침을 묻혀가며 책에 빠져들 것이다. 저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17세기 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였는데 과연 이 책은 스타일나는 럭셔리한 (사치스러운 또한 고급스러운) 인류의 족적이 어디부터 시작됬는가에 대해서 신명나게 읊어주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지식의 연회이기도 하지만 고급 연회가 그렇듯이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고 즐거운 대화과 향기로운 향수와 술들이 가득한 것처럼 내용만큼이나 무척 재미있다. 17세기. 그 때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어느 나라이건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했을 법한데 그 때 파리를 휘어잡던 패션의 열풍은 그 어떤 도시 건설로 인한 건설붐만큼 프랑스를 대단한 나라로 키워놓았다. 그리고 그 힘은 아직까지 이어져 프랑스 파리는 패션의 도시로 프랑스에서 나오는 패션용품들이 세계의 패셔니스트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템으로 국가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엄청난 파워가 이루어낸 매우 영악한 럭셔리 문화 정책. 한 국가가 일어서는 방법에 이런 멋드러진 산업도 있다니, 그야말로 흥미진진이다.



불어를 조금 할 줄 알거나 문화사,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 더 재미나게 환장하고 읽을만한 책이다. 예쁜 책표지부터 알찬 책 내용까지, 아주 잘 만들어진 스타일나는 책 한 권이었다.


2007.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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