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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스타 쿠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3
이겸 지음 / 은행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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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수없이 많은 청년들이 붉은 책 표지로 된 실천문학사의 체 게바라 평전을 들고 다녔었다. 나도 그 청년들 중 하나였다. 나도 그 때는 청년이었으므로. 그리고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반이 소개되고, 그들의 다큐멘터리가 빔 벤더스에 의해 제작, 전세계에 널리 퍼졌다. 쿠바는 시가와 야구만의 나라가 아니라, 체 게바라와 음악의 나라로 다시 인지되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단 둘의 공산주의 공동체, 북한과 그리고 쿠바. 아름다운 나라, 그리고 그 음악처럼 어딘가 슬퍼보이는 나라, 강렬한 혁명의 피가 흐르는 나라 쿠바. 나에게 쿠바는 체 게바라 –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되었고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이 책은 이겸이라는 사람이 썼다. 그의 사진과 여행기가 약 300페이지를 넘는 책 내내 빼곡히 적혀있다. 그의 사진은 아마추어 이상인 사실상 작가의 사진이고 글 역시 겸손하여 읽는 재미가 있다. 여행은 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지방을 가도 감동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이가 있고 누군가는 볼 거 하나도 없다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여행기는 마음이 열려있고 배우려는 자세가 갖추어진 사람의 것이 읽을만 하다. 그러므로, 이겸의 이 여행기 메구스타 쿠바는 매우 읽을만한 책이다.

저자는 쿠바의 전국을 돌아보리라 하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후배와 함께 떠난다. 그리고 산티아고 데 쿠바, 바야모, 까마구웨이, 트리니다드, 산타클라라, 플라야 히롱, 마타자스와 카데나스, 후벤투드 섬, 아바나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숙소에 묵고 히치하이킹과 모토리노(스쿠터)등을 타고 여행을 계속한다. 그가 여행내내 끊임없이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쉴 새 없이 느끼고 숨쉬고 웃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본 쿠바는, 혁명이 일어났던 근사한 나라지만, 지금은 거의 고립되다시피 해 곤궁하고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심히 낙천적으로 살고 있는 나라다. 극심한 빈부차이, 허무해진 혁명과 사라진 영웅들, 가난한 집들, 그러나 그 안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에 이 저자도 역시 “사람이 살고 있었네” 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열린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성인군자 같이 굴지도 않고, 전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라고 얘기하는 듯한 그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시선들이 쿠바를 가깝게 느껴지게 했다. 책의 종이질도 우수해 컬러 사진도 손상없이 볼 수 있다. 조금 어이가 없었던 것은, 아무리 에세이가 중심이 되고 여행안내서가 아닐지라도, 목차에도 내용에도 쿠바의 지명들이 등장하는데 어찌 지도 한 장 들어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점만 뺀다면 추천할 만한 여행서. 쿠바에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으로라도 위안을 삼자.



2007.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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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이용한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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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한 친구의 블로그를 갔다가, 이 사람의 사진을 스크랩해 온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따라 이 책의 저자의 블로그를 옮겨다 놓은 사람의 블로그를 따라갔다. 친구가 퍼 온 것은 그녀가 갔던 몽골에 대한 것이었고 나는 그 근처까지만 다녀온 티벳의 포스트를 보다가 윈도우 창을 닫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그 여름에, 티벳의 아래에 위치한 리틀티벳으로 불리기도 하는 사천성과 감숙성의 일부분을 다녀왔다. 티벳민족이 자치구를 꾸리고 있는 그 높은 곳에서 나는 티벳까지 갈 깜냥은 되지 못하는 나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고산의 희박한 공기와 추운 날씨에 괴로워하면서도 행복했다. 그 하늘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색이었다. 그리고 그 길들도,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감사하고 감사했다.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그 길들을 잊지 못했다. 수없이 많이 나는 그 길들을 다시 이야기하고 쓰고 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그 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가장 값진 추억이다. 나는 그런 여름이 또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리틀 티벳에서 티벳으로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여름은 다시 오지 않았고 나는 이 자리에 있다. 이제 쉽사리 그 때처럼 보따리를 꾸리고 어디론가 떠나는 삶을 영유하기엔 나는 너무나 멀리 와 버렸다. 그 해에는 그 여름을 꿈꾸며 봄과 초여름을 살았다. 그리고 다녀오고 나서 여태까지 나는 그 때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이제서야 한국에 알려진 티벳과 차마고도를 따라간다. 그 길을 지나며 저자는 조근조근하게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의 여행은, 앞 서 소개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처럼 유쾌하지는 않다. 중국을 동서로 나누어 서쪽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심각해진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가난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척박한 땅에서 사람들은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자가 된다. 그러나 스스로의 마음은 얼마나 가난한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 길들은 수행자가 되는 길이 되기도 한다. 그 길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운 것들을 다시 만나는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읽어야 하는 책을 읽을 때는 힘겹지만, 이 책은 아쉬울 만큼 빨리 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 때 기행문만 보면 질투에 휩싸여 책을 넘기지 못했으나, 이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나는 책으로 만족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저자에게 감사했다. 좋은 여행에 도반을 만난 것처럼. 저자의 음성은, 화려하지 않고 진지하며, 온전히 이해하진 않아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겸손함이 엿보인다.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이 여행자는 능수능란한 프로처럼 사진을 찍지도 않았고 글을 쓰지도 않았다. 그저 그 곳에 다녀온 한 평범한 사람인 듯 겸손한 글들을 잘 풀어냈다. 책은 화려하지 않은 종이에 두툼한 두께로 티벳을 가는 황톳길을 닮았다. 중간중간 인쇄가 매끈하게 빠지지 않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는 이 책이 많이 팔려서 저자가 돈을 좀 모으게 되고 그래서 또 여행을 떠나고 또 글을 쓰고 사진을 찍게 되길, 조그맣게 빌어보았다.



2007. 8. 29.



+여행을 가고 싶어서 미치겠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정말로 미쳐버리면 나는 책임지지 못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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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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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광고 때문에 산 책이다. 출판사의 너무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책을 자주 사는 소비자의 한 명으로서, 안 사고는 못 배기겠구나 싶도록 만든 적극을 넘어선 저돌적인 광고에 낚였다고나 할까. 원래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던 나도, 처세술 책에 대해서 다 그렇고 그렇지, 라고 생각하던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저돌적 마케팅 공세의 손을 들어주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저자의 이름도 겉표지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이 책이 얼마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책인가를 광고하는데 책의 팔할을 투자한 것처럼 보인다. 책의 겉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적혀있다.

“수 세기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오프라 윈프리 쇼’ 홈피를 마비시키고, [해리포터]를 묶어버린 세계인이 경탄하고 있는 바로 그 책!!

-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 미국에서 최단기간 500만부 돌파

- DVD 250만 카피 돌파

- 래리킹 라이브 방송

- 타임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책이 100인에 들어갔다는 건지 저자가 100인에 들어갔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지배했다.

이 세상 사람은 모두 두 부류로 나뉜다. ‘시크릿’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

수 세기 동안 단 1%의 사람들만이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았고, 그래서 그들은 특별해졌다.”



이 엄청난 문구들이 이 책의 표지를 들춰보지 않고 책을 집어올려 한 바퀴 돌렸을 때 읽게 되는 문구들이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그 엄청난 비밀이 양장본 12000원이라는 헐값에 미국에서 머나먼 한국이라는 이 나라까지 와서 공개된다는 것이.



책은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하다. 책 속에 들어있는 진실이나 생각들은 읽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준다. 그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그 책에 들어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이 엄청난 광고를 자신있게 출판사에서 펼칠만큼의 가치는 있어보인다.

책은 양장본이고 내지역시 엄청 고급스럽다. 형광등 불빛에서 읽을 때 빛의 반사가 있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어이없음이 있지만, 고급디자인지에 중간에 아이콘도 많이 넣어 코팅으로 인한 빛반사가 일으키는 반가독성을 무마하는 듯 하다.

책의 내용은 매우 간단한다. 인간의 인생과 우주의 섭리에는 “끌어당김”이라는 법칙이 있다는 것. 스스로 잘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것이며, 스스로 늘 소망하고 기억하고 그 소망을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면, 절대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는 주파수라는 게 있어서 스스로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주파수에 스스로를 올려놓으면 주변의 환경도 그렇게 변화할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라면 인생은 계속해서 꼬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의지로, 질병도 고칠 수 있고 성공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여느 처세술책이나 그렇듯이, 이 책은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 진실을 조금 독특하게, 신비하게, 어쩌면 주술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풀어놓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종교집단의 부흥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 믿습니까? 믿으십시오. 믿으면 이루어집니다. 라고 강력하게 말하는 것이다. 광고가 과장스럽다느니, 뻔한 처세술책이라고 평가절하하기엔 책의 힘이 좀 강하다.

책을 덮고 난 뒤, 오늘 하루 종일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나도 믿습니다. 라고 외치는 교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므로. 물론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진실일 것이다. 자신의 성공모델을 그려놓고 그 모습을 매일 매일 성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꿈을 이룬다. 세상은 이미 그 사람의 성공모델에 맞추어져 간다. 스스로 그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환경을 조정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그만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인생이 삐걱대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렇게 고무적인 부흥회스러운 책 한 권 읽어보는 것도 좋은 치유법이 될 듯 하다. 나도 아이들과 동생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되긴 하였으니까. 책 뒤에는 기분좋게 시크릿 손수건이 비밀처럼 숨겨져 있고 맨 앞에는 예쁜 필체로 선물용 메시지도 적혀있으므로, 주변 친구들에게 올 여름 선물하기에 괜찮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뻔한 내용인데, 마법사의 주술서를 갖게 된 것 같은 이 느낌은, 책의 강력한 포스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2007.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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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냐 아기냐 아무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여자
베티나 뮌히 지음, 이홍경 옮김 / 글담출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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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개했던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엄마가 되라에 후속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책의 날개에 있는 여성학 서적 중에 한 권을 고른 것인데, 이 역시 독일에서 출판되었던 책이며, 앞 서 소개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와 상통하는 고민을 가진 엄마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와 같다고 볼 수는 없고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주는 일종의 묶음서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의 저자 레기네를 종종 언급하기도 하며 직장 여성에 대해서만 국한하지 않고 임신 전부터 출산 후 양육에 이르기까지의 긴 기간 동안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 우리가 꼭 체크했어야 하는 것들, 알면서도 생각해보지 못하고 무사유로 시간을 보내버렸던 것들에 대해서 꼼꼼히 지적한다.

물론 이 책의 결론도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라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은 독일사람이 쓴 책이라 독일의 사회적 환경이 많이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독일이나 유럽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새롭기도 하다. 유럽구경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유럽선진국들은 남녀평등과 가사분담을 당연시 할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이 책에 따르면 독일남자들이나 한국남자들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서구사회에서 남자들은 더 이상 자녀를 원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해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구는 여성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남편들은 그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을 뿐이지 가사와 육아에 대해선 분담하려는 생각도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아이를 갖기 전에 여자들은 아이들이 너무나 예뻐서, 자식을 갖고 싶어서 라는 환상 속에 빠져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단순한 욕구에 의해서 진행되어서는 큰 실수에 빠질 수 있고 그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고 이혼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실로 첫 아이가 5살무렵, 둘째 아이가 있다면 둘째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무렵 부부간의 위기가 최고조가 되고 이혼에 이르는 커플도 가장 많다는 통계가 있다. 이 때쯤이 되면 여자는 육아에 지칠 대로 지쳐있고 남편에게 분담을 요구하지도 않는 포기 상태가 되어버리며 남자들은 아내가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고 자기는 뒷전에 물러나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위기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부부간의 대화는 “애 좀 씻겨”, “이것 좀 해”, “내가 놀아?” 이런 식의 공격성 발언밖에 이어지지 않는데, 이는 임신 전 상호간의 충분한 대화와 분담, 상호간의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그 중심에 떡 하니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나란히 누워 자던 부부 사이에 아이가 누워서 자게 되고 혹은 남편은 따로 잠을 자고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 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활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집은 온통 아이의 놀이터가 된다. 부부의 대화는 아이들의 사소한 이야기로 옮겨지고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여자 혼자서 모든 책임을 지려 하지 말고 계획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남편의 협조를 이끌어내어 현명한 부부, 행복한 가족이 되길 권유하고 있다. 여자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늘 아이의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아이를 둔 남편들은 친구들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여자만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이는 여자 혼자 키우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으며, 특히 이런 사고방식은 직장여성들인 경우 커다란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변모될 수 있다. 아내가 손을 내밀어 남편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서로 살 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 요지이다. 육아는 절대 엄마 혼자서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 행복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진정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염치불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보고 올 수 있어야 하며,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아이를 친척이나 조부모에게 맡길 수 있는 뻔뻔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불행한 여자는 아이에게 묶여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라고 생각하는 여자라는 것.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를 위해 스스로 행복해 질 것, 외모도 가꾸고 취미생활도 갖고 먹고 싶은 것도 먹는 그런 엄마만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큰 아이를 혼자 두게 할 수 없어서 둘째를 갖는다는 미련한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라고 말한다. 직장을 가진 여성이라면 이 책을 꼼꼼히 읽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가며 생활 속에 실천한다면 정말 유용할 책이다. 책은 친절하게도 각 장마다의 요점정리까지 해놓아 육아로 바쁜 엄마들이 다시 한 번 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엄마라는 존재의 선입관, 엄마라는 존재의 죄책감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직 이 사회 속에서 투쟁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하나씩 스스로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다. 어느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 장래희망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아빠는 어릴 적 장래희망에 가까워졌거나 이루었던 사람이었고 엄마는 이미 그 꿈을 버린 지 오래된 사람이었다.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지. 라고 했던 엄마에게 아이는 말한다. 근데 왜 이러고 있어? 라고.

이 책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어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교실에서 장래희망에 대해서 묻는 선생님에게 “엄마가 되고 싶어요” 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얘야, 엄마는 직업이 아니란다. 하는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

만일 당신의 아이가 당신에게 혹은 당신의 아내에게 엄마는 꿈이 뭐였어? 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혹은 당신은 당신의 아내를 위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사유하지 않는 삶은 죄악을 저지르기도 한다. 나는 책을 덮고 깊은 숨을 내 쉬었다.



2007.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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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에요
하비 카프 지음, 오민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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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를 썼던 UCLA 의과대학 교수인 하비 카프의 또 다른 육아서이다. 베이비 위스퍼가 1, 2로 앙팡과 토들러 단계로 나뉜 것처럼 이 책은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의 속편으로 돌이 지난 아기의 육아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돌이전의 내아이는 얼마나 기르기 편했는가.

가끔 아이가 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아이가 울면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배를 채워주거나 안고 흔들어주면 그만이었다. 아이의 근육은 미처 발달하지 않아서 그저 누워서 하루를 보냈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2시간마다 깨어서 젖을 먹여야 하는 일 외에는 별다르게 어려운 일이 없었고 단순한 장난감 하나만 가지고 움직일 수 없는 아이는 엎드려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보행기에 태워놓으면 빠져나오지 못해 엄마는 설거지도 할 수 있고 빨래도 돌릴 수 있고 10KG가 넘지 않는 가벼운 몸무게 덕에 업고 어딘가를 다니는 것도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가 10KG를 넘으면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이후 곧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엄마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몸무게가 적지 않아 많이 업을 수도 없고 아기띠를 이용해 앞으로 안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눕혀서 메고 다녔던 슬링은 신생아를 출산한 후배에게 넘겨야 했고 보행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고 서랍을 열기 시작하는 순간 아버지가 돈 벌러 간 사이 집안에서는 엄마와 아기의 육탄전이 시작된다.



이 책은 돌이 지난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고 아이의 다양해진 욕구를 어떻게 해소시키며 어떻게 규율을 알려주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는 침팬지 정도의 수준, 유인원이나 네안데르탈인 정도의 원시인으로 생각하고 엄마 자신은 그 원시인에게 파견된 막강한 국가권력을 뒤로 업은 외교사절, 특사 정도로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아이는 수백만년동안 인간이 겪어온 진화라는 과정을 단 몇 년만에 해내는 존재이니 그의 단순과격무식함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해서 우아한 자세로 응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12-18개월, 18-24개월, 24-36개월, 36-48개월로 나누어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하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흥분한 아이들을 가라앉히는 법등을 여러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매우 유용한 방안들이 많다. 예를 들어 마구 흥분한 아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엄마와 마주앉아 숨고르기 연습을 평소에 한다거나 지나치게 흥분한 아이의 얼굴에 후 – 하고 바람을 불어주면 아이가 금새 진정이 된다거나 (아이들은 이런 예기치 못한 작은 자극에 그 전에 있었던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아주 유용한 패스트푸드 룰 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패스트푸드 룰이라는 것은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에서 뭔가 물건을 주문했을 때 점원은 바로 가격(아이가 원하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주문한 내용(아이가 무엇을 원한다고 종알거린 내용)을 반복하여 확인시켜준다는 것이다. 아이가 뭔가를 원한다고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신체언어로 말을 했을 때 엄마는 유아어로 비슷하게 반복을 해주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이해했다는 안도감에 지나친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 실로 이 꼬마원시인과의 문제는 아이는 뭔가를 원한다고 계속해서 어른들에게 요청을 하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다 알아듣던데 하는 말은 사회가 만들어 낸 신화에 불과하다. 엄마는 심령술사가 아니다. 엄마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할애하기 때문에 아이의 음조와 표정, 전후 상황을 파악해 대강의 유추를 해 내는 것 일뿐, 아이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끊임없는 관심과 존중이라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아빠가 TV를 보고 있으면서 놀아주지 않으면 괜히 엉뚱한 데에다가 짜증을 부린다거나, 책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그 과정에서는 온전히 자기에게 몰입하게 된다는 것을 즐기며, 조근조근 설득을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자기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금방 고분고분해 진다는 것,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리 아프게 넘어져도 벌떡 일어난다는 것등이 그러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원시인을 길들이는 데 장애물이 되는 한 살 배기들의 골 부리기, 떼쓰기, 수면문제, 깨물기와 두 살 배기들의 분리불안, 까다로운 식성, 배변훈련, 세 살배기들의 공포, 말 더듬기, 약 먹기, 동생에 대한 문제들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나에게 약 먹기에 대한 하비 카프 박사의 특별한 지시법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컸다. 다행히 아이들은 개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행동양식들은 비슷한 모양이다. 이러한 육아서는 그런 이유로 엄마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아이가 걷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때 당신의 부엌 한 켠에 이 책이 한 권 있다면 괜찮은 무기 하나는 구비해 둔 셈이다.



2007.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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