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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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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이란 생명과학자들이 어떻게 생물의 진화 역사와 진화 과정을 재구성하는지, 그리고 진화의 패턴과 과정이 다른 생물학 연구들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진화생물학은 화석 증거에 기반하여 생물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고전 진화생물학에서부터 DNA와 RNA를 비롯한 분자유전학적 증거를 사용하는 현대 진화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있다. 진화가 무엇임을 이해함으로서 우리는 생물들이 어떻게 지구에 적응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지구의 변화에 적응해나갈지를 예측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biological evolution)는 세대를 지남에 따라 생물의 집단의 구성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진화라는 단어는 생물학 이외에도 천문학, 경제학, 사회학 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생물학적 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 간단한 정의는 다윈이 자연선택설을 바탕으로 한 진화론을 제시한 후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후, 멘델이 유전학의 기초를 성립하며 진화론은 유전학의 내용들을 받아들여 진보해나갔고, 20세기 들어 분자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마침내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출처 : http://sgfrey.egloos.com/3375180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대한 연구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책이라고 한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로빈 베이커의 정자전쟁 등도 있겠지만, 최근에 개정증보판으로 펴낸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생물중에도 인간의 생식과 번식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진화생물학 판이라고 해도 될까? 책은 무척 두툼하지만,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기초하기 때문에 인간이 진화한다는 논리를 믿고 출발해야 한다. 수십만년 세월이 지나고 인간들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할 수 없다면, 600여페이지나 되는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이 다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와 사회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했고 적응했으며, 그게 바로 진화라는 것에 대해서 믿고 시작한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인간행동의 난제들을 속시원히 답해줄 것이다.



일례로 남자는 왜 평생 직장을 갖고 돈을 벌며, 여자는 왜 대부분 결혼하면 육아와 가사에 책임을 지게 되는가 하는 이야기들은 여러 진화생물학자가 이전에 이미 주장했듯이 그게 유전적 기질에 의해 서로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발달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들은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의 발달이 남자보다 고르다는 이야기도 하며, 그로 인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멀티플레이어적 기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아직도 세계의 일부 지방에는 모계사회가 남아있고 남자들이 전쟁에만 충실했던 지역에서 여자들은 육아와 가사, 그리고 집으로 식량을 끌어들이는 일까지 책임진다. 남자들은 전쟁과 사냥에 충실해야 했고 여자들은 그 외의 일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남자가 가계 경제를 책임지고 여자들은 가사일을 맡은 것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즈음부터 시작한다. 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선호하는가, 왜 여자들은 능력있는 남자들을 선호하는가, 왜 남자들은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가에 대해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말한다. 여기서 독자가 인간 대 인간의 구애행위를 보는 시각은 다분히 생물학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많은 자료와 통계, 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그에 대해서 물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고, 모든 예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이 책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는 가설을 중심으로 했다.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서 키가 큰 남자가 돈을 잘 버는 경향이 높고, 학벌이 좋거나 집안이 좋은 남자들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린다. 여자들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경제적 원조를 지속할 수 있는 남자들을 찾게끔 진화해왔고, 그래서 인기있는 남자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아름다운 피부와 얼굴, 윤기있는 머리칼은 생식력을 상징한다. 건강하고 젊은 여자가 나이들고 병든 여자보다 자식을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높다. 그런 이유로 남자들은 대부분 건강하고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선호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건강해보인다는 것을 말하며, 탄력있는 피부와 붉은 입술등이 여자가 번식을 할 수 있을만큼의 건강함을 가졌다는 상징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 배우자의 외도와 여성배우자의 외도는 그 피해비용이 다르다. 여성들은 남성이 육체적 정사를나눈 경쟁자보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경쟁자와의 외도에 더 격분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을 통해야만 번식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정신적 교감의 외도보다는 육체적 외도를 더 중시한다. 남자들의 육체적 외도는 이런 이유로 많은 여성들에게 용서가 된다. 남성의 육체적 외도로 여자와 남자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여자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이혼을 한 남녀중 재혼율은 남성이 훨씬 높다. 이혼을 할 때쯤이 된다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번식능력이 이미 현저히 떨어졌을 뿐 아니라, 양육해야 할 자녀들까지 있기 때문에 재혼이 더 어려워지지만, 남자들은 여성들보다 번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길게까지 이어지고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 지위가 상승해 재혼에 쉽게 성공한다. 만일 여성의 외도로 두 남녀가 헤어지게 된다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화한 남성 배우자에 의해 폭행을 당하거나 경제적 원조등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일부 사회에서는 여성의 외도로 인한 살인은 묵인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회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상 여성들은 남성의 육체적 외도를 묵인하고, 자신은 외도를 하지 않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스웨덴과 같은 남녀평등이 확실하고 사회적 복지제도가 보장된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똑같이 이해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러니까, 인간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화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접근으로 인해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서 함께 살고 있으며, 우리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남편이나 부인의 불친절한 행동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각자의 은밀한 성전략, 혹은 미혼이라면 참고할 만한 경쟁자를 의식해 상대편을 공략하는 법까지 안내되어 있다고나 할까.

꼭 결혼하려면 이렇게 해라. 고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생물학적 근거로 이러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라는 연구결과는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몇 개의 미스터리를 남겨두었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동성애에 관한 문제와 강간과 친족 기피 현상등에 대해서 맨 마지막 장에 여태까지 연구가 진행된 부분과 앞으로 우리가 진화생물학적으로 풀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의 짝짓기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선량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더 사랑하세요. 라고 말을 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나는 이성의 이러한 행동들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고 이해할 수가 없다면, 이 책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남편의 어이없던 행동들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200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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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과학이 숨쉰다
장순근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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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책 표지를 보면 그 책의 정체를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것들을 간과한다. 이 책은 지질학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기분 좋은 지질학 토크 정도이다. 머리말에 저자가 적었듯이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발간하는 광업진흥과 학회지에 발표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읽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지질학 전반에 대한 기초상식을 얻는다거나, 지질학 입문서는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렇게 그동안 여기저기 적혔던 글들을 모아서 묶어낸 책은 두서없이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이 그렇다. 지질학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거나 책을 통해 지질학의 긴 줄기를 찾아내려고 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책은 1장, 지형에 대한 이야기, 2장 화강암과 흑운모와 석영, 3장 광상과 광석 4장에서는 귀금속과 쓸모있는 금속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부분까지는 지질학의 기초과학적 사실이긴 한데, 그 부분이 매우 편협하다. 5장은 갑작스레 지질답사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오고 6장은 소금과 암염에 대한 이야기, 7장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실러캔스라는 물고기를 발견한 이야기가 나온다. 8장에서는 화석에 대한 이야기 9장과 10장은 극지방에 대한 이야기 11장과 12장은 지질학의 기본 법칙들, 지질학을 공부하는 자세, 20세기 지질과학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혹하게 말하면 책의 내용은 거의 난립의 수준이다. 책을 위해 조금 더 내용을 보강했거나, 아니면 일반독자들을 위한 내용만 간추렸으면 훨씬 더 모양새 좋은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어떤 내용은 지질학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고 어떤 내용은 지질학 전공자들을 위한 글 같고 어떤 글들은 일반독자를 위한 글들이다. 아쉽게도 전문용어에 대한 주석조차 없다. 저자는 유려한 문체를 가진 사람은 아니나,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에 대해서 그 출처를 꼭 명기하고 그 이야기를 해 준 지인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한 부분도, 다정하게는 느껴지지만 책이라는 매체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지질학이라는 낯선 분야에 대한 책을 읽게 되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중심생각이 없는 잡다한 글들을 마구 쑤셔넣어 먹어버린 기분이 들어 그닥 유쾌하지는 않았다.



2007.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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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천체관측 떠나요! -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천문 우주 여행
조상호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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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관측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 북

이 책은 1999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이번 개정판은 2007년 6월에 출판되었으며 여름방학을 맞춰 출판시점을 잘 맞춘 듯 하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의 천체관측을 돕기 위한 책이다. 책에 적힌 부제대로 바로 가이드북. 초등학생이 읽기엔 약간 어렵고 천체관측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지루한 책이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천체관측이나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유용한 책을 찾기도 힘들 것 같다.

책은 소설의 형태를 빌려 호성이라는 아이가 은하라는 아이와 함께 아마추어 관측자로 취미활동을 시작하고 공부해 나가는 스토리 속에서 이런 저런 상식들을 즐겁게 배열하고 있는데, 독자를 위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매우 살뜰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호성이라는 이름도 좋을 好자에 별 星자를 써서 지은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는 이렇게 이름을 지으면서도 스스로 매우 즐거워 했을 것만 같다.

뜬구름 잡는 식의 별자리 그림들을 주욱 나열해놓고 암기식으로 별자리 이름을 외워야 할 것만 같은 책이 아니라, 천체망원경의 종류, 그 고르는 법, 관측 준비를 하는 법, 초보자들이 잘 보게 될 태양계 행성들과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혜성에 대한 이야기, 성단과 성운을 보는 법, 그리고 관측일지를 쓰는 법에 이르기 까지, 정말 천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달달달 외워도 괜찮을만큼 실용도가 엄청나게 높은 책이다.

그러나, 리뷰를 위해 이 책을 전달받은 나로서는, 하늘위의 별자리들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지라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가까운 지인중에 한 명이 아이들에게 별자리를 보여주겠다며 작년에 해외사이트를 통해 정말 마음을 졸여가며 망원경을 구입했던 사실이 떠올랐고 이 책을 다 읽으면 그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값진 책이 될 것이다.



2007.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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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강양구의 과학.기술.사회 가로지르기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1
강양구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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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과학,기술,사회 가로지르기



이 책의 저자 강양구씨는 프레시안에서 과학, 환경담당기자로 일하는 사람이다.

내가 나이를 먹은 건지, 이 친구가 젊은 건지, 아무튼 이제 갓 서른을 넘긴 강양구 기자는 대학에서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과학기술과 사회에서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황우석 사태를 맞아 이 책의 원고들을 다듬었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물론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 책은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내가 읽게 된 것은 TV, 책을 말하다에서 읽어준 서문 때문이었다. 그 서문은 바로 다음과 같다. ‘ 왜 소리의 속도로 나는 비행기는 있는데 겨울마다 가난한 노인이 추위에 얼어 죽는 걸까? 값싼 난방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그것을 못 하는가? 정교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작 장애인들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보조 기구를 공급받지 못하는 걸까? 왜 위험한 원자력 에너지 대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움직임은 없지? ‘

이 책에는 각종 과학기술의 폐해,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고찰, 권력의 조정과정,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전기로 되는 냉장고보다 가스로 되는 냉장고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우리들이, 가스냉장고가 훨씬 더 조용했다는 것을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여자들이 바지를 입지 못하던 시절에 자전거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자전거의 모양이 현재와 같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가,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인해 우리 모두 파놉티콘에 갇혀가는 형상이 되어가는 사회와, 석유가 고갈되어가는 지구의 온난화 문제등,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데도 우리는 안일하다.

나 역시 설거지를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아크릴사 수세미로 닦으려다가 세제를 듬뿍뿌려 그 향기에 기분 좋아하며 설거지를 하고 있고, 각종 세제를 애용하며,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가. 먹지 않아 버리게 되는 음식들, 아, 나는 끊임없이 하루에서 몇 건이나 죄를 짓고 있는가. 알고 있으면서도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는, 나는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전범재판을 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진부성에 대한 보고》 를 쓰게 되었을 때, 무사유가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지르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나처럼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리하여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더 없이 많은 실수들을 저지른다.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우리 한 번만 더 생각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녹색평론을 사서 읽을까 하다가 관뒀다. 나는 오늘도 적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비닐봉지를 계속해서 쓰고 있었으며 아이들을 주려고 햄버거 고기를 만들다가 계란 3개의 흰자를 그냥 씽크대에 쓸려 보내기까지 했다.

이 책은 한꼭지 한꼭지씩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독자라면 한꼭지씩 떼어서 읽게 하고 같이 토론을 한다거나 학원에서 논술용 주제로 삼아도 좋을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어른 스스로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유익한 책이라 하겠다.



2007.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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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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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로빈베이커 지음 / 이민아 옮김 / 이학사 펴냄

불륜, 성적갈등, 침실의 각축전

Robin Baker / Sperm Wars: Infidelity, Sexual Conflict, and Other Bedroom Battles, re-issued Edition(Thunder’s Mouth Press, 2006)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도덕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불확실하지만 사회전반에 걸쳐 깊게 뿌리박혀 있고 그것을 파기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의 생식과 임신, 출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가장 동물적인 신체본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로빈베이커의 주장은 발칙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한 때 그랬었고 논란을 일으켰고 그의 주장의 일부를 사람들은 경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여기 정자들이 벌이는 전쟁에 대한 한 생물학자의 발칙한 주장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물의 한 종이며, 그런 이유로 이성이 지배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해야 한다. 사람이 모든 일을 이성으로만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분노하거나 흥분할 것이다. 미성년자이거나 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비도덕적인 성행위에 대해서 극도의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도 역시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숨을 깊이 고르고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른다. 치기로 가득한 사춘기 소년에게는 이 책은 빨간 책보다 더 한 생생한 포르노 르포타쥬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선 수많은 속설이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 아들을 낳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이 아이가 과연 나의 자식인가를 궁금해 하는 남자들은 의처증으로 치부당한다. 그러나 인간이 얼마나 강렬하게 종족번식과 강한 자손을 얻고 싶어하는지, 그 잠재적인 의식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로빈 베이커의 주장을 쉽게 이해하려면 인간의 동물성, 그리고 동물의 가장 큰 삶의 목표는 종족번식, 자손을 번식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처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세상에서 자식은 그저 귀찮은 존재, 돈만 까먹는 존재, 출산과 동시에 부실채권이나 부도수표쯤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어쩌면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것, 자손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자기가 죽은 다음에도 세상에 존재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자는 인간이라는 종족에서 그러한 유전자를 받아들여 수정을 하고 잉태하여 임신기간을 거쳐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하고 여성의 몸에서 수태되길 기다리는 수억만 마리들의 정자들이 여성의 몸 안에서 전쟁을 치른다. 그들은 조금 더 우수한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인간 본능에 의해 부대를 만들고 대열을 갖춰 전투에 나선다. 물론 정자전쟁이 벌어지는 경우는, 1:1의 일부일처제이기 보다 불륜이나 강간, 윤간, 여러 가지 부적절한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부일처에서 유능한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글렀다고 생각하는 어떤 자궁들은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비도덕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또한 아이를 양육하는데 적절치 못한 남자를 남편으로 가진 자궁들은 아이들의 성별을 구분 지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친다. 좀 더 우수한 유전자가 수태되기 마련이고 유전학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유전자는 수태되지 못하고 수정란이 여자의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기도 한다. 유전자적 결함이 있는 태아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유산되며,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정자들을 그렇지 못한 정자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일례들이 이 책에 실려있다. 물론 이 것은 서구사회에서 조금 더 적용이 쉬울 수 있다. 불륜을 저질렀을 때 발각되기 쉬운 것은 여성이지 남성이 아니다. 서구사회처럼 수세기에 걸쳐 인종이 섞인 경우는 자신의 아이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버지는 흑인이나 그 위에는 황색인종이나 백인이 있을 수 있고 어머니는 라틴계열이라도 그 조상 역시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동양사회보다 크기 때문에 책 뒤 페이지에 실린 아주 자극적인 사실 “ 부부 관계에서 태어나는 자녀의 10%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다”라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우수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생물학적 그 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많은 정자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예들을 들고 그 예가 밝혀주는 정자전쟁의 전모를 낱낱이 까발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은 여자와 남자라고 표시하기 보다 인간이라는 종의 암컷과 수컷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읽기 부드러웠을 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했다. 온갖 싸이코들이 출몰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시청률 상위를 고수하고 있는 부부클리닉처럼 이 책은 무지하게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그리고 독자를 압도하는 연구가 뒷받침되어 있다.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속설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간당한 여자가 수태할 가능성이 높다 라거나, 여성이 오르가즘을 더 크게 느끼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미 결혼을 하여 아이를 출산했거나 혹은 여러 명의 섹스파트너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현실에 적용하여 이해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변화로 조금 더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재판된 정자전쟁.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을 해야하는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에 대해서 조금 더 고찰해보기 위한 책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비도덕적이며 발칙하고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인간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2007.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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