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역사의 힘 -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하워드 진 지음, 이재원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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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여러분은 이 나라와 전 세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경제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 15p
인간적이고 이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아무리 바람직한 것일지언정 그 결과가 불확실하고 끔찍한 것인 한, 그런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 28p
그 어떤 형태의 정부일지라도 일단 권력을 장악하면 자신들의 야망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 대중의 자유를 신장시킨 뒤 사라져야 하는데 말이다 - 55p
(한국에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래, 미국은 한 번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적이 없었다) - 66p
새로운 역사는 파괴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민중운동이 어떻게 부자와 권력층에게 위협이 되는 지를 보여준다 - 181p
표현의 자유는 사실상 절대적이어야 한다 - 193p
과거는 해야 할 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한다- 257p

 

상당히 최근에 나온 책이다. 서점에 들렀다가 구입하게 되었는데, 연유는 얼마 전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꽤 오랫동안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예전엔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분개하고 심기일전 하는 일이 잦았는데, 삶이 늘어지다 보니 가치관도 신념도 모두 케케묵혀 어딘가로 던져 버리고 그냥 일상을 살고 있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그 분의 말씀에, 행동은 못하더라도 인식이라도 다시 가다듬어 볼 생각으로 하워드 진의 책을 골랐다.
하워드 진은 유명한 "미국민중사"를 쓴 미국의 역사학자다. 그가 쓴 미국민중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진보쪽에 서 있으며, 민중의 힘을 믿는,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이 책은 그가 진보계열의 잡지등이 기고했던 글을 갈무리한 책이다.

 
사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인데, 평이하면서도 잠언과도 같은 문장들과 쉬운 사례,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쉽게 끌어당긴다.
그가 민중의 힘을 믿는 역사 학자라는 것은 그의 글로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일이다.
밤 새워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신성한 대학은 저리가고, 강력한 정부는 도전 받아야 마땅하다는 그의 굳은 철학과 신념에 박수를 보낸다.
독립선언문에 따른 저항정신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그의 글은 이 시대에 분노하는 모든 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글이라 하겠다.

 
하워드 진의 깊은 책을 접근하기 어렵다면, 이 에세이집으로도 충분한 각성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가 말하는 희망의 빛이 2009년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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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자서전 동행 -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
이희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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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년 11월 출간되자마자 샀던 책이다.

그 때 나는, 나도 좀 그럴싸한 아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적 차원에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그럴싸한 아내가 될 생각이 자꾸 감퇴되어, 책장 구석에 처박아 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대중 前대통령이 고인이 되고 마셨다.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은 더 할 나위가 없고, 그분이 살아계신 동안, 그 분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생각만 들었다. 읽던 책을 끝내고 밤새 뒤척이다가 이 책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이틀 정도 망설이며 4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다가 서울시청 분향소에 다녀온 그 날 밤에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대대로 의사로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아온 집안의, 이화고녀(현 이화여대)를 나와,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오고 당시의 YWCA의 총무로 일하는 아가씨가,

아내와 사별하고, 사춘기의 아들 둘에, 노모를 모시고 살며, 총선에서 대패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

그게 쉬운 일이었겠는가.

 

이희호 여사는 그런 김대중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 자서전을 읽어보면 그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는데, 두 분은 정말 인연이었던 듯 하다.

책은 이희호 여사의 어린 시절과 남다른 상처까지 이야기 한다. 여사의 문체는 강건하고 투박하고 간결하다. 꾸밈이 없고 진솔하며, 소박한 문체다. 딱딱 떨어지는 문체로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400페이지 가량 분량인데 내용이 꽉 차 있어 슬렁 슬렁 넘길 부분이 하나도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고난많은 인생과 그 인생을 평생 함께한 이 자서전에는 인간 김대중과 그 곁에서 인간으로서 인간 이상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살았어야 했던 여사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희호 여사도 올곧은 태도로 늘 남편을 묵묵히 응원했던 듯 하다. 앞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꿋꿋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책을 읽고 나서 당신 두 사람은 정말 인간 이상의 것을 실천하고 사셨군요.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자식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본 부모로서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했겠는가.

 

긴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나는 남들보다 책을 숫적으로 약간 더 읽는 편이지만, 책 한 권을 읽고 오랫동안 울림이 오는 책들은 일년에 사실 서너권에 불과하다. 올해는, 아마도 이 책이 그 중 한 권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잠을 자고 난 다음에도, 나는 내내 책의 내용들과 책 속에서 풍겨져 나왔던 이희호 여사와 김대중 대통령의 신념이 가슴 깊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나라는 인간은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서, 이 책 한 권으로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잠자고 있던 내면의 어떤 소리는, 조금 긁어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읽고 나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책이기도 하다. 그건 책의 훌륭함을 떠나, 자신의 어딘가를 건드려주는 기폭제가 되느냐, 즉 책과의 인연이 중요하다. 내가 이 책을 미뤄두고 있다가 이제사 읽은 것은 잘한 일이다. 울림이 컸다.

오랫동안 서평을 쓰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하여 서평을 쓴다.

 

책을 다 읽고 절판되었던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과 그의 잠언집 "배움"을 주문했다. 왜 우리는 사라진 다음에야 그 가치를 찾는지 모를 일이다. 나란 인간은 참 미련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ps. 김대중 옥중서신은 돈 안되는 책을 줄줄이 만들고 있는 한울아카데미에서 출간된다. 서거를 기점으로 재출간 하게 되어서 기쁘다. 누군가 쓴 알라딘 서평에서 14,000원이나 하지만 늘 돈 안되는 책들을 훌륭하게 펴주는 한울에 이 기회를 빌어 감사를 드리며 책을 사야겠다고 쓴 것을 보았다.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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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 우리 역사 바로잡기 2
이덕일.김병기.박찬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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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화두는 고구려라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2007년 MBC는 고구려로 시작해 고구려로 끝을 내고 있다. KBS는 더 나아가 고구려의 유민들이 건국했다는 발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 학자들은 드라마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해주고, 또한 드라마는 픽션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왜곡된 역사를 다시 정정하는 것이 역사학자들이 할 일이라고 조심스럽고도 친절하게 운을 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태왕사신기나 주몽이 틀렸다고 얘기하는 책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고구려에 대한 진실들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공동저자 이덕일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학자이자, 역사서 저술가다. 예전에 그가 지은 “사도세자의 고백”을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스스로를 원망한다.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썼고 고구려의 이야기를 적은 그는 요즘 월화수목 밤마다 MBC 채널을 보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의 의도는 고구려를 되찾자라는 주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실정에, 우리가 고구려를 더 널리 알리고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을 게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삼국사기부터 중국의 유교적 역사관에 물들었으며, 이후 식민사관에 물들어 고구려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을 너무 많이 접해왔다는 것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고구려를 축소하거나 외국에 조공을 바쳤던 나라로 묘사하고 있고 그의 사관은 어찌보면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의 사관에 근접했다는 것. 그 이후 식민사관에 의해 또 한번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토가 양분화 되고 이데올로기가 판치던 세상 때문에 우리는 고구려보다는 신라와 백제를 더 우수한 문화로 여기진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많은 초등학생들이 삼국통일을 배울 때 하는 말로 시작한다. “에이 –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그 땅은 다 우리 껀데.” 라는 말. 딸아이가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하고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자 아이 아빠는 신라의 삼국통일이 나라를 망친 게라고 당나라에 팔아먹은 거나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해가며 아이의 의견에 맞장구를 쳐준다. 이미 지나간 역사는 돌이킬 수 없다. 아쉬운 역사가 어디 고구려 뿐이랴. 아쉬운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오히려 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이익에 의해 왜곡되어 가고 있고 우리는 팔짱 끼고 앉아 한국사를 다시 써야 하는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른다. 유적지가 해외에 있다는 것, 그래서 그 유적들을 우리가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 그러니까 영토가 축소되어 과거의 역사를 우리가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알기라도 해야 뭘 어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책은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추모대왕으로 읽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부터 고구려는 어느 날 아침에 짠하고 추모대왕이 만들어 냈다기 보다는 여러 부족들이 합쳐져 발생한 나라를 추모대왕이 비로소 국가의 형태를 갖추어 제대로 체계를 잡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또한 그가 하늘의 아들이의 물의 신의 외손자라는 사실이 고구려 민족의 강한 자부심, 하늘을 이어받았다는 민족적 긍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라 알려준다. 또한 고구려 유민들이 남아 이정기 일가가 중원에 제 라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 (KBS 한국사전에서도 다룬 바 있다), 대조영의 발해 이야기와 연개소문에 대한 왜곡된 중국적 사관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 또한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전 박찬규가 다녀온 고구려 산성 답사기도 부록으로 실려있는데, 요녕성 심양부터 저 멀리 정주와 낙양까지 이르는 광대한 고구려의 영토를 실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적은 안시성은 아직도 당의 후손들과 전쟁중이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서 박힌다.



한 참 동북공정으로 말이 많았을 때, 한 친구와 고구려는 한국꺼나 중국꺼가 아니고 그저 고구려꺼지 라는 무력한 이야기도 나눴었는데, 고구려의 후손들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까지 흘러들어갔겠지만, 고조선의 뿌리를 둔 나라가 단순히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몰락하는 모습을 후손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무지몽매한 중국의 인민들은 중국정부의 계획대로 서서히 물들어 갈 것이고 우리는 고구려를 잊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칠 지도 모르겠다. 민족주의나 국수주의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지만, 한국사의 일부인 고구려사를 누군가 휘적거려 놓아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일이므로, 그 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우리 역사 바로잡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첫 번째 책은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라는 책으로 시작한다. 왜곡된 사관을 가지고 좋은 부모 노릇 하기는 어렵다. 아주 편협하게 단지 내 자식을 위해서라도 어른된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2007.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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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정진상.정성진 옮김 / 책갈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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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를 읽고 난 뒤, 막시즘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학부를 다니느라 공산주의 이론을 조금 접해보긴 했지만, 그네들의 주의 교육은, 마치 우리나라의 지리한 고등학교 윤리과목처럼 변질되었고 동기들은 평생을 들어온 지겨운 이야기라며 외면했다. 나 역시 신선한 그 “주의”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막시즘이라니,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다는 핑계하에 나는 제대로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사상의 한 장도 열어보지 못했다. 집에 이론과 실천에서 80년대 후반에 나온 “자본 1-1”이 있었지만 그 역시 읽어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막시즘을 이제 와서 읽는다는 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은 막시즘에 대한 입문서. 내가 찾던 바로 그 입문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이 책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짐바브웨 출신으로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대학에서부터 자본주의를 공부했고 경력과 저서로 보아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신뢰도가 높아져 다음에도 이 양반의 저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사회주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임은 틀림없다.



책은 번역자가 가장 잘 만들어진 막시즘의 입문서라고 하는 말을 어기지 않는다.



일단 나처럼 막시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1장에는 막스의 생애를 간단히 요약해놓았다. 그리고 막스 이전의 사회주의로 유럽의 계몽주의와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사상들이 막시즘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토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후 맑스에게 영향을 끼쳤던 리카도, 헤겔, 포이어바흐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음 맑스의 사상으로 옮겨간다. 맑스의 방법, 역사와 계급투쟁, 그의 자본주의, 노동자 권력에 대하여 나누어 설명한 후, 맑스와 오늘의 세계란 주제로 현대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맑스가 주창했던 사상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깔끔하게 결론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막시즘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을 정리해놓은 “후주”부분인데, 추천할 만한 책들의 특성에 대하여 마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친절하게 정리해놓았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조금 편협하다. 라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제목에서 말하듯이 그의 사상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맑스 이전,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정리되었던 세상은 두 가지 목적이었다. 만물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단 하나의 계획과 특별한 목표에 부합하며, 이런 사상은 봉건질서를 창조했고 이 사상들은 신이 창조한 우주의 안정과 조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계급들이 성장한다. 계급은 자본에 의해 통제와 이윤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봉건적 세계관과 충돌했고 부르주아지는 봉건제도의 구속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17세기의 과학 혁명은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이 감히 생각하게 되자마자, 사제의 제국은 파괴된다.(돌바크)” 이후 계몽주의 사상이 출현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사회주의가 발생한다. 프랑스 혁명의 사상과 현실이 부딪치면서 공상적 사회주의가 발생하였으나 공상적 사회주의와 막시즘의 큰 차이점은 노동자 계급이 혁명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해서 이해도 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 계몽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과 자본주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독일 고전철학과 영국의 정치경제학이 필요했고 이 두 가지가 막시즘의 원천을 조성한다. 그 사상들이 리카도와 헤겔, 포이어바흐라고 저자는 정리했다.



사회주의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시점에서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사회주의의 골고루 나눈다는 기본 이론이 인간 본성에 거스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더 가지려고 하는 존재이지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기독교의 원죄 개념에서부터 출발하지만 막스는 그의 방법론에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분석방법은 인간에게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주어진 사회 단계에서 출발한다.” 라고 말하며 인간 본성 개념은 거부했지만, 매우 상이한 사회들에서 사는 인류는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공통 속성이 인간 사회가 변동하고 인간들의 신념과 욕구, 능력이 변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막시즘이 출발한다. 막스는 “노동은 인간의 본질”이며, “인간이 스스로 하나의 유적 존재가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 대상 세계를 상대로 노동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생산은 인간의 활동적인 유적 삶이다. 이 생산을 통해 자연은 인간의 노동과 현실로 나타난다”고 피력한다. 여기서 막스의 유물론이 출발한다. 이후 막스는 계급을 만드는 사회와 그 사회에서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분석한다. 맑스의 분석 방법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헤치고 그 가장 단순한 규정에 도달하고 그 다음에 추상에서 구체로 이러한 규정을 사용해 전체를 재구성한다.



그의 분석들은 모두 탁월했다. 그의 모든 이론들은 바이블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본주의는 결함이 있는 제도이고 이로 인해 계급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세계를 구원할 것은 오로지 노동자 계급의 봉기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해왔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라는 것. 그의 말이 지구를 뒤집어놓았다.



이 책은 이다지도 친절하여 칼 맑스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부터 시작해 그가 어떤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 또한 그의 사상이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세계의 가치관의 변화와 그의 사상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개괄하고 있으므로 그의 사상에 대해서 매우 어설픈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하다. 만약 당신이 이제 와서 막시즘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서 그래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몇 번 곱씹어 읽으면 막시즘에 대한 필수상식은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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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로버트 E. 쿼크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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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장에서 정말 오랫동안 먼지만 먹고 있던 책이다. 아마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뒤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나서 샀던 책인 거 같은데 700페이지나 되는 그 두툼한 두께에 자꾸 뒤로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이 앞에 읽은 메구스타 쿠바를 전채요리 삼아, 이제 본요리를 먹어볼 요량으로, 700페이지짜리 피델 카스트로를 꺼냈다.

문제는,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의 평전이라 보긴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책 앞 제목에는 쿠바 YES, 양키 NO 라는 구호가 적혀있어 피델 카스트로의 영웅적인 면을 부각시킨 책이 아닐까 했던 것은 나의 오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쿠바 혁명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려고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있는데 딱히 땡기는 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아무튼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환상을 더 키워주기는커녕 그를 너무나 냉소적으로 혹은 적잖게 폄하한 듯한 평이 주를 이룬다. 저자가 바로 미국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쳤으며, 라틴 아메리카 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멕시코 혁명>, <멕시코 혁명과 카톨릭>, <영예로운 사건>등을 발표하였으며 <아메리카 역사 리뷰>지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저자는 미국인이고, 이 책을 쓰기 위해 거의 10여년동안 쿠바혁명과 카스트로에 대한 자료를 찾아 헤매었다고 서문에 밝혔다. 책의 요점은 맨 마지막 페이지에 몇 문장으로 압축되어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쿠바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조국이 멸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가 권력과 특권을 포기하기 전에 말이다. 그리하여 역사는, 지난 50년 동안 쿠바를 이끌었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에 대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마치 <중국의 붉은 별>을 읽고 난 뒤 중국행을 결심한 사람들처럼. 혁명에 대한 이야기와 혁명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분히 자극적이다. 그들이 영웅이 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는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성공한 쿠데타와 성공한 혁명엔 멋진 영웅들이 필요하다. 체 게바라 평전은 분명 체 게바라를 영웅화 하는데 큰 몫을 했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책을 읽는다면 배신감마저 들 것이다. 책의 요지는 피델 카스트로가 얼마나 어이없이 얼토당토 않게 쿠바의 수장이 되었는지, 그리고 쿠바의 수장이 된 이후에도 얼마나 멍청한 짓들을 많이 했는지, 그리하여 결국 쿠바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미국과 제 3국으로 보트를 타고 망명을 했는지, 미국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분명 진보좌익은 절대 아니며 보수우익은 아니더라도 중도보수내지는 온건우익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사상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책을 읽고 난 나는 아,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지 싶었다. 책을 고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은 내가 생각하고 싶은 사상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기능을 해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믿고 싶은 것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그래 내 생각이 옳았지. 라고 스스로의 세상을 구축해 나갈 수도 있는 것이 독서의 기능중 하나이다. 그게 순기능이든 역기능이든,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사상과 동조하면서 스스로의 기쁨을 찾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나의 모든 체계를 “홀딱 깨버린” 책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받았던 그 혁명에 대한 감동을 쿠바로 전이시켜 다시 한 번 감동에 휩싸여보고 싶은 생각에서 쿠바에 접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오리지날 양키께서 써주신 책을 읽게 되니 황망할 따름이다. 이 빌어먹을 되지도 않는 또라이 피델 카스트로. 너는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막시즘도 뭔지 모르면서 맨날 손이나 쳐들고 연설이나 길게 하면 다냐. 라고 혀를 끌끌 차고 있는 한 남자의 700페이지 10년에 걸친 대작을 통해서 정신이 혼미해져버렸다. 중국에서 늘 안타까웠던 것은 그 치열하고 아름답던 혁명이 사라져버리고 공산주의와 모택동 사상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버린 신자본주의 악다구니 쓰던 그 세상을 접했던 것처럼 피델 카스트로라는 이 책은 혁명에 대한 모든 환상을 무너뜨려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소련의 붕괴, 중국의 신자본주의화, 고립된 쿠바와 북한등 모든 공산/사회주의 체제의 실패를 보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 지어지고 있던 쿠바혁명에 대한 환상도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러면서 이 책이 과연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50년간 장기집권한 카스트로에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하긴 김일성도 장기집권을 했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역사와 역사속의 인물은 진정 역사만이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쿠바를 가보지도 못했고 쿠바사람들의 살아있는 증언을 들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무엇이 옳다 그르다 감히 말 할 수 없지만, 모두가 가난한 사회를 만든 지도자는 죄인이다라는 미국식 명제하에서 카스트로는 역사속의 크나큰 죄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 책안에서는 그렇다. 아주 오랜만에 상반된 사상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고 막시즘이나 공산주의/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연결되는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딱히 맘에 드는 책을 찾지 못했다. 추천해주시면 감사.

2007.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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