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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정진상.정성진 옮김 / 책갈피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피델 카스트로를 읽고 난 뒤, 막시즘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학부를 다니느라 공산주의 이론을 조금 접해보긴 했지만, 그네들의 주의 교육은, 마치 우리나라의 지리한 고등학교 윤리과목처럼 변질되었고 동기들은 평생을 들어온 지겨운 이야기라며 외면했다. 나 역시 신선한 그 “주의”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막시즘이라니,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다는 핑계하에 나는 제대로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사상의 한 장도 열어보지 못했다. 집에 이론과 실천에서 80년대 후반에 나온 “자본 1-1”이 있었지만 그 역시 읽어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막시즘을 이제 와서 읽는다는 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은 막시즘에 대한 입문서. 내가 찾던 바로 그 입문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이 책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짐바브웨 출신으로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대학에서부터 자본주의를 공부했고 경력과 저서로 보아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신뢰도가 높아져 다음에도 이 양반의 저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사회주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임은 틀림없다.



책은 번역자가 가장 잘 만들어진 막시즘의 입문서라고 하는 말을 어기지 않는다.



일단 나처럼 막시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1장에는 막스의 생애를 간단히 요약해놓았다. 그리고 막스 이전의 사회주의로 유럽의 계몽주의와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사상들이 막시즘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토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후 맑스에게 영향을 끼쳤던 리카도, 헤겔, 포이어바흐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음 맑스의 사상으로 옮겨간다. 맑스의 방법, 역사와 계급투쟁, 그의 자본주의, 노동자 권력에 대하여 나누어 설명한 후, 맑스와 오늘의 세계란 주제로 현대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맑스가 주창했던 사상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깔끔하게 결론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막시즘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을 정리해놓은 “후주”부분인데, 추천할 만한 책들의 특성에 대하여 마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친절하게 정리해놓았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조금 편협하다. 라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제목에서 말하듯이 그의 사상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맑스 이전,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정리되었던 세상은 두 가지 목적이었다. 만물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단 하나의 계획과 특별한 목표에 부합하며, 이런 사상은 봉건질서를 창조했고 이 사상들은 신이 창조한 우주의 안정과 조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계급들이 성장한다. 계급은 자본에 의해 통제와 이윤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봉건적 세계관과 충돌했고 부르주아지는 봉건제도의 구속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17세기의 과학 혁명은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이 감히 생각하게 되자마자, 사제의 제국은 파괴된다.(돌바크)” 이후 계몽주의 사상이 출현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사회주의가 발생한다. 프랑스 혁명의 사상과 현실이 부딪치면서 공상적 사회주의가 발생하였으나 공상적 사회주의와 막시즘의 큰 차이점은 노동자 계급이 혁명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해서 이해도 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 계몽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과 자본주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독일 고전철학과 영국의 정치경제학이 필요했고 이 두 가지가 막시즘의 원천을 조성한다. 그 사상들이 리카도와 헤겔, 포이어바흐라고 저자는 정리했다.



사회주의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시점에서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사회주의의 골고루 나눈다는 기본 이론이 인간 본성에 거스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더 가지려고 하는 존재이지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기독교의 원죄 개념에서부터 출발하지만 막스는 그의 방법론에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분석방법은 인간에게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주어진 사회 단계에서 출발한다.” 라고 말하며 인간 본성 개념은 거부했지만, 매우 상이한 사회들에서 사는 인류는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공통 속성이 인간 사회가 변동하고 인간들의 신념과 욕구, 능력이 변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막시즘이 출발한다. 막스는 “노동은 인간의 본질”이며, “인간이 스스로 하나의 유적 존재가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 대상 세계를 상대로 노동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생산은 인간의 활동적인 유적 삶이다. 이 생산을 통해 자연은 인간의 노동과 현실로 나타난다”고 피력한다. 여기서 막스의 유물론이 출발한다. 이후 막스는 계급을 만드는 사회와 그 사회에서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분석한다. 맑스의 분석 방법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헤치고 그 가장 단순한 규정에 도달하고 그 다음에 추상에서 구체로 이러한 규정을 사용해 전체를 재구성한다.



그의 분석들은 모두 탁월했다. 그의 모든 이론들은 바이블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본주의는 결함이 있는 제도이고 이로 인해 계급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세계를 구원할 것은 오로지 노동자 계급의 봉기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해왔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라는 것. 그의 말이 지구를 뒤집어놓았다.



이 책은 이다지도 친절하여 칼 맑스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부터 시작해 그가 어떤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 또한 그의 사상이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세계의 가치관의 변화와 그의 사상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개괄하고 있으므로 그의 사상에 대해서 매우 어설픈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하다. 만약 당신이 이제 와서 막시즘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서 그래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몇 번 곱씹어 읽으면 막시즘에 대한 필수상식은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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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로버트 E. 쿼크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책장에서 정말 오랫동안 먼지만 먹고 있던 책이다. 아마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뒤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나서 샀던 책인 거 같은데 700페이지나 되는 그 두툼한 두께에 자꾸 뒤로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이 앞에 읽은 메구스타 쿠바를 전채요리 삼아, 이제 본요리를 먹어볼 요량으로, 700페이지짜리 피델 카스트로를 꺼냈다.

문제는,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의 평전이라 보긴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책 앞 제목에는 쿠바 YES, 양키 NO 라는 구호가 적혀있어 피델 카스트로의 영웅적인 면을 부각시킨 책이 아닐까 했던 것은 나의 오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쿠바 혁명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려고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있는데 딱히 땡기는 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아무튼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환상을 더 키워주기는커녕 그를 너무나 냉소적으로 혹은 적잖게 폄하한 듯한 평이 주를 이룬다. 저자가 바로 미국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쳤으며, 라틴 아메리카 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멕시코 혁명>, <멕시코 혁명과 카톨릭>, <영예로운 사건>등을 발표하였으며 <아메리카 역사 리뷰>지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저자는 미국인이고, 이 책을 쓰기 위해 거의 10여년동안 쿠바혁명과 카스트로에 대한 자료를 찾아 헤매었다고 서문에 밝혔다. 책의 요점은 맨 마지막 페이지에 몇 문장으로 압축되어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쿠바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조국이 멸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가 권력과 특권을 포기하기 전에 말이다. 그리하여 역사는, 지난 50년 동안 쿠바를 이끌었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에 대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마치 <중국의 붉은 별>을 읽고 난 뒤 중국행을 결심한 사람들처럼. 혁명에 대한 이야기와 혁명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분히 자극적이다. 그들이 영웅이 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는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성공한 쿠데타와 성공한 혁명엔 멋진 영웅들이 필요하다. 체 게바라 평전은 분명 체 게바라를 영웅화 하는데 큰 몫을 했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책을 읽는다면 배신감마저 들 것이다. 책의 요지는 피델 카스트로가 얼마나 어이없이 얼토당토 않게 쿠바의 수장이 되었는지, 그리고 쿠바의 수장이 된 이후에도 얼마나 멍청한 짓들을 많이 했는지, 그리하여 결국 쿠바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미국과 제 3국으로 보트를 타고 망명을 했는지, 미국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분명 진보좌익은 절대 아니며 보수우익은 아니더라도 중도보수내지는 온건우익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사상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책을 읽고 난 나는 아,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지 싶었다. 책을 고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은 내가 생각하고 싶은 사상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기능을 해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믿고 싶은 것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그래 내 생각이 옳았지. 라고 스스로의 세상을 구축해 나갈 수도 있는 것이 독서의 기능중 하나이다. 그게 순기능이든 역기능이든,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사상과 동조하면서 스스로의 기쁨을 찾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나의 모든 체계를 “홀딱 깨버린” 책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받았던 그 혁명에 대한 감동을 쿠바로 전이시켜 다시 한 번 감동에 휩싸여보고 싶은 생각에서 쿠바에 접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오리지날 양키께서 써주신 책을 읽게 되니 황망할 따름이다. 이 빌어먹을 되지도 않는 또라이 피델 카스트로. 너는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막시즘도 뭔지 모르면서 맨날 손이나 쳐들고 연설이나 길게 하면 다냐. 라고 혀를 끌끌 차고 있는 한 남자의 700페이지 10년에 걸친 대작을 통해서 정신이 혼미해져버렸다. 중국에서 늘 안타까웠던 것은 그 치열하고 아름답던 혁명이 사라져버리고 공산주의와 모택동 사상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버린 신자본주의 악다구니 쓰던 그 세상을 접했던 것처럼 피델 카스트로라는 이 책은 혁명에 대한 모든 환상을 무너뜨려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소련의 붕괴, 중국의 신자본주의화, 고립된 쿠바와 북한등 모든 공산/사회주의 체제의 실패를 보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 지어지고 있던 쿠바혁명에 대한 환상도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러면서 이 책이 과연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50년간 장기집권한 카스트로에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하긴 김일성도 장기집권을 했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역사와 역사속의 인물은 진정 역사만이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쿠바를 가보지도 못했고 쿠바사람들의 살아있는 증언을 들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무엇이 옳다 그르다 감히 말 할 수 없지만, 모두가 가난한 사회를 만든 지도자는 죄인이다라는 미국식 명제하에서 카스트로는 역사속의 크나큰 죄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 책안에서는 그렇다. 아주 오랜만에 상반된 사상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고 막시즘이나 공산주의/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연결되는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딱히 맘에 드는 책을 찾지 못했다. 추천해주시면 감사.

2007.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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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경제학 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1
황유뉴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 뒤로 법학, 철학, 고대국가, 선, 건축, 고고학, 예수, 불교, 보물, 영화, 문학 편이 있는데 현재는 경제학, 법학, 철학, 고대국가까지 출간된 듯 하고, 흥미롭게도 모두 저자가 중국인이다. 중국검색사이트에서 經濟學的故事를 검색해보니 시리즈물로 나온 것 같지는 않은데 중국에서도 적지 않게 팔린 책인 듯 하다. 중국서적이나 중국어로 된 글들의 특징을 얘기하자면 중국 특유의 논리적인 화법이 있는데, 정의를 내리는 데 무척 명료하며, 1, 2, 3, 등 순서를 매겨 기술하는 것들이다. 이 책도 역시 중국인 학자가 쓴 티가 많이 나는 책임은 틀림없다. 그걸 뭐 어쩌겠는가, 중국 학자가 쓴 책이니 당연하기도 하겠지. 책을 펼쳐들면서 중국학자의 글이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형평성이 어긋나거나 혹은 공산주의식 경제론을 강렬하게 펼칠까봐 우려를 했으나, 나의 짧은 경제학 상식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공산주의적 냄새가 많이 풍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국의 현재의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분위기는 세심하게 살펴보면 조금씩은 느낄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그 어느 이론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고 그 어떤 사회에서도 시도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현재 중국이라는 국가에서만 가능한 아주 특별한 정책이기 때문에 모든 학자들이 그 정책을 지지 하지 않고서야 살아남기도 힘들겠고 그러한 학자들의 지지가 국가의 존폐여부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므로, 그에 대한 비판은 삼가하도록 하겠다. (중국에서 보낸 시간 내내 나는 이 나라가 언제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아무튼.)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진지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고등학생의 경제학 교과서로 대학신입생들이 교재로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경제학의 발생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들의 나열과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저서에 대한 설명은 경제학 입문서로 적합하다. 컬러로 인쇄되어 있고 (중국에서도 컬러로 출판되었다 한다), 한 꼭지씩 나누어져 있으며 중간에 삽입된 경제학의 지식들과 소개된 이론과 학자들의 저서들에 대한 작은 팁들도 매우 유용하다. 초반에는 조금 생각할 만한 글들이 전개되다가 중반을 지나면서 책의 흐름에 마구 조정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그게 작가의 역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자의 집중력의 한계일 수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줄을 쳐가며 읽었고 꼭 기억하고 싶어 두 번씩 읽은 부분도 있다. 서양중심의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책이 아니라 경제학에 대한 책임을 주지해야한다) 동양, 그것도 오랫동안 공산주의노선을 유지했던 국가에서 살아남은 학자가 썼다는 것은 그 의의가 남다르다. 반정부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던 학자들은 중국 본토에 남아있지 않으나 이 사람은 매우 친정부적인 성향을 띤 것으로 보인다. (해군공정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것과 덩샤오핑 이론에 대한 연구로 수상을 했던 경력등) 그런 학자가 말해주는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는 은밀하게 중국의 정책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음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 흥미롭겠지만, 뭐 꼭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다른 경제학 입문서들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조금 독특한 입문서 한 권 더 갖춰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코카콜라 광고를 영화 중간에 아무도 모르게 삽입했더니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찾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세뇌당하고 왔던 그 나라의 유령들이 다시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맨 마지막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는 감동적이긴 했지만 책의 마무리로서는 좀 어이없지 않는가 싶겠지만, 그게 중국식 기술법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절감해야 했다. 이 책은 저자의 입김이 무척이나 강렬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저자에 대한 소개나 저자가 쓴 머리말들이 없는 것도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



+출판사에서는 시리즈로 묶어내는 책인지라 그 첫권을 북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왜 하필이면 여태 출간된 그 시리즈물의 모든 책들이 다 중국학자들의 책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판권의 경제성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셨었는지..

200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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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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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 Miscellany / 경수필  이 책의 원제는 A Shite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이다. 거의 모든 것의 개똥같은 역사라니.. SHITE 라는 단어는 똥이라는 속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다. 책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경수필이 이런 형태였는가? 하고 의심을 할 정도로 매우 간략하며 정확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적혀있다. 책의 초반부에는 마치 상식을 나열한 상식백과사전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일 수도 있지만 뒤로 갈 수록 저자의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그에 대한 패러독스, 그리고 위트등을 느낄 수 있다.

 

제목은 매우 애매모호하게 어떻게 보면 역사서치고는 너무 경박하거나 무책임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의 자연사 / 거의 모든 것의 문화사 / 거의 모든 것의 생활사 / 거의 모든 것의 과학사 라고 네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자연사에는 홍수, 태풍, 남극과 북극 등 간단한 명제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해석, 예를 들어 진화론 : 과학의 진보 혹은 지적 사기? 이런 표제어들과 작은 사이즈의 책의 한 두 페이지에 걸쳐 그 표제어에 대한 상식과 사실들, 그리고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적어두었다.

 

이 책은 책 날개에 적혀있는 인상깊은 해설이 책의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아파트 난방 장치가 고장난 어느 겨울 날 추위를 잊는 방법으로는 좀 엉뚱하게도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편린들을 위트와 풍자를 곁들여가며 노트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빅뱅과 창세기에서 시작해 대륙이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을 거쳐 우주팽창설에 이르기까지 130억 7000만 년에 이르는 초인류사를 '거의' 빠짐없이 기록한 그의 집필은 난방 장치가 필요없게 된 초여름이 지나서야 비로소 끝을 맺었다."

 

그러니까, 나이가 지긋하신 한 역사학자가 손주를 앉혀놓고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는 식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롭게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책이 이렇게 많은 장으로 나뉘어 있으면 읽는 사람은 부담이 덜하게 마련이다. 책의 사이즈 역시 손에 딱 들어오는 작은 판형인지라 가방에 넣고 들고 다니기도 좋고 화장실에서 읽기도 좋다. 역사에 대해서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혹은 그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너무 가볍다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나도 초반에는 이게 무슨 퀴즈대회 대비용 상식사전인가 싶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 위트와 풍자를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할 수도 없는 일이며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역사밖 이야기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우리가 배우고 익혀온 역사적 진실들에 대해서 진정한 "역사적 철학"의 자세로 되새기게 한다.

 

어찌보면 상식의 나열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사실들이 열거 되기 때문에 독서중 타성에 빠져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기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화장실에 꽂아놓고 틈나는 대로 다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한 사람이 읽어주고 모두들 흥미롭게 들을 수도 있을 법한, 대중성과 보편성을 지닌 재미난 책이다.

 

200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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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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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라, 책 제목은 평양이라는 지역을 나타내는 고유명사와, 프로젝트라는 외래어로 합성되어 있다. 나의 선입견으로는 왠지 어색한 두 단어의 조합이다. 평양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지역성은 폐쇄된 사회의 수도라는 생각이 들어 프로젝트라는 외래어는 어울리지 않고 북한에서 즐겨 쓰는 더 순수한 우리말이나 아니면 두음법칙을 무시하고 중국어를 그대로 차용한 단어를 써줘야 더 잘 어울릴 듯 하다. 평양계획, 따위의 제목말이다.

이 책은 만화작가 오영진씨가 고난의 행군시절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2000년도까지 진행되었던 당적 구호정신 운동) 북한에 체류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은 픽션이라 한다. 그 프롤로그를 나중에 읽은 나는 책을 읽는내내 모든 것을 다 실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들은 진솔하고 가식이 없어서 현실에서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주인공 오공식이라는 인물도 사상으로 무장되었거나 특별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아주 평범한 남한의 적당히 속물적이고 적당히 게으른 소시민이라는 것.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가 평양에 도착해 한 사무실에서 세 사람의 북한 사람과 이런 저런 취재를 하면서 북한 주민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는 동안 네 사람은 사상과 경계를 초월한 인간적인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물론, 오공식은 때로 북한의 사상과 선전구호에 넌덜머리를 내고 (아리랑 축전에 대한 그의 태도) 나불거리는 입 때문에 주변인물들을 곤란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 에피소드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서 적당히 쉬쉬하며 넘어갈 수 있는 북한사회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은 더 느슨한 면모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북한, 하면 긴장감부터 떠올리는 우리의 생각들을 풀어주는 듯 하다. 그런 이유로 책 속의 내용이 사실감있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는지.

나는 만화라는 장르에 매우 약한 사람이다. 그림이 들어간 글은 글로 지루하게 묘사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림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매체로 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그림을 글처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그림과 글을 동시에 보면서 조합해내는 능력이 떨어져서 그림을 따로 보고 글을 따로 보는 이중적인 독서를 하게 되기 때문에 만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고 그런 이유로 만화책을 볼 때는 남들보다 놓치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할까. 그러나 만화라는 장르는, 일단 그림이라는 구체적인 매체가 있기 때문에 독자의 신경의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장점이 있다. 편안하게 볼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읽고 있던 책을 잠시 치우고 이 책을 집어들었으니까.

이제는 통일 전망대라는 프로도 대낮, 시청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대로 옮겨갔다. 극중에 나온 배기자의 이야기처럼 남쪽 사람들은 먹고 사는데 바빠서 통일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평양프로젝트라는 책을 읽는 우리의 자세도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호기심이 통일에 대한 염원보다 더 높지 않을까. 책에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생활속으로 깊게 밀어넣어 이북식 김장김치 속에 들은 동태살처럼 잘 숨겨두었고 그저 거기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이 그저 우리의 70년대 정도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적었다. 요즘은 책을 보게 되면 소장가치를 따지게 되는데, 이런 책은 온 집안 식구들이 골고루 읽을 수 있는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할 만한 책이므로 책꽂이에 꽃힐만하다할까. 조금 가볍게 시작했던 평양프로젝트, 작가가 많이 고민하고 많이 연구하여 만든 책이라는 생각에 책 표지의 한반도 그림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된다. 
 

2007.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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