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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의 마이페이퍼를 쓰는 건 예상보다 힘들었다; 개인적인 상황이 좀 좋지 않은데다(그래서 12월 리뷰도 두 권 다 건너뛸 수 밖에 없었지만 흑흑. 언젠가는 꼭 쓰겠습니다ㅠㅠ) 2013년 12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들 중 눈에 띄는 책들이 워낙 많아서!!! 다섯 권을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다. 아니 도대체 12월에 뭐이리 좋은 책이 많이 나온 거야? 라고 투덜투덜거리며 결국 골라낸 다섯 권의 책들은 아래와 같다.



어쩌다 보니(라기보다는 당연한 귀결에 가까울수도) 죽음에 관한 책들을 고르게 됐다. 죽음을 앞둔 이의 글이거나-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현재엔 고인이 되셨지만-, 죽은 이의 글이거나, 죽음 후 남겨진 이의 글이다. 재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1년 넘는 시간동안,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마다 죽음이 바로 곁에 있음을 뼈저리게 절감하며 지내 왔기에 고른 책들이 이런 식인가 싶다. 처음엔 죽음이 곁에서 숨죽이고 도사리는 듯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냥, 함께 있는 것 같다. 지켜보면서 기다려 준다는 느낌이다. 조금 더 준비가 될 때까지. 물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완전히 준비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따위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여튼간 다시 책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면-첫 번째 책은 최인호 씨의 유고집 눈물이다. 11월의 마이리뷰를 쓰면서 최인훈 씨의 부고를 뉴스에서 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시간이 지나 그분의 유고집이 나왔다.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고 있는 이가 지금 이 순간 숨이 끊어지더라도 반드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삶이 내일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늘 내가 해야 할 말을 다 끝내야 할지도 모르는데, 초조하고 불안하진 않았을까. 삶에 대해 가장 진지하고 치열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임을 먼저 깨달았던 이의 그 기록은 얼마나 쓰고 또 아플지. 솔직히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자신이 지금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책임은 분명하다.


두 번째 책은 김광석 씨의 미처 다 하지 못한, 세 번째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존재의 순간들이다. 두 책의 제목을 나란히 읽으면 '미처 다 하지 못한 존재의 순간들'이 된다! '하지'라는 동사 앞에 적당한 명사를 넣는다면 한 사람의 자서전 또는 회고집이라 해도 될 것 같은 책들. 김광석 씨의 죽음과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 떠올리자마자 숙연한 기분이 들고 만다. 떠난 이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미처 다 살아내지 못한, 미처 다 사랑하지 못한, 김광석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존재의 순간들. 어떻게 읽어보고 싶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네 번째 책은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3, 4년 전이었던가, 이제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이 훨씬 적을 거란 사실을 문득 깨달은 날이 있었다. 엄마가 담가 준 김치, 끓여 준 찌개, 부쳐 준 전, 조려 준 꽈리고추 따위를 먹을 수 없는 날이 금방 올 거라는 사실에 밥숟갈을 떨어뜨릴 뻔 했던 순간. 아, 어쩌지, 요리를 배워야 되나, 하지만 내가 요리를 해 봤자 엄마가 한 것과 같은 맛이 나진 않을 텐데, 생각하며 당황했던 때. 그 날의 내가,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며 번뜩 떠올랐다. 어머니의 돌연한 죽음을 겪은 후, 어머니의 요리노트에 담긴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니-아, 줄거리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젠장. 


마지막 번째 책은 소로우의 고독의 즐거움. 나에게는 이 책의 제목이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과 동의어 같기도 하다. 고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야말로 나라는 존재를 가장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소로우의 월든을 끝까지 못 읽고 가구처럼 전시해 둔지 벌써 몇 년 째인데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월든도 좀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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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연속 추천한 책이 한 권씩 뽑히고 있다. 가장 원츄했던 책은 세 달 연속 떨어지고 '두 번째는 이거'라고 생각했던 책들이 자꾸 뽑힌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만ㅋㅋㅋㅋㅋ 그래도 계속 선정되고 있으니 좀 신기하달까. 올해의 마지막 마이페이퍼에 올려놓는 에세이는 이 네 권.



여전히 호감을 갖고 있는*_* 신형철평론가께서 문학동네 팟캐스트를 통해 권혁웅 시인의 새 시집을 권하셨지만, 나는 시집을 페이퍼에 올릴 수 없으니 대신 에세이를 올린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는 책 제목도 정말이지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꼬리 치는 당신이란 제목도 꽤 매력적이다. 저 '꼬리'가 정말 '물리적인 꼬리'를 의미한다고 바로 생각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어쨌든간 나는 아니었다는 뜻ㅋ). 동물에 대한 얘기는 때때로 인간에 대한 얘기보다 따뜻하고 재미있으니, 이번에도 그렇길 바랄 뿐. '천생연분은 맛있어'란 마지막 파트가 가장 흥미로워 보인다. 친환경 재생 눈물, 친환경 재생 킬러, 친환경 분통 낚시, 반환경 불가 대머리, 어떤 숨바꼭질이든 그에 어울리는 슬픔이 있다, 벌레들 사이에도 불쌍한 덩치들은 있다…같은 글은 제목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ㅎ


수전 손택의 다시 태어나다, 는 빨간책방의 '내가 산 책' 코너에서 이동진씨가 샀다고 얘기했던 책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틀릴 지도 모른다-_- 14세 때부터 30세까지 손택여사께서 쓰신 일기들을 모은 책이라는데, 어린 시절에 쓴 글을 나이가 먹은 후에 보면 대부분 부끄럽고 민망하고 쑥스럽지 않나(때로는 좍좍 찢어 없애버리고 싶은 욕망도 일어날 정도;). 그런 맥락에서, 과연 손택여사께서 이 책이 나오는 걸 원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론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손택여사도 이 나이엔 이런 유치한 생각을 했어!!!!'라는 공감을 얻고 싶다는 게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 공감 대신 '아니 손택여사는 어떻게 이 나이에 이런 훌륭한 생각을 하실 수 있어?ㅠㅠㅠ'라는 좌절만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때.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는 제목과 지은이를 보고 꽂힌 책. 윌키 콜린스는 잘 모르지만(죄송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여행기라니! 게다가 나태하고 느긋한 여행기라니!! 여행기에서 유령 얘기를 한다니!!! 게으르고자 분투하는 모습들을 그린다니!!!! 나 역시 게으름이 부지런함보다 가깝다보니 늘 여행을 귀찮아하는데, 나처럼 게으른 이들이 게으름을 맘껏 펼쳐보여주는 여행기라면 페이지가 술술술술 넘어갈 것 같다.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책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으니까, 이 책 역시 재미있지 않을까.


마지막 책은 찍지 못한 순간에 대하여. 사진 대신 '결국 그 순간을 찍지 못하고 만' 사진사들의 '그 순간을 못 찍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찍으면 좋을 것 같으나, 그것을 찍음으로 인해 그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 같아 카메라 대신 눈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순간들. 결국 사진보다 훨씬 오래, 짙게 남는 순간들.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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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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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 스님의 책을 읽었다. 처음이다. 멘토나 힐링이라는 말에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던 때였다면 안 읽고 싶어했을 거다. 법륜 스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분이 '국민 멘토', '힐링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 남의 힘으로 할 수 있는 힐링 따위란 없고, 멘티와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를 주고받지 못하는 멘토는 의미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명약관화해진 지금은 뭐, 힐링이나 멘토 같은 말에 좀 무관심해져서 그런지 큰 거부감 없이 책을 펼칠 수 있었다.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 책의 예상 독자는 '잘 물든 단풍'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에게 당신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황금기답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고 어깨를 툭툭 쳐 주는 책이 인생 수업이다. 그러다보니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너무 오래 빠져 있지 않기, 퇴직 후에도 행복하게 일하기, 자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등에 대한 제언들을 책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식도 없고, 비혼 상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고, 퇴직 후의 삶(을 매일 생각하고 있지만 실행은 못 하고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것)과도 거리가 있다보니, 스님의 조언을 내 상황에 끼워맞춰보려고 낑낑대기보다는 인간이기에 당연히 지켜야 하고 몸에 익혀야 할 '보편적 충고'를 들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책을 읽었다. 이렇게 만난 스님의 말씀 중 내게 가장 와닿았던 것을 요약하자면 이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 인정하고, 자유로워지고, 감사해라.



* 모든 불만이란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이란 다른 말로 욕망일 테고, 바람일 테고, 소망일 테고, 기대일 테다. 나의 욕망과 남의 욕망은 같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때로 충돌하고 자주 갈등하므로 나의 욕망은 늘 미완성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욕망을 이루고 싶어하고, 그것이 이루어진 현실을 바라고, 간절히 소망하기도 하고, 기대를 갖고 기다리기도 한다. 그것이 완벽히 이루어지는 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그냥 인정하는 것. 나의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현실이 된 이상은 더이상 이상이 아닐 것이므로, 그것은 이상 자체의 숙명임을 담담히 긍정하는 것. 이런 마음을 몸에 익힌다면, 과도하게 기대하지도 욕심을 부리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의 이 말씀처럼.


길가에 난 풀 한 포기나, 산에 살고 있는 다람쥐나, 인생살이나 다 똑같습니다. 자기 자신은 특별한 줄 알지만 사실은 별거 아니에요. 아무리 잘난 척해도 100일만 안 먹으면 죽고, 코가 막혀 10분만 숨을 못 쉬면 죽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면 특별해져야 한다는 부담 없이 가볍게 살아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pp.16-17)


현재의 나로부터 출발하면 조금만 향상이 되어도 성과가 나니까 자긍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상상의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현실의 자기가 어느 정도 올라와도 늘 그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항상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겁니다. (p.82)


인생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먼저 지금까지 욕심내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삶의 우선순위를 뒤로 매겨야 합니다. (pp.51-52)



* 나의 사소함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돈이나 지위나 명예, 사회적 시선이나 사람들의 눈길로부터 자유로워져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살 수 있겠지. 그렇게 살고 싶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지 않고,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미루지 않고, 지금 내가 누리는 시간에 감사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스님의 말씀을 또다시 옮겨 보자면, 이렇게.


지도자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개인은 자꾸 제도에 책임을 물으면 끝이 안 납니다. 어차피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데, 제도 개혁은 시간이 걸리잖아요. 물론 끊임없이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불평불만 속에서 괴롭게 산다면 내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그래서 개개인도 조금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p.211)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저분은 나이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게 사는구나.' 여깁니다. 그런 모습이 바로 잘 물든 단풍이 아름답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 않고 순리대로 잘 늙어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p.226)



* 때때로 인생이 학교 같았으면, 또는 수업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졸업한 아이들 중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했던 말 중 졸업 이후부터가 진짜 고생이라고, 사회 나가면 지금보다 훨씬 힘들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인생이 수업이라면 틀리고 실수해도 괜찮을 텐데. 1교시를 망쳤어도 2교시에 잘 하면 되니까 기죽지 않을 텐데. 3교시에 잘못했어도 그 잘못을 통해 배운 걸 4교시에 써먹으면 되니까 좌절 같은 거 하지 않을 텐데. 


왜 우리는 인생을 수업 같이 살지 못하고 시험 같이 살아야 할까. 1교시에 실패했으면 2교시에 아무리 잘 해봤자 본전도 찾지 못하는 것처럼, 아둥바둥하며 집착하고 욕심 부리고 실망하고 괴로워하고 남을 미워해야 할까. 이 책의 제목, <인생 수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뇌었다. 내 삶을 수업이라 생각하자고. 한 번 일어난 일을 지울 수도 되돌릴 수도 없지만, 한 순간 한 순간이 내게 배움을 주는 거라 믿자고.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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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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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김중혁소설가님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먼저 좋아했다. 먼저 읽은 건 소설이었다. 펭귄뉴스를 언제 읽어봐야 하는데…하다가 악기들의 도서관을 먼저 읽었고, 좀비들을 읽었고, 그리고 나서야 펭귄뉴스를 읽었다. 좀비들은 몇 개의 단편이 합쳐진 것 같은 장편이었고, 악기들의 도서관은 한 장편이 몇 개의 단편으로 나뉜 듯한 소설집이었다. 펭귄뉴스는 (죄송합니다) 다른 책들보다 덜 마음에 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그랬다.

이렇게 세 작품을 다 읽고서 남은 건 아쉽게도 아쉬움이었다. 싫지는 않은데 막 좋지도 않은. 나쁘진 않은데 팍 꽂히지도 않는. 그런 기분으로 대책 없이 해피엔딩을 읽었다. 처음엔 김연수소설가님을 연모하는 마음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의외로 김연수소설가님의 유머만큼 김중혁소설가님의 유머도 내 코드에 잘 맞는 거다(이거 참 호칭이 너무 길다. 김중혁소설가님을 따라 김연수소설가님=K2, 김중혁소설가님=K3으로 써야겠다. 약간 아웃도어 상품 얘기 같아지겠지만ㅋ). K2님이 유려하면서도 능청스럽게 유머를 구사한다면, K3님은 약간은 소심한 듯하면서도 엉뚱하게 툭툭 던지는 말로 독자를 웃긴달까. 여튼간 나는 육성으로 끼득끼득 낄낄낄 으하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그 책을 읽었더랬고, 그 이후로 K3님에 대한 애정을 이전보다 더 깊이 가졌더랬다.


K3님의 에세이 3종세트 - 대책 없이 해피엔딩, 뭐라도 되겠지, 그리고 모든 게 노래!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이후 발간된 K3님의 소설들은 이전의 소설들보다 훨씬 더 좋았고-좀 우스운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미스터 모노레일을 읽으며 우와! 김중혁!! 김중혁!!! 김중혁!!!! 하고 기뻐했었다ㅋㅋㅋㅋ-심지어 책날개에서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진까지도 이전의 사진보다 마음에 들었다(이거 꼭 찍어야 한다니까 찍기는 찍는데 사실 별로 찍고 싶지는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찍으면서도 계속 찍고 싶지 않…투덜투덜…하는 듯한 느낌의 표정이랄까). 나는 K3님의 소설과 에세이를 모두 아끼고 기대하는 독자로 탈바꿈했다. 뭐라도 되겠지, F1/B1, 그리고 이번에 읽은 모든 게 노래까지.


대책 없이 해피엔딩에 수록된 K3님의 자화상 & 모든 게 노래 책날개에 실린 K3님의 (심드렁한 표정의) 사진ㅋ




노래를 잊는 순간, 우리는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돼 있다.

뭐라도 되겠지를 읽기 전엔 '뭘로 날 웃겨주려나'라고 기대했다. 그 다음이 '이번엔 또 어떤 그림을 그렸으려나'였고ㅎ 이번엔 좀 달랐다. 모든 게 노래에 수록된 글이 씨네21에 연재될 때부터(아니다 한겨레21이었나? 둘 중 하나였는데 아오ㅠ) 듬성듬성 읽어왔기에 이번엔 재치보다 감성이 터지는 책일거라고 예측했기 때문. 내가 좋다고 생각한 음악을 칭찬하시는 글도 여러 번 읽은 터라 글의 소재가 된 음악들이 가장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몇 명이나 나올까? 모르는 뮤지션은 몇 명이나 나올까? 따위의, 1차원적인 호기심ㅎㅎ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경험과 K3님의 경험들을 비교하며 책을 읽게 됐다. 책에 실린 MD 플레이어의 그림을 보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책상 서랍 속에서 자고 있던 MD를 꺼내 보았다. CD 플레이어의 그림을 보고 '어 나도 디스크맨인데!!'하면서 즐거워했다.

CD플레이어든 MD플레이어든, 결국 남는 건 '기계'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K3님의 다른 에세이, 특히 뭐라도 되겠지에 실린 글들과 모든 게 노래에 실린 글들을 비교해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모든 게 노래만 읽고 아직 뭐라도 되겠지를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특히 강추할 만하다. 마음산책에서는 K3님의 책을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위해 '김중혁 에세이 세트'를 출간해 주시기 바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

모든 게 노래에 실린 라디오 그림. 그리고,

뭐라도 되겠지에 실린 라디오 그림. 위의 그림보다 좀더 투박하고 정겹다.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었던 시절

롤링스톤즈보다 비틀즈를 좋아한다는 말에 반가워하다가도 퀸의 노래를 좋아해본 적이 없다는 말에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고(프레디머큐리도 서운해할거야ㅠㅠ) 한희정과 이아립과 오지은과 야광토끼와 루싸이트토끼가 이어 나올 때 괜히 싱글거리다가 클래식과 힙합과 아이돌 얘기에서 이유 없이 흠칫 했다. 다양한 장르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즐겁게 살자'는 삶의 모토를 실천하고 있는 K3님이 부럽기도 하고 멋져보였다. '어떤 노래 좋아해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 뭐 그냥…되는 대로 들어요…'라고 대답한다만 사실은 힙합 안듣고 클래식 안듣고 아이돌 음악 안듣고 이른바 최신가요라 불리는 노래들은 거의 다 안듣는 편향적 리스너다보니ㅠㅠ (솔직히 남들이 '인디음악'이라 하는 그 음악들을 성실하게 챙겨 듣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다. 너무 많은 뮤지션들이 생겼다 없어지고 없어진 줄 알면 다시 나타나고…)


K3님이 언급하신 노래들만큼이나 K3님의 목소리가 더욱 익숙한 독자라 그런지(나는 예에에전에 문학라디오 '문장의 소리'를 진행하실 때부터 지금 빨간책방의 적임자 역할을 하고 계시는 때까지, 꾸준히 K3님의 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눈으로 활자를 따라읽어내려가는데 K3님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 주머니에 접어 넣어 둔 탓에 꼬깃꼬깃해진 메모지를 주섬주섬 펼쳐 거기에 적혀 있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주는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


분명 K3님은 조용한 카페에서 시크한 표정으로 맥북을 펼쳐 놓고 아이팟 클래식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셨을텐데 왜 눈앞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거지?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K3님의 글 때문이라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트렌디한 소재를 세련되게 다루시는데도 묘하게 복고적이고 소박한 느낌이 묻어난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기 때문인 듯.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내시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K3님이 글 읽어 주시고, 글에 언급된 노래 나오고, 다음 글 읽어 주시고, 다음 노래 나오고…아 물론 음악 저작권법 때문에 절대 남는 장사가 되진 않을 것 같지만;;;;




닉 혼비의 글을 읽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내가 쓴 글 같아서 놀랄 떄도 많다.

K3님이 닉 혼비의 글을 읽으며 깜짝깜짝 놀라시듯, 나 역시 K3 님의 글을 읽으며 깜짝깜짝 놀랐다. '어 나랑 비슷해!'하고 혼잣말을 내질렀다. 좋아하는 보컬의 특성, 하와이의 '쎄라비'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이아립의 얼굴, 해가 지고 노을이 질 때 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만나던 순간들, 더이상 챙겨 듣고 챙겨 보지 않는 명작들/걸작들 이야기, 어찌 이렇게 모였을까 싶은 공연장의 관객들…에 대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보컬은 대부분 '무심한 목소리'다. 이게 참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옳고 그른 것이나 좋고 나쁜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감정을 애써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던져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지만(게다가 이런 비교 위험하고 가끔 기준이 오락가락하긴 하지만), 롤링 스톤즈보다 비틀스를 더 좋아하고, 재니스 조플린보다 니코를 더 좋아하는 것도 다 이런 취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P.38)


희한한 것은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아립의 얼굴이 허공에 보인다는 거다. 목소리가 어찌나 시각적인지, 조금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씨익 웃으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아립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P.101, '조금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 이아립의 표정!!!!!!!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아 나 그거 뭔지 알아!!!!'라고 누구나 말할 것 같은 그 표정!!!!!!!)


얼마 전부터는 '걸작 따위 지나갈 테면 지나가버려'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므로, 수많은 명작들이 나 모르게 세월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모두들, 굿바이! 동시대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 읽고, 보고, 듣는 건 참 재미난 일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 건져낼 수는 없다. 그랬다간 허리 부러진다. (P.213,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너와 내가 만나지 않은 것도 너와 나의 운명'이라 되뇌이며 수많은 동시대의 명작들을 술술 흘러넘겨버리고 있다하하하…'문화인이라면 이 정도는!' 따위의 태도는 버린 지 오래. 나도, 굿바이!)


홍대 거리에 붙은 포스터를 보면서 저렇게 많은 공연을 누가 다 보러 가나 싶었는데, 막상 공연장에 가보면 늘 사람들이 많았다. (P.226, 공연 갈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락페 갔을 땐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락큰롤을 외치는데 왜 tv에는 아이돌만 나오는 것이며 왜 인터넷에서는 이 밴드들을 듣보잡 취급하는 거야?!?!'하는 생각도 함께. )




우린 서로 다들 잘 아니까. 소설 속 시간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니까. 

K3님이 2002년의 신촌에서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듣던 순간을 회고하는 글을 읽었을 때는 어, 이건 좀…하며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2002년이면 내가 김중혁이라는 소설가 및 에세이스트 및 방송진행자 및 카투니스트 및 전 기자이자 방송 프로듀서에 대해 전혀 몰랐을 때인데, 이 시기 내가 겪었던 일과 그가 겪었던 일이 그림자처럼 겹쳐진다는 게 신비로우면서도 놀라웠고 묘하게 싸한 느낌도 들었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나'가 누구인지에 따라 조금은 왜곡된 모습으로.


2002년의 어느 날, 나는 신촌을 걷고 있었다. 생각 없이 신촌을 걷던 내 귀에, 너무나 익숙한 조원선의 목소리가 들렸다…나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비트는 강했지만 노래는 슬펐다.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곁을 지나갔고…나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그 순간, 이상하게 나는 슬펐다. 사람들의 걸음걸음이 모두 슬펐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각자의 방향으로 정신없이 사라져가는 게 슬퍼 보였고, 절대 알 수 없을 그들의 삶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때 들었던 노래가 롤러코스터의 <Last Scene>이었는데,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신촌의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PP.148-149)


나도 그랬다. 수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이외의 다른 것을 이야기하지도 않던 2002년의 봄과 여름, 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던 야구를 보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들었다. 지금은 없어진 신나라레코드를 지날 때,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향뮤직 앞을 지날 때, Last Scene을 들었고, 그 처연한 목소리에 어쩔 줄 모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신나라레코드 앞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어도 보지 못하고. 향뮤직을 지나 학교로 가야 하는데도 멍하니. 


그 해의 내겐 많은 게 복잡했고 어려웠고 잘 보이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를 안고 나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힘겨워서, 내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내가 남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 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웃어도 슬프고, 떠들어도 슬픈 때였다. 물론 이런 얘기,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감수성 과잉의 부산물이자 민망한 기억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다 거울인 셈이다.

그 민망한 감수성 과잉의 시기를 떠올려도 더이상 슬프지 않을 수 있는 건, 그때의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것보다 지금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인 듯 싶다. K3님은 이해를 믿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나는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머리로 이해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어차피 난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며 애초부터 가능성을 거둬 버리는 건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두려움과 차가움에서 비롯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 상황에선 그럴 수 밖에 없었어, 하고 그 때의 나를 이해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해할 수 없어도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른다만, '누군가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위로해 주는 것'과 '누군가를 이해하여 위로해 주는 것'은 분명히 다르지 않나.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더 이해하고 싶어서,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도 더 이해하고, 나와 멀리 있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나와 평생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까지도 이해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읽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헤매면서, 내가 가진 주머니의 입구를 더욱 크게 열어놓는 거라고 생각한다. 소설도, 시도, 영화도, 연극도, 드라마도, 결국은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사람은 자기의 노래를 부르는 법이고, 결국은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노래니까, 노래를 듣는 거다, 나와 너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서.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해가 끝난 후에 무엇이든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위로를 하든지, 연대를 하든지, 어깨를 곁든지.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은 이해조차 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 자기 멋대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도 다 이해했으니까 됐어, 라고 손을 놓아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몰라서 그렇지, 자세히 둘러보면, 모든 게 노래다.

책을 다 읽은 후 남은 욕심 두 가지 : 1. '가을과 겨울에 어울릴 만한 노래'와 대응되는 '봄과 여름에 어울릴 만한 노래'도 실어 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2. 주간지에 연재된 글을 묶은 책이다보니 연재 당시 새 노래를 발표하지 않았거나 공연을 하지 않은(또는 했지만 K3님이 그 공연에 가지 못한) 뮤지션들 상당수가 빠져 있어 아쉬웠다. K3님이 흥분해 상기된 얼굴로 좋아하는 노래들과 좋아하는 뮤지션들에 대해 써내려간 글을 읽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모든 게 노래 2탄이 나와야겠지? '김중혁이 추천하는 뮤지션 500명' 같은 부제를 달고ㅎ


노오란 은행잎을 떠올리게 하는 책 표지 때문인지 가을에 읽기 좋은 책이다 싶었고, 그 때문인지 자꾸 (책에도 언급된) 가을방학의 음악이 떠올랐다. 가을방학의 음악과 선명한 노랑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듯. 계피의 담담하지만 사람을 울컥 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읽고 싶다. 완전한 겨울이 오기 전에.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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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 2014-02-2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를 참 정성스럽게 잘쓰셨군요.지나가다 이책리뷰에 관심이 많아 다 읽고갑니다.

알마! 2014-03-23 19:29   좋아요 0 | URL
아휴,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__) 반갑습니다 :)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 달 마이페이퍼에서 첫 번째로 꼽아본 책은 곽은경 씨의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이다. 경향신문에서 곽은경 씨의 인터뷰를 읽었고(링크는 http://media.daum.net/society/people/newsview?newsid=20131014221807552)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이웃에 대한 책임감'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일어선다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교적) 신뢰하는 저술가 엄기호가 이 책을 추천하면서 쓴, '한국의 역사가 슬프게도 민족에 갇힌 퇴보한 국수주의자들만을 만든 것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지금, 이것이 그녀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책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며 깨닫고 싶다.


두 번째 책은 이화열 씨의 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리다. 마이페이퍼를 쓰기 위해 알라딘에서 10월의 신간을 검색하던 중 이 책을 보고 '모르는 작가에 특별하지 않은 제목인데 이상하게 눈에 띄네…'라며 혼자 어리둥절했었는데, 요즘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신형철평론가가 문학동네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6570)에서 이 책을 10월의 에세이 중 한 권으로 추천해 이건 이 책을 꼭 읽으라는 계시인가 생각하고 있는 중.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포착해 내는 작가의 문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발사와 관련된 글을 읽어주었는데, 참 듣기 좋았다. 글자로도 확인하고 싶다.


세 번째 책은 최영미 씨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이고, 정확히는 신간이 아닌 개정판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에 대한 책이고, 고대 이집트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작가의 삶에 대해 써내려간 글이 실려 있다고 한다. 글 제목만 보고 고르자면 죽음을 기억하라저기 흘러가는……이 가장 읽고 싶다. 


네 번째 책 역시 제목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윤기 씨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뛰어난 번역가이자 작가였던 이윤기 씨의 집필 노트를 책으로 옮긴 것이라는데, 당연히 믿고 읽을 만한 책이겠지!! 조르바도 춤출 수 있게 하는 글이란, 그리고 그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이란, 그 옮긴 글을 쓰는 것이란, 이윤기 씨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호기심이 와륵 일어난다.


마지막 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고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이 뒤에 느낌표가 세 개쯤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목차를 훑다가 '아니 이거 내가 썼나?' 했다. 국가는 적이다, 직장은 사육장이다,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등등등등등혹시 내 일기를 누가 가져간 건 아니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확인하지 않을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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