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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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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내 삶이란 게, '물리학이라는 전공과 여타 딴짓'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일상이 아닌가. '도대체 물리학자로서 지금까지 뭘 한 거야?'라고 자책할 수도 있지만, '실은 이게 난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피를 흘리며 썼던 수많은 물리학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싹 빼버린 것이 여기에 실린 '딴짓'이라는 이야기인데, 나쁘지 않다. 

-p.4,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라는 책 제목을 되뇌어 보며, 딴짓이라는 단어의 뜻을 검색해 본다. 명사.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함. 또는 그런 행동. 전혀 관계없는 행동이라는 말에 마음의 모서리들이 비근거린다. 어떤 일과 전혀 관계없는 다른 일이란 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 리뷰를 쓰기 전 내가 어떤 문장을 써야 할까 생각하다가 나의 딴짓들을 생각하고, 그 딴짓들이 나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었는지 생각하고, 그와 비슷한 즐거움을 주었던 또다른 딴짓을 생각하고, 그 또다른 딴짓을 새삼 해 보면서 정작 써야 할 리뷰는 쓰지 않고 시간을 보냈던 건 리뷰쓰기와 아주 조금의 상관도 없는, 쓰잘데없는 짓이었을까. 흠.


세상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무언가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오히려 그러한 딴짓들이 정작 진짜로 하려던 그 '어떤 일'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는 거라고, 우겨 본다. 그래서 자꾸만 딴짓 하고 싶어하는 이 책의 저자도, 그 딴짓들 덕분에 행복했으리라 짐작한다. 그 딴짓이 오히려 저자가 진짜 하려던 일보다 더 즐거웠던 적도 많았을 거라 추측한다. 그 덕분에 이 책의 부제처럼,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살 수 있었으리라 싶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꼭 물리에 관심을 가져야만 할 일은 세상에 없고, 물리를 소통의 한 창으로 삼을 이유도 없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소통거리는 많다. 음악 이야기, 물 좋은 클럽, 랩, 맛있는 음식점, 영화. 

-p.295, '세상에서 제일 싼 정어리 깡통' 중

이 책은 물리학자 이기진 씨가 자신이 가진 보물들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그 보물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에 적용된 물리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도 섞어 놓았지만 교양이나 지식보다는 이기진이라는 사람의 비범하면서도 엉뚱하고 자유분방한 면모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이 물리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할 소통거리를 창문 가득 늘어놓고는, 누군가 다가와 "이게 뭐에요?"라고 말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저씨가 상상된달까. 아저씨의 얼굴은 당연, 싱글싱글 웃는 표정일테고, 시선은 창 밖을 내다보고 있겠지.


보물이라는 말에 번쩍번쩍한 보석류나 보티첼리의 그림, 셰익스피어가 직접 쓴 미발표 원고, 루이 십몇세들이 대를 이어 쓴 왕관 같은 걸 기대한다면 매우 난감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보물들은 대부분 저자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이니까. 오렌지 껍질 벗기는 플라스틱 칼을 꽂아 놓은 파란 비둘기 도자기, 깨진 손잡이 부분을 철사로 둘둘 감아 놓은 흰색 티팟, 강철 와이어로 만들어진 달걀 커터, 빨간 손잡이에 세 개의 구멍이 뚫린 병따개, 나무 손잡이가 덜렁거리는 티 스트레이트…남들의  책상이나 부엌 위에서 본 것도 같은 물건들. 


각각의 물건들은 매우 흔해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세상에 똑같은 또다른 것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공장에서 매끈하게 뽑아낸 것에서는 나올 수 없는 투박함과 정겨움. 저자는 이런 물건들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놓는다. 어떤 벼룩시장에서 얼마를 주고 샀는지, 살 때 상인과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 하나하나 정확하게도 기억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에 '혹시 지어낸 거 아냐?'라는 발칙한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ㅎ 



나는 현재가 제일 행복한 시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려웠던 과거 시간은 어찌어찌 다 흘려보냈고, 과거의 영광이나 즐거움 역시 지나갔다. 남은 것 중 하나인 불확실한 미래를 뺀다면 제일 안전한 지금이 최고의 시간일지 모른다. 그러나 머물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기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 나 같은 사람은 정말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또 어떨 땐 혼자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오래되고 시간이 멈춰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게서 위안을 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숨가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

-p.163, '막포도주를 담기엔 너무 예쁜 코발트 병' 중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독자들은 책 속 저자의 사진을 보며 눈을 흘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_-)는 교수나 되이니까 저렇게 로봇 만들고 아르메니아 갔다 오고 파리 벼룩시장에서 물건 사 오고 한옥집에서 지낼 수 있는 거지 일반 사람들이 다 자기처럼 살 수 있나? 뭐 저렇게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있어? 사는 게 엄청 여유로운가 보지? 나 역시 좀더 어릴 적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툴툴대며 책장을 넘겼을 것 같으니까. 대학생 때였더라면 아예 읽으려 들지도 않았을 것 같고.


물론 사는 건 점점 어렵다. 항상 불안하고 대부분 불확실하며 자주 즐겁지 않고 종종 뒤처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가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 모른다고 느끼는 것 역시 사실이기에, 책 속의 어떤 문장들에 깊이 공감한다. 물건에게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결국은 갑갑한 현실로부터 마음을 쉬게 해 주고 싶은 욕망의 발로라는 고백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나 역시 번지르르한 물건들보다 '정말 말도 안되는 어떤 것들'로부터 위로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너무 지치고 지긋지긋한 날, 삐뚤삐뚤한 글씨가 적혀 있는 쪽지 하나에 마음이 물컹해지는 경험이 많았으니까.


또 한번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저자가 부럽다. 물질적 여유 때문이 아니다. 대학교수라는 직책 때문도 아니다. 규격화되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자유로움이 부럽다. 번지르르한 자랑거리들을 늘어놓으며 거들먹거리는 대신 소박하고 털털하게 작은 행복들에 관해 수다를 떠는 모습이 편안하고 자신 있어 보였다. 자신과 자신의 삶을 참 사랑하고 긍정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행복한 기억이라며 신 김치와 흰쌀밥을 만 김에 간장을 살짝 찍어 먹었던 어느 여름의 (자그마치) 성찬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저자처럼, 행복한 기억의 대부분은 거대한 무언가가 아닌 자잘하고 소박한 경험이었던 것 같기도.



생명의 존재는 그 원형의 유지에 있다. 어떠한 세상 풍파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지켜 내는 것. 변형되거나 변질된 모습 없이 세월을 이겨 내고 의연한 존재 가치를 만들어내는 물건. 그런 것은 영원한 생명체와 같은 존재감을 지녀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감'이라는 정신적인 축복을 선사한다. 우리는 그 영감을 통해 물건의 존재와 대화를 시작한다. 

-p.215, '아니, 이제는 개집까지 모으냐?' 중

누군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이라면 딴짓하지 말고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고들 한다. 학생은 공부를 하고 직장인은 업무를 하고 공무원은 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자영업자는 사업장의 이익을 도모하는 게 맞는 거라고. 하지만 공부가 학생도 아니고 업무가 직장인도 아니고 공적 이익이 공무원도 아니고 사업장의 이익이 자영업자도 아니다. 한 인간이 '해야 한다'고 의무시되는 일이 그 인간 자체의 본질과 일치하지 않거나 큰 상관이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오히려 딴짓이 나를 숨쉴 수 있게 하고 살아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딴짓하지 말라고, 할 일만 하라고 한다면, 어휴, 얼마나 갑갑할까.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가끔씩은, 아니, 자주, 나도 딴짓 하고 싶다. 고유한 존재감을 가진 물건들을 마주하고, 그 물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나와 함께 살아온 시간 동안 너희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너희들이 이렇게 변할 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노라고, 듣고 말하고 싶다. 그 대화를 통해 힘을 얻고 위안을 얻고 영감을 얻고 싶다. 아, 아무래도 내일은 꼭 시간 내어 딴짓을 해야겠다! 오랜만에, 공들여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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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쓰는, 마지막 '이달에 읽고 싶은 책 리스트'. 14기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읽었던 에세이 중 베스트를 뽑는 페이퍼를 한 번 더 써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ㅋ 12기부터 14기까지 세 번, 그러니까 일년 반 정도 신간평가단을 했는데 이번 기수에 읽었던 책들이 가장 좋았다. 마지막에 선정될 책들과의 만남도 다 기쁜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



첫 번째로 고른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 제목만 봐도 여행기ㅋㅋㅋㅋ '하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이다. 도쿄 기담집에 실린 하나레이 만이라든지, 유키와 '나'가 함께 하와이에 갔었던 댄스댄스댄스라든지…다 읽은 지 한참 된 책들ㅎㅎ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우쿨렐레도 함께 떠오른다. 보기만 해도 폼이 뚝뚝 떨어지는 하와이산 우쿨렐레라든지, 예전에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우쿨렐레 페스티벌이라든지…이 책을 읽고 나면 하와이와 함께 요시모토 바나나가 떠오를까? 어떨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고른 책 두 권은 심리학자 장근영 씨의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 그림책 작가 선현경 씨의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의도는 아니었는데, 고르고 나니 두 권 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다. 장근영 씨의 책은 얼마 전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언급되던데, 혹시라도 이 책이 9월에 선정될까봐 읽지 않았다ㅋㅋㅋㅋㅋ 이럴 때만 철저한 준비성-_- 14기 신간평가단 하면서 동물 관련 책들을 꾸준히 추천했는데 한 번도 뽑히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뽑히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그래도 꿋꿋이 올려본다. 선현경 씨의 책을 추천하는 데는 '갖기'보다 '버리기' 쪽으로 삶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는 나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빨간책방-장근영 씨 책-선현경 씨 책, 모두다 위즈덤하우스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이런.



세 번째로 고른 책은 라말라를 보았다. 낯선 작가 이름이지만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최근 계속되고 있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인해 많이 심란하고 무력감을 느끼던 차였다. 난민 신분으로 며칠 밖에 고향을 방문할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 지식인의 '머물 수 있는 곳과 머물 수 없는 곳, 가도 되는 곳과 가면 안 되는 곳에 관련된 고민들'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가 마음에 와닿는다.


마지막은 김승희 시인의 산문집,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솔직히 나에게는 시인이라기보다 교수님이 더 익숙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수님은 당연히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내 졸업 논문 지도교수님이셨으므로!! 아 부끄럽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부 때는 유명한 교수님 수업 듣다가 실망(혹은 절망-_-)했던 적이 꽤 많았는데, 적을 옮겨 간 대학원에서는 유명한 교수님들의 수업이 다 훌륭해서 기뻤었었다. "나는 100퍼센트의 나로 이루어진 무슨 초월적 자아가 결코 아니며 4분의 3의 당신들이 상상적으로 만들어 준 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들이다"라는 책 속의 구절도 이거 참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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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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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3월에 친한 선배의 생일이 있었다. 선물을 챙기다가 알라딘 메인에 뜬 정여울의 신간을 보았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이라는 제목에 프라하 성의 야경 사진. 표지만 보면 누가 봐도 사진과 여행 정보가 그득그득 실려 있을 것만 같은 책. 으엥, 정여울이 썼을 것 같은 책이 아닌데. 동명이인인가? 싶었지만 얼마 전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선배가 좋아하겠다 싶어 카트에 넣었다. 받아본 책은 비닐로 싸여 있었고, 한 장도 들춰보지 않은 채로 선물했다. 그리고 한동안 잊었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이 책이며, 후속편인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이 이어 출간됐다는 뉴스를 읽기 전까지, 까맣게.


정여울과 베스트셀러라니 엄청 안어울리네, 그래도 베스트셀러가 좋긴 좋다, 이렇게 2권도 나오고…라 중얼거리며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취향 탓이기도 하고, 여행에 별 관심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별히 가고 싶지도 않은 외국 땅 정보가 빽빽이 들어있을 거라 상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던 탓이기도 하고…뭐 그랬다. 처음엔 설렁설렁 표지를 넘기고 대충 건성으로 읽다가 아이고, 이거 이럴 책이 아니네, 싶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마음도 바로잡았다. 집중해서 마지막까지 읽었다.



2.『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은 다행히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에 실린 정여울의 글들이 흥미로웠다. 여행을 떠남으로써 유한한 시간을 가치 있게 살려 노력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구석구석 묻어 있어 좋았다.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책-그러니까 여행 정보를 사전처럼 토해놓고 있는 책도 아니었고 어디어디는 꼭 가야 되고 무엇무엇은 반드시 봐야 된다고 명령하는 책도 아니라 더욱 좋았다. 외국의 유명한 관광지를 번듯하게 찍어 놓은 사진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온몸을 자유로 흠뻑 적신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책이라 더더욱 좋았다. 누군가는 내가 이 책을 맘에 들어했던 이유 때문에 이 책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지만(이 부분에서 기획 출판이란 참, 베스트셀러란 참, 대중도서란 참…하고 혼자서 중얼거려본다ㅋ) 뭐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오히려 나는 정여울의 흥미로운 글을 더 읽고 싶어 아쉬웠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열 곳의 지명이 소개된다. 예를 들어 제1장인 '특별한 하루를 부탁해'에서는 파리, 마드리드, 몬세라트, 헬싱키, 쾰른, 시나이아, 암스테르담, 런던, 보드룸, 아레초가 순서대로 나오는데 이 중 파리, 마드리드, 몬세라트 부분에만 정여울의 글이 실려 있다. 파리 부분에서는 뒤마 파스의 춘희가, 마드리드 부분에서는 박노해의 다른 길이, 몬세라트 부분에서는 댄 핸콕스의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가 정여울의 경험과 감상과 기억 속에 녹아든다. 이렇게 흥미로운 글 세 편을 읽은 후에는, 헬싱키와 쾰른과 시나이아와 암스테르담…에 대해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이 붙어 있는 페이지가 한 쪽씩 이어진다. 아아 뭔가 시원하지 않아…하는 기분으로 나머지 일곱 지역을 대충 훑고-이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글보다 사진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를 염두에 둔 기획 출판이라니 이것 역시 뭐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 정여울의 또다른 여행기가 나온다면, 그땐 이 책보다 많은 글이 실려있으면 좋겠다. 그녀의 폭넓은 독서가 여행과 함께 어우러져 '당장 그 곳으로 떠나지 못한다면 이 책이라도 읽겠어!!!!'하고 마음먹게 하는,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쩌구저쩌구한 유럽 TOP10'이라는 제목 대신 좀더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제목이었으면 좋겠고. 물론 이 희망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판매량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의 반도 안 되겠지만 허허허허;



3. 특히 좋았던 부분은 제 8장, 작가처럼 영화 주인공처럼이었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 글이었던 헤르만 헤세 부분이 참 좋았다. 작년 이맘 떄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고 꽤 감명을 받았었는데, 그 책에 등장했던 헤세의 카사 카무치를 정여울의 책 속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이어지는 정여울의 문장들과 루가노 호수의 사진들…한참을 바라보았다. 헤세의 문장들을 읽으며 그 아름다움에 전율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글의 맨 마지막 부분에 실린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를 읽을 때는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 만년설이 뒤덮인 몬타뇰라의 산들과 계절마다 빛깔을 달리하는 루가노 호수, 손수 가꾸던 정원의 꽃과 나무들은 작가 스스로 그린 자신의 알터에고로 보인다. 겉으로는 늘 비슷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시시각각 천변만화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몬타뇰라의 이미지는 헤세 자신의 격정적이면서도 고요한 성찰로 가득한 영혼의 풍경화이기도 했다.


- 카사 카무치에서 시작되는 헤세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루가노 호수를 넘어 아련하게 내다보이는 이탈리아 접경지대 마을들이 보인다. 매일 이곳을 산책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을 헤세를 상상하며, 비로소 그가 그리워 한 '예술의 어머니'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 것만 같았다. 


- 헤세가 손수 씨를 뿌리고, 흙을 파내고,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꾸었을 정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원에서 손녀의 재롱을 보며 미소 짓는 헤세의 행복한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는 헤세의 집 카사 카무치에서 겨울 속에 숨어 움을 틔울 틈새를 엿보고 있는 봄의 기대에 찬 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 가지는 헐벗었지만 벌써 바지런히 꽃망울을 터뜨린 꽃도 있었다.

(265-267쪽)



4. 여전히 나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데다가 방구들을 딩구르르하며 베개에 얼굴 묻고 있는 게 가장 편한 인간이므로,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유럽행 티켓을 예약하거나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여행 루트를 그릴 리는 없을 것이다. 대신 정여울이 알려준 여행자로서의 자세를 기억하려 한다. 세상의 떠들썩한 소리에 신경쓰면서 손익을 계산하는 '일상적 삶'을 좀더 느긋하게 살아보고 싶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와 주위를 대하고 싶다.



그 때문일까, 반드시 이번 겨울에는 여행을 가야겠다는 다짐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내가 있는 장소를 내 마음이 머물고, 쉬고, 사랑할 수 있는 장소로 가꾸는 일이 여행보다 훨씬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여행을 수많이 다녀 온 그녀도 말했으니까. 떠나고 싶다는 충동으로 현재 머물러 있는 곳을 증오하고 지금의 시간을 괴로워하며 보내는 사람이나 언젠가 가게 될 미지의 장소에 대한 동경으로 팍팍한 현실을 버티는 사람 대신,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5. 마지막으로 갔던 여행을 떠올려 본다. 혼자 고속버스 타고 찾아갔던 겨울 바다. 다음에 갈 여행도 혼자 가야지. 분명 찬 바람이 몰아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포근했던 그때처럼 다음 여행도 외롭지 않길. 여행에서의 나도, 일상에서의 나도, 모두 자유롭길.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우려고 치열하게 살아가길, 부디.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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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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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p.127)

윤대녕의 소설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생 때 이미 성인 여자 같았던 그녀에게, 대학교 2학년 때쯤『은어낚시통신』을 선물받았다. 집에 돌아와 쭈뼛거리며 책을 펼쳤다. 책 속 사람들은 쓸쓸했고 모호했다. 책장이 잘 안 넘어갔다. 두터운 안개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멀리 떨어져 힘들게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나는 아직도 너와 친구가 되었던 중학생 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너는 내게 이 책을 주다니. 다른 책을 읽어 볼까 하고 도서관에서 몇 권의 소설을 빌렸다. 여전히 힘겨웠다. 그 정서와 분위기는 내 것이 아니었다. 반도 읽지 못하고 반납 날짜를 넘겼다.


그 이후로 윤대녕의 글을 읽지 못했다.『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기 전까지 쭉. 표지를 바라보며 과연 내가 이걸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의심했다. 책 속의 남자는 여전히 쓸쓸했고 어두웠으며 책 속의 대화들은 누렇게 바랜 종이 위에 인쇄된 듯 낯설었다. 변한 건 나였을까? 술술 잘 읽혔다. 스무 개 남짓의 장소들에 얽힌 윤대녕의 이야기들이 쏙쏙 흡수됐다.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생각했다. 나도 유령처럼 서성대는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이 책이 이렇게 잘 읽히는 건 그 때문이겠구나.




얘야, 이것이 과연 삶이라는 거냐? (p.26)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은 윤대녕의 기억 속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과거에 머물렀던 곳이기에 지금은 장소로만 남아 있는 곳들을 그는 섬세하게 공간화한다. (그가 생각하는 장소와 공간의 차이점은 광장에 대한 이야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 광장은 약속의 장소이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그곳에서는 자주 음악회나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그러할 때 광장은 자연스럽게 공간화된다. 사람이 모여 있지 않은 광장은 단순한 장소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집이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집, 어머니의 집, 결혼한 이후 살고 있는 집, 잠시 지나쳤던 휴게소와 영화관과 공중전화 부스와 우체국, 아버지와 함께 갔던 역전 다방이나 아들과 함께 갔던 바닷가나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찾았던 노래방 등 다양한 장소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놓는다. 차분한 말투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시절들을 담담히 정리하는 듯한 여유마저 엿보인다. 그 역시 작가의 말을 통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복원하는 글쓰기가 많은 순간 내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을 복원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삶이 내게 남겨준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254쪽)고 고백한다.



비록 어두웠던 기억일지라도 내게는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p.106)

에세이라면 응당 그러함이 당연함에도, 나는 자세하고 솔직하며 사사로운 일들을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가들의 대담함에 새삼 놀라곤 한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불도에 귀의하고자 절을 찾았던 얘기나 세상을 떠난 이를 생각하며 방송통신대 뒤편에 있는 술집 문을 두드리던 얘기를 읽으며 슬픔에 젖어 서성대는 남자의 구겨진 어깨를 떠올리다가, 매일 꼬박꼬박 헬스클럽에서 한 시간씩 운동을 하며 아들과 함께 낚시를 다니고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에서 아버지의 단단한 뒷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억압을 많이 받고 자란 외아들 출신으로 선천적으로 병약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가출을 일삼았으며 혼자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데 익숙했던 이는, 부엌에서 꼼꼼히 밥을 차려 먹고 성실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이와 같은 사람이다. 둘 중 하나가 진짜고 하나가 가짜인 것이 아니다. 진짜인 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 공간 속에서 진솔하게 펼쳐지는 모습에, 야릇한 감동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도서관에 관한 글이었다. 도서관을 유령들이 득실거리는 납골당에 비유한 그의 표현은 매우 신선했다. 도서관을 찾았던 소년 윤대녕이 엄숙하고 권태롭고 음울한 사서의 침묵에 압도당해버렸기에, 한참 전에 어른이 된 지금도 그는 도서관을 죽은 말의 세계이자 밤마다 유령들이 출몰할 수 밖에 없는 공간으로 묘사할 수 있는 거겠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이들의 뒷편에서 카프카가 도스토옙스키가 카뮈가 웅성거리기도 하며, 때로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되살아나 주위에서 서성거리기도 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휙 돌아보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별빛속에 수많은 나그네들이 길을 가며/ 또 그대에게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p.157)

나도 때때로 과거를 떠올린다. 경사가 많고 골목이 어지럽게 엉켜 있던 서울 변두리의 주택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과일 냄새와 만두를 찌는 열기와 빵 굽는 냄새와 허여멀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던 생닭의 축축함이 섞여 있던 시장 골목을 생각해내기도 한다. 신기한 건 구체적인 일이나 사건, 같이 있던 사람들의 얼굴보다 먼저 '어떤 장소'들이 먼저 떠오른다는 거다. 언제, 누구와 같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장소가 기억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져 당황하기도 했다.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야, 과거를 떠올릴 때 장소가 가장 먼저 기억났던 이유를 조금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나는 이미 없어졌고, 그 시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고, 그 때를 같이 보낸 사람들과는 헤어졌다 할지라도, 그 때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장소는 남아 있으니 이 기억이 내 상상은 아니라고, 기억 속의 나는 분명 있었던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게 아닐까. 그 때의 나와 그 때의 시간과 그 때의 사람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것과 달리, 그 장소엔 가 볼 수 있을 거고 그 땅은 밟을 수 있을 테니까. 


광장에 관한 글을 다시 한 번 읽으며 문득 그려 본다. 약속의 장소이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곳. 사람이 존재하면 그 순간 공간으로 변하는 곳. 어떤 관계도 만남도 상상도 가능한 곳. 미래의 삶과 연관되어 있는 곳. 지금 그 곳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천막 속에 앉아 있고, 유민이 아버님께서 30일 넘게 단식을 하고 계신다. 노란색 리본을 달고 광장을 찾는 사람들 덕분에 공간화되는 그 곳. 오늘 수척해진 유민이 아버님의 손을 잡아 주었던 교황님의 마음은 그곳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 줄까.  모든 일은 늘 '그 이후'에 가서야 의미가 확인되는 법일 테니,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겠지. 지금은 그저, 인간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공간이기를, 아름다운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기를 기도해 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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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열대야다. 잠도 안 온다. 노트북을 켜고 한동안 트잉여짓거리를 하다가 오늘이 칠석이라는 걸 알았다. 구글이 알려주었다.



어머 이번 두들은 예쁘기도 하지…하고 혼자 좋아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8월 신간평가단 마이페이퍼를 써야겠구나. 직녀와 견우가 오작교에서 만나듯, 나는 에세이 신간을 알라딘에서 만나야지(-_-;;;). 바람 한 점 없는 더운 밤 열심히 꼽아 본, 이번 달에 읽고 싶은 책 다섯 권을 차례로 나열해 보자면…


  


뽑히지도 않는 동물 관련 책을 혼자 열심히도 추천하고 있다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꺾이지 않고!! 이번달도 꿋꿋이!!! 고양이에 관한 책 두 권과 코끼리에 관한 책 한 권을 올려 본다. 달려라 코끼리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는 동물을 만남으로써 변화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 듯 하고, 로스트캣은 동물을 잃음으로써 깨달음을 얻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 듯 하다. 


달려라 코끼리의 주인공은 라오스에서 온 짠디, 쏘이, 템 등 열 마리의 코끼리들. 한국에서 9년간 생활했고, 지금은 일본으로 떠났단다. 코끼리를 곁에서 계속 지켜봐 온 수의사선생님이 필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는데, 코끼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고백이 괜히 감동적이어서 첫 번째로 꼽아 본다. 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는 책 표지와 제목을 통해 이 책의 성격과 내용을 50% 이상 노출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아 뭔 맨날 나오는 동물과 인간의 따뜻한 만남 어쩌구저쩌구 아녀-_-'하고 진부하다 투덜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의 주인공인 빌리가 주인에게 버림받고 고양이 보호소에 있었던 고양이였다는 게 눈길을 잡아끈다. 세상을 버린 아이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고양이를 만나 세상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일까. 만약 맞다면 참신하지 않을 수 있을지언정 분명 아름답지 않을까.


로스트캣은 잃어버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라는데-조동섭씨가 번역한 책들 중 재미있게 읽은 것이 많으며(번역을 잘했다 못했다는 내가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특히 조동섭씨가 번역한 고양이 책들은 인상적인 것들이 몇몇 있었으므로(마지막엔 울며불며 읽었던 노튼 시리즈!!!!!!!) 읽어 보고 싶다. 고양이 티비의 그림이 실려 있다는 것도 읽어 보고 싶은 이유 중 하나!


    


또다른 두 권은 헤세의 여행엄마의 도쿄. '집 아닌 다른 곳'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전혀 다른 두 책. 엄마의 도쿄는 그야말로 '엄마'와 '도쿄'에서 생활한 이야기인데…도쿄보다는 엄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시인 김민정 씨?'하고 클릭해 봤다가 조금, 아주 조금, 실망하기도 했는데(죄송합니다 또다른 김민정씨) 조그마한 딸아이가 훗날 이 글을 읽고 외할머니를 아름답게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는 문장을 읽고 울컥해버렸다. 외할머니를 아름답게 기억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니 세상에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에 약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이름 역시 딸이므로. 그렇다면 헤세의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 뭐 딴 게 있을 리 있나, 헤세니까! 헤르만 헤세니까!! 그 외 어떤 이유가 더 필요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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