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14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페이퍼를 이제야 쓰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쓰기 전엔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페이퍼를 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한심하지만 그동안 갖고 있었던 마음의 부담-'언젠가 저걸 다 써야 하는데'-을 떨칠 수 있게 되어!!!! 시원하기도 하다!!!!!!!!!! 15기 신간평가단 첫 리뷰를 쓰기 전에 활동 마감 페이퍼를 쓰는 거니까 뭐 괜찮겠지? (괜찮긴 뭐가 괜찮…쯧;)


여튼간.


사실 2014년에는 책을 많이 못 읽었다. 고3 때 이후 제일 적게 읽었던 것 같다. 한 번 집어든 책도 끝까지 읽질 못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삶은 가라앉고 마음은 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평가단 활동을 한 덕분에 여섯 달 동안 좋은 책들을 계속 만날 수 있었다. 첫 달부터 그랬다. 마스다 미리의 책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도, 계속 낄낄거리며 어찌나 즐겁게 읽었는지.


솔직히 12기 때나 13기 때에는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은 적도 있었고(뭐 다 지나간 일이니까 어떤 책이었는지도 그냥 쓰자면ㅋㅋㅋ 지옥설계도밀수꾼들…하아…읽기 싫었다囧) 읽고 나서 '아 별로다 이거…'하는 생각에 허탈했던 적도 있었다(남자를 위하여끝까지 연기하라를 읽고 그런 기분이 엄청 많이 들었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절대로!!!!!!!!!). 근데 14기 때는 그런 적이 거의('전혀'는 아니었다ㅋㅋ) 없었다. 대부분의 책이 마음에 들었고 그 책을 읽는 순간들이 행복했다. 읽고 나서 이건 나만 읽을 수 없다!! 며 새 책을 새로 사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베스트5를 꼽는 게 참 힘들다.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고, 그 책은 재밌었고 저 책은 기억에 오래 남고, 이 책은 사진이 예뻤고 그 책은 문장이 아름다웠고…아아아아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섯 권을 힘들고 힘들게 꼽아 본다.



앞의 네 권은 '이 책 읽고싶어요읽고싶어요엉엉엉'하며 주목신간 페이퍼에서 추천했던 책. 마스다 미리도, 레이먼드 챈들러도, 정유정도, 헤르만 헤세도, 다 믿을 만한 작가들이라 고민 없이 골랐다(저 네 작가 중에서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가장 좋아한다. 챈들러와 필립 말로는 정말이지ㅠㅠㅠ 애정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한 권은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무릎을 치며 '역시!!!! 세상엔 나보다 훠어어어얼씬 훌륭한 심미안을 가진 분들이 많아!!!!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했던 책.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따뜻했고, 나는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나는 엄청 재미있었고,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감동적이었고, 헤세의 여행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흐엉.


마지막 책은 대충 몸을 구기고 앉아 몇 쪽 읽다가 '역시!!!! 너의 추천 따위!!!!!!!!!!! 세상엔 너보다 훠어어어얼씬 훌륭한 심미안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마라!!!!!!!!!!!!!!!!!!!! 이 책을 추천해주신 신간평가단님들 감사합니다ㅠㅠㅠㅠ'라며 스스로를 꾸짖은 뒤 자세를 바로잡고 정좌하여 읽었던 윤대녕소설가의 에세이. 윤대녕소설가의 소설을 하도 어렸을 때 읽어서, 그리고 사실 몇 편 안 읽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윤대녕 뭐 별로-_-'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부끄러운 무지의 소산이었는지 이 에세이 덕분에 깨달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윤대녕소설가님(__)


저 책 중 한 권을 굳이 꼽아야 한다면, 아, 정말 어렵지만, 절대 쉽지 않지만…그래도 골라야 한다면…입술을 물어뜯으며 마스다 미리의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꼽겠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던 봄날의 퇴근길이 아직도 기억난다ㅎ 힘들게 봄을 나던 내게 위로가 되어 주던, 평범하지만 유쾌하고 소박한 만큼 귀여운 이야기. 작년에 쏟아진(!!!) 마스다 미리 언니의 수많은 책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을 만 하다고 주장해본다ㅋ



이제, 15기에서는, 어떤 책을 또 만나게 될까? 첫번째 페이퍼에서 추천한 책은 몇 권이나 선정될까? (전망은 밝지 않다ㅋㅋㅋ) 설레는 마음으로, 첫 선정도서가 발표되기를 기다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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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13기 신간평가단 때는 에세이 부문에서 활동했다. 소설만 평생(!!) 줄창(!!!!!!!) 읽어왔던 내가 소설 아닌 다른 책들을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삶에 여러 가지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었을 게다. 처음엔 에세이를 읽는 게 좀 어색했지만(워낙 에세이를 잘 안 읽어왔었다;;;) 첫 번째 리뷰도서로 선정된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므너므너므너므 마음에 들어서!!!! 첫 달에 바로 에세이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한 보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ㅋㅋ 헤세의 저 책은 정말이지 너므너므너므너므너므 감명받으며 읽어서(강조강조강조강조)!!!!!!!!! 선물도 많이 했더랬다. 


반전의 순간은 몇 달 후 찾아왔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레출판사 판 정원 일의 즐거움을 발견한 것. 엉 이건 뭐야? 내가 좋아하는 책이랑 비슷하잖아? 하면서 쉬리릭 읽었는데 아아…저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는 것. 게다가 저 책은 품절됐다는 것. 이레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정원 일의 즐거움의 판권을 웅진에서 사서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새로 낸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한다. 


이레에서 참 좋은 책이 많았었는데 안타깝다. 이레에서 나왔던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들도 이제는 시공사에서 나오던데, 전두환 때문에-_- 시공사에서 나온 책은 절대 안산다!!!! 아무리 좋아도 빌려볼테다!!!!!! 라는 신조(라 하니 좀 쑥스럽군)가 있어 한 권도 사지 못하고 있다. 최일구 앵커 생각하니까 더더욱 안타깝고ㅠㅠ 근데 뭔가 글이 점점 산으로 가는 느낌? 그만 정리하고 13기 신간평가단 때의 베스트5를 꼽아봐야겠돠하하하하하;;;






가장 좋았던 책을 꼽는 건 쉬웠다. 고민도 하지 않고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세의 저 책이 정말이지 너므너므너므너므너므너므 아름다웠으니까…벌써 세 번째 강조ㅋㅋㅋㅋ


그 다음 세 권을 꼽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김중혁소설가및에세이스트및카투니스트및방송인(으엥?)의 모든 게 노래는 나올 때부터 엄청 기대했었고 예약판매로 구매했었고 사인본을 받고 신나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간평가단 추천도서로 꼽았던 책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김중혁소설가님 어디서 보고 계십니꽈? 네?? 이렇게 충성심이 강합니돠!!!!) 인생의 목적어를 읽을 때는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눈물을 읽을 때는 죽음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다. 두 책 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마지막 한 권을 꼽는 게 제일 어려웠다. 책으로 가는 문도 좋고 작가의 얼굴도 좋고. 리뷰를 쓸 땐 책으로 가는 문에 별 네개를 주고 작가의 얼굴에 별 다섯 개를 줬으니 그걸로만 비교하자면 책으로 가는 문보다 작가의 얼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던 건데…한참 시간이 지나 생각하니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참 힘들었다. 그렇다고 BEST 5를 6으로 살짝 바꿔치기하기도 좀 찝찝해서, 결국은 책으로 가는 문을 선택. 책으로 가는 문에 실린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담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오래 기억난다는 이유 때문에. 


13기 신간평가단 때의 마지막 페이퍼를 이제야 쓰고 있으니 참 한심하지만ㅋㅋㅋ 지금에라도 썼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편 드는 건 그동안 이게 마음 한 켠에 숙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제 14기 신간평가단으로서의 마지막 페이퍼를 써 보자ㅋㅋㅋㅋ 아이고 계속 한심하여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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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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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강의 중간 비는 시간이면 학생회관 서점엘 갔다. 앞쪽에는 잡지와 교재들, 학교 엽서와 달력 따위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신간과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가볍게 훑어 보고, 소설이 진열된 책꽂이로 가서 한 권 꺼내 서점 뒷편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몇십 페이지씩 읽었다. 사고 싶은 책은 늘 많았지만 지갑은 가벼웠다. 사고 싶은 책등을 쓸어 보고는 빈 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슬펐다.


내가 찾은 대안은 헌책방이었다. 가을의 다람쥐처럼 책을 사모은 것도 그때부터였다. 아니 이 책이 3500원? 헉 이 책은 2500원? 세상에 이 책은 2000원!! 하다 보면 나중엔 무거워 들고 가기 힘들었다. '누가 이거 사 가 버리면 안되는데…'라 불안해하며 오늘 살 책을 고심해서 골라낼 수밖에. 자주 다녔던 곳은 학교 주변의 공씨책방과 숨어있는책이었다. 숨어있는책 아저씨는 가끔 마음 좋게 500원씩 깎아 주기도 하셨다. 어찌나 기쁘던지.


장서의 괴로움을 읽으며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피식 웃었다. 물론 일본의 책 시장과 한국의 책 시장도 다르고, 헌책방 문화도 서로 다르겠지만, 헌책방에서 눈에 띄는 책을 쓸어담으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향해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첫 단계를 자신도 모르게 밟는 건 여기서나 일본에서나 같을 테니까. 인터넷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 목록을 훑으며 마우스를 클릭해 카트를 채우고 마일리지를 계산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아날로그적이고 물질적이며 케케묵은 듯 하지만 마음 편한 무언가'가 거기엔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장서의 괴로움은 표지를 통해 이미 할 말의 80%를 다 해 버린 책이기도 하다. 벽면을 꽉 채운 책꽂이, 책꽂이를 가득 메우고 바닥과 소파에까지 탑처럼 쌓여 있는 온갖 책들, 오래 전부터 그 위에 앉아 있었던 듯 책 위에서 나른하게 하품을 하고 있는 고양이, 쌓인 책 위에 올라가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책 주인…뒷표지에는 앞표지의 '그 주인'이 결연해 보이는 얼굴로 책이 가득 든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드디어 장서를 처분하기로 맘을 먹은 걸까. 아니면 뭐에 홀린 듯 아무 생각 없이 또 책을 한보따리 사 온 걸 수도 있겠지. 보기만 해도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난감한 표정의 아저씨, 아마도 장서가ㅋ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책 이야기가 좌라락 이어지는 장서의 괴로움.



책 속에는 표지의 책 주인 같은 사람들이 줄지어 나온다. 입이 쩍쩍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책이 너무 많아 집이 무너진 사람들, 책을 위해 따로 트렁크 룸(창고 같은 거겠지?)을 임대해 쓰고 있는 사람들, 책을 잘 보관할 수 있도록 집을 새로 지은 사람, 이사할 때 책 상자가 4500개였다는 사람,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발굴용 장서 찾기 지도'를 그렸다는 사람(아니 집이 무슨 미로도 아닌데!)…세상에나, 아이고, 헉, 헐, 으어, 같은 감탄사들이 끊임없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장서가들을 위해 지은이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준다. 책을 2층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바닥을 뚫고 나갈 수 있다든지(헉), 장서는 불에 잘 타니 불조심하라든지(헐),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생활력과 수집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고 가족들도 이해해 준다든지(수많은 덕후들을 위한 생산적 조언이라고 생각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잘 팔기 위한 핵심은 책값 매기기에 있다든지(깜짝 놀랄 정도로 싼 가격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상스러운 마음'은 버리고!!!!) 등등. 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조언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 역시 지금 책을 한정된 장소에 최대한 많이 집어넣겠다는 목적에만 눈이 팔려; 죽여버린 책이 많은지라. 흑흑.



책은 상자 속에 넣어두면 죽는다.

책등은 늘 눈에 보이도록.



다행히도(?) 나는 언젠가부터 책 속의 사람들과는 달리 물질로서의 책에 대한 욕심을 언젠가부터 덜 갖게 되었다. 여러 가지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는 것보다는 읽는 게 중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일 듯하다. 지금은 '믿고 사는 작가'의 신간을 주로 구입한다. 보통은 도서관을 이용하고, 빌려 읽은 책을 덮으면서 언젠가 이 책을 또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구입한다. 정기적으로 더이상 읽지 않는 책은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처분한다(선물하거나 공공도서관에 기증하거나 헌책방에 갖다 팔거나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하거나…). 그게 나에게도 그 책에게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아서.


그 이유 때문인지,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이라는 10장의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독서가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서너번 씩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라는 말,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열어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6백권 있으면 충분하며 그 내역이 조금씩 바뀌어야 진정한 독서가라는 말. 결국 중요한 건 많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보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책을 의미 있게 읽고 오래 읽을 책을 잘 갖추는 게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ㅋㅋㅋㅋㅋ 책을 쟁여두고 싶다!! 지금도 쟁여두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쟁여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책을 많이 사는 데만 몰두해 읽지 못한 책이 수만 권이었다는 장서가의 에피소드를 다시 읽으면서, '그만 욕심부리고 있는 책이나 열심히 읽자-_-'고 스스로를 진정시켜봐야겠다. 부디 도움이 되는 처방이었으면 좋겠는데. 흐흣.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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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녀 2014-12-0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괴로움을 가진 사람이 저 말고도 많이 있었네요..후후
 
[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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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을 읽고 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읽고 도마뱀을 읽고 암리타를 읽던 시절이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글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요시토모 나라 그림의 알 수 없는 쓸쓸함에 마음이 무조건 반응하던 때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비현실적인데도 왠지 공감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청춘이나 소녀, 상처와 치유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곤 했다. 예민하면서도 단단한 그녀의 문장들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는 못했지만.


꿈꾸는 하와이를 받아들고 반짝이듯 눈부신 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파랗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저 바닷빛이라니. 책 제목처럼, 바다의 꿈 같은 색깔이었다. 진초록빛을 내뿜는 야자수 아래 펼쳐진 파라솔과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이 묻어났다. 내심 부러움을 느끼며 책을 펼쳤다. 예의 '요시모토 바나나'스러운, 오컬트적이면서도 소녀스러운 하와이 이야기가 펼쳐지겠거니 짐작했다.


오랜만에 읽는 그녀의 문장은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련하면서도 따스하고 예쁜 말들. 아 그래, 이런 느낌이 바나나의 느낌이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었다. 하와이에 대한 사랑이 담뿍 담겨 있는 글들을.


이 바람이야말로 하와이구나, 하고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몸이 둥실 떠 있는 듯한, 딱 맞는 온도의 물에 언제까지나 포근히 잠겨 있는 느낌.

아무리 상상해 봐야 실제로 가지 않고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눈을 감고 있어도 언제나 바람이 나를 감싸고 있는 그 느낌.

그렇게 멋진 풍광을 안고 있는 지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8쪽)


상처 입은 자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 역시 변함 없었다. 담담한 말투에서 타인이 입은 상처를 조용히 응시하는 사려 깊음과 진심 어린 슬픔이 느껴져 나의 마음도 아팠다. 단순한 동정이나 냉정한 타자화보다 훨씬 아름다운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와이키키에는 빛만이 아니라 다양한 어둠도 존재한다.

할머니는 인형 하나하나를 껴안고 볼을 비비고, 그러고는 땅에 내던졌다가 다시 주워서 껴안으며 사과했다.

이 할머니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하고 나는 무척 슬퍼졌다. 아마 이 장면과 비슷한 어린 시절이었겠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30-31쪽)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한 아들의 엄마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늘 소녀 같고 청춘 같았던 요시모토 바나나가 엄마라니, 어머니라니, 학부모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금세 잊혀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조금 더 따듯해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자신의 아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염려,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심이 책 속 가득 펼쳐졌다.


마음껏 비에 젖고, 화창하게 갠 날에는 빨래를 널어 뽀송뽀송해진 옷에 얼굴을 묻고, 반짝거리는 숲 속을 걸으면서 심호흡을 하고, 잔디에 누워 데굴데굴 구르고, 그 언저리에 돋아 이는 먹을 수 있는 풀을 뜯어 샐러드를 만들고, 바닷속에 들어가 성게를 캐다 먹는 일,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상의 기쁨, 신의 선물이다.

그럴 수 없는, 모든 것이 오염된 날들을 우리는 지금 보내고 있다.

잘못된 일이다. (중략) 이상론을 내세우지 말고, 문제 하나하나에 대책을 마련하고, 매일을 성실하게 주의하며 살 수밖에 없다. 있는 힘을 다해. (138-139쪽. 개인적으론 저 '있는 힘을 다해'라는 부분이 지극히 요시모토 바나나답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에 대한 여행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분명 탐탁지 않을 것이다. 꿈꾸는 하와이는 '하와이 여행기'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마우이 지역의 맥주가 맛있다든지, 와이키키 구석에 색다른 호텔이 있다든지, 하나우마베이 해변은 유료라든지 등등…) 하와이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 하와이에서 보낸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표현한 글이라 보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하와이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독자나 스펙터클한(!) 여행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는 독자에게는 불만족스럽겠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선물을 받은 듯 반갑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책을 읽은 후 하와이에 가고 싶어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듯. 이런 문장을 읽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휴,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데?


하와이는 정말 천국과 비슷하더군요. 그 바람과 햇빛의 느낌이. 그래서 다들 하와이에 가면 천국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요. 천국이 하와이 같을 겁니다. 사람들은 천국을 기억하고 있는 거죠.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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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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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헤세의 에세이를 읽었다. 정원을 가꾸며 쓴 글과 그림이 함께 실려 있는 책이었다. 헤르만 헤세라니, 참 오랜만이었다. 데미안과 수레바퀴 밑에서, 싯다르타를 처음 읽었던 게 중고등학생 때였으니까 스물한두살 이후로는 헤세의 글을 거의 읽지 않은 셈이다. 데미안과 한스와 고빈다 대신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는 헤세의 초상을 먼저 떠올리고 말았다. 표지를 넘기며 여유롭고 평화로운 노인의 세상 다 산 이야기 같은 거라면 별로 읽고 싶지 않은데 어쩌지, 했더랬다. 다행히 몇 장 넘기지 않아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확인했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 경험 때문이었다. 헤세의 에세이를 또 읽고 싶었다. 처음 몇 장은 잘 읽히지 않았는데-번역 때문인가? 라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더랬다-헤세가 보덴 호수 근처에서 살아가던 시기의 에세이를 모은 2부부터는 넋을 잃고 읽었다. 떠들썩한 놀음거리도, 화려한 구경거리도, 명예로운 자랑거리도 나오지 않는데 글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에는 포스트잇을 붙여 놓곤 하는데 2부엔 도저히 붙일 수가 없었다. 모든 장에 다 붙일 수는 없었으니까. 마음이 뭉글뭉글해지는 구절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우리 모두가 한때 소년으로서, 대담하고 뻔뻔한 소년으로서 삶에 관해 우리의 당연한 권리로 기대했던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 중 실제로 실현된 것은 얼마나 형편없이 적었던가. 그렇지만 삶은 살만하고 아름답다. 삶은 신성한 힘으로 매일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중략) 그들은 나중에 장미 대신 하찮은 잡초가 자라는 한 뙈기의 거친 땅을 발견한다. 그들은 잡초를 꽃다발로 묶어 창가에 세운다. 저녁에 어둠이 색깔을 없애고 노래 부르는 바람이 멀리서 불어오면 그들은 다발을 애무하며 미소 짓는다. 마치 장미라도 되는 것처럼, 또 바깥의 밭이 동화의 정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78쪽)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헤세의 글은 젊다. 자유롭고 청명하다. 종이끼리 부딪치면 쨍 하는 종소리가 맑게 울릴 것만 같다. 글 속 헤세의 영혼에는 소년이 있다. 두렵지만 겁내지 않는, 위협에도 미소로 답하는, 슬프지만 웃는, 유머러스함이 있다.


밖에서는 소나기가 맹렬히 쏟아졌고, 마을 골목은 누런 개울이 된다. 지붕은 쏟아지는 호우로 인해 하얀 빛으로 반짝인다. 호수 너머 저쪽에는 번개가 치고 우르릉 쾅 하고 천둥 소리 울린다. 나는 이런 미쳐 날뛰는 광경에 소년 시절처럼 불손한 쾌감에 사로잡힌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긴 장화와 로덴 천으로 만든 비옷을 입는다. 머리에 모자를 눌러 쓰고는 크게 노한 시끄러운 뇌우 속으로 걸어 나간다. (100쪽)


그 유머러스함이 감동적인 건,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무책임한 낙관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어두움과 밝음을 모두 바라본다. 그저 조용히 바라본다. 차분히 자신을 흐르는 물 위에 내려놓는다. 물질이나 명예를 탐하는 마음, 가식이나 허세를 부리는 마음이 물 밑 저 바닥으로 가라앉은 후 남은 그의 영혼이 물에 비친 자신과 눈을 마주친다. 뭐가 맘에 들고 뭐가 맘에 안 드는지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현재를 향유한다. 컴퓨터로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타닥타닥 쳐내려간 글 같지 않고, 붓으로 유려하게 그려내려간 수채화 같다.


회고는 멀리 떨어진 날들의 즐거움을 다시 향유할 뿐만 아니라 매일을 행복의 상징이자 동경의 목표이며 천국으로 드높이면서, 자꾸만 새로 향유할 것을 가르친다. 짧은 시간 내에 얼마만큼의 생활감정, 온기와 광채를 짜낼 수 있는지 아는 자는 이제 모든 새날의 선물도 되도록 순수하게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고통도 더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그는 큰 아픔 역시 큰 소리로 진지하게 맛보려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두운 날들의 기억도 아름답고 신성한 소유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87-88쪽)


그래서 내게 이 책이 여행기라는 건, 사실 별 의미 없었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고 무슨 사진을 찍고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구경했는지 궁금한 게 아니었으니까. 이탈리아에서건, 말레이시아에서건, 열대 우림 속에서건, 테신에서건, 스위스에서건, 슈바벤에서건, 헤세는 헤세니까. 어떤 장소에 존재하든 방랑 중의 일시적인 머무름이었으니까. 떠나온 곳이 결국 돌아갈 곳이라면 무엇에게도 사로잡히지 않고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니까. 삶이 죽어감과 동일한 의미라 할지라도, 어쨌든 지금 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 나 자신이니까.


방랑에 대한 동경은 고향과 어머니의 추억, 삶의 새로운 비유에 대한 동경이다. 방랑에 대한 동경은 집을 향한다. 모든 길은 집으로 나 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탄생이고, 발걸음 하나하나가 죽음이다. 모든 무덤은 어머니다. (309쪽)


이 책이 여행기여서 좋았던 건, 동양을 바라보는 헤세의 시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해 줬다는 점이다. 아시아를 약탈의 대상이나 신비한 존재로 바라보았던 20세기 초반의 영미인들 및 유럽인들의 시각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지만-사실 이건 그 시대를 살았던 유럽의 지식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아시아인들을 찬미하는 듯한 문장이 이어질 땐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나 역시 21세기를 사는 아시아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ㅠ) 유럽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차별과 약탈을 인식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를 냉철하게 서술해 나가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원시 민족 역시 즉각 나의 사랑을 얻었지만, 그것은 더 어리고 약한 남매에 대한 어른의 사랑이었따. 동시에 이런 민족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형제나 동정하는 친구, 도와주는 안내자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다만 그들에게 도둑, 정복자이자 착취자가 되었떤 유럽인의 죄책감도 눈을 뜨게 되었다. (주약) 유럽의 영혼이 그들에 대해 부채의식과 속죄하지 않은 죄의식에 가득 차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도 지역의 억압받은 민족들은 가령 유럽의 노동자 계급처럼 좀 더 오래되고 같은 근거가 있는 권리를 지닌 채권자로서 우리의 문명에 맞서고 있다. (259쪽)


물론 여전히 아쉬움이 남긴 한다. 글보다는 편집과 번역 때문이다. 주욱 숨을 죽이며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어 이거;' 하게 되는 문장들이 체한 듯 가슴에 걸렸다. 중간중간에 헤세의 사진이 실려 있어 좋기도 했지만, 좀더 컸다면 그리고 컬러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욕심도 들었다. 헤세가 여행했던 지역들이 지도로 실려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이런 아쉬움들을 다 덮을 수 있을 만큼 헤세의 글이 아름답고 글 속에 묻어나는 그의 생각들이 감명 깊기에, 이 책 읽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헤세처럼 늙어가면 좋겠다고 소망하려다가, 아니라고, 그처럼 나이를 먹어도 먹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되뇌어 본다. 무엇을 만나도 웃으려 했던 그처럼 나 역시 웃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잘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며칠 정도나 귀향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인가? 추측건대 아직도 오랫동안 여행할 것이다. 아마 겨울 내내, 어쩌면 평생 동안. 결국은 곳곳에서 이런저런 친구를 만나 저녁이면 포도주를 마실 것이다. 때로는 나의 천사가 어느 어스름한 시간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나리라. 또 내 청춘의 성소들이. 그리고 어디서나 내 자유의지로, 차가운 바람을 맞거나 흩날리는 나뭇잎을 보고 단지 슬퍼하지만 않고 웃으리라. 내가 가끔 그렇게 생각했듯이, 아마 내 안에 어떤 해학가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러면 나는 잘 해나갈 것이다.  (470-471쪽)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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