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필 철회 한 시간 만에 다시 절필

 

1

 

마지막으로 시를 쓴 것은 이십대 중후반(그러니까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쯤)이었다. 나는 시를 쓴다고 깝치면 안 될 놈이야 하는 마음으로 절필을 선언했지만, 그 선언에 관심 있는 사람도, 그 선언을 확인한 사람도 세상에 syo 하나뿐이었으므로, 그리고 애당초 쓰는 일 자체가 세상에 한 점 보탬이 되지 않았으므로 쓰지 않는 일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 서재 친구 분들 중에는 꾸준히 시를 지어 게시하는 분들이 몇 있는데, 한때나마 끄적여 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비종님께서 syo의 서재에 들르셨다가 페터 비에리의 '문학의 정확함'에 대해 생각하시다 좋은 시 한 수를 지으셨기에, 답시를 드리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달고 나서 알았다. 아놔, 나 또 깝쳤어.......

 

그리고 아침나절 한 시간을 매달려 이 흉한 놈을 시랍시고 쓰고 나니까, syo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은 그때 그 절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잘못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꽤나 잘못한 결정 가운데 하나가 이 시를 쓰겠다는 깝침이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하여 또다시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가운데 하나가 될, 두 번째의 절필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안 써, 이제. 안심하세요.

 

 

 

정확함

 

 

당신과 나란히 그 개울을 건널 땐

물살 매서워

그저 그 손이 필요했던 것

여울 밑에 눌러 놓은 우리 불안한 발자국들이

그대로 네 줄 길이 될 줄이야

 

이제 우리 물을 다 건너

당신은 당신에게로 갔고

나는 혼자 기슭에서 돌아보며

저 길이 다 내 혼자

내 혼자 뜻으로 닦은 길이라 하고 싶어서

 

물은 아직 창창하고 여태 당신은 오지 않았는데

끊어진 개울의 허리춤에서

짓밟힌 물풀이 울음이 들려

나는 얼른 당신의 공백을 훔쳤지

없는 당신의 이름을 대려고

당신이 간 방향을 가리키려고

 

당신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고 온 목을 축이며

맑고 단 이 물의 값을

누구에게 치를지 그가 물었을 때

혀를 스치는 이름을 간신히 붙잡기도 했지

우리가 찍은 건

발자국이 아니라 도장이라 우기고 싶어

 

끝내 나는 그 모든 침묵을 안고서

돌아온 당신의 손을 잡고 다시 개울을 건널 때

발자국들을 되밟아가며 되돌아갈 때

내 발이 내 발자국에 철컥 맞아 들어갔는데

그때 덜컥 하늘 열리고

솟대처럼 서서 우러러보자

 

퐁당

개울에 별빛 떨어지는 소리

 

 

 

2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the political)’ 같은 구호는 세상에 관해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위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행동을 제안하는 것이다저런 구호의 의미는 종종 불분명하지만휴면 상태의 암시를 담고 있다그 암시는 새로운 상황에서 깨어날 수 있고 개인의 자유와 같은 소중한 다른 가치들을 훼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요구할 수 있다이런 말이 있다자유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경계(警戒)이고경계의 한 가지 중요한 방식은 정치적 수사에 주의하는 것이다.

케네스 미노그정치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제2물결의 슬로건은 모든 사생활을 폐기하고 공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비록 사생활이라고 할지라도 부당한 폭력이 있었다면 더는 개인적인 문제로 둘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과 제도가 개입해야 한다이 정도의 상식조차 사회적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가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권김현영성폭력 폭로 이후의 새로운 문제피해자화를 넘어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다보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책을 고른 것이 아닌데도 이런 문장들을 두세 시간 간격으로 만나는 일이 있다. 이런 비교는 참 재미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말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어떤 말은 가치를 직격하고 또 어떤 말은 가치를 에두른다. 그것은 공격과 수비의 문장이다. 문장은 삶에서 길어 올릴 수밖에 없다. 공격하는 삶은 칼의 문장을, 수비하는 삶은 방패의 문장을 만든다. 그러나 때로는 잘 갈아놓은 칼이 적의 칼과 맞부딪어 공격을 막고, 단단한 방패가 적의 정수리를 내려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칼이건 방패건, 열심히 휘둘러야 하겠다.

 

 

 

3


 

중요한 것은 여기서 말하는 노동계급의 도덕이 결코 노동자들의 가장 흔한 행동과 사고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노동계급 남성의 일부는(물론 중간계급 남성 일부도가정에서 야만적인 폭력을 휘두르지만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가정 폭력을 도덕적으로 용납하지는 않는다노동계급의 도덕은 마르크스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노동계급의 속성이라고 보거나 노동계급이 따라야 할 것으로 제시된 규칙들도 아니다오히려 노동계급의 도덕은 노동계급이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며 역사적으로 발전시킨 가치·규범·교훈이 집적된 것이고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것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이다.

존 몰리뉴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173

 

이 문단에서 깊이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도덕관념이 실제로 어떤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물론 그 문제도 어떤 논점에서는 중요하지만), 운동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도덕을 형성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요는, 만들고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우면서 만든다는 것. 싸움 밖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싸움을 통해 만든다는 것. 결국 싸움이 도덕을 만들고, 도덕이 싸움을 만든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시작점을 명확히 짚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싸우는 도덕이 진짜 도덕이라는 것.

 

 

 

 

-- 읽은 --



요코가와 준, 내가 사랑한 물리학 이야기

존 몰리뉴,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이언 스튜어트, 보통 사람을 위한 현대 수학

김기범, 오늘도, 녹색 이슈

케네스 미노그, 정치

 

 

-- 읽는 --



남경태, 종횡무진 서양사 1

로버트 H. 프랭크,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손기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존 조던, 로봇 수업

김한민, 페소아

비토리오 회슬레, 독일 철학사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10-2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뭐래도 제가 쓴 시보다는 훨씬 낫습니다요, 네.

syo 2018-10-29 12:2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절필이요 ㅎㅎㅎ 안 맞아 나랑 안맞아요-_ㅜ

단발머리 2018-10-29 13:56   좋아요 2 | URL
나도 그 절필 반댈세~~~~~~~~~~!!

2018-10-29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0-2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욕망의 정신분석학이 느껴지면서 난해한...ㅋ
좋은데요 뭐. 계속 써 보지 그래요.
절필 한다고 하는 사람치고 정말 절필하는 거 못 봤어요.
발표를 안한다는 것 뿐 어디선간 깨작거리고 있을 거라능.
늙어서 기운떨어지면 모를까.

syo 2018-10-29 16:01   좋아요 0 | URL
욕망의 정신분석학 ㅋㅋㅋㅋ 뭐 그런 거창한 거 없어요 ㅎ
그리고 정말 늙어서 기운떨어졌어요 ㅎㅎㅎ 메소포타미아 때 20대였다니까요?

2018-10-29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9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8-10-2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그림같은 이야기 시로군요.
‘당신과 나란히‘라는 도입 부분에서 살짝 설레는 포인트가 있구요,
‘당신의 공백을 훔쳤지, 퐁당‘ 부분의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연상되는 장면은 마지막 ‘퐁당/ 개울에 별빛 떨어지는 소리‘의 이미지가 가장 좋구요.
정확함의 절정은 ‘철컥‘과 ‘덜컥‘일까요? 모험 영화에서 문양이 맞아들어갈 때 철컹하며 열리는 동굴의 문이 연상됩니다.
당신에게로 간 당신이 결국 돌아왔군요. 취향이 맞는 시집의 첫 장을 읽은 기분입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데요?^^
(*분위기 깨는 딴지 : 되돌아가는 발이 아까 그 발자국에 철컥 맞으려면 뒷걸음질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만ㅋㅋ)

2. 결국 칼로 쓰이느냐 방패로 쓰이느냐는 그것을 휘두르는 이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말씀이시군요.

3. 싸우는 도덕.. 고고하게 물 위에 떠 있는 백조가 떠오릅니다. 물 아래에서는 치열하게 발버둥을 친다는. 뭐든 저절로 편하게 얻어지는 것은 없나 봅니다.

syo 2018-10-29 20: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되돌아가는 발자국 그거 저도 생각했어요. 얘는 뒤로 걷나.... 얘는 발가락이 앞뒤로 나 있나 ㅋㅋㅋ 그냥 냅두긴 했지만......

시보다 해설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ㅎㅎㅎ

이하라 2018-10-2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필하지 마세요. 곧 또다른 시를 쓰고 계실 것 같아요.

syo 2018-10-29 20:49   좋아요 0 | URL
다시 10년이 지나면 또 모르겠지만 ㅎㅎㅎ 시는 아무래도 저랑 잘 안맞는 것 같아요

라샤 2018-11-0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쓰지 않는 일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는 말이 재미있어요..ㅋㅋㅋ

syo 2018-11-05 14:47   좋아요 0 | URL
재미있지만 사실이지요 ㅎㅎㅎㅎ 반갑습니다, Alain님^-^
 

 

페소아와 스피노자가 나한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죠?

 

 

1

 

레드불 오리지널에 에스프레소 투샷 섞어 마셨던 새벽이 기억난다. 거짓말이다. 그 지옥에서 온 탕국을 마셨던 기억은 나는데 제정신이 아니었으므로 그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거의 기억이 없다. 그래봐야 카페에서 몇 시간 떠들고, 노래방에서 몇 시간 부르고, 햄버거 주워먹으면서 또 몇 시간 떠들고 그랬겠지. 그 새벽만 버티려는 욕심이었는데 그 다음 새벽까지 무슨 수를 써도 도대체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떻게 잠이 들었다 깨보니 다시 또 그 다음 새벽이었던...... 그때 내성이 생겼는지, 이제 카페인 욕조에서 접영을 하다가도 잘 수 있는 체질이 되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 여러분

 

페소아와 스피노자를 동시에 읽는 일은 위험합니다.

 

 

 

2



생각한다는 건 바람이 세지고비가 더 내릴 것 같을 때 비 맞고 다니는 일처럼 번거로운 것. (11)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한 번도 본적 없으므로. / 내가 그를 믿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그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네겠지 그리고 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하겠지 나한테 이렇게 말하면서나 여기 있소! // 하지만 만약 신이 꽃이고 나무이고 언덕이고 태양이고 달이라면, / 그렇다면 나는 그를 믿는다. / 그렇다면 나는 매 순간 그를 믿고. / 내 삶 전부가 하나의 기도요 미사이고, / 눈과 귀로 하는 성찬식이다. // 하지만 만약 신이 나무이고 꽃이고 언덕이고 달이고 태양이라면. / 뭣하러 그걸 신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 나는 그것들을 꽃과 나무와 언덕과 태양과 달이라 부르겠다, / 왜냐하면만약 신이 태양과 달과 꽃과 나무와 언덕을, / 나 보라고 창조한 거라면, / 만약 그가 나무와 언덕과 달과 태양과 꽃들로 내 앞에 나타나는 거라면. / 그건 내가 신을 나무와 언덕과 꽃과 달과 태양처럼 알기를 바라는 것일 테니까. (2527) 

 

나는 마치 금잔화를 믿듯 세상을 믿는다, / 왜냐하면 그걸 보니까그것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지만 왜냐하면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지 않는 것이니...... / 세상은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 (생각한다는 건 눈이 병든 것) / 우리가 보라고 있고동의하라고 있는 것. // 내겐 철학이 없다감각만 있을 뿐...... / 내가 자연에 대해 얘기한다면 그건그게 뭔지 알아서가 아니라, / 그걸 사랑해서그래서 사랑하는 것, / 왜냐하면 사랑을 하는 이는 절대 자기가 뭘 사랑하는지 모르고 왜 사랑하는지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 사랑한다는 것은 순진함이요, / 모든 순진함은 생각하지 않는 것...... (1517)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 95쪽까지의 페소아는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형이상학 꺼지라 그래. 감각도 모르는 것들이. 개념나부랭이나 조작하며 고상한 척 뇌 속 자위하지 말고, . 들어. 만져. 그게 아는 거야. 그게 진짜로 아는 거라고. 진짜로 알아야 사랑할 수 있지. 정말로 아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넌 네 머릿속만에 있는 그 허깨비들을 사랑하니? 만질 수도 없는 그것들을? 그게 사랑이 돼? 안 되지? 그런데도 너 그거, 안다고 할래?

 

너무 대책 없이 막 좋은 거 아닌가. 내가 아는 것만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만 알다가 가기에도, 인생은 너무나 짧다. 진짜로 알고, 진짜로 사랑하려면. 페소아가 한 말이 꼭 이 말은 아닐 수는 있겠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내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생각이 이 순간부터 내가 수없이 만나야 할 갈림길에서 어제와는 다른 선택을 하도록 나를 흔들고 바꾸어 버렸는데.

 

어쩐지 요즘은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을 많이 만난다. 마치 저 위에서 누가 보고 정해준 것처럼. 넌 이제 아는 걸 알 때가 되었어. 네가 아는 아는 게 아는 게 아닌 걸 아니?

 

 

 

3


 

스피노자와의 상성은 항상 좋았다. 대충 들으면 개소리처럼 들릴 말도 개소리처럼 듣지 않도록 오래 앉아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스피노자에겐 있었고(최소한 syo에겐 그 매력이 작동했고,) 그리하여 젊은 날 자신을 건축하는 데 스피노자의 손을 꽤 많이 빌렸다.

 

철학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철학을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 안다는 사실은(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페소아의 시에서도 그랬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겠지만, 그 무엇인가가 철학이라면, 정말로 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철학으로 철학을 설명하지 않고 철학으로 일상을 설명할 것이라고 syo는 생각한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철학으로 잘 설명된 일상이 다시 철학을 잘 설명한다. 이 책이 선사한 그 기막힌 되먹임을 통해 스피노자를 조금 더 잘 알게 되면, syo도 스피노자를 통해 syo의 어떤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돌(특히 남자 아이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르던 꼰대 syo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방탄소년단만큼은 찰떡같이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는가, 같은.

 

 

 

4



이를테면, 전자계산기 등장 이전의 다양한 계산 도구들이 지닌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주판의 단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특히 고양이에 대한취약성. 읽는 순간 께느른한 표정의 러시안 블루 한 마리가 두 시간째 세금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집사의 책상 위를 지나가면서 그 푸른 꼬리로 주판을 툭, 건드려 모든 걸 망쳐놓는 장면이 떠올랐다. 집사가 그야말로 뭉크의 그림 속에 나오는 표정이 되어 괴성을 지르는데, 그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난리를 치는가 인간, 이 하등한 동물이여, 하는 얼굴로 슬쩍 한 번 돌아봐주면서도 여전히 우아한 발걸음을 옮기는 고양이.

 

그러고 났더니 갑자기 읽기가 따뜻해졌다. 쉽고 따뜻한 책이다.

 

 

 

 

5


페터 비에리의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은 얇지만 많은 말을 던지는 책이어서 다 읽고 난 뒤에도 생각의 꼬리가 길게 이어졌다. 특히 문학적 언어의 특징을 정확함이라고 짚은 데서는 묵직하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syo는 그간 문학에 아름다움을 위해 다소의 정확함을 희생시키는 일이 허락된 글쓰기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동시에 아름다운 문장이면 더할 나위가 없을 글쓰기정도의 자리를 매겨 온 것 같다. 정확해서 아름다운, 정확하므로 아름다운 글이 문학적 문장의 본령이 아니냐는 지적은 과격하지만 날카로웠고, syo에게는 아름다움정확함이라는 두 줄의 잣대를 다시 세워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로 다가왔다. 침대에 누워도, 책상 앞에 앉아도,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윤성희를 읽었다. 정확해서 아름답다는 것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그 윤곽을 더듬어 나가는 읽기가 되었다.

 

 

 

-- 읽은 --



발타자르 토마스,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윤성희, 첫 문장

폴 록하트, 숫자 갖고 놀고 있네

미하엘 보르트, 철학자 플라톤

 



-- 읽는 --



존 몰리뉴,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야마모토 토시로, 문과생도 이해하는 확률과 통계

케네스 미노그, 정치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요코가와 준. 내가 사랑한 물리학 이야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8-10-2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지금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읽고 있는데, 문학 언어의 ‘정확함’이 나와서 깜놀했어요...

syo 2018-10-25 15:35   좋아요 0 | URL
알쏭달쏭 이어져 있는 우리의 독서로군요 ㅎㅎ

페크pek0501 2018-10-2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의 글을 읽으니 난 책을 적게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구마구 많이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스피노자라면 저도 책 두 권을 갖고 있으나 하나는 건들이지도 않았고 하나는 읽다 말았다는 생각이 번쩍 번개를 치고...
그래서 저도 이 해에 남은 두 달을 속력을 가해서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빠른 옆걸음질을 합니다.

syo 2018-10-25 17:27   좋아요 0 | URL
빠른 ‘옆걸음질‘이요? ㅎㅎㅎㅎㅎㅎ 재밌고 심오한 표현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그러니까 책이라는 것에 본격적으로 기웃거리기 시작할 때쯤 제게 뽐뿌를 넣었던 어떤 인물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물이었어요. 데리다 읽으면서 고등학교 올라갔다는 무용담을 지닌, 마치 한나 아렌트 같은 사람이었죠. 물론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고 제가 그 사람 블로그를 몰래 구독하면서 혼자 뽐뿌돼서 끙끙거리는 구도였지만...... 10년도 더 된 일이네요. 10년 동안 이것저것 읽었지만 아직 10년 전의 그 사람의 발치에도 못 미친 제가 누군가의 독서 의욕을 고취시킬 수도 있다니, 놀라우면서도 기분이 썩 좋은 일이네요^-^

페크님의 가속도를 응원합니다! F=ma라는데, 저도 꾸준히 페크님의 F가 될 수 있도록 꾹꾹 눌러서 읽을게요.

AgalmA 2018-10-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와 궁합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페소아, 스피노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카테고리에 모일 거 같다는ㅎ 무슨 제목의 카테고리일까 문득 생각하게 되네요ㅎ

syo 2018-10-27 14:31   좋아요 0 | URL
페소아는 이제 처음 읽고 있는 셈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스피노자에 대해서라고 뭐 당당하겠습니까만....) 저는 이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말씀하신 카테고리의 제목이 선명하게 떠오를 때까지 페소아도 스피노자도 자꾸 읽어봐야지요^-^

나비종 2018-10-2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사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당하게 주어로 쓰이고 명료한 특성이 마음에 들었죠. 그런데 갈수록 동사와 조사에 눈길이 갑니다. ‘했다, 하고 있다, 할 작정이다‘로, ‘아‘ 다르고 ‘어‘다르고 활용되는 다양성에서 팔딱거리는 생명력이 느껴져서요. syo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이분은 참, 동사같고 조사같은 섬세한 문장을 구사하시는구나 하구요.^^
‘세상은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라는 시구가 마음에 들어오네요.
‘정확함‘에 대해서는 페터 비에리의 견해에 공감합니다. 보다 자세한 생각은 제 서재에 시로 올려놓았으니, 나중에 한 번 들러보시죠. 일종의 독후‘시‘입니다.ㅎㅎ

syo 2018-10-28 09:52   좋아요 1 | URL
과분한 말씀에 주말 늦잠이 다 달아났네요 ㅎㅎ^-^ 전 깨달음이 얕아서 나비종님처럼 명사나 동사나 조사 같은 것들에 깊은 눈길을 줘 본 적은 없지만, 말씀하시는 뜻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페터 비에리가 한 말이 꼭 이 말은 아니겠으나, 나비종님이 운을 떼신 품사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요, ‘정확하다‘는 말에 대한 성찰 없이 그저 우리가 아는 일상적인 정확함에만 매달린다면 당당하고 명료한 명사를 중심으로 문장을 구성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 자체가 이미 당당하기만 하지도 않고 모서리가 흐릿하거나 여기저기 상처가 난 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면, 그 불완전함을 오롯이 불완전함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단단하지 않은 품사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정확한‘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 아닐까 하구요. 최소한 다른 수많은 글쓰기 책에서 말하듯, 형용사나 부사같은 수식어를 다 쓰레기통에 집어 넣으라는 이야기 같지는 않았어요.
 


Left Boy 

 

1

 

남쪽 바다에는 별이 많아서, 우리는 얇은 이불을 두르고 테라스에 나가 두 몸을 최대한 포개고 서서 한참동안 별을 셌다. 별을 세는 손가락이 뭉툭하여, 또 우리처럼 별들이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서, 혹은 좀 셀만 하다 싶으면 잠깐씩 입을 맞추느라, 우리는 세고, 세고, 자꾸만 새로 세야 했다. 별을 세느라 밤을 새겠구나, 우리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킥킥 웃었다. 그날 그 바다에서도 나는 왼쪽에, 당신은 오른쪽에 서 있었다.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잘 때도 그렇게 잔다. 천장을 바라보고 나는 왼쪽에, 당신은 오른쪽에. 나는 왼손잡이고 당신은 오른손잡이라서 우리는 행복하다. 내 오른손이 당신의 왼손을 잡으면, 우리는 그 손을 놓지 않고도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다. 당신의 왼손이 내 오른손을 잡으면, 우리는 그 손을 놓지 않고도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한다. 이런 행복 만만한 포지션이 발명되었던 첫 밤이 언제였는지를 정확히 기억한다. 당신에게 오른손을 내주고도 내가 잘 쓰는 왼손은 자유로웠으니까. 잠이 든 당신 쪽으로 슬며시 몸을 돌리면 당신의 곤한 잠을 헝클지 않고도 머리를 쓸어줄 수 있었으니까. 새벽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다시 썰물이 되어 돌아갈 때까지 지치지 않고 당신의 어깨를 토닥거리거나, 당신이 자꾸만 걷어 치우는 이불을 끌어올려 주거나, 장난스럽게 당신의 허리를 간질여 당신이 꾸는 꿈을 간질일 수도 있었으니까. 당신은 오른쪽, 나는 왼쪽. 그 밤에 그랬으니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잔다. 그 밤에 그랬으니까. 오늘도 역시 그럴 것이고, 내일도 계속 그럴 것이니까.

 

그날 남쪽 바다 섬의 테라스에서도, 나는 강한 왼손으로 별을 가리키면서 약한 오른손을 당신에게 맡겨놓았을 것이다. 내가 강한 왼손으로 별을 세고, 당신이 강한 오른손으로 이불의 귀퉁이를 쥐고 있는 동안, 내 약한 오른손과 당신의 약한 왼손이 만나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약한 손들은 자기들끼리 힘을 모아 강해지기도 했겠다. 그러다 얼마 못가 알아챘을 것이다. 강하거나 약하거나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겠구나, 이내 깨달았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열렬히 사랑했던 대상을 생각해보라어느 정도까지 그 사랑이 당신의 인생행로에 영향을 미쳤는가아직도 그것이 중요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 사랑이 당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는가당신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쳤는가한 사람국가이상에 대한 사랑이 당신의 삶가치습관을 변화시켰는가그 사랑이 없었다면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지금과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발타자르 토마스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36

 

 

 

2


 

  문학에서는 무엇보다도 문장의 아름다움과 언어의 고상함특이하고 진귀하며 정선된 표현깊고 무거운 은유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그런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우선적으로 고려할 점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상황과 경험을 서술하는 언어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정확하며 어느 것에도 수그리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확함을 향해 노력하다 보면 희귀하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큰 비극은 다른 여느 비극과 마찬가지로 운명의 아이러니다나는 지옥을 거부하는 것처럼 진정한 삶을 거부한다나는 무례한 해방을 거부하는 것처럼 꿈을 거부한다그러나 나는 실제 삶의 더러움과 지루함을 살아간다그리고 꿈의 강렬함과 집요함을 살아간다나는 시에스타에 술을 들이켜는 노예와 같다유일한 몸뚱이에 두 배의 비참함을 진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불안의 책>, 16)입니다.

페터 비에리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63-64

  

첫째. 근래 페소아의 시집 3권이 일제히 번역되어 나왔다. 3권은 모두 페소아 전도사라는 점에서 보면 한국의 타부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김한민 선생님의 노고다. 거의 원맨쇼 수준의 활약 중이시다.

 

둘째. 그리고 어제 서재 친구 설해목님이, 페소아가 썼건 아니건 국내에 발간된 페소아에 관한 거의 모든 책들을 쌓아놓은 사진을 올리셨다. 페소아 좋은 거야 진작에 주워들어서 알았지만, 사진으로 보면 이게 또 뽐뿌가 장난이 아닌거라.

 

셋째. 그런데, syo 역시 최근 알라딘 중고서점에 대량의 책을 판매하고 쌓아둔 적립금으로, 페소아의 이런 저런 책들을 일괄 구매하여 배송을 기다린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와중에 뜻밖에도 저런 대목을 만난 것이다. 물론, 페터 비에리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파스칼 메르시어"와 동일인물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그의 다른 책에 페소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온전히 뜻밖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페소아지. 페소아기는 페소아겠는데...... 될까? 불안의 책만 해도 발간과 동시에 구매했으나 3년째 지금 책장에서..... 가끔씩 책장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3

 


롤스는 다른 기본적 자유도 양심의 자유를 일반화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기본적인 물질적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물질적 이득에 대한 관심보다 자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해지므로 자유의 절대적 우선성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롤스는 경제적·사회적 가치의 한계 효용은 감소하는 반면 자유의 한계 가치는 점증한다고 보며 이 두 한계 효용이 교차하는 지점에서부터 자유 우선을 요구하는 특수한 정의관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황경식존 롤스 정의론』 94


그러니까 기본소득.

 

어제 오늘은 어쩐지 기(승전)본소득 구도로구만.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성애자 syo입니다.......

 

어제랑 다른 책들


 

 

 

-- 읽은 --



황경식, 존 롤스 정의론

페터 비에리,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 읽는 --



폴 록하트, 숫자 갖고 놀고 있네

발타자르 토마스,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김한민, 페소아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존 조던, 로봇 수업

 

 

-- 이런저런 방식으로 오늘 만난 --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뒷북소녀 2018-10-2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프트 보이 읽다가 훅 빠져버렸어요. 페소아, 페소아. 저도 출간되자마자 사두고서는 아직입니다.

syo 2018-10-23 23: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야말로 페소아를 읽어버릴려구요. 올해가 가기전에 끝장을 낼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으하하..

단발머리 2018-10-23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소아 책 중에 읽다 포기한 책이 <불안의 책> 같은데 이 페이퍼 읽다보니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뜻모를 희망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기본 소득 책은 <리얼리스트를 위한~ > 1권 읽었으니까 패쓰하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레프트 보이 어째요. 자꾸 왼쪽만 쳐다보게 만들어서는..... 넘 로맨틱한 거 아니예요? ^^

syo 2018-10-23 23: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left lady‘ 라는 노래 들어보셨어요??

단발머리 2018-10-24 08:12   좋아요 0 | URL
일부러 찾아서ㅋㅋㅋㅋㅋㅋ 들어봤죠~~~ 좋네요, left lady도.
그래도 난 left boy가 더 좋은데요^^

syo 2018-10-24 08:56   좋아요 0 | URL
프로필이미지나 평소 하고 다니는 짓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left boy라는 제목을 보고 좌익 소년에 관한 이야기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했을 분들께는 죄송스럽네요 ㅋㅋㅋㅋㅋ

북다이제스터 2018-10-2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스 얘기가 사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주변에서 보는 현실은 도통 아닌 것 같습니다. ^^

syo 2018-10-24 08: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그러게요. 역시 혁명뿐인건가!!

목나무 2018-10-24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왼손잡이이지만, 전 오른손 위주의 세상이 나를 밀어버린다고 맨날 불평만 합니다. 앞으로는 저도 syo님처럼 로맨틱하게~~^^
페소아. 온몸으로 불안을 살아낸 그분의 글에 우리 모두 풍덩 빠져보아요. ^^

카알벨루치 2018-10-24 10:56   좋아요 1 | URL
설해목님 페소아로 알라딘에서 영향력을 주십니다 문동꺼 살려다 저는 배수아님이 번역한 <불안의 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

syo 2018-10-24 11:21   좋아요 2 | URL
지금 알라딘의 어느 곳에서는 페미니즘 책 읽기 동아리가 발족하여 활동중이던데,
우리는 페소아 읽기 동아리 같네요. 페소아이들.

카알벨루치 2018-10-24 12:11   좋아요 1 | URL
🤣 🤣🤣🤣🤣

stella.K 2018-10-2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오랜만에 달달하게 시작하는군요..

페터 비에리가 리스본 야간...의 작가였어요?
그런데 책은 되게 얉군요.
저는 어제 십이국기 예스24에서 중고로 두 권 나온 게 있어 샀는데...
할인도 무려 4천원이나 받고.
그것도 transient-guest님 사주 받고 샀어요. 책 안 사려고 했는데...ㅠ
페소아, 페소아라...
서재 분들을 안다는 건 어떤 의민지 모르겠어요.ㅠㅠ

syo 2018-10-24 11: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십이국기 사셨군요. 저한테는 참 각별한 책이지요.
20대 극초반에 읽고 크게 감명받고는 지금 사용중인 syo-로 시작하는 이 아이디를 만들어냈지요.

서재 친구가 늘어난다는 건 지갑이 얇아진다는 의미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

stella.K 2018-10-24 11:31   좋아요 0 | URL
헉, soy가...?! 그렇구나...
진작 밝혀 주시지 안쿠.ㅋ

그런데 저 비에리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상황과
경험을 서술하는 언어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
정확하며 어느 것에도 수그리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란 말에 동의해요.
멋진 사람 같습니다.
야간 열차 읽어야 하는데...ㅠ

syo 2018-10-24 11:32   좋아요 0 | URL
정확하게 쓰면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편견을 싹 씻어내면서.... 정확하면서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서 정확하므로 아름답다니, 대단하지요?
 

 

당최 떠날 생각을 않는 무기력과 비참, 그 와중에도 올 준비를 마친 우울과 절망

 


1

 

돼룩돼룩 살이 찌고 있다. 말이 살찌는 계절에. 내가 말일 줄이야. 100미터 18초 겨우 뛰는 내가 말일 줄이야말은 말인데, 책 읽는 말은? sy......

 

말 같잖은 말로 말장난 하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말, 책 읽는 말 syo말은 말이 되었다 말았다 하는 말인데 말씀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이래저래 제정신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2

 

지금 막 손바닥이 폭발할 듯 세차게 박수쳐 모기 한 마리를 잡았다. 2018년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이 시점에. 생태계도 요즘 이래저래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3



이놈의 세상도 이제 이래저래 제정신인 인간으로 살기가 어려운 곳이 되고 있다. 제정신인 로봇으로 살면 모를까. 되어가는 분위기가 정말 인간의 시대에 로봇이 찾아든 게 아니라 로봇 시대에 인간이 불시착했다는 느낌인 요즘이다보니, 이 책의 네이밍 센스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인간의 밥줄은 점차 가늘어지다가 마침내 소멸되리라는 사실이 불을 보듯 뻔하고 불에 덴듯 따가운 상황인데도, 가지각색의 인간들이 세상을 종횡무진하며 다채롭게 물을 타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발명되던 시절에 마부 일자리 걱정했지만 실제로 자동차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사례를 무슨 물리법칙이라도 되는 양, 앞으로의 사태를 전망하는데 그대로 가져다붙이는 치들의 낙관적인 태도를 보면 순진한 건지 무식한 건지 잘 판단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내가 로봇이라면, AI라면, 저게 순진과 무식 가운데 어느 쪽인지 1나노세컨드 안에 판단할 수 있다! 바로 이게 무서운 지점이고 이전과는 다른 지점이다. 이번 발명품은 인간보다 더 나은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법조계? 의료계? 최소한도만 남기고 아작 난다. 문화 예술계?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소비자들의 안목이 대중화하고 획일화할수록, 더 빨리 대체될 것이다. 끝났어. 인간의 노동은 다 끝났어. 이제 최소한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라도 기본 소득 말고는 뚜렷한 답이 없다고..... 이제 논의 좀 하자구요......

 




4


  

왜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기력한날에, 스피노자는 비참한날에 읽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었고 읽는 중이다. 요즘 남부럽지 않게 무기력하고 비참한 중이기 때문인데, 일단 아리스토텔레스를 다 읽었지만 무기력을 떨치고 나오지는 못했다. 책이 괜찮았음에도. 그렇다면 스피노자를 읽고 나서도 여전히 비참할 것이란 말인가? 니체(우울)와 키에르케고르(절망)도 있는데...... 정말 우울하고 절망적인 소식이다.


그나저나 얘네들 색깔 참 이쁘게 잘 빠졌다. 되게 사 모으고 싶게 생겼다.





5



저자 : (...) 여기서 때로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면 그 역시 선한 행동이 아니겠느냐 하는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하나의 행위에 일정 확률로 좋은 일도 일어나고또 다른 확률로 나쁜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그 행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어느 정도 확률을 가지고 계속해서 좋고 나쁜 산물을 낳겠죠그렇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확률을 따지며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요확률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환경에는 이런 의문들이 깔려 있습니다.

 

청중 의도를 가지고 결정해야 하는가결과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하는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수학적인 개념 하나를 받아들이는 데 거의 200년 가까이 걸린 셈이군요?

 

저자 그런 딜레마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희곡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군요바로 T. S. 엘리엇의 희곡 <대성당의 살인>입니다이 희곡을 대학생 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130-131)

  

'대학생 때'. 이 네 글자가 무기력과 비참과 우울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단어가 될 수도 있다니. 저자 소개를 참조하자면, 지은이 김민형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때 몸이 아파 학교를 쉬었다는데 그때부터 혼자 공부하기 시작하더니 뚝딱 서울대 수학과 입학. 개교 이래 최초 조기졸업생. 예일에서 박사 받고. 지금은 옥스퍼드 수학 정교수.

 

대학생 때, 그러니까 서울대 수학과 조기졸업 할 만큼 공부하던 때, 그때 엘리엇(살면서 엘리엇을 읽었다는 비전공자는 보기는커녕 듣는 일조차 처음)의 희곡(셰익스피어를 제외한 희곡을 읽는 사람 역시 알라딘에서조차 만나기 쉽지 않음) 대성당의 살인(세상에 이런 책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음)을 읽었다는 것인데...... 이건 재능도 재능이지만 열정과 노력의 문제이기도 하잖아. 아버지 이런 거 잘 안 믿는데, 그럼에도 아버지가 한 나라에서 맨 앞자리를 다투는 인문학자라면 이야기가 다른 모양이다. 수학책인데도 이례적으로 근 한 달 만에 6쇄를 찍었다기에 의아했는데, 이 정도면 그러고도 남음이 있다.

 

 

 

-- 읽은 --



다카하시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다미엥 클레르제-귀르노,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읽는 --



황경식, 존 롤스 정의론

존 몰리뉴,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발타자르 토마스,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8-10-2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엔 책 시리즈 겉표지는 구매 욕구를 확 당기네요. ㅎㅎ
홉스봄 책도 제게 요즘 확 땡기는데 함께 읽어요. ^^

syo 2018-10-22 20:44   좋아요 1 | URL
북다님과 같이 읽는 게 제게 좋은 일이기만 할까 싶습니다. 같은 책 페이퍼가 동시에 올라오면 제가 스피노자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자동으로 니체해지고 마침내 키에르케고르 해질까 봐.....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8-10-22 20:47   좋아요 0 | URL
책 친구... 제 멋대로 생각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옆에서 든든해서 드린 말씀이였습니다. ^^

syo 2018-10-22 21:33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물론 책 친구도 맞는 말씀이지만, 저한테 북다님은 책 ‘친구‘에서 책 ‘선배‘ 사이의 어느 지점쯤 계시거든요.

북다이제스터 2018-10-22 21:37   좋아요 1 | URL
정말 왜 그러실까. ㅠㅠ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ㅠㅠ 제가 몹시 부끄러워집니다. ㅠㅠ

syo 2018-10-22 21:45   좋아요 0 | URL
반사 ㅎㅎㅎㅎ

서니데이 2018-10-2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저녁에 걸어가는데 모기에 물렸어요. 여름보다 요즘에 모기가 더 많이 보여요.;;
syo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yo 2018-10-22 21: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따꼼한 저녁시간이 되셨군요. 모기 색......들 다 죽었으면ㅎㅎㅎ

붕붕툐툐 2018-10-2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초4 때 수학을 포기한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늘 그러하시지만^^)

syo 2018-10-22 21: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책은 별로 소개도 못하고 저자의 영웅담(?)만 실컷 말하고 말았네요.
붕붕툐툐님께 즐거운 시간을 가져다 줄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10-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혁명의시대 한권..한달 걸릴듯 ㅠ
쇼님 👍👍

syo 2018-10-22 21:31   좋아요 1 | URL
하루에 50페이지씩 읽어도 이번달 안에 다 읽기는 글렀네요 ㅎㅎㅎㅎㅎ 으하하하하홉스봄놈

2018-10-22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2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짜 수학 너무 너무 못하면서 저런 수학책은 한 번 봐야되는 거 아닌가 싶고 보면 또 어김없이 절망하겠죠..


저도 요즘 비참과 우울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뭘 어째야 하는것인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ㅠㅠ

syo 2018-10-22 22:16   좋아요 0 | URL
앗, 비참과 우울 몇 기세요?? 동기다 ㅠㅜㅜ 동기여....

카알벨루치 2018-10-22 22:23   좋아요 0 | URL
나도~

다락방 2018-10-22 22:29   좋아요 0 | URL
비참과 우울 동아리.....

syo 2018-10-22 22:37   좋아요 0 | URL
스피노자가 비참을, 니체가 우울을 해치워주는지 제가 몸소 임상실험에 참가하여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동기들이여, 기다리시오.....

꼬마요정 2018-10-2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홉스봄.. 혁명 뒤에 자본과 제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정말 무기력해지는 느낌이에요ㅠㅠㅠㅠ

syo 2018-10-23 08:36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ㅋㅋㅋㅋㅋ 말씀만 들었는데 벌써 무기력해졌어요...

psyche 2018-10-23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기력, 비참, 우울에다가 살이 ‘돼룩돼룩‘ 찌는 거 까지. 제 이야기인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ㅜㅜ

syo 2018-10-23 08:36   좋아요 0 | URL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공통 질병일까요?? 무기력 비참 우울 돼룩돼룩....
 


사람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1


애기 syo는 항시 울 태세를 갖춘 녀석이었다. 뻑하면 울었다. 장르도 가리지 않고 잘만 울었다. 옛날 옛날에, 떡을 파는 가난한 어머니와 오누이가 살았어요, 하면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들은 왜 가난했을까요...... 그 중에서도 동요가 제일 버티기 어려웠다. 구슬픈 멜로디와 함께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기만 하면 울었다. 엄마, 굴 따러 가지 마...... 아기가 혼자 남잖아...... 심지어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 가시는 케이스에서는 멜로디도 신이 났지만 여지없이 울었다. 아빠는 나귀 탔는데 할머니는 왜 그냥 갔어...... 나 고추 먹기 싫어, 맴맴 싫어...... 물론 이것은 추측이다. 운 것이야 팩트지만, 그 이유를 추측할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러던 그 눈물은 중2에 중2병에 걸리면서 사라진 듯했다. 그 시절 이 구역 눈물의 지배자는 동생이었다. 걔는 당시 초등학교에 들어갔는지 들어 갈랑 말랑 했는지 하여튼 그랬는데, 과연 syo의 동생답게 비범한 것이, 울 때면 항상 거울 앞으로 달려가 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울곤 했다. 그 모양을 보는 재미가 중독적이었다. 어느 날인가, 책상 위에 올라간 syo가 양 팔을 날개인양 퍼덕대며 구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 오빠는 하늘나라로 간다...... 잘 있어...... 아프지 마....... 책상보다 조금 컸던 동생은 그런 syo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오빠, 가지 마, 훌쩍, 가지 마, 윽윽윽....... 안됐지만 중2병에 걸리면 자비가 퇴화하는 법이다. 안 돼....... 가야 돼....... 안녕.......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일이 거기까지 진행되면 이제 동생은 으왁 울음을 터뜨리며 거울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syo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거울 앞의 동생을 내려다보다가, 걔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본다 싶으면 재빨리 다시 팔을 흐느적거리면서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다. 가야 돼..... 이젠 가야 돼...... 그럼 동생은 또 거울을 쳐다보면서 목이 째져라 울고, syo는 그 사이 재빨리 웃어뒀다가 동생이 돌아보면 또 가야 된다며 퍼덕거리고, 그쯤 되면 부엌에 있던 엄마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놈 새끼 또 이 짓이네, 하며 syo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그러면 syo도 어쩐지 눈물이 핑 돌며 10년 만에 다시 맴맴 싫어...... 엄마, 굴 따러 좀 가...... 요새 왜 안 가....... 뭐 그런 중학생이었다. 몸이 아파 봐야 겨우 우는. 그랬는데,

 

눈물이 되돌아왔다. 어린 동생의 눈물을 뽑아 먹은 업보가 쌓였던 건지, 요즘의 syoTV를 보다 돈 모아서 아빠 집 사줄 거라며 천 원짜리를 내미는 꼬마 아이가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멍멍이를 보면 콱 하고 목이 멘다. 며칠 치 피로에 잠식당한 여자 친구가 낮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오면 눈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데, 나도- 하고 대답하고 나면 내 목소리가 마치 나처럼 보잘 것 없어서 마침내 눈물이 넘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울면 울고, 울까 봐 운다. 그 사람이 너무 행복하게 웃어도 울고, 그 행복이 도망칠까 봐 운다. 좋은 사람이 많아 울 일이 자꾸 는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몰라, 하고 오늘은 생각해 보았다.

 


그들처럼 고요한 사유의 시간을 서로에게 허락해야 한다각자의 시간 속에서 그는 그만의나는 나만의 치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나눌 수 없는 삶의 몫이 있다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면다만 등을 쓸어내려 주자어쩔 수 없는 마음의 구멍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그저 나란히 걷자그렇게 태양을 향해 걷다가잠시 눈이 멀어 보자.

신유진열다섯 번의 낮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명하고현명한 사람들은 평범하며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결정이 최선임을 알게 되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길 위의 인생


 


2 

 

 

 

요거 귀엽다. 이 작가 귀엽다! 글도 귀엽고, 사는 것도 귀엽다! 남편도 귀여운 것 같다! 귀여운 게 제일 좋은데!

 


 


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에, 나는 무인도에 월든을 가져가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월든을 가져가는 사람과 로빈슨 크루소를 가져가는 사람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180도 다른 인간일 것이다. 당신과 나는 무인도에서 함께 살 수 있을 듯도 하고 없을 듯도 한, 아리까리한 인간들일 것이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유독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역시 당신들은 고급지시네요. 전 펼치는 순간 잠들던데요.

 

 

 

-- 읽은 책들 --



박규리, 아무튼 딱따구리

프랑수아 아르마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리처드 H. 스미스, 쌤통의 심리학

조너선 울프, 한 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 읽는 책들 --



다미엥 클레르제-귀르노,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라인하르트 램포트,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다카하시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손아람, 세계를 만드는 방법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은실 외,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가브리엘 마르쿠스, 나는 뇌가 아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10-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보고 우는 남자라니. 사랑한다는 말에 우는 남자라닛!
아, syo님은 정말 귀여운 사람입니다.ㅋㅋ

syo 2018-10-19 15:25   좋아요 0 | URL
주룩주룩 울진 않았습니다. 그저 그렁그렁했을 뿐.
ㅎㅎㅎㅎㅎ

stella.K 2018-10-19 16:01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우는 게 안 우는 것이 되남요?
귀여운 것이 덜 귀엽냐 이말이어요. 내 말은..ㅋㅋ

syo 2018-10-19 16:36   좋아요 0 | URL
그냥 그랬다구요 ㅋㅋㅋㅋㅋ 으하하

다락방 2018-10-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그 노래 진짜 너무 슬퍼요. 저 조카들 재울 때 자장자장 불러주곤 했는데 불러주면서도 ‘이렇게 서러운 노래를 불러줘도 되나‘ 싶더라고요. ㅜㅜ

syo 2018-10-19 15:36   좋아요 0 | URL
아버지는 나귀 타고 그 노래도 슬퍼요.
아빠는 나귀 타고 할머니는 걸어가는데 왜 그랬냐고 묻는 애한테 조용하라고 고추 먹이고 달래 먹여서 막 맴맴 울리잖아요.... ㅜㅜ

cyrus 2018-10-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러기 수비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만화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그 만화를 다시 봤어요. 동물들이 한명씩 죽어나는 장면은 지금 봐도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입니다. ㅠㅠ

syo 2018-10-20 02:46   좋아요 0 | URL
걔들이 죽었었다구요?? ......(말잇못)

페크pek0501 2018-10-1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뽑으신 인용문은 언제나 멋져 보입니다!!!

syo 2018-10-20 02:48   좋아요 1 | URL
인용문 뽑기상 수상자 syo입니다!
멋진 글 쓰는 사람들이랑 알아보는 페크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모운 2018-10-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딱따구리 읽겠습니다. 그보다 오빠들은 왜 그럽니까? 미친엑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10-20 11: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제 경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작가님 말조심 좀 하세요. 댓글 꼬라지가 왜 이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