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천국 불신지옥


1

 

입문서, 개론서, 청소년용으로 조리된 학습서 등등을 입문서로 통칭하기로 하고,,

철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등 대체로 머리 빠개지는 사상학문들 철학으로 통칭하기로 하면,

 

 

 

2

 

언젠가 ‘철학 입문서의 아이돌이 되어 버리겠노라는 욕망 같은 게 있었다.

 

비전공자에게 철학은 지나치게 어려운 학문이고,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것은 아닌 듯 보이지만 난도나 투입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불필요해 보였다. 알음알음 듣기로는 철학자라는 괴물들조차 모든 철학 원전을 다 읽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러다보니 지상이 평화로운 가운데 저 구름 위에서는 그들만의 전쟁이 항시 벌어지는 중이라 했다. 하이데거 하는 모질이들아, 니들이 니체를 똑바로 읽었으면 이렇게 깝치지는 못했을 거다. 놀고 있네, 우리도 니체 다 읽었거든요? 그리고 니가 니체를 읽으면 얼마나 읽는다고 나대냐, 니가 하이데거보다 니체 더 잘 읽냐? 쯧쯔, 저 니체 것들 하이데거 것들 또 싸운다 싸워, 여러분, 우리는 저런 진흙탕에 발 담그지 맙시다, 칸트 공부하는 사람 가오가 있지......

 

이런 실정이므로(허위사실), syo같은 무지렁이(한없이 투명한 사실)는 당초에 어지간하면 원전을 읽지 않기로 다짐하고 신포도 전략을 발동했다. 철학 저거저거, 너무 많이 알면 왕따 당한다.

 

철학하는 사람들은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꺼림존경이 부적절하게 버무려진 느낌인데 이걸 꺼존혹은 존꺼따위로 부를 수 없(지만 부르고 싶다)어서 생각해봤는데 공포가 딱이었다. ‘경외는 이쪽이 너무 작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 그들과의 대화 국면이 내포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당최 뭔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어서 내면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도, , 지금 저는 너무나도 잘 알아듣고 있사옵니다- 하는 표정 연기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데 있다. , 맞아요, , 그러네그러네정말그러네 같은 사운드 이펙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어색하지 않은 톤으로 재생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지 아시나요? , 철학도여, 그대는 진정 나의 당도둑놈, 당신과 만나면 나는 언제나 현기증이 납니다. 제발이지 나와 만날 때는 티라미수를 지참해줘요...... syo는 저런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또 잘난 척은 하고 싶었어! 그렇다면? 정답은 입문서.

 

syo는 이런 말을 좀 들었다. 이야,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게 그런 거였구나, 되게 쉽네? syo 너하고 이야기하면 철학이 되게 쉬운 것 같아서 좋아. 그럴 때면 늘, 뭘 또 그런 말까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syo는 속으로 생각했다. 으하하하, 당연히 쉽지, 열라 후려쳤으니까! 다 깎아먹었으니까! 으하하하하, 내가 아는 건 죄다 껍데기야. 니들도 원숭이 한 권만 읽으면 다 알게 되는 수준이라고, syo같은 무지렁이들아. 으하하하하하! 언제나 지금처럼 우리 함께 무지렁거리자꾸나! 무지렁무지렁 투게더!

 

물론 저렇게까지 생각하는 미친놈은 아니지만(확신할 수 있는지?), 어쨌든 함께 무지렁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언제나 힘이 되는 일이었다.

 


 

3

 

입문서 덕질의 최대 장점은, 통상적으로 비례 관계에 있는 지식깝침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의 눈에는 하찮아보일지 모르겠지만 입문서를 쓰는 사람 역시 전문가들이다(통상적으로).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이딴 걸 써놨네 하는 욕을 들어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자신의 입문서에 이것만은 반드시싶은 것들을 빠뜨리지 않고 쑤셔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아무리 입문서라지만 꼼꼼히 읽고 나면 어쨌든 아는 게 생긴다.


그런데 그 아는 것이 원전을 통해 깨달은 게 아니라는 인식은 독자를 조심스럽게 만든다. 말이란 옮겨지면 달라지고 독해는 '독자적인 해석'의 준말이므로(날조다), 누군가를 독해하는 것과 누군가의 독해를 독해하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 결국 내가 아는 마르크스는 원숭이가 듣고 알려준 마르크스인 것인데, 그 결과, 내가 아는 변증법적 유물론이 마르크스의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며 권위를 확보하려는 욕망이 발기하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마르크스 대신 원숭이 얼굴이 똭! 원숭이가 바나나로 내 양심을 뽝! 슬그머니 입 닥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심하게 된다.

 

실제로 마르크스를 원전으로 읽어도 내가 깨친 것이 똑바로 깨친 것인지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전의 아우라를 훔쳐내 원전 읽은 놈이라는 아우라를 풍겨 보겠노라는 욕심은 불가항력에 가깝고 그건 syo같은 무지렁이일수록 더 저항하기 힘든 욕망이다. 따라서 애초에 딱, 입문서까지만 읽고, 깝침을 원천봉쇄하기로 한다.

 

정신승리.

 

 


4

 

그런 이유로(?) 오늘도 역시 syo는 입문서 세 권을 읽고 있는데 재미지다.


스피노자에 대해 쓰신 이수영 선생님의 문장은 스피노자를 닮았다. 벤야민을 강의하시는 김진영 선생님의 문장은 벤야민을 닮았다. 그런데 레비나스에 대해 말하시는 문성원 선생님의 문장은 레비나스와 안 닮았다! 이런 불일치는 입문서 덕후의 입장에서 보면 미덕에 가깝다. 일치가 악덕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문성원 선생님의 다른 책을 월초에 조금 읽다가 반납했는데, 그 책에서 선생님의 문체는 이렇지 않았다. 입문서에서는 입문서의 글을 쓴다, 그러면서도 문장의 수준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몇 쪽 안 읽고 바로 문성원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자라던 팬심이 대폭발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렇다. 대괄호[]syo가 붙였다.

 

정확하게 옮긴 건 아니겠지만언젠가 도올 김용옥 선생이 텔레비전에 나와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강준만 교수의 말마따나 도올은 타고난희대希代[](또는 戲臺[])의 엔터테이너 철학자나는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대부분 재미있게 시청했다[]. 어떤 때는 정확하지 않은 얘기를 너무 자신 있게 해서 듣기에 조마조마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보는 재미 중 하나였으니까[]......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은 시원시원함이[자잘한 부주의와 과도한 자신감이라는 허물을[덮어버리곤 했다자못 심각한 문제까지 무겁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풍모[]가 단저미라면 단점이지만어떻든 부러운 재주를 가진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 나름의 통찰력과 진지함을[자기도취적 코믹함과 경박함[]이 완전히 감추지는 못한다도올은 근래 펴낸 한 책에서 종교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문성원타자와 욕망, 55


, 독자가 방심하지 못하도록 움켜쥐는 저 절묘한 단짠의 조화를 좀 보라지. 심지어 단짠단짠단짠단짠하면 단조로울까봐 단짠단짠단단짠짠단단짠이라는 신묘한 변칙 패턴 구사까지! 사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사이에 있는 것들은 그야말로 사족인데도, 이미 선생님의 현란한 드리블에 넋이 나간 syo의 눈에 이제 그런 건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 저 대목은 하이데거를 비판하기 위해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레비나스가 하이데거를 똑바로 읽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어느 선배 학자의 견해를 비판하기 위해서 문성원 선생님이 배치해 놓은 대목이다. 저 문단에 이어지는 도올의 말은 하이데거를 아주 대차게 까고 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자신의 입이 아니라 도올 선생님의 입을 빌려와 차도살인계를 쓰신 것인데...... , 진심 뤼스풱ㅌ.

 

 

 

--- 읽은 ---

+ 하늘이 담긴 손 / 김영래 : ~ 130

+ 우리가 알아야 할 도시재생 이야기 / 윤주 : ~ 184

+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 우치다 타츠루 : 124 ~ 371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67 ~ 223

+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자유 / 엄윤진 : 186 ~ 312

 

 

--- 읽는 ---

= 타자와 욕망 / 문성원 : 38 ~ 107

= 서울, 도시의 품격 / 전상현 : ~ 56

=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김진영 : ~ 67

= 미루기의 천재들 / 앤드루 산델라 : ~ 117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최무영 : ~ 122

=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 이수영 : ~ 130

=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 이정모 : 155 ~ 283




+ 덧, 혹시나 궁금하실까봐, 앞서 언급된 '원숭이'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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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6-25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렁무지렁...입문서 저자의 목소리가 원전과 닮았다 아니다를 말하는 거 자체가 이미 무지렁이 아니란 말입니다!! 책꽂이에 분명 니체의 위험한 책 어쩌구, 자본을 넘어선 어쩌구 등등 많은 입문서가 꽂혀 있는데 그분들이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하고 누가 물으면 제 머릿 속은 타블라라싸 하며 응? 몰라..좋은 말씀..하고 하얘지네요. (지금은 스타 사탐강사가 되어 나를 만나주지도 않는 선배 언니가 oo야 막스가 어쩌고저쩌고 하부구조가 어쩌고 그래서 어쩌고지? 묻는 걸 단칼에 아, 몰라요. 했다가 00야 공부 좀 하고 살자, 해서 빈정상하고 연락 씹던 십 여년 전의 부끄러운 회상도...) 입문서라도 꼭꼭 씹어 썰 풀어주는 syo님을 곁에 둔 친구들은 참 좋겠다!

syo 2019-06-25 08:37   좋아요 1 | URL
언급하신 두 책 다 제 책장에도 꽂혀 있네요. syo가 사랑하는 고쌤 이쌤..... 좋지만 쉽진 않은 책들이었던 것으로...

뭐가 부끄러우시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oo좀 하고 살자‘ 드립은 원래 ‘우리 이쯤에서 서로 왕래없이 지내기로 해‘ 라는 말의 우회로 버젼 아니었나요?? 아니었나??

제 친구것들은 저의 소중함을 전혀 모릅니다. 말많아 귀찮은 놈 취급이지요. 산소 같은 친구 syo여.... 없어져봐야 syo 귀한 줄 알지(알까?)

반유행열반인 2019-06-25 08:47   좋아요 0 | URL
고농도 산소 하에 살기 어렵게 진화해서 그렇겠죠...왕잠자리도 공룡도 될 수 있는데! 아마 syo님을 서울에 빼앗?기고 나서야 산소의 소중함을 깨달을 거에요...syo님께 영업 당해서 이번에는 고쌤 이쌤 대신 임쌤을 영접해 보려 합니다...공대생 출신 철학 저자라니 syo님이랑 비슷?하시네요. 낚였네 낚였어...

syo 2019-06-25 08:54   좋아요 1 | URL
고농도 산소 ㅋㅋㅋㅋㅋ 와 이제 사람들한테 syo 또 욕 먹는다 ㅋㅋㅋㅋㅋ 싫어요 버튼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독서괭 2019-06-2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입문서 쓰셔야 한다니까요..
이반 데니소비치 읽으신 걸 보니 수용소군도에 도전하실 생각이신가요? ㅁ

syo 2019-06-25 15:38   좋아요 0 | URL
그 두꺼운 책 세트가 구비는 되어 있지만, 시작을 할 수 있을지...... 너무 두렵습니다ㅠㅠ

다락방 2019-06-25 15:39   좋아요 1 | URL
오! 아무튼 입문서 너무 좋은 아이디어에요!!

감은빛 2019-06-2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저는 저 원숭이 책 욕 좀 하고 다녔습니다. 입문서도 나름의 방식이 있고, 그 나름의 개성이 있는데, 저런 방식은 개인적으로 좀 거부감이 들어서요.

syo 2019-06-27 21:54   좋아요 0 | URL
저도 마르크스를 원숭이로 시작한 게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그랬거든요. 함량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사실이구요. 근데 현실적으로 원숭이조차 읽히지 않다보니.....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저런 형식이라도, 하는 마음에 아낌 없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작은 생태계의 꼬마 요정

 

 

1

 

편견이니 부조리니 하는 커다란 것들과 시시때때로 싸움 붙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모든 훌륭한 사람의 인생행로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으로 부대끼는 법이라니까, 몸이건 마음이건 아픈 게 참 싫은 나는 되도록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아픔만 감당하며 살고 싶다. 평범하지만 재미있고, 작지만 육즙이 옹골찬 삶을 살 거야. 명절날 알록달록한 산적꼬치 옆에 놓인 자그마한 동그랑땡처럼. 운이 좋다면 계란 발린 동그랑땡으로는 살다갈 수도 있겠지만, 한 입에 다 못 집어넣는 거대한 맛이 되려고 아등바등하지는 말아야지.

 

 

 

2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가로수 잎사귀 위에 눈동자로 시를 써 넣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덜컹 덜컹 밤 속으로 네 시간을 달리던 무궁화 호 창가 자리, 유리창 너머로 천천히 지나가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을 손가락으로 이어가며 아름다운 말을 고르던 그때가 사무치게 그리운 것도 아니다. 두고 온 것들은 두고 온 것들의 자리에 두고 사는 게 딱히 애틋할 일도 아니다. 그런 것들에 꿈이라는 허망한 이름을 붙인다고 좋을 일이 뭐 있을까마는, 뭉그러진 꿈도 꿈이었다 우긴다고 따뜻해질 마음이 있겠는가마는, 그냥 그런 꿈들이 있었고 그런 꿈들과 나란히 내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내게 감추며 살겠다고 욕심 낼 일도 아니다.

 

바람은 흔들고 창은 흔들린다. 커피가 식었다. 나는 가난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어리석고 어리숙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불안한 것도 아니고, 후회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나는 그냥, 내가 있는 공간에 있다. 내가 읽는 책을 읽고, 내가 쓰는 글을 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작은 공간은 그것만 잘해도 얼른 꽉 찬다. 내가 내쉰 숨을 들이마신다. 내가 말하고, 그 말이 흩어지기 전에 내가 듣는다.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다. 되고 싶다면 그저,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지금 여기가 나쁘지 않다. 이렇게 사는 것은 그저 그렇지만 이렇게 사는 나는 좋다. 이것도 하나의 완성이다. 어딘가로 가고 있는 길이 아니라, 여기가 하나의 목적지라고 믿는 중이다.

 



'불행해지지만 말자.'

나는 다짐했다그것이 무슨 일이든 상관없다어떤 선택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무엇이건 상관없다중요한 것은 내가 불행한가 그렇지 않은가뿐이다사실 '불행해지지만 말자'라는 말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불행하다는 것은 어떤 과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상태이기 때문에그렇게 되지 말자고 해서 안 되는 게 아니다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관한 것이 아니다돌아보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통은 참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내 모든 불행의 원천이었다미래에 진짜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뜬구름 같은 행복을 위해 나는 분명히 실재하는 오늘의 고통과 슬픔을 무수히 감내해야만 했다.

김보통아직불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이 괜찮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이야기는 계속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주 만났다가 헤어지며 그리워도 하겠지만 끝내 서로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하지만 그렇게 거듭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당신들이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와 헤이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잃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차마 가져가지 못하는누군가를 사랑하고 다정함을 주었던 사람이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오롯한 빛이니까.

김금희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고금(古今역시 눈을 크게 깜빡이거나 숨을 크게 내쉴 정도로 짧은 순간이다또한 눈 한 번 깜짝하거나 숨 한 번 쉴 만큼 짧은 순간도 조그만 고금이다눈을 깜빡이고 숨을 내쉬는 짧은 순간이 쌓이면 고금이 되는 것이다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수레바퀴처럼 끝없이 번갈아 돌아가지만 늘 새롭고 다시 새로울 뿐이다이 가운데서 태어나고 이 가운데서 늙어 간다그러므로 군자는 이 '삼 일', 즉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유념한다.

이덕무선귤당농소

 

 

 

3

 


  사랑은 여성적인 것의 출현과 더불어 시작된다여성적인 것은 신비와 매혹을 지닌다여성적인 것은 이론적인 인식을 통해 접근될 수 없는 타자성의 특성을 지닌다이 타자성이 여성적인 것의 본질이다여성은 스스로 감추고어떤 지배로부터도 벗어난다바로 이 가운데서 여성적인 것이 지닌 상처 입을 가능성이해 불가능성이 여성의 특징으로 드러난다그러나 여성은 성애를 통해 다른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한다성 관계를 통하여 여성적인 것은 감추어진 것전적으로 타자적인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

  레비나스는 이 감추어진 것을 찾는 몸짓을 에로스라고 본다에로스는 구체적으로 애무로 나타난다애무는 손에 잡으려 하지만 계속 미끄러지는 어떤 것을 만지는 행위이다성 관계에서 이 행위는 더욱더 고조된다. '감추어진 것그것은 무엇인가놀랍게도 레비나스는 이 감추어진 것전적으로 타자적인 것의 발견은 아이의 출산을 통해서 실현된다고 본다감추어진 것은 이제 그 익명성에서 해방되어 이름이 주어지고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다그리고 아이의 출산으로 나와 타자 사이에 일어난 분리와 결합의 끊임없는 운동이 멈추게 된다아이는 '타자가 된 나'이다나는 아버지가 됨으로써 나의 이기주의나에게로의 영원한 회귀로부터 해방된다자아는 이제 타자와 타자의 미래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다레비나스는 이러한 미래와의 관계를 '출산성'이라 부른다.

강영안타인의 얼굴, 39


잘 읽다가도 이런 대목을 만나면 당이 훅 떨어져서 급하게 달달한 다른 책을 찾는다.

 

저런 생각 속에 특별히 위험천만한 여성혐오가 도사리고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적잖이 안타까운 이유는, 다른 누구도 아니라 레비나스가 그랬다는 것 때문이다.

 

syo가 아는 바, 레비나스가 무엇보다 경계하는 것은 동일자적 규정이다. 하이데거의 것은 물론, 니체의 존재론까지 비판한 레비나스는, 존재론이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떤 동일한 것, 존재자라면 모두 지니고 있는 어떤 특성 따위를 전제하고 전개되는 사고다 보니, 그 공통의 특성이 과연 무엇인가는 뒷전, 실제로는 조금 다른 것들은 같게 만들고 많이 다른 것들은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동일자적 사고의 투박한 예시겠지만, 나치즘은 아리아인을 개인적 차이가 무시되는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 속에 집어삼켰고, 유대인을 차이만 드러나는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어 동일자의 울타리 밖으로 집어던졌다. 그래서 우리는 존재보다는 윤리에 기반을 둔 철학을 이룩해야 한다. 이게 레비나스의 사고가 지니는 매력 포인트다.

 

그런 레비나스조차,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는 데 동일자적 사고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씁쓸하다. ‘여성적인 것을 신비로운 것, 이론적 인식을 통해 접근할 수 없는 것, 상처 입을 가능성, 이해불가능성, 전적으로 타자적인 것, 따위로 정의하는 눈은 남성의 눈이다. 여성은 여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 말이, 남성의 눈으로 보든 여성의 눈으로 보든 여성은 타자적이라는 뜻이라면 그것은 혐오발언이다. 이성은 반대 성을 가진 이의 눈으로 봤을 때 타자적이라는 뜻이라면 그것은 여성을 을 가진 동물에서 배재했다는 의미에서 혐오적이거나, 어차피 서로가 서로에게 타자인데 그 타자성을 남성성이 아닌 여성성이라고 이름붙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특별한 의도가 없었더라도, 하여튼 레비나스는 곤란한 상황이다.

 

장르를 불문, 모든 사상의 역사에서 남성은 해석을 독점한 거대한 동일자였다. 그들이 깔아놓은 많은 전제들은 보편적 진리임을 의심받지 않으며 오랜 시간 굳건했다. 자신의 비유가, 온갖 종류의 편견과 억견이 차례차례 무너져 온 역사의 긴 궤도 위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이제껏 한 번도 권력을 놓친 적이 없는 거대한 동일자 집단의 사고에 동기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레비나스는 왜 몰랐을까?

 

이렇게 씁쓸한 마음에 못 이겨(syo는 레비나스 할아버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다정한 할아버지 레비나스 할아버지.....) 책을 덮어놓고, 잠깐 다른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문성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대목이 있다.

 

 

레비나스는 전체성과 무한무렵까지의 저작에서는 나를 맞아들이는 집의 안온함을 여성성이라고 풀이하고 있다이 여성성의 주된 의미가 생물학적인 특징에 있는 것은 아니나이와 같은 설명에는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이후로 레비나스는 여성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나의 동일성이 타자에 의해 형성된다는 데 더 강조점을 맞추어나간다.

문성원타자와 욕망, 37


syo같은 잡놈은 구구절절 너저분하게 쓰는 말, 그리고 그 이상을, 단 세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버리신다. 역시, 이것이 고수의 글인갑소.

 

조금씩 읽고 있는데, 레비나스는 확실히 매력이 있다. 저런 대목은, 그 레비나스조차 피해가기 어려운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촘촘한 그물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그 뿐, 레비나스 사상의 선량함이나 예쁨(정말 예쁨)을 무시하거나 그를 통째로 내다버리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너무 아깝거든. 이렇게 다정하고 착하고 예쁜데.

 



--- 읽은 ---

다가오는 말들 은유 : 158 ~ 343

레비나스그는 누구인가 박남희 : 102 ~ 176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정철훈 : 5 ~ 97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 이정모 : 117 ~ 304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수전 우드포드 : 98 ~ 175

여성전적으로 권력에 관한 메리 비어드 : 58 ~ 141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 109 ~ 335

 


--- 읽는 ---

- 타인의 얼굴 / 강영안 : ~ 57

- 타자와 욕망 / 문성원 : ~ 38

- 세월 / 아니 에르노 : 39 ~ 188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 이정모 : ~ 155

-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자유 엄윤진 : ~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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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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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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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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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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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16: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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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1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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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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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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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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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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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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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쟝 2019-06-30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 훌륭한 독서가 :)

syo 2019-06-30 12:01   좋아요 1 | URL
쟝쟝님 오랜만입니다ㅎㅎㅎㅎ

especially_you 2019-06-30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배우네요 :)

syo 2019-06-30 12:01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ㅎㅎㅎ
Heeheeee님 반갑습니다.
 

 

똥을

 

 

1

 

어쨌든 뭔가 하나가 끝났으니 얼른 또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나라는 인간은 참 뻔뻔스럽기도 하지, 뭐 거대한 업적 이뤘다고 이만하면 좀 놀아도 되잖아- 자기 자신에게 아주 성은이 하해와 같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마치 그까짓 공무원 시험 뭐 별 것도 아니잖아-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은 게, , 나라는 인간은 참 잘기조차 하지, 30분당 한 번꼴로 합격예측 시스템을 방문해 내 등수가 현재 몇 등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소리 없이 웃고 앉았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봐야 뭐 달라질 일도 없다는 건 잘 알지만 그냥 내 등수가 너무 예뻐서...... 나라는 놈이 뭐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챙겨 본 것이 민증 나오고 거의 처음이라서...... 더흑(폭풍눙물)

 

누군가에게는 작고 시시한 일일 수도 있지만 또 어느 누군가에겐 세상 벅찬 기쁨이 될 수도 있는 뭔가를 얼떨결에 손에 쥐고,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생각중이다. 어쨌든 나한테 좋은 일인 건 사실이다.

 


 양치기 개 관리자와 018번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018번이 개에게 덤벼들기 때문이다양치기 개 관리자는 018번을 도축하자고 말한다.

 "이런 양의 유전자가 후대로 전해지면 양 떼에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방목장 안에서 018번이 내게 다가온다나는 018번에게 속삭인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끌자."

악셀 린덴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이는 숲의 나무들은 모두 싸움의 승리자들이다사실 나무 그늘에는 싸움에 패해 사라지고햇볓이 들지 않아 시들어버린 식물이 수도 없이 많다조용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에도 싸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싸우는 식물


 

 

2

 

철 지난 이야기를 하는 꼴이긴 한데,

 

작년까지는 지방직과 서울시 시험날짜가 달랐고, 서울시는 응시자의 주거지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직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서울시에도 응시할 수 있었다. 그 말은, 같은 급수에서 서울 거주자는 두 번(국가직, 서울시), 다른 지역 거주자는 세 번(국가직, 서울시, 지방직) 시험을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승리자는 서울근교 경기도 주민? 하여간, 지속적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어 왔고, 그 결과 올해부터는 지방직과 서울시 시험 날짜가 겹쳐졌다. 이제 지방직 응시가 가능한 이들은 분신술까지 가능해야 작년과 같은 이점을 누릴 수가 있게 되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분신술 시간에 수업 좀 열심히 들어둘 걸. 결국 궈 먹지도 튀겨 먹지도 못할 그놈의 국영수 공부 한답시고, 의무교육만 마치면 남들 다 한다는 그 흔한 분신술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어영부영 고등학교를 졸업한 syo는 결국 서울시와 대구시 양쪽을 접수해두고 간을 보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던 것이다.

 

어쨌든 양쪽 다 실질 경쟁률이 떨어질 것은 자명했다. 그런데 접수 후 며칠이 지나자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syo는 대부분의 공시생들이 syo처럼 두 군데를 다 접수해두고 눈치작전을 전개할 테니, 접수경쟁률 자체는 크게 다운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사람들은 접수 시점부터 이미 어느 한쪽을 정해놓고 올인한 모양이다. , 이 사람들 순한 거야, 순진한 거야. 그것도 아니면 응시료가 아까웠던 거야, 뭐야. 작년 11만명이었던 서울시의 전체접수인원이 42천 명,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syo를 놀라게 했다. 심지어 올해는 작년보다 800명 남짓 더 뽑겠다고 공고한 서울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9급 일반행정만 놓고 보았을 때 작년 771이었던 접수경쟁률은 올해 241까지 떨어졌다. 고민 끝에 지방직만 접수한 착한 수험생들의 탄식소리가 반도를 뒤덮는 듯했다. 이건 하라는 거잖아? 닥치고 서울의 드넓은 품으로 와락 한 번 안겨 보라는 거 맞잖아? 매년 그렇듯 올해도 실제 응시자는 접수자의 절반가량이었고, 역시 9급 일반행정 기준, 작년 431이었던 실경쟁률이 올해는 111로 집계되면서 2019년 서울시 2회 임용시험은 역대급 물경쟁 시험으로 기록되었다.

 

syo의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로에 선 많은 수험생들을 끝내 서울시에 등 돌리게 만든 다양한 범인 가운데, 서울시의 놀랄 만큼 독자적인 출제 경향이 아마 주범은 몰라도 종범쯤은 될 것이다. Q. 다음 보기 중 1960년대 발표된 소설로만 묶인 것은? 물론 과장이지만, 저렇게 생긴 깡패들이 무리지어 두세 놈쯤 튀어나올 확률이 0이 아니라는 사실은 공시생 입장에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더라. 저 좁고 위험한 골목길을 지나가야만 하는가? 모퉁이 너머로 담배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껌 씹는 소리와 가래침 뱉는 소리가 앙상한 앙상블을 이루는 게 뻔히 느껴지는데? 이제껏 살면서 두려운 것이라면 고민 없이 회피해왔던 syo는 이번에도 대책 없이 그냥 저 장르로부터 도망쳤다. 대신 기도를 했다. 부디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그래도 나오면? 기도한다. 오직 기도뿐이다. 제발 잘 찍게 해주세요. 신앙이란 무엇인가. 절박함이란 또 무엇인가. 기도는 또 무엇인가. 신앙 없는 사람의 절박한 기도는 대체 무엇이기에, , 그걸 또 들어주시는가...... 단언컨대, 안 본(못 본)데서 안 나온다는 것은, 수험생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임에 틀림없습니다.

 


사람들은 실패를 설명할 때는 운이 나빴다는 사실을 기꺼이 그리고 재빨리 받아들이지만성공을 설명할 때는 행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그 결과 근거와 믿음 사이에 또 다른 단절이 발생한다통계학자 나심 탈레브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경향이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한다이른바 동기가 부여된 인식motivated cognition의 결과로 여기는 학자들도 있다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좋게 느끼기를 원하고그래서 자신이 매우 유능하다고 여기는 동시에 실패를 자신의 통제 밖에 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가 더욱 빛날 것으로 본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H. 프랭크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우리는 대체로 부모운이 별로고국가운은 완전 꽝인 인생이다그래서 행운을 빌고 또 빈다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불공 드리고 새벽기도 하는 나라국가에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교회에 갖다 바치는 게 평균 기대수익률이 더 높아 보이는 나라에 살고 있다그걸로도 모자라 무속인에게 갖다 바치고타로카드 점쟁이에게 갖다 바친다국가를 믿느니차라리 점쟁이를 믿겠다는그런 나라에 산다그러니 행여라도 사람들에게 "저는 운이 좋았어요"라는 말은 안 하는 게 좋다사람들 마음속에 불꽃이 튄다.

우석훈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3

 


특히 하이데거가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에 의거하여 사람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구체적인 상황 안에 있는 현-존재로 이야기하며존재하는 것은 구체적 모습을 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존재자로존재는 존재자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하이데거의 주장에 크게 매료된다. (22)

 

그러나 그는 윤리를 아리스토텔레스나 칸트처럼 당위나 규범으로써가 아니라 존재론적 차원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윤리 철학을 전개시켜 나간다는 데 특징이 있다. (25)

 

레비나스는 왜 하이데거가 서양의 형이상학 전통을 폐기하고 새롭게 존재 철학으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존재가 아닌 존재자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33)

 

그리하여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해 부려지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인 자유를 방기하고 무책임한 삶으로 일관해 왔다며 레비나스는 자기로 존재하는 존재자의 존재성과 더불어 책임 있는 사람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존재자가 아닌 존재자 중심의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9) 

 

공무원 시험 국어과목 기출문제를 보는 느낌이다. 마치, 다음 중 어법에 맞는 문장을 고르시오- 라는 문제에서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는 보기들을 만나는 것 같은 심정으로 읽고 있다. 저자의 퇴고와 편집자의 검토 가운데 하나만 이루어졌어도 이런 문장들 수십 개가 박힌 책이 시장에 나오기는 힘들다. 이러면 곤란하다. 앞에서 이러고 말아도 곤란한데 책 전체를 통해 계속 이러면 크게 곤란하다.

 

예를 들면불면증과 같은 것을 말한다불면증에 걸려서 하는 일들은 잠든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내가 나의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의 행동이 아닌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그저 있음이라는 측면과 흡사하다고 하겠다. (45)

 

뜻밖에 오래 생각한 대목이다. 레비나스 책에서 레비나스보다 나를 더 사로잡는 것이 불면증이라니. syo는 불면증이 없어서 단언하기는 어려운데, 혹시 저 대목은 몽유병(수면보행증)’을 써야 될 자리에 불면증이라고 써 놓은 것은 아닐까요? 혹시 불면증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해도, 저 자리에 불면증 대신 몽유병을 쓰는 게 더 와 닿는 비유는 아닐까요? 진짜 몰라서 여쭤보는 건데요.....

 

 

 

4



이제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다확실함으로 자기 안에 갇히고 타인을 억압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40대 후반이면 그걸 두려워해야 할 나이다. '글쓰기는 이런 거야' '사는 건 원래 그래'라고 의심하기보다 주장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서글프다.

은유다가오는 말들


일본에서 건너온 인문학 장르의 책은 어쩐지 단언하는 뉘앙스가 강한 편이다. 일본인들은 좀처럼 단언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관념(혹은 편견)과 맞부딪히면 저런 태도가 더 선명해 보인다. syo가 사랑하는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도 단언하고, syo가 무시(혹은 멸시)하는 사이토 다카시 선생님도 단언한다. 개인적 편향에 의해, 전자는 단언하는 맛으로, 후자는 단언하는 짓으로 느껴진다는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단언하고 호언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단언하지 말고, 호언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우치다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는 나는 아직 단언할 때가 아냐라고, 사이토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는 단언은 정말 보기가 그렇군.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차이는 있겠다. 그것 역시 개인적 편향의 결과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yo는 자꾸 단언한다. 그저께 쓴 글을 읽는데, 내가 쓴 글을 보며 역겹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쓰는 건 사실 어쩔 수 없는 데가 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그 자체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또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아는 만큼만 써야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 모두 실제로는 안다고 믿는 만큼만 쓰는 것이 아닌지. 완전히 알고 쓸 수 없기 때문에, 그러자고 들면 아는 데만 이번 생을 쏟아 부어도 과연 다음 생에는 쓸 수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모르고 쓰는 스스로를 어느 정도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넌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면 대들지 말아야지, 고쳐야지, 쓰면서 알아가야지, 하면서 뭐라도 쓴다. 그래서 그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역겨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태도를 경멸하면서도 틈만 나면 저 역시 그런 태도를 드러내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에는 피할 수 없는 환멸이 있다. 단언하는 일은 멋이 있고 힘이 있다.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폐부를 찌르는 말을 만들고 싶은 욕심, 문장으로 타인을 건드리고 싶은 욕심이 승한 사람에게 단언하는 말은 손쉽고 만족스럽다. 그리고 점점 더 센 말, 자극적인 문장을 찾아 헤맬 것이다. 그러다 이번 생은 망할 것이다. 아아아, 난 안 될 거야, 그냥 쓰지 마 이 새끼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이이이이이런 마음일 때, 은유 선생님의 글을 찾는다. 선생님의 글 속에는 삶을 초과하는 글을 누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가득하다. 눈으로 쓰고, 귀로 쓰고, 몸으로 쓰는 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다정하게 알려주는 글들.

 

, 욕심을 내려놓고, 다시......


 

거듭 당부하는 것은 말조심하는 일이다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모든 말을 미덥게 하다가도 한마디만 거짓말을 하면 도깨비처럼 되는 것이니 너희는 정말로 조심하여라말을 실속없이 과장되게 하는 사람은 남이 믿어주질 않으며더구나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 더욱 마땅히 말을 적게 해야 한다.

정약용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타자를 지키려고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김진영아침의 피아노

 

 

 

5

 

역시 일본 책. 심지어 경영관리 전문가의 책. 이 책 역시 단언하는 데가 있다. 그렇지만 철학 사상을 쪼개어 내놓는 방식, 사상의 흐름 가운데서 알맹이로 보이는 개념(르상티망, 페르소나, 앙가주망, 악의 평범성.....)을 쏙 뽑아내 거두절미하는 기술, 다소의 투박함을 무릅쓰고 개념들을 인생, 인간관계, 심지어 경영 같은 영역에 응용해보려는 시도, syo는 이런 것들을 너무 사랑한다. 이해할 수 있는 파편이 이해할 수 없는 전체보다 날카롭다(그러니까 이런 겉멋 든 말을 하려고 용쓰지 말자는 뜻인데...... 하아, 개가 똥을 끊지......)

 

 


--- 읽은 ---

+ 반성 / 김영승 : 77 ~ 184

+ 어제는 봄 / 최은미 : 81 ~ 175

+ 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 228 ~ 395

+ 고전 속에 누가 숨었는고 하니 / 조현설 : 6 ~ 176

+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씨에지에양 : 130 ~ 307

 

 

--- 읽는 ---

- 다가오는 말들 / 은유 : 5 ~ 158

- 레비나스, 그는 누구인가 / 박남희 : 5 ~ 101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 이정모 : 4 ~ 116

- 여성, 전적으로 권력에 관한 / 메리 비어드 : 7 ~ 58

-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 수전 우드포드 : 6 ~ 97

-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 우치다 타츠루 : 9 ~ 123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 4 ~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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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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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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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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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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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4: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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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20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웰컴 투 서울!

syo 2019-06-20 21:03   좋아요 0 | URL
서울 그곳은 무서운 동네.....

다락방 2019-06-20 21:03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다락방이 있는걸요? 🥺

syo 2019-06-20 21: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와 갑자기 겁 하나도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20 21:0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덤앤더머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9-06-20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0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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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19-06-2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팬미팅!!!!

syo 2019-06-20 21:04   좋아요 0 | URL
큰일 날 말씀 하시네요 ㅎㅎㅎㅎ 미팅은 커녕 잘해야 소개팅 각인데요..

북다이제스터 2019-06-2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생각보다 무척 나쁜 동네는 아닙니다. ^^

syo 2019-06-20 21:05   좋아요 0 | URL
저도 서울 좋아합니다!! 모든 연애가 다 거기서 시작되었다는...

2019-06-20 2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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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8: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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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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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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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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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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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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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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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6-2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좋은 소식이 있군요. 축하드려요!!

syo 2019-06-21 21: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생행로가 뜻밖의 방향으로 꺾이려나 봐요 ㅎㅎㅎ

독서괭 2019-06-2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면증을 겪어본 저로서는 공감이 가는 문구네요! 이건 자는 것도 아니요 깨어 있는 것도 아니여.
그나저나 그저께 쓰신 글에 어디가 어떻게 역겹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syo 2019-06-21 22: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잠 잘만 자는 놈이다 보니 와닿지 않았어요. 불면증이 저런 무아지경까지 사람을 몰아붙인단 말야? 했지요 ㅎㅎㅎ

은유 작가님 글 읽다보니까 부끄러워져서요. 제가 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것멑 단단히 들었구나- 하고 평가하게 될 것 같아요....

보물선 2019-06-23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syo 2019-06-23 07:40   좋아요 0 | URL
보물선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2019-06-23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5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5 0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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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7-0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읽어야 하는데, 소요님 글 읽고 힘내서 다시 읽어볼게요.
이해할 수 있는 파편이 이해할 수 없는 전체보다 날카롭다

syo 2019-07-08 13:16   좋아요 0 | URL
전체를 다 건져올리지 못하더라도 한두 꼭지라도 뜻깊게 다가온다면 성공적인 독서라고 생각해요.
뒷북소녀님께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적 계급sex class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성의 변증법을 펼쳐 저런 첫 문장을 만났고, 파이어스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정확히 무엇일지를 꽤 오래 생각했다. 그러니까 투명괴물은, 성적 계급일까 아니면 그 뿌리깊음일까?

 

첫 문장은 뒤따르는 모든 문장이 걸어갈 방향을 지시하는 손가락이다. 만약 보이지 않는 것이 뿌리깊음이라면, 우리는 그 뿌리의 미세한 한 끝을 부여잡은 자리에서 여정을 시작해, 역사를 종으로 문화를 횡으로 엮어가며 성적 계급이 형성된 과정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만약 보이지 않는 것이 성적 계급 자체라면 우리의 임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일, 보지 못하는 사람과 보이지 않게 하는 사람 사이에 놓인 힘의 역학관계를 드러내는 일이 될 테고, 보이지 않음과 보지 못함 사이의 얇은 경계선을 인정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먼저일 것이다.

 

두 개의 길은 물론 끝에서는 만나겠으나 처음 뻗어나가는 방향이 너무도 다르다. 한 권의 책이 곧 한 번의 여행이라면, 첫 문장과 맞닥뜨린 독자는 출발지에 선 여행자처럼 자신이 갈 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있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보폭을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저 문장이 원래 어떻게 생겼을지 살펴보기로 하였다.

 

성적 계급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Sex class is so deep as to be invisible. 


보이지 않는 것은 성적 계급의 뿌리가 아니라 성적 계급 그 자체인 듯하다. 그렇다면 대답되어야 할 질문은 이렇다. 보이지 않는데 있긴 한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것을 파이어스톤은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왜일까? 그리고 감은 눈을 뜰 수 있다면, 혹은 뜬 눈을 감길 수 있다면,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일까?

 

첫 문장을 읽었다. 두 번째 문장으로 나아가기 전에 배낭을 한 번 풀어, syo가 지니고 있는 여행도구들을 점검해보자. 허접해도, 어쨌든 이미 가진 대로 읽어질 것이다. 여행의 모양새는 여행자의 자질과 상관관계가 크다. 조건이 형식을 바꾸고, 책은 읽는 이의 생김대로 읽힌다.

 

 

 

0.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는 손쉽지만 멍청한 방법이다.

 

인정할 수 있는 명제는 이렇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고등학교가 syo에게 가르친 논리에 따르면 명제는 자신이 참이더라도 그 역명제의 진실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으면 -> 보이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보이지 않으면 ->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려주는데 논리적으로 눈곱만큼의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면서 본 가장 한심한 짓 가운데 하나가 ,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 하나도 없어.” 라는 말을 가지고서 사실에다가 뭐라도 발라 보려는 시도였다. 네 주변에 그런 사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네 주변에 그런 사람 하나도 없다는 사실 외에는 그 어떤 사실도 증명하지 않는다.


 

 

1. 투명 이데올로기

 

무언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연신 들리는데 그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면, 제일 먼저 붙잡아 심문해 봐야할 용의자는 바로 이데올로기다. 그리고 지난하겠지만 그 심문과 고문의 과정을 착실히 거치고 나면 대체로 그놈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고, 누구나 몇 개씩 지니고 있으나 남이 지닌 것만 보인다는 그것. 이데올로기. 제 지붕 아래 사는 이들에게는 결코 관측되지 않는 것이 이데올로기의 타고난 속성이다.

 

투명함이 이데올로기의 속성이라면, 이데올로기의 욕망은 끝없는 견고함이다. 세상에 출현한 수없이 많은 이데올로기들은 연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오래 쓰였고 지금도 쓰이고 있으며, 늘 효과적이었고 지금도 효과적인 방법이 분할-정복이다. 쪼갠다. 한쪽에는 사탕을 먹이고 다른 쪽에는 매를 때린다. 알게 한다. 누군가의 매가 곧 누군가의 사탕이란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사탕 먹은 쪽이 알아서 매를 친다. 이데올로기의 주인이 할일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 그는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하면 된다. 세상은 알아서 굴러간다.

 

 

 

2. 보이는 사람 / 보이지 않는 사람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은 늘 있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저마다 인간을 위한 것이었고, 그런 것이어야만 했는데, 실제로 모든 인간을 위할 수는 없었으므로 자기가 위할 수 있는 것들만 인간으로 취급하기로 한다. 어떤 인간은 인간으로, 어떤 인간은 인간 아닌 인간으로. 인간은 인간 아닌 것들의 아픔을 잘 보지 못한다. 아픔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것들은 이내 그 자체 희미해지고 보이지 않게 된다. 보이지 않는 인간들이 자꾸 태어났다. 전쟁 노예, 천민, 마녀, 흑인, 집시, 유대인, 동성애자, 아동, 여성, 난민과 가난한 나라의 시민들.....

 

초기 국면에서는 그런 투명인간화 전략이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다. 인간인 인간들의 눈에는 아무런 문제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인간들의 사정은 달랐다. 이데올로기로부터 배제되는 순간, 그들에게는 이데올로기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무너진 수많은 이데올로기들은, 보이지 않는 인간들의 손에 망했다. 또한 우리는 이데올로기가 망하는 순간까지도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 말세를 외치며 사악하거나 극히 멍청한 인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이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의 그늘 아래에서는 누구보다 인간으로 보이는 인간들이었다.

 

결국 이데올로기는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

 

 

 

3.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기 / 말하지 않기

 

말의 깊고 넓은 웅덩이가 있다. 말해진 모든 말들이 그곳으로 흘러든다. 입은 작고 손가락은 약해서, 내가 만든 한 마디의 말은 그 웅덩이의 색이나 농도를 바꾸기에 미미해 보인다. 참을 수 없는 내 언어의 미미함이 말을 쉽게 만든다.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말이라 도리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미한 말들도 쉽게 말해진 말들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다 웅덩이로 간다. 미미하나마 자신의 색을 웅덩이에 더한다. 말의 웅덩이는 모두의 것이다. 말 사용자는 살기 위해 그 물을 마시지만, 그 물을 마시고 나면 결코 그 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이 신체를 구성한다. 언어는 세상이다.

 

왜놈은 없다. 일본인은 있다. 물론 왜놈보다 더한 일본인도 있을 수 있고, 왜놈만큼은 아닌 일본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왜놈은 말의 웅덩이 속에만 있고, 말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이미지인 동시에 아무도 공유하지 않는 이미지다. 그러나 어떤 일본인을 만나 함께 도모하던 일이 만족스럽게 흘러가던 중에도, 어떤 계기로 그가 말 웅덩이 속 왜놈 이미지의 극히 일부분을 체현하는 순간 우리는 즉각적으로 왜놈 이미지의 전체를 환기한다. 물론 그저 그 이미지를 떠올렸을 뿐, 눈앞의 일본인을 왜놈으로 등치시키지 않는 사람이 더 많겠으나, 어떤 이미지의 습격을 받고 나면 모든 것이 이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울타리에 칼자국을 남기지 않고 선선히 돌아가는 이미지는 없다. 다음에 오는 이미지는 앞 이미지가 남겨놓고 간 그 칼자국에 집요하게 자신의 날을 덧댄다. 인간은 말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말들의 공격에는 버티지 못할 운명이다.

 

그래서 미세한 말들은 세상의 각도를 미세하게나마 돌려놓는다. 내가 씨발이라고 쓰면, 말의 웅덩이가 한줌 씨발에 가까워진다. 웅덩이에 들른 누군가는 살려고 마신 말 때문에 죄도 없이 몸에 씨발을 품고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몸으로 말할 것이다. 그 말들 또한 웅덩이로 모일 것이다. 내가 더러운 게이새끼라고 말하면, 더러운 게이새끼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더러운 게이새끼는 없다. 내가 난민들은 죄다 우리나라를 더럽힐 더러운 범죄자 새끼들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범죄자가 된다. 하지만 내국인에 비해 특별히 더 범죄를 사랑하는 난민들은 없다. 내가 인종 차별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지껄이면 말의 웅덩이 속에서 차별의 존재성이 희미해진다.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저 밖에는 여전히 그것들이 그대로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은 아니지만, 한 번 만들어진 혐오의 말은 그 혐오를 완성시키는 데 결코 양도될 수 없는 지분을 지닌다. 그 혐오가 마침내 죽든 끝내 살아남든, 그 혐오 지분의 배당금은 내가 사는 내내 집요하게 배달될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만큼, 이미 말해진 것들에 대해 세심해야 한다. 그 어떤 말도 중립적이지 않고, 그저 보이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 말이, 보일 수 있고 보여야 할 무엇인가를 더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도 있다.

 

 

 

4. 족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이제 두 번째 문장을 읽으러 가야겠다.

 

 

--- 읽은 ---

한국요괴도감 고성배 : 200 ~ 399

정신의 고귀함 롭 리멘 : 137 ~ 247

한나 아렌트세 번의 탈출 켄 크림슈타인 : 4 ~ 242

+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 악셀 린덴 : 113 ~ 220


 

--- 읽는 ---

반성 김영승 : 11 ~ 76

- 어제는 봄 / 최은미 : 9 ~ 81

-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씨에지에양 : 4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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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1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제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와우-
제가 어렵다고 징징대던 페이퍼랑은 차원이 다른 페이퍼를 써내셨네요. 와.. 대박..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퍼의 모든 부분이 좋지만, 특히나 마지막에 ‘그 어떤 말도 중립적이지 않고‘에 두 줄 밑줄 긋습니다. 저는 사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쇼님,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읽어주시면 안돼요? (간절한 마음으로 눈물 그렁그렁 담아 쳐다본다)

syo 2019-06-18 10:45   좋아요 0 | URL
맨날 하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사실 이제 새로 할 말이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첫 문장 읽었는데 너무 먼 미래의 일을 벌써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ㅋㅋㅋㅋ

2019-06-18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06-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 얼마 전 시험이라 하셨는데 잘 마무리 하셨는지요? 푹 쉬면서 좋은 독서 시간 가지세요!^^:)

syo 2019-06-18 14:11   좋아요 1 | URL
덕분에 쾌조입니다 ㅎㅎㅎㅎ 호랑이님 감사합니다^-^
 

 

그 겨울의 죽은 시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0

 

너무 오랜만에 뭐라도 쓰려니까, 손끝이 영 무디다. 꼴에 재주랍시고 이것도 쉰만큼 퇴보하는 건가......

 

 

 

1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말한다. 드물게는 또라이들이 있어서 필기 성적과 무관하게 탈락시키고, 더 드물게는 난놈들이 있어서 필기 성적과 무관하게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이 존재한다. 절대 다수의 경우 면접은 요식행위에 가깝고 어차피 필기 성적순으로 합격 결정이다. 지난 4월에 치른 시험의 경우를 보자. syo는 드물지도 더 드물지도 않은 평범한 인물이었으므로, 최종 선발자의 1.4~1.5배수를 뽑아 올리는 필기 합격 커트라인에 납작 붙은 득점으로는 최종 탈락이 자명했다. 며칠 전 발표된 결과 역시 선명했다. 이변은 없었다.

 

 

 

2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이란 무엇인가. 혹자의 말을 달리 해석해 보면, 결국 필합 커트라인을 훌쩍 뛰어넘는 득점만 올린다면, 면접장에서 세계 3대 성인으로 히틀러, 스탈린, 김정은을 꼽는달지 하는 짓거리를 하지 않고서는 곧 합격이라는 말이고, 또한 그건 필기시험을 보고 나온 다음날쯤이면 이런 저런 학원들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통해 합격 여부를 상당히 낮은 오차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시험 일자 조정으로 인해 상당히 낮아진 경쟁률, 예년과는 상당히 다른 출제 경향, 그리고 그동안 서먹서먹하게 지냈던 이런저런 행운 같은 요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자리에 모여 syo를 위해 뭔가를 해주기로 결심한 듯하다. 작년 실제 합격선에서 0.22점 밖에 벗어나지 않았음을 내세우는 모 학원의 노스트라다무스급 합격예측 시스템이 syo의 무난한 합격을 예측하였다. 그놈의 말을 믿는다면, 이제 서울 모 지역 주민 센터 창구에 앉아 온갖 종류의 등, 초본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떼어주는 똘똘한 지역인재로 거듭나는 날까지 관문은 두 개 남은 셈이다. 첫째, OMR카드 마킹 실수를 (한 일곱 개 정도) 하지 않았을 것. 둘째, 이 나이 먹도록 몰랐는데 내가 도저히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히틀러, 스탈린, 김정은을 사모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불현듯 깨닫게 되어, 콧수염 기른 면접관 앞에서 하일 히틀러를 외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은 충동을 느끼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 부디 이번에도 결과는 선명하고, 이변은 없기를.

 

 

 

3

 

syo는 이제껏 이런 저런 시험장을 거쳐 오면서 선생님, 살려주세요, 선생님을 외치는 경우를 유독 많이 목격하였다. 거의 매번에 가까울 정도로. 처음 몇 번 봤을 때는 그런 사람들을 시험 끝났는데 마킹 다 못한 사람정도로 표현했었는데, 그들의 절박한 외침이 선생님, (안 돼요 / 제발요 / 한번만 봐 주세요 / 살려 주세요 / 어어어 / 허윽허윽 / 조금만요 / 잠깐만요 / 금방 끝나요), 선생님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그들을 죽은 시인’(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고 부르고 있다. 죽은 시인들은, 시계를 가져오지 않아서 시험장 시계를 믿었는데 역시 처음 만난 시계는 함부로 믿는 게 아니었달지, 시계를 가져오긴 했는데 걔가 뜻밖에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는 스타일이어서 남들 100바퀴 돌 동안 99바퀴만 돌았달지, 아니면 OMR 카드 마킹 전략 구상이 잘못되었달지, 그것도 아니면 한 문제와의 스킨십이 지나치게 길었달지, 하여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태어난다.

 

어쨌든 마침 종이 울리면 수험생들은 OMR 카드에서 손을 떼야 하는 법이다. 그건 그야말로 법에 가깝다. 누군가에겐 참 잔인한 법인 것도 같다. 종이 울렸는데 아직 10문제 정도를 마킹하지 못했다면, 나 같아도 나라 잃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말 세상 다급하다. 선생님, 제발요, 한번만 봐 주세요, 제발, 제발...... 죽은 시인들의 절박함은 어느 시험장이나 똑같았지만, ‘선생님들의 반응은 시험장마다 조금씩 달랐다. 대부분의 경우는 경고 후 단호하게 답안지를 걷어갔다. 경고를 듣고도 끝까지 선생님을 외치며 마킹을 이어나가는 응시자의 답안지를 낚아챈 다음, 부정행위로 실격처리 되셨다고 근엄한 목소리로 선언하는 경우도 한 번 본 적이 있다. 모질지 못한 선생님의 경우는 안 됩니다, 얼른 제출하세요, 어허, 마킹 그만 하세요, 하면서도 끝까지 마킹을 마칠 시간을 주기도 하였다.

 

몇 년 전 모 자격증 시험장에서는 허허, 그럼요, 얼른 쓰세요 하면서 쿨하게 시간을 더 준 선생님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합격이 누군가의 불합격이 되는 시험에서 자기만의 추가시간이란 용인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응시자가 외쳤다. 감독관님(아쉬울 것 없을 땐 선생님 아님), 걷어가세요. 답안지 걷으시라구요. 그때 감독관은 클레임을 건 사람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저 분한테는 인생이 달린 문젠데 그 정도 배려는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장면을 지켜만 보고 있던 모든 응시생들이 와글와글 입을 열었다. 장난하세요? 저분 지금도 계속 마킹하고 있잖아요, 빨리 걷어가세요! 우리 인생도 달렸어요, 공정하게 하셔야죠, 감독관님 성함 말씀해주세요, 본부에 신고할 겁니다 등등, 말들이 일시에 시험장을 점령했다. 감독관은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뛰듯이 교탁 앞에서 나와 마킹을 이어가는 수험생의 답안지를 수거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말만 남기고 재빨리 퇴장했다. 응시생들은 책가방을 챙기면서, 나가면서, 아직까지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을 손에 들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 죽은 시인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직접 그를 저격하진 않았지만 들으라는 뜻으로 공중에 몇 개의 쌍시옷도 투척되었다. 죽은 시인은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syo가 시험장 뒷문으로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돌아보았을 때도, 죽은 시인은 책상 위에 그대로 엎어져 죽어 있었다.

 



4

 

문제집 이외의 종이에서 활자를 빨아들여 본지도 오래되었고, 며칠째 지속적인 수면부족 탓에 글이 놀랍도록 후지지만, 이번만은 그냥 스스로를 용서해주기로 하자. 내일부턴 괜찮아지겠지.

 

한 번만 봐주세요. 선생님, 제발요, 선생님......

 

 

 

--- 읽은 ---

+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이승우 : 92 ~ 184

+ 우리 고전 읽는 법 / 설혼 : 9 ~ 151

 

 

--- 읽는 ---

- 성의 변증법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 13 ~ 29

- 한국요괴도감 / 고성배 : 4 ~ 199

-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 악셀 린덴 : 7 ~ 112

- 정신의 고귀함 / 롭 리멘 : 5 ~ 137

- 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 106 ~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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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2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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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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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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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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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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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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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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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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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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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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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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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6-1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은 시인... 웃을 일이 아닌데 웃기고 결국 자기 책임이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고.. 시간이란.. 참 매정하죠?
이변은 없을 겁니다!^^

syo 2019-06-17 10:18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이렇게 저렇게 응원해주신 덕분이죠 뭐.
그렇지만 아침에 다시 글을 보니 아직 합격통지 받은 것도 아닌데 설레발 때린 것 같아서 좀 민망스럽습니다....

cyrus 2019-06-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공부하느라 고생했어요. 글을 읽으니 시험장 분위기가 어떤지 알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수능 시험에 응시했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 날도 종료시간에 맞춰서 칼 같이 답안지를 거두는 감독관이 매정하다고 느꼈거든요.

syo 2019-06-17 11:10   좋아요 0 | URL
조만간 한번 만나요. 날도 더운데 말이죠. 시간 괜찮을 때 말해줘요 ㅎㅎ

cyrus 2019-06-17 11:15   좋아요 1 | URL
네, 시간 나면 연락할게요. ^^

붕붕툐툐 2019-06-1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자칭 후진 글이 너무 재미나게 읽히는 저는 후진 독자~ 가끔은 후진 글도 써주세요, 선생님^^

syo 2019-06-18 10:19   좋아요 0 | URL
툐툐님ㅠㅠ 후진 글도 좋게 보는 독자는 후진 독자가 아니라 후한 독자....

2019-06-17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19-06-1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뭔시험 후기에 뭔이런 흡입력이..
손에 땀을 쥐고 보던 중 마지막에 체호프가 보였어요. (저 지금 읽는 중이거든요ㅋ) ‘죽은 시인은 책상 위에 그대로 엎어져 죽어 있었다.’에서 빵 터짐.
이제 맘편히 빨대 꽂고 쭉쭉 활자 흡수 중이시겠네요. 고생하셨어요 쇼님

syo 2019-06-18 10:21   좋아요 0 | URL
네, 금단증상 와서 열심히 활자 빨고 있습니다......
사실은 면접 공부도 해야 하고, 7급 준비도 해야 하고, 하여간 아직 다 끝난 것도 아닌데 이게 참,

체호프가 보이다니요 ㅎㅎ
체호프가 죽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제 양 싸대기가 남아있지 않았겠습니다.
체호프 싸닥션 어쩐지 되게 아플 것 같죠?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