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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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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0년대 초반, 60명의 코흘리개들이 모여 앉아 코를 흘리는 어느 시골 국민학교학급에서, 차별 혹은 부당한 대접을 받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악의 소수자는 다름 아닌 왼손잡이였다.

 


2  오른손은 그야말로 옳은 손이었다. 실제로 우리 할머니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르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왼손은 틀린 손, 그른 손이 되는 것이고 결국 그 시절, 코흘리개 syo는 왼손잡이가 아니라, 틀린 손잡이였다. 정의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세우고 바로잡아야 하는 초월적 가치였으므로, 틀린 손잡이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교정과 훈육의 대상으로서 나름의 고된 삶을 살아내야 했다. 국민학생 syo가 겪은 몇몇 사건들을 통해 그들의 고난을 짐작해보자.

 


3-1  syo(8, 경남 창녕 거주). 학교라는 곳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약돌처럼 조그만 아이들이 빽빽이 들어찬 교실, 각자에게 주어진 정말 작은 책상 위에 커다란 네모 칸이 그려진 공책을 펴놓고 아이들은 한글을 배웠다. 칸 속에 희미한 색깔로 그려져 있는 선 위를 연필로 따라 그으면 가갸거겨를 쓸 수 있었다. 그게 또 재미있어서 몰두하는 그야말로 애기들이었다. syo는 집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왼손에 연필을 쥐고 칸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담임선생이라는 작자는 학부모가 순서를 정해서 사 바치게 되어 있는 지시봉이라는 물건을 들고 책상 사이사이를 거닐며 아이들이 글자를 그리는 모습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틀린 손으로 연필을 쥐고 있는 syo를 발견, 지시봉으로 손을 탁 때리며 말한다.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거야.” 그런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syo는 처음 알았다. 그래? 그렇다면 그래야지. 즉시 오른손으로 연필을 고쳐 잡았으나 글씨는 삐뚤빼뚤해지고, 무엇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갔고, 공책 한 바닥을 다 채우지 못한 아이들은 교탁 앞으로 나가 줄을 서서 손바닥을 맞고 자리로 돌아갔다. 생전 처음 맞아본 손바닥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억울했다. 내 실력이 이 정도 가 아닌데. 심지어 난 집에서 받아쓰기도 맨날 백점인데! 그리고 다음날, ‘나냐너녀가 시작되었다. 또 손바닥을 맞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syo는 왼손으로 연필을 쥐고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냐너녀에 몰입하여 주변도 잊고 네모 칸을 채우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귀싸대기가 날아왔다. 너무 놀라 아픈 줄도 모른 채 올려다보니, 담임이라는 작자가 무슨 공산당 빨치산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syo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거라고 했지!”

 


3-2  syo(9, 아직도 경남 창녕 거주). 천운으로 이번 선생은 좀 더 온건했다. 온건했지만 그녀 역시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주의였고, 그런 주의를 syo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자주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syo는 요지부동이었다. 싸대기를 맞아가면서도 선생이 안 볼 때는 몰래 다시 연필을 옮겨가며 지켜낸 왼손이었으니 주의를 주는 정도의 약한 처방으로는 syo틀린 손을 고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생은 제 딴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징벌을 내렸다. 국민학교 2학년 1학기 syo의 통지표에는 이런 식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성격이 활달하여 교우관계가 폭넓고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지만 왼손으로 글을 씀.” 이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를 말하는 것일까? 활달한 성격 + 넓은 교우관계 + 뛰어난 학업성취도 왼손잡이 = 0? 그것이 궁금했던 아버지는 통지표를 들고 학교에 찾아가 선생과 면담한다. 그 자리에 syo도 있었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1년 내내 얻어터지고 돌아올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통지표에 한 줄 적혀 있다고 당장 학교에 찾아가는 아버지의 교육관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선생의 당당함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버님, 이유야 어찌 되었든 왼손으로 쓰는 건 교육상 고쳐야 합니다.”만 주구장창 반복되다보니 결국 아버지도 열이 받은 것이다. “이보세요, 선생님. 우리 애 교육은 제가 결정할 문제지 이제 반년 더 보고 말 선생님이 이래라 저래라 하실 건 아니지요. 목욕탕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건, 똥밭에서 수박화채를 말아먹건 그건 우리 자유니까 선생님이 간섭하지 마세요.” 뭐 이런 식의 대꾸를 남기고 아버지는 돌아섰는데, 결국 아버지 입장에서도 아들이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건 똥밭에서 수박화채를 먹는 것과 유사한 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 왼손으로 쓰고 싶으면 그냥 써. 지들이 뭔데 지랄이야.” 이랬던 걸 보면,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상도 남자로 경상경상 살다 가신 우리 보수 아버지(지지정당 민자당)에게도 뜻밖의 반골기질은 있었던 것 같다.

 


3-3  syo(10, 대구시 거주). 과연 대처의 선생은 달랐다.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해서는 틀린손잡이들을 교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는 화전양면전술을 구사, 친구들이 보는 데서는 때렸고 친구들이 없는 데서는 얼렀다. 굳이 왼손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맞거나 단체기합을 받거나 하는 일이 여사였던 개 같은 시절이었으므로 3년쯤 국민학교를 다니고 보니 체벌은 피해야 할 일이 되었을 뿐, 행동양식을 교정하는 데는 이미 영향력을 소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르고 달래는 것은 참신했다. 물론 참신하다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syo, 오른손을 쓰라는 건, 다 너를 위해서 그래. 봐봐, 우리 반에 너 말고 왼손으로 쓰는 애가 있니? 친구들 다 오른손잡이잖아. 너만 왼손으로 써서 되겠어?” “선생님, 우리 반에 저 하나 손 씨라고 제가 성을 갈 수는 없잖아요.” “syo, 그게 아니라, 우리 반에서 너만 왼손잡이인 것처럼, 온 세상에는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들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물건들도 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단다. 가위만 해도 봐봐, 네가 가위질을 잘 못하는 게, 가위가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져서 그래요.” “선생님,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면 되잖아요.” “그런 건 못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오른손잡인데 왜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겠어.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으로 바꾸면 일이 훨씬 쉬운데.” “선생님, 사람들은 TV도 만들고, 게임기도 만들고, 심지어 비행기도 만드는데, 왜 왼손잡이 가위를 못 만들어요?” 화전양면전술은 끝났다. 철없는 syo는 이제부터 친구들이 보건 말건 얻어터지기 시작한다.


 

3-4  8, 9세의 syo가 겪은 일도 돌아보면 참 인상적이지만, 마지막 선생의 대응이야말로 놀랍도록 많은 것을 시사한다.

 


4  어떤 생각을 품은 사람들은, 그 생각이 다수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교정의 대상이 된다. 세상은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곳이고, 그 불편을 해소할 역량이 충분하고도 남음에도 되레 불편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방향으로 작동함으로써 소수자를 교정하려 한다. 심지어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말까지 덧붙여 가며. 그 부당한 불편함(‘다른 생각에게 주어지는 불편함은 왼손잡이가 당해야 될 소소한 고통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다면적이면서 거대하다) 혹은 불편한 부당함에 맞닥뜨리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거나 수정하여 세상과 보폭을 맞춰 살아간다. 그건 비난할 일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행복하다면야. 그러나 끝내 세상과 다투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세상은 얼른 표정을 바꾸고, 어르고 달래기를 포기한다. 낙인찍고, 탈락시키고, 빼앗고, 모욕한다. 이렇게 되면 여기서부터는 싸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폭행의 국면이 열린다. 그 안에서 꿋꿋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의 싸움을 모색하고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이 책 안에 있다.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노하우들을 잔뜩 던져주면서.

 

좌파의 최종진화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생활좌파는 이론좌파보다는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인 것 같다. 세계는 우리의 이론이 아니라 생활에 침투한다. 그들은 우리의 태도, 자세, 언어, 관계, 생계를 건드린다. 이런 판국이라면 우리는 마르크스의 말씀보다 더 적실한 무기를 찾아내 무장해야 한다. 그 무기를 어떻게 발명하는가, 인터뷰이들은 그 무기의 레시피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5-1  첫째, 시련이 필요하다.

 

나는 이전까지 신체적으로 완전히 건강하고내가 건너뛸 수 없는 역경은 없으며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러나 유도를 하다가 부딪힌 그 단순한 사고로 나는 잠시나마 오직 죽기만을 열망하는 시간을 겪었고거기서 날 구해준 사람들은 비제도권의 의사였다이 사회가 내쫓은 사람들인 것이다내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이 세상의 모든 겉모습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내 삶이 잠시라도 헛된 일에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자본의 논리로만 굴러가는 이 세상의 어리석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아무것도 손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직 돈을 내고 뭔가를 사서 소모하고또 뭔가를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모델이 역겨워졌다. _ 92


 

5-2  둘째, 시련을 벽이 아니라 시련으로 바로 볼 수 있는 더듬이가 필요하다.

 

그들(지배계급)이 이 모든 것을 '문화'라고 분류하는 순간 우린 그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어쩌면 문화부가 생겨나지 않았던 시절그들이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한류며 케이팝이며 관광단지며 무형문화재 따위를 만들어내지 않았던 시절아니 문화라는 단어가 제도와 자본 사이에서 이토록 역겹게 나뒹굴지 않고 우리가 그런 개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던 시절우린 익숙하게 문화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_ 63

 


5-3  셋째, 내 시련이 아닌 남의 시련은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Q. 당신에게 좌파는 어떤 사람인가?

A. 다른 먼지들이 진정한 자유를 갖지 못하고 있을 때 ''라는 먼지만 홀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_ 204


 

5-4  넷째, 나의 방식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나를 잘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크 제르베르의 아름다움을 향한 예찬은 단지 예술작품에 그치지 않는다길에 서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서쪽 하늘에 석양이 걸릴 때면 "저길 좀 봐정말 아름다워"라며 말을 끊기 일쑤다길을 같이 걷다가 건물 벽에 조각된 여신상을 보면 그것을 벌써 300번쯤 보는 것일지라도 "제발 저것 좀 보라고저 곡선의 아름다움을"이라고 말하며 감탄의 신음을 연신 내뱉는다이제 예순을 조금 넘긴 이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포착하느라 분주하다.

  이 같은 열정은 파리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집회에 얼굴을 들이밀고 권력의 거대한 힘에 저항하는 소수자들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싶어 하는 그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언제나 첫사랑을 만난 듯 밝게 상기되어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싱그러운 농담을 건네려고 애쓰는 그를 보면 곳간에 장작이 쌓여 있지 않아도 지금 가진 초 하나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의 차가운 손을 녹이려고 애쓰는 사람 같다그가 집회장과 전시장영화관을 하나의 단상에 나란히 올려놓고 그곳을 갔다 올 때면 자신이 한 뼘 움직였음을 느낀다고 말할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그것이 바로 그가 말한 일상적 실천과 제도적 혁명을 양손에 쥐고 가는 그의 방법이라는 사실을유토피아는 결코 지옥의 끝에 문득 다가오지 않을 것이며더 많은 미소와 환희희열들이 일상에 쌓이고 쌓였을 때어느새 옷처럼 우리에게 입혀지리라는 것을. _ 80-81


 

5-5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벼려 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


대학은 굳은 지식을 전하는 곳이야거기서 배운 지식은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 가두는 경우가 더 많아하지만 운동가는 자신이 꾸는 꿈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로 인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고 방법을 모색하게 되지토론하고 선언하고 실천해 나가면서 온전히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지식과 지혜를 삶 속에서 얻고그것은 우리를 더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해방의 열쇠를 제공하지. (...) 그러니 질문을 멈추지 말 것질문의 노마드로 계속 살아가는 것그것이 활동가의 첫 번째 사명이야. _ 28 


 

6  좌파에게 좌파라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있는 태도고,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이고, 삶을 만들어가는 자세다. 왼손을 틀린 손으로 만드는 것은 오른손을 옳은 손으로 드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치사한 말장난일 뿐이다. 내가 좌파인 것은 우파에게만 경천동지할 일이다. 왼손잡이는 오른손 가위만 있는 세상에서도 그럭저럭 살아냈다. 그러나 오른손만이 바른 손인 이들에게 왼손 가위의 등장은 바른 손의 권위를 나눠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때로는, 생활 차원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왼손 가위를 발명하는 것이, 이념 차원에서 저들의 견고한 성벽에 뜻밖의 포탄을 날리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활 좌파라는 것은 아름답지만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개인의 개인적 투쟁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추상적 집단을 위해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개인을 위한 옹호가 될 수 있는 것. 옹호 받은 개인 역시 자신만의 개인적인 방식으로 생활 속 전쟁을 이겨나가는 중에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동지가 되는 것. 21세기형 좌파는 이렇게 앞으로 가는 것인가 보다. 이념의 거대한 깃발을 잘 나누어 각자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그 조각을 나의 개성에 맞게 리폼한다. 다시 광장에 나온다. 광장은 이제 백만 개의 저마다 다른, 그럼에도 어딘지 닮은 깃발들의 바다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깃발을 올려다보기보다는 깃발을 든 서로의 표정을 마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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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나무 2019-05-02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훌륭한 글을 읽고나서도 제가 궁금한 건 그래서 syo님은 글씨를 여전히 왼손으로 쓰는건가.. 입니다. ㅎㅎㅎ;;;
저도 왼손잡이입니다. 아빠에게 왼손이 묶여 하루를 굶기도 하고 syo님처럼 아이들 앞에서 선생한테 손등을 엄청 맞고......
저는 결국 선생에게는 굴복하여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그 외의 손으로 하는 모든 건 왼손으로 하지요.
명절때 모인 어른들의 왼손으로 밥먹으면 시집 못간다는 말을 꿋꿋하게 무시해가면서 버텨온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ㅋㅋㅋ
한때는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왼손잡이의 역사> <왼손이 만든 역사> <왼손잡이 여인> <왼손잡이> 뭐 이런 책들도 좀 봤더랬지요. ㅋㅋ

각자의 개성에 맞게 리폼한 21세기형 좌파라..... 이거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고민하던 부분이었는데 한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

syo 2019-05-02 17:57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왼손으로 글씨를 씁니다.

심지어 패면서 고치라는 게 너무 기분이 나빠서 더 엇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발까지 왼발로 바꿨습니다. 어린 syo는 그래도 고집과 강단이 있었지요.

지금 같으면 아마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좌파는 이념이 아니라 자세라고 합니다. 물론 이론과 개념들이 자세를 바로잡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자세와 태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식하지만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ㅎㅎㅎ

목나무 2019-05-02 18:35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그때 고통에 굴해 오른손으로 옮겨간 것이 무지 후회가 되네요, 두고두고.

그 자세와 태도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이었거든요. 좋은답 얻었습니다. ^^

레삭매냐 2019-05-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 보니 예전 학창 시절,
좌장면만 먹고 좌전거만 타고
좌측통행만 한다던 선배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그나저나 쁘띠부르주아 지식인
의 글은 왠지 불편하게 다가오네요.

어느 삐딱선의 투정일까요...

syo 2019-05-02 18: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저간의 사정을 잘 몰라서 달리 말씀드릴 건 없지만, 이 책은 인터뷰집이라서 아무래도 사정이 좀 낫겠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좌장면 좌전거라는 표현은 살짝 옛스럽지만 되게 좌밌습니다ㅋㅋㅋ

stella.K 2019-05-0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네요.
제가 어렸을 때 오른손, 왼손에 대한 가르침과 눈총이 심하지만
스요님 때는 그런 게 거의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랬네요.
전 오히려 이해 받는 쪽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은 오히려 왼손을 더 쳐준다면서 말이죠.

저도 스요님과 같은 생각을 했더랬죠.
바른손이라는 것도 왼손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 혼자 바른손이면
뭐하겠습니까? 순간 그렇게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엔 왼손잡이도 많아졌고 오히려 왼손으로 글씨 쓰면 멋있지 않나요?ㅎㅎ
참고로 저도 왼손으로 글을 씁니다.

근데 오늘은 3-1, 3-2. 3-3....으로 나눠 쓴 게 인상적이군요.
무슨 기준으로 나눈 건가요?
마치 반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3-4반이었는데...ㅋㅋ

syo 2019-05-03 00:42   좋아요 0 | URL
많은 왼손잡이님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음을 증언하고 계시네요 ㅎㅎㅎ 저도 억압의 막차를 탔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선생님들이 마치 짠 것처럼 아무도 제 왼손을 터치하지 않더라구요.

3-1, 3-2 이렇게 나눈 건 그냥 내용상 병렬로 구성되는 게 맞겠다 싶은 문단을 나란히 배열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ㅎㅎㅎㅎ

그리고 전 3학년 2반이었지요 ㅎㅎ

수이 2019-05-02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잔나비 들으면서 읽다가 저도 모르게 아 좐나비 좋다...... syo님은 더 좋아요......

syo 2019-05-03 00:43   좋아요 0 | URL
요즘 수연님이 잔나비에 흠뻑 빠져 계시다는 걸 제가 익히 알고 있는데, 무려 more than 잔나비라니, 신납니다^-^

독서괭 2019-05-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싸대기를 맞다니.. 그 이유만이 아니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건만요. 정말 폭력적인 시절이었네요... 그나저나 그 어릴 때 이미 syo님의 좌파적 앞날은 예고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syo 2019-05-03 00:47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어릴적부터 이미 될성부른 빨갱이였던 것입니다!! ㅎㅎㅎ

요즘은 저렇게 패지는 않겠지만,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이 소수자에 가하는 교정 압박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알게 모르게 소수자고, 전 제가 낳은 아이들에게 이런 제도 하의 교육을 시키면서 분노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있답니다. 물론 전적으로 교육환경 때문만은 아니겠습니다만......

반유행열반인 2019-05-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손과 오른손이 공생하는
세상이 오길...올까요? (오른손잡이 대표 겸 못난 선생 대표로 반성하며 오른뺨 철썩철썩)

syo 2019-05-05 12:06   좋아요 1 | URL
탄압받다가 탄압받지 않게 된 왼손잡이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공생하는 세상이 왔다고 말하겠습니다만,
사실 저건 비유적인 말씀이셨겠으니, 대답이 되지 않겠죠? ㅎㅎㅎㅎ
답이 없으니 대답이 없는 걸로 할까요.

오른뺨 말씀이 나와서 말씀인데,
내 부어 오른 오른뺨을 자연스럽게 만져줄 수 있는 상대방의 손은 그의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임을 오른손잡이들이 알게 된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여기서 ‘오른손잡이들‘은 당연히 비유고요 ㅎㅎ

공쟝쟝 2019-05-0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왜 때려요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저도 그시대를 살았지만 ㅠㅠㅠㅠ 정말 ㅠㅠㅠ 말도 안되는 시절이었어ㅠㅠㅠㅠㅠㅠㅠ

syo 2019-05-05 20:14   좋아요 1 | URL
하도 맞다 보니 맞는 사람도 맞을 만해서 맞는다고 착각할 정도였잖아요 ㅎㅎㅎ 저도 심지어 왼손으로 쓰면 얻어터진다는 건 당연히 깔고서 ‘그럼에도‘ 쓴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공쟝쟝 2019-05-05 20:18   좋아요 0 | URL
전 맞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맞을때 최대한 안아픈척 하는 것이 복수하는 거라 생각했던 아픔을 잘 참는 (서늘한) 어린이였어요... 어린이날 맞이 독한 어린시절 배틀 같네요 ㅋㅋㅋㅋ

syo 2019-05-05 20:35   좋아요 1 | URL
전 별로 독한 아이는 아니었어요 ㅋㅋㅋㅋ 기꺼이 패배를 인정합니다. 쟝쟝님이 이 구역의 독한 어린이세요.

공쟝쟝 2019-05-05 21:41   좋아요 0 | URL
맞을 줄 알면서도 왼손으로 쓰는 그 마음이 더 독한거예요☝️전 맞을 상황을 최대한 피했다구요.. 독한어린이!!

모운 2019-05-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녕이 이상했던 건가 대구가 이상했던 건가 아리송하구만. 왼손잡이 탄압이 버킷리스트에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을 어찌 그리 많이 만났어? 나는 왼손잡이들을 동경했었는데~

syo 2019-05-12 13:29   좋아요 0 | URL
특별히 골라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그땐 다 그랬던 것 같은데.
하도 다들 그러니까 특별히 그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받지 못했어.
내가 이상한 놈 같았지.

근데 알다시피 나는 이상한 놈 취급 받는거 은근 즐기는 변태였잖아. 그런 이유로 퉁쳐서 그럭저럭 살만 했어.

모운 2019-05-13 10:09   좋아요 0 | URL
@syo 엄청 변태였네 몰랐어☺️

syo 2019-05-13 11:21   좋아요 0 | URL
뭐래, 남의 매력포인트 함부로 비하하지 마라.

모운 2019-05-13 13:42   좋아요 0 | URL
syo 변태혐오 안 하겠습니닷😑
 

 

이번에는 책을 좀 성의 있게 처분하는 중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 전체를 까뒤집어 놓고서는 고작 몇 권 억지로 뽑아내 손을 벌벌 떨며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치운 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사과 박스를 통째로 해치워버린 건 처음이다. 그래봐야 얼마 쳐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나는 또 책을 사겠지..... , 어쩌다 끝없는 욕망과 시장경제의 허망한 콜라보에 걸려들었나. 책 판 돈으로 책 사고 그 책을 다시 팔아서 또 책을 사고.....

 

고전이고 나발이고 두 번 읽지 않을 것 같다거나, 내 역량으로 읽어봐야 연구서나 개론서 한 권 읽는 것보다 건지는 게 없겠다 싶은 철학 원전 등등을 과감하게 숙청한다. 첨엔 마음이 좀 허전했지만 떠나보내고 나니 걔가 원래 있던 앤지 없던 앤지, 난 자리가 흔적조차 없는 마당이다. 이럴 걸 왜 그리 움켜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경험상, 칸트가 썼건 칸트 와이프(없다)가 썼건, 구해놓고 3년이 지나도록 한 번을 열어보지 않은 책은, 결국 열어보지 않는다. 지금 팔아치웠다가 정말 읽고 싶어서 미칠 지경일 때(가 만약에 온다면) 다시 사서 읽으면 된다. 그럴 때가 오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책을 팔아치웠으니 잘된 것이고, 그럴 때가 오면 그건 그거대로 땡큐다. 단돈 몇 만원 손해보고 몇 년 동안 생기지도 않던 고전독서의 의욕을 사들인 것이라 치면 되지 않을까.

 

하여간 이놈의 정신승리란.

 

 

201904 : 24

 


1.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

: 김보통 작가님 스스로는 사건도 주제도 교훈도 없는 글을 쓴다고 너스레를 떨며 첫 꼭지를 열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엄살일 뿐이라는 사실을 syo는 바로 알 수가 있다. 주제도 교훈도 없는 글이 어떤 글인지, 그걸 쓰는 기분은 또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또 s모씨이기 때문이다......

: 실제로는 사건도 주제도 그리고 교훈도 다 있다. 심지어 그림까지 있다. 그런데 엄살까지 갖췄단 말인가? 이 정도면 이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거 아닌가요?(당연히 아닙니다) 이런 보통 아닌 글을 쓰면서 스스로 김보통이라 칭하다니, 이거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상표법 저촉 아닌가요?(이것 역시 아닙니다)

 

2.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

: 일단 제목에 들어있는 모든 명사가 나를 꼬신다. 동물, 그거야말로 이 험한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지. 우울, 그것은 하루 두 끼 식후에 꼬박꼬박 챙겨먹는 디저트 같은 감정이고. 그리고 세.....섹스. 허허허허허허 어허허허허허.

: 이 책 속에 동물이나 우울이나 섹스가 syo의 예상(기대)만큼 들어있었는가를 놓고 생각하면 입맛만 다실 밖에. 그러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저런 것들이 잔뜩 있었고, 잘 쓰는 글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 역시 배부르도록 느낄 수가 있었다.

 

3.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

: 이것은 인문학 책이다. 선생님 허수경의 생각을 눌러 담은 책이 아니라, 읽는 이가 생각을 펼칠 수 있게끔 발굴자 허수경이 자신의 발굴 도구를 선뜻 빌려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 이젠 더 나오지 않는다니.....

 



4.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

: 표현은 개인의 취향이겠으나, 시가 겨냥하고 있는 마음이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지 않나? 그리하여 물론 공감의 여지는 많겠으나, 공감하였음을 자랑할 만한 생각들은 아니지 않나? 누구나 이만큼의 사랑을 얻을 수는 없겠으나, 누구나 이만큼의 글을 지을 수는 있지 않나?

 

5.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

: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장의 신기함을 허용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있을 것이다. 보조관념과 원관념 사이의 거리가 너무 먼 비유법이라든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지도 아리까리한 의인법, 활유법이라든가 하는 기술들이 과연 어디까지 기교로, 참신함으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따위를 결정하는 경계선 같은 것. 문장이 그 경계선에 가까이 다가가 붙을수록 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 정말 천재다! , 이런 사람이 있으니 나 같은 놈이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은 죄악일거야! 따위의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다가 그 선을 넘어서는 순간, 뭐야, 욕심이 과했네! 뭐야, 잘난 척 쩌네! 뭐야, 읽는 사람 배려 안 해? 같은 반응으로 급전환 되는 그런 경계선. 저마다의 경계선. 황학주 선생님은 syo의 경계선에 바짝 붙어 계신다. 아슬아슬하리만큼 아름다웠다.

 



6. 이토록 보통의 /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

: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사랑이란 참으로 신묘하여,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랑들도 각자 저마다의 방향으로 사방팔방 결론난다. 모든 결론이 다 가능하다. 모든 사랑이 다 개연성이 있고, 아무리 쓰레기 같은 사랑 이야기여도 최소한 세상의 누구 하나는 그 사랑에 공감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남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쓸모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구 표면의 어디선가는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개막장 사랑이 진행되는 중이며, 바로 그 시각 또 다른 어디선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 고귀한 동시에 진귀한 참트루 러브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사랑 이야기를 하나 창조하는 일은 사실 하나 이상의 실재하는 사랑을 옹호하는 일이 된다. 누군가에게 보통 아닌 사랑이, 이미 누군가에겐 이토록 보통의 사랑일 따름이다.

 

7.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 이종산 외 지음 / 큐큐 / 2018

: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망한 사랑이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고, 이야기를 옹호하는 일이 되므로. 그리고 그 이야기가 다시 지구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어느 약한 사랑의 등을 두드려줄 것이므로.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맡은 일이다. 사랑을 멈출 수는 있어도,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8.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

: , 짧지만 이건 너무 좋아! 하는 글들이 몇 있는 반면, 와 이건 정말 성의가 없군, 싶은 글도 있었다. 짧은 지면 속에서도 딴딴하게 몰아붙이는 작품도 있었지만, 휘뚜루마뚜루 덤벼드는 글도, 뱀 꼬리마냥 스리슬쩍 찍 마무리지어버리는 글도 있었다. 스무 개가 넘는 작품이 다 좋을 수는 없다. 당연하지. 그렇지만 아마도 책으로 묶여 나온 걸 보고 아차 싶었던 작가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9.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 김진공 옮김 / 사회평론 / 2007

: 上下 합쳐 1500쪽은 되는 분량을 채우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우선 루쉰이 쓴 글을 폭넓게 싣는다. 그리고 루쉰에 대한 견해를 풍부하게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루쉰이 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생각이나 그가 친구들과 나눴으리라고 짐작되는 대화 같은 것들을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구성한다. 특히 마지막 기술은, 달아나지 못하도록 독자를 현혹하고 1500페이지의 대장정을 끝마치게 하려면 구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과하긴 하지만, 단 한 종의 평전만 소유하려면 이 책이 가장 든든한 것도 사실이다.

 

10.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 루쉰전집번역위원회 옮김 / 2018

: 루쉰 평전을 읽기 전에 읽은 루쉰의 글과, 그 후에 읽은 글이 다르다. 광인은 왜 저런 모양으로 미쳤는지, Q는 대체 뭐 어쩌자는 자식인지, 저 캐릭터들은 어째서 태어나야만 했는지를 100년 후의 타국에 사는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 같다. 결국 평전과 작품이 시너지를 만든다. 서로를 읽게 한다. 아직 루쉰 평전을 읽기 전이시라면, 루쉰의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그리고 루쉰 평전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루쉰의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결국 당신은 루쉰을 읽어야 하는 운명인 것입니다. 답정루. 으하하.

 



11.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 박현찬, 정상혁 지음 / 서울연구원 / 2017

: 별다른 말을 붙일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서울시에 세워진 건축물들에 높이에 관한 역사, 규정, 현황과 나아갈 방향 같은 것들에 대한 정보를 별다른 색깔 없이 제시하는 얇은 책이다.

 

12.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 정영목 옮김 / 2001

: 작년,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몇 권의 책이 추가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빨간 표지의 마르크스 평전 트로이카라는 것이 존재했다. 걔들은 저마다 특색이 뚜렷하다. 이사야 벌린의 책은 전반적으로 마르크스를 깐다. 자크 아탈리의 책은 반대로 마르크스를 빤다. 그리고 이 책은 마르크스를 놀린다. 그렇다면 셋 중 누가 마르크스의 유령과 가장 친한 친구겠는가. 다양한 평전이 나와 있는 시점이다 보니 이런 질문 또한 읽을 책을 고르는 데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3. 논어를 읽기 전 / 정춘수 지음 / 부키 / 2013

: 눈이 밝고 생각이 깊은 이는 논어를 읽지 않아도 벌써 이 정도다. 반면 syo 같은 인간은 논어만 해도 각종 번역본으로 다섯 번을 읽었으나 아직도 이렇게 산다. 뭐 철학이 대충 다 그렇지만, 동양철학이라는 놈들은 유독 더 사람 차별한다. 과연 반상의 법도는 지엄한 법인가요.

 

14. 군자를 버린 논어 / 공자 지음 / 임자헌 옮김 / 루페 / 2016

: 번역자의 재량을 좀 크게 투여하여, 마치 2016년 당시 살아 있는 공자를 찾아가 묻고 대답을 들은 것 같은 문체로 논어를 풀어냈다. 쓸모는 당연히 있고, 득실의 크기는 독자가 저마다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15. 실학,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 정성희 외 지음 / 사우 / 2018

: 여러 저자가 한 꼭지씩 맡아서 완성한 책인데, 단순히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글들임에도 글쓴이마다 편차가 크다. 지식의 편차, 문체의 편차가 아니라 정성의 편차.

: 도대체 <흠흠>는 누가 쓴 뭐하는 책인가요. 이 오타를 낸 이의 글은 전반적으로 보아 퇴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재밌는 것은, 이분이 또 다른 꼭지에서는 글을 굉장히 잘 썼다는 것이다. 그것 참.

: 누구라고 말을 하지 않겠지만, 또 다른 이는 글을, 정말 너어어무 못썼다. 처음 손끝에서 나온 글을 그대로 던져 놓은 게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전공이 무엇이건 인문학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그리고 막대한 양의 활자를 헤치고 나와 그 위치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지니게 될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syo는 이거, 그냥 정성 부족이라고 본다.

 

16.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

: ‘온도라는 어쩐지 포근할 듯한 단어를 달아놓은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자신이 연구하는 사람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연구자의 극찬이 일반 독자들에게 과찬으로 들리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당연히 이덕무의 글은 좋다. 그렇게 많이 읽고 꾸준히 쓴 사람의 글이 200년 전 작품이라 해서 별로기는 어렵다. 시간을 들여 읽어볼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목도 있다. 그럼에도 좋게 말하자면 고풍, 막 지껄여보자면 고루한 데는 있다. 이덕무의 문장이 훌륭하다는 것이야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지만, 그걸 훔쳐와 내 문장에 매끄럽게 바르려면 센스가 꽤 필요하겠다. 그런데 그 정도 센스가 있는 사람은 자기 문장을 잘 쓸 것이다. 문장 안에 든 생각 역시 당대에는 깨치고 치고 나간 생각이었겠으나 200년 지난 관점에서 보면 상식에 절반, 상식 이하에 절반이 걸쳐 있는 수준이다. 오늘날 눈높이로 이덕무가 낡았다고 욕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게 이덕무는 뛰어난 사람이었다.”라는 한 문장이라면 이건 나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이덕무를 위한 독서가 되는 거잖아.

 

17. 단박에 조선사 / 심용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

: 심용환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이제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심용환 선생님의 코멘트가 시작되는 순간 어떤 관점으로 풀어나가실지 예측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이제 다른 작가의 역사책을 읽어볼 필요가 생긴 것이라 하겠다. 그런 책이다. 부족하지 않은 한 권인 동시에 한 권으로는 부족하겠으니 계속 읽어나가 보자는 기분이 들게 하는.

 



18-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11 /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

: 한 달에 딱 다섯 권씩 읽어서, 네 달이면 정복하리라는 계획이다.

 



24. 본격 한중일 세계사 1 /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

: 이른바 서브 컬쳐라는 컬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그 컬쳐가 컬쳐는 무슨 컬쳐냐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굽시니스트 작가님은 센스가 좋고 글도 참 잘 쓴다는 사실은 언급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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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5-0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그런거였군요. 3년 동안 열어보지 않은 책은 미련없이 처분해야 한다는 syo님의 말씀에 저도 처분할 책들 선별작업 들어가야겠습니다. ㅋㅋ 근데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 책장 절반이 빌 것 같아요. ㅎㅎㅎ;;;;;
저 두꺼운 루쉰 평전 읽게 될까봐 루쉰 문학선을 읽지 말아야 하나 고민 들어갑니다. ㅋㅋ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제 발 저리는 작가가 누구일지 궁금해서라도 읽어봐야하나 갈등 들어갑니다. ㅋㅋ

syo 2019-05-01 22:03   좋아요 1 | URL
제가 또 고민거리를 남겨드렸군요.
아니야 이게 다 설해목님의 독서의욕이 충만하시기 때문이에요!! 제 탓 아닙니다 ㅎㅎㅎㅎㅎ

책장은 비워봐야 사실 곧 다른 책으로 찰 텐데 말이에요 ㅎㅎ

단발머리 2019-05-01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처분의 시원섭섭함이란 뭐,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처분하고 나면 그 책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아, 내가 그 책 왜 버렸지? 아니면, 아닌데!! 그 책 안 버렸는데, 왜 없지? 이런 생각 ㅠㅠ

빨강의 유혹 <마르크스 평전>이랑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읽어봐야겠어요.
쇼님 글 읽으면 다 읽어보고 싶지만, 간추리고 솎아내고 추리고 추려서^^

syo 2019-05-01 22:06   좋아요 0 | URL
같은 책 있는지도 모르고 또 사는 거랑 어느 게 더 착잡한 일일까요??

그러고 보니 안젤라 카터 책 두 권 사셨던 어느 다....님이 떠오른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9-05-01 22:08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이 댓글을 좋아합니다^^
자나깨나 다...님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5-01 22:12   좋아요 1 | URL
그럼요.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는데요. 다싸부님.

다락방 2019-05-02 17:22   좋아요 0 | URL
누가 제 얘기 하나봐요. 귀가 간지러워요...

syo 2019-05-02 17:25   좋아요 0 | URL
일부러 다...라고 익명처리했는데, 이렇게 나서시면 저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잖아요. 어휴, 깜쪽같이 아무도 몰랐을텐데......

2019-05-1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파마

 

 

1

 

아, 정말 시간은 놀라우리만치 잘 간다. 인정사정없다. 뭐 하나 찌끄린 다음, 공부 좀 하고 책 좀 읽고 나면 일주일이다. 그럼 한 번에 일주일치의 독서 자취를 남겨야 하는데...... “읽는 책이라는 명목의 기록은 작년 오늘 나는 무엇을 읽고 있었나랄지 이 책을 내가 며칠 동안 읽었나같은 것들이 궁금할 때를 대비하여 남겨두는 것인데, 이게 의미가 있으려면 못해도 3일에 한 번씩은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Q. 근데 뭐 읽는 게 많아야 뭐라도 쓰지.

A. 원래부터 딱히 읽은 것에 대해 쓰고 살지는 않았다......

 

Q. 근데 이런 데 시간 쓰니까 공부를 못하지.

A. 원래부터 딱히 공부에 시간을 많이 쓰고 살지는 않았다......

 

 

 

2

 

목요일(목요일 있었던 일을 월요일에 쓰는 패기)에는 데이트가 있었다. 여섯 시에 근사한 곳에서 감자와 치즈로 충만한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엄마는 영웅 영화의 최고봉으로 <성웅 이순신>을 꼽아 아들을 안타깝게 했다)를 보기로 약속했다. syo는 조금 일찍 시내(서울에서는 잘 쓰지 않는 듯한 표현이다. 서양말로 downtown)에 나가 서른 넘어 처음으로 머리를 볶아(엄마는 굽는다고 표현하지만 아무래도 면발은 볶는 쪽이) 보았다. 미용실과 옷가게를 가장 무서워하는 syo로서는 결연한 다짐이 필요했다.

 

..... 쇤네가 가르마 펌을 좀 해볼까 싶어서..... 저 같은 게 감히 가르마 펌님을 해도 되올는지요(굽신굽신샤바샤바)...... 안 되겠는데요? , , 역시 안 되겠구나. 나는 안 되겠구나...... 그게 아니라, 고객님 앞머리가 가르마 펌을 하기에는 좀 짧아서요. 기본적으로 눈을 찌를 정도는 돼야 되는데, 이 정도 길이라면 펌을 하고 나면 앞머리가 달랑달랑 들려서 멋이 없겠어요. , , 역시 멋이 없겠구나. 나는 멋이 없겠구나...... 그리고 고객님들이 인터넷에서 관리 잘 된 사진 보고 오셔서 그렇게 해달라고 하시는데, 실은 그 사진들이 엄청 세팅을 잘 한 상태에서 찍은 것들이거든요. 실제로는 그렇게 세팅하려면 솜씨가 좀 필요해서, 잘 할 줄 모르시는 고객님들께는 어지간하면 추천을 안 드리거나 혼자서 세팅 하실 때는 스타일이 잘 안 나오실 수도 있다고 꼭 알려드리거든요. 가르마 펌이 그래 보여도 사실 세팅하기 어려운 머리스타일이거든요. , , 역시 어렵구나. 나는 어렵구나...... 지금 길이에서는 그냥 볼륨 펌을 하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 볼륨 펌이요? 아이구, 해야합죠, 해야합죠. 그러믄입쇼, 볼륨 그거, , 그걸로 해주세요.

 

뭔가 대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에 찬 안도상태에 들어간 syo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볼륨 펌이라는 게 뭔지를 내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고 나니 볼륨 펌이란 그야말로 빠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녀석이었고, 완성된 비주얼은 그야말로 6세 어린 syo에게 빠마 트라우마를 심어주었던 바로 그 꼬불이가 30년 가까운 세월을 뚫고 다시 살아온 듯한 모습이었다(당시 뭘 크게 잘못했었는지, 엄마는 6syo를 발가벗겨서 대문 밖으로 내쫓았는데(잘 생각해보니까 이건 학대잖아 엄마, 성웅 이순신이 엄마 이러는 거 알면 가만 계실까?) 어린 syo는 누드보다 빠마가 더 부끄러워서 대문 앞에 있던 빨간 플라스틱 바케스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앉아 잉잉 울고 있었다(또 잘 생각해보니까 빠마가 아니라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쫓겨난 데 트라우마가 생겨야 되는 게 아닌가? 아이의 마음이란?)).

 

하여간 심하게 곱슬대는 머리를 찰랑거리며 약속장소로 도착했지만 시간은 이르고 여친은 아직 도착 전이어서, 알라디너들의 영원한 오아시스,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가 잠깐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모퉁이를 딱 도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 굉장히 리뷰 잘 쓰게 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는 척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일 수도 있잖아? 소심한 syo,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슬쩍 그 사람을 지나친 다음 책장 사이에 숨어서 문자를 보낸다. “혹시 지금 알라딘이세요?” 그리고 15초 후, “. 어디계세요? ㅎㅎㅎ역시, 그냥 닮은 사람일리가 없지. 함박웃음을 짓고 다시 모퉁이를 돌아나간 syo. 역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syo를 마주하는 책 많이 읽는 얼굴.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다음, 근처에 놓인 아동용 책상에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얼굴 본지 벌써 100일은 지났네요. 어쩐 일이세요. 전 데이트. 님은요. 전 독서모임이요. (......쉬지 않고 블라블라......) 제가 파마를 했거든요. , 그러네요. . 근데 파마를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자꾸 좋은 일 있냐고, 여친 생겼냐고 물어봐서 별로에요. 그냥 다니던 미용실 원장님이 해보자고 해서 한 건데....... , 그러셨구나. 그랬다. 1월에 만났을 때 우리는 둘 다 생머리였는데, 4월에 우연히 다시 만나자 각자 저마다의 사정으로 파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우리는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안녕, 안녕, 6월쯤에 꼭 다시 봐요, 안녕, 안녕, 열심히 살아요. 열심히 읽어요. 덕담을 주고받으며, 파마한 syo와 파마한 cyrus는 각자 저마다의 약속을 지키러 발걸음을 옮겼다.

 

 

 

3

 

<어벤져스: 엔드 게임>를 보는 내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호크아이의 호쾌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도 한국에서도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투블럭 모히칸인지 투블럭 뭐시긴지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한껏 뿜뿜하는 남성미가 곱슬이 syo와 대차게 보색대비를 이루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어쩐지 호크아이가 죽어버려도 별로 아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치졸한.....

 

그나저나 호크아이 헤어스타일 스포일러해서 죄송합니다.

 

 


--- 읽은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지음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지음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지음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읽는 ---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 허수경 지음

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파리의 생활 좌파들 / 목수정 지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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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4-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cyrus님과 서점에서 딱 만나다니~ 어찌 생각하면 두 분이 마주치기에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이라 크게 놀랍지도 않네요.
빠마 궁금합니다~ 6살에 엉덩이는 내놓고 머리에 바가지 뒤집어쓴 꼬맹이라니 짠하긴 한데 엄청 귀여웠을 듯요 ㅋㅋ

syo 2019-04-29 12:06   좋아요 0 | URL
서로 얼굴을 몰랐던 시절에도 몇 번쯤 스치고 지나갔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이러스님은 그야말로 대구 안에 있는 책과 관련된 공간이라면 어디든 출몰하시는 분이라서요.

지금의 제가 생각해보면 6살 그 빠마는 좀 귀여웠을 것 같지만, 6살의 저한테는 세상 무너지는 충격이었습니다. 6살 syo는 키 작은 골목대장, 진짜 싸나이였거든요!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9-04-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시루스님과 우연히 마주치셨군요. 게다가 두 분 모두 빠마 머리로.

저도 오래 전 뽀글이 빠마한 기억이 있어요. 다시는 빠마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죠. ㅎㅎ

syo 2019-04-29 22:28   좋아요 0 | URL
빠마에 상처받은 남성들이 세상에는 참 많군요......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참 잘 어울리던데 말이죠ㅠㅠ

반유행열반인 2019-04-2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챕터 두 번째 문단 세 글자로 ‘손이고’로 압축하더라고요ㅋㅋ 일부러 빠마 하는 사람들, 부럽습니다. 평생 빠마 0번해 봤습니다. (내츄럴본퍼머넌트웨이브aka악성곱슬)

syo 2019-04-29 22:30   좋아요 1 | URL
그게 뭔가 싶어서 검색을 해봤다가, 무려 2011년부터 오픈사전에 등재된 단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감으로는 이 줄임말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 그 이후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반유행열반인 2019-04-30 07:02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생들 덕에 알게 된 말인데 직접 써 본 건 처음이에요. 같은 상황도 syo님처럼 재미나게 풀어갈 수 있는데 말씀듣고 보니 줄임말의 폭력성과 파괴력이 새삼 느껴지네요.ㅎㅎ

목나무 2019-04-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증샷! 요구하고싶은 글입니다. ㅋㅋ
여친님 반응 궁금해요. ^^

syo 2019-04-29 22:30   좋아요 1 | URL
좋아합니다. 엄마 동생 여친 세 여자의 반응이 공히 좋습니다. 저만 슬픕니다....

수이 2019-04-2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마한 사이러스와 syo님이라니 ㅋㅋ 인증샷 보고싶습니다 실로

syo 2019-04-29 22:31   좋아요 0 | URL
괴랄한 투샷이 나올 듯하여 인증샷은 좀 그렇겠습니다만 ㅎㅎㅎㅎ

칼르페디엠 2019-04-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오님 역쉬 글쓰기 내공이 느껴지네요.
건승하시구요. 시험도 잘 준비하시구요~!
그보다는 글쓰기 실력이 더.....

syo 2019-04-30 16:43   좋아요 0 | URL
언제나 응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언제나 제 글쓰기를 높게 봐주시는 것도 감사하구요^-^

cyrus 2019-05-01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점에 우연히 만났던 아는 사람들 전부 다 책을 엄청 좋아해요... ㅎㅎㅎㅎ

syo 2019-05-01 15:54   좋아요 0 | URL
전 알라딘에서 아는 사람 만난 게 처음입니다.

아는 사람 좀 들여놔야겠어요....
 


빗방울 사진관

 

작년 오늘, 신림동에는 비가 왔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 비를 보고, 듣고, 만지다가 슬쩍 젖어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독 비가 많았던 여름, 파란 함석지붕 처마 아래서 누군가와 함께 비를 긋던 어느 여름을 떠올리며 짧은 글을 남겼다. 골목길 모퉁이를 돌다 그 여름과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이미 지나간 여름을 오늘에 덧대는 일은 참 부질없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으깨진 빗방울이 더는 빗물이 아니라 그저 쏟아진 한 덩이의 물일뿐이듯이. 또한 구름으로부터 지상까지 젖은 허공을 그으며 떨어져 내리는 동안만 비가 비이듯이, 여름은 내가 그 안에 있는 동안만 여름이었다. 바깥에서 돌아보면 그것은 한낱 지나간 계절일 뿐이었다. 지나간 여름은 이제 여름이 아니다. 그 여름처럼 나를 뜨겁게 끓이지 못하기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비가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느 애틋한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지니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랑은 순간에 박제된다. 그날 그곳 그와의 사랑은 보존될 수는 있으나 재현될 수는 없다. 다시 그를 만나도 더 이상 그는 그가 아닐 것이다. 여기는 그곳이 아닐 것이다. 그때가 아닐 것이다. 기적처럼 그날 함석지붕 아래의 그 장면 속으로 다시 돌아간대도, 이젠 내가 그날의 내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사랑을 둘러싼 많은 조언들 가운데서도 좀 식상한 축에 들긴 하겠으나, 그저 아는 사람과 알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는 사람은 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사랑이 어제와 다르다면 그건 오늘이 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가 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지붕 아래서, 나와 당신은 매순간 변하고 있다.

 

사랑을 크기나 무게의 문제로 여기는 순간 어제의 사랑이 오늘의 사랑을 목조르기 시작한다. 어떤 것도 무한히 커지거나 한없이 무거워지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변화는 종종 변질로 오해받고 변모는 얼른 소모로 읽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랑은 한 손에 붓, 다른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색의 페인트 통을 든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 만나 서로의 구도를 버무리면서 추상화를 함께 그려가는 과정에 가깝다. 당연히 그 그림은 형태와 색채가 계속해서 변할 테고, 우리가 오늘의 그림을 또다시 그려낼 확률은 어차피 극히 낮다. 그러니 나와 당신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어깨를 붙이고 앉아 손에 든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수증기 너머로 오늘 우리가 그린 그림을 조용히 응시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래도 다시 만나지는 못할 이 작품을 구석구석 살피고 만지고 알아채서, 오늘의 이 그림에서 내일의 새 그림이 시작될 것을 받아들이는 것. 내일의 그림은 조금 다를 것임을 미리 인정하는 것. 그리고 기대하는 것.

 

내일, 다음 주의,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어느 날의 그림을 더 잘 그리려는 욕심에 오늘의 그림을 소홀히 그리지 않는 것.


오늘도 작년처럼 비가 온다고 한다. 하늘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머그잔을 채우고 조용히 비를 기다리고 있다. 창틀에 화분 하나를 올려놓았다. 키 작은 줄기, 귀여운 잎사귀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기는 대구다.


 


 

비는 당신 없이 처음 내리고 손에는 어둠인지 주름인지 모를 너울이 지는 밤입니다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광장으로 마음은 곧잘 나섰지만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는 일이 오늘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결 나아진 것 같은 귓병에 안도하는 일은 그 다음이었고 끓인 물을 식히려 두어 번 저어나가다 여름의 세찬 빗소리를 떠올려보는 것은 이제 나중의 일이 되었습니다

박준겨울비」 전문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던 작년 가을을 생각해본다천장에 금이 가는 줄도침대 밑에 먼지가 쌓이는 줄도 모를 정도의 사랑이었지만 악의와 당황 속에서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버렸던가그러나 장차 우리를 죽이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이는 현기증에 고생하던 남자가 택시에 치여 죽어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나는 낭비할 시간이 없음에도 내게 주어진 날을 낭비하고 있다.

존 치버존 치버의 일기

 

 

 

--- 읽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11 / 박시백 지음

본격 한중일 세계사 1 / 굽시니스트 지음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허수경 지음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 박현찬, 정상혁 지음

 

 

--- 읽는 ---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고미숙 지음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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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4-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면 좋을 날씨인데...^^ㅎㅎ

syo 2019-04-23 13:46   좋아요 0 | URL
온다던데요? 3시쯤에는 온다고 네이버가.....

레삭매냐 2019-04-23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랑은 순간에 박제된다

캬하,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 밤중에 몰래 빠져 나가
닭똥집에 막걸리나 한 잔 하고 싶네요.

예전에는 참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했
더랬죠... 그땐 그랬더랬죠.

syo 2019-04-23 14:07   좋아요 1 | URL
닭똥집에 막걸리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입맛이 다셔집니다 ㅎㅎㅎ

동그란 양철 테이블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가게 유리문 너머로 비 내리는 걸 보던 기억이 나네요.... 아, 좋은 그림이다.

목나무 2019-04-23 15:47   좋아요 2 | URL
얼마전 연남동에서 오돌뼈에 소주를 마시는데 정말 맛나더라구요.
오돌뼈가 좀 느끼할 수도 있는데 그 집은 파채를 곁들여서 진짜 중독되는 맛이었습니다! ㅎㅎ
비내린다고 하니 별의별 안주가 다 떠오르네요.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요. 센치 대신 입맛 다시며...ㅋㅋㅋ

2019-04-23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4-2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밖이고 우산도 없지만..
비가 왔으면... 여기는 서울입니다^^

syo 2019-04-23 16:15   좋아요 0 | URL
여기는 소슬소슬 오는 중입니다.
비는 좋은 거니까, 우리 나눠 먹어요 ㅎ

목나무 2019-04-2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디에 사랑이란 게 있지? 사랑은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사욕을 모르는 헌신적인 것 아닌가?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헌신적이어야 해, 인생을 바치고 고뇌도 마다 않는 그런 사랑은 결코 노동이 아니지. 일종의 기쁨인거야. ... 사랑은 비극일 수밖에 없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신비야! 그 어떤 삶의 안락, 계산, 그리고 타협도 사랑과 관련지어서는 안 되는 법이야˝ _ 알렉산드르 쿠프린의 <석류석 팔찌> 중에서...

오늘 외근길에 저런 글이 담긴 단편소설을 읽고 아침부터 사랑이 뭘까... 그러던 차에 syo님의 글을 봤네요.

서울과 대구의 물리적 거리만큼 syo님의 어떤 거리는 짧아졌으려나요. 아님 길어졌으려나요.
여기도 아직 비님이 올 기척은 없네요. 따뜻한 봄비 기다려지는 오후입니다. ^^


syo 2019-04-23 16:18   좋아요 1 | URL
뭔가 어마무시한 애정관이네요. 저러다 사랑이 없어지겠어요 ㅎㅎㅎ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정말.

사랑이란 게 답이 없는 것 치고는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든 보답을 해주는 놈이잖아요. 설해목님의 사랑생각을 응원하고, 계신 곳에 봄비 내리는 일도 응원합니다^-^
 

눈물의 에움길

 

 

1

 

도서관에서는 가끔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대체로는 사람에 관련된 일이다. 언젠가는 꼭 도서관에서 마주친 인물 군상과 그들이 촉발한 사소하고 소소한 사건들에 대한 에세이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뻔 했을 정도다. 할 뻔 했습니다. 하지 않았다구요.

 

syo가 다니는 도서관은 대구에서 가장 큰 시립도서관으로 2층에 종합자료실, 3층에 인문자료실이 배치되어 있다. 한 주에 한번 꼴로 가는데, 도서관 내 동선은 거의 일정하다. 2층 반납, 3층 반납, 3층 대출, 2층 대출, 마지막으로 다시 3층 대출. 3층 대출이 두 번인 이유는 3층과 2층의 신간 서가를 한 번씩 다 들여다보고 나서야 어떤 아이들을 업어갈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층에서 반납을 마치고 나면 가장 가까운 자리에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서가 탐색에 나선다. 이번 사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벌어졌다.

 

syo가 가방을 내려놓은 맞은편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른손 아래는 노트를, 왼손 아래는 한자가 득시글거리는 책 한권을 깔고서 서릿발 같이 꼿꼿한 자세로 필사에 집중하고 계셨다. 회색 바탕에 흰색 선들이 직교하는 무늬의 빵모자를 쓰셨는데, 그걸 그대로 들어 올린 다음 갓이나 탕건으로 바꿔드리면 순식간에 도서관이 도산서원이 될 것 같은 그런 노론소론한 인상이시랄지, 태풍이 몰아쳐도 읽던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빨래를 걷지 않을 것 같은 매란국죽한 지조가 엿보였달지. 그런 할아버지였으나 syo가 내려놓은 가방을, 정확히는 가방에 붙어 있는 붉은색 핀버튼을, 더 정확히는 그 붉은 핀버튼 속에 그려진 수염 난 세 남자의 정체를 식별하고 난 후에는 마치 단발령 선포 소식을 접한 구한말 서당 훈장님 같은 표정이 되어 가방과 syo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세 번씩 바라보시었다. 못 본 척 하고 돌아섰지만 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이런 걸 가방에 달고 다니는 놈이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굉장히 불편한 일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지역에는 불편할 사람이 유독 많을 수도 있고.

 

요기 요 빨간 것(출처 : 레닌전집 페이스북 페이지)

 

네 이놈,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당장 그 흉물스러운 것을 떼어버리지 못할까! 라고 저쪽에서 선빵을 날려 오지 않는다면 그저 불편한 눈길을 던지는 것을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걸 잘 알지만 이쪽은 또 원체 못되 쳐먹은 성품이라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샘솟는 것이다. 그리하여 빌릴 생각도 없었던 이 책을 굳이 빌려서 책상 위에 떡, 할아버지가 제목을 잘 볼 수 있는 각도로 내려놓고서는 총총히 2층으로 내려갔다.


이 책

 

2층에서 몇 권을 빌려 다시 올라와보니 할아버지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신 뒤였다. 사특한 syo의 군세를 척살하고 무너진 나라의 법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의병을 모집하러 가신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나저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이제 이런 심보는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

 


  왜보통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줬을 땐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물론 작심하고 할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타인을 찢어발길 준비를 하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게 무죄가 되진 않아상처를 받은 사람이 과민한 게 아니라거기까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내가 무심했던 거라고 생각하는 게 현대 지성인의 자세 아닐까?

  

  그러니까 모르는 건 죄야.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

김나연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2



이런 유형의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끝끝내 불온한 핀버튼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맑 선생님을 사랑하는 syo지만, 유감스럽게도 선생님은 인간적으로는 빼박 하자다. 무슨 하자하자 열매라도 드신 것 마냥 이 주제로 몇 번을 이야기해도 중복되지 않을 만큼 하자 에피소드가 풍부하신데, 이번 시간에 소개해드릴 에피소드는 충격! 맑스-엥겔스 결별설?’ 되겠습니다.

 

엥겔스 선생님은 보기 드물게 훌륭한 남자다. 당최 왜 이런 분이 저런 콧수염 달린 멧돼지 같은 불한당이랑 절친을 맺었는지,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았기에 돈 뜯겨(20세부터 계산하여 죽을 때까지 맑스가 쓴 돈의 과반은 엥겔스의 호주머니에서 나옴), 글 뜯겨(맑스가 악플 배틀이나 뜨며 재능을 낭비하는 동안, 마감이 코앞에 닥친 맑스의 원고는 엥겔스의 펜끝에서 나옴), 명예 뜯겨(맑스의 부인 예니가 임신하여 배가 부른 동안, 그 집 하녀 헬레네 데무트도 어쩐지 임신을 하였는데, 그 아이 아버지가 엥겔스인 것으로 쳤음’)..... 그러나 엥겔스는 일생 그런 대접을 당하면서도 딱 한번을 제외하면 결코 맑스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딱 한번이 이번 한번인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공장주의 아들이었던 청년 엥겔스는 공장 노동자 메리 번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교육받은 중간계급, 부르주아의 아들은 문맹의 노동자 여인을 그 여인이 죽는 순간까지(아마 엥겔스가 죽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사랑했다. 그 슬픈 순간은 18631월의 어느 날이었다. 마르크스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무어에게,

  메리가 죽었다네메리는 어젯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네리지가 자정 직전에 잠자리에 들다가 메리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았네이미 메리는 죽은 뒤였지아주 갑작스러운 일이었네심장마비나 뇌졸중 발작인 것 같아나는 오늘 아침에야 이야기를 들었네월요일 저녁까지는 아주 건강했는데내 감정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네그 가엾은 여자는 온 마음으로 나를 사랑했는데.

  FE

 

그리고 며칠 뒤, 엥겔스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그 편지는 위로라는 목적에 걸맞게 메리가 죽었다는 소식에 나는 경악했네. 그렇게 착하고 재치있고, 또 자네 곁에서 늘 마음을 써주었는데.”로 시작하긴 했으나 이내, 도대체 요즘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 나는 요즘 갈피를 잃었다, 기금을 모아서 어떻게 해보려 했는데 망했다, 하도 외상을 져서 이제 아무도 외상을 안 준다, 애들 학비랑 집세 독촉이 끝도 없다, 이런 마당에 내가 어떻게 일을 계속 하겠는가, 따위의 길고 익숙한 신세한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다시 이런 때 이런 참담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일이지.” 라는 한 줄을 보태어 스스로의 이기심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이기심을 부정한 다음, 이게 다 내 불운을 알려 자네의 불운을 덜어보려는 동종요법의 일환이라는 식으로 깝치기 시작하더니, 전당포에 맡겨져 있는 자신의 옷들과 신발들에 대한 TMI를 제공하고, 이내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멘트로 편지를 마무리한다. “메리가 아니라, 어차피 병도 들고 또 살 만큼 산 우리 어머니가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환경의 압박에 시달리는 문명인의 머릿속에는 별 이상한 생각이 다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안녕.”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한 닷새 동안, 아마도 맑스는 심장이 한껏 쫄깃쫄깃했을 것이다. 혹시, 엥겔스가 빡친 것은 아닐까? 내가 편지에다 무슨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어쩌지, 이틀만 엥겔스가 연락을 끊어도, 사흘 뒤부터는 밥을 굶어야 하는데, 아아아 나는 어쩌지...... 그러던 와중에 마침내 엥겔스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늘 다정한 별명, ‘무어에게로 시작했던 기존의 편지를 떠올리면서, 맑스는 첫 줄부터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다.


  마르크스에게,

  이번에는 내가 당한 불행과 자네가 그 일을 바라보는 차가운 태도 때문에 자네한테 더 일찍 답장을 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네자네도 그럴 만하다고 생각할 걸세내 모든 친구들과 그저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인 속물들까지도 이번에 나에게 깊은 충격을 준 이 일을 두고 내가 바랐던 것 이상으로 나에게 동정과 우정을 보여주었네하지만 자네는 이것이 자네의 냉정한 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기에 적당한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지그럼 그렇게 하게나! 

 

다 읽은 편지를 탁자에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 쉰 순간부터, 맑스 인생 최악의 몇 주가 시작된다. 그 와중에 예니는 맑스에게 왜 우리 형편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을 엥겔스에게 더 일찍 알리지 않았냐고 비난하고, 맑스는 엥겔스가 무슨 ATM기냐고 맞받는다(누가 할 소리를). 결국 부부싸움은 맑스가 법정에서 파산신고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세부사항으로 첫째, 딸들은 가정교사 일자리를 알아본다. 둘째, 충실한 하녀 헬레네는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옮긴다. 셋재, 맑스와 예니는 막내딸 투시를 데리고 빈민 구호시설로 들어간다. 이것이 런던의 맑스 패밀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마 실제로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엥겔스에게 보낼 사과편지에 그런 비참한 결정사항들을 첨부함으로써 동정을 사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맑스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낸다.


  자네에게 그런 편지를 쓰다니 내가 크게 잘못했네사실 편지를 보내자마자 후회를 했다네그러나 내가 그런 편지를 쓴 것은 절대 냉정해서가 아닐세내 아내와 자식들이 증언을 해주겠지만자네 편지가 도착했을 때(아침 일찍 도착했네나는 나에게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 죽은 것처럼 비탄에 잠겼다네그러나 저녁에 자네한테 편지를 쓸 때는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었네집주인은 고물상을 집 안에 들여보냈고정육점에서는 외상값을 받으러 왔고석탄과 양식은 떨어져가고어린 예니는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네이런 상황에서 보통 내가 기댈 곳이 냉소주의밖에 더 있겠나. 

 

한 권이 800페이지가 넘는 책 50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속에 있는 서신들을 싸그리 뒤져 보아도, 맑스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편지는 이것 이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호인인지 호구인지 알 수가 없는 엥겔스는 평소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이 편지에 또 마음을 풀고 다정하게 화답한다.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네이제 자네도 자네의 지난번 편지가 나한테 어떤 인상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군한 여자와 오랫동안 산 사람이라면 그 여자의 죽음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네나는 그 여자와 함께 내 젊음의 마지막 자취를 묻어버린 느낌이라네자네 편지가 왔을 때는 아직 장례를 치르기 전이었네솔직히 나는 일주일 동안 그 편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네머리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더군하지만 신경 쓰지 말게자네의 이번 편지가 모든 것을 씻어주었네나는 지금 메리를 잃는 과정에서 내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좋은 친구도 함께 잃지 않은 것이 기쁘다네.


어쩐지 안심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는 맑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살았다! 호구가 돌아왔다! 엥겔스는 즉시 맑스 가족을 고난과 멸시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낸다. 자기도 여윳돈이 없는 처지라, 아버지 회사의 서류함에서 1백 파운드짜리 수표를 훔쳐 배서하는 방식으로......

 

보면 볼수록 하자. 그러나 사랑하는 하자. 아니, 어쩌면 저렇게 하자라서 더욱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맑스의 더티 섹시 그물에 걸려 파닥거리는 한 마리 나방 syo. 아니지, 내 옆에서 파닥거리고 있는 저 거대한 장수풍뎅이는 혹시 엥겔스 선생님이 아니신지. 하자라고 실컷 욕하면서도 좋아하는 이 헤어날 수 없는 감정의 요란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은 아십니까, 엥 선생님......

 

 

 

3



이 안에 네 개의 이름이 있다. 김금희, 박상영, 강화길, 김봉곤. syo는 언제나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들의 글을 받아 읽기를 항상 앙망하옵는데, 그러다보니 어쩐 일인지 syo는 알라딘에서 이런 사람이 되었다.

 


이건 무슨 합성같군.

 

이 네 작가 중에 두 명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이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빌리는데, 심지어 그 중 하나가 김금희라면 사실상 나머지 이름은 또 거들 뿐이다. 울면서 빌린다. 흑흑, 죄송합니다. 사지를 못하고 빌려 읽어서 죄송합니다......

 

 

 

4

 

그러나 사실, 이런 날 개구진 글을 올리는 것은 썩 개운치 않다.

  

젓가락내 마음은 황학주

 

 내 마음은 오래도록 바짝 마른 것에 가 있었다

 

 고아원이 밤의 굴뚝을 울려대는

 새 울음소리 뒤로 옮겨가고 없는 밤에

 나는 시름해진 꿈들을

 곧잘 눈에 잘 띄는 선반에 올려놓곤 하던

 젓가락처럼 몸이 긴 원장을 생각한다

 

 이런 날 내 마음은

 물배급차를 끌고 다닌 길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입에 물려 있던 물을 간신히 다른 입에 밀어 넣던 아이의

 희미한 이름도 간직하고 있다

 별이 두 개나 세 개씩 하룻밤에 떨어지면

 흙칠을 한 호수 옆에 묻어야 했던 그 길을

 

 가지고 있다 내 마음은

 물이 없어 문을 닫은 고아원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면

 기력을 다한 살핏한 눈빛을 내 귀에 대고

 고맙다고 하던 아이는

 쪼개기 전의 나무젓가락처럼 두 다리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지평선에 해 빠질 동안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가만히 달아나게 해주고 싶었다

 마른 발등이 병실을 옮기는 긴 허방 붉디붉어도

 우리는 무비나 에이즈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옮겨 심은 나무들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

 어느 귀신이 그걸로 새 젓가락을 만들고 있으리라

_ 황학주, 「젓가락, 내 마음은」전문

 

그날, 나는 파주에 있었다. 다 먹지 못하고 잘라 넣어놓은 생일 케이크가 아직 냉장고에 있었다. 남쪽 바다에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각 서울 한복판에서도 역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사랑하는 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람이 다니던 학교에서도 여행을 계획 중이었을 것이다.

 

파주에 있는 한 원룸에서, 나는 다리를 끌어안은 자세로 바닥에 앉아 남쪽 바다를 생각했다. 그 바다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데리고 떠난 아이들이 갇혀 있는 상상을 했다. TV로 쓰던 모니터 속에서 배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고, 방바닥 위의 나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저녁이 되자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와 불 꺼진 방 가운데 앉은 나를 가만히 안아 일으켜주었다. 우리 두 사람은 울지는 않았지만 이미 울고 온 마음이었다. 그날은 웃지 않았다. 그날은 유독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창문을 꼭꼭 닫아도 어디선가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빨래가 밤새 다 마르지 않았다. 아침에는 달리러 나가지 않았다. 제일 먼저 한 일은 TV를 켜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학교에 가고, 나는 남은 케이크를 마저 먹었다. 냉장고 속에 오래 든 케이크는 축축했다. 다시 울고 싶었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잊지 않겠다고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날을 저렇게 기억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 속 바다에 빠뜨려보지 않고서는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었으므로, 내가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이들의 이름이나 사건의 진상 같은 것들이 아니라, 그저 그날 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오늘이 그날이라고 누군가 말해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듣고 나서 제일 처음 떠올린 것도 다름 아닌 그날의 나였다. 그날 울지 못하여 차마 버리지 못한 슬픔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상상 속의 서러운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였다. 그 모든 나를 불러내 하나하나 다시 거치고 난 후에야, 거짓 없이 슬픈 눈을 하고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남의 일에 진심으로 슬프기 위하여 먼저 해야 할 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노란 리본을 가방에 걸고 다니기에는 부박하고 비루먹은 마음이다.

 

다시 오늘이 와도, 아마 나는 그럴 것이다. 내 눈을 먼저 적신 다음에야 그 사람들을 기릴 것이다. 나는 아직 슬퍼하는 방법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돌아가지 않고 바로 가기 위해서. 상상하지 않고도 타인의 슬픔에 기꺼이 몸을 적실 수 있기 위해서.


 

 "한 가지만 더 봐야겠어요."

 "서둘러주세요."

 "10분만 주세요."

 "알았어요."

 내가 막 돌아서려고 할 때그가 다시 말했다.

 "그냥 모든 걸 잊으세요그게 더 쉬워요."

 "뭐가 더 쉽다는 말이죠?"

 그가 담배를 창밖으로 던지며 말했다.

 "살아가는 것이요얼마나 더 봐야 합니까내가 당신의 수고를 덜어드리지요당신이 기억하는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잊는 게 최선입니다."

 "나는 더 이상 잊고 싶지 않아요. 10분만 주세요."

할레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 

 

한 인간의 내적 삶에는 그가 포함된 사회의 온갖 감정의 추이가 모두 압축되어 있다한 사회에는 거기 몸담은 한 인간의 감정이 옅지만 넓게 희석되어 있다한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슬픔은 이 세상의 역사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믿어야 할 일이다한 인간의 고뇌가 세상의 고통이며세상의 불행이 한 인간의 슬픔이다그 점에서도 인간은 역사적 동물이다.

황현산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 읽은 ---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지음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 이종산 외 지음


 


--- 읽는 ---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고미숙 지음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자본을 넘어선 자본 / 이진경 지음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지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지음

레닌 평전 1 / 토니 클리프 지음

도시재생 이야기 / 윤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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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1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주변에 맑스 같은 민폐형 인간이 있다면 참 싫을 것 같습니다만... 엥 선생님은 볼수록 정말 대인배 같습니다.

syo 2019-04-16 17:11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세상에 엥 선생님만 있고 맑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자본> 같은 위대한 책이 태어나지 못했겠습니다만, 그건 맑 선생님만 있고 엥 선생님이 없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붕붕툐툐 2019-04-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마주친 할아버지 묘사에서 빵 터졌네요~ 도산서원이라니...하하핫! 그나저나 대구의 저 도서관에 가면 syo님을 뵐 수 있는 겁니까?

syo 2019-04-16 19: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화요일의 아침 시간대에 저 도서관에 오시면 야생의 백수포켓몬 syo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2019-04-16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4-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스타킹 남성 멤버 중에 철학을 혼자 공부하는 분이 있어요. 일전에 한 번 언급했을 거예요. 헤겔을 공부한다고요. 지난달에 중앙도서관에 갔는데, 그 분을 우연히 만났어요. 제가 뭐했냐고 물어봤는데, 열람실에서 책을 읽었다고 했어요. 아마도 두 분, 중앙도서관을 거닐다가 한 번이라도 스치듯 마주쳤을 거예요. 최근에는 독서실에 등록해서 프로이트 전집을 읽는 중이래요... ㅎㅎㅎㅎ

syo 2019-04-19 09:27   좋아요 0 | URL
그분의 열정과 공력에는 항상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syo가 언제나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전해주시길 바랍니니다 ㅎㅎㅎㅎㅎ

NamGiKim 2019-04-2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오쩌둥 평전 작년 이맘때쯤 공익근무하며, 근무시간에 소방서에서 읽었습니다. 물론 넘사벽 분량이린 읽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지만요.

syo 2019-04-23 13:27   좋아요 1 | URL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필립 쇼트의 마오쩌둥 평전이 새로 나왔잖아요.
NamGi님께서 그것도 읽고 저 평전이랑 비교해서 페이퍼를 올려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쪽 계통으로는 또 NamGi님께서 탄탄하시잖아요.

그랬는데 복학을 하셔서 시간이 없으시군요...... 슬픈 소식 감사합니다.....

NamGiKim 2019-04-21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학교다니니 책을 읽을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ㅜㅡㅜ

NamGiKim 2019-04-21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닌전집 페이스북 페이지 저도 좋아요 해놓았는데.ㅎㅎㅎㅎㅎㅎㅎ

2019-04-21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eg 2019-04-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이라면, 사지 않고 빌려 읽으셔도 작가님들이 좋아하실 듯 합니다 :)

syo 2019-04-23 13:32   좋아요 1 | URL
아이구 ㅎㅎㅎㅎ 감사합니다.....만, 아마 아닐 걸요? ㅎㅎㅎㅎ

어떻게 댓글로라도 한 번 인사를 튼 작가님들의 책은 사서 읽는 주의긴 한데,
아는 작가님들이라 해 봐야 한 손에 꼽다 보니 그런 주의가 있으나 마나네요. 으하하하.

추풍오장원 2020-01-0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재밌는 글을 이제야 읽는군요^^ 뱃지는 켄터키후라이드치킨 할아버지 같은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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