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슬럼프다.

 

당최 니가 뭐라고 슬럼프씩이나 앓고 야단이냐 물으시면 뭐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도대체 내가 써 놓은 문장이 하나같이 개똥 같은데 이걸 슬럼프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야 한답니까.....

 

요런 잡글 쓰는데도 문장 안 뽑힌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작가 같은 위대한 사람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다. 작품 쓰는데 이런 식이면 단기간에 머리 다 빠졌을 것 같다. 머리 다 빠질 때까지 이 악물고 써 본들, syo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될 거야, 알랭 드 보통이 될 거야. , 정말 천만 다행이다......

 

뭐래니.

 

정말 뭘 써도 쓰는 족족 슬럼프의 증거물이 될 뿐이군.

 

 

 

201906 : 36권


 

 

1.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 악셀 린덴 지음 / 김정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

: 6월의 책을 꼽으라면 이걸로.

: 정말 별 내용 아니다. 그냥 양 먹이고, 양 죽이는 이야기. 오늘은 건초를 만들었다, 오늘은 울타리를 고쳤다, 오늘은 숫양을 사와서 교미를 시켰다. 근데 이 양아지()가 자꾸만 나를 들이받네. 죽일까..... 뭐 이런. 그런데 이 안에 은근히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나보다. 일기를 한 단락 쓰고, 내용에 걸맞은 인용문을 찾아보려고 에버노트를 뒤적거리면, 계속 이 책에서 따놓은 대목들이 걸려든다. 뭘 써도 걸린다. 일부러 피해야 할 정도다. 참 이상하지, 나는 양이라고는 꼬치랑 아치 말고는 모르는 사람인데......

 

2. 세월 / 아니 에르노 지음 /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

: 아니 에르노의 눈으로 훑은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은 꽤 어지러운 경험이었다. 현기증이 날만큼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동시에 아름다울 만큼 현기증 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쨌든 그것은 에르노의 시간이었다. 에르노의 시간은 에르노의 것이므로 syosyo의 것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syo의 시간이라는 게 있긴 하다면. 그리고 아름답게 써낼 수 있다면 말이지. 현기증 나게까지는 못하더라도.

 

3.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9

: 여전히 이집 맛집이긴 한데, 밀도랄지, 재미랄지, 느낌이랄지, 그것도 아니면 스웩이랄지, 하여간 그런 것들이 조금씩 옅어지는 느낌이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이정모 선생님이 지금보다 덜 알려져 있고 덜 다양하게 활동하던 시절에는 완전 핵존맛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장사는 잘 되지만 어쩐지 단골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드는 평범한(?) 전국구 맛집처럼......



 

4. 다가오는 말들 /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

: 기교는 그야말로 기교라, 잡문이라도 몇 년쯤 쓰고 나면 제 가락이 생기고, 그때부터는 도대체 남의 것을 빌려다 쓸 수가 없다. 매직스트레이트를 받은 핵꼽슬 머리카락처럼 효과는 잠시 뿐, 자꾸만 원래 내 문장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는 것은, 글쓰기를 다룬 모든 책은 결국은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저 많은 글쓰기 책들이 결국은 태도에 관한 훈육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끝까지 남을 책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쳐내고, 쳐내고 또 쳐내도 마지막까지 쳐내지 못할 책이 은유 선생님의 것들이다. 태도에 관하여 이분보다 더 몸으로 육박해오는 작가는 찾기가 어렵다.

 

5. 아무튼, 요가 / 박상아 지음 / 위고 / 2019

: syo는 요가를 모른다. 그러니 글만 볼 밖에.

: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아무튼 시리즈 가운데 제일이라고 해도 될 만큼 별로였다. 비교 대상을 다른 요가 에세이로 바꿔 봐도, 이 책은 이아림 선생님의요가 매트만큼의 세계에 미치지 못한다.

 

6.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9

: 지난 번 책보다 좀 나은 것 같다. 자꾸 나아지시는 김겨울 선생님.

: 인문학적 지식을 투하한 각 딱 잡힌 느낌의 본글보다, 챕터 사이사이에 있는 솔직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끼인글에서 훨씬 더 문채가 선연하게 빛난다. 면구스럽게도 지난 번 책과 이 책은 빌려 읽었지만, 요 끼인글들과 닮은 애들로 묶인 책이 나온다면 깨는 묻따않 사전구매 각이다.

 



7.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19

: 소설을 쓰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만 이런 책을 읽는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소설의 기술, 소설 쓰는 법, 그러다 이젠 심지어 이미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안 쓸 사람에게 이런 책이 의미가 있을까?

: 의미가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생각보다 일기는 소설에 가깝고, 소설에서 차용해 올만한 기술 이, 소설가의 마음에서 빌려올 만한 마음 같은 것들이 꽤 있다. 이래서 인생은 소설이라고 하는가. 아니다, 소설이 인생이었나?

 

8. 우리 고전 읽는 법 / 설흔 지음 / 유유 / 2019

: 읽는 법을 배운 건지 읽은 법을 배운 건지 알 수가 없다.

: 지난 달,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 읽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syo, 읽는법이라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고 각자의 시 읽은법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오히려 개인적이라서 존재가치가 있다는 식의 평을 남겼다. 그렇게 따지면 이 책 역시 같은 경운데, 왜 별로 호의적인 감상이 생기지 않는지를 고민해보았다. 아무래도 syo우리 고전보다 라는 장르에 더 여유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정교하지도 않고 거의 매번 실패하긴 해도, 시에 관해서라면 나의 읽는 법이라 할 만한 것이 그래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타인의 읽기에 더 호의적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이 책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읽는 법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도, 읽어봐야겠다 싶은 우리 고전작가들 리스트만 무거워졌을 뿐, 특별히 어떤 방법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시 읽는 법때와 마찬가지로 예견된 실패인 셈이다. 그런데도 어느 책은 좋다고, 어느 책은 무용했다고 평하다니, 점점 나란 놈의 자기중심적인 모습만 발견하는 것 같다.

: 이게 무슨 서평이야, 고해성사지......

 

9. 고전 속에 누가 숨었는고 하니 / 조현설 지음 / 우리학교 / 2019

: 제목 속의 숨은 누군가는 다양한 양태의 소수자들을 이른다. 컨셉이 좋았다. 아이들 책이라 얇고 가볍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 책이라서 뜻깊다. 며칠 전 아이들 책 시장에서 공전의 베스트셀러인 “WHY?” 시리즈 중 한 권, “WHY? 사춘기와 성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2008년에 출간되었던 2판에서는 난 동성애자가 정신병자인 줄 알았어.” 라는 아이의 말에 단지 세상에는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동성애자가 특별해 보이는 것뿐이야.” 라고 말했던 엄마가 무슨 일을 겪은 건지 10년 만에 입장을 확 바꿔서 3판에서는 글쎄, 나쁘다기보다는 정상이 아니지.” “대다수의 사람이 이성에게 호감을 느껴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지.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기도 해.” 라고 대답해준다. “분명한 건 내가 트랜스젠더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라고 말하는 딸에게는 엄마는 우리 딸이 보편적인 성의식을 갖고 있어서 맘이 놓이네.” 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자본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큰 흐름은 몰라도 작은 물결 정도는 얼마든지 역행시킬 수 있다. 어느 세상이나 쓰레기 같은 책은 태어난다. 쓰레기는 치우는 게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땐 덮어 놓기라도 해야 한다. 책을 덮는 책이 되기를.

 



10. 헤겔 / 피터 싱어 지음 / 노승영 옮김 / 교유서가 / 2019

: 헤겔은 숙제 같다. 철학책 뭐 좀 읽다 보면 헤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헤겔을 읽어보면 열라 정교한 헛소리 같다. 그래서 무시하고 다시 읽고 싶은 철학책을 읽으면 얼마 못가 다시 헤겔 운운이다. 그래서 다시 헤겔을 찾아 가면 헤겔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지치지도 않고 똑똑한 헛소리를 하고 있다. 젠장...... 물론 이 개똥같은 무한루프가 발생한 것은, 헤겔의 말이 실제로 헛소리여서라기보다는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이 헤겔에 대해 소양도 애정도 부족한 syo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겠지만.

: 그럼에도 피터 싱어는 역시 피터 싱어.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헤겔의 말이 더 이상 무의미한 개소리로 들리지는 않게끔 만들어주었다.

 

11.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켄 크림슈타인 지음 /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

: 애정하는 서재친구님들이 읽고 올리시는 페이퍼들을 보며 혼자 키웠던 기대감에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범작이었다. ‘아름다운 한줄같은 건 꽤 있었다. 그렇지만 제목에 한나 아렌트가 박힌 책에서 한나 아렌트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근데 하이데거와 벤야민은 지나치게 또렷하다. 하이데거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개새끼였으며, 벤야민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모질이였다..... 하이데거와 벤야민을 읽어야겠다.

 

12.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다산초당 / 2019

이 책의 효용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면그건 syo에게 철학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영학 지식이 부족해서일 것이다이런 식의 경험은 또 처음이군.




13. 레비나스, 그는 누구인가 / 박남희 지음 / 세창출판사 / 2019

: 심한 중언부언. 주어와 술어의 잦은 불호응. 문장의 짜임새로 놓고 보면 정말 별로인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긴 하다는 장점 때문에 버릴 수는 없는 책.

: 그리고 이 정도 함량이라면, 같은 출판사의 시리즈물 '세창 사상가 산책'에 편성되지 않고 굳이 단독 출간된 이유도 잘 모르겠다. 가격 때문일까?

 

14. 타자와 욕망 / 문성원 지음 / 현암사 / 2017

: 선생님, 팬입니다. 팬이 되었어요.

 



15. 한국 요괴 도감 /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

: 뭐 내용이야 제목 그대로이고, 큰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었으니 크게 남길 말도 없긴 한데, 서술이 은근히 웃기고(피식 사이즈) 귀여운(아코 사이즈) 데가 있었다. 사전식 어투조차 능력 있는 사람이 잘만 구사하면 뜻밖의 재미를 준다는 것을 배웠다. 인간이란 하려고 들면 십자드라이버로도 참치 캔을 딸 수 있다. 자칫 참치에서 쇳가루 맛을 볼 위험은 있겠지만.

 

16. 정신의 고귀함 / 롭 리멘 지음 / 이성민 옮김 / 오월의봄 / 2019

: 열심히 따라간다고 따라가고는 있었는데, 대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때가 자꾸 찾아와서 참 곤란했다. 정신의 고귀함에 대해서 알게 되려나 싶었는데 정신없음에 대해서만 알게 되었다. 아무나 읽는 책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넘기고 싶은데, 그냥 syo가 멍청해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었을 뿐이었던 것이었던 것일까 봐 겁난다. 그런 일이 굉장히 많았기에,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제껏 syo가 잘 못 알아 처먹은 책들 가운데 과반이 굉장히 좋은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아감벤, 키냐르.....) 이 책은 과연 어느 쪽에 설까?

 

17. 여성, 전적으로 권력에 관한 / 메리 비어드 지음 / 오수원 옮김 / 글항아리 / 2018

: 누구나 여성 혐오라고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것들을 표적으로 하는 페미니즘 책들은 포화상태고, 오히려 요즘은 더 세밀한 쪼개기를 통해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의 다른 방식을 상호비판하며 나선형 발전을 추구하는 책들에 손이 간다. 어차피 나는 답을 내릴 소양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말 저말 듣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압도적인 지식, 압도하는 문장, 그리고 압도당하지 않는 태도를 갖춘 페미니스트의 글에 syo가 더 무슨 말을 붙일 수 있을까.

 



18.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이지수 옮김 / 서커스 / 2019

: 말하기 힘든 것들이라 그런지 읽기도 힘들었다. 이제껏 우치다 선생님이 쓰신 많은 책들을 읽어왔지만, 토 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많이 알고 말도 잘 하는 우치다 선생님. 이미 눈이 먼 syo는 선생님의 어떤 책을 읽어도 늘 비슷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19.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자유 / 엄윤진 지음 / 갈무리 / 2019

: 너무 내 생각과 닮았기 때문에 도리어 남에게 추천하기가 꺼려지는 책이 있다. 읽은 게 나라서 좋은 건지 좋은 책이라 좋은 건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대놓고 따지고, 비판하고, 적지 않게 비난하는 책인데, 주장 면에서는 마치 syo가 쓴 것 같다. syo보다 오조 오만 배 정도 똑똑한 syo. 이 책에 실린 어필은 syo에게 대충 95푼 정도의 타율로 들어맞는다. 세상에 이 책이 있으니 syo는 정치에 관해서라면 책 안 써도 되겠다. . 안 쓰는 척. 못 쓰는 거 아닌 척.

: 엄윤진 선생님이 화가 잔뜩 나 있으신 듯하다. 처음에는 조곤조곤 하다가 이내 화르르 타오르시고, 어느 지점부터는 이노무 세상 확 그냥 막 그냥- 이런 느낌도 든다. 그 깊은 빡침조차 공감이 되니까, 거참, 이 책에 대해서는 뭐라고 평하기가 어렵겠다.

 

20. 미루기의 천재들 / 앤드루 산델라 지음 /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19

: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천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미루기의 천재. 빠밤.

: ‘미루기의 천재들이지 천재들의 미루기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를. 어쨌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미루며 살겠습니다.....

 



21.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지음 / 나무연필 / 2018

: 엄기호 선생님의 문장에서 syo가 자주 쓰는 문장들과 유사한 냄새를 맡았다(송구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고통나눌 수 없는 고통으로 나누는 데서 생겨나는 고통을 놓치지 말자라는 식이랄지, “고통을 수반하는 고독과 고독을 수반하는 고통 사이에서 고독한 것이 인간이 치르는 고통이다.” 라는 식이랄지(이 두 개는 책에 종종 등장하는 문장 형식을 흉내 내어 syo가 지금 이 자리에서 대충 만든 문장들입니다. 책에 이런 후진 거 안 나옴). 그런 이유로 syo는 되게 부드럽게 읽을 수 있었는데, 모르겠다. 읽기 피곤하실 수도.

 

22. 위험하지 않은 몰락 / 강상중, 우치다 타츠루 지음 /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8

: 두 분 선생님의 대담을 읽고 있으면, 앎도 말도, 강 선생님보다 우치다 선생님이 한수 위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두 분의 다른 책들 역시 잘 생각해보면, 늘 강 선생님의 책보다 우치다 선생님의 책이 읽기가 덜 수월했다. 어쨌든 이 두 분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syo에게는 홍복.



 

23. 어제는 봄 / 최은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

: ‘저 감정 잘 모르겠지만 정말 현실감 있다.’ 라는 말이, 말이 되나? 뭔지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핍진성을 논할 수 있지?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된다. 이게 작가의 힘인가. 모르긴 몰라도 작가가 저런 상황 저런 감정을 통과해 왔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건 말이 되나? ‘모르긴 몰라도 확신이 든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된다. 허허허.

 

24. 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지음 /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

: 정말 대단히 훌륭한 책이라고 소문이 짜르르. 그래서 그런가 정말 대단히 힘들게 읽어냈다. 한 편 한 편 쪼개서, 하루에 많아야 세 편씩 읽는 페이스로 읽었더니 어떻게 끝은 났다.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내가 똑똑한 놈 같았다가 천하의 바보 천치 똥멍충이 같았다가, 뭐 그러면서 꾸역꾸역 해냈다. 언젠가 또 읽으라면 또 읽겠다는 확신은 있다만, 그때는 수월하게 읽을 거라는 확신은 또 없다. 카프카가 그렇게 좋아했다더니, , 어쩐지......

 

25.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

: 이렇게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을 경험고통의 총량이 얼마나 어마무시한지, 그 경험과 고통을 다 안고도 이렇게 덤덤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리하여 이 책이 얼마나 위대한 책이고 솔제니친이 얼마나 존경받아 마땅한 작가인지, 그 모든 걸 다 알겠다. 다 알겠는데, 솔직히, 재밌으세요? 심지어 98년 번역이잖아요.....

 



26. 반성 / 김영승 지음 / 민음사 / 2007

: 시간이 글에다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에 관해 글이 탄생했을 때 이미 알 수 있다면, 그 글은 굉장한 졸작이거나 반대로 굉장한 대작임에 틀림없다. 그 이외의, 그러니까 대부분의 글들은 각자 자기가 태어난 시대의 시대성과 비교되며 의미를 지녔다가, 시간과 교류하며 자리가 조정되기도 할 것이다. 사실 그건 시인의 몫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써놓고도 끊임없이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

 

27.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 정철훈 지음 / 민음사 / 2002

: 어디론가 데려가는 시가 있다. 그곳은 과거였다가 미래였다가 한다. 때로는 오늘 같기도 하다. 오늘로 데려간다는 것은 결국 아무데도 데려가지 않는다는 말 같은데 그게 또 그렇지 않다. 지금 여기를 언젠가 어딘가로 만드는 시가 있다.

 

28. 하늘이 담긴 손 / 김영래 지음 / 민음사 / 2004

: 두고 온 것들을 향한 그리움과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이 손을 만든다. 다시는 아무것도 두고 오지 않으려고 그 손은 열심히 담고 또 담지만, 무언가를 놓고 놓치는 것은 마치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것처럼 다시 또 다시 일어나고, 손은 자꾸만 생겨난다. 물웅덩이처럼 바닥에 깔려 하늘 말고는 더는 담을 것이 없는 순간까지도 손은 자신을 스쳐간 것들을 기억한다. 우리도 그 손을 기억한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그 손이었다.



 

29. 해질녘에 아픈 사람 / 신현림 지음 / 민음사 / 2004

: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말 건네고 싶은 사람 하나 있을 것이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이 시집을 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그 사람이 들을 것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읽어본다. 이 시들이 내 마음을 잘 전달해줄는지를 생각한다. 이걸로 부족하면 한 편 써보는 것도 좋겠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해질녘이 있다. 각자의 아픈 사람이 있다. 각자의 인사법이 있다. 어쩌면 그게 다 시일지도 모른다. 시가 아니어도 시.

 

30. 딴생각 / 김재혁 지음 / 민음사 / 2013

: 이 시집 안의 시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지만,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아서 문제였다. 개취. 아 이 무서운 개취.....



 

31.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씨에지에양 지음 / 김락준 옮김, 박동곤 감수 / 지식너머 / 2019

: 이 책만 놓고 보자면 결국 기억에 남아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화학이 아니라 한 줄짜리 생활 상식이 될 것이다. 모공을 줄이겠노라고 고통을 참아가며 한겨울에 찬물로 세수해 봐야 다 헛일이라든지, 2 in 1 샴푸라는 물건이 남자한텐 그리 나쁜 건 아니라든지 하는. 그게 아니라, 정말 일상에서 다양한 화학제품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저런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큼의 화학을 알려면 이 책으로는 태부족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은 제목대로 따로 쓸 만하고, 내용은 내용대로 따로 쓸 만한 희한한 책이 된다.....

 

32.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 이정모 지음 / 사월의책 / 2019

: 우리 알라디너들은 로쟈님이라는 거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분도 신은 아니신지라 장르 단위로 파고들면 그분보다 더 무시무시한 리뷰어들이 꽤나 도사리고 있다. 과학책 분야에서 이정모 선생님이 그렇다. 물론 로쟈 선생님이 과학책 적게 읽으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빨을 보노라면 이정모 선생님 역시 비-과학책이라고 적게 읽으시는 건 아닌 것 같다. 젠장, 프로들이란. 정말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 수 없다.

: 읽고 쓰고 강연하는 일이 본업인 로쟈님에 비하면 이 양반은 아주 나아아아아아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 읽는 일고 글 쓰는 일이 본업이 아닌데(잘은 모르겠지만 과학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은 읽고 쓰는 일이 당연히 어느 정도 수반되는 직종처럼 보이긴 한다. 그런데 따지고 들자면 세상 모든 일이 대체로 그렇다)도 이래 버리면 이거 여러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다. 책날개에다 이런 걸 일러 남의 밥벌이 영역을 침범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각자 고유의 분야가 있으며 그것만 잘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서평마저 잘 쓰면 그건 안 되는 거다. 사람이라면 일부러 못 쓸 줄 알아야 한다. 아직 인성의 진화가 덜 되었나 싶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는 추천사를 써 놓으신 도서평론가 이권우 선생님의 마음이 뭔지 잘 알 것 같다. 심지어 syo는 도서평론가도 뭣도 아닌데도! 문제는 한 권의 책을 다 읽었는데 과학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정모 선생님의 다른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책을 많이 많이 써내시는 것 외에는 뾰족한 도리가 없겠다. 알아서 수습하시겠지.



 

33. 단숨에 그림 보는 법 / 수잔 우드포드 지음 / 이상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9

: “~는 법이라는 책에 손대는 버릇을 이제 좀 고쳐야 하는데, 왜 이렇게 유혹적이냐...... 아 정말 별 거 없구나, 하며 물러나는 경험이 이렇게나 축적되었는데도, 여전히 끌리다니, 알고 보니 법 좋아하는 남자 syo.

 

34.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 / 안정은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

: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성공한 흔한 성공기.

 



35. 도시재생 이야기 / 윤주 지음 / 살림 / 2017

36. 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계 / 김상헌 지음 / 길벗 / 2017

: 아무리 입문서라도 평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아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껏 철학 입문서들을 평하면서는 입문서라서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아는 게 좀 있었구나. 아는 게 없으면 이렇게 아무 말도 못하는 거구나......

 

 

 

16일부터 읽었으니 하루 2.4권 페이스로 읽어댄 것이로군?

 

그렇담 7월에는 다시금 공부를 좀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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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스트레이트를 받은 핵꼽슬 머리카락,의 주인공인지라 다른 말, 다른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흐흑ㅠㅠ 시집이 많네요. 4권? 5권? 흐흑 ㅠㅠㅠ

syo 2019-07-02 21:53   좋아요 0 | URL
단발님 울지 마세요. 넣어둬 넣어둬 눈물은 넣어둬.....
4차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이 핵꼽슬 시원하게 펴줄 거예요! 걔네가 못하는게 어딨어.....

북다이제스터 2019-07-0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해 6개월 동안 읽은 책 분량과 같으세요. ㅠㅠ

syo 2019-07-02 21:54   좋아요 0 | URL
양만 저렇지 실상은 입문서, 시집, 대담집.....

늘 질적 독서로 저를 압도하시는 북다님이시잖아요ㅠㅠ

독서괭 2019-07-0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라 정교한 헛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보관함에 잔뜩 담아갑니다~^^

syo 2019-07-03 08:26   좋아요 0 | URL
이런 말 하면 누군가로부터는 욕을 들어 먹겠지만, 그래도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대출이 먼저다˝

2019-07-03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3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3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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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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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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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1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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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0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나 김영승 시인의 시집 반성 가지고 있다요 ㅎㅎ 놀랍죠?!

2. 하이데거 읽어봐야겠어요. 그 만화버젼으로. 킁킁.

3. 제 사무실 책상 위에 옥수수랑 자두 있지롱요.

syo 2019-07-03 08:28   좋아요 0 | URL
1. 뜻밖이긴 하네요. 전 김영승이라는 시인에 대해서 처음 알았어요. 심지어 내가 그 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ㅋㅋㅋㅋㅋ

2. 하이데거는 눈깔 몇개 달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3. 훗, 그래서요? 옥수수랑 자두는 옥수수랑 자두지 복숭아가 아니잖아요^ㅜ^

다락방 2019-07-03 08:34   좋아요 0 | URL
페이퍼 뒤져보니 2011년에 김영승 페이퍼 썼네. 있는 것만 확인하고 읽지는 않았어요. 부끄러운 글이 나올까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아직 이번 여름 복숭아 못먹었어요. 먹게될 날을 기대합니다. 이번 주말에 시장 가봐야지. 지난 주말에는 천도복숭아만 잔뜩이더라고요.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안샀어요. 대신 오렌지 사왔는데, 오렌지 되게 맛없다? 오렌지 원래 엄청 맛있는데, 이번에 사온 거 왜이렇게 물이 없고 ... 으으 얼른 먹어치워야지.

syo 2019-07-03 09:08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은 복숭아맛 아이스크림이나 복숭아맛 요플레나 먹으면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복숭아놈들 나오기만 해 아주 조져버릴 테다.

설해목 2019-07-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출이 먼저다!
댓글보다 빵터졌어요. ㅎㅎㅎ
syo님의 이 결산을 기다리는 일인으로서 7월달 공부 좀 덜 하시고 책 더 많이 읽으시면 안될까나요? ㅋㅋ

syo 2019-07-03 10:54   좋아요 0 | URL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닐지...... 이게 참, 적게 읽겠다고 다짐한다고 적게 읽어지는 것도 아니고 많이 읽겠다고 다짐한다고 많이 읽어지더라구요. 응?

ohbusybee 2019-07-0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 진짜 많이 읽으시네요. 감탄하구 갑니다ㅠㅠ. 슬럼프 언능 극복하시길 바래요.

syo 2019-07-03 17:32   좋아요 0 | URL
이 감기 같은 슬럼프놈아......ㅠㅠ
얼른 낫겠습니다. 감사합니다 ohbusybee님.

또 봄. 2019-07-0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베르베르는 되지 마세요오.
뒤늦게나마 상경을 축하드립니다.
(너무 뒷북인가요?)
저도 올 3월에 입성했거든요.
환영하지 말입니다.

syo 2019-07-03 23:39   좋아요 0 | URL
아, 아직 상경 전입니다 ㅎㅎㅎ
전혀 뒷북 아니시고 오히려 앞북이세요.

또봄님의 3월 입성을 축하드립니다.
이게 진정한 뒷북이지요.

2019-07-30 0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3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건모

 

오늘은 독서실에 나가지 않았다. 날이 흐려 집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아 있어도 충분히 버틸 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서 버틸 수 있다는 문장과 끊어놓은 독서실을 가지 않는다는 문장 사이에 들어갈 접속사가 그래서혹은 그러므로계통인지, ‘어쨌든’, ‘그러거나 말거나계통인지를 잘 생각해보면...... 좋은 핑계 감사합니다.

 

실은 어제()도 독서실에 나가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데이트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약속시간은 오후 4. 기상이 아침 7시였으므로, 푸닥푸닥 씻고 먹고 나가서 8시에 독서실에 도착했다면 7~8시간의 공부량은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장님 여기 핑계 한 접시 추가요!

 

사실은 그저께()......


 


나는 알파고 이후 쏟아진 온갖 요란한 기사들보다 '멍때리기 대회기사가 더 혁명적인 함의가 있다고 느꼈다. '미래에 우리는 무슨 일을 하지?'라는 질문만 하지 말고 '그런데 우리는 꼭 일을 해야 되나그런데 일이라는 게 뭐지?'라는 질문도 해야 하지 않을까우리는 왜 기계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상만 할 뿐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우리는 노는 상상은 하지 못할까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우리가 ''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과거 시대 사람들 눈에는 그냥 쓸데없는 놀이나 미친 짓일 뿐일 거다혀와 배꼽에 피어싱해주는 직업프로 스케이트보더먹방 찍어 돈 버는 유튜버들주기적으로 돌고 도는 유행의 패션 산업......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한다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왔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문유석쾌락독서


"미루기는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페라리가 말했다. "만성적으로 일을 미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능한 인간으로 여겨지기보다 노력을 안 하는 인간으로 여겨지길 바라지요."

앤드루 산델라미루기의 천재들




여름아 부탁해 제발 인마

 

여름이 도착하고 걸칠거리들이 가벼워짐에 따라, 지난 가을 겨울 봄에도 역시 제거하지 못했던 안심 등심 삼겹살 부위에 꽉 들어찬 육즙을 가리는 일이 난망해졌다. 이쯤 되면 분노에 절여진 궁금증 같은 게 생긴다. 도대체 말랐다는 건,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을 때도 아랫배가 넘실거리지 않아 바지의 밴딩 부분을 덮칠 일도 없는, 모든 부위가 진퇴의 때와 장소를 아는 강단 있고 야무진 몸뚱이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걸 내가 이번 생에 알 수는 있는 걸까?

 

올해는 복숭아가 유독 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제발 사실이길 바란다. 100100복을 목표로 달렸던 것이 벌써 1년이란 말인가.

 

 

 

이 작은 생태계의 20초들

 

태어난 지 20년 됐다고 알라딘이 자기 생일상을 거하게 차렸나보다. 많은 알라디너들이 20초씩 모아서 알라딘의 생일 선물을 준비한 듯한데, 정작 즐거운 것은 알라딘보다 다른 알라디너들인 듯. 중간에 스톱을 걸고 영상 속 서가에 무슨 책이 꽂혀 있나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근데 나만 이랬을까? 여긴 알라딘인데.

 

보고 있는데 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 하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뭐지 이 오글거림은. 마치 우리 아빠가 TV에 나와서 우리 가족 사랑한다- 이러는 걸 보고 있는 듯한 감정...... 진짜 생판 남이면 시큰둥하고 말 것을, 본 적도 이야기 나눈 적도 없는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어느 정도는 가족 같다. 이게 알라딘인데.

 

그리고 그 중에는 요즘 syo와 연일 댓글교신 중이신 모 이웃님도 계셨다. 주기율표 담요 실물 잘 봤습니다. 후후후.


 


손에 잡히지 않아서이해할 수 없어서다 이해되지 않아서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 있어서 고마운 것들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너무 쉽게너무 자주너무 무심히모든 것에 효율을 들이대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심벌즈를 위해 한 시간 넘게 준비하고 있고또 누군가는 0의 존재가능성을 밝히느라우주 탄생의 가설을 세우느라한 문장으로 우리를 구원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마음 어딘가가 편안해진다따뜻해진다.

김민철하루의 취향


내 테두리가 형성되기 전에 우리는 세상에 놓인다세상 속에서 비로소 나의 경계가 지어진다내가 아니라 나의 성립 이전의 무한한 세상이 먼저고나는 그 세상의 자극과 부름에 대응하고 응답함으로써 성립한다부름과 응답이것이야말로 삶의 원초적 사태다내가 아닌 것을 받아들여 느끼고 거기에 응대함으로써 나의 삶이 꾸려진다세상에 대한 파악은 이런 삶 가운데 그 삶에 덧붙여지며 그 일부가 된다나의 테두리가 얼마나 단단하고 얼마나 넓혀지든 그것은 내가 아닌 바깥과 견주어질 수 없다앎은 세상을 전유하는 중요한 방식이지만 제한된 것이며유한한 내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_ 문성원, 『철학의 슬픔』




+


월간 정리 페이퍼 써야 한다.


그리고 공부 좀 하자. 


 

 

--- 읽은 ---

+ 쾌락독서 / 문유석 : 108 ~ 262

+ 초스피드 회계어 마스터 / 조지 쯔베타노프 : ~ 138

 

 

--- 읽는 ---

= 철학의 슬픔 / 문성원 : ~ 157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 ~ 107

=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김진영 : 150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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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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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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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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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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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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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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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0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간 정리 페이퍼 얼른 내놔요.

syo 2019-07-01 14:55   좋아요 0 | URL
미뤄놨다 쓰려니 기억이가 잘안나네ㅋㅋㅋㅋㅋㅋㅋ왜 이랬지?

다락방 2019-07-01 14:56   좋아요 0 | URL
아 몰라. 얼른 쓰란 말예욧!

syo 2019-07-01 15: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이렇게 나오시니 오히려 미루기즘이 두 배는 강력해지는 느낌이네요ㅎㅎㅎ😛

다락방 2019-07-01 15:14   좋아요 0 | URL
흥. 칫. 뿡!

syo 2019-07-01 15:16   좋아요 0 | URL
빠른 시일내에 서비스를 정상화하여 좋은 모습으로 고객님과 만나뵙겠습니다😐

설해목 2019-07-0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근처 과일트럭에서 올해 첫 복숭아를 보고 syo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ㅎㅎ
알라딘 20초.... 음~~~ 할 걸 그랬나.. 뭐 이런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저도 구경가야겠어요. 왠지 영상속 분들이 괜시리 반가울듯 싶네요. ^^

syo 2019-07-01 15:18   좋아요 1 | URL
올해 복숭아가 좋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복숭아 섭취량을 역대급으로 끌고 갈 예정에 있습니다. 끼니로 먹을 거예요!! ㅎㅎㅎㅎ

무식쟁이 2019-07-0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응? 그래서 김건모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거야
2. 응? 이제보니 분노의 포도알갱이 아니고. 잘익은 🍑였어
3. 응? 뭐지뭐지? 알라딘20초?? 👀;

이상 3개의 응? 이었어요.

syo 2019-07-01 22:20   좋아요 0 | URL
제목을 너무 막 달아서 쟁이님께 혼란을 안겨드리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ㅋㅋㅋ
김건모의 경우는 핑계->김건모라는 유치한 연상작용의 결과물로서.....

다락방 2019-07-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계.. 라서 김건모... 라니.... 쇼님 유머감각 다 어디갔어요.
실망이야.....

syo 2019-07-03 10:52   좋아요 0 | URL
그런 상황을 일컬어 우리는 ˝슬럼프˝라 부르는 것인데, 슬럼프에 빠진 이에게 매몰찬 실망을 던지는 것은 문명인이 차마 할 도리가 아닌 것으로 아뢰오.....

다락방 2019-07-03 14:07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나 되게 못할짓 했다는 느낌 때문에 괴롭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왜 웃고있지?)
 

 

 

 

1

 

뒤뜰이라고 부르기도 뻘쭘한 자그만 땅뙈기에 키 작은 매실나무 하나를 심고 길렀는데 올해도 얼마간의 매실이 달렸다. 구름 낀 날 골라 엄마와 둘이서 다 땄다. 매실나무가 따끔한 녀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가시라고 하긴 조촐하지만 가시가 아니라고 하긴 또 억울할 만큼은 뾰족한 잔가지 들의 공세가 있었다. 따서 씻고 말려보니 광주리 하나를 겨우 덮을 만했다.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나가 설탕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술 담글 때 쓴다는 플라스틱 독에 매실을 깔고 설탕을 깔고 매실을 깔고 설탕을 깔았다. 그리도 그 위로 매실을 깔고 설탕을 깔았다. 몇 번을 반복했다. 이게 뭐가 될까?

 

사흘이 지나 들여다보니 설탕은 보이질 않고 진득하고 진한 갈색 물 위로 쪼글쪼글한 매실들이 단내를 풍기며 동동 떠 있다. 긴 주걱을 넣고 휘젓는데 바닥에 깔렸던 덜 녹은 설탕들이 밀물 맞은 바다모래와 썰물 지나간 펄의 가운데쯤 되는 몸짓으로 주걱에 척척 감긴다. 색까지 닮았다. 노 젓는 사공처럼 열심히 저었다. 매실의 작은 몸들이 휘휘 돌아나갔다. 그 위로 달큰하게 퍼지는 갈색 냄새.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를 것만 같아서 밥벌이 하는 일꾼처럼 자꾸만 젓고 또 젓는다.

 

적어도 반년은 묵혀 두라고 한다. 열심히 노 저어 갈색 바다를 건너뒀으니 내년에는 매실차를 마시겠다.

 


 비 오는 거리에 서 있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꽃은어느 봄날의 꽃이든

 어두컴컴한 빈 방에 덩그마니 매달린 의자다,

 의자엔 죽음이 걸터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비가를 부른다앞뒤로 일렁이며 삶의 비가를,

 노래를 입안으로 흘려 넣으며그래 그렇게

 흔들리며 달이 고개를 돌릴 때까지

 잠시 이런저런 빛깔로 아픔을 노래해 보는 거다

김재혁비가〉 부분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그 뿌리를 북돋아주어 나무의 줄기가 안정되게만 해줄 뿐이다그렇게 하고 나면 나무에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면 그때에야 꽃도 피어난다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아주고독실하게 행하고 몸을 잘 닦듯이 줄기를 안정되게 해주어야 한다경전과 예를 궁리하고 연구하여 진액이 오르도록 하고넓게 배우고 들으며 예능에 노닐어 가지나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깨달은 것을 유추하여 쌓아두고 그 쌓아둔 것을 펼쳐내면 글이 이루어진다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문장이 되었다고 인정하게 되니이것을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다그러니 문장이란 급하게 완성될 수는 없다.

정약용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

 

실패를 쌓아나가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가능성이 줄어드는 일이 아니다. 그간 과대평가했던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볼 줄 알게 되는 일에 가깝다. 냉정한 눈을 갖추고, 보폭을 정교하게 재어보고, 거울의 배율을 조정하고, 더 이상의 공수표를 받아주지 않고. 돌아보면, 실제로는 이것을 하면서 저것도 할 수 있는 인간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해가 길었다. 독이었다. 자기 중독. 증상을 유발하는 맹독이다.

 

욕심이다. 좁게 읽어야 한다. 적게 읽어야 한다.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많은 걸 읽으면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왔다.

 


집착하지 않고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랄까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상처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그런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건 어린 시절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문유석쾌락독서


지식인의 지성은 타자의 결점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혀에서 나온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만그렇지 않습니다지성은 자기가 범한 죄과와 실패의 유래를또한 그 진행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정됩니다어느 지식인이 자신의 실패를 명확하고 분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의 지성은 다른 문제에서도 적절하게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상중우치다 타츠루위험하지 않은 몰락 

 

사이렌의 유혹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실제로 무엇일까요우리는 보통 사이렌의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저마다 현혹되어 그곳으로 갔다고 생각하는데 카프카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합니다사이렌의 노래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사이렌의 노래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사이렌에 도전하고 있는즉 신화를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자만심 때문입니다다시 말하자면 사이렌을 이길 수 있다나는 벗어날 수 있다는 승리를 확신하는 인간들의 도취에 대해 사이렌의 노래는 무엇으로 유혹을 했을까요사이렌은 사람들이 이길 수 있다나는 승자라는 그 자만심을 부추기는 노래를 불러 그 노래를 듣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사이렌의 노래는 끊임없이 아양을 떠는 노래입니다그 노래는 인간 속에 숨겨진 자부심숨겨진 승부에 대한 욕망과 같은 것을 자극해인간들이 자기에 스스로 묶여 맹목적으로 사이렌의 섬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인간이 사이렌의 노래를 이길 수 없는 것은 바로 자기가 신화의 세계를 깨고 나올 수 있다는 합리성에 대한 자만심 때문입니다누구도 그러한 자만심을 이길 수 없습니다.

김진영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읽은 ---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 223 ~ 302

+ 딴 생각 / 김재혁 : 48 ~ 123

+ 아무튼, 요가 / 박상아 : ~ 149

 

 

--- 읽는 ---

= 회계 기초 탈출기 15일 플랜 / 장홍석, 장원희 : ~ 136

= 독일사 산책 / 닐 맥그리거 :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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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6-30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시안화수소?가 거기 많다니) 빼고 쪼개서 설탕에 재고 매실이 너무 물러지기 전에 건져내면 살을 오독거리는 장아찌로도 해 먹을 수 있어요. 큰 꼬맹이가 반찬으로는 매실장아찌만 먹고 맨날 매실차 타달라고 조르고...8할을 매실로 키웠더니 애가 매실만 해.

syo 2019-06-30 08:56   좋아요 1 | URL
어흑 귀엽겠다 매실둥이ㅎㅎ

열반인님 생활의 지혜조차 확보하고 계시는군요. 과연......

반유행열반인 2019-06-30 10:36   좋아요 1 | URL
진실은...저는 매실 배꼽만 따고 나머지는 엄마가 다 했...

다락방 2019-06-3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참 좋네요, 쇼님 :)

syo 2019-06-30 08: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다락방님

수연 2019-06-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딴 책을 읽게 하시면 어떻게 하시나요_ 근데 회계 기초;;; 저건 읽고 싶지 않네요;;;

syo 2019-06-30 12:0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뜻밖에 재미가 없지는 않네요. 뉴비의 철없는 즐거움이랄까요...

무식쟁이 2019-07-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실청을 뱃사공처럼 저으시다가.. 어머님께 등짝스매싱 맞으신건 아니시죠? ㅋㅋ
왠지 매실청 단지는 그대로 가만히 놔둬야 할것 같아서. 신성한 단지처럼. 아주 소듕히.
그런데 아주 씩씩하게 잘 저으셨다고 해서.
글 분위기 안맞게 또 혼자 뽁 터졌어요. 😅

syo 2019-07-01 22:21   좋아요 0 | URL
엄마가 시켜서 저은 노라서 제 등짝의 안보는 튼튼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제 아니 오르고 산만 높다 하더라


 

1

 

공무원 시험 공부한다는 새끼의 책상 꼬라지.


사진은 왜 뒤집어져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2

 


알라딘이 사진을 멋대로 뒤집길래 일부러 뒤집어서 올렸더니 이번에는 또 그냥 올린대로 올려준다. 대체 이건 뭐하는 새.....



얼핏 책처럼 보이시겠지만 사실 저건 산이다. 요즘 운동을 너무 못하다보니 등산이나 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책상 위에 산책삼아 오르기 좋은 아담한 산을 한번 쌓아 보았다.

 

우공이산이라고, 매일 조금씩 갉아대다 보면 산 하나를 통째로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나 하는 짓은 아니다. 우공밖에 못했으니까 우고 이름표 달고 사자성어로 남은 것이다.

 

결국은 저 중 과반을 포기하고 고스란히 반납하게 되겠지. 그러니까 사실 syo는 책이 아니라 가불받은 포기로 산을 쌓아 놓은 것이다. 어쩌겠어. 그냥 그렇게 읽는 수밖에.




삶에 질식하는 인간에게 구원이란 있는지 묻는다사랑이예술이종교가 인간의 구원일 수 있는지 묻는다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구원을 맡긴다면 그는 그 존재가 흔들릴 때마다 나락으로 추락하거나 어떻게든 그 존재를 구원자로 남겨두기 위해 어리석은 일을 할 것이다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매일의 삶을 기꺼이 살아내는 것절망 속에서 절망을 나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것그래서 단계를 거치며 기어이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김겨울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3

 

"나는 당연히 내가 옳고 다른 사람들이 내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그게 명확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전혀 없었죠." 자기를 돌아보는 것은 선아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끄럽게도 난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다들 사춘기 때 그런 걸 한다고 하는데그때 난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어요맛있는 거 먹고 놀러 다니는 걸로 만족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화가 나면 그냥 화를 내고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았죠그러다가 처음으로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거예요."

엄기호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오래 생각하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건지 생각하는 사람이 부족했던 건지, 나는 여전히 내가 제일 궁금하다. 대답 없는 나.

 

세상에서 가장 큰 오해는 끝내 아무것도 오해하지 않았다는 신념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이해는 끝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단념이다. 세상의 말과 내 말의 결맞음이 흐트러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신념을 단념하는 법을 틈틈이 배워야만 했다. 나란 놈은 오해하기 딱 좋고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자식이었다는 날카로운 진실에 깎여나가다 보니 어떻게 겨우 어른 흉내를 내게 되었다. 맞닥뜨린 문제들을 틀릴 때마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던 것처럼 별 수 있나요, 저란 놈이 그렇죠.” 하는 변명 반 질책 반의 쓴맛 나는 대사를 입에 올렸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놀랐다. 아니, 정말 내가 이 지경이란 말이야? 운과 때가 맞아 작은 답이라도 찾아내면 최대한 솔직하게 운이 좋았어요. 정말이에요.” 하며 머쓱하게 웃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실제로는 역시 이 순간에도 깜짝 놀라기만 했다. 아니, 정말 내가 이걸?

 

나는 내가 가장 신기하다. 내가 망쳐 놓은 큰 것들과 이루어 놓은 작은 것들이 다 의아하다. 커서 뭐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여기서 더 클지 말지도 모르는 판이다. 자주 생각해보는데, 정말 자주 생각해보는데, 모르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점점 더 모르기만 한다.


 

 누구나 '내가 보는 세상만이 진실하고네가 보는 건 환상이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모름지기 인간은 이래야 한다', '인간 사회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자제해야 합니다경계는 아슬아슬하게 '인간으로써해야만 하는 일 정도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강상중우치다 타츠루위험하지 않은 몰락

 

 살짝 고개를 수그리는 음성들얌전해질 수 없는 여름 햇살에 도로를 기어가는 자동차 소리가 납작해진다오른쪽 창문이 약간 물러서며 이끼 서린 도시의 햇살을 피한다싸게 팔아 버린 어제가 뒤를 돌아보는 오후햇살에 눌린 소리들이 연실 굽신거린다생도 약간 허리를 굽혀 시간 속으로 젖어든다시간의 문은 거인도 지날 만큼 높지만 누구나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는 생이다오후의 소리들조차도 머리를 숙이니 저마다 허리 뒤로 드리워진 건 그림자들 때문이다.

김재혁오후》 전문 

 

 


4

 

하루란 무엇인가. 12시 땡 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하루의 끝인 동시에 시작이라는 이 기막힌 모순에 동의할 수가 없다. 하루의 끝은 잠드는 순간이고, 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이다.

 

한 달이란 무엇인가. 31, 혹은 30일에서 1일로 넘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한 달의 끝인 동시에 시작이라는 이 기막힌 모순에 동의할 수가 없다. 사람에 따라 한 달의 끝은 어느 일요일, 시작은 어느 월요일일 수 있다. 혹은 월급날이 한 달의 시작이거나 끝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syo에게는? syo6월은 16일부터 시작이었다. 15일까지의 syosyo가 아니라 공시 보는 공syo였고, 16일부터 진정한 6월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syo의 한달은 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다. 그런 이유로 성의 변증법은 7월 중순까지 계속 읽는 걸로.....

 

이것 참 면목 없습니다요.

 

이러려면 책을 저렇게 쌓아놓지나 말 것이지.....


 

특히 어려운 글을 써야 할 때마다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일단 화장실에 들어가 타일 사이의 줄눈을 벅벅 닦는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화장실을 원해서도 아니고아무 생각 없이 하는 노동이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기 때문도 아니다그저 줄눈을 닦고 있는 한 나를 괴롭히는 글쓰기 자체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결국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 아닌가.

앤드루 산델라미루기의 천재들


 

 

--- 읽은 ---

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계 김상현 : ~ 196

+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 / 안정은 : ~246

 


--- 읽는 ---

딴생각 김재혁 : ~ 47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 127 ~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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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9 0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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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9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6-29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성의 변증법을 다 못읽었다, 는 페이퍼인거죠,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6-29 07:34   좋아요 0 | URL
왜 눈치 빨라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0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6-29 07:35   좋아요 0 | URL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ㅋㅋㅋㅋㅋ큐ㅠㅠㅠ

단발머리 2019-06-29 07:40   좋아요 0 | URL
나도 아직 많이 남았는뎅... 남았다고 해야하나요 빨리 읽겠다고 해야하나요 아님 나한테도 6월은 16일부터라고 해야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나한테도 <오늘은 6월 15일이다>이런 문장으로 끝나는 페이퍼도 있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6-29 07:44   좋아요 0 | URL
역시 6월은 16일부터였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어쩐지 그렇더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6-2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분류번호 다양한 거 봐... 세상이 전부 다 너무 너무 궁금해 죽겠다!! 하는 주인 책상이 근데 의외로 엄청 깔끔하네요.

syo 2019-06-29 09:33   좋아요 1 | URL
그런 타입 있잖아요, 뭐 좀 제대로 보기전에 책상 정리 열심히 하고, 책상 정리 열심히 하고, 책상 정리 열심히 하는...... 으하하하.

2019-06-29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9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9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9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6-2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신거죠? 혹시 사설 도서관을 소유하고 계신다거나, 도서관에서 거주하신다거나 그런거 아닌가요?

syo 2019-06-29 13:50   좋아요 0 | URL
사설 도서관이라니 너무 꿈같다ㅎㅎㅎㅎ 이모티콘이나 ‘ㅋ‘ ‘ㅎ‘ 하나 없는 농담이라 더 재밌었어요. 대구는 카드 한 장으로 시립도서관마다 10권, 도합 20권 대출이 가능해서요. 두 군데 가서 10권씩 떼오면 저렇게 됩니다....

감은빛 2019-06-29 13:46   좋아요 1 | URL
와! 한번에 10권씩이나 빌릴수 있군요. 제 기억에 우리동네는 4권 혹은 5권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ㅋ‘, ‘ㅎ‘를 쓰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어요. 그래도 알라딘에서 댓글 쓰면서 ‘ㅎ‘는 가끔 쓰기 시작했어요. ㅎㅎ

stella.K 2019-06-2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날과 달월이 때로 지루하기도 하지만
어떤 땐 그 일상도 안온하고 감사할 때가 있더라구요.
좋은 일이 일어나 주면 좋은데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발발하면
악몽같고 이 꿈은 언제깨나 그럴 때가 있지요.
물론 그것도 흔치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책 빨리 읽는 사람 부러워요.
난 왤케 느리 읽는지. 덕분에 요즘엔 아무리 신간이 읽고 싶어도 안 사고 있습니다.
이 속도로 책을 읽는다면 지금까지 사놓은 책만으로도 평생은 걸릴 것 같은데
책은 사 뭐하겠습니까?
그래도 2주 안에 책을 사야합니다.
알라딘에서 약발 떨어지는 적립금있다고 빨리 사라고 나참...ㅠ

syo 2019-06-29 18:28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의 안온한 일상을 응원합니다. 안온한 일상을 누리시느라 알라딘에 잘 안 오시는 거라고 생각할게요.

빨리 읽으나 마나 어차피 죽을 때까지 읽어도 세상 모든 책에 비하면 눈곱만도 못한 분량 읽고 죽을 판인데, 그냥 자기한테 맞고 자기한테 필요한 속도로 읽다 가면 장땡이지 않을까요.....

무식쟁이 2019-07-0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글 복습중..
짬짬이 알라딘 들르면 쇼님글 먼저 찾아봐요.
저는 그간 이뤄 놓은 게 작은 건지 큰건지는 모르겠지만. 소중한 건 그 크기랑 상관없는 것 같아요.

syo 2019-07-02 20:51   좋아요 0 | URL
복습 그런 거 하고 그러지 마세요. 시간 낭비.....
세상에 좋은 책 많으니 얼른 거기에 투자하세요ㅎㅎㅎ
 

 

제 얘기 들리시나요, 들리시면 say ho.....

 

 

1

 

유전자만큼 신묘한 게 없다. 90년대 초까지는 엄마 손잡고 나가면 즈그 어마이 쏙 뺐다는 말을 듣고, 아빠 손잡고 나가면 영판 즈그 아부지네소리를 듣던 어린 syo가 살았다. 심지어 우리 엄마랑 아빠는 입심 드러운 상놈과 세상물정 모르는 훈장님 네 막내딸처럼 달라도 너무 달랐는데! 부부는 닮아간다는 속설에 빅엿을 멕이고, 끝까지 다른 얼굴로, 스무 몇 해를 사실상 남남 같은 부부와 사실상 부부 같은 남남으로 살았던 우리 엄마 아빠. 그런 그들이었기에 syosyo의 동생은 그들이 부부라는 최소한의 미학적 증거인 셈이었다.

 

 

 

2

 

유전자만큼 신묘한 게 없다. 어린 날에는 엄마와 아빠 사이의 기막힌 그라데이션과도 같았던 자식의 얼굴은, 어느 시점부터 급속도로 균형이 붕괴하여 누구 한 사람 쪽으로 대차게 수렴한다. syosyo의 동생은 어느덧 아빠를 닮아있다. , 아빠를 닮은 얼굴을 한 syo의 동생은 아빠를 닮은 syo를 오빠라고 부른다. 망했구나. 어흑, 불쌍한 것.

 

 

 

3

 

그러나 망했기로 치면 syo도 크게 꿇리진 않는다. 사내놈이 아버지 닮는 게 뭐 별일 아닐 수 있지만,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우리 아버지 닮은 syo보다 엄마 닮은 syo에게 훨씬 더 호의적인 시공간이다. 엄마가 아빠한테 늘 져줬듯이 엄마 유전자가 아빠 유전자한테 져주는 바람에 syo는 세상으로부터 다정한 대접을 받기 위해 별도의 이런저런 기술들을 익혀야 했다. 노멀 상태의 눈매가 굉장히 싸가지 없어 보이는 편이라 평상시에도 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닌다. 이미 똥그래져 있다 보니 어지간히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도 표정의 변화가 미미해서, 뜻밖에 사이코패스 같다고 빈축을 사기도 한다. 좀 더 선량해 보이기 위해 눈웃음 웃는 연습을 오래 했는데, 그러다 젠장, 눈으로 안 웃는 법을 까먹어 버린 거라. 이십 대의 언젠가, 너 닭갈비집 이모한테 눈웃음 살살 치더라? 그래서 그 이모가 계산할 때 사이다 빼 준거 아니야? 하는 말을 여친에게 들은 후 다시 오랫동안 눈은 안 웃는 연습을 해야 했다


그걸로 끝도 아니다. 3때 별명은 비버였다. 범인은 앞니. 친구들이 자꾸만 댐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3이 고입 준비하기 바빠 죽겠는데 댐 만들 시간이 어딨어. 비버는 입을 닫고 웃는 법을 연습했고, 고등학교 때쯤은 그야말로 불교학교 학생 답게 자비로운 미소 스킬을 마스터, 밀려드는 건축 의뢰를 은은한 입웃음으로 원천봉쇄하고 정석 풀이에 몰두할 수가 있었다. syo비버 이제 장사 안한대. 입 닫았대. 운운. 어쨌든 후천적인 노력으로 얼굴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아빠발 실점 포인트들을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솎아낼 수 있었다. 이제 딱 하나, 최고의 적수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수염.

 

 

 

4

 

syo의 수염은 정말 최악의 형태로 자란다. 일단 수염이 하루 종일 균일한 속도로 자라는 게 아니다. 얘네가 기지개를 쎄게 펴는 타이밍이 있다. 이게 10시에서 11시 사이다. 3시간만 일렀어도 아침 세면시 면도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을. syo10시 반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면도 안했냐?”. 했다, 했어! 열라 열심히 했다고! 9시 55분에 면도를 해도 10시를 통과하면 이렇다고! 내가 진짜 면도를 안 하고 나왔으면 면도 안했냐?”가 아니라 면도 안하냐?”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을걸! 이라고 내면의 아우성을 지르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수염이 되게 폼나게 자라는 것도 아니다. 고시원 생활 하던 시절 눈 딱 감고 한 번 일주일을 길러보았는데, 이틀에서 사흘째 되는 지점에서 더 자라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자라주면 일부러 기른다는 느낌을 주는 길이가 되는데, 거기까지만 가면 살짝 다듬구 나서 "취존 좀요" 이러면서 우겨 볼 수도 있겠는데, , 이건 정말 누가 봐도 귀찮아서 면도 안한 거지 절대로 뜻을 품고서 이따위 기장으로 길렀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딱 그런 조잡한 길이까지만 수염이 자라더라.....

 

게다가 이놈의 수염이 굵어서 안 밀어주면 모공에 꽉 들어차 피지의 자연스러운 배출을 억압하는 것 같다. 자꾸 뭐가 난다. 나면 면도할 때 긁힌다. 아프고 입주변이 너구리처럼 얼룩덜룩해진다. 수염을 기르면 검게 얼룩덜룩, 수염을 깎으면 붉게 얼룩덜룩이다. 단순히 내 취향이 빨강색이라서 면도하는 수준이다. 어차피 하나 안하나 내 입가는 화개장터다.

 

 

 

5

 

,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수염만큼은 A/S 받고 싶다. 불효아들놈 엿 먹으라고 이런 걸 주고 가셨나요. 차라리 똥을 남기셨다면 냉큼 치워버리기라도 하지...... 가만히 계시지 말고 뭐라고 말씀 좀 해 보시라구요......

 

 

 

한 줄 요약.

 

모공에 자꾸 뾰루지가 나서 아팠쪄요, 징징징.

 

 

 

--- 읽은 ---

+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 김겨울 : 133 ~ 244

+ 위험하지 않은 몰락 / 강상중, 우치다 타츠루 : 110 ~ 303

 

 

--- 읽는 ---

= 쾌락독서 / 문유석 : ~ 108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 ~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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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6-2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y ho~~~~~~
클렌징~~~~~~~ ㅎㅎㅎㅎㅎㅎㅎ

syo 2019-06-27 23:27   좋아요 0 | URL
수도 없이 바꿔가며 시도해 보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얼굴을 새 걸로 사는 게 답인 것 같은데요....

반유행열반인 2019-06-2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얼굴로 디스하는 건...그래도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의 패드립이네요ㅋㅋ 저도 부모님께 반품하고 싶은 부분 많습니다. 아프로곱슬, 대문 앞니, 건성 피부, 단신, 안 사요, 다 가져가세요! 하고.(진짜 불효새끼다 나...)

syo 2019-06-27 23:29   좋아요 1 | URL
그것 말고 좋은 거 뭐라도 물려주신 게 있었으면 저도 이렇게까지 후레자식놀음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지랄같은 성격과 좁아터진 마음, 골수에 스민 귀차니즘 같은 것들이 전부 부계 혈통의 특성이라 이건 도무지 분노하지 않을 길이 없다!!

반유행열반인 2019-06-28 07:33   좋아요 0 | URL
진짜 나쁜 건 왜 다 아빠가 준 걸까요 저도 물려 받은 거 중에 제일 나쁜 건 역시 겉으로 안 보이는 것들인 듯...그래도 엄마가 좋은 걸 조금은 줘서 사람 시늉?은 하고 사는 거니 남은 분께 감사하고 효도해야겠죠...

syo 2019-06-28 09:01   좋아요 1 | URL
자꾸 닮아가서 문제입니다. 말투랄지, 짜증내는 스타일이랄지 이런 드러운 것까지 너무 비슷해서 저도 깜짝깜짝 놀라고 그러거든요 ㅎㅎㅎㅎ

이생망 이생망 신나는 노래.....

반유행열반인 2019-06-28 09:47   좋아요 0 | URL
그래도 나름 극뽁하기 위한 눈웃음, 자비로운 미소 등의 노력에 긍지를 가지셔도...유성생식의 신비!덕에 닮기도 1/2만 닮았잖아요. 후대에는 1/4, 1/8...하다보면 개선의 여지도...나쁜 닮은 부분을 인정하고 의식하고 자중하니까 이번 생도 인류의 미래?도 완전 망한 건 아닐 거에요.(하, 이거 왠지 나 자신을 다독이는 소리 같다?)

2019-06-28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8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6-28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염을 한 달 이상 길러보시면 또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래전에 한 달 반 가량 길러봤습니다. 그때 적어도 내 눈에는 꽤 멋있어 보였죠.
당시 저를 만난 지인들 중 대다수가 (아마도 인사 치레였겠지만) 멋있다고 했었죠.
그래서 계속 수염을 길러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관리하는게 훨씬 더 힘들더라구요.

나중에 아이들이 좀 더 자라서 고정 지출이 줄어들면 급여 받는 일을 그만둘 생각인데,
그때쯤 되어서는 다시 수염을 길러볼 생각입니다.

syo 2019-06-28 21:54   좋아요 0 | URL
저는 수염이 어울리지도 않고 취향도 아니라서, 레이져 같은 걸로 아주 아작을 내 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다만 그게 너무 아프대요..... 아픈 게 너무 싫어서 못한다는 ㅠㅠ

북다이제스터 2019-06-2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듣고 있습니다.
say ho...^^ㅎㅎ

syo 2019-06-28 2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많은 분들이 say ho를 해주시네요. 기쁘게도.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사실 저 say ho는 아버지한테 한 말이었거든요.....

DYDADDY 2019-07-01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o~ 저도 유전자 AS 받고 싶어요. ㅋㅋㅋ

syo 2019-07-01 10: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사람 맘 다 똑같나봐요....

뒷북소녀 2019-07-07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이 호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