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별로 안 더워서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선풍기조차 켜지 않고 잘 수 있는 7월의 중순이라는 게 너무나 이상한 도시, 여기는 대구.

 

복숭아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가? 매년 먹으면서 아직까지 감이 안 생기는 거 보면 나도 참 나다.

 

독서실은 끊어놓고 절반 정도밖에 못() 간 것 같다. 한심하다.

 

특별히 마킹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은 걸로. 채점한 그대로다. 감사한 일이다.

 

머리카락이 굉장히 많이 자랐는데, 예상대로 8월에 면접을 가게 된다면 그 언저리에 어차피 한 번 정리를 해야 된다는 이유로 버티고 있다. 내 머리가 나를 자꾸 간질인다. 먼 옛날 그 언젠가 동생이 축구 거리 응원한다고 나가서 사 놓은 붉은 뿔 달린 플라스틱 머리띠를 항시 착용하고 있다.

 

닭칼국수는 맛있다.

읽고 쓰는 건 즐겁다.

 

이런 평범한 근황입니다.

 

 

 

190701 - 190714 : 20권

 

 

1. 쾌락독서 /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

: , 이런 식이라면 이제는 김영민 선생님과 문유석 선생님의 전쟁인가. syo는 김혼비 선생님을 제일 좋아하지만.....

: 문유석 선생님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 그런 것처럼 글쓰기에서도 천재일까? 그건 알 수가 없겠다. 왜냐하면 정말 엄청 읽으셨기 때문에. 범재였으나 수많은 읽기와 쓰기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경지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재능이 충만했던 것인지, 독자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읽은 게 많으시니, 선생님 자신만이 답을 아실 듯하다.

: 독서의 의미는 쾌락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읽은 게 다른 이들에게는 별로 쾌락을 주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책들일 때, 그 사람은 두 개의 표적을 한 발로 관통한다. 하나, 나는 이 책들을 다 읽은 사람이야. , 심지어 나는 이 책들이 다 재밌는 사람이야. 사실이다. 사실인데 이러면 이제 syo 같은 필부필부 장삼이사들에게 밉살쟁이로 등극하는 것이다.

: 어쩌면 문유석 선생님의 인생이란, 그냥 생긴 대로 살았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열등감에 몸부림치는 꼴을 본 듯 못 본 듯 스리슬쩍 지나치며 걸어야 했던 길이 아니었을까. 재능 있는 인간의 삶이란 고단한 모양이다. 천재의 길 위에서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었을까.

 

2. 상호대차 / 강민선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

: 선생님의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를 읽으며 (어차피 불가능했던) 사서의 꿈을 시원하게 포기했다. 이 책은 또 무엇을 포기시킬 것인가 기대하며 두근두근 읽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뭔가를 더 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쓰기에 관해서. 그러니까 얘는 책을 둘러싼 이야기인데, 책이 품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물질로서의 책, 혹은 제도로서의 책이 읽는 이의 인생에 어떻게 어우러져드는가를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부드럽게 보여주고 있다.



 

3. 소설을 살다 /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19

: 소설가의 인생에서 소설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소설가가 된다면, 내게서 소설을 빼도 이것저것 많이 남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안이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소설가가 될 가능성이 1도 없는 것이다. 깜냥을 알다보니 별로 아쉬울 것도 없다. 단지, 소설가로서 소설을 산다는 제목의 에세이를 묶어내는 마음을 생각해봤다. 그게 당연한 일인가를 짐작해봤다. 변호사는 법을 살아야 하고, 의사는 치료를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소설을 살다는 말에 비해 법을 살다는 말이 더 어색하다면 그건 왜 그런 건지, 그렇다는 사실이 소설가에게(예술가에게) 어떤 부당한 윤리적(당위적) 짐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대체 나는 뭐하고 사는지를 생각했다…….

 

4. 소설 보다 : 가을 2018 / 박상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

: 몇 명의 소설가들이 단편 하나씩을 투척해 한 권의 책을 만들 때, 다른 작가 민망하게 혼자서 다른 작품 두 배에서 세 배 분량을 먹어치우는 덩치 큰 아이가 끼어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럴 땐 대체로 그런 애들이 대박이었다. 박상영 선생님의 재희는 너무 좋았다. 이미 단행본으로 읽어 본 최은영 선생님의 좋은 줄은 알고 있었는데, 같은 책에 넣고 읽어보니 숨이 좀 죽는 느낌이다. 발랄한 아이 옆의 차분한 아이가 되었다. 정영수 선생님의 우리들은 그 두 아이보다 한 걸음 뒤에서 생각에 잠겨 걷는 고민 많은 예민한 아이 같은 느낌이다.



 

5. 나의 끝 거창 / 신용목 지음 / 현대문학 / 2019

: 시가 지닌 단짠 같은 게 있다. 두 연쯤 읽었는데 당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싶을 때, 눈매는 가늘어지고 미간은 오므려지고 입가는 굳은 일자가 되고 고개는 갸웃거려지고 손은 책을 던지고 싶어서 근질근질, 혀는 시옷발 지읒도 모르겠다고 외치고 싶어서 꿈틀꿈틀, 하여간 온몸이 뭔가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 동맹궐기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그러던 중 너무나 아름다운 딱 한 줄, 여전히 그 의미는 선명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한 문장을 만나는 순간, 시위대는 깃발을 내리고 생업을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육체는 다시 들끓고 나는 또 다시 다음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서…….

 

6.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2

: 아직 이십대던 그 시절, 이 시집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것도 시라고?

: 이제 삼십대가 된 오늘, 이 시집을 읽으면 생각한다. 이것도 시라고!

 

7.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 이제니 지음 / 현대문학 / 2019

: 시를 많이 읽으면 조금씩 시를 잘 읽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syo도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것 같다는 느낌과 그렇게 될 거라는 희망 같은 것? 뭐 그런 것들에 기대서 시를 권하고 읽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정말 점점 더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다. 시를 아는 게 가능한가. 시를 아는 게 아니라 시인을 알거나, 이 시인의 시를 알게 되는데 그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저 많은 시인들과 평론가들이 다들 짜고 나를 속여먹는 건 아닐까? 알 수 없는 말을 아는 척하거나, 하지 않은 말을 한 척 하면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미치겠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그럴 리 없어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언어라는 것은 기름 바른 미꾸라지처럼 자꾸 손아귀 밖으로 빠져나갈 줄만 알지 쉽게 잡혀 주는 법이 없어서 늘 시가 어렵다.

: 그나저나 왜 여기다가 징징거리고 있지. 이제니 선생님께 죄송스럽게…….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8. 혁명 / A. 골드스톤 지음 / 노승영 옮김 / 교유서가 / 2016

: 이 시리즈는 사실 수월하게 읽히는 책들을 모아놓은 건 아니다. 어려운 것들은 되게 어려웠다. 시리즈지만 난도에 특별한 제한을 걸지 않고 그저 저자들의 자유재량에 맡겨 놓은 것인가. 역시 옥스포드인건가. 솔직히 입문서처럼 생긴 외양에 속아 읽었다가 얻어맞는 분, syo 말고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이 책은 쉽습니다. 술술 읽으시면 돼요.

 

9. 이코노크러시 / 조 얼, 카할 모런, 제크 워드 퍼킨스 지음 / 안철흥 옮김 / 페이퍼로드 / 2019

: 꼭 경제학이 아니라 뭐가 됐건 지식이라는 것들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놓는 일에 늘 회의적이다. 비전문가들도 읽어야 하고, 써야 하고, 필요할 땐 나대야 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전문가들은 설득해야 하고 헛소리를 만날 때면 당연히 주저앉혀야 한다. 결국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야 바뀌겠는가마는, 그래도 정적 평형과 동적 평형은 엄밀히 다르다.

: 신고전주의 경제학파라는 마피아들에게 정복된 경제학의 다양성을 회복하고 경제학을 모두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상아탑 안에서의 혁명이 중심전략이라는 느낌이 세서 서운하다. 아무래도 경제학이 내게 돌아올 것 같진 않다. 뭐 만난 적이 있어야 돌아오지.



 

10.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

: 분명히 세계는 나아지는 중인데 도리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는 느낌만 강하다. 왜일까? 저자는 충실한 통계자료를 직관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여 이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반박하기 어려운 증거를 제시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세상이 망하고 있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특정 사고방식, 의도적인 프로파간다 같은 것들을 철 지난 무지의 소산이라고 말하며, 조금 더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생각의 틀을 갖추는 것을 주장한다. 대체로 설득 당했다.

: 그러나 딱 한 가지 아무래도 설득되지 못한 것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일 자체의 필요성이다. 그걸 알아서 어디다 쓸까? 세상이 나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척도가 무수히 많듯이, 여전히 이놈의 세상은 시궁창임을 보여주는 척도 역시 다양하고 계속 개발된다. ‘절대평가기준으로 세상은 분명 점점 더 살만한 곳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걸 안다고 해서 상대평가기준 개체의 불행이 희석되는 것은 또 아니다. 행동하는 이의 동기와 세계인식의 상관관계도 생각해 봄직하다. 행동하는 사람은 어쨌든 행동한다. 반면,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면 나 하나 나서지 않아도 괜찮겠다 싶어서 방구석에, 세상이 망하고 있으면 어차피 내가 나서도 망하니까 방구석에 처박힌다(여윽시 그 심리 잘 아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 15년차).

 

11.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지음 /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

: 그런가하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확실히 세상이 망하고 있는 것 같다. 팩트풀니스와 이 책이 세상을 보는 관점차이는 기본적으로 절대평가 대 상대평가’, ‘통시적 분석 대 공시적 분석같은 시야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제일 큰 차이는 머리를 건드리느냐 가슴을 건드리느냐에 있다. 팩트풀니스가 옳다. 인류는 절대적 기아 상태에서 멀리 벗어났고, 다양한 질병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중이다. 그러나 이 책도 옳다. 이미 세상의 부는 온 세상 인구를 다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 축적되어 있는데도 여전히 굶어죽는 이들이 (어느 지역에 몰려) 있다. 어떤 이들은 주사 한 방이면 나을 수 있는 질병과 싸우다 인류의 평균 수명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죽어나가는데, 사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그 주사를 하루에도 수십만 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죽는 이들이 바로 굶어죽는 그이들이다) 사실은 어떤 물건들을 그냥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기만 하면 살릴 수 있는 무수한 생명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는 천박한 이유로, 그리고 그 이유를 치장하고 포장한 수백 개의 고상하고 논리적인 이유로 여전히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은 팩트가 아니라 양심에 가깝게 닿아있다. 이것이 팩트풀니스가 도달하지 못했거나, 도달하지 않은 이 책의 효용이 아닐까.



 

12. 다시, 헤겔을 읽다 / 이광모 지음 / 곰출판 / 2019

: 헤겔에 대해 들은바가 너무 많다. 그중에, 헤겔이 쓴 책은 독일어로 번역해야 독일인들이 읽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헤겔은 독일 사람이다. 어차피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니 뭔 상관이겠냐 했지만, 헤겔이 독일어로 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은 한국어로 번역해야 한국인들이 읽을 수 있겠더라. 그러니까, 대체 헤겔 얘는 왜 이러는지, 하고 싶은 말이 뭐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수월하다. 그래서 의심스럽다. 헤겔이 수월할 수가 있어?

: 이 책을 읽고 다시헤겔을 읽어도 걔가 딱히 더 친절하게 굴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 책을 다시읽을 것 같지도 않다. syo에게 여전히 헤겔은 요령부득이고, 이제부터 헤겔은 어렵다는 진부한 사실을 반복선언하기보다 어려운 걸 일컬어 참 헤겔 같다고 하면 어떨까 고민해보았다.

 

13.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지음 / 사우 / 2019

: 따로 쓴 글들을 한 꼭지 한 꼭지 묶은 느낌. 그래서 전체적으로 중언부언이 있다. 걔들이 각기 한 번만 등장하도록 판을 다시 짜면 책 분량의 절반이 사라질 것 같다. 거기서 들뢰즈와 가타리(특히 가타리)를 거르고 순수한(?) 스피노자만 거둔다면 남아 있는 절반의 절반이 또 날아갈지도.

: 그럼에도 이해하기 쉬운 입문서. 좋다. 입문서로서 제 할 몫은 다 하고 있다는 느낌. 시작을 이 책으로 하시겠다면 기꺼이 응원합니다.



 

14.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 박단 지음 / 창비 / 2017

: 21세기에, 다른 나라는 하나의 선택지다. 그 선택이 나를 쉬운 길로만 인도하지는 않겠으나, 결과적으로 내게 정답인 다른 인생을 제시할 확률은 언제나 있다. 선택의 때가 왔을 때, 아는 게 없으면 올바른 답을 고르지 못한다. 자꾸 알아야 한다. 꼭 새로운 장소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딘가 반드시 있을 대안에 대한 지식은 여기 이곳에서의 삶을 충만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프랑스가 한 뼘 가까워지면 한국에서의 삶도 반 뼘쯤은 선명해진다.

 

15. 크로스 사이언스 /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

: 좋은 책이었다고 단호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 과거에,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은 주로 인문학에서 출발한 시선이 과학 쪽으로 다가가는 방식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다 글 잘 쓰는 과학자들이 등장, 과학에서 인문학 방향으로 출발하여 적당한 지점에 말뚝을 꽂고 영토를 주장하는 책들이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기치는 같지만, 출발점이 달라서인지 목적지가 달라서인지 이 두 종류의 책들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소실시키고 통합시켜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장려하고 배양하여 독서의 가능한 좌표축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이용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이 위치한 좌표에 먼저 도달하여 이미 꽂힌 깃발이 없는지, 그걸 확신하기가 어렵다.



 

 

16. 그림이 위로가 되는 순간 / 서정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 2019

: 그림을 풀어주는 시선이 딱히 특별하지는 않다. 어느 책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해석들, 꼭 이 책이 아니어도 얻을 수 있는 위로들.

 

17.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 그레이슨 페리 지음 / 정지인 옮김 / 원더박스 / 2019

: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농담 같다. 완벽하게 아귀가 맞지 않는 조각들이 솓아져 있는 퍼즐 같다. 선명하지 않지만 현란하고 재미있는 그림 같다. 마치 동시대 미술같다. ! 그래서……. 이런 거구나, 동시대 미술이란 게.

: 그러나 이 책은 아무것도 모르고 덤벼들기에 적당하진 않은 것 같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실용적이랄지 실제적이랄지 그래서. 나도 좀 예술에 대해 생각해봤어, 예술에 무관심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많이 안다고 생각해, 그래서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예술이 무엇인지가 좀 선명했거든? 근데 오늘은 갑자기 또 잘 모르겠는 거야, 내가 아는 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려나? 싶을 때 읽으면 제일 좋겠다.



 

18. 초스피드 회계어 마스터 / 조지 쯔베타노프 지음 / 이로운 옮김, 유흥관 감수 / 2019

19. 회계기초 탈출기 15일 플랜! / 장홍석, 장원희 지음 / 시대인 / 2018

: 별로거나, 잔망스럽거나.

 

20.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회계책 / 권재희 지음 / 길벗 / 2018

: 그러다 맘에 드는 책 발견.

 

 

 

이번 달은 이쯤에서 한번 끊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아무래도 많이 읽기는 어렵겠고, 그렇다면 조금 더 긴 감상을 남기는 게 좋겠고, 그러면서 스크롤 압박도 피하려면 이제 주 단위로 정리하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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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7-1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반 년 걸쳐 읽을 분량에 이십 개로 쪼개 쓸 만한 걸 글 한 편에...일단 열 권까지 읽고 댓글 쓰고 다시 또 읽어야지 헥헥 복숭아도 안 드시고 이렇게 많이 읽으시면...곤란합니다!!(복숭아 쏟아지면 도대체...)

syo 2019-07-15 12:16   좋아요 1 | URL
- 쓰기로 미루어 본 읽기 :
한 줄 찍 찌끄려놓은 거 보이세요?
저렇게 썼다는 건 사실 똑바로 안 읽은거나 진배 없다는 이야기 아닐까요.....


- 읽기로 미루어 본 쓰기 :
한 줄 찍 찌끄려놓은 거 보이세요?
한 권 읽고 한 줄밖에 못 쓰다니, 똑바른 글 하나 쓰려면 몇백 권을 읽어야 되는 삐꾸는 이야기 아닐까요....

반유행열반인 2019-07-15 12:18   좋아요 1 | URL
똑바로 안 읽고 썼다고 하면 위대한 상상력을 가진 픽션의 천재, 한 권을 읽고 한마디로 응축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시인들이 원하는 그것. 이거 비댓으로 해야 하나 syo님 돌무덤에 덮히는 건가(내가 덮히나)

syo 2019-07-15 12:24   좋아요 2 | URL
졌다. 또 졌다. 도대체 이길 수가 없는 사람이다.....

붕붕툐툐 2019-07-15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근황은 뿔 달린 머리띠를 착용한 사진을 올리면서 쓰는게 예의가 아닐까 싶은데요...

syo 2019-07-15 14:03   좋아요 1 | URL
아, 평균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얼굴이 들어가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예의가 아니게 생긴 사람도 있다고 아뢰오.....

다락방 2019-07-1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붉은 뿔 달린 플라스틱 머리띠를 항시 착용하고 있는 쇼님에 대해 상상해보게 되는군요. 재미있는 모습일 것 같아요. 공부는 잘 됩니까?

2. 세상 참 재미있고 신기해요. 누군가는 관심도 없을 사람들에 대해 누군가는 끊임없이 입문서를 내잖아요. 헤겔,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등등... 세상 참 신기하지요?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어서, 그러다가 관심 없는 사람이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또 막 그래. 세상 오묘해..

syo 2019-07-15 17:56   좋아요 0 | URL
1. 아니요.

2. 맞아요.


......(-_ -)>

syo 2019-07-15 18:01   좋아요 0 | URL
대댓글이 왜 저래;;;

다락방 2019-07-15 18:27   좋아요 0 | URL
나한테만 댓글 막달아 ㅠㅠ

다락방 2019-07-15 18:27   좋아요 0 | URL
이제 나 여기 안와! 😭

syo 2019-07-15 18:37   좋아요 0 | URL
이게 다 미안하다는 핑계로 나중에 짱맛있는 거 사드리려는 큰 그림입니다.....
돈가스나 돈가스나 돈가스 같은 거.....

다락방 2019-07-15 18:39   좋아요 0 | URL
다 필요없어!! 😭😭😭😭😭

syo 2019-07-15 18:41   좋아요 0 | URL
아니야, 다 필요 없진 않을거야. 뭔가 필요한 게 있을 거예요,
잘 한 번생각해보자.....

나도 한 번 잘 생각해보자
대체 왜 댓글을 저렇게 달아서 이 사달을 냈는지 ㅋㅋㅋ

다락방 2019-07-15 18:43   좋아요 0 | URL
왜 저렇게 달았겠어요. 저렇게 달고 싶으니까 달았겠지...
(뒤돌아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syo 2019-07-15 18:46   좋아요 0 | URL
뭐랄까, 공부는 잘 됩니까? 하는데 요 며칠 내 꼴을 보고 나니 기운이 턱 빠지면서

......아니요(모기소리).

이렇게 된 것이 사실인데 댓글은

아니요(어쩌라고). 처럼 보이네요.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부디 늘어뜨린 어깨로 어깨춤을 추시며 돌아오시기를...

stella.K 2019-07-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더위도 쉬어가는 해가 있어야지 작년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대구를 두고 대프리카라고 하는데, 대구 사시는 스요님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올해는 정말 자비로운 여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별 탈 없이 한 달만 잘 보내면 올 여름도 잘 보냈구나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밤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던지.
더구나 요즘 제가 좌골이 아파서 맨바닥에 있으면 안 좋걸랑요.ㅋ
저는 염색을 해야하는데 버티고 있습니다.
이달까지 어떻게든 버텨보고 8월되면 해야죠.
7월도 얼추 2 주만 보내면 끝이 보이는데요 뭐. 세월 잘 갑니다. 하는 것도 없이.ㅋㅋ

syo 2019-07-15 17:57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부디
건강 잘 챙기시구요
염색 잘 챙기시구요
세월도 잘 챙기시구요....

알라딘도 가끔씩 챙겨주시구요 ㅎㅎㅎ

cyrus 2019-07-1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장마가 일찍 와서 그런지 7월의 대구는 사람이 살만한 도시가 된 것 같아요. 다음 달부터 진짜 여름이 올 수도 있겠어요. ^^;;

syo 2019-07-15 17:58   좋아요 0 | URL
8월의 진짜 여름이라는 건 숨쉬듯 당연한 거잖아요? 7월이 이래주는 게 개이득...

2019-07-15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5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가끔 내가 공대생이었다는 사실을 까먹는다.

 

한국어 다음으로 잘 다루는 언어가 C언어였다. 신봉하는 신은 정보통신이었고 우리 자기 다음으로 사랑하는 자기가 전자기였다. 전공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공강에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중도 가서 슈뢰딩거 방정식이나 유도하면서 시간 때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그리고 진짜 했다……. , 젊은 syo. 보고 싶다, 이 미친놈아.

 

졸업 후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열심히 쌓았던 전공 지식은 이제 0으로 처절하게 수렴했다고 봐야지.

 

저랬던 syo가 지금의 syo가 된 것은 대충 서른 줄을 넘어서부터다. 알라딘 공간에 처음 얼굴을 들이민 것은 4년 전이고, 뭔가 써대기 시작한 것은 2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 syo의 서재에 발을 들이는 이웃들은 대체로 syo가 문과일 거라고 추측한다.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봐도 그래 뵌다. 내가 이과생이라고 하기엔 빼어나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이과생들도 잘 쓰는 이들은 응당 잘 쓰지만 그들은 절대 syo처럼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짧은 문장, 단번에 핵심을 움켜쥐는 문장을 쓰는 그들은 부사를 멸종시킨 것도 모자라 형용사까지 사냥하는 문장의 정복자들이다. syo도 수식을 좋아하고 그들도 수식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 수식은 덕지덕지 꾸미는 수식이고 그들의 수식은 수가 들어있는 식이라서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들인 것이다.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들은 죄 휘발되었지만, syo는 자신이 한때 공대밥을 먹었다는 게 남몰래 뿌듯하다. 전자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것을 은근슬쩍 즐기는 허영도 있다. 도서관에 가면 공학 도서들이 꽂혀 있는 서가를 반드시 방문하여 각종 OO이론, OO공학 따위의 제목이 박혀 있는 두꺼운 하드커버 책등을 에로틱한 손길로 어루만지곤 한다. 빌려올 것도 아니면서.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는 것처럼, 공대생일 때는 공대생이란 게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았었는데.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공학할 땐 공학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나는 젊고 전자 공학을 했구우나아~


지금 다시 시켜주면, 정말 재미나게 잘할 것만 같다. 공학 책을 만지는 손길이 자꾸만 야해지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걔랑 동거가 몇 년인데. 몸정이 무서운 법이라 그랬어…….

 

그렇지만 안되겠지. 소년은 쉽게 늙었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기만 하구나.




그때까지 제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먼 시간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때 저는 입을 조금 벌리고 턱을 길게 밀고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더 오래여도 좋다는 듯 눈빛도 제법 멀리 두고 말입니다

_ 박준, 〈메밀국수〉부분


영원한 것은 없다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은 결국 과거의 일부가 된다미래가 세련됐다거나 과거는 낡았다는 말이 아니다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뜻이다.

정은우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 마술사인 척하고 놀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기억해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어. 그 당시 나는 무에서 유를 만든다든가,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기를 원했다기보다는 마법으로 나 스스로를 변신시키기를 원했지. 그래서 나는 고리를 돌리는가 하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쪼그리고 앉아서 나 자신이 사라지거나 둔갑하도록 주문을 외워대곤 했어. 물론 이불을 걷어냈을 때 원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야 하지. 하지만 기억을 떠올릴 때 더 중요한 건 실제로 그곳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믿었던 짧디짧은 한순간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감정을 단순히 사라지고 싶은 욕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쁨으로 해석하고자 해. 그 미래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어. 매일같이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단 하루일지언정 더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난 정말이지 시간이 흘러 얼른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얼른 죽게 말이지." 클레어가 말했다.

_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읽은 ---

+ 소설을 살다 / 이승우 : 95 ~ 248

+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 188 ~ 298

+ 크로스 사이언스 / 홍성욱 : 196 ~ 353

+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 이제니 : ~ 93


 

--- 읽는 ---

= 모스에서 잡스까지 / 신동흔 : ~ 143

=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 제이컵 솔 : ~ 88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 ~ 77

=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주경철 : ~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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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9-07-1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웃 터뜨리며 읽었습니다. Syo님 글은 내용과는 별개로 늘 재밌어요. 심각한 글에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고. ㅎㅎㅎㅎ

syo 2019-07-14 08:51   좋아요 1 | URL
저로서는 굉장히 애처로운 글입니다만 ㅎㅎㅎㅎㅎㅎㅎ 어쨌든 웃음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단발머리 2019-07-14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자기 다음으로 사랑하는 자기가 전자기...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7-14 08:51   좋아요 0 | URL
요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7-1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만 보고 괜히 쫄았지 뭐에요.(이유는 알아서 짐작하세요!) 세상의 큰 틀은 간명한 수식 몇 개가 단단하게 받치는지 몰라도... 덕지덕지가 사람 사이를 잇고 울리고 웃기고 사랑 불쌍함 그리움 같은 마음을 만드는 거겠지요. 그 두 가지에 다 걸쳐 계시니 syo님은 큰 장점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읽는 syo님 닮은 syo님이 닮은? 소설가가 장점은 곧 단점이라든데. 그럼 제 단점도 장점이 되려나? 바보 문돌이 인 것도?

syo 2019-07-14 13:02   좋아요 1 | URL
좋은말씀 학원 다니세요?? 요즘 읽고 있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 칭찬폭격기라는 말이 나오던데, 누가 바로 떠오르더라구요.(누군지는 알아서 짐작하세요!)

그나저나 그 소설가가 누군지 궁금하니까 귓속말로 저한테만 살짝 알려줘봐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07-14 14:13   좋아요 0 | URL
직접 이름 말씀 하시면 쑥스러워서 그러죠? 소설은 작년에 한 권 밖에 안 읽었고 산문집 읽고 있는데 범인은, 이 사람이야! 하는 느낌이 똭- 얼른 다 읽고 리뷰 쓰면 밝혀지겠네요. syo 글을 좋아하니까 이 작가 글도 한 권 말고 더 봐야 될 거 같은 기분입니다. (다 드러내지 말고 감추는 거도 가르쳐 주네요 )
칭찬 폭격은 진짜 제가 해 본 적이 없는 거라 연습 대상이 되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열심히 연마해서 복직 후 제대로 써 먹어 가련한 청춘들을 구제해 보겠습니다.

syo 2019-07-15 10:00   좋아요 1 | URL
진짜 모르겠어어서요 ㅋㅋㅋㅋ 열반인님도 꽤 읽으시니까....
리뷰가 얼른 올라오기를 기다려봐야겠네요.

충분히 칭찬에 재능이 있으십니다. 가련한 청춘들이 고공비행하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19-07-15 11:47   좋아요 0 | URL
syo님 발뒤꿈치 겨우 쫓아가는 중인 저보고 꽤 라고 하시면 본인은 꽤꽤꽤꽤꽤꽤래꽤뫠꽤 라고 자화자찬 하시는 건데....그러셔도 됩니다. ㅎㅎㅎㅎ
칭찬에 재능이 있다고 칭찬 받은 건 처음입니다. 썩히지 말고 앞으로는 잘 써 먹어야 겠네요.
 

 

오리의 욕심과 너구리의 섭섭함 

 

 

1

 

어물쩡거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7급 시험도 어느덧 90일 남짓. 될 리 없다 생각하지만 9급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다 된 건 또 아니어서 부푼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희망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독서를 버려야 한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오리도 너구리도 되지 못한다. 오리너구리가 되고 만다……. 잠깐만, 오리너구리라는 게, 오리도 너구리도 아닌 것인가요, 아니면 오리이면서 너구리기도 한 것인가요? 만약 후자라면…….

 

그럴 리가.

 

공부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 했다. 근데 나한텐 그 때라는 게 없었던 것 같다. 나한텐 때가 없어, 그 때는 공부에 다 있지. 이 말장난은 마치, “치킨은 살 안 쪄, 살은 니가 쪄.” 분위긴데, 지금 이따위 쓰레기 같은 말장난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때도 없는 공부를 이틀 연짱 해댔기 때문인 것 같다. syo를 용서 하시옵소서. syo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옵니다…….

 

 

한줄 요약 : 일단 오리가 되어야겠다.

 

 

 

2

 

화요일 밤부터 눈두덩이 어쩐지 무겁더라니, 아침에 거울 속에서 다래끼를 만났다. 안녕, 다래끼새끼야. 또 만났구나. 니가 무슨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왜 이렇게 쓸데없이 주기적이니? 지난 번 다래끼를 잡아 죽이러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 말씀이, 사람의 눈꺼풀 주위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거기서 알게 모르게 노폐물이 배출되어야 그게 사람인 법인데, syo의 눈꺼풀 주변의 구멍은 거진 막혀 있는 상태라고. 아니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다래끼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요? , 그렇습니다- 하며 선생님은 칼로 syo의 눈두덩을 찢고 다래끼를 짜내셨다. 마음의 준비는커녕 동의도 없이! 그런 따가운 기억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다래끼새끼가 다래끼어른이 되기 전에 약물의 힘을 빌려 제거하고자 일찌감치 병원에 찾아갔다. 성공적이었다. 3일치 약을 받아왔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다시 방문하세요,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이목구비는 아무래도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요- 라는 비음성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꼬박꼬박 안약을 넣어가며 5회분의 약을 복용한 시점에서 다래끼는 눈 녹듯 눈에서 사라졌다.

 

대신 찾아온 뜻밖의 손님이 ㅍㅍㅅㅅ였다(이것은 특정 이슈 큐레이팅 사이트의 이름도 아니고, 남정네들이 좋아하는 특정 익스트림 어덜트 스포츠(?)의 초성도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기후 현상에 가깝다고 하겠다. 천둥소리를 동반하는 갈색 물폭탄……).

 

뭘 잘못 먹은 것도 없다. 심지어 아프지도 않다. 다른 것 없는 순수한 ㅍㅍㅅㅅ. 대체 왜? 달라진 거라고는 안약 넣고 알약 먹은 것 밖에……. 혹시?

 

따가운 응꼬를 어루만지며(진짜 그러지는 않았어요) 욕실에서 뛰쳐나와 바로 약봉지를 낚아챘다. 겉면에 내가 삼킨 알약의 이름과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누가 봐도 아야하는 위장처럼 생긴 쪼꼬미 아이콘(?)이 그려져 있고, 아래에 쓰여 있다. 소화 장애가 있을 수 있어요. 있어요도 아니고 있을 수 있어요인데 그 확률에 덜컥 걸리다니. 이래서 늙으면 서럽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있을 수 있을 수 있어요?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어요? 그것도 아니면,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 ……. (닭똥 같은 눈물)

 

한줄 요약 1 : 요즘 약봉지는 참 친절하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한줄 요약 2 :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한줄 요약 3 : 한줄 요약 2는 사실 두 줄 요약이다.

한줄 요약 4 : 한줄 요약 3까지 붙일 거면 차라리 요약이라 하질 마라.

한줄 요약 5 : 그러면서 또 한 줄을 더 썼다.

한줄 요약 6 : 대체 언제까지 이럴 텐가.

 

 

 

3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쥔 팔을 천장 쪽으로 쭉 뻗은 채 읽다가 떨어뜨려서 코끝을 얻어맞음. 눈물이 핑 돌았음. 하드한 커버와 소프트한 코끝. 주르륵 흐르는 눈물.

 


 우리들의 꿈 모리재에서

 우리는 인생이 적인 책을 두터운 밤으로 찢으며 진로에 대하여노동과 혁명에 대하여

 떠들었다단 한 줄로 씌어지는 인생을 갖고 싶다고거기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공설 운동장 가까운 형의 자취방 막걸리 마시며 배웠던 동지가를 함께 부르다

 이런 고백,

 형그런데 나는 엄마 때문에엄마 때문에하다가 울먹거리는말하자면

 결국 사랑은 문장마다 튀어나온 돌부리 같아서 매번 넘어지기 위하여알지도 못하는

 도착지 따위에 영영 도착하지 않기 위하여,

 픽제 발로 쓰러져 쳐다보면언젠가 퐁당 던져버린 반지의 금빛 테를 가진

 달

 같은 것그저 형형 부르다

 날 밝으면,

 태양이 오렌지색 공을 치고 있는 모리재팡팡 터지면서 그런데도 아무도 모르게

 추위처럼 쉴 새 없이 공은 날아와

 멍든 산에쑥쑥 멍처럼 자라 어느 날 푸른 숲의 서러움이 꼿꼿한 서릿발 나무둥치로 일어서는

 모리재.

 이제 우리의 인생은 멀리 그러나 거기서

 우리는.

신용목모리재〉 부분

 

시인의 말은 우리의 말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말이겠으나, 그 크게 다를 것 없는 말에 시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에겐 그 말이 정확한지 적확한지 정교한지 정밀한지 판단할 자격이 끝없이 유보되는 것은 아닐까. 시가 아닌 것들에 대해 시가 지닌 치외법권이나 시인이 아닌 이들에 대해 시인이 지닌 면책특권 같은 것. 그런 것들을 마주하면 온순한 자세로 가슴을 열고 시가 내 마음에 어떤 불을 붙이는지, 그 불이 또 어떤 나를 만드는지 같은 생각에 그저 몰두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해는 종종 낮은 사람의 일이 아니고 공감은 때로 사람의 일이 아님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게 우선. 시인의 마음을 짐작하기보다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먼저. 단 한 줄로 씌어지는 인생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문장에 내가 박아 넣고 싶은 단어 역시 사랑인지, 사랑이라면 이 사랑이 그 사랑인지, 혹시 그 사랑이 문장마다 돌부리처럼 튀어나와 알지 못하는 도착지에 도착하는 일을 영영 유예시키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것인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 입과 닮았는지, 그런 것들을 일단. 아니다, 흐르는 눈물을, 아니다, 아픈 코끝을 만져주는 것이 처음.

 

 

 

4


 

며칠 전 재희를 읽지 않았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을 구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발간되자마자 호평에 혹해 샀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아직도 읽지 않았기 때문이겠다. 벌써 대충 일 년이다. 어찌 되었건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은 나오는 족족 다 사 제끼는 추세. 이걸로 또 묵은지나 만드나요…….

 

 

독서실로…….

 

 

 

 

--- 읽은 ---

+ 나의 끝 거창 / 신용목 : ~ 127

+ 이코노크러시 / 조 얼 외 : 150 ~ 306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 77 ~ 199

 

 

--- 읽는 ---

= 소설을 살다 / 이승우 : ~ 95

= 길 위의 독서 / 전성원 : ~ 80

= 크로스 사이언스 / 홍성욱 : ~ 196

= 자본가의 탄생 / 그레그 스타인메츠 : ~ 171

=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 82 ~ 188

=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경제학 강의 / 데이비드 프리드먼 :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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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7-1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쥔 팔을 천장 쪽으로 쭉 뻗은 채 읽다가 떨어뜨려서 코끝을 얻어맞는...거 저도 해봤어요!!(자랑이다)

오리너구리는 아마도, 오리+너구리 가 아닐까요? 오리이기도 하고 너구리이기도 한. 킁킁.
아무튼, 알라딘에서 쇼님 보는 거 즐거워요! 오리든 너구리든 둘 다이든.

syo 2019-07-12 09:39   좋아요 0 | URL
오리너구리는 난생의 포유류라는 쉽지 않은 포지션이네요.
세상 쉬운 게 없다.....

어쨌든 고라파덕 같이 생겨서 귀엽다, 오리너구리.


단발머리 2019-07-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언제까지 이럴 텐가...
다음도 막 이어서 써 주고 그럼 막 좋겠어요. 이히히... 재미지다~~~

syo 2019-07-12 09:40   좋아요 0 | URL
쓸 때는 두세 개 더 있었는데 늘어져서 지웠어요 ㅎㅎㅎ
엄마가 너 이러는 거 알고 계시니- 뭐 이런 따위였구요.

단발머리 2019-07-12 09:41   좋아요 1 | URL
그거 좋네요.
엄마가 너 이러는 거 알고 계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릴께요^^

2019-07-12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7-1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일! 응원드립니다. 다래끼는 여기서 좀 서둘러 빠져 달라~~

syo 2019-07-12 15: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래끼 잡아냈습니다. 다래끼 요놈....

cyrus 2019-07-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일이면 길면서도 한편으로는 짧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네요. 7급이면 9급 과목에 두 과목이 추가된 거 맞죠?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공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오길 바랍니다. ^^

syo 2019-07-12 19:23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하시는 게 많아서 정신없죠? 여름인데 건강 잘 챙겨가면서 하시기를 ㅎㅎㅎ

stella.K 2019-07-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래끼...!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다래끼에 관한 글을 썼는데.
제가 어렸을 때 다래끼의 여왕이었거든요. 얼마나 괴롭던지.ㅠㅠㅠㅠ
지금은 안 나지만. 스요님 다 커서 이 무슨 부스럼입니까?
뭐 잡았다니 다행입니다만 다시 날 수도 있어요. 조심하시길.
스요님의 새로운 도전에 영광있으라!!!ㅋ

syo 2019-07-12 19: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제 정말 간간이 등장하시네요, 스텔라님.
스텔라님의 도전이 의미있게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저도 스텔라님을 응원합니다 ㅎㅎ

다래끼는 괜찮아요, 나타난다 싶을 때 초장에 때려잡으면 되니까요.

유부만두 2019-07-1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패드로 전자책 읽다가
.... 소프트한 페이스를 ..., ㅜ ㅜ

syo 2019-07-14 01:21   좋아요 0 | URL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닌데 저는 다음에도 또 그런답니다. 이번만큼은 안 그럴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bookholic 2019-07-12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 중에 7급 시험을 여러번 고배를 마시디가
결국 눈을 낮춰 9급에 합격을 했어요.
그리고 이 자신감으로..
다시 7급을 도전해서 한번만에 철커덕...
syo님도 제 후배처럼 연속 철커덕 되시길....

syo 2019-07-14 01: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홀릭님!

응원해주시는만큼 열심히 해야 뭐가 되도 될 텐데,
맨날 책 읽고 노는 모습 보여드려 부끄럽습니다ㅠㅠ

 

 

사전을 만들기 위해 사전을 찢는

 

 

그러니까 그것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호숫가를 거닐다 마주치는 새들에게 저마다 이름 하나씩 붙여주려고 맞댄 두 이마다. 가장 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마주앉아 A4 이면지에 그려보는 미래의 타임라인이다. 그 시간의 교차다. 아니면 그것은, 하늘까지 치솟은 아파트 그림자 아래서 잘게 쪼개진 노을의 파편을 빗겨 맞으며 일부러 놓쳤던 버스의 행렬이거나 다음 거 타, 다음 거 탈래, 기약 없이 유예되는 아쉬움일 것이다. 혹은, 아침의 해장국 가게에서 들은 두 사람 잘 어울린다는 뜻밖의 칭찬이거나, 그 가게로 가는 길에 건너야 했던 중랑천 어느 다리 위에서 잡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던 작고 하얀 손이었거나, 작고 초라한 용기였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눈물 흘리는 모습 보이면 이 마음이 아플까봐 얼른 사라진 저 마음과, 돌아봐 눈 마주치면 저 마음 그 자리에 돌처럼 서서 한없이 눈물 흘릴까봐 끝내 돌아보지 않은 이 마음의 대칭적 협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끌어다 잡은 손에 예상치 못했던 온기 같은 것이 있어서 이 손을 잡고 있는 동안이라면 마음이 무너져도 좋지 않을까 품어 본 위태로운 욕심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불가능했고 불가능해야만 했던 욕심이 먼지로 바스라지는 동안 그 안에서 발견한 앙상한 자화상, 익명의 공간에서 누리는 비익명적 기쁨의 단맛, 도무지 바닥을 알 수 없는 맹목적 애정, 돌고 도는 시간과 돌고 도는 호변, 제주도의 밤과 풍차와 전기차, 자꾸만 아름다워지는 어느 동거의 기억, 끝없이 기쁜 설거지, 서로 내가 버리겠다고 다투는 음식물 쓰레기, 자꾸만 만지고 싶은 몸, 닿지 않은 순간에도 닿아 있는 입술, , 뒤에서 안아주기, 안기기, 슈만, 쇼스타코비치, 김환기, 이우환, 눈빛, 감아도 떠도 늘 발견되는 눈빛, 눈빛, , , . 그러니까 그것은, 우리가 무심히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시점을명확히 구별되면서도 특별한 순간에 일어난 일과 같은자신의 존재 속으로 파고드는 돌파구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어쩌면 그 기억은 틀렸을지도 모른다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나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죽게 될 거라는 통찰의 순간눈에 대한 사랑은 실제로는 어떤 급작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어쩌면 항상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리라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페터 회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밤새도록 파고드는 밤섬머리를 들이받아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세모래밭을 만듭니다

 그러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자욱한 철새들이

 거기에 매서운 첫 획들을 찍는데

 그중엔 아주 작은 아기 것도 섞여 있어

 파도가 다시 와선 뺨 부비곤 했답니다

이시영발자국전문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 해야 해'라는 당위나 의무가 아니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라는 경우의 수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그러한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꽉 짜인 일상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자유와 선택지우발성이 더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그 말인즉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삶은 문제 제기를 통해 여러 가지 답을 선택하는 과정이지모든 문제가 하나의 답으로 수렴되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문제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만능열쇠와 같은 하나의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만약 답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내가 살아온 삶 속에 있을 겁니다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겠지요나는 계속 살아나가는 존재이고 그 답들도 계속 구성 중입니다.

신승철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당신을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는 것이게 기적이다책을 읽고 나니 지금 다른 곳에서 잠들어 있을 사람의 구부정한 등이보고 싶다잠든 등을 사랑하는 것내 취미다.

장석주박연준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 읽은 ---

+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이시영 : ~ 155

+ 소설보다 가을 2018 / 박상영 외 : 73 ~ 170

+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 그레이슨 페리 : 60 ~ 187

 

 

 

--- 읽는 ---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 ~ 77

= 이코노크러시 / 조 얼 외 : ~ 150

=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 ~ 82

= IFRS 회계원리 / 최창규 외 :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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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7-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좋네요! 난 시간이 많으면 딴 짓하고 책읽을려면 시간이 없고 글쓸려고 모니터 앞에 앉으니 컴터 고장나고 ...결국 a/s맡겨야 할듯 ...이래저래 핑계와 변명으로 하루를 나네요 ㅋㅋㅋㅋ

syo 2019-07-09 12:12   좋아요 1 | URL
밀물이 있으면 썰물도 있고 그런 것이지요. 곧 있으면 다시 돌아와 빠바박 쓰실 거라는 걸 믿고 있습니다.

레삭매냐 2019-07-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밀라는 예전에 절판되었다가 사람들이
마구 재출간해 달라고 해서 다시 나왔을
적에 쟁여 두기는 했는데 미처 못 읽고
있네요. 아마 두께 때문에?


syo 2019-07-09 12:13   좋아요 0 | URL
잘 안 넘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레삭매냐님처럼 단련된 소설 독자께서는 공감을 못하실 수도 있으나.....

단발머리 2019-07-0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밀라하면 김연수가 생각나요. 얼마나 근사한 책이라 칭찬을 했던지요. 항상 ‘읽어야지’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책이라고 할까요? ㅎㅎㅎㅎ

syo 2019-07-09 12:14   좋아요 0 | URL
엄청나다.... 엄청나... 이런 생각은 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잘 안 넘어가요......

뒷북소녀 2019-07-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이러면 안되는데...<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이 책 표지가 좀... 재미없게 생겼네요. 작가는 마음에 드는데요.ㅋㅋㅋ

syo 2019-07-09 16:39   좋아요 0 | URL
저 표지 칭찬하는 사람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왜 저랬는지 모르겠어요......

2019-07-10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전소 옆 발전소

 

 

1

 

자의식을 확립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세상과의 다툼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세상과의 작은 싸움에서 승리를 거듭함으로써 세상을 점차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가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패배를 적립하면서 상처 위에 상처를 덮어 두꺼운 갑옷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기는 사람들도 지는 사람들도 영원히 지거나 영원히 이길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공히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마음속에 전쟁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계속 이기거나 계속 지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과의 첫 번째 조우에서 한 방을 먹였거나 먹은 그들은, 자기 안으로 돌아와 그날의 승리나 패배를 반복재생산하며 마음의 벽돌로 자신의 성채를 쌓는다. 그러나 마음이란 취약하고 불균형한 물질이라 내 마음으로 쌓은 성벽의 안에 거주하기 적합한 사람은 대체로 나뿐이다. 마음의 모양새나 온도에 따라 아주 가까운 몇몇 이들을 포용해 마을을 만드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 마을도 대체로 작고 고립되어 있거나, 그 안에 거주하는 타인들의 굉장한 인내나 이해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그들이 마음속 섀도우 복싱을 바깥세상과의 싸움이라고 착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실제로는 없었던 승리를 착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여긴다. 충분히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축적되면 내 안에 밀도 높은 분노의 원자력 발전소가 생긴다. 세상엔 그만한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원이 없고, 그래서 그들은 늘 뜨겁다. 단점이라면 안전 취약성과 붕괴 시 필연적으로 찾아올 치명적인 파국을 들 수 있겠다. 반면, 실제로는 없었던 패배를 착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자신의 몰가치를 알아챌까 전전긍긍한다. 초과 단련한 겸손으로 상대방의 기대를 끊임없이 낮추고, 예견된 실패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핑계거리들을 미리 만들며 자기를 불구화한다. 이 경우는 폐열을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와 비슷한 느낌이다. 저렴하고, 열효율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온도 조절에 실패해 불완전연소가 발생하면 독성이 있는 감정이 배출되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멍들게 하기도 한다.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오래 운용해온 사람으로서 늘 고민이 되는 부분은, 야생의 syo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준다면 얼마나 줘야 그나마 건강한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따위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구걸하는 말을 선명하게 하고 있진 않지만,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아니에요, 별 거 아니에요, 손사래를 쳐대며 겸손의 스탠스를 취하지만 그렇다고 칭찬이 기쁘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다. 그건 앞에선 별 거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완전히 별 거 아닌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말 허접한 글, 자기가 무식한지도 모를 만큼 무식하다는 티가 나는 글을 쓰면서 끝없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기대를 요구하는, 어디 갖다 쓰지도 못할 생각의 찌꺼기나 계속 만드는 주제에 온 세상 다 밝힐 지혜라도 발굴한 마냥 설교하는,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해서 오히려 당당한 그런 사람과 나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할 수가 있을까? 그저 기교, 지식, 눈치 같은 요소들에서 미미한 차이만 있을 뿐, 최종적으로 그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다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생김새그리고 등장으로 외부에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주변에서는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사람들은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그렇게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따라서 진실은 이렇다당신은 시도 때도 없이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

스벤야 아이젠브라운너무 재미있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 

 

사랑을 받을 만한 마땅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을 결정하고자 대상에 탁월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그 가치가 바로 그 대상의 내부에 있는 올바름 혹은 탁월함의 정도라고 여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그러면 우리를 속이는 확실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우리는 바로 그렇게 소외된 대상우리가 그것을 사랑한다고 단지 그릇되게 상상하는 대상에 집착하게 된다사랑의 원인이 그 대상이라고 철썩같이 믿으면서 우리는 그 사랑을 그것에 돌려주려고 한다이때 우리가 아는 것은그 대상이 실제로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아니다우리 사랑의 진정한 원인은 그 대상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그것은 단지 그 대상의 현존에 수반되는 감정일 뿐이다.

발타자르 토마스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나는 여럿이면서 하나이고동시에 하나이면서 여럿이지요파도가 조각이면서 더 큰 바다의 일부분이듯이나는 이 세계를 헤매는 자이면서 헤매지 않는 자이지요저 빈 옥수숫대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같이만물은 증식하면서 또 다른 부분에서는 잘라내요진짜로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요.

장석주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2

 



혼자서 한 권 분량의 절반을 꿀꺽 삼킨 박상영 작가님. 쉬지 않고 내리 읽었고, 재미있었고,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거나 무슨 맘인지 짐작할 수 없는 대목도 하나 없었는데, 이 작품에 대해서 써보라고 하면 못 쓰겠다.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종류의 작품이라는 뜻이 아니라 syo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리뷰가 그렇지만, 특히 소설 리뷰 하시는 분들껜 존경 말고 다른 걸 드릴 재간이 없다. 이웃님들의 훌륭한 리뷰를 읽으며 무릎을 탁탁 타타탁 치고, 너무 세게 쳐서 무릎이 아프고, 그 아픔 속에 소설 리뷰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새겨 넣고, 그렇다면 이다음에 나도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거니 하고 돌아서고, 돌아서 모니터를 마주하고 앉으면 뭐 어떻게 써야하나 다시 깜깜해지고.....

 

 

 

3

 

자료와 통계로 무지와 편견을 조지는 책이라 소개하면 예비 독자들은 응당 딱딱하고 각진 사무실투의 문체를 예상하게 마련인데, 실제로는 이런 문장도 있다. syo는 여기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본다.

 


평일에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지냈고토요일이 되면 아버지가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장난삼아 커다란 원이나 8자 모양을 그리며 병원으로 갔다어머니는 병원 3층 발코니에 기침을 하며 서 있곤 했다아버지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도 아플 수 있다고 했다병원 밖에서 내가 손을 흔들면 어머니도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어머니가 뭐라고 말했지만목소리가 너무 작아 바람 소리에 묻혀버렸다내 기억에 어머니는 늘 웃으려고 애썼다.

한스 로슬링 외팩트풀니스

 

반면, 갓 스물을 넘은 나이에 시조로 등단해 그 후 50년을 시작詩作으로 물들인 원로 시인의 시집이라 소개하면, 역시 예비 독자들은 저마다 시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감정(대개는 애증이기 십상인)을 들추어 보며 특정한 형식을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도 있다. 시가 걷지 못할 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한 권의 시집 속에 이런 시도 저런 시도 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지중해 연안의 주요 도시 벵가지미수라타베이다투브루크살룸아즈다비야주와라 등이 반정부 시위대의 손에 넘어간 가운데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시위대를 향해 바퀴벌레” “살찐 쥐새끼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순교자로서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면서 내가 명령하면 모든 게 불탈 것이다라고 외쳤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4일 다시 텔레비전에 나와 내전에 준하는 이 혼란이 알카에다의 사주에 의한 것이며, “마약과 술에 전 젊은이들 탓이라며 이 모든 상황이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카다피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230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한 민주화 시위의 진원지이자 리비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벵가지 광장엔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쏟아져나와 피의 댓가로 얻은 자유에 환호했다벵가지는 이제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꾸린 인민위원회가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과 정부 건물엔 1969년 카다피의 혁명 전 이드리스 왕정 때 사용했던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삼색기가 내걸렸다고 한다. AK소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은 곳곳에 플라스틱 폭탄로켓기관총심지어 대공화기의 공격으로 인한 인민 학살의 흔적이 남은 거리를 활보하면서 우리가 큰 싸움에서 이겼지만 아직 전정에선 이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시영, 〈2011년 2월 24리비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부분 

 

 

--- 읽은 ---

상호대차 강민선 : 74 ~ 174

+ 혁명 / A. 골드스톤 : 48 ~ 230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외 : 108 ~ 385

+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회계책 / 권재희 : 105 ~ 355

 

 

--- 읽는 ---

= 소설보다 : 가을 2018 / 박상영 외 : ~ 71

=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데이비드 하비 : ~ 50

= 처음 읽는 레비나스 / 콜린 데이비스 : ~ 23

= 소로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68 ~ 88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이시영 : ~ 74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그레이슨 페리 :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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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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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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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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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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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7: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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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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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7-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팩트풀니스』저도 기대 안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리뷰 써야 하는데 미루다가 내용이 가물가물해져서 다시 읽어야 할 듯ㅡ.ㅜ 저는 무릎 칠 일보다 이마 탁~하게 되네요ㅎㅎ;

syo 2019-07-12 15:20   좋아요 0 | URL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독서였어요. 내용이야 금방 어딜 가고 없겠지만..... 그럼 담에 또 읽음 되죠 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