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테마로 읽는 페미니즘 도서목록 - 증보판
말과활 아카데미 엮음 / 일곱번째숲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1

 

슬픈 열대를 읽다에서 양자오는 리스트가 양도할 수 없는 동시에 양도하지 않는 독보적인 역할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베트남전 기념비다이 기념비는 어떤 기념비인가상단에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미국 군인의 이름이 가득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이다.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미국 군인'은 이 돌비석이 기념하는 대상이자 그들의 공통점에 대한 묘사라 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묘사를 통해 그들이 살아 숨 쉬던 개체였다는 사실은 축소되고그들은 더 이상 진정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하나의 묘사하나의 거대한 분류 속에서 그들은 저마다의 개별성을 잃어버린다이에 대한 저항감에서 사람들은 개개인의 이름수십만 개의 이름으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리스트를 커다란 돌판에 새긴 것이다.

  이는 리스트의 특수한 의의이자 작용이다그것은 개체와 차이를 보존하는 동시에 두드러지게 한다.

양자오슬픈 열대를 읽다, 178

 

 

2

 

syo는 리스트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에서 역시 그런 어른으로 자라났다. 스케치북 한 장을 북 찢어 방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엎드린 어린 syo는 시에 담으면 좋을 것 같은 예쁜 낱말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하늘, , 앵두, 모래, 도랑, 아기, 강아지풀, 순돌이(진돗개)…….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만들던 고등학생 syo도 있었다. 뜻밖에 공책 한 바닥도 다 채우지 못했던 그 리스트는 평범하고 무난한 희망사항들로 가득한 색채 없는 청소년 인생의 단면이었다. 밤이 내리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들판이 늘어선 고장에서 경계를 서던 군인 syo, 남몰래 총구를 내리고 사랑하는 작가들의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주욱 늘어놓은 그들의 이름은 별빛을 받으면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처럼 빛났다. 별 하나에 김연수와, 별 하나에 쿤데라. 별 하나에 문태준과, 별 하나에 장 그르니에. 그리고 그 긴 리스트의 끝자락에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석 자.

 

 

 

3

 

취향과 생각을 드러내는데 리스트만큼 직접적인 장르가 있을까. 리스트를 만들면서 거짓말을 하기란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스트에는 약간의 거짓’을 아직 달성되지 않았을 뿐인 진실로 바꾸어주는 착한 힘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리스트를 보여 달라는 말에 신이 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이름들을 적어나가다, 문득 좀 있어 보이고 싶은 욕심이 들어 아직 읽어보지도 못한 보르헤스를 슬쩍 덧붙였을 때, 그것은 귀여운 거짓말인 동시에 마음의 짐이 되어 보르헤스를 향해 나를 한 걸음이나마 옮겨놓기도 한다. 아무리 폼 나더라도, 죽는 날까지 평생 읽어보지 않기로 작정한 작가의 이름을 굳이 골라 써넣는 일이 있을까?

 

이미 지나온 것들과 앞으로 지나가야 한다고 믿는 것들의 경계선이 부드럽게 녹아 있는 한 잔의 커피. 세상의 모든 리스트는 영수증이면서 계산서인 셈이다.

 

 

 

4

 

그리고 어떤 리스트를 만났을 때 내가 그것을 사랑할 수 있다면, 높은 확률로 그 리스트의 주인 역시 사랑할 수 있다고 syo는 믿는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리스트가 지니는 가장 매력적인 기능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일단 명함을 교환한 다음(누구누구입니다, 무슨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시 무수한 리스트를 교환하기 시작한다(쉬는 날엔 뭐하세요, 영화 좋아하세요, 무슨 커피 드실래요, 패션 센스가 있으시네요.) 그렇게 서로의 리스트를 맞대어보다 덜컥 교집합이 발견되는 순간 대화의 봇물이 터지고 호감의 홍수가 밀려든다


리스트의 교환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미묘한 부분까지 조금 더 상세하게 작성된 리스트를 서로에게 조심스레 내민다(그러면 호퍼 그림도 좋아하시겠네요, 그 가사 전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솔직히 그 부분만큼은 혐오 정서가 은근히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대단하지만 어쩐지 하루키의 불꽃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그 대목에서 유채영의 <emotion>을 집어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완전 대단하지 않아요?) 이즈음에서 우리는 서로의 교집합이 아니라 차집합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한 만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건 결국 모든 게 신기하다는 뜻이다. 즉시 이 순간이 신비해진다. 이 사람과 내가 앞으로 어떻게 만나 무엇을 함께할지는 확실한 게 없지만, 최소한 서로의 리스트를 열어젖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충만하다.

 

 

 

5

 

직접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즐거운 만큼, 타인이 만들어 놓은 리스트를 정성스레 옮겨 적는 일 역시 사랑할만하다. 두 시간에 걸쳐 찬찬히 옮겨 적어보니, 이 리스트는 12개의 테마와 부록까지 포함해 247권의 도서목록402권의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들 목록을 제공하고 있었다. 10권 남짓의 중복이 있었다. 옮기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리스트를 열어준 이를 위해 가장 알맞은 보답은 이쪽의 리스트를 열어주는 것이다. 내가 연 리스트는 아직 공백으로만 가득하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모든 리스트는 끝없이 채워져야 한다


연필로 그대로 옮겨 적은 리스트 속 이름들을 지울 수 없는 볼펜으로 하나하나 덧칠하는 일이 기다린다. 그렇게 내가 리스트를 제대로 만드는 동안 아마 새로운 책들은 또 나오고, 어쩌면 새로운 리스트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새로이 스케치북을 찢어 방바닥에 놓고 엎드려 새로운 책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 아름다움이 될 낱말들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진 아이처럼.

 

아마도 이런 지난한 순환이 끝도 없이 이어지지 않을까. 리스트는 늘 열려있으므로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일은 독서의 본성이다. 끝내 물은 고이지 않겠지만, 항아리 주변에 깔린 잔뿌리들이 몰래 그 물을 받아 마실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작은 꽃대가 올라오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잠깐 꽃이 피었다 가기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 늘 그럴 수는 없더라도, 신비롭고 충만한 순간을 가끔씩은 만나게 되지 않을까.

 

 


000. 12개의 테마로 읽는 페미니즘 도서목록 / 말과활 아카데미 / 일곱번째숲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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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19-08-2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열대의 저 인용부분은 얼마 전 읽은 손탁의 타인의 고통에서, 전쟁사진을 두고 이야기한 것과 비슷해서, 마치 외지에서 아는 사람 만난 양 반갑(?)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syo 2019-08-24 09:51   좋아요 1 | URL
바로 이 맛에 알라딘 하는 건가 봐요 ㅎㅎㅎ 반갑습니다 메모수첩님^-^

북다이제스터 2019-08-2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섬의 장 그르니에...전 중학교 때 엄청 좋아했는데요. 그때 이후 첨 들어보는 이름이라 넘 반갑습니다.^^ 추억도 덕분에 새록새록...^^

syo 2019-08-24 09:52   좋아요 1 | URL
장 그르니에 이야기 나올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청하판 장 그르니에 전집의 부활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2019-08-26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6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7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9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곳에 여름이 있었다 

 


1

 

열대야가 물러가고 있다. 복숭아도 함께 물러가겠지. 시원하고 섭섭하다. 여름을 보내는 마음이 늘 그렇다. 지옥으로 좀 꺼졌으면 싶다가도 막상 밤이 서늘해지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방 안으로 들어서면 먹먹해지기도 한다. 하루가 멀다고 다투던 친구가 전학가고 나면 일상이 지나치게 조용해져 가끔 그 친구와의 시끄러웠던 시간이 그리운 것처럼, 여름의 몸통과 부대끼며 흘렸던 땀의 양만큼 떠나가는 여름의 뒤통수를 보는 눈이 아련해진다. 이제 얼음을 얼리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긴바지를 입을 것이다. 노동의 강도가 낮아진 선풍기가 한숨 돌릴 것이다. 밤은 조금씩 빨리 찾아와 한소끔씩 오래 머물다 돌아갈 것이다.

 

여름은 무엇을 하기에도 적당한 계절이 아니었다. 선선히 강변을 걷기에도, 열 권 넘는 책을 가방에 넣고 이곳저곳의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뿌리기에도, 그리고 사랑을 나누기에도. 뜨거운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뜨거워지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름은 뜨거움의 과잉이어서 도리어 상성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사막에 숨겨놓은 폭탄처럼, 용광로 옆에 둔 선인장 화분처럼, 더위를 탓하며 하려던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마다 오히려 나는 내가 더운 인간이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런 인간은 가을과 겨울에 힘을 낸다. 이 여름이 끝나면 아마도 나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아침이면 출근이라는 것을 하고, 일터에선 집을 생각하며 하루를 버티겠지. 고단한 하루의 증인처럼 구겨진 옷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놓고 앉아 혼자서 맥주 한두 캔을 마시며 테이블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이 책들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를 잠깐 걱정하다가 이내 밀린 빨래를 하겠지. 달력을 보고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는 날을 가늠하겠지.

 

삶의 2막이랄까, 후반전이랄까. 어떤 의미에서 이번 여름은 마지막 여름이겠다. 사실 모든 여름은 저마다 마지막 여름이지만. 모든 여름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여름이지만.

 

비가 많이 나린다. 여름의 끝자락이 녹아난다.


 

정말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저녁에는 보통 늘 혼자 지내베를린에 가면 물론 네게 편지할게지금은 그 일과 나에 대해서 어떤 것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계제가 아니구나나는 말하는 것과 달리 쓰고생각하는 것과 달리 말하고생각해야 할 것과 달리 생각하고그러다 보면 끝을 모르는 어둠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돼.

프란츠 카프카카프카의 엽서


우리가 어떤 시점을명확히 구별되면서도 특별한 순간에 일어난 일과 같은자신의 존재 속으로 파고드는 돌파구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어쩌면 그 기억은 틀렸을지도 모른다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나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죽게 될 거라는 통찰의 순간눈에 대한 사랑은 실제로는 어떤 급작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어쩌면 항상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리라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페터 회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어떤 경우에도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다만 그 모습을 바꿀 뿐이다현실 속에 자기 집을 짓지 못하거나 집을 지을 수 없게 된 사람은 허구 속에라도 자기 집을 지어야 한다적응하라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그 체제에서 기회가 없어진 사람은 다른 체제를 찾는다희망이 없으므로 희망하는 것이다허구이야기그 이야기의 형식인 책들에 대한 탐닉.

이승우소설을 살다

 

 

 

2



새벽 두 시주방 식탁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 어머니가 실크 소재의 잠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대리석 바닥에 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걸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어머니는 잠에서 덜 깨 반은 감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안 자니차 한 잔 마실래?"

  "고마워요." 나는 계속 자판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머니는 쿵쾅거리면서 물 부은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비스킷을 찾느라 선반을 뒤졌다주전자의 물이 끓기 시작하자 정적을 뚫고 삑삑 소리가 났다어머니는 찻잔 두 개를 들고 내 옆에 앉았다어머니는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실비아가 안됐구나."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 내가 건성으로 물었다.

  "기껏 가족끼리 연휴를 즐기러 왔는데 엄마는 코빼기도 못 보잖니." 어머니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식탁에 놓여 있는 신문을 뒤적거렸다.

  나는 자판 두드리던 것을 멈추고 피로로 따끔거리는 눈을 비볐다엄마가 농담을 하는 건가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갑자기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무슨 뜻이에요?" 나는 위험할 정도로 낮게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실비아가 안됐잖아별 뜻은 없어." 대답하는 어머니의 눈은 여전히 신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실비아가 널 그리워하는 게 느껴지더구나."

  어머니에게 비수 꽂을 말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전투적인 마음이 싹 가셨다우리 대화가 사실은 실비아에 대한 것이 아닌 나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함께 해 주지 못한 시간들을 간접적으로 사과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말했다. "나도 자길 그리워한다는 걸 실비아도 알아요." 어머니는 내가 기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조용히 신문을 읽으며 옆에 있어 주었다그리고 우리는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250-251)

스테파니 슈탈빨래하는 페미니즘

 

가족은 짐이라고 생각한 시간이 남들보다 길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시켜주지 않은 아버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 말도 통하지 않는 어머니.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게 박살났을 때쯤 겨우 말이라는 걸 하기 시작할 만큼 나와는 터울이 많이 져서 동생인 동시에 딸이었던 여동생. 그리고 태생이 고집 세고 잔정도 없으며 가족이건 결혼이건 사람을 한 공간에 묶어두는 모든 제도가 감정의 결핍이나 과잉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것들인지 오래 보고 자란 나. 스무 해 넘게 쌓아놓은 사회적 기반을 깡그리 잃고 시골에 은거한 아버지와, 완치 판정이 내려진다는 수술 후 5년의 기간을 아직 다 못 채운 어머니와, 이제 겨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동생을 다 버려둔 채 대학에 간답시고 혼자 서울로 올라갈 때, 솔직히 홀가분했다. 어차피 내가 돈을 벌어 줬던 것도 살림을 했던 것도 아닌데, 나 없어도 알아서 잘 굴러 가겠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새로 만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새로 만난 과목들을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 시를 쓰고, 연애를 했다. 꿈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했다. 집에는 아주 가끔 전화를 했다.

 

이제 아버지는 없고, 동생은 혼자서도 잘 자라 나보다 훨씬 훌륭한 어른이 되었다. 가족에 대해서라면 멍청한 아이로 태어나 멍청하게 자랐으며 그 멍청함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나는, 여전히 가족이 서툴다. 특히 엄마가. 우리는 늘 서로의 대화에서 어떤 행간도 읽어내지 못한다. 엄마에게로 가는 내 말의 표면은 유난히 거칠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욕심과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싶은 욕심 사이에서 내가 늘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게 내 탓임을 느낀다. 배우지 않았고 배우려 하지 않아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다정하고 한 사람에게만 모질다면, 거기엔 다른 이유가 없다. 태만과 성급함. 다정하기를 태만하고 성급하게 모질기. 그게 다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엄마가 세상에서 사라질 때만 기다린다면 그건 얼마나 형편없는 짓인가.

 


 

멸치 상자에서 작은 새우를 몇 개 골라낸 일로 기뻐했다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약한 불로 볶아내면 비린내가 가신다 거처를 뒤집을 때마다 나는 영원이라는 말을 떠올렸지만 연민과 자생과 녘이라는 말을 자주 골랐다 천식약을 늘 챙겨 먹던 당신은 이가 무를 것이고 내일은 온종일 바닷바람을 맞다 방으로 돌아오겠다 잔기침이 나오려 할 때마다 목을 가다듬어 당신이 내던 기침 소리를 흉내 내보면 곧 돌아올 메아리가 반갑기도 할 것이다

박준멸치」 전문

 

시간은 흐르는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는커녕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까 봐 겁난다그래서 느리게라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듣고 보고 쓴다일단 멈춘다면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 게 뻔하니까시간은 순환한다는 말은 위로일 분이다시간은 앞으로 간다우리는 분명히 지금보다 늙은 사람이 될 것이다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시간을 명백히 살아내야 한다나는 나답게 당신은 당신답게.

조경란소설가의 사물

 

그녀는 언젠가 내게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어떻게 마음을 다독이며매일 그런 슬픔 곁에서 지낼 수 있느냐고. "당신은 그것 때문에 우울해지지 않아?" 그녀가 언젠가 내게 물었다.

"아뇨." 나는 말했다. "오히려 반대예요그건 나를 행복하게 하지요."

앤드루 포터머킨

 

--- 읽은 ---

+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파니 슈탈 : 276 ~ 442

 

 

--- 읽는 ---

=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 조셉 추나라 : ~ 105

= 이별의 푸가 / 김진영 : ~ 116

= 정신현상학 / 김은주 :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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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8-2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은 재개정판 출간 기념으로
예전에 나온 책을 지난 봄에 다시 읽었
네요.

전설의 <스밀라>는 어디선가 사서 쟁여
두긴 했는데 두툼한 두께에 아직까지도
읽질 못하고 있네요. 언제나 읽게 될런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도서관에서 며칠
실컷 책이나 읽으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syo 2019-08-22 16:02   좋아요 0 | URL
스밀라는 뜻밖에 지지부진하여 저도 100여쪽 읽다가 한달 넘게 묵혀놔서 이제 주인공 이름이 스밀라라는 것 말고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상태입니다..... 역시 전설의 스밀라로군요.

2019-08-22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2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2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2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3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8-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스밀라 두 번 읽었지롱-

syo 2019-08-23 13:32   좋아요 0 | URL
우와 막, 스밀라 킹이시다. 스밀라 킹.
스밀라 킹.
스밀라 킹......



저런 비슷한 이름의 딸기음료수 파는 데가 생각났어.
 

 

우상과 갈등

 

 

1

 

시간의 축은 길고 날카로워, 그 위에 서면 누구도 전후좌우대각선이 다 훌륭한 인간일 수는 없는 것이다. 크건 작건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을 발견하는 일은 아프고 그 아픔에는 쉬이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다만 그 사랑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사람이라면, 나는 숨기지도 보태지도 않고 그 결점을 응시하는 총기와 끈기를 갖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기록한다.


여보, 나 좀 도와줘 / 노무현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사회 진출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걱정이 있다사회 진출은 좋은데자녀 양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내 딸아이도 곧 부닥칠 문제이다여성의 취업 비율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로 볼 때 육아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사회적 대책을 세워야만 할 때이다. (128 129)

 

맞는 말을 하기까지 틀린 가정을 하고 있다. 자녀양육은 특정 성별이 사회 진출을 희생해가며 해야하는 일이 아니고, 설령 현실적으로 그런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사회진출과만 관련이 있는 걱정거리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여성 문제는 여성의 권익 신장사회 진출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이처럼 사회제도 전반에 관련을 갖는 문제이다그리고 지금까지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어 온 역사를 보면 노동운동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결국 여성 문제만 따로 떼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 전반의 문제와 함께 해결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의료교욱무상교육국가에 의한 영유아의 보육 제도가 발전되지 않고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은 어렵고여성의 사회 진출 없는 남녀평등도 기대하기 어렵다한마디도 그 사회의 복지 제도에 관한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그런데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정말 형편없고 그에 대한 여성들의 의식도 너무 낮다그리고 그 문제의 개선을 주장하는 사회운동에 대해서도 냉담한 것 같다.

  이제 여성들이 나서야 한다그것도 여성의 권익여성의 정치적 사회적 진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환경 소비자 문제교육의료노인복지 등 사회보장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129)

 

역시 훌륭한 견해 속에 이상한 말들이 섞여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형편없는 것이 국민의 의식 수준의 문제라면, 여성들의 의식만 낮다고 보는 것이 옳은가. 설령 옳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원인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사회적 압력의 결과물인가.

 

여성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문제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를 제기하는 즉시 여성의 것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세상만사오만상에 다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패턴은 익숙하다.

  

  옛날 우리가 자랄 때는 그저 먹고사는 것이 큰 문제였다독재니 부정부패니 빽이니 하는 것 외에는 사회문제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문제는 대충 해결된 대신에 환경 파괴쓰레기소비자 문제청소년 범죄마약에이즈 등 사회문제가 심각해졌다이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가 기아와 질병전쟁의 공포자원의 고갈환경의 파괴도덕의 타락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138)

 

위에 쓴 여성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문제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의 근거. 저 문장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다양한 분야의 산적한 문제 현황을 지적하기 위해서건, 개인적 관심사의 전시를 위해서건 최대한 많은 사회문제를 나열하고 싶을 것이다. 그 안에 없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면이 좁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내가 볼 때 가장 중대한 문제들만이라도 빠뜨리지 않고 지적하고 싶을 것이다. 그 안에 없다.

 

 나는 어떤 때는 며칠씩 아이들 얼굴을 못 볼 때도 있다그러나 나는 대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래서 보통은 심각한 이야기들이 없다.

 “야 인마아버지는 선거운동 하느라고 이 고생인데 너도 학교에 가서 좀 거들어라.”

 “아버지우리 학교는 PD파라서요김대중 씨를 별로 좋아 안 해요.”

 “그럼 임마백기완 선생 선거운동이라도 하고 다녀라이 중요한 시기에 가만있어서 되나.”

 “그것도 싫어요나는 아버지 편이에요.”

 “너 요새도 그 아이 만나냐?”

 “아버지그건 왜 물어요?”

 “그야 궁금하니까 묻지근데 그 아이 예쁘냐?”

 “아뇨그건 문제가 아닌데 성격이 특이해서 걱정이 돼요.”

 “성격이 어떤데?”

 “그건 이야기가 길어요아직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엄마보다는 예쁜 아이하고 사귀어라아버지는 엄마가 심지가 굳은 데 반해서 결혼했는데지금 생각해 보니 억울하다.”

 대개 이런 식이다내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는 주로 옛날에 실수한 이야기잘못한 이야기들이다. (140 141)

 

이 대목에 대해서는 참, 뭐라고 하기가 어렵다.

 

 

 

--- 읽은 ---

+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김정운 : 131 ~ 283

+ 칼과 책 / 둥핑 : 199 ~ 321

 

 

--- 읽는 ---

=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 슈테판 츠바이크 : ~ 52

=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파니 슈탈 : 151 ~ 276

=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 유계영 : ~ 39

 

 

 



※ 이 아래를 읽는 일은 시간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

 

나는 그저 그런 인간이다. 매사 뜻대로 되는 일이 없고 폼 나는 업적도 딱히 없다. 오로지 실패와 실패, 그리고 실패뿐이다. 늘 한다고 했건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심지어 이런 평범하고 진부한 질문에 대답하는 일조차 실패로 끝난다. 나 하면 실패, 실패 하면 나. 실패가 실패라면 나는 실처럼 실패에 칭칭 감겨있다고나 할지.

 

나는 지금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른다는 유명한 강물의 힘을 빌려 커피콩 농사를 짓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았다. 토양은 비옥하고 커피나무는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고 있다. 요즘 내가 하는 거라고는 이 나무가 어제보다 오늘 몇 센티 더 자랐는지 플라스틱 자를 갖다 대고 재어 본 다음 달력에다 적어 넣는 일 뿐이다. 그런데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아침에 재는 애들보다 저녁에 재는 애들이 조금씩 더 크다. 그건 왜 그럴까? 밤이면 대청마루에 누워 그 이유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답을 알아내는 데는 역시나 실패한다. 요즘은 가끔, 하루치 작은 실패를 달성하기 위해 굳이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 생각 또한 늘 실패다. 성실한 나는 여전히 꼬박꼬박 실패를 적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삼중으로. 든든하다.

 

구수한 커피 냄새를 맡게 되기까지는 짧지 않은 세월이 필요하건만, 어쩐지 벌써부터 구리한 실패 냄새가 짙은 안개처럼 농장을 뒤덮고 있음을 나는 감지한다. 실패감수성에 관해서라면 나를 믿어도 좋다. 탄광속의 카나리아처럼, 내 코는 미세한 망삘도 놓치는 법이 없다. 내가 실패하지 않는 것은 오직 실패를 관측하는 작업뿐이다. 실패를 피하는 일에는 여지없이 실패한다. 관측된 실패는 반드시 찾아온다. 핼리혜성처럼.

 

권위 있는 실패가로서 단언컨대, 실패의 가장 재미있는 측면은 앞 실패와 뒤 실패가 마치 실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커피 농장이 망하기 전에(, 엄밀히 말해 아직 망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냄새를 맡은 이상 망한 거나 진배없으니 그냥 망했다고 치자), 내가 말아먹은 것은 다름 아닌 카페였다. 테이크아웃을 주력으로 하는 작은 점포였으니 카페라 부르기에 민망한 바가 없진 않지만. 내 생각에 그런 카페의 성공은 좋은 원두를 저렴한 가격에 수급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내겐 확실한 승부수가 있었다. 원주민 찬스라는 기가 막힌 승부수가.

 

A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언급하기에 이 자리는 썩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추후에 밝힐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여튼, A는 아프리카 대륙 중부에 위치한 어느 나라의 수많은 군소 부족 가운데 한 부족의 부족장 후계자로 태어났다. A의 부족에는 성년이 된 남자(17세에 성년이 된다고 한다)는 팬티(A가 그렇게 표현했다) 한 장만 걸치고 바위산을 올라 산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동굴을 찾아내 그 안에 은거하는 예언자의 신탁을 받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 신탁은 너는 장차 XXX의 왕이 될 것이니 OOO으로 가거라하는 형식으로 내려온다니 그것 참 구체적이면서도 힘이 되는 신탁이 아닐 수 없겠다. A는 산을 내려온 즉시 신탁말씀이 시키는 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AV업계에 투신했다. 그 후 여러모로 그 업계에 전무후무한 대성공을 이루어냈으나, 지속적인 인종차별과 그에 따라 자꾸만 미루어지고 적게 지급되는 급료에 불만을 품고 시부야 인근에 위치한 촬영 스튜디오를 방화한 뒤 화물선을 이용해 부산항으로 밀입국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손닿는 대로 날품을 팔면서 마치 거친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거슬러 올랐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내게 말하기를, 자기 고향에는 아프리카 대륙을 정확히 동과 서로 나누는 긴 강이 하나 흐르는데, 그 강은 색깔부터가 갓 로스팅한 브라질 세하도 커피의 색과 같으며 심지어 코 밝은 사람이 코를 박으면 강물에서 한 방울 한 방울 정성들여 내린 더치커피의 깊고 은은한 향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에 시달려 오다보니 자연히 매사에 철저한 의심의 렌즈를 대고 보는 성격인 내게조차도 그 말이 너무나 설득력이 있었던 이유는, A의 모습이 내가 항상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왔던 아프리카 원주민의 외모를 빼다 박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정말로! 덧붙여 그의 이름은 아무리 천천히 들어봐도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일이 도저히 불가능한 신비로운 발음이라 부득이하게 이렇게 ‘A’라고 표기하는 것임을 알려둔다. 그런 신비한 이름은 정말이지 커피가 강처럼 흐르는 신화적인 땅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세상에 생겨날 수가 없겠다고, 나는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커피강의 좌안에 자라는 커피 원두에선 신묘한 신맛이, 우안에 자라는 원두에선 탄성을 자아내는 탄맛이 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 세상엔 아직 환상적인 미지의 세계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생전 처음으로 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A는 누가 듣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주위를 살피더니 입을 내 귀에 바짝 가져다 대고 말했다. 그 비밀의 대지에 자라는 커피콩을 자기는 남몰래 들여올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자기가 다름 아닌 부족장의 외동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자기가 받은 신탁은 일본으로 가라는 것이었지만, 신의 말씀은 언제나 깊고 그 의미가 풍부하여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와서 잘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게 다 나를 만나 자기 부족의 신비로운 커피콩을 이 아름다운 동방의 나라에 전해주도록 짜인 신의 위대하고 큰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고. 그렇게 우리말이 어설픈 A가 저 말만은 마치 수십 번 연습하기라도 것처럼 너무나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내 귀에 속삭이는데, 그것은 신의 도움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쐐기를 박는 A의 말. 당신이 바로 21세기의 문익점이 되는 겁니다! 아, 나는 그냥 무너졌다. 카페네. 카페야. 이건 신탁이었다. “너는 장차 원두커피의 왕이 될 테니,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의 혓바닥이 닿지 않은 곳이라면 어디든 가거라.”

 

그렇게 나는 착수금, 로열티, 판공비, 특수목적비, 그리고 율법에 따라 부족장의 아들이 부족으로 돌아가면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게 반드시 구해가야 한다는 다 큰 코끼리 한 마리 가격까지, A의 힙색에 한가득 채워 넣어 주었다. 그들 부족의 유통화폐라는 달러로 환전까지 내가 직접 해서. 그가 타고 떠나기로 한 밀항선이 저 멀리 수평선 근처에서 아른아른 보였다. 불현듯 생각난 내가 물었다. 맞다, A이사(해외원자재구매담당 이사였다)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가야지. 그래야 연락을 할 거 아냐. 그러자 A가 말했다. 자기네 부족 마을에는 기지국이 없다고. 그럼 어떻게 연락하지? A는 다시 대답했다. e메일이요. , 그렇구나. 제가 대표님(당연히 내가 대표였다) e메일 주소로 메일 보내 드리겠습니다. , 그래, 그러면 되겠네. A 이사, 몸 조심히 다녀와. . 알지? 우리 회사 모토, ‘커피보다 사람을, 그럼요, 대표님. , 그럼 얼른 올라 타. , 대표님. 배는 그렇게 파도를 밀며 다시 수평선 방향으로 멀어져갔다. A는 뱃고물에 서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마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손을 흔들며 서로간의 신뢰를 다지고 우리 회사의 무궁한 앞날을 기원하려는 것 같았다. 갑자기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손나팔을 만들고 크게 외쳤다. A이사! 알지! 커피보다 사람을! 커피보다 사람을!!!! A는 그런 나를 보며 더 크게 손을 흔들었다. 더 크게 웃었다. A는 조금씩 작은 점이 되어 멀어져갔다. A가 탄 배가 수평선 너머로 벌써 넘어갔지만, 나는 여운에 휩싸여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 후로 여섯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A이사에게 뭔가 사건이 생긴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바비큐용 코끼리 시세가 오르는 바람에 작은 코끼리를 사서 돌아갔다가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지. 업무추진비가 더 필요하면 얼른 메일을 보내면 될 것을, 커피보다 사람인데, A이사도 참.

 

그건 그거고, 그렇게 언제까지나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A는 해외원자재구매담당 이사였으므로 나는 국내원자재구매담당 이사를 새로 임명했다.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A의 성스러운 커피농장이 아프리카 대륙을 동과 서로 나누는 곳이었다는 데 힌트를 얻어,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이곳 섬진강으로 내려왔다. 몇 군데 괜찮은 땅을 물색한 다음, 바로 지금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아무래도 A이사의 귀국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니, 여기서 천천히 새로운 공급루트를 확보하면서 기다려야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커피묘목을 심고, 물을 주고, 하루하루 자라는 나무의 키를 기록하며, 나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짙은 폭망의 냄새가 다시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이 여기까지 오고 보니 내가 궁금한 것은 네 가지다. 첫째, A는 내 e메일 주소를 알까? 둘째, 전화기지국이 없는 마을에 랜선은 깔려 있을까? 셋째, 랜선이 깔려 있는 마을이, 신비로운 커피가 나는 비밀의 대지일 수 있을까? 넷째, 그날 배 위의 A는 왜, 왜 내게서 멀어질수록 더 크게 웃었을까? 이 궁금증들은 해소될까? 아니면 역시 실패로 끝날까? 확실하지 않다.

 

지금도 따박따박 망하는 중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지만,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하고 싶었던 게 그나마 카페였으니 망정이지, 동네 책방 같은 걸 하다 망했다면 지금쯤 책의 원료를 만드는 직업, , 작가가 되었을 게 아닌가? 작가라니, 이 나라에서 책을 써서 먹고 산다고? 산소만 들이켜도 배가 차는 혁신기술이라도 개발되기 전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12차 산업혁명쯤은 와줘야 비벼볼 수 있을 테고. 아놔, 생각만 했는데도 벌써 실패한 기분이다. 아무래도 책은 아니다. 책보다는 커피콩, 커피콩이다.

 

그저 그런 인간으로서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 암담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암담한 것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쨌든 커피나무에 콩은 열릴 거니까. 지금은,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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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1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1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1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8-2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미괄식!!!

반유행열반인 2019-08-21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말 필요없고 끝에 글 읽다 계란 후라이 두 개 숯 만듦...

syo 2019-08-21 09:4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그리고 후라이의 명복을 빕니다.

다락방 2019-08-21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중간에 끼어들고 싶어 혼났네요. 아니야, 그 돈 주는 거 아니야, 막아, 그러는 거 아니야... 하고 말이지요. 옆에 있었으면 잔소리 대마왕이 되어 절대 그 돈 주게 안했을거에요. 이 양반이 진짜 큰일날 양반이네. 아직 세상 험한 걸 몰라..아아..

잘 읽었습니다.

syo 2019-08-21 09: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락방식 리딩‘ 스킬을 발동시키셨다니 괜히 뿌듯하네요. 그거 보통 소설이나 영화 이런 거 읽을 때만 켜지는 거잖아요. 🙄

레삭매냐 2019-08-2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과 책> 희망도서로 신청하려고
했었는데 이미 누가 신청했더라구요.

좀 잠잠해지면 빌려서 읽어봐야겠네요.

syo 2019-08-22 12:51   좋아요 0 | URL
뭐 거창하게 잠잠해지고 말고 할만한 책은 아닌 것 같아요.
레삭매냐님의 리뷰를 기다려볼까요 그럼.
 

헤발, 헤발놈

 

 

1

 

이제 더는 헤겔로부터 도망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게 처음 하는 생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세 번째다. 그것도 올해에만!

 

어찌된 일인지 앞으로 가도 헤겔, 뒤로 가도 헤겔이다. 물론 다들 저마다 필요한 만큼의 헤겔을 설명하고는 있다. 최소한 내가 읽는 책들 중에는, 더 상세한 설명은 헤겔의 역사철학강의를 참조하라거나, 헤겔의 정신현상학쯤 안 읽어본 태만한 독자는 이 세상에 없을 테니 긴 설명은 지면낭비라는 식으로 말하는 못된 새끼는 없다. 그러나 무언의 압박은 있다. 내 이름이 귀에 꽂히는 횟수보다 헤겔 이름이 눈에 꽂히는 경우가 더 잦다보니, 이제 나도 사람의 도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 식욕 수면욕 못지않은 이 치명적인 헤겔욕.

 

헤겔욕구가 사무치는 게 처음이 아니라서, 이미 내 책장엔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헤겔에 대한 책이 두 권씩이나 꽂혀 있다. 지지난번 헤겔발정에 못 이겨 무려 십만 원 돈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당시 이 두 놈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누굴먼저읽을까요알아맞춰보세요딩동댕동쎄쎄쎄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간택된 놈은 첫 페이지부터 네까짓 녀석이 나님을 읽겠다고? 어디 한번 해보시지, 하는 태도로 나왔다. 겨우 다음 쪽으로 넘어갔더니, 어쭈? 이래도? 이래도? 했고, 기진맥진 세 번째 쪽으로 넘어갔더니, 생각보다 끈기가 있는 녀석이군. 인정하지. 그러나 그거 아나? 나는 우리 1,000명 형제 중 셋째 막내일 뿐이라는 사실을, 내 뒤로 997명의 형님들이 기다리고 있다구, 으하하하! 라고 했다. 분명 그렇게 말했어. 내가 들었다니까. 들은 것 같애.

 

결국 그놈을 덮고 다른 아이를 골라 읽었다. 얘는 그나마 헤겔의 사상과 개인사를 버무려 놓아서 읽어지긴 했다. 그렇게 하루에 얼마씩 꾸준하게 읽어나갔다. 그런데 200쪽 근처에 도착할 즈음에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을 때마다 헤겔과 함께 나도 늙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 이렇게 800쪽을 더 읽으면 분명 헤겔은 죽겠지. 그리고 나도 죽겠지. 죽을 것 같애.

 

결국 그놈도 덮고 헤겔도 덮었다. 그렇게 그 시기의 헤겔발정은 생명의 위협 앞에 깨끗이 해소되었다. 사람이 먼저지, 헤겔이 먼저냐.

 

 

 

2

 

그러다 오늘날 뜻밖에 역병처럼 다시 찾아온 헤겔발정에, 얇디얇은 책 세 권을 빌려왔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무래도 청소년용으로 쓰인 듯 보이는 헤겔 입문서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나왔다.



하지만 노트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자치료를 해야 하는데 나는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내 친구 병창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있다병창이가 내 노트북을……

이광모세계 정신의 오디세이, 52

 

? 내 친구 병창이라고? 근데 왜 나도 병창이가 내 친구인 것만 같지? 금방 그 이유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컴퓨터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따라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나는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내 친구 병창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하여 잘 안다그래서 나는 병창이에게 ……

이광모다시헤겔을 읽다

 

syo는 이 지점에서 다섯 가지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이광모 선생님과 이병창 선생님은 최소한 12(2019 2007)지기 친구다.

둘째, 12년이 지나도록 두 분의 우정은 탈 없이 이어져왔다.

셋째, 이병창 선생님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아시기는 오지게 잘 아시나보다. 12년이 지나도 이광모 선생님께 컴퓨터 프로그램 하면 이병창 선생님인 것이다.

넷째, 2019년 작을 읽었으니 2007년 작은 이만 읽어도 될 듯하다.

다섯째, 사실은 이 책이 다시, 헤겔을 읽다바로 옆에 꽂혀 있었을 때 짐작했었어야 했다. syo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몇 주 전만 해도 신간 코너에 꽂혀있더니 너도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 철학 서가 구석탱이에 꽂히는 운명이 되고 말았구나. , 화무십일홍이오 권불십년이누나, 이러면서 멍청하게 이 책을 뽑아들었네. 저자 이름도 확인 한번 안 해보고.

 

 

 

3

 

그리고 그 근처에서 뽑아온 얇은 헤겔 전기 한 권.


하지만 그가 제일 좋아한 책은 사실 철학이나 전위적인 교양서가 아니었다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같은 해에 출간된 실천이성비판도 아니었고 레싱의 에밀라 갈로티도 현자 나탄도 아니었다괴테의 괴츠 폰 베를리힝엔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혹은 실러의 군도』 역시 그의 관심 밖이었다그가 즐겨 읽은 작품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요한 티모테우스 헤르메스의 소핀의 메멜에서 작센까지의 여행으로 영국 가정소설을 모범으로 7년전쟁 이후 동프로이센 시민들이 겪은 현실을 묘사한 작품이었다청년 헤겔은 이해력이 매우 뛰어났음에 틀림없다그리고 성실하기도 했다-적어도 쿠노 피셔의 진술에 따르면 헤겔은 대때로 지나치게 꼼꼼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하지만 그토록 한심하고 지겹기 짝이 없는 소설에 몰두할 수 있는 그 보잘것없는 청년이 미래의 어느 날 의미심장한 사상가로 변모할 것이며그것도 가장 선두의 대열에서 세기를 대표하는 최초의 철학자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_ 우도 티이츠, 『헤겔』, 13-14쪽

 

이후에도 친구들의 헤겔 걔가 저렇게 뽱 뜰 줄은 정말로 몰랐다니까요?식의 진술 몇 개와, 학기가 거듭할수록 미세하지만 뚜렷하게 망해가는 성적표 같은 것들을 언급하면서 이 전기는 헤겔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입부에서 이렇게 독자의 흥미주머니를 잡아채는 책이라면 믿을만하거나 사기거나 둘 중 하나다. 얘는 뭘까? 아직은 모르겠다. 실은 이 책 두 번째 읽는데도. 뜬금없이 리셋증후군에 걸렸던 재작년 5월초,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어서 대신 읽은 책 목록을 싹 비우고 대리만족한 일이 있었는데, 읽었어요 스탬프는 아무래도 그때 날아간 듯하다.

 

 

 

4

 

철없는 인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syo라고 해서 이렇게 입문서만 읽다가 흥미를 잃고 다시 흥미가 생기면 입문서를 읽다가 또다시 흥미를 읽는 쳇바퀴 같은 독서경로가 썩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단지 능력과 의지와 의욕과 비전과 뚝심과 기억력과 용기와 절제력 등등이 각각 조금씩 부족할 뿐이다

형편없는 인간인데 이거?

 

그래서 이런 대목을 만나면 목뼈 부러진 사람처럼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한국 출판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 서적의 홍수다하지만 풍요 속에는 짙은 언어의 빈곤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모두가 페미니즘을 외치는 시대에도 한국 독자들은 페미니즘의 문턱에 들어서는 순간 황량함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풍요 그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문제는 그로 인해 입문으로 시작해 입문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처음은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되풀이되는 시작만 있게 된다.

말과활 아카데미12개의 테마로 읽는 페미니즘 도서목록

 

되풀이되는 시작만 있다니, 정말로 절묘하게 syo의 뼈를 정밀타격하시네요…….

 

 

 

--- 읽은 ---

+ 세계정신의 오디세이 / 이광모 : ~ 64

+ 희망 대신 욕망 / 김원영 : 224 ~ 341

+ 감정의 혼란 / 슈테판 츠바이크 : 63 ~ 213

 

 

--- 읽는 ---

=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 알렉스 캘리니코스 : 108 ~ 214

= 칼과 책 / 둥핑 : 73 ~ 199

=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파니 슈탈 : ~ 151

= 헤겔 / 우도 티이츠 :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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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8-1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은 빨리 포기하심이.... 그나저나 저도 헤겔은 읽어 보고 싶습니다. 특히 그놈의 변증법에 대해서요.

syo 2019-08-19 11:10   좋아요 0 | URL
포기는 제 특기지요. 정말 빨리 포기합니다. 벌써 얼마나 많이 포기했게요 ㅎㅎ

수이 2019-08-1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기. 저녁때 헤겔 관련서 살까 말까 한참 갈등하다가 애인이 안사준다고 해서 또 한참 갈등하다가 그냥 안사고 왔는데 지금 막 컴 켜고 포스팅 쓰고 확인하니 헤겔 이야기. 찌릿. 언젠가 읽게 될 날이 있겠지요 저도...

syo 2019-08-19 11:10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야말로 헤겔의 마력을 증명하는 대목일까요......

반유행열반인 2019-08-19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울보면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헤겔이는 읽기 어려운 데다가 못생기기까지! 입문입문입문 하다 보면 그래도 코끼리 다리 정도는 확실하게 이건 다리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닐까요.

syo 2019-08-19 11:47   좋아요 1 | URL
저래봬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좀 있는 축이었다는 평입니다. 라이벌(이라고 혼자 주장하는) 쇼펜하우어가 워낙 까이고 다녀서 상대적으로 그래 보이는 걸지도 모르지만....

다락방 2019-08-19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창이는...어??? 병창이가 왜???? 했는데, 쇼님 페이퍼에서 기존에 읽었던 구절인가 봅니다. ㅎㅎㅎㅎ

병창이 안녕?
잘 지내지?
여름이 가고 있단다.

syo 2019-08-19 11:1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병창 선생님은 잘 계시는 듯합니다. 최근에 마르크스의 대작 <독일이데올로기>를 완역하셨어요. 두 권 5만원 돈이지요😣

독서괭 2019-08-19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0명 형제... 병창이..ㅋㅋㅋㅋㅋㅋ
헤겔은 읽을만한 놈이 못된다는 걸 확실히 알고 갑니다. 전 변증법 같은 거 몰라도 됩니다ㅋㅋ

다락방 2019-08-19 13:26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의 이 댓글을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syo 2019-08-19 13:54   좋아요 0 | URL
헤겔은 대체 수없이 많은 인간들에게 좌절 혹은 짜증을 안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요.

공쟝쟝 2019-08-19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창이?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지금 읽는 책 저자 이름이네요..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부제- 한권으로 끝내는 현대철학 다이제스트> ㅋㅋㅋㅋㅋ 저는 다음주까지 한권으로 현대 철학 끝내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 저나 헤겔에 대해서라면 제가 할말이 정말 많은 데요.. ......... 음 하지 않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요점은 헤겔 이후로 오늘 날까지 철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것. 그랬던 제가 정말 오랜만에 철학 입문서를 집어 들었는데... 그 저자 이름을 여기서 만나다니.. 으아~ 기분 좋다 ㅋㅋ

syo 2019-08-20 23:58   좋아요 0 | URL
바로 그렇습니다. 저는 ‘병창이‘가 이병창 선생님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두분 다 헤겔로 논문 쓰신 것 등으로 비추어보면 꽤 높은 확률로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좋은 책이지만 어쩐지 사람 지치게 하는 데도 있습니다. 건승하세요, 장쟝님.

카알벨루치 2019-08-1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다 죽다 ㅜㅜ ㅎㅎㅎㅎ헤겔겔겔겔

syo 2019-08-20 23:58   좋아요 1 | URL
얼마나 읽으면 책 읽다가 죽게 되나요? 헤겔겔겔

라스콜리니코프 2021-04-1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창 선생님, 이광모 선생님 두분 다 유명한 헤겔 전공자이십니다^^

syo 2021-04-19 13:25   좋아요 0 | URL
어쩐지 ㅎㅎㅎ 깨알정보 감사합니다!
 

 

북마크가 빛나는 밤에

 

 

1

 

책을 쌓아놓고읽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북마크다. 물론 무신경하게 책날개를 열어서 읽던 페이지에 괴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책 복부가 빵빵해지는데다 무엇보다도 경사가 생기는데, 7권 정도를 그렇게 쌓으면 8번째 책은 그 위에서 익스트림 겨울 스포츠를 즐기느라 자꾸 바닥으로 활강한다.

 

처음 사 본 놈은 긴 종이가 반으로 접힌 형태였는데 그 입 부분에 고무자석이 부착되어 읽고 있는 페이지를 꽉 깨무는 형식이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책등을 잡고 한바탕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나서도 내가 어느 페이지를 읽고 있었는지를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견고함이 그 북마크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라 하면 페이지를 입이 무는 형식이다 보니 윗입술과 아랫입술, 즉 종이 두 장 분량의 두께가 책에 부과된다는 것. 심지어 이빨 역할을 하는 자석까지 치면 두께 면에서 결국 종이 북마크 네 장을 이용해 한 페이지를 잡아챈 것과 진배없다. 그러면 다시 책이 미끄럼틀을 타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책을 사랑한다지만, 책을 위해 내 돈까지 써가며 리프트를 태워줄 필요가 있겠냐는 거지.

 

그래서 결국 평범한 종이 북마크를 구매해서 쓰기 시작했다. 평범하다보니 특별히 불만은 없었는데, 평범하다보니 자꾸만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 그냥 잊어버리는 일도 있고, 책에 그대로 끼운 채 반납해 도서관에 북마크를 기증하는 일도 잦고. 28개들이 한 팩을 샀는데 이리저리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이 어느덧 두 자릿수를 헤아리는 시점이 왔다. 그러다보니 현재 읽고 있는 것들에만 끼우려 해도 북마크가 모자란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해서 같은 북마크 팩의 신상 디자인을 검색했다가, 이걸 발견해서 0.38901891초 만에 구매를 결정했다.


< NACOO 북마크팩08-반고흐 >

 

문제는 너무 예뻐서 책 읽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 책을 읽으며 한 손으로는 북마크를 빙빙 돌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구매를 자제하시기를 바랍니다. 자꾸만 그리로 눈이 가요.

 

치명적인 장점도 있다. 너무 아름다운 문단을 읽고 크- 지린다, 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시야에 <별이 빛나는 밤>의 부분이 그려진 북마크가 똭……. 감동 시너지.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동시에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꾸만 결단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누가 예뻐. 책이야, 나야?

 

그나저나 한때 반 고흐에 환장하던 때가 있었는데, 책 안 읽은 지 너무 오래 된 듯


요놈들을 조준한다 

 

 

2

 

노트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결산 대비 독서 기록 파일이 날아가서 오랜만에 시원하게 눈물 쏟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더니, 오늘은 어제 써 놓은 두 쪽짜리 잡글이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과학자가 방문 닫고 창문 닫고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보면 한낱 괴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자, 너무 억울해서 그 과학자의 꿈에 현몽한 방문 닫고 창문 닫고 선풍기 틀고 자다 죽은 귀신의 한풀이 이야기였다. 되게 재미있겠다 싶어서 썼지만 써보니 되게 재미없었다. , 그리고 의미(조차)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애착도 없었다. 그런 syo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망한 이야기가 가서 죽는다는 세상 끝 어느 구슬픈 쓰레기장을 향해 눈치껏 제 발로 떠나준 모양이다. 일기에 쓸 만한 일이 매일 매일 생기지는 않는 척박한 인생이라 대타로 써먹어볼까 준비한 이야기였는데, 내가 볼 때 그 이야기 자체보다 이 상황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그만한 이야기였다는 것). 고마워, 귀신아. 그렇게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죽어줘서 고맙고, 멋진 희생플라이와 함께 유유히 사라져줘서 고마워. 안녕~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자.

 

 

 

3


 

  나의 몸우리의 몸가난과 질병과 추함에 빠져들까 불안해하는 몸을 우리는 극복할 수 있는가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하지만 내가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는 장애인은 장애를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이미 장애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 나에게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이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 나는 모순된 존재가 될 것이다장애를 극복했다면서 왜 나는 여전히 장애인인가장애를 극복하지 않고 장애인인 상태로 존재하면서도 내가 세상의 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서는 왜 안 되는가.

  나는 헬렌 켈러나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이 전혀 아니다나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그렇다우리는 대개 자기 삶에 주어진 어려 조건들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외모성장 환경부모의 가난질병장애성별 등을 종국적으로 극복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물론 그런 조건들을 극복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으며세상은 그들을 가리키며 왜 너희는 그들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극복만이 우리가 그런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인가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오히려 우리의 조건들을 세상의 중심에 오게 하는 도전과 연대상상력에 우리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고 믿는다우리 대다수는 아무런 도움 없이 장애와 가난을 극복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다이어트로 미인의 대열에 끼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며사실 그럴 이유도 없다. (19-20)

_ 김원영, 『희망 대신 욕망』 

 

생각을 만드는 일과 생각을 벼리는 일에 관해서 생각한다.

 

생각은 대체로 획득하는 것이다. 자기 손으로 만드는 일도 살다 보면 생기지만, 획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생각이 귀중하다고 판단할수록, 오롯이 그 생각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착각할 확률은 높아진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덮쳐오는 세상이 자못 불편하여 이리저리 부딪히며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친구의 친구가 충고해주던 장면이 생각난다. 확실해질 때까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의심한 다음 받아들이라고, 무슨 말이든 곧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끝까지 의심하라고. 그러면서 언급했다. 자기가 요즘 철학책을 읽고 있는데, 데카르트가 그렇게 모든 것을 끝까지 의심하기를 주장했다고. 그래서 자기는 모든 걸 의심하고 확실히 증명되었다 싶을 때까지 결코 믿지 않는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그 친구가 친구의 친구가 아니라 내 친구였다면 했을 말을 많이도 삼켰다.

 

데카르트는 분명 그런 말을 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진리라 알려져 있는 모든 명제를 기각하고 오로지 생각하는 나의 존재하나만을 인정한 다음, 거기서 시작해서 명석 판명한 인식을 도출하고자 시도했다. 그 시도 끝에 데카르트가 증명해 낸 것은, 결국 그래서 신은 존재한다였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명석 판명과 멀어도 너무 멀다. 결국 데카르트의 진짜 위대함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 회의하라라는 격언을 남긴 것이 아니라, “의심, 회의, 객관 등등을 입에 올리며 깝쭉거리는 인간도 결국 제 입맛에 맞는 편향된 명제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자기네들이 비난하는 다른 인간들보다 그다지 나을 것도 없다.” 라는 쓰린 진실을 몸소 증명한 데 있다고 syo는 생각한다.

 

이야기가 샜네? 다시,

 

생각은 대체로 외부에서 획득하는 것이다. 다 조리된 생각이 입 속으로 벌컥벌컥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몇 가지 싱싱한 재료들을 던져주고는, 니가 만들어 먹어 봐야 제맛이제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두루뭉수리하게라도 만들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날카롭게 벼려지는 순간이 온다. 나보다 앞서 그 생각을 하고, 극단까지 사고를 밀고 나가고, 마쳤던 이의 정교한 생각을 마주칠 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사람이 대신 해 준 것 같은 그 황홀한 느낌.

 

생각의 획득과 생각의 제련은 동시에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실은 거의 그렇지 않다. 획득되지 않은 생각은 제련되기 어렵고, 제련된 생각은 통째로 획득되기에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겪고, 생각하고, 듣고, 읽고, 쓰고, 논쟁하고, 반성한다. 그리고 겪고-부터 새롭게 시작한다. 문제는 이 획득과 제련의 요소들이 내가 감당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난이도 순으로 배열되어 차례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배움이 고르지 못하다. 인생이 다 경험이고, 경험이 다 지혜지- 라는 말은 반만 정답인 것이, 배움이란 기초에서 고급과정까지 알맞게 구조화 된 커리큘럼, 망각 곡선이 바닥을 치기 전에 다시 맞닥뜨릴 수 있는 반복성 같은 것이 받쳐줘야 단단한 성취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바쁘고, 여기저기 발 담근 데도 많고, 그게 뭐든 뭐 하나 집중적으로 깨우칠만한 여유도 잘 없다. syo의 배움이 늘 느린 이유가 그렇다.

 

김원영 선생님의 배움은 아마 다를 것이다. 그가 숨 쉬는 모든 순간이 그대로 이 책을 만들기 위한 배움의 단계였을 것이다.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는 이에게 생각의 획득과 제련은 늘 접붙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 문단은 syo가 토시 하나, 구두점 하나 다르지 않게 쓴다고 해도 깊이나 아우라가 완전히 다른 문단이 될 것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도 저 문단을 똑같이 써낼 수 있을 만큼의 생각을 갖추고 벼릴 수 있다. 그러나 syo가 모루 위에 달궈진 쇳덩어리를 때리는 간격과 김원영 선생님의 간격이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진 칼의 겉모양은 비슷해도 부딪혀 보면 어느 칼은 다른 칼에 의해 힘없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 생각의 뿌리가 겉보기보다 단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저 동의한다는 것만으로 저 사람의 잘 벼린 생각과 내 무딘 생각이 같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

 

 

 

4


12개의 테마로 읽는 페미니즘 도서목록 / 말과활 아카데미 엮음 / 일곱번째숲 / 2019


요 책을 사 놓은지 좀 됐는데, 꽂아놓기만 했다. 책 정리하다가 한 페이지를 넘겼더니, 서문부터 사람 피 끓게 만드는 데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거의 500권은 될 법한 어마어마한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런데 어마어마해서 오히려 시작을 못하겠다.

 

 

--- 읽은 ---

+ D에게 보낸 편지 / 앙드레 고르 : 55 ~ 91

+ 낭만주의 / 박형서 : 125 ~ 258

 

 

--- 읽는 ---

= 희망 대신 욕망 / 김원영 : 134 ~ 221

= 레닌 평전 1 / 토니 클리프 : ~ 61

=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김정운 : ~ 131

= 칼과 책 / 둥핑 : ~ 73

= 감정의 혼란 / 슈테판 츠바이크 : ~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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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8-1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산 파일 잃고 정말 우셨어요? 나는 왜 그런게 궁금하지. 에버노트에 바로 박제하시진 않나 봐요. 어딘가 날아간 문서의 나라가 있다면 가서 syo님이 날린 애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김원영 선생님 인용에 어려-여러 오타보고 아 나처럼 성의 없이 전자책 자동 밑줄 복붙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수제로 옮기시는구나 감탄합니다. (그래서 제 종이책 감상문엔 발췌가 없다지요...) 저는 아이가 수시로 그림 그려서 책갈피를 만들어 줍니다. 자랑이에요. 좋은 밤 좋은 주말 보내시길.

syo 2019-08-17 10:07   좋아요 1 | URL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요. 내적 오열도 오열은 오열입니다...... 제가 쓰는 글들은 한글 파일에 저장해두거든요. 발췌할 것들만 에버노트에 옮겨놓는데, 그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합니다. 감탄할 만큼 성실하지도 않은 게, 결국 최종적으로 글을 쓸 때는 에버노트에 옮겨놓은 글을 복붙하다보니 오타를 발견하지 못하는 거거든요.....

아이가 책갈피를 만들어주다니, 너무 귀엽겠다.... 아이가 아빠 내가 그렸어, 하면서 책갈피를 만들어줬는데 <별이 빛나는 밤>이 똭! 그럼 세상 귀엽겠다..... 귀 조심만 시키면.

cyrus 2019-08-1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 북마크는 한 개라도 잃어버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저는 잘 쓰던 북마크 잃어버리면 책이 눈에 안 들어와요. 초조해져요.. ㅎㅎㅎ

syo 2019-08-17 10:08   좋아요 0 | URL
이번만큼은 정신 단디 차리고 지켜나가려는 마음입니다. 도서관에 책 반납할 때도 더블체크가 기본이구요.

레삭매냐 2019-08-1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스24 중고서점에서 한 상자 샀어요.

syo 2019-08-17 10:08   좋아요 0 | URL
겸사겸사 알아보니, 책갈피도 재미있고 예쁜 것들이 참 많더라구요. 잘못하면 버릇들겠어요, 모으는 버릇.

레삭매냐 2019-08-1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개 샀는데 못 다 읽은 책들이 죄다 삼켜 버렸네요 ㅋㅋ

syo 2019-08-17 19:47   좋아요 0 | URL
모든 독서인들의 공통된 고민거리 중 하나네요.
자꾸만 북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지는 책과 책갈피들....

psyche 2019-08-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선물받은 거 . 내가 산 거, 공짜로 얻어온 거 등등 북마크가 산더미같이 많아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데요. 막상 책 읽다 쓰려고 하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맨날 영수증, 클리넥스, 광고지, 등등을 북마크로 쓴다는....

syo 2019-08-17 19: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왜 이런 작고 사소한 물건들은 하나같이 그런 운명일까요?
저는 지우개를 한 번도 끝까지 써본 일이 없어요. 다들 어디로 갔니.....

stella.K 2019-08-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마크 탐나네요. 예스24에 이런 게 있었다닛!
글치 않아도 책주문한 거 오늘 도착했는데 알았더라면 같이 주문했을텐데...
하긴 저도 잃어버린 경험이 많아 좋은 건 못 쓰고 오히려 어디 선전용이나
잃어버려도 크게 아깝지 않을 굴러다니는 거 쓰고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불어 수집 목록이 될 수 있죠.ㅎㅎ

syo 2019-08-17 19:50   좋아요 0 | URL
예스에서 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레삭매냐님의 말씀을 꼭 이 북마크를 지칭한 거로 읽지 않았거든요.
진짜 팔지도? ㅎㅎ
저는 네이버 검색해서 인터넷 주문으로 샀어요.
여기저기 파는 데가 많더라구요.
증정받은 것들 써도 좋지만, 그래도 막상 구매해서 쓰다보면 애착도 생기고 그렇더라구요^-^

AgalmA 2019-08-1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별이 빛나는 밤 새 굿즈를 마련한 터라 이 글에 엮인 글 좀 써야겠는데요ㅎㄱㅎn별이 빛나는 밤 자석 북마크도 무척 아끼는 아이템이에요^--^ 예스24가 고흐 굿즈 많이 내줘서 그 굿즈 나오면 자주 사게 됩니다ㅎㅎ;

syo 2019-08-18 15:13   좋아요 0 | URL
실제로 예스가 그러고 있었군요!! 그쪽에는 발을 안 붙이고 지내다보니 전혀 몰랐어요. 아갈마님 글 보러 가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