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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마, 읽었으면 읽은 걸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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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쓴 글들을 후루룩 훑어보다가 이것들 속에 책 이야기가 병아리 콧물만큼도 들어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뭐래도(주로 내가 뭐랜다) 알라딘 서재는 책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다. 글 안에 책을 어떤 레이아웃으로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리뷰, 페이퍼, 리스트로 장르가 나뉜다. 게다가 글에 엮어놓은 책에 내가 쓴 글이 꿰어지므로, 결국 책 입장에서는 내 글이 책을 홍보하고 내 입장에서는 책이 내 글을 홍보하는 공생관계가 semi-운명적으로 맺어지는 플랫폼인 셈이다. 돌려 말하면, 내 글이 잡스러우면 그만큼 알라딘이 앓는다는 이야기겠다. 유별난 악어새가 지금부터 사람고기만 골라서 뽑아 먹겠다고 결심하면 결국 악어 이빨이 차근차근 썩어 들어가는 것처럼…….

 

물론 syo가 글로 징징거리고, 가끔 실화도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요사스런 글로 질척거리는 동안, 오색빛깔의 찬란한 깃털을 가진 성실하고 속 깊은 악어새님들이 양질의 리뷰와 페이퍼를 꽝꽝 올리고 계시므로 알라딘이 틀니를 착용할 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분명히 페이퍼에 읽은 책, 읽는 책만 등록하지 그 내용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글은 이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있다. ‘작은 생태계의 꼬마 요정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이러는 건 치명적인 실책이다. , 그렇다면 이제 책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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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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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에게 책 이야기는 되게 어렵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려면 스토리에 대해 조금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고 하면 내 안의 무언가가 내부에서부터 멱살을 잡는 기분이다. 이러지 마. 왜뭐왜.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고 말하지 마. 안 해. 아이가 귀신을 본다고 말하지 마. 그것도 하지 마? 하지 마. 그럼 뭘 해? 하지 마. 아니, 브루스 윌리스가. 하지 마. ? 브루스 윌리스 하지 마. , 그래도 브루스. 브루스 하지 마. 미친, 브루. 브루 하지 마. ,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난 널 잘 알아, , 브루 하면 브루스 하고 싶고, 브루스 하면 브루스 윌리스 하고 싶고, 브루스 윌리스 하면 결국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고 하고 말 놈이야. ……맞는데?

 

아주 가끔 리뷰라는 것을 쓰기도 하는데 그 중 절반은 역시 리뷰를 빙자한 일기나 회고담이다. 그리고 남은 절반 가운데 또 절반은 리뷰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후드러 패는 글이다. 남은 반의 반 가운데 또 절반은 함량 미달의 논할 가치도 없는 글이며, 결국 리뷰랍시는(문법파괴범) 글 가운데 반의 반의 반 정도만이 그래도 리뷰라 불러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인데, 이런 애들은 일 년에 한두 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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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간만에, syo가 할 수 있는 유형의 책 이야기를 몇 개 하고 가야겠다.

 


독일 관념론 철학 / 니콜라이 하르트만

 

피 같은 돈을 주고 책을 사기 전에, 특히 그 책이 3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귀족적인 녀석이라면, 반드시 도서관에서 최소 5페이지를 꼼꼼히 읽어 본 다음 사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고 있다. 이 교훈을 위해서라면 3만원이 아깝지 않다.

 

이 책의 문제는 역자 선생님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큰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그런데 모든 질료는 수용성을 통하지 않고서는 달리 파악되지 않는 한필연적으로 표상의 모든 질료는 동시에 주관적으로 규정된다”. (36)


라인홀트는 애초부터 너무도 연역과 체계를 겨냥했었고전혀 개별 문제의 난점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40)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앞으로 남은 900페이지를 읽어나가는 동안 마주쳐야 할 심각한 역경의 서곡 같은 느낌을 주는 데는 충분한 문장이다.

 

우리가 헤겔 논리학의 어떤 사변적 감정을 도외시한다면동일한 문제 노선이 강화되고다양하게 변한 형식으로 독일관념론의 전 시기를 통해서 보존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여전히 우리는 쇼펜하우어가 의지와 표상이라는 이원론으로써 동일한 방침으로 몰고 가고 있음을 발견한다나중에 다른 연속적 문제가 얻게 되는 매우 우월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그럼에도 이러한 모든 사상가가 그들의 이론적 관념들을 주장하게 되는 추진력과 관점상의 예리함은 라인홀트가 칸트 해석에서 불러일으킨 물자체에 대한 논쟁과 가장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인상을 우리는 진실로 갖지 않을 수 없다. (32-33) 

 

그러니까 이 문단은,

 

1. 헤겔이 좀 사변적이라서 티가 덜 날지 몰라도, 실은 독일관념론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 의식이 모양만 조금씩 바꿔가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헤겔이라면 학을 떼던 쇼펜하우어조차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2. 그리고 그 문제의식이란 칸트의 물자체와 관련된 논쟁인데,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라인홀트 철학의 큰 의의라 하겠다.

 

정도로 읽힌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으려면 읽힌다. 그렇지만 대체 나중에 다른 연속적 문제가 얻게 되는 매우 우월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은 뭔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 연속적뒤따르는정도인 것 같고, ‘얻게 되는가진정도인 것 같고, ‘우월한 점은 물자체 논쟁 이상의 논쟁거리가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니까, 추후에는 물자체 이상으로 뻑적지근한 한 판이 벌어지는 논제가 등장한다는 말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이런 문제점은 이 책이 다름 아닌 헤겔과, 헤겔까지 도달하는 독일 관념론자들의 그 독해하기 독하다는 사상들을 설명하려고 태어났다는 사실과 맞물리면 걷잡을 수 없는 쓰나미가 되어 독자를 덮친다. 정말 친절한 한국어로, 심지어 귀여운 만화까지 동원해 설명해도 헤겔은 어렵다. 그런데 이런 독해적 불확실성과도 일일이 싸워 나가며 읽어야 한다니. 이런 식이면, 그럼 나는 이제 뭐 그냥 울어야지. 도리가 없네.

 

 

 

혐오, 감정의 정치학 / 김종갑

 

따로 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자리에서는 한 대목만.

 

루저 문화의 한 예로 2009년 11월 KBS2 오락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남자 루저’ 발언을 들 수 있다이것이 대서특필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그냥 웃어넘겨도 좋은 가벼운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여대생의 평범한 한마디 말이 아니라 그것이 일파만파 가져온 엄청난 효과다그렇게 민감한 반응 자체가 매우 증상적이었다남자의 사회적 우위가 확고한 사회라면 그런 말이 가벼운 농담거리로 취급될 것이 분명하다그러나 2000년대의 남자들은 그러한 여유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그리고 자신도 외모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 점에서 루저 발언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은 혐오가 아니라 분노라고 말해야 옳다. (170-171)

 

이 문단의 결론은 차치하기로. 인용을 생략한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이 문단은, 이제 남자들의 여유가 예전 같지 않으므로, 오늘날에는 예전처럼 남녀 간 일방적인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증거를 대기 위해 삽입되었다. 물론 저자도 아직까지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꺼이 인정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 청년 세대에서의 불평등은 예전만큼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사실이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견해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나보다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불평등이, 나보다 위 세대에서 자행되어 온 불평등보다 심하지 않다는 명제 자체는 진실로 보인다.

 

문제는 저 루저예시를 그 징후로 제시하는 게 어디서 나온 해석이냐는 점이다. ‘남자의 사회적 우위가 확고한 사회라면 루저 발언이 가벼운 농담거리로 취급될 것이 분명하다.’ 는 문장이 진실일 때, 다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노비에 대한 양반의 사회적 우위가 확고한 신분제 사회에서라면 솔직히 소과 이상 급제 못한 양반은 루저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노비를 멍석말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노비의 가벼운 농담으로 취급될 거니까. , 솔직히 박정희 걔 키보면 남자로서 루저 아니냐? 랄지, 전두환 걔 머리 보면 루저 아니냐? 랄지 하는 말들을 종로한복판에서 떠들어도 남산이니 남영동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여유를 가진 두 분께서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취급할 것이 분명하니까.

 

혐오는 약자를 향한 강자의 감정이고, 분노는 강자를 향한 약자의 감정이라는 정의는 표면적으로 보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면에서 강자인 사람은 드물다. 어떤 강자는 어떤 국면에서 약자다. 따라서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키라는 잣대에 관해 대다수 남자들은 약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약자인 그들의 감정을 혐오가 아니라 분노로 읽어내는 것도 무리한 시도는 아니다. 저자와 부족한 독자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정반대의 감정일 것 같은 분노와 혐오도 공통점이 있다. 두 감정 모두, 표출되고 표현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 여성의 가치가 외모로 정의되고, 평가되고, 비하되고, 혐오되는 사건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가 세상 사람들의 귀에 들리기까지, 무지막지한 세월이 필요했다. 반면 루저 사건이 터졌을 때, 남성의 분노는 즉각 표출될 수 있었다. 저자와 부족한 독자가 갈라서는 지점이다.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 / 이병창

 

어휴이제 쉬었다 가죠우리 사유가 긴장할 수 있는 지속시간은 호흡의 길이와 같다고 누가 얘기하더군요그 호흡이 끝나면 생각은 이미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나요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호흡의 길이를 증가시키면 사유의 긴장시간도 확장된답니다.

  그래서 제가 요가를 배웠는데 그것도 요가 지도자 반에 들어가서헬스와 무용으로 단련된 젊은 여성들과 더불어 배웠다는 것 아닙니까그런데 그 여성들이야 굳이 요가를 할 필요도 없어요온 몸이 부드러워서 모든 동작이 저절로 다 되더라고요그들은 단지 자격증이 필요해서 참가했을 뿐이었어요하지만 이미 온 몸이 굳어버린 저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동작조차 따라갈 수 없더군요사유의 고수들은 고행을 하지 않고서도 좌선을 통해서도 호흡을 확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저 같은 사유 초보는 요가의 고행을 통하지 않고서는 호흡 확장이 불가능하죠그래서 참고 또 참으면서 요가를 배웠습니다오직 호흡을 길게 하고사유를 확장하기 위해서 말이죠그러나 점차 회의가 들었습니다차라리 사유를 하지 말지육체를 고문하는 가혹한 고행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요그래서 요가 지도자 자격증이 멋진 자격증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49-5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친구 병창이이병창 선생님에 대한 정보가 자꾸만 늘어간다. 이광모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아는이병창 선생님은, 알고 보니 요가 지도자 반에 들어가서 고행도 하셨던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거기 계신 그 젊은 여성분들도 젊은’ ‘여성이라 몸이 부드러워서 그걸 다 하신 게 아닐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덜컥 지도자반에 들어가시면 어떡해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도하시고 싶으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사유를 하지 말지대박. 핵공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읽은 ---

+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 알렉스 캘리니코스 : 248 ~ 392

+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 / 이병창 : 336 ~ 479

+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심보선 : 221 ~ 327

+ 이렇게 쉬운 통계학 / 혼마루 료 : 148 ~ 276

 

 

--- 읽는 ---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 ~ 136

= 딱 이만큼의 경제학 / 강준형 : ~ 191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 오노 후유미 : ~ 278

= 독일 관념론 철학 / 니콜라이 하르트만 :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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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지도자반은 요가 2년한 저도 엄두를 못내느데 어째서 친구 병창이가... 왜때문에...... 네, 사유를 포기할만 합니다.

저 [독일 관념론]은 ㅋㅋㅋ 저라면 36쪽 읽고 팔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님 화이팅!!

syo 2019-09-05 12:21   좋아요 0 | URL
이병창 선생님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책 좀 이것저것 읽어봐야지,

했는데 전부 다 철학책이야......-_ㅜ

레삭매냐 2019-09-0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출판사에선가 나온 헤겔의
아주 비싼 책이 있던데...

살 생각도 못하고 언젠가 내가 과연
헤겔을 읽을 수 있을까나 뭐 그런
생각만 잠시 해봤습니다.

리뷰 쓰다 보면 정말 책 야기 대신
다른 이야기들을 줄줄 할 때가 많
은 것 같습니다. 그것도 리뷰의 한
특성이 아닐까요 ㅋㅋ

syo 2019-09-05 12:22   좋아요 1 | URL
저한테 5만원 넘고 1000페이지쯤 되는 헤겔 관련 책 두 권 있습니다.
찰스 테일러와 테리 핀카드가 쓴 책인데, 어쩐지 이 두 권 중 한 권을 말씀하신 것 같다는 예감....

레삭매냐 2019-09-05 13:08   좋아요 1 | URL
찰스 테일러의 책이네요 ㅋㅋ

cyrus 2019-09-05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쓰고 싶은 거 있으면 그대로 쓰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글과 비교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syo 2019-09-05 12:29   좋아요 1 | URL
역시 사이러스님. 오프라인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시더니ㅎㅎㅎㅎㅎ

이렇게 말해도 전 결국 쓰고 싶은 건 다 씁니다.
알라딘 생태계에서 저만큼 장르 내용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는 사람 또 어딨나요ㅋㅋㅋ

너무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면 하고 싶지 않은 건 못하게 되더라구요.
그 결과 이 나이에 제가 못하는 게 얼마나 많게요.
막 딴 데로만 솟구칠 때, 이렇게 한번 내 중심 내가 잡아보자- 하는 작은 마음이지요.

2019-09-05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5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9-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가 책의 글을 먹고 글을 배출?하는 거니까 뭘 쓰던 책에 대한 글 인정입니다. 그나저나 삼만원대 해겔책 같은 걸 저더러 읽으라 그러면 아마 막 뜯어먹고 빨간펜으로 여백에 욕써놓고 다 읽지도 않고 별점평 빵쩜 없어서 일쩜 주고 막 발광을 했을 거 같네요. syo님! 이참에 독일어 배웁시다. 배우셔서 역서 내지 해설서 한 번 내주세요. 그게 싫으시면 한국어 산문집이나 시집 한 권도 봐드립니다.

syo 2019-09-05 13:54   좋아요 1 | URL
독일어요? 산문집이나 시집이요?

그냥 공짜로 좀 봐주세요...... 저 그런 거대한 인간이 못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9-05 13:59   좋아요 0 | URL
저기 절대정신syo가 간다. 몸집은 작아도 정신은 거대했나니...(그리고 밖에는 비가 막 쏟아져서 다 쫄딱 젖음...)

syo 2019-09-05 14:06   좋아요 1 | URL
핵낯부끄럽네요.

대체 나폴레옹은 그런 말들을 어떻게 다 견뎌냈을까요.
진짜 위대한 인간은 그게 되나.
아니면 그게 돼서 위대한 인간인 것인가.


반유행열반인 2019-09-05 14:08   좋아요 0 | URL
걔들은 다 죽었으니 현재로선 살아 있는 우리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죽고 나면 뭐 다 똑같으니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낫다...(이런 비약을 하다니...저도 위대해지려나 봅니다...)

syo 2019-09-05 14:10   좋아요 1 | URL
저기 절대정신 반유행열반인이 간다. 댓글은 짧아도 비약은 거대했나니.....

반유행열반인 2019-09-05 14:15   좋아요 0 | URL
절대정신 뒤에 병이 생략되어 있거나 절대등신 오타라고 하면 납득이 되네요.

syo 2019-09-05 19:20   좋아요 1 | URL
처음부터 이렇게 대응하면 깔끔한 거였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stella.K 2019-09-0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가지고 리뷰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평하고는 차이를 두는 것 같은데.
리뷰에서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자기 생각을 쓰면 되는 거지.
그래서 이달의 당선작 적립금도 챙기면 일석이조 아니겠슴까?
난 이거 받아 본지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후드러 팬다는 말이 웃겨요. 후들겨 팬다 아닌가?
암튼 아무도 쓰는 사람 없으면 스요님 사전에 등재시켜요.ㅋㅋ

아, 근데 92958075911578~...80 이 숫자들은 뭔가요?

syo 2019-09-05 19:24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차이를 두는 건 ‘리뷰 vs 서평‘이 아니라 ‘리뷰/서평 vs syo의 잡글‘이라서요......

후드러팬다는 말을 일상 속에서 자주 쓰다보니 ㅎㅎ 당연히 표준어는 아닐 거구요. 뭐 어딘가 기원이 있겠죠.

그 숫자는 문단 번호지요.
1. 2. 3. 에서 시작한 게 거기까지 간 거랄까요.

Jason 2019-09-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 독일에서 유학까지 하신 분들이 큰 공부하고 번역하시는 건데,, 좀 심각하긴 하네요. 한국어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무슨 사상을 할까요,

syo 2019-09-07 22:55   좋아요 0 | URL
신경을 조금만 더 써주시면 해결이 될텐데 말이지요.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태도의 문제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시, 한 권씩

 

 

갑자기 기분이 그랬다. 빗방울도 떨어지고, 바람이 창으로 드니 커피는 더 맛있고, 책상 위에는 읽을 책이 쌓여 있고, 엄마는 부지런히 빨래를 하고, 조국은 부지런히 이야기를 하고, 친구는 읽던 책에 감동을 받아 말을 걸어오고, 저녁은 새우볶음밥이고, 아래층 사는 내가 그걸 퍼먹는 동안 위층 아이는 유튜브에서 먹방을 하고 있는 듯하고, 고개를 들어 달력을 보니 엄마가 나 모르는 사이에 자기 수술 날짜를 내 방 달력에 표시해놨고. 그래서 아무 이유 없이 에버노트에 들어가서 그간 옮겨 놓았던 인용문들을 통째로 다 지워버렸다. 수백 개의 책 이름이 휴지통 폴더로 쏟아졌다. 다시, 처음부터 읽고 옮겨놔야지


갑자기 기분이 그렇다. 엄마 입원 물품들은 하나하나 택배로 도착하고, 그 상자들 사이에 내가 새로 산 <독일 관념론 철학>도 들어 있고, 같이 사지 못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장바구니에서 아쉬운 내색을 하고 있고, 오늘을 재활용 쓰레기 내 놓는 날이고, 그 쓰레기에 실어서 같이 내 놓고 싶은 마음 있고, 여자친구는 다른 지붕 아래서 잠을 자고 있을 것이고, 일기를 쓰다가 하루가 바뀌고, 나도 어떻게든 바뀌고 싶고.

 

 

 

--- 읽은 ---

+ 전쟁 말고 커피 / 데이브 애거스 : 279 ~ 430

+ 가와바타 야스나리 / 허연 : 131 ~ 297

 

 

--- 읽는 ---

=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 / 이병창 : 168 ~ 336

=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 장석주 : 130 ~ 260

= 혐오 / 김종갑 : ~ 96

= 이렇게 쉬운 통계학 / 혼마루 료 : ~ 148

= 한번은 경제 공부 / 로버트 하일브로너 외 : ~ 107

= 왜 칸트인가 / 김상환 : ~ 93

 

 

 

 

이 아래를 읽는 일은 허망한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


스와로브스키와 57분 교통정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그저 그런 인간이다.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사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그저 그런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혹은 되고 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착각이다. 몹쓸 착각.

 

그저 그런 인간이 되기 위해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뭐든지 적극적으로 못해야 한다. 타고난 소질이 없거나 있더라도 천하에 쓸모없는 것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은 바로 시대를 잘못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호날두나 메시처럼 공 하나 잘 차서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재능을 타고날 수는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14세기 봉건왕국에 태어나야만 한다. 드리블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도록, 트래핑을 과도하게 잘했다가 적그리스도의 졸개로 몰려 화형당할 위험이 있으니 최대한 몸을 사리도록, 옐로우 카드도 오프사이드도 없는 그런 험한 시대에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한 끼 때울 빵 쪼가리나 이웃 나라를 덮쳤다는 흑사병 같은 것들을 걱정하며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그저 그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사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까딱 시대를 잘 만나면 모조리 끝장이다. 나는 그저 그런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매일 노력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소질이 보이면 무슨 일이던 즉시 때려 칠 각오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 그럴 일은 없었다. 이렇다 할 소질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 천운이다.

 

그렇지만 이런 스스로가 처음부터 마냥 당당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내게도 철모르는 어린 시절이라는 게 있다. 그때는 내 자신이 참 많이도 부끄러웠다. 그저 그런 내 외모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오래 짝사랑한 여자 대신 괜히 그 옆자리 앉은 여자에게 들이대는 일도 있었다. , 기억난다. 옆자리 그 여자는 콧구멍이 가로로 넓었는데, 사실 내 이상형은 짝사랑 그녀와 같은 세로로 긴 콧구멍이었다. 그렇지만 그땐 내 와꾸가 그저 그래서 긴 콧구멍은 가질 수가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다고 오래 꿈꿔 온 콧구멍을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찾아낸 방법이 바로 내 고개를 왼쪽으로 꺾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왼쪽 귀를 왼쪽 어깨에 붙인 것이다. 나는 내 눈이 세로로 서면 세상 가로들이 세로로 보일 줄 알았다. 인정한다. 그게 쉽진 않았다. 게다가 짝사랑 그녀가 이런 나를 보더니 스티븐 호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화가 잔뜩 나서 미친 듯이 소주를 들이켰다. 고개를 꺾고 마시려니 절반은 입에 들어가고 바닥으로 흘렀다. 그러자 짝사랑 그녀는 종업원을 불러 저 스티븐 호킹이 우주를 멸망시키기 전에 얼른 빨대 하나 갖다 주라고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한테는 몰라도 최소한 스티븐 호킹 박사한테는! 위대한 호킹 박사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미안해서 눈물이 다 고였다. 그런데 그 김에 한 두어 병 쯤 더 먹었을까, 나는 기어이 가로 콧구멍을 세로 콧구멍으로 인식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그건 곧 세로 콧구멍이 가로 콧구멍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더는 슬프지 않았다. 세상에 술이 해내지 못하는 일이란 없구나. 어깨에서 고개를 떼는 순간 지금 이 회전감각이 물거품처럼 흩어지기라도 할까봐 굉장히 조심스레 의자를 돌려 그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눈을 두세 번 비비고 다시 봐도, 이제 가로가 세로였고 세로가 가로였다. 그 순간 내 짝사랑이 끝났다. 짧은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번째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 술자리가 파했을 때, 어떻게 한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를 내가 살던 오피스텔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청춘 남녀가 술에 잔뜩 취해 침대가 하나 뿐인 방에 들어섰으니, 그 뒤에 생겼을 뜨겁고 끈적한 사연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착각이다. 슬픈 착각…….

 

그녀는 말했다. 57까지 세었어. 내가 대답했다. 안 싼 거 아냐? 취해서 하다가 잠든 건데 너가 착각하는 거 아니야? 그녀가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어. 넌 분명히 쌌고, 싸고 난 다음 후레이! 라고 외치며 콘돔을 벗겨서 저쪽 벽으로 집어던졌어. 나한테 몇 방울 튀더라. 으웩. 저기, 보이지? 보였다. 내가 저걸 집어 던졌다고? 정말 내가? …… 후레이? 아놔, 난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담담했다. 네가 던졌어. 로데오를 마친 카우보이처럼 당당하게. 좋았었나보지. 너라도 그랬다니 참 다행이지. 나는 다시 물었다. 네가 57까지 세었다고 꼭 57초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냐? 네가 무슨 스톱워치는 아닐 거 아냐. 너 술도 꽤 마셨고……. 미안, 그럴 리는 없어. ? 내 고등학교 때 별명이 뭔지 알아? 뭔데. 스와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 . 스탑워치로봇새끼라는 뜻이지. 3분 내라면 오차범위 0.5초의 정확도로 시간을 잴 수가 있어 나는. 너는 정확히 57초짜리였어. 그 점에 대해서라면 넌 스와로브스키의 정품 보증서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있어. ……뭔데. 나는, 네가 콘돔을 까는 순간부터 숫자를 세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그건 네가 57초를 풀로 다 쓴 게 아니라는 뜻이야. 나는 고개를 양손에 파묻었다. 그만 해. 이러다 나 울 수도 있을 것 같단 말야……. 그러나 그녀는 단호했다. 나는 인간은 늘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말인데. 하지 마. 너 말야. , 하지 말라고! , 콘돔 까서 한 번에 못 끼우더라. 안쪽이랑 바깥쪽을 잘 모르더라고. 24초쯤 걸렸어. 그런 시간은 좀 줄이는 게 좋겠어. 넌 애가 왜 이렇게 잔인해……. 울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울었다, 확실히. 그러자 그녀가 선심 쓰듯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 안 한 걸로 쳐 줄게. 안 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 됐지? 우리 안 한 거다? 그리고 그녀는 테이블에 던져놓은 가방을 손에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수치심에 침대에 몸을 던지고 엉엉 울었다. 그리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래, 꺼져, 꺼지라고 이 나쁜 년아. 어차피 네 콧구멍은 가로였어! 가로였다고!

그 순간 내 두 번째 사랑이 끝났다. 역시 짧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순간이 바로 내 마지막 사랑이 끝난 순간이었다.

 

그녀가 안 한 걸로 쳐주는 바람에, 내가 과연 해 본 놈인지 안 해 본 놈인지 나조차 헷갈리는 시간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사건으로 해 본 놈으로 결말이 나게 되었다. 남자들끼리 술 마시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남자들은 늘 자신의 섹스능력 프리젠테이션 대회를 열곤 하는데, 주요 채점 항목은 사이즈(추호도 알고 싶지 않다), 테크닉(무협지가 따로 없다), 횟수(내 알 바냐), 상대 여성의 반응(알고 보면 착각일 확률이 높다. 여자들 연기력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속력……. 한 놈인 듯 한 놈 아닌 한 놈 같은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태생이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제발 내겐 물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앉아 있는 그 자리가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불똥은 나에게 튀었다. , 솔직히 45분 저 말 믿냐? 무슨 AV배우냐? 안 그러냐? 나는 가만히 있었다. 넌 왜 가만히 있냐, 뭔 말을 해 봐. 나는 소주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어쭈, 폼 좀 잡는데? 너도 그 정도는 한다는 뜻이야? 나는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 아니야! 57? 5757? 57! 나는 분명히 분이 아니라 초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가 57분을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바람에 바닥에 넘어진 의자를 다시 세우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 봐봐. 이렇게 얌전한 애들이 보면 진짜배기 정력가라니까! 진짜배기 아니었다. , 쩔지 않냐? 쩔지 않았다.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 놈이 야, 난 정말, 언젠가 얘가 해낼 줄 알았어. 해낼 줄 알았다니까…… 라며 눈물을 훔치는 바람에 티슈를 뽑아주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내게는 57분 교통정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 나쁘지 않았다. 그것도 영광이라면, 모든 영광을 스와로브스키의 가로 콧구멍에 돌리고 싶다.

 

그저 그런 놈으로서의 인생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입장에서 돌아보면, 저거 다 부질없는 짓이고, 진실이 57분이든 57초든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날 이후로 10년도 더 지난 오늘날까지 저 진실을 확인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찾아올 혹시 모를 기회를 위해, 나는 늘 지갑에 콘돔을 챙겨 다닌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끝난 콘돔을 이용해, 안팎을 착각하지 않고 단번에 착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지금은,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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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9-03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ㅋㅋㅋㅋ57이죠? (이런 거만 궁금해.) 교통방송 때문이면 싱거워요. 저는 오늘 자의는 아니고 타의로 기기 안에 글 파일과 메일앱까지 싹 비워야 했는데 머리로는 클라우드에 있어, 사라진 게 아냐, 하면서도 막 심란했거든요. 그런데 클라우드를 다 비워버리시면....설사 인용문일지라도 한땀한땀 적은 걸...syo님 괜찮아요?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져서 잠이 안 오는데.

syo 2019-09-03 10:11   좋아요 0 | URL
싱거운 맛을 떠먹여드려서 어쩌죠? 57분 교통정보 때문에 57로 한 거 맞는데 ㅋㅋㅋㅋㅋ
56? 57? 58? 이러다가 골랐어요. 단지 57분 교통정보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

저야 원래 책을 재독 삼독하는 스타일이라서요. 다음 번에 다시 읽을 때 또 쌓아놓으면 되죠.
어차피 제가 인용을 따는 게, 나중에 써먹으려고 그러는 것보다, 일종의 필사 개념이거든요.
좋은 문장을 천천히 옮겨적으면서, 부디 내 개똥같은 문장을 조금이나마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시옵소서- 하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독서괭 2019-09-03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은 진지한데 아랫글은 ㅋㅋㅋ 그사랑이 마지막이었다는 거 보니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 같은데, 왠지 박민규가 떠오르네요. 재밌어요~~^^

syo 2019-09-03 10:06   좋아요 0 | URL
네. 에세이 아니구 앉은자리에서 만든 100% 개소리입니다.
박민규 ㅎㅎㅎㅎㅎ 100년 쯤 연마하면 초창기 박민규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당^-^

로쟈 2019-09-03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그런 소설보다 재밌습니다. 지방가는 시외버스에서.~

syo 2019-09-03 10:02   좋아요 0 | URL
이 태풍 속에서도 아침부터 열일하시는군요.
칭찬 말씀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ㅎㅎ

다락방 2019-09-0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8년 개봉한 영화 [데스티네이션 웨딩] 에서는 키에누 리브스가 위노나 라이더에게 ‘나 2006년에 한 게 마지막이었어‘ 라고 합니다. 네, 뭐, 그렇습니다.

syo 2019-09-04 09:45   좋아요 0 | URL
키에누 리브스도 12년을 못 하고 살 수 있는 세상에 사는 거니까 매사에 조심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2019-09-03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4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4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9-0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 보고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주섬주섬하다가(아니 내 주제에 누굴...) 아랫글 보고 뭐야, 살아있네~ 하고 갑니다. 흣.

syo 2019-09-05 1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반전이 또 쫄깃쫄깃한 맛이 있잖아요!
 

 

별자러? 별자리러? 별자리어?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다. syo 역시 남들처럼 그냥 철학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이다. 도대체 철학에 대한 관심의 불이 언제 입문서쪽으로 옮겨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syo는 알라딘의 입문서/개론서 덕후가 되어 끈질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세상에 입문서/개론서/연구서/원전 이런 식의 계층구조가 선명한 장르는 굳이 왜 존재하여 읽는 이들의 마음을 쓸데없이 아프게 하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불나방처럼 결국 읽어내지도 못할 책들을 좇아 다시 못 올 귀중한 내 시간들을 활활 불싸지르는 걸까?

 

통상적인 독서루트는 이렇다고 한다.

 

원전에 덤볐다가 얻어터진다 -> 입문서를 한 권 읽어보고 감을 잡는다 -> 다시 원전에 도전해 기어이 읽어낸다 -> 전문적인 연구자들의 연구서를 읽고 시야를 확장한다 -> 다시 원전을 읽으며 깊이 있는 음미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입문서 덕후의 독서루트는 이렇다.

 

원전에 덤빌 생각은 접고 청소년을 위한’, ‘원숭이도 이해하는’, ‘첫걸음’, 따위의 타이틀이 붙은 책을 읽고 쉽게 이해한다 -> 다른 입문서를 읽는다 -> 또 다른 입문서를 읽는다 -> 또 또 다른 입문서를 읽는다 -> 이 타이밍에 깊이 있는 연구서를 한 번 읽어준다 -> 그리고 다시 입문서를 읽는다 -> 이쯤 되면 슬슬 원전을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면 입문서를 읽는다 -> 이렇게 계속 입문서만 읽어도 되는 걸까 싶다면 입문서를 읽는다 -> 이러다 원전을 읽는 날이 오긴 올까 의심된다면 닥치고 입문서를 읽는다 -> 이제 입문서를 통해서 배울 게 남긴 남았나 싶다면 그걸 확인하기 위해 입문서를 읽는다 -> 원전을 읽어야 합니다, 자기 힘으로 원전을 읽어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소중한 것입니다, 하는 식의 충고를 만나면 정말 진심으로 공감하는 댓글을 단 다음 책상 위에 올려놓은 입문서를 펼친다

 

이쪽 입장에서 보면, 철학자의 사상과 지혜 같은 건 부수적인 문제다. 그냥 읽다 보면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지, 그런 훌륭하고 뜻깊은 것을 목적으로 책을 읽어서는 올바른 입문서 덕후가 될 수 없다. 온 세상 말고 이 독서판에서만 보면, 마르크스가 이미 있었으니 마르크스의 생각을 똑바로 이해하는 또 다른 사람의 효용가치는 적다. 도리어 다른 독자가 마르크스를 향해 제 발로 걸어 나아갈 수 있도록,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마르크스 입문서/개론서를 섭렵한 후 도전자의 흥미와 배경지식의 정도에 맞춤한 커리큘럼을 설계해주는 쓰앵님이 훨씬 더 쓰임이 있는 것이다,

 

고 생각한다.

 

그것도 포부라면 포부. 실제로 2016년 당시, syo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에 관한 시중의 모든 입문서와 개론서를 정말 남김없이 싹 다 읽어치운 상태였다. 그리고 그쯤 되니 그 두 냥반에 대해서라면 어디 가서 좀 아는 행세해도 부끄러운 꼴 보지 않을 만큼의 지식이 덤으로 축적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지식에 관해 질문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syo에게 마르크스가 뭐래요, 프로이트는 대체 왜 그런대요,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모두들, 제가 이제 프로이트를 읽어보려 하는데요, 마르크스를 읽을까 하는데요, 뭐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와 같은 내용의 질문들을 던져왔다. 그렇게 알라딘 마을에서 syo는 살아있는 원숭이의 화신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뭐라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2016년에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가 가장 자신있었지만, 실은 그 두 사람 말고 입문서에 발끝을 들이밀었다가 확 데고는 얼른 돌아선 다른 적들도 많다. 플라톤, 공자, 장자,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 칸트, 키르케고르, 니체, 후설,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벤야민, 라캉, 레비나스, 푸코, 블랑쇼, 아렌트……. 욕심만 잔뜩 품고 덤벼들었지만, 입문서 별자리 하나 똑바로 그리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었던 저 수많은 현자들.

 

그리고 요즘은 헤겔이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취업 전에, 헤겔로 별자리 하나 만들어 놓고 볼 작정.

 

 


--- 읽은 ---

+ 정신현상학 / 김은주 : 76 ~ 216

+ 처음 읽는 중국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 269 ~ 386

+ 탈코르셋 선언 / 윤지선, 윤김지영 : 70 ~ 133

 

 

--- 읽는 ---

= 광대하고 게으르게 / 문소영 : ~ 150

=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 / 이병창 : ~ 168

= 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 / 서한겸 : ~ 42

= 가와바타 야스나리 / 허연 : ~ 131

=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 알렉스 캘리니코스 : 157 ~ 248

=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 장석주 :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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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19-09-01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입문서 (....) 원전 위계는
극히 한국적 현상이기도 할 거 같습니다.
글구 이 문제의 한 70% 정도는 번역의 문제, 15% 정도는 우리가 말을 쓰는 방식의 문제일 거 같아요.

번역이 좋을 필요도 없고 정확하기만 해도
이해하고 영향받을 사람은 있게 마련인데
중요한 책들 중 ˝정확함˝ 기준으로 통과할 책들도
희귀했다는 놀라운 일. 정확한 정도를 넘어서 좋은 번역이 다수라면
원전들을 읽는 일이 훨씬 재미있고 보람있다고 공적인 합의.... 있을 거 같아요.
영어권에서는 너무도 당연히 존재하는 합의.

언어에서 개인의 몫과 사회적 활동. 이 둘 다가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실천될 때만
˝원전˝ 읽고 해석하고 논의하는 문화가 있을 거 같기도 해요. 이것도 영어권에서는
너무도 당연한데, 한국에서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해석의 노고 같은 건 아 몰라 내 맘이야.

syo 2019-09-01 16:52   좋아요 0 | URL
한국어 사용자들의 망탈리테 같은 것에 대한 몰리님의 분개는 익히 만나왔던 터라,
그 바닥 사람이 아닌 제게도 뭔가 문제의식 같은 게 생기긴 했어요.

원전을 읽었고, 또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의 지혜가 탐나지 않는 수준이거나 혹은 그 지혜랄 것이 거의 엿보이지 않는 때, 다른 사람들도 뭔가를 알고 느끼기를 바란다는 느낌보다 그저 자신이 원전을 이미 읽은 훌륭한 인물임을 드러내려는 욕심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때, 그런 때들이 많아서 syo같은 핫바지들은 슬픈 얼굴을 하고 원전에서 한 걸음씩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입문서 말고 <자본>은 읽어보고 떠드는 거냐는 말을 듣고 <자본>을 읽고 오면, 그 <자본> 말고 <Das Kapital>을 읽고 오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오기도 하고요. 만약 내가 마르크스 말고도 반도체 공학도 알고 싶고, 뇌과학도 좀 알고 싶고,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 작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싶고 그런 사람이라면, 원전 소리 듣는 순간 바로 탈원전 비핵화 선언하고 싶게 되는 거죠.....

2019-09-01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1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9-01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입문서를 읽으면 오래 전의 어떤 사람에다, 그 사람을 위해 인생 또는 최소한 젊음의 한 때를 바친 누군가까지 동시에 만날 수 있잖아요. 원전 한 편에 단 한 사람 만난 누구들보다 n명 만난 syo님이 개꿀 개이득 메롱메롱 하시며..그보다도 이미 죽은 누군가가 남긴 글을 보며 그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 보는 것 자체가...사람에 대한 사랑이 팍팍 느껴지네요. 진정 필로소피 필로소피아.

syo 2019-09-03 00:15   좋아요 0 | URL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반님은 뭔가, 칭찬과 비행기태우기의 따라갈 수 없는 지존 같은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무슨 오구오구 학원 같은 거 다니시는지 궁금했거든요? 이젠 아니에요.
혹시 무슨 오구오구 학원 같은 거 운영하세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9-0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문서 덕후되는 과정이랄까 마음가짐이랄까, 입문서를 읽는다 입문서를 읽는다 입문서를 읽는다, 에서 저는 마음이 그만 좋아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뭐랄까, 계속해도 요가 초보자에 머무르는 제 상황과 같다고 할까요..

음..
아닌가??

syo 2019-09-04 09:50   좋아요 0 | URL
비슷한데?? 비슷해요 ㅋㅋㅋㅋㅋㅋ
가끔씩 다음 단계에 도전했다가 쎄게 좌절하고 나여 너는 뭐니 나여, 하는 것도 혹시 비슷한가요? ㅋㅋㅋㅋ

AgalmA 2019-09-0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문서 셔틀러로 살다가 인생 망할 거 같다 싶어서 원서를 읽으려 무진 노력 중이오ㅋㅜ)... 일단 집에 책을 사놓은 것만 해도 어디냐 하며ㅋㅠ)

syo 2019-09-05 11:20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께서야 이미 입문서에서 깔짝거릴 단계는 훌쩍 넘어서셨지요! 그리고 탈출도 깜냥 되는 사람이나 하는 겁니다. 저는 이미 늦었어요......
 

 

구두를 신고, 군화를 들고, 운동화를 메고

 

 

1

 

내가 얼마나 작고 모자란 인간인지를 자주 생각한다. 나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자란 친구들은 물론, 또래의 사람들 중에도 나만큼 저런 생각을 칭칭 휘감은 채 일상을 풀어나가는 이는 드물 것이다. 어느 시점을 통과하며 형성()한 나의 정체성이다. 나는 막을 새도 없이 불뚝불뚝 튀어나오는 내 안의 저 아이가 밉고 애달프다.

 

동전을 던지면 자주 뒷면을 만나서 슬프다. 어떤 인생은 계속 뒷면을 부른다. 뒷면색깔이다. 가끔씩 앞면이 나오기는 한다. 그럴 때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앞면이지만 손바닥에 맞닿은 면은 뒷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픔은 슬픔이고 즐거움은 반전된 슬픔이다.

 

 

 

2

 

보고 싶은 친구를 내가 불러내도 술과 고기는 친구가 산다. 백수생활에 들어가면서 나는 사회가 던질 모진 시선과 보편성 압력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버텨내는 마음만 겨우겨우 예비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맞닥뜨린 적들은 조금도 추상적이지 않았다. 그 수많은 구체적인 것들 가운데 하나가 자존심-친구의 trade-off’였다. 자존심을 지키려면 친구를 버려야 한다. 반대로 친구를 지키려면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나는 자존심을 버리는 쪽이었고, 성공적으로 자존심을 버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미안함이라는 새로운 소금물이 밀고 들어온다. 그것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감정이다. 하나는 얼굴을 붉히고 다른 하나는 얼굴을 숙인다. 그러나 어쨌든 두 놈 다 작은 사람을 더욱 작게 만든다. 월요일 밤이었다.

 

 

 

3

 

나는 한 것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역량이 없어서 당신이 공무원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역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저 뜬구름이나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대답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다 하였지만, 나보다 먼저, 나와 함께, 나보다 늦게 면접관을 만나러 들어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감에 찬 당당한 얼굴로 맞설 수는 없었다. 젊은이들은 밝고 힘이 있었다. 그게 젊어서 그런 것인지, 젊은데도 그런 것인지, 나는 그조차 알 수 없어서 그저 스스로의 늦됨이 부끄러웠다. 월요일 오후였다.

 


 

4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주민센터 2층에 모여 저녁 도시락을 먹는 중이었다. 옆에 앉은 이가 말을 걸어왔다. 나보다 한두 살이 많았고, 남편이고, 두 살, 여섯 살 난 아이 둘의 아버지인 듯했다. 이야기는 진부했다. 짊어져야 할 무게에 짓눌린 인생사의 괴로움, 가지 않은 길에 남은 미련, 약삭빠른 선택과 행동으로 나보다 저만큼 앞서 나간 이들에 대한 양가감정 같은 뻔하고 흔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늘 그러듯 나는 역시 진부하고 뻔하고 흔한 태도를 취하는 중이었다. 내 스스로 내 인생을 조롱하는 태도를. 무슨 일 하세요? 아무 일도 안 해요. , 그래요? , 제가 좀 철딱서니가 없어놔서요, 막 마음대로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 그러시구나, , 인생은 긴 거 아니겠어요? .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요. . 저도 그냥 가끔은 일 다 때려 치고 제주도 같은 데 내려가고 싶고 그래요. . 근데 이미 묶인 몸이라, 그런 게 안 되는 거죠. 아시죠? . 화요일 밤이었다.

 

 

 

5

 

내 입이 기계처럼 그렇고 그런 대답을 내뱉는 동안, 입을 뺀 모든 기관은 그날 오후에 받은 카톡 메시지 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크기 4-5센치. 우측 하부 요관에서부터 방광 안쪽까지. 림프절도 의심. 콩팥부터 요관, 방광 위까지 제거. 전이되면 손 못씀. 2기로 보이지만 열어봐야 알 수 있음. 3기면 항암도 필요. 일단 전이는 없음. 수술 이틀 전에 입원할 것.”

 

소변에 피가 비친다는 엄마가 찍어온 CT를 들고 대학병원을 찾은 것이 지난 주 목요일, 교수는 일단 방광암 소견을 냈고, 확진하기 전에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은 다음 화요일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엄마는 다시 피를 뽑고, 소변을 받고,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넣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는 동생의 손을 잡고 화요일 오후 3시에 병원을 찾아 4시쯤 방광암 확진을 받았다. 엄마는 애써 담담한 척 하려 했지만 그럴 리가 없음을 나는 안 봐도 알 수 있었고, 동생의 목소리는 떨렸다.

 

나는? 나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군화 끈을 조이고 있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승강기에 올라타 로비층을 눌렀다. 평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보폭으로 주민센터로 걸어갔고, 걸어가는 동안 만난 군복 입은 사람에게 이 동네 훈련은 어떤지 물어봤다. 대기공간에서는 옆 사람과 아무 의미 없는 수다를 떨었다. 연락을 받고 뭐가 달라졌을까? 뭔가 달라졌을 것이다. 근데 그게 뭔지, 얼마 만큼인지, 알 수가 없었다.

 

 

 

6

 

20년 전쯤이었다. 엄마는 이가 아파서 며칠을 제대로 못 먹어 기운이 없었다. 무심하고 버릇없고 가족을 아낄 줄 모르는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엄마가 대뜸 기운 없음을 호소했다. 나는 가방에서 정석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치과 갔다 오라니까 또 안 갔지? 밥을 똑바로 먹어야 기운이 생기지. 밥을 똑바로 먹으려면 이가 괜찮아져야지. 라고 말했다. 부엌에서 열린 방문을 통해 말을 거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방문을 닫고 정석을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갔다. 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엄마는 외할머니와 함께 치과에 갔다가 거기서 쓰러졌다. 그리고 엄마가 기운이 없었던 이유는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가 아니라 급성 골수성 백혈병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에 엄마를 봤을 때 엄마가 어느 병실에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균실 안에 들어있는 엄마와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은 생생하다. 엄마는 그 안에서도 웃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도 엄마는 울지 않았을까?

 

 

 

7

 

나는 많이 울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어떤 장면을 생각하기만 하면 언제든 실컷 울 수 있었다.

 

여자는 요즘 어쩐지 몸에 힘이 없다. 어지럽다.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 몸으로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아이를 챙기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그래서 견디고 또 견디지만, 어쩐지 오늘은 너무 힘들다. 저녁, 잔뜩 찌푸린 얼굴로 돌아온 아들에게 엄마가 요즘 너무 기운이 없어, 라고 말한다. 아들은 그 말을 들으면서 제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여자는 열린 방문 너머로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들은 치과에 가라고 한다. 돌아보지도 않은 채. 교복을 벗고,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그러다 돌아본다.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여자는 아들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아들은 말한다. 엄마, 와이셔츠 빨아야 돼. 아들은 목에 때가 누렇게 끼기 시작한 와이셔츠를 여자의 손에 쥐어주고 다시 돌아서서 방문을 닫는다. 아마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을 올리느라 오늘밤도 낑낑 댈 것이다. 여자는 닫힌 아들의 방문을 바라보고 잠시 서 있다. 그리고 이내 돌아서서 화장실로 들어간다. 와이셔츠 목 부분에 비누를 묻힌다. 내일은 엄마를 불러서 치과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며.

 

 

 

8

 

수십 번 리플레이 되면서 조금씩 각색되고 착색되고 탈색된 장면이다. 저 장면을 연출하고 주연했으므로, 나는 죽어 반드시 지옥에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더 괜찮은 아들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과적으로 조금도 그러지 못했다. 20년 전에 저렇게 손 놓고 있었듯이, 10년 전 아버지가 간암에 걸렸을 때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몇 년 뒤 돌아가실 때 역시 나는 병원비 한 푼 내놓지 못하는 밑바닥 아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다시 지긋지긋한 병마가 엄마를 한 번 더 덮쳤는데, 나는 똑같은 아들이다.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오늘이나.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_ 문태준가재미」 전문

 

 

 

--- 읽은 ---

+ 헤겔 / 우도 티이츠 : 133 ~ 231

+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최영기 : 151 ~ 233

 

 

--- 읽는 ---

=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심보선 : 136 ~ 221

= 처음 읽는 중국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 131 ~ 269

= 전쟁 말고 커피 / 데이브 애거스 : 106 ~ 279

= 탈코르셋 선언 / 윤지선, 윤김지영 : ~ 70

= 미시경제학 한입에 털어넣기 / 사카이 도요타카 :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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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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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1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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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03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쇼님,

훗날 또 이런 글 쓰지 않도록 합시다. 이제 그만 ‘무심하고 버릇없고 가족을 아낄 줄 모르는 아들‘ 에서 벗어납시다. 벗어날 때가 되었어요. 결국 사람은 내 주변의 사람,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퍼붓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가며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엄마에게 유독 무심하게 구는 건 자식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연인에게는 최선을 다하면서 왜 엄마에게는 안그러나 몰라. 이제라도 최선을 다합시다, 쇼님. 마음과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쏟아붓자. 그래야 나중에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하게 되죠.

어머님 수술 잘 끝내시고 얼른 회복되시기를 바랄게요, 진심으로요.
 

 

양복은 입고 사복은 메고 군복은 들고

 

 

1

 

그러니까 나는 죽전역에서 출발하는 분당선을 타고 수서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덜컹덜컹 흔들흔들 그렇게 평범한 방식으로 잘 가고 있었는데 뜻밖에 바삭바삭이 끼어들었다. 바삭바삭?

 

고개를 돌려보니 바삭바삭은 내 대각선 뒤에 서 있는 건장한 남성에게서 발원했다. 키는 180, 짙은 눈썹의 호남형 외모에 다부진 체격, 그리고 무엇보다 반팔 티셔츠 팔 부분을 확 찢어버리기라도 할 듯 팽창한 단단한 팔뚝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런 남성이, 다름 아닌 꼬북칩(콘스프맛)을 먹고 있다. 아르마딜로칩이나 갈라파고스대왕거북칩이 아니라, 귀요미 꼬북꼬북 꼬북칩을…….

 

한 손은 꼬북칩 봉지의 아래쪽을 부여잡고, 나머지 한 손은 봉지 안과 입 안을 놀라운 속도로 번갈아 드나드는데, 손 크기나 전완근 두께 역시 만만치 않아서 두 손은 봉지에 못 넣겠군 싶을 정도다. 손 두 개를 먹는 일에 쓰느라 손잡이도 잡을 여유가 없지만, 그는 얼른 봐도 정말 튼튼해 보이는 두 다리로 딱 버티고 서서, 전동차의 어떤 진동에도 방해받지 않은 채 평안하고 열정적으로 꼬북칩을 조지고 있다. 덜컹덜컹 바삭바삭 흔들흔들 바삭바사삭.

 

마지막 한 줌을 꺼내 입으로 넣은 그는 봉지를 살짝 흔들어 보더니 아쉽다는 듯이 혀로 입술을 핥은 다음, 정성을 다해 꼬북칩 봉지를 그 시절 그 쪽지 모양으로 접기 시작했다. 풋풋한 소녀감성이 발휘되는 동안 역시 중심은 든든한 허벅지가 잡아주는 중이었다. 손에 여유가 생기자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고 웹툰을 보기 시작한다. 크아, 크르륵, 따위는 휙휙 넘기고, 세 줄쯤 되는 긴 대사를 만나면 미간을 오므리고 오래 멈춰 꼼꼼히 읽는다.

 

열차가 수서역에 도착하자, 꼬북칩남이 제일 먼저 내린다. 그리고 한 번에 두 계단씩 성큼성큼 걸어올라 저기 멀리 사라져간다. 저렇게 다부지게 생긴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저렇게 다부지게 생긴 사람이 꼬북칩을 찹찹 먹는 장면을 만나기란 더욱 힘들고, 무엇보다 그 장면을 전철 안에서 목도하는 일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 아닌가? 나는 SRT역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꼬북칩남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장면을 보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던 전철 속의 다른 승객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아닌가, 혹시 나처럼 다들 속으로 놀라고 있었을까? 모른 척 흘렸을 뿐, 바삭바삭의 치명적 습격에 다들 한 대씩 얻어맞은 것일까?

 

그렇게 나는 SRT열차에 올랐고 내 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저 멀리, 내 옆자리에 굉장히 익숙한 뒤통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엔 마치 운명처럼, 놀라운 기적처럼, 다름 아닌 꼬북……

 

 

 

 

 

 

……칩 맛있다.

 

 

그리고 옆에 앉은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2

 

월요일 아침 기차로 서울에 올라가 점심에 면접을 보고 염치도 없이 친구에게 맛있는 술과 고기를 실컷 얻어먹었다. 화요일 오전 늦게 일어나 점심에 용인으로 건너가 닭갈비를 먹고 저녁에는 인생의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저녁시간까지 스크린골프장에서 알바를 뛰고 저녁에 수서역에서 SRT를 잡아타고 대구로 돌아와, 이렇게 밤이다.

 

3일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밤이 늦었다.

 

 

 

--- 읽은 ---

+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 슈테판 츠바이크 : 52 ~ 195

+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 조셉 추나라 : 105 ~ 224

+ 이별의 푸가 / 김진영 : 116 ~ 250

 

 

--- 읽는 ---

= 헤겔 / 우도 티이츠 : 39 ~ 133

=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심보선 : ~ 136

=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최영기 : ~ 151

= 처음 읽는 중국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 ~ 131

= 전쟁 말고 커피 / 데이브 애거스 : ~ 106

= 스피노자 매뉴얼 / 피에르-프랑수아 모로 : ~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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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0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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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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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8-2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 삼일이네요. 그나저나 꼬북칩 전철에서 먹는 건 민폐....콘스프 냄새랑 소리가 아주....주변에서 얼마나 먹고 싶겠어요.

syo 2019-08-29 09:04   좋아요 1 | URL
되게 이색적이었어요.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헤어나 이목구비, 체격으로 봤을 때는 경호원 느낌이었는데 막 거북이 그림 있는 녹색 봉지를 쉴새 없이 괴롭히고.... 괜히 계속 시선이 가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19-08-29 11:03   좋아요 0 | URL
묘사만 보면 syo님의 근육남을 향한 애정이 느껴질 정도인데요. 집요하게. 성가시고 미운 애를 저렇게 상세하게 그릴 필요가 없잖아...그리운 근육남 박제...죄송합니다.

syo 2019-08-29 11:51   좋아요 0 | URL
성가시고 밉지 않았으니까요. 생각해보세요. ‘지하철‘ ‘분당선‘에서 ‘꼬북칩‘을 ‘초스피드로‘ 먹고는 봉투를 ‘쪽지‘ 모양으로 고이 접는 ‘근육남‘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이색적이에요. 저는 그런 존재들을 애정하고 궁금해하는 편입니다 ㅎㅎ 그 이미지가 기억에서 흐려지기 전에 잡아채고 싶었으니 박제도 맞네요. 열반인님이 모든 걸 제대로 캐치하셨네요.

반유행열반인 2019-08-29 12: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늘 말씀드리듯 그 배포와 아량을 존경합니다. 저는 갇힌 공간에서 뭘 먹는 사람이 그렇게나 싫어서 예전에 그런 걸 성토하는 글을 썼던 것 같은 기억이 있거든요. 왜 그게 싫을까 평생 고민해 보니...저도 먹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 누가 먹는 꼴을 보고 싫어지면 이렇게 대처하기로 했어요. “저도 한 개만 주세요.” 그런 진상을 피우고 나면 남을 덜 미워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지. 아니면 먹을 걸 잔뜩 사 들고 주변 사람 나눠주며 다같이 대중교통 안에서 뭘 먹어보는 상상도 해 봅니다. 아무튼 박애주의자 syo님.

syo 2019-08-29 13:06   좋아요 1 | URL
ㅎㅎㅎ또 이러신다ㅎㅎㅎ 자꾸 위대한 사람 만들면 곤란합니다. 그저 특이한 거 좋아하는 것뿐인데, 박애가 다 뭐예요 ㅎㅎㅎㅎ 바삭바삭이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제 귀에 안 거슬려서요. 그렇다는 건 저도 인식없이 타인에게 피해줄 가능성이 있는 놈이라는 거죠. 훌륭하기는 커녕 한참 모자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8-29 14:0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위대한 특이 취향 겸손인...더 그레이트 syo

syo 2019-08-30 13:34   좋아요 1 | URL
또 졌네? ㅋㅋㅋㅋㅋ

근데 저한테 하시는 거 보면, 특이취향은 열반인님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겠는데요? ㅎㅎ

2019-08-29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9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8-2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 쇼님!! 아침이에요, 아침!!
못 다 한 이야기 나눕시다요!!

syo 2019-08-29 09:05   좋아요 0 | URL
자다 금방 일어났는데 알 수 없는 두통이......😣

단발머리 2019-08-29 09:07   좋아요 0 | URL
얼른 세수하고 밖에 나가서 꼬북칩 하나랑 콜라 하나 사옵시다!

사실 어제 밤에는.... 로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평범한가요?
근데 아침이에요, 아침! 얼른 일어나요!!

syo 2019-08-29 09:17   좋아요 0 | URL
으윽..... 5분만....

단발머리 2019-08-29 09:18   좋아요 0 | URL
해가 중천에 떴어요! 저 봐요!! 저기 저, 저!!!
5분이 아니라 3분도 안 돼요. 얼른 일어나요, 쇼님!

syo 2019-08-29 09:24   좋아요 0 | URL
으.... 오늘 학교 가는 날도 아니란 말이에요....😢

단발머리 2019-08-29 09:41   좋아요 0 | URL
어허어허~~~~ 그만 뚝!
얼른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요!
핸폰 놓고 노트북 켜고!
시~~~~~~~~~~ 작!

syo 2019-08-29 09:45   좋아요 0 | URL
...... 역시 학교학원 가기 싫은 애들 거기 보내는 레벨이 장난 아니시다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8-29 09:55   좋아요 1 | URL
학교 보내는 솜씨에요.
우리 애들은 학원에 안 다녀서요 ㅋㅋㅋㅋ
자, 다시 시~~~~~~~~~~작!

syo 2019-08-29 11:52   좋아요 0 | URL
뭐 좀 더 읽구 만나요 ㅎㅎ 아직 키보드를 때리던 손가락이 채 다 식지도 않았어. 쿨타임 최소 20시간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Dora 2019-08-2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져든다 꼬북칩남 설렘주의보 ㅋㅋㅋㅋ

syo 2019-08-29 11: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다음번에는 신분당선에서 시나몬 맛 먹고 있는 꼬북칩남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9-08-2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걸 디테일하게 잘 쓰네요.
이런 글이 먹어주는데 전 왜 이렇게 못 쓸까요?ㅠ
민폐인 참 많죠. 전 주일 날 교회 다녀오다 빡칠 뻔 했죠.
길을 건너는데 웬만하면 속도를 줄일만도한데 안 줄이더라구요.
결국 서둘러 건너긴 했지만 잘못하면 내 발 뒷꿈치를 칠 기세더라구요.
지나가면서 그 차에 대고 세번째 손가락 쳐들고 싶었는데
교회 다니는 관계로 참아줬습니다.ㅋㅋ

근데 예비군 훈련을 받으려고 서울까지 상경하셨습니까?
말년 예비군 훈련은 몇 살까진가요?

syo 2019-08-30 13:37   좋아요 0 | URL
저는 꼬북칩남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 민폐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댓글들 읽으면서 제 무심함에 좀 반성하게 되네요.....

손가락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것도 안 되나요? ㅎㅎㅎㅎ

예비군 땜에 서울 갔다기 보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서 한 번에 해결하려 했지요.
예비군은 용인에서 받았구요.

예비군 훈련은 나이랑 상관없이 제대하고 그 다음해부터 6년동안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겨우 6년인건가......

cyrus 2019-08-2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대구로 돌아가는 길이 지칠 법한데 돌아오자마자 글을 쓰셨네요. 서울행 기차를 탈 땐 기분이 붕 떠있을 정도로 좋았는데,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서울에서 보낸 짧은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요? 그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syo 2019-08-30 13:38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도 저처럼 서울러버 기질이 있군요.
저는 서울을 너무 사랑해서 아무리 대구로 내려와도 곧 다시 서울로 살러 가게 됩니다. 무슨 부메랑처럼.....

다락방 2019-09-03 17:07   좋아요 0 | URL
쇼님 서울러버... 기질이 있었어요???

syo 2019-09-04 09:52   좋아요 0 | URL
친구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서울러버죠. 산소조차 더 달콤한 서울 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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