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오늘과 내일의 흐릿한 경계가 어제와 오늘의 경계로 선명해지는 늦은 시간까지, 전혜린을 읽었다. 전혜린으로 밤을 밝히는 일이 전에도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침대 머리에 기대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창문을 통해 한 뼘짜리 하늘을 겨우 더듬을 수 있는 반지하 하숙방에서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폴 오스터를, 장 그르니에를, 그리고 전혜린을 읽었다. 지상에서 나는 방황하거나 고독감에 잠겨 드는 대신 학점과 친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반지하의 나는 그 좁은 공간이 허락하는 최대치로 방황하고 고독했다. 특히 고독과 그 열심에 관해서 생각해 보면, 나는 놀라울 정도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고독이 필요하였고 기필코 고독해지고자 했고 최선을 다해서 고독해졌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나도 고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들은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또 함께 술을 마셨다. 우리는 우리를 고독하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아무도 저절로 고독해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닭 뼈로 산을 쌓고 빈 소주병을 꽂아 그 산을 푸르게 푸르게 만드는 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조금씩 지쳐갔다. 어느 순간, 우리는 고독을 바라는 눈빛을 자기도 모르게 슬쩍 내비치다가도 그게 그저 피곤한 표정인 것처럼 위장하는 아이들과 그걸 보고도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아이들이 모인 이상한 집단이 되어 있었다. 그러느라 반년이었다. 각자 여름을 지내고 다시 만난 우리는 이제 설탕 가루 주변에 까맣게 모여든 개미떼 같던 우리가 아니었다. 마치 함께인 시간과 혼자인 시간의 황금비율이 적힌 레시피를 손바닥에 적어놓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고독을 모르고서는 어른이 될 수 없노라는 선고를 듣고 귀환한 사람들처럼 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독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함께 있으면 저절로 우리가 되던 아이들은 혼자 있다고 저절로 고독해지지 않아서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필사적으로 고독을 추구했고, 고독을 달성한 아이들, 예컨대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간, 중앙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중랑천을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아련한 눈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을 선망했으며, 이제 자신을 품어줄 고독이 충만한 공간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그들의 발자국 하나하나를 탐냈다.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데는 그저 우리만 있으면 충분했으나, 나를 고독한 나로 만들어 주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않고서는 고독해질 수가 없었으므로,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고독의 씨앗을 찾아서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내게 그것은 책이었고, 그중에서도 전혜린이었다. 왜냐하면, 수십만 권의 책과 수백억 개의 문장이 넘실거리는 거대한 도서관을 식은 눈으로 뒤적거리다가 하필 이런 문장을, 마치 누가 그렇게 되도록 정해놓은 것처럼 내 앞에 나타난 이런 문장을 만나버렸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달세계로 가는 시대에 사는 인간은 영혼의 소박함을 잃은 지 오래된다. 사랑도 변형된 호기심인 경우가 많고 사랑의 행위에서도 지적인, 너무도 지적인 것이 현대인이다. 누구나가 자기의 원칙과 독백 속에 감금되어 있다. 자아에 망집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공관 속을 꿰뚫는 것은 현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기적 같은 희귀한 몇 개의 순간에서만 우리는 변신을 한다. 헌신과 희생이 가능해진다. 그 순간이 지나면 생은 다시금 어두운 것, 무표정한 것으로 된다. 그 속에서 아무 관련도 없이 제각기 인간은 산다. 고독한 탐구를 계속한다. (31-32)

 

 

마냥 먹먹해졌다. 고독을 이겨내려 몸부림하다 떠난 사람의 글 속에서 나를 의탁할 만한 고독을 발견한 것에 어떤 섭리 같은 것이 숨어 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고, 그저 오독을 고독으로 바꾸어 내 안에 쌓기에 바빴다. 전혜린의 고독은 크고 깊고 나의 얕은 눈으로는 바닥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서, 그리고 그 어두움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느 예술가의 처절한 기록이라는 아우라가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어서, 나의 허영이 그의 고독으로 넘치게 배불렀다. 읽는 순간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는 문장. 곳간에 쌓아놓은 그녀의 문장으로 20대를 충분히 고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고독은 끝내 그녀의 고독이었다. 내 것인 줄 알았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고독은 오독할 수는 있어도 오해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내 몫의 고독은 언젠가 반드시 내게 오게 마련이었다.

 

그것은 조금씩 천천히 왔다. 다시 모두가 자기만의 고독을 찾아 나서던 그때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고독을 찾으면서도 고독을 찾는 티를 내서는 안 되었다. 여전히 함께 있는 동안은 밝고 유쾌하고 세상에 열려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말해야 했다. 고독은 그런 와중에 은근슬쩍 흘리듯이 드러나야 폼 나는 것이었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어- 하는 표정이나 깊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눈동자 속에 스치는 빛처럼 들어있어야 섹시한 것이었다. 거기에서 가면이 탄생했다. 우리는 밝은 순간에 고독을 연출해야 했고, 고독의 시간을 걷고 서로를 만날 때 온-오프 스위치를 켜듯이 유쾌함을 연기해야 했다. 나의 진정한 내면은 너무나 깊고 고독하여 네가 차마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컨셉이 유행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결코 이해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길을 잃고 헤매야만 했다. 결국 누구도 누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는 척했다.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하다가 분명히 뭔가를 잊어버렸는데, 그것이 연기하는 법인지 연기하지 않는 법인지도 알 수 없었다. 시간은 수렁에 잠긴 몸을 완전히 빼내지도 못한 나를은 학교 밖으로 밀어냈다. 나는 알았다. 내가 정말 고독해졌다는 사실을. 내 몫의 고독은 그런 모양새였다. 그때 나는 전혜린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내가 읽었으므로 내 것인 줄 알고 믿고 따랐던 고독은 오롯이 그의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훔친 것이었다.

 

나는 고독을 오래 점유해도 그것을 소유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고독은 나를 오래 점유하면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내 몫의 고독을 누리고 때로는 그것과 싸우느라 나는 바빴고, 전혜린의 고독은 이제 전혜린의 것이 확실해 보여서, 이십 대의 끝물에서 나는 전혜린을 놓아주기로 했다. 전혜린이 세상을 버린 것과 같은 서른두 살의 나이가 되면,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읽고 이 책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상자에 넣어두고, 나는 나의 고독을 마주하러 걸어갔다.

 

고독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고독의 원인은 세상에 널렸고, 외로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서, 나도 고독을 넘고 다시 고독해지기를 반복하며 길고 짧은 고독들을 통과해 여기에 왔다. 그리고 고독은 증상인 동시에 하나의 능동적 계기여서, 자신의 고독을 넘어서거나 고독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길어 올리는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배웠다. 내가 고독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을 때, 전혜린의 문장이 내게 남긴 흉터들은 약인 동시에 독이기도 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오늘에 와 생각건대, 고독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이다. 고독은 사서 깃들거나 세 드는 것이 아니라 건축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혜린의 고독에 세 들지 않고 전혜린을 재료로 나의 고독을 건축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렇지만 생이 완결될 때까지 고독은 완결되지 않을 것이어서, 나는 잠시 고독하지 않을 때를 틈타 또 공구함을 채우고 헛간을 손본다. 비울 것을 비우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다. 안녕, 전혜린.

 

전혜린의 문장을 처음 만났던 그때, 나는 그가 이 책에 들어갈 글을 처음으로 쓰던 나이보다 어렸다. 그리고 오늘 내가 쓰는 모든 문장은 전혜린이 쓴 가장 나이 든 문장보다 더 나이 든 문장이다. 그의 책을 마지막으로 덮으며 궁금한 것은 이제 하나 남았으니, 내가 전혜린을 관통하여 여기에 온 것인가, 전혜린이 나를 관통하여 저기로 간 것인가, 이제는 그것만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9-19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0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0-09-19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글 참 좋아요~~

syo 2020-09-20 10:51   좋아요 0 | URL
^ㅂ^> 허허허...

페넬로페 2020-09-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전에 읽은 책이네요~~
한때 전혜린 열풍이 불 정도였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막연히 독일에 대한 것과 고독이 지금도 느껴지네요^^

syo 2020-09-20 10:52   좋아요 0 | URL
책장 뒤지다가 나타나서 굿바이 스페셜로 한 번 읽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예전에 읽을 때랑 느낌이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랬네요^-^

stella.K 2020-09-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가 망했나 봅니다. 책들이 다 품절로 나오네요.
이 책은 어느 출판사에서 새로 내주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론
못 사 볼 모양입니다.
전혜린의 단 두 권의 에세이 중 하난데 사춘기 시절에 한 권 읽고 여태 못 읽있고
있는데 스요님 글 읽으니 이걸 어떻게 읽어 보나 한숨이 나오는군요.ㅠ

syo 2020-09-20 10:54   좋아요 1 | URL
알라딘 중고서점에 잔뜩 깔려 있습니다.
구하기 쉬워요 ㅎㅎ 한숨 쉬지 마시고 나가서 get하시길 ^-^/

scott 2020-09-19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친구 엄마가 전혜린 대학 후배였는데 그집에 초판본 (세로로 인쇄된 유학때 주고 받았던 엽서도 있어서 신기해 했었네요. 생이 한가운데에 라는 작품 번역서 첫번째판도 그집에 있었어요. 고독은 사서 깃들거나 세 드는 것이 아니라 건축하는 것이었다.라는 소요님 우리모두 생이 끝날때까지 고독은 끝나지 않네요

syo 2020-09-20 10:57   좋아요 1 | URL
우와. 그분은 전설의 지인이셨거군요 ㅎㅎㅎ 초판본에 엽서라....
고독할 때는 아 이놈의 고독 개나줘버렸음 싶다가도 또 한참 붐빌 때는 고독 링거 좀 맞았으면 싶으니, 인간이란 참 희한한 동물이죠?
 

 

15cm

 

 

내가 울면 금방 따라 울던 너는 언제나 마음속에 울음 가득 넣어 놓고 사는 것인지, 넘치는 슬픔 묻어 놓고 웃음으로 탄성으로 나를 다녀가려다 내 몹쓸 장난에 그만 들켜버리고 만 것인지, 가짜로 우는 나를 보고 진짜로 눈물 맺힌 너를 보니 진짜로 눈물이 맺히던 나는 내 안에 나 몰래 뭘 그리 또 넣어 놓고 사는 것인지, 그런 것들 모두 나의 일이고 너의 일인데 또 나도 너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해서 그렇게 계속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인지,

 

 

 

--- 읽은 ---

 


140. 책 좀 빌려줄래?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 홍한결 옮김 / 월북 / 2020

 

그런 탄식이 떠오른다. 하늘은 왜 이 주유를 세상에 내고도 어찌 또 제갈량을 보냈는가? , 하늘 아래 <있으려나 서점>만 없었더라도…….

 

 


 

141. 청소 끝에 철학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8

 

한때 철학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지금은 신학이며 과학 같은 큼직한 아이들이 지분을 몽창 들고 나르는 바람에 많이 협소해지긴 했지만, 늘 그렇듯 오늘도 세상에는 무수한 질문들이 생겨나고, 그 질문들에게 가장 친하게 구는 학문은 여전히 철학이다. 청소에도, 설거지나 출퇴근 길에도, 월급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빈 통장과 그래서인가 요즘 유독 바람이 스치는 느낌이 선명한 빈 정수리에다가도 우리는 종종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그 끝엔 제일 먼저 철학이 온다.

 

 

 

142. 마카롱 사 먹는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

 

<90년생이 온다>에 대한 90년대생의 답장. 이묵돌이 김리뷰였던 시절 그의 재기와 발랄과 돌진하는 저력 같은 것을 부러워했다. 시간이 흐르고, 읽은 책과 읽을 책이 함께 늘어나고, 나는 나대로 늙고, 읽는 일이란, 책이란, 글이란 무엇인지 한 줌 더 알게 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멀어져만 가는 동안, 김리뷰는 이묵돌이 되었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글을 쓴다. 결국 그가 가고 싶었던 길이기를.

 


 

143. 공공성

하승우 지음 / 책세상 / 2014

 

공공의 일을 하면서 공과 공에 대하여 생각할 일이 많았다. 이 앞장서고 이 뒤따르는가. 공과 공이 부딪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럴 때마다 35년 동안 응원해왔던 공 대신 이제 막, 그러나 강력하게 내 말과 글과 생각에 육박하는 공을 묵묵히 편들어야 했다. 그것은 삶의 작은 위기였다. 작아서 타넘어 가기 쉬운 위기였다. 하지만 공이 업무를 마치고 사의 자리에 와서 앉으면, 어두운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다른 공이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렇게 쉽게는 죽지 않을 거야. 끝까지 너를 괴롭힐 거야. 나는 공과 공을 다시 만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읽는 ---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1년만 닥치고 영어 / 모토야마 가쓰히로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시대의 소음 / 줄리언 반스

거꾸로 섹스 / 이금정

열 문장 쓰는 법 / 김정선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 이진우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09-1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公이 앞장서고 共이 뒤따르는가. 공과 공이 부딪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럴 때마다 35년 동안 응원해왔던 공 대신 이제 막, 그러나 강력하게 내 말과 글과 생각에 육박하는 공을 묵묵히 편들어야 했다. 그것은 삶의 작은 위기였다.˝ 오늘도 생각할 거리를 묵직하게 던져주시는 syo님.

syo 2020-09-16 20: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제가 뭘 던진다기보다 그냥 하나님께서 생각장인이신 것 같은데요.
대단하십니다 짝짝작^-^

반유행열반인 2020-09-16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요? 😢요런 거요?

syo 2020-09-16 20: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똥그란 애들은 다 귀여운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9-16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쇼님도 낚이셨다!

서재의 진짜 고수 주유와 제갈은 책장이 없다잖아요!

syo 2020-09-16 20:53   좋아요 0 | URL
낚였지만,
최고 스피드의 경공술을 펼쳐서 시간 소비를 최소화시켰습니다! 후후.

추풍오장원 2020-09-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공성에 대한 syo님의 글은 9급 신규들한테 꼭 보여줘야 할 것 같군요^^ 멋진 글입니다.

syo 2020-09-16 20: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만한 생각들은 다들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옆에서 보면 저 같은 사람보다 훨씬 생각 많아 보여요 ㅎ

han22598 2020-09-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좀 빌려줄래?˝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ㅎㅎ 그런데 저 책은 주위에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것 같네요 ㅋㅋ

syo 2020-09-18 23: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래서 못 빌려 읽으신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크게 괘념치 않으셔도 될 일 같아요....
 

  

 

적을 만한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특별하지 않은 일은 적기에 너무 많다. 홍차를 마시고 있다. 소금을 줄이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데, 줄이는 중이다. 다시 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몸을 열고 산의 콧잔등에 빛을 부었다. 그것은 이내 사라졌고 비가 잠깐 내리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빨간 고추는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저녁을 거를 셈이다. 졸리다. 리뷰 대회에 참가해보자 싶어 책을 샀다.

 




 

--- 읽은 ---



134. 회사 밥맛

서귤 지음 / arte / 2020

 

물론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기어이 기필코 기를 써도 회사란 밥맛이다. 그런 내용 아닌 건 아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먹는 밥맛에 관한 이야기다! 재미있어글도 솔찬히 쓰고(음식 묘사가 침샘을 융단폭격한다) 주인공 캐릭터 표정도 너무 귀여워서귤 작가님은 글도 그림도 둘 다 세구나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읽힐 만한데…….




 

135.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김진영 지음 / 포스트카드 / 2019

 

선생님은 노련한 강의자셨지만 아마도 쉽게 가르치기보다는 제대로 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듯. 그리고 이런저런 장소에 남아 있는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보면 체계적이라기보다는 두서없는 쪽에 가깝다. 좋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벤야민적인데- 싶달까. 하여튼 그런 저간의 사정들이 강연록을 풀어 쓴 이 책을 읽기 어려운 책으로 만들고 말았다. 구어를 옮겨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하고 모른 체해주기에는 지나치게 빈번한 문법 오류도 한몫하지만, 그냥 강연 내용 자체가 벤야민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지리멸렬에 가까운 게 크다. 결국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벤야민 개론서 가운데 제일 처음 손에 들만한 책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136. 북항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12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를 참 좋아했고,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더없이 좋아했는데, 두 시집이 각각 내 어떤 사랑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좋아했기에 시가 사랑에 닿았고, 사랑과 이어져서 시가 더욱 좋았다. <북항>은 때마침 사랑과 아무런 관계없이 읽었는데, , 좋았다. 그렇다면 그냥, 좋은 시라서 좋았던 것이겠다.

 

황현산 선생님이 해설을 통해 칭하길, ‘은유의 울타리라 하셨다. 이런, 감히 더 할 말이 없겠다.

 

 

 

137. 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

 

이런 걸 호러 소설이라고 부르는 건가? 이 장르에 관해 조예가 없다 보니 이 책이, 그리고 이 작가가 그 판에서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평하게 된 것 같아서 송구스런 마음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syo의 감상은 이렇다.

 

잔재주, 썩 귀여웠습니다.

 


 

 

138. 똑똑한 나를 만드는 철학 사용법

오가와 히토시 지음 / 전경아 옮김 / 글담출판 / 2020

 

공부법-지적 생산에 관한 기술책이다. 이 저자는 철학에서 뭔가를 띡 떼와서 실용적분야에 비비는 일을 즐기거나 그걸로 재미를 꽤 본 모양인데, 매번 느끼는 바지만 그가 말하는 철학과 실용 사이가 매끄럽게 들러붙어 있진 않다.

 

예를 들어, 지식을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정리하는 방법(이 방법 자체는 뭐 굉장한 영업비밀도 아니고 딱히 특별하지도 않다)을 설명하면서 칸트의 12범주를 가져와 붙이는데, 칸트가 12범주를 만든 것은 철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이고,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정리하는 것은 실용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칸트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카테고리 분류법의 실용성을 증명하거나 최소한 보충하는 일은 아니다.

 

나는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칸트의 분류법을 보고 아, 공부한 거 정리할 때도 이렇게 나눠서 하면 좋겠군- 하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식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을 가져와서 실용적지식 기술과 인상적으로 연결했을 수 있다. 혹은, 책으로 쓸 몇 가지 지적 생산 기술(이렇게 계속 기술 타령하는 것도 웃기다. 별것 없다.)을 먼저 정해놓은 다음 거기에 제일 덜 어색하게 갖다 붙일 수 있는 철학자와 그 사상을 찾아 매칭시켰을 수도 있다. 오가와 히토시가 낸 다른 책을 읽고 미루어 짐작건대, 후자일 것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별것 아니라는 뜻이고, 그걸 별것처럼 보이게 만들려 애썼다는 뜻이다.

 


 


139.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


한때 내가 두른 모든 고독의 치수를 재는 줄자와도 같았던 전혜린을 지금 내려놓으려고 마지막 배웅을 했다. 그를 찍은 모든 사진이 나보다 젊어졌으니 이제 약속을 지켜야겠다. 벌써 좀 늦었다.

 

 

 

 

 

--- 읽는 ---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문학사를 움직인 100/ 이한이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 이진우

마카롱 사 먹는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이묵돌

청소 끝에 철학 / 임성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 갖춘 ---

문명과 혐오 / 데릭 젠슨

프랑스 언어학의 이해 / 김이정 외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 피에르 테브나즈

/ 최희봉

복자에게 / 김금희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09-1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하늘. 멋진 하루 보내셨길. 보내시길.

syo 2020-09-16 18:55   좋아요 1 | URL
멋진 하루 보내고 계시길.

stella.K 2020-09-1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시세끼중 한끼만이라도 남이 해 준 밥을 먹으면 좋겠슴다.
어쩌다 저는 삼순이로 태어나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운명인건지...ㅠ

벤야민 강의실 읽어보고 싶네요.

syo 2020-09-16 18: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돈 있으면 남이 해준 밥 실컷 먹을 수 있는 건데 ㅠㅠ
벤야민에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뭐 ㅎ 관심 없으시면 저 책 가지고 관심 가지시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수연 2020-09-1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대가 프랑스의 언어학이라니_ 혹시 프랑스 유학 준비중?!

syo 2020-09-16 18:54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언어학에 포인트를 둔 것이어요.

미미 2020-09-1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 저거 실화입니까👍

syo 2020-09-16 18:5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런 거 정말 오랜만에 봤어요. 금방 사라지더라구요!
 


손 안의 문학, 손 밖의 종이 뭉치

 


 

 

아침에 비몽사몽 일어나서 잠 한번 깨 보겠다고 북플에 들어갔다가 성공했다. 친애하는 이웃의 서재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둘러싸고 어느 독서모임에서 벌어진 일을 읽게 되었는데, 그 모임의 선생님이라는 자의 입에서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 그런 해석은 편향된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 대박. 이건 syo2020년 하반기에 들은 말 가운데서 가장 편향된 말이군.

 

첫째. 어떤 판단 자체가 도덕적 판단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는 필요하다. 그 판단 자체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든가, 아니면 모든 판단을 판단할 수 있는 신이 있어서 이건 도덕, 저거는 정치, 그리고 요거는 그냥 개소리- 이런 식으로 딱딱 결정을 해주든가.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어떤 판단이 도덕적 판단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도덕률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고, 그 순간 메타-도덕적 판단은 그대로 하나의 도덕적 판단이 된다. ,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는 말 자체가 문학을 보는 하나의 도덕적 잣대라는 혐의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 말은 나는 신이오, 내 말을 들으시오라는 뜻인데, 설마. 결론적으로 저 선생님은 문학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는 말로써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도덕적 잣대에 자신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었다. 도덕적 잣대의 침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잣대에 쑤셔진 죽은 문학의 분노는 두렵고, 눈앞에 살아 있는 사람은 두렵지 않은 것일까.

 

둘째, 세상에는 여성주의 비평이라는 게 떡하니 존재한다. 이 모임에서는 세상에 뿌려진 별처럼 다양한 비평들 가운데 여성주의 비평만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하는 합의가 있지 않고서야, 판단의 오류나 오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의 판단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독서모임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일까? 그리고 도덕적 잣대라는 용어 자체가 어쩐지 여성주의 비평을 비평의 한 갈래로 보지 않는 듯한 느낌도 풍긴다.

 

셋째, 설령 그렇게 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아니 문학이 대체 뭐건대 지 혼자 도덕적 잣대를 피해가야 하느냐는 말이지. 문학이 할 일은 그냥 문학이다. 제 몸에 갖다 댈 잣대를 제가 고르는 일이 아니라. 두려우면 피하고, 두렵지 않으면 밀고 나갈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문학은 제 시대에 박해받다 다음 시대에 인정받기도 하고, 어떤 문학은 제 시대에 반성하고 돌아서기도 하고, 어떤 문학은 시대의 시각을 바꿔놓기도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어쨌든 자신의 시대에,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을 했다. 문학을 도덕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되는 거니까 살짝 비도덕적으로 써도 문학적 평가는 좋게 받을 수 있을 거야 헤헤- 이러면서 문학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쓸 수 있고 쓸 수밖에 없는 글들을 썼다. 그게 그가 사랑받는 이유이고, 개개의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호오를 떠나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이 문학의 역사에 크게 새겨진 이유다. 그게 작가의 일이며, 독자가 할 일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잣대를 동원해 작품의 의미를 지금 여기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창출하는 일이다. 문학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무대 위에서, 작가-작품-독자가 대사를 주고 받으며 펼쳐지는 연극이다. 작품은 그 연극을 위한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이고, 결코 독자의 위에 있거나 독자의 시각을 제약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 연극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 독자는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 도덕이건 뭣이건, 독자는 한다.

 

모든 문학은 역사성을 띤다. 지위가 변하지 않는 고전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안 탈까? 이제 고작 500년이 지났다. 500년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자이 오사무의 아우라를 벗기고 나면 사양은 쓰레기에 가깝다. 최소한 이 시대에는. 나는 사양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과, 사양이 존재하지만 그걸 쓰레기라고 말할 수 없는 세상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살라고 하면 0.1초의 고민도 없이 전자의 세상을 고르겠다.

 

 

 

우리의 모든 기술적인 진술들은 종종 보이지 않는 가치범주들의 그물조직 속에서 움직이며 실로 그러한 범주들이 없으면 우리는 서로에게 할 말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우리가 사실적 지식(factual knowledge)이라고 불리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특별한 이해관계나 판단에 의해서 왜곡된다는 것만이 아니다물론 이것도 분명히 가능하지만그보다도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이는 아예 지식을 갖지 못하리라는 것이다왜냐하면 어떤 것을 굳이 알려고 애쓸 이유가 없을 테니까이해관계는 우리의 지식을 '구성하는요소이지 지식을 위태롭게 하는 한갓 편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지식이 '몰가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판단이다.

테리 이글턴문학이론 입문


이야기'는 곧 읽기와 쓰기다반응하지 않는감정 이입 없는 글쓰기는 불가능하다그러지 않아야 더 잘 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뇌는 진공 상태다글이란 자기 생각을 외부로 물질화하는 일인데생각이 없다면생각 없는 글쓰기가 가능하고 심지어 널리 읽히는 세상이다.

정희진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문화의 불모지에서 잘난 척 날뛰고때로는 처절한 비명으로 변하는 내 아우성은 내 글의 표면을 집게손가락 끝으로 후벼팔 줄 아는 사람들많지는 않으나 내게는 충분한 그런 사람들에게만 들릴 뿐이엇다삶은 계속되고 계속되었다마치 알갱이마다 미세하게 풍경을 그려 넣은 쌀알 목걸이 같은 삶이었다모든 사람이 그런 목걸이를 하고 있지만그 누구도 목걸이를 벗어 눈에 가까이 대고 알갱이마다 담겨 있는 풍경을 해독할 충분한 인내심이나 용의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로베르토 볼라뇨칠레의 밤


 

 

 

--- 읽은 ---


 

131. 붕대 감기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고, 어떤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의미다. 우리는 저마다 감수성은 다르지만 어쨌든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지니고는 있다. 그러나 그래 봐야 그건 인간의 감각이다. 신의 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작가가 흐름의 시작점이고, 어떤 작가가 그 흐름을 거세게 만들었고, 그리고 어떤 작가부터 어떤 작가까지는 이미 존재하는 흐름에 그저 올라탔을 뿐이다- 라는 식의 자체적 판단을 할 수는 있지만, 그 판단이 객관적이거나 여지없는 진리라고 우길 수는 없다. 그건 무지개에서 노란색과 초록색의 정확한 경계를 찾으려는 노력과 비슷하다. 그런 판단조차 하나의 흐름일 뿐이다. 그 흐름이 거세어져 많은 이들이 동의하게 되고, 사회적 설명력을 지니면 패러다임이 되는 거고.

 

윤이형의 차례였다. 윤이형은 돌아와야 한다.

 

  

 


132. 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

김용관 지음 / 생각의길 / 2019

 

거의 대충 다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똑똑했던 나. 나라는 인간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33. Chaeg 2020. 7. 8.

()(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0

 

우린 모두 별에서 왔느니 어쩌니 하는 멘트는 솔직히 별 이야기 책마다 다 들어 있어서 별 이야기 아니다. <, 빛의 과학>이라는 책을 책장에 꽂아 넣었다. 근데 글 잘 쓰는 사람 정말 너무 많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문학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실을 잡지를 읽을 때면 선명하게 느낀다.

 

 

 

 

 

--- 읽는 ---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김진영

11미술 1교양 1 : 원시주의~낭만주의 / 서정욱

이사 / 마리 유키코

, 빛의 과학 / 지웅배

쓰기의 감각 / 앤 라모트

문학사를 움직인 100/ 이한이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프로이트 패러다임 / 맹정현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0-09-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무원들 봉급 깎아서 그걸로 재난 지원금 주자는 새끼들은 이제 아닥 했나요?
그 뉴스 듣자마자 사이오 님 생각이 났다는 거 아닙니까. 흑흑...
아침부터 열 받을 일이 따로 있지 그깟 다자이 때문에 뭘 힘을 주시고 그래요. ^^

syo 2020-09-11 10: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그깟 다자이‘라는 딱 다섯 글자가, 제가 써 놓은 저 양만 많은 글 전체보다 더 시원한 한방이네요!
역시 깔 놈 까는 법은 폴스타프님께 오래 배워야겠어요....

봉급 깎아서 재난지원금 주자는 논의가 있었었군요..... 진짜 쥐똥만큼 주면서..

비연 2020-09-11 13:54   좋아요 1 | URL
Falstaff님은 ‘사이오님‘이라 하고
스텔라님은 ‘스요님‘이라 하고
저랑 기타 등등은 ‘쇼님‘이라 하고.
도대체 누굽니까, 그대는...ㅎㅎㅎ

Falstaff 2020-09-11 13:54   좋아요 1 | URL
비연님,
제 댓글에 비밀 답글을 다시면, 저는 보이는데 사이오님은 못 보실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사이오‘ 멋있잖아요? 스요, 쇼 님 보다요. 저 유명한 만화 <손오공>에 초 사이언이 등장하는데요, 발음이 좀 비슷.... ㅎㅎㅎㅎ

비연 2020-09-11 13:5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쇼님한테 정체성을 물어본 댓글인데 쇼님만 안 보였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비밀댓글 풀어버림 ㅎㅎㅎㅎ 별 얘기도 아니고 해서..
사이오님이 손오공의 초사이언과 비슷해서 그렇게 부르시는군요..
영어로 쓰면 이렇게 읽을 때 각자 읽게 되는 듯^^;;; 그렇다면, syo님. ㅎㅎ

syo 2020-09-11 14:00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저는 호칭논란을 즐깁니다. 그래서 늘 저 자신은 syo라고 쓰죠. 더 헷갈리라고.... ㅎㅎㅎ

stella.K 2020-09-11 16:25   좋아요 0 | URL
전에 그냥 아무렇게나 불러 달라고 하시던데
그래서 전 스요님으로 낙찰봤다능.ㅎㅎㅎ
스요님은 다중성명자잖아요.
거 말고 또 다르게 부를 이름은 없을까요?ㅋ

단발머리 2020-09-11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대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지만, 쇼님의 위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내가 잘 꿰고 있었다면 정확하게 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텐데... <비평 이론의 모든 것>을 사기만 하면 뭐하나요. 저는 어버버 했습니다. ㅎㅎㅎㅎ 셋째,로 시작하는 문단 너무 좋네요. 문학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무대 위에서, 작가-작품-독자가 대사를 주고 받으며 펼치는 연극이라니. 이건 좀 외워서 써먹어야겠습니다.

수요일 깊은 밤이었죠. 책을 읽다가, 아니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야? 노여움에 알라딘 들어와 쇼님의 <사양>에 대한 짧은 리뷰를 읽고, 크게 안심했습니다. 그때부터 고마웠습니다.

syo 2020-09-11 10:53   좋아요 0 | URL
다자이 오사무는 시공간을 너무 타죠?
그때 그 시절 그곳에서는 울림이 컸는데, 조금씩 영향력이 작은 영역에 집중되는 느낌. 그러다 소멸할지도?

저는 좋아하지만요....

추풍오장원 2020-09-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책은 인간실격외엔 읽어보질 않았는데 syo님의 글 덕택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 문학도 있고 쓰레기를 쓰레기라 하는 비평도 있고 쓰레기 비평도 있고..저같은 사람은 그저 읽을 뿐입니다. 사양 번역은 어느 출판사가 괜찮을까요?

syo 2020-09-11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사양>은 민음사 것밖에 안 읽어봐서 딱히 드릴 만한 말씀은 없지만, 이 번역은 자체로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유숙자 선생님이야 뭐, 워낙에 베테랑이시기도 하고..... ㅎㅎ

하나 2020-09-11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는 어쨌든 자신의 시대에,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을 했다. 문학을 도덕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되는 거니까. 살짝 비도덕적으로 써도 문학적 평가는 좋게 받을 수 있을 거야 헤헤- 이러면서 문학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쓸 수 있고 쓸 수밖에 없는 글들을 썼다.” 너무 좋아서 일기장에 옮겨 썼어요. 저의 요즘 고민과도 통하는 거 같아서요.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요. 오늘도 생각할 거리에 대한 자극을 주셔서 감사합니당!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yo 2020-09-11 14:02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요즘 그런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저는 이렇게 한 번 찌끄린 다음 또 다 까먹고 으헤헤 하면서 산답니다 ㅎ
하나 님도 좋은 금요일 되시길^-^

독서괭 2020-09-11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빡침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ㅋㅋㅋㅋ 전 인간실격 그닥 기억에 남지 않아서 사양은 안 볼 것 같네요..
위에 하나 님이 옮겨 썼다는 부분 저도 좋아요~~!

syo 2020-09-12 10:41   좋아요 0 | URL
다자이 오사무는 결락이 별로 없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작가인 것 같아요.
한참 다자이앓이 하던 사람들도 때 되면 졸업하는 느낌...

문모운 2020-09-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이는 포기할 수 없다. 죽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

syo 2020-09-12 10:42   좋아요 0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모진 말을 한단 말이지....

2020-09-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붕대감기.. 공감합니다. syo님 글 늘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syo 2020-09-12 10:42   좋아요 0 | URL
쥬님 반갑습니다^-^

stella.K 2020-09-1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놈의 월간 책은 읽어보고 싶긴한데
괜히 비싸단 느낌이 들어서 안 사게 된다능...
잡지를 딱히 즐기질 않으니. 원..ㅠ

syo 2020-09-12 10:43   좋아요 0 | URL
즐기지 않으면 안 보셔도 되는 건데, 뭘 또 ‘원..ㅠ‘까지요 ㅎㅎㅎ
저는 오히려 axt같은 책은 너무 찐하고 무거워서 읽기가 힘들고, 이 정도가 적당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9-12 16: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그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알라딘의 이런 반응이 좀 놀랐습니다. 도덕적 잣대는 시대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를 보면 허클베리와 톰은 줄담배를 하죠.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1950년대에만 해도 10살짜리 꼬마가 광장에서 어른과 함께 담배를 피웁니다. 그 시대에는 어린아이의 흡연은 문제가 되지 않았죠. 쇼 님처럼 지금의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자면 허클과 톰소여는 쓰레기 문학이 되어야 합니다. 성경은 어떤가요 ? 유다는 며느리와 잠자리 가졌고, 세겜은 여자를 강간한 후 아내로 삼으려 했고, 롯은 자신의 손님을 지키기 위해 두 딸을 강간해도 좋다고 했고, 레위기는 월경하는 여자는 부정하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도덕적인가요, 불태워야 할 책인가요 ?

다자이 오사무가 사양을 쓸 때가 1946년입니다. 출간은 47년도 이지만... 이때까지도 일본은 여성투표권이 없었습니다. 패망 후 어쩔 수 없이 미국법을 따라 46년에 투표권이 주어졌을 뿐이죠. 그 시절만 해도 여성은 일종의 재산 취급을 당했습니다. 시대적 맥락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잣대로 이 소설이 비도덕적이라고 말씀하신다면 현대인은 교회도 다니면 안되죠.


syo 2020-09-12 18:07   좋아요 8 | URL
곰발님, 우선 오랜만입니다^-^

아무래도 제 글이 미숙해서 전달을 실패한 것 같은데,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모든 작품이 현대를 기준으로 한 도덕적 허들을 넘어서지 않으면 일괄적으로 쓰레기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한두 가지 기준만 적용하고 나머지 잣대는 들이대지 말라는 태도에 반대한 건데요. 어떤 사람은 작품을 평가할 때 미적 가치에 먼저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도덕적 관점(정확히는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들여다봤는데 선생님이 그건 ‘도덕적 평가‘라고 ‘평가‘하신 거지만요)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독자는 그 작품의 그런 점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어느 독자가 <사양>을 미적으로 접근하여 장점을 말했을 때, 그 선생님이 ˝그런 식의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한 잣대를 작품에 들이대는 건 편향될 수 있으니 하지 마시고, 도덕적 시각으로 한 번 보시죠.˝ 라고 말씀하실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왜 뭐는 되고 왜 뭐는 안 되냐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건데요. 제 생각에는 시대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곰발님의 말씀과, 도덕적 기준을 갖다대지 말라는 그 선생님의 말씀은 같은 견해가 아닌 것 같습니다.

10살짜리 꼬마가 광장에서 어른들과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그 책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이유로 10살짜리 꼬마가 광장에서 어른들과 담배를 피워도 된다/혹은 피워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아이들이 피는 담배를 통해 마크 트웨인이 주장하고 싶은 것(그런 게 있었을까요)과, <사양>에서 가즈코의 행동이나 선택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작품의 주제에 가깝잖아요)은 그 비중이 달라서, 읽는 이도 다른 비중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이 시대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내용이 있는 책이라고 해서, 그 책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의 평가 기준은 너무 다양하고, 오늘날 관점에서 다소의 도덕적 결함이 있더라도 그걸 상쇄하거나 침묵시킬 만큼 뛰어난 가치를 보유한 작품들이 잔뜩 있으니까요. 톰 소여의 모험도, 성경도, 불태워야 할 책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유다와 세겜의 행위가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부도덕하다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읽을 때 도덕적 기준을 들이댈 수 있지 않느냐는 거죠.

그 선생님이 ‘도덕적 잣대‘라는 말씀을 하시는 바람에 계속 도덕을 놓고 이야기하게 되어 좀 웃긴데, 저는 사실 서재 이웃님이 한 평가는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정치적 평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양>이 비도덕적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파국을 헤쳐나가겠다고 정치적 약자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씌우고 부당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법을 택한 정치적으로 치졸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지요. 딱 한번 읽고 이런 판단을 내린 게 섣부른 결론이라든가, 다른 기준으로 보면 <사양>은 훌륭한 점이 많다든가, 혹은 네가 책을 이렇게 저렇게 잘못 읽어서 네 잣대를 놓고 봐도 이 책은 그리 쓰레기가 아닐 수 있다든가, 그런 비판었다면 제가 아마 군소리없이 그렇군요-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또 이 책을 읽고 제 견해가 바뀔 수도 있고......

최근에 김초엽과 문목하를 놓고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다시 느낀 건데, 정말 사람마다 책 읽는 방법은 다양하고 평가하는 잣대의 좌표나 크기도 다르더라구요.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 쓰레기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은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저는 그저 입 다물라는 소리 듣지 않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싶지, 다른 독자들 역시 저처럼 이 책을 쓰레기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도 없어서요.

시대적 맥락을 읽어야 한다는 곰발님의 말씀에 당연히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제 말이 이렇게 길어지는 거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20-09-12 18:25   좋아요 5 | URL
아, 그렇다면 < 사양 > 에 대하여 어느 독자가 ˝ 페미니즘적 비평 ˝ 으로 이 작품을 독해했더니 선생이 패미니즘적 비평을 단순히 도덕적 잣대‘로 폄훼했다는 의미로군요 ? 그렇다면 그 선생이 ˝ 선생질 ˝ 을 한 거죠. 비평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니깐 말이죠. 마르크스적 비평, 정신분석 비평, 페미니즘 비평 등등....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죄송.


+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 << 사양 >> .. 아, 주인공 이름이 가물가물.. 하여튼 여성 주인공을 단순히 남성 작가의 판타지가 만든 인물이라기보다는 안타고니스트로서의 독립적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는 일본에 남자가 전멸했습니다. 젊은 남자는 전부 전쟁터에서 어마어마하게 죽었거든요. 당연히 결혼할 젊은 남성은 다 죽고, 마약중독이거나 늙은 남자밖에 없어ㅛㅆ죠. 남자는 여자와 결혼하기 쉬운 반면 여자는 결혼하기 힘들었죠. 그런 상황에서 여성 주인공은 유부남의 아이를 낳아 첩일망정 이 시대를 혁명하고 싶다는 결의를 합니다. 그냥 마냥 착한 여성(캔디형 인간)이 아닌 거죠. 오히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서예지 같은 안타고니스트죠. 뭐,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주말 잘 보내ㅣ십시오..

syo 2020-09-12 18:33   좋아요 2 | URL
곰발님이 이렇게 깔끔하게 한 줄로 정리하실 말을 전 한 바닥을 썼군요...ㅠㅠ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까요;;

추적추적 비도 내리는데, 곰발님도 주말 잘 보내시고 코로나 조심하소서...

AgalmA 2020-09-12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판적 서평을 썼다고 출판사가 실질적 제재를 취할 정도로 제가 느끼기엔 한국은 비판에 대해 1%도 용인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판매와 연결되는 비판에 대해서는 더욱 그럴 테지만, 비판이 악플이 되는 것도 한 끗 차이고, 비판과 악플의 기준도 각자 느끼기 나름이니 참 어렵죠.

각자 소양이 다르니 여러 감상 포인트가 나올 것이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각자의 몫이겠죠. 그러나 자신이 옳다라는 걸 선점하고 말이든 글이든 휘두르진 말아야겠지요. 저도 누누히 명심해야 할 점이고요.

표현의 자유만큼 해석의 자유도 열어두면 좋겠습니다.

syo 2020-09-14 18:0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참 어렵지요?
열심히 조심하고 살아야겠습니다.

2020-09-12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4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No Game

 

 

1

 

별일 없이 또 하루를 살았다. 아픈 데는 없었지만 웃을 일도 없었다. 집 밖으론 나가지 않았다. 짐작건대 몸은 약해지고 있고 확신컨대 살은 찌고 있다. 단문을 쓰면 구슬퍼 보이지만 그건 기분 탓. 웃을 일도 없었지만 슬플 일도 없었다. 읽었고,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그렇다. 읽는 일은 서두르고 쓰는 일은 미룬다. 보통 나라면 이쯤에서 바람이나 비 이야기를 꺼내겠지만, 뜬금없이 바다 이야기가 나오면 그야말로 syosyo한 거겠지만, 오늘은 그런 단어를 쓰지 말아야지. 여기까지 적어놓고 보니까 계속 구슬퍼 보이지만 그건 문장 탓. 점심 먹고 좀 더 읽어야지.

 

 

 

2



욕망과 공부." 캐서린이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그것뿐이죠안 그래요?"

스토너가 보기에는 딱 맞는 말 같았다이것이 그가 살면서 터득한 것들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존 윌리엄스스토너


욕망하지 않는 법을 욕망하던 시기를 통과하자 나는 부상병이 되어 있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 욕망을 인정하고 살게 되었는데, 사실은 욕망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욕망에 대한 패배를 인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요리보고 조리봐도 보통 사람이라 욕망의 아가리에 입마개를 채울 만한 역량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 그러니까 결국 내 꼴리는 대로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자제력과 인내력이 부족하다고 자백하는 것인데, 그렇게 말하면 굉장히 없어 보이니까 그냥, 욕망을 인정하려고- 따위의 그럴싸한 문장을 훔쳐 와 찌라시를 뿌리고 프로파간다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 욕망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었나? 내 안에 있었나? 내가 내 욕망을 마주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저 욕망하는 나를 봤을 뿐이고 행동하는 나를 봤을 뿐인데. 내 뒤에 혹은 내 안에 욕망이라는 물건이 있어서 나를 개처럼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는 식의 말은 확인된 사실인가? 그럼 나는 지금껏 무엇에 계속 지면서 여기에 도착한 것일까.

 

욕망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고, 그냥 욕망하는 내가 있었고, 나는 그런 나의 패배를 내뱉기 싫어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의 승리를 말한 것도 같다. 왼손이 가위를 내고 오른손이 바위를 냈으니 오른손이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왼손이 지고 내 오른손이 이길 동안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느냐고 묻는 말에, , 왼손이랑 오른손이 싸워서 오른손이 이겼어- 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농담과 자조를 하고 있는 것이지 실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별일 없이 그럭저럭 지냈어. 뭐 좀 심심했지. 이긴 욕망 같은 건 없다. 그냥 별일 없이 그럭저럭 지내는 나만 있다. 뭐 좀 심심한 나만이 존재한다.

 

그나저나, 욕망만큼이나 공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 읽은 ---

 


128.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

 

이주윤 선생님. 유추해보건대 syo와 동갑. 인생에 대해 syo와 비슷한 견해(“청소년 시절에도 내 인생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이때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팔자가 꼬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를 지니고 있음. 심지어 문장에 대한 관점(“모든 책에서 공통으로 조언하길, 말하듯이 쓰되 단문을 사용하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글을 써보았다. 과연 쉽게 읽히기는 하였으나 경상도 남자의 일기장처럼 영 재미가 없었다. 버리자.”)은 마치 한 사람의 왼손과 오른손처럼 syo와 착 달라붙는, 재밌는 와중에 왠지 서글프고, 치열한 와중에 어쩐지 느른한,

 

syo는 이 선생님이 팔리는 작가가 되면 좋겠다.

 

 


129.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

 

[운동]

1.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2.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

 

이정연 선생님은 운동으로 운동을 하고 계셨다. 남자의 운동은 그저 운동이지만, 여자의 운동은 그대로 운동이 되는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특히 근육 운동 장르에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시선과 편견의 장벽이 거대한지라, 운동이 없을 수는 없을 듯. 운동을 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바로 운동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퍽 재미있고 뜻하는 바도 크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은 개인적 문제가 정치적 문제라는 뜻 이외에도, 묵묵히 해나가는 개인적 운동이 정치적 운동이 된다는 뜻이기도 한가 보다.

 

그나저나 알고 보니 세상에는 두 종류의 통장이 있는 것이었다. 금융통장과 근육통장. 종성만 다른 이 두 통장은 자본주의와 백세시대가 콜라보 된 이 자주 빡세고 종종 빡치는 빡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건으로서, 둘 중 하나만 잔고가 간당거려도 인생사가 심히 고달파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두 통장을 동시에 땅땅하게 배 불리는 일이 불가능은 아니지만 불가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쯤은 되잖아. 그럼 일단 하나씩 처리해야겠는데, 내가 아무리 구르고 구른들 내 월급 주는 사람은 인사만 할 뿐 인상은 해주지 않는바, 그렇다면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되겠어?

 

하여 맘먹고 케틀벨을 사보았다. 근데 너무 무거운 걸 사버려서 들었다 놨다 빼고 뭘 제대로 하지를 못하는 서글픈 상황에 봉착. 스윙까지는 근력이 조금(거짓말) 더 필요할 듯하다. 운동하려고 케틀벨을 샀는데 케틀벨 하려고 운동을 할 판이다.

 

가끔 운동도 그냥 돈 주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뭐 임마? 하며 이정연 선생님이 케틀벨 들고 후드려패러 달려오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30. 다소 곤란한 감정

김신식 지음 / 프시케의 숲 / 2020

 

제일 많이 든 생각은, 대체 여기에 마침표를 왜 찍느냐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수도 없이 하느라 읽기의 흐름이 자꾸만 달아났다. 간결한 문장, 쉽게 와닿는 사유를 담은 책인데도 끝까지 읽어내는데 정말 오랜 시간과 공력이 들었다.

 

syo는 스스로 타인의 문체에 관대한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한 페이지를 세 문장으로 채우는 소설도 하하하, 마침표 하나 찍으면 한 권이 끝나는 소설도 허허허, 소위 ’,‘를 보이는 들로 가득 찬 문장도 호호호 넘길 줄 아는 호방한 독자였는데, , 마침표 이렇게 찍는 문장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 점들이 내 생각에 와서 쾅쾅 찍히는 바람에 나는 자꾸만 멈춰서 한숨을 쉬고……. 안 맞다, 나랑은 진짜 안 맞다…….

 

그럼에도 감정과 심정에 관한 사회학이라는 차림은 먹기에 썩 괜찮았다. 워낙 감정적인 인간이 돼놔서, 감정 때문에 곤란한 일이 다소를 초월한지 벌써 오래다. 부제에 매달린 섬세한이라는 수사가 적확한 것이, 내가 지나쳐온 감정에 대해서는 너무 날카롭게 와닿았고, 내가 모르는 감정에 대해서는 아, 그런 게 그런 거로구나- 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만큼 뾰족한 핀포인트 조명을 던져 놓은 듯. 그러니까 요는, 패가 모 아니면 도뿐인데 마침표 때문에 쉴새 없이 뒷도가 몰아치는 윷놀이판 같은 책이었다고.

 

 

 

--- 읽는 ---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김진영

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 / 김용관

붕대 감기 / 윤이형

회사 밥맛 / 서귤

Chaeg 2020. 7. 8. / ()(월간지) 편집부

11미술 1교양 1 : 원시주의~낭만주의 / 서정욱

 

 

--- 갖춘 ---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 이진우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김재인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7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0-09-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슬퍼 보이는 게 기분 탓 문장 탓이라니 다행이네요~
마침표가 대체 어디에 어떻게 찍혔길래..?? 궁금궁금

syo 2020-09-11 08:3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기회되면 한 번 읽어보세요. 써 놓고 보니 욕만 한 것 같지만 실은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9-0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보니 제목에다 괜히 마침표 찍고 아무데나 ... . . 하는 스스로를 괜히 돌아보게 됩니다... 왜 이리 생각이 많으세요. 나도 괜히 생각이 많아질락말락아일락

syo 2020-09-11 08:35   좋아요 1 | URL
저 정도 잡생각은 멍때리다보면 슥-하고 하게 되는 거잖아요 ㅎㅎㅎㅎ 다른 때에 비해 특별히 생각이 많은 나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발머리 2020-09-0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춘‘의 책이 ‘읽은‘으로 가는데는 어떤 메카니즘이 있을까요? 요기 위에 두 책의 리뷰도 엄청나게 궁금하거든요. 기다릴께요!

syo 2020-09-11 08:35   좋아요 0 | URL
너무 간단한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바로 ‘읽는‘ 거죠..... 말은 간단하다.

얄라알라북사랑 2020-09-1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일은 서두르고 쓰는 일은 미룬다.˝
이 문장에 격하게 공감입니다!!

syo 2020-09-11 08: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안 돼요, 그런 문장에 격하게 공감하시면 ㅎㅎㅎ

공쟝쟝 2020-09-1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체에 대해 탐구한적은 없으나,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먹는 것 같아요. ㅋㅋㅋ 곤란한 감정도 읽으면서 가독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며 ㅋㅋㅋ (뚝뚝 끊겨서 한번에 안읽어지니까 어쩐지 더 생각하며 읽게 된다는 느낌이었어요) 섬세한 생각, 생각에서 한번 더 생각한 생각들이 좋았던 책이었어요.
생각해보니 나 문체 진짜 안보는 사람이었던게 제2의 성 을유로 읽으면서도 왜 잘 안읽히는지 눈치 못챘었다...

syo 2020-09-11 08:34   좋아요 1 | URL
아마 그렇게 읽으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었겠으나, 모든 독자가 저자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뚝뚝 끊긴 자리에서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 생각이라는 게 ‘대체 왜 이렇게 계속 점을?‘ 하는데 그치고 말아버리니까 오히려 도움이 안 됐달까요. 작가가 독자를 위해 생각의 자리를 마련해줄 수는 있곘지만 생각의 형태까지 지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그냥 저랑 안 맞는 책이었던 거죠.

그래도 쟝님 같은 독자가 있으니 작가님의 의도는 성공에 가깝지 않나 싶고.

하나 2020-09-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케틀벨로 가기 전에는 세라밴드가 유용합니당 ㅋㅋㅋ 인터넷에서 이삼천원이면 사요. 일년동안 운동만 배웠을 때가 있었는데, 체력이 안되어서 세라밴드로 하는 스쿼트만 두달 정도 했더니 케틀벨도 되더라고요 ^^ (이렇게 일부에만 반응해도 되는 것도 Syo님 글쓰기 ㅋㅋ)

syo 2020-09-11 08:31   좋아요 1 | URL
세라밴드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뭘 사든 사 놓고 안 하는 건 똑같아서 ㅎㅎㅎ

2020-09-11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1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