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들러B

 

 

 

1

 

맥주 안주로 사 놓은 양 많고 저렴한 PB 과자 몇 봉과 싸랑해요 밀키스 한 통을 남겨두고서 은 다시 일터가 있는 오송으로 내려갔다. 집에 오면 그는 반드시 맥주pet 한 통을 구매한다. 그러고 나서 며칠동안 나눠 먹겠노라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선언한 후, 처음 병뚜껑을 돌린 자리에서 끈기 있게 한 통을 다 비우는 패턴의 반복이다. 그러고는 배를 슥슥 만지며 아, 또 다 마셨네, 정신력이 이렇게 약해서야- 하며 유체이탈화법으로 스스로를 비난하는데 말과 반대로 표정을 보면 자신이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뒤이어 다음에는 이렇게 무식한 통 안 사야겠다며 소리내어 다짐하지만, 그 때가 오면 넌 어차피 500ml 캔 4개 살 거고 오사는 결국 이십이겠지. 그럴 거라는 걸 저도 알고 나도 안다. 내가 모르겠는 건 지 돈 내고 지가 사 먹는 애가 대체 왜 계속 저러는지다. 근데 사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2

 

우리 집 군것질거리 사정은 왜 이렇게 늘 극단적인지, 풍년일 때는 식빵, 크로와상, 감자칩, 나쵸, 초콜릿, 시리얼, 컵라면, 견과류, 두유, 탄산수, 콜라 뭐 없는 게 없다가도 막상 없을 때는 냉장고에 콩나물만 있다. 근데 참 희한한 건, 늘 흉작 중에 체중계는 고점을 찍는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면 참을 수 없는 빡침의 군세가 온몸을 짓밟고 나는 비명 같은 욕을 지른다. , 배고파 뒤지겠는데 배 나와 뒤지겠네?! 산처럼 쌓아 놨던 먹을 것들 죄다 어디로 사라지고 이렇게 나만 남아 홀로 무거워…… .

 

알았다. 다 알았어.

 

이 모든 게 처음부터 다 연결되어 있었어.

 

 

 

3

 

그러는 와중에 또 살아보겠다고 비타민은 챙겨 먹고 있는 syo. 비타민B는 왜 노랑색이어야 하는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지가 노랑색이면 노랑색이지 먹은 사람 오줌까지 개나리 만들 건 또 뭔지 늘 불만이었다. 카레 먹고 오줌 눈다고 누런 오줌 나오는 것도 아닌데, 비타민 지가 무슨 대-단한 일 하신다고 물에 녹여도 정체성 내려놓을 줄을 모르는가. 나는 진짜 졸다가 형광펜 마신 줄.

 

 

 

4

 

취나물을 좀 사서 반은 무치고 반은 찌개에 넣었다. 취나물과 된장은 언제나 좋은 친구.

 

취나물은 봄에 먹어도 맛있지만 봄을 기다리며 먹어도 맛있다.

 

 

 

 

--- 읽은 ---



27.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

 

다른 상들은 그럭저럭 무시하고 잘 버티는데, 희한하리만치 퓰리처에 약하고 아쿠타가와에 약하다. 심지어 60년 전의 아쿠타가와조차 이렇게 강할 줄이야. 병인가 하노라.

 

좋았다는 이야기다. 여긴 좋군 싶은 데만 따 놓으려 했는데, 책 거의 절반 정도를 다시 타이핑하게 됐다. 사야겠다.

 

안 그런 소설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저마다의 이유로 헐벗고 헐거운 마음들이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죽거나, 살거나, 죽는 방식으로 살거나, 사는 모양으로 죽어가거나 하는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늘 짙고 무겁다. 저 마음은 나와 달라서 짙고, 또 저 마음은 나와 닮아서 무겁다. 혹은 그 반대다. 저 마음이 끝내 죽어버려서 나는 대신 살겠고, 또 저 마음이 박차고 살아나가서 나는 역시 살겠다. 혹은 그 반대다.

 

2018년 이 책 출간 당시 좀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웃 D님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읽어 보신 것 같은데, 그분 리뷰에서 이 책, 탈탈 털렸다. 그런 꼴 당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가 있었다. 독서의 막전막후가 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행복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그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 행복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잘못된 행복을 잡으면 그건 손바닥 안에서 금세 불행으로 바뀌어버려아니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행이 몇 종류인가 있을 거야분명그리고 사람은 거기서 자기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는 거지정말로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면그건 너무 잘 맞아서 쉬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행복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시바타 쇼그래도 우리의 나날


 

 


28.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홍승은 지음 / 낮은산 / 2020

 

리뷰라는 걸 오랜만에 썼더니, 읽은 책에 기록하는 걸 깜빡함. 뭔가 절절함을 넘어 절절매는 느낌의 리뷰를 써놓고는 좀 지나쳤나, 너무 많은 말을 내뱉었나 잠깐 걱정했지만 실은 예상대로 아무 일도 없어서 좋았다.

 

요는, 어떤 개념을 개념의 자리에 말뚝 박아 그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돌게 만드는 일은 권력적이라는 것. 어떤 관계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이 그 관계 바깥에서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그 모양이 비판이건 비난이건 결국은 추측 혹은 추론으로 자리매김 하(여야 하),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지향하는 정치적 과녁을 맹목적으로 노리다 자칫 남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깥의 소란이 고요한 일상에 부딪힐 때마다 차곡차곡 질문을 쌓았다. 정말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 왜 이성애 일대일 연애만이 '정상'이라고 믿게 되었을까, 왜 사랑의 종착역은 결혼이어야 하며, 왜 그 사랑은 종종 폭력과 억압과 통제와 같은 얼굴이 될까. 그렇다면 사랑은 뭘까. 왜 사랑은 꼭 연애라는 이름표를 달아야 하며, 왜 우리는 영혼의 반쪽을 찾아야 온전해진다고 믿게 된 걸까. 왜 나를 돌봐 주던 무수한 관계 중에 연인과 가족만이 가장 가치 있는 관계로 인정받을까. 질문을 좇다 보면 결국 다시 묻게 된다. 내가 이상한지, 아니면 세상이 이상한지 말이다. 뒤엉키며 자라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질문을 놓지 않는 수밖에 없다.

_ 홍승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읽는 ---

마르크스주의의 기초와 그 고전적 전통 1 /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여성의 글쓰기 / 이고은

알고리즘 라이프 / 알리 알모사위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손기은

헤겔 / 테리 핀카드

무질서의 효용 / 리처드 세넷

단단한 지식 / 나가타 가즈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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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27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쩔. 배 고파도 안 뒤지고 배 나와도 안 뒤진 syo님이 된장 무친 취나물로 유혹하시네. 난 취나물 별론데 봄을 기다리며 먹는 취나물이 맛있다고 하니, 봄을 맞으러 먹으러 마트로 달려가야 하나 싶음요 ^^;; syo님이 읽는 책은 당최 내 발길에 닿지 않는 것들인데, 오늘은 시바타 쇼 문장이 발에 걸려 낚시질해갑니다~~~ 아직 안자는 시간 맞죠???^^

syo 2021-01-27 12:20   좋아요 1 | URL
당시에는 안 자는 시간이었지만 자고 나서 발견했네요.....
처음 무쳐봤는데, 처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밥 때 아닌데도 꺼내서 냠냠 먹어치웠더니 한 끼 먹고 사라졌습니다.....

바람돌이 2021-01-27 0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맨부커상에 항상 약합니다. 이 상 받은 작품들은 다 좋아하게 돼서 무조건 손이 가더라구요. ^^ 군것질거리 얘기를 보다보니 우리집 냉장고가 확 떠오르네요. 냉동실을 가득 채운 군것질 거리들이 이밤 또 저를 유혹하지만 꿋꿋하게 참으렵니다. 요즘은 에어프라이어 때문인지 냉동 군것질거리들이 너무 훌륭해서 집안 군것질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

syo 2021-01-27 12:21   좋아요 1 | URL
저는 마치 에어프라이어랑 함께 태어난 인간처럼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합니다.
쟤 때문에 심혈관계질환 생기는게 아닐까.....

좀 신박한 군것질거리를 찾고 있는데, 취나물 된장무친이 뜻밖에 군것질할만 했습니다. 이제 밥반찬으로 군것질을하는 지경에 들어섰네요;;

단발머리 2021-01-27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혼자 크게 웃었네요. 나만 남아 홀로 무거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 웃음 주신 쇼님에게 감사를!!

syo 2021-01-27 12:22   좋아요 1 | URL
나는 너무나 진지했습니다..... 웃음이 1도 나질 않았어 😣

다락방 2021-01-27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 돈 내고 지가 사 먹는 애가 대체 왜 계속 저러는지‘ 를 저는 아주 잘 알겠는데 말입니다. 이 문장이 오늘의 힛트다 힛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1-27 12: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보편적 감정이었어요? ㅋㅋ

수이 2021-01-27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취나물의 맛을 아는 그대는 진정한 주부! 캬~ 오늘 저녁에는 취나물을 무쳐야겠소!

syo 2021-01-27 12:26   좋아요 0 | URL
취나물 파동을 일으키자! 으하하하

독서괭 2021-01-2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책 탈탈 터신 그 리뷰 저도 기억납니다ㅋㅋㅋ syo님이 좋다고 하셔서 일단 보관함에 담은 뒤에 D님 리뷰 찾아보고 깨달았네요 저책은 안봐야지 했던 결심을 ㅋㅋㅋ
늘 syo님의 글소재를 제공해주시는 삼님께 감사합니다!ㅋㅋ

다락방 2021-01-27 10:54   좋아요 1 | URL
탈탈 털어서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1-27 12:27   좋아요 1 | URL
삼 님은 아무래도 syo의 글쓰기 소재로 쓰이기 위해 태어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것 이외에 명징한 존재이유를 찾기가 어렵네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제목은 비타민B에서 나온 것이로군요... 지지...

syo 2021-01-27 12:28   좋아요 1 | URL
더럽지만 청명한 노랑색입니다. 색깔 자체가 기분이 나쁜 건 아닌데, 형광펜 그으며 겨우 머릿속에 집어 넣은 게 그렇게 녹아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상하는 거지요....

레삭매냐 2021-01-27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만 무거워에서 그만...

시바타 쇼의 책은 어느 팟캐에서
신모 평론가가 하도 갠춘하다 해
서 잔뜩 기대를 하고 만났었는데
시절이 마이 지나서 그런지 어쨌
는지 제 갬성하고는 맞지 않더군요...

역시 책과의 인연은 다 따로 있는
가 봅니다.

syo 2021-01-29 15:08   좋아요 0 | URL
저 책 나왔던 당시에 레삭매냐님이랑 비슷한 평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저들의 감성을 공감하긴 어려웠는데, 뭔가 알듯말듯 간질간질한게 있어서 좋았달까요.
원래 확 알겠는 것보다 알듯말듯 한 것들이 더 끌리잖아요..... 나만 그런가?ㅋㅋㅋㅋ

scott 2021-01-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좋아요 ෆ 매냐님댓글에만 누르고 갑니다. ㅋㅋㅋㅋ 시바타쇼 반백년훌쩍 넘어버린 시대 공감 못한 1人ㅋㅋㅋლ(‘ڡ`ლ)

syo 2021-01-29 15: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런 이모티콘은 어디 매장 같은 데서 사 오시는 거예요?

나무처럼 2021-01-2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마저 재밌어요.ㅋㅋ

syo 2021-01-29 15:06   좋아요 0 | URL
댓글이나마 재밌는 건 이웃님들의 역량이지요 ㅎ

noomy 2021-01-2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 연필 스태들러가 이렇게 활용 되는군요 ㅋㅋㅋㅋ

syo 2021-01-29 15:06   좋아요 0 | URL
저의 최애 형광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ㅎㅎㅎㅎㅎ 네모넙덕한 그 그립감...

감은빛 2021-02-2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아시겠지만, 비타민은 인체에 필요한 양보다 많이 들어오면 죄다 오줌으로 배출됩니다. 그게 몸에 쌓여서 악영향을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오줌이 늘 노랗게 나온다는 것 불필요하게 많은 양을 비싼 돈 주고 먹고 있다는 의미고 되기도 하지요.

어딘가에서(아마도 유튜브) 들은 의사 말로는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판매하는 비타민들은 대개 필요한 함량보다 훨씬 많이 담고 있대요.

지금 드시고 있는 비타민B 함량과 1일 권장량을 한 번 살펴보세요.

저는 원래 비타민 따위 쳐다도 안 보고 살다가 교통사고 이후 의사 권유로 비타민d와 칼슘을 먹고 있어요. 비타민d도 샛노랗더라구요. 근데 저는 오줌으로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syo 2021-03-01 11:24   좋아요 0 | URL
식사가 좀 시원찮은 편이라서, 영양제는 몸에 해만 없다면 뭐 일부 흡수되고 대량 방출되도 안 먹는 것 보다는 낫다는 마음으로 먹고는 있습니다...... 뭔가 삶의 방식 자체를 전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좋은 충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_^
 

  

봄날 가부장의 코골이

 

 

 

1

 

전공 이야기만 나오면 눈알이나 데굴데굴 굴리는 신세에서 탈출하고 먼 옛날 초라하게 말라 죽어버린 공대생의 야성을 회복하겠다는 포부 아래, 2021syo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바로 <반도체 책 읽고도 리뷰할 수 있는 남자>였는데, 그중 현재까지 달성한 것은 남자. ……, 첫술에 배부른데? 나머지는 쉬엄쉬엄 해 보기로…….

 

그러고 보니 전에 한 이웃께서 반도체 책 리뷰하시는 거 보고 기함한 기억이 있다…….

 

 

 

2

 

아주 어릴 적에, 아이들에게 슬기로운 생각을 전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는 이야기들이 잔뜩 든 두꺼운 만화책을 가지고 있었다. “명줄이나 부지하려거든 놀 생각 말고 그저 쉴 새 없이 열심히 일이나 해라 이 아랫것들아”(개미와 배짱이), “목숨을 구해줬으면 갚을 때도 목숨 정도는 내놓아야지 이 미미한 것들아”(은혜 갚은 까치), “살던 대로 쭉 살아라, 깝치지 말고 이 무지렁이들아”(서울쥐와 시골쥐).

 

그 책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어느 겨울날, 한 굶주린 남자가 제비 나는 거 보고 드디어 겨울이 끝나는구나 싶어 한 벌 뿐인 겨울옷을 팔아 그 돈으로 신나게 술과 고기를 사 먹은 거라, 근데 그럴 리가 없지, 다음날 한파는 여지없이 몰아치고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면서 남자는 마지막 힘을 모아 어제의 그 제비를 원망해보는데, 자세히 보니까 저쪽 구석에 그 제비도 얼어 죽어 있더라- 하는 이야기. 어린 syo는 역시 이 이야기도 한없이 고까왔지만 그래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그건, 봄은 올 때까지 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은 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라는 문장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어떤 클리셰로 쓰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저 문장을 보고 어떤 시련의 끝과 새로운 행복의 시작을 자동적으로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그런가, 한참 춥다가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따뜻한 날을 만나면, 이 온기가 사실 겨울의 후퇴를 뜻하는 게 아니라 기후 위기의 습격을 의미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말을 꼭 하게 되는 것 같다. “, 봄이네 봄.”

 

안녕? 봄이야, 헤헤. 나 없는 동안 잘 지냈니?

 

 

 

3

 

우리 집-도보-전철-전철-도보-토익 시험장 경로로 총 45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네이버가 알려줬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침 920분까지는 입실해야 하는데,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동 시간을 넉넉히 한 시간으로 잡으면 820분까지는 나가야 하고, 그러면 최소 720분에는 일어나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문제는 근래 syo의 수면 패턴이 03:30-09:30으로 고착되었다는 데 있었다. 아무래도 720분까지 일어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일어나면 몸뚱이는 일으켜도 뇌는 여전히 베개 베고 있을 각이라, 오랜만에 집에 온 에게 아침에 시험장까지 태워주십사 공손하게 요청해보았다. 차로 가면 20분 안으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고 강조했지만, 은 시험장이 어딘지 물어보기만 하고 위치 검색도 해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서울은 차 끌고 다니기 정말 위험한 도시야, 라고. 위험이란 어떤 것인지 즉시 가르쳐주고 싶은 욕망이 불처럼 일었지만 잘 참아냈다. 그래도 내가 아침에 깨워는 주께, 몬 일나서 시험 몬 보면 안 되지. 그러면서 자기 핸드폰을 이래저래 만지는 .

 

패턴이 왜 패턴이냐 하면 애를 써도 벗어나기 어려워서 패턴이다. 일찍 자리에 누웠지만 아니나 다를까 잠들지 못했다. 전날 아침 11시까지 자고 일어났던 역시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 같더니 2시를 넘어서자 코를 골기 시작했다. 핸드폰 시계로 3시까지는 확인했는데, 어떻게 정신줄이 겨우 끊어졌다가 알람 듣고 일어났다. 은 여전히 코를 골고 있었고 그의 핸드폰은 아예 울리지도 않았다. , 어제 핸드폰 만진 거 그게 알람 설정한 게 아니라 주식 확인한 거였구만. 나는 씻고, 커피를 마시고, 빵 한 조각을 욱여넣고, 준비물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마스크를 차고, 820분에 집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소리를 난 널 믿어 잘 할거야 화이팅으로 애써 통역해보았다.

 

1210. 시험장을 나오며 핸드폰을 켜고 음악을 틀었는데 가수가 한 음절을 내뱉기도 전에 전화통이 울렸다. 이었다. 나는 찡한 감동을 느꼈다. , 이 새끼, 아침에 미안해서 차 끌고 근처에 데리러 왔구만 이거! 나는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syo : .

- 三 : , , 니 왜 전화기 꺼놨노.

- syo : ……뭐라카노, 니 토익 시험 안 쳐봤나.

- 三 : ? 시험 언제 끝났는데?

- syo : ……지금.

- 三 : ? 이상하네. 11시 끝나는 거 아니었나?

- syo : ……11시면 뭐 듣기는 끝났겠네.

- 三 : ? 9시에 시작해서 두 시간이면…….

- syo : ……내는 니한테 시험 시작이 9시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 三 : …….

- syo : 950분이라고 임마.

- 三 : ……맞나.

- syo : 내가 니한테 920분까지 데려다주면 된다고 어제 분명히…….

- 三 : , 그래, 어쩐지 좀 이상하더라.

- syo : ……그래서 니 지금 어딘데?

- 三 : ? 집이지.

- syo : ……와 전화했는데?

- 三 : 아니, 나는 11시 끝나는 줄 알고, 언제쯤 오나 싶어가 전화했지.

- syo : 그게 와 궁금한데.

- 三 : 어제 니가 오늘 점심 차린다매. 배고프다 빨리 온나.

- syo :……?

- 三 : , 근데 오늘 메뉴 뭔데, 기대하고 있다.

  

밥하러 들어가는 언덕길은 어찌나 봄이던지, 슬프고 따스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함께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가는 문화는 수동적인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에서 나옵니다신뢰는 신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자연조건에서 비롯되지도 않습니다사람들이 삶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노력하면서 서로 쌓아가야 해요서서히 발전시켜야 합니다덴마크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수 세기 동안 쌓여온 것이죠협동조합 문화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에."

오연호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몰입 상태를 하이데거는 퇴락이라고 옮기기도 하는 탐락(耽落)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몰입하고 있는 배역과 가면은 이 세계가 주었습니다이것들을 벗을 수 있느냐 없느냐이것들이 올바른가 아닌가와는 별도로 우리는 가면을 쓴 자신을 본래의 자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이 세계에 '기투'되어 어떤 배역에 따른 자기를 '탐락'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 배역이 이미 세계에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은, ''의 의미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가 아닌 '세계'라는 뜻입니다더구나 세계는 인격을 수반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에실제로는 세계에 존재하는 타인이 내가 보이는 방식을 결정할 것입니다.

다카다 아키노리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 

 

-무감하다관심이나 감각이 없다.

-다감하다감정이나 감수성이 풍부하다.

유선경어른의 어휘력

 

 

 

--- 읽은 ---



23. 궁금했어, 뇌과학

유윤한 지음 / 나수은 그림 / 나무생각 / 2020

 

나도 나도 궁금했어! 이러면서 골랐다. 애기들 보는 책인 줄 까맣게 모르고서 사이언스 틴스’ 6권을! 30분쯤은 읽었나?

 

밀리의 서재의 단점이 이거다. 책을 신중하게 고르지 않는다는 것. 빨리 결혼한 친구는 지금 틴스를 기르는 마당에 사이언스 틴스라니……. 알찬 것 같긴 한데, 사실 이 책이 어떻니 저떻니 판단하기가 쑥스럽다. , 말투도 삽화도 편집도 다 귀엽긴 했다.

 

사실 금이든 실리콘이든 무언가를 뇌에 심으면 상처가 나고 흉터가 생겨이런 흉터는 뇌와 컴퓨터 사이에 주고받는 전기 신호를 방해할 수도 있어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뇌에 이식해도 흉터를 만들지 않는 특수 물질을 개발하려고 애썼어덕분에 먼지처럼 작고흉터도 만들지 않는 물질을 뇌에 심을 수 있게 된 거야만일 내 머릿속에 이런 먼지를 뿌려 인터넷과 연결된 뒤뛰어난 인공 지능을 내 것처럼 쓸 수 있게 된다면 놀라운 세상이 펼쳐지겠지?

유윤한궁금했어뇌과학

 

 

 


24. 다시, 헤겔을 읽다

이광모 지음 / 곰출판 / 2019

 

헤겔의 전체 철학에 대한 입문서는 아니고, 정신현상학만 다루는 책이다. 다른 건 그 범위 안에서 도움이 될 만큼만 거들 뿐. 쉽고, 헤겔 책 입문서답게 지루한 동시에 헤겔 책 입문서치고는 덜 지루한 편이다. 재독, 구판까지 포함하면 3독이고, 딱히 더 얹을 평은 없다

 

진리도 마찬가지일 터이다인간은 그 종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하여 진리를 추구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진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제까지의 시행착오는 새로운 길로의 약속이 될 수 있으며그 길은 우리가 기대하지도 못했던 희망의 길일 수도 있다그러니 진리 추구를 포기하지 않을 인간이라는 이름을 사랑하고 노력할 일이다.

이광모다시 헤겔을 읽다

 

 

 


25.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구선아 지음 / 임진아 그림 / 해의시간 / 2020

 

에세이를 많이 읽은 탓일까, 참 이런 경우는 뭐라고 해야 할지 늘 난감하다. 안 좋은 것은 아닌데, 딱히 뭐가 없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한 꼭지의 마무리가 이런 식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내가 돈을 많이 벌어 두었거나 정력이 좋아서, 진짜 용기가 충만해서가 아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 그때 해 볼걸……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이게 아니었네혹은 실패했어도 그래도 재밌었지라고 돌아보거나 운이 없었어라고 핑계를 대 보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멋지게 해낼 수도 있으니까.


뭐랄까,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으로 써낸 것에 그친 건 아닐까? 아니면 아직도 내가 이라는 물건에 대해 어떤 과도한 욕심을 들이대고 있는 걸까? 그림 그리신 임진아 작가님의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는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지고 그랬었는데….  

 

  오늘은 나를 위해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읽고 쓴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 위대한 글을 쓴다면나는 상처 없이 조용히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다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그리고 잠깐의 스치는 바람과 아름다운 문장 하나로도 웃을 수 있는 오늘을 위해.

구선아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26. 공부하기가 죽기보다 싫을 때 읽는 책

권혁진 지음 / 다연 / 2019

 

저 제목은 뭔가, 책에 대해서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느낌이다. 딱 그래서 읽었다. 얼마 전에 읽은 같은 장르의 다른 책에 비해 훨씬 실용적이다(근데 그 책이 훨씬 잘나가는 중). 마음가짐, 믿음, 우주의 도움 뭐 이런 허망한 소리라든가,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라, 겸손해라,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 뭐 이런 추상적이면서 당연한 소리만 늘어놓는 책은 아니고, 요런 방식으로 해봐라, 나는 요렇게 공부했다, 요럴 땐 요렇게 극복했다 뭐 이렇게 정말 액션 단위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실용서다.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멋진 일이다누군가가 먼 미래에 생길지도 모를 결과만 보고 그러한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건 대개 살면서 어떠한 노력도 해보지 않은 사람의 말일 것이다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현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당신이 어떠한 이유에서 공부하든 상관없다자신의 삶에 충실한 모습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고 누구도 뭐라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당신의 그러한 삶을 응원할 것이다.

권혁진공부하기가 죽기보다 싫을 때 읽는 책

 

 

 

--- 읽는 ---

무질서의 효용 / 리처드 세넷

그래도 우리의 나날 / 시바타 쇼

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덧없는 꽃의 삶 / 피오나 스태퍼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안드레 애치먼

육식의 성정치 / 캐럴 J. 아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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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24 2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yo를 읽는 길은 어찌나 웃음길인지. . . 봄날의 처녀처럼 깔깔대며 웃었어요. 고마워요. syo님. 덕에 잠깐이나마 한 30년 전으로 돌아갔음요 ㅋㅋ 글구요, 전 syo님이 셤을 잘봤을거라 믿음요^^

syo 2021-01-24 22:11   좋아요 2 | URL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깔깔글이 잘 안 되네요. 그냥 손 가는 대로 쓰면 웃기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없었나?
읽기님께 소소한 웃음이라도 드렸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구슬펐지만 ㅎ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4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시 밖에 나갔는데, 오늘은 정말 봄이 온 것 같이 따뜻하고 하늘이 파란 좋은 날이었어요. 토익 준비하는 와중에도 많이도 읽으셨다. 난 뭐 한 겨...

syo 2021-01-24 22:13   좋아요 2 | URL
남쪽 동네 나무에는 빨갛고 예쁜 꽃이 피고 그 사이로 벌이 날았다네요. 좋은 날이었어요.

제 네 권은 정말 마음 먹고 읽으면 하루에 다 읽을 수도 있는 경량의 책들입니다. 무거운 책들을 끈기 있게 읽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네요.

2021-01-25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1-2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syo님이랑 저랑 공통점 발견!! 3:30~9:30!! 저도 첫술에 배부른 걸요? 그럼 됐죠, 뭐!!ㅎㅎ

syo 2021-01-25 13:16   좋아요 1 | URL
그럼요! 중요한 건 배부른 거죠. 숟가락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 ㅎㅎㅎㅎ

2021-01-25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7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운 2021-01-26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三씨 내가 때려줄게

syo 2021-01-27 01:40   좋아요 0 | URL
저래봬도 이 집 가장이다. 밖에 나가서 돈 벌어옴.
역시 자유와 인권은 경제력이다.

비연 2021-01-2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三님이 귀여운 걸까요.. 휘리리릭 =3=3=3=3

syo 2021-01-27 01:41   좋아요 1 | URL
왜냐면 같이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상할 것 하나 없어요ㅋㅋㅋㅋㅋ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폴리아모리 에세이
홍승은 지음 / 낮은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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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이야기는 전부, 세상에 왕왕 있는 사랑 없는 연애의 경우를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다. 나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말도 없다.

 

 

 

*

 

연애와 사랑은 완전히 다르다. 치명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다름을 잊어버리고, 그 탓에 연애는 완전히 망하고 사랑은 치명타를 입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연애를 잘 안다/한다고 말할 때, 그 알고 하는 영역에서만큼은 사랑과 연애는 한 몸이다. 형이상학적으로 보면 사랑은 사랑이고 연애는 연애라서, 연애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도 사랑에 대해 말할 수야 있지만 누가 형이상학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단 말인가. 연애와 사랑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의 관계와 그 관계에 투사되는 다양한 감정들은 모두 정치적/권력적/형이하학적이다. 그리고 정치적/권력적/형이하학적 공간에서 사랑은 연애라는 실천과 육체적으로 엮여 있다. 하여 이 공간에서 연애에 대한 앎은 사랑에 대한 앎이고, 연애에 대한 무지는 사랑에 대한 무지가 된다. , 우리가 하는 모든 사랑은 개별적인 사랑이고, 개별적인 사랑이므로 장소, 시기, 대상, 기분, 건강, 취향, 가치관, 미적 감각 등등 무수히 많은 구성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되고 또 시시각각 변한다. 그래서 실천 중인 사랑에 대한 100%의 앎이란 100%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게 초 단위로 자신의 각도를 180도씩 바꿀 정도까지 대책 없이 변화무쌍한 존재는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예컨대 180도씩 두 번 돌면 360도라는 사실이 변화에 관한 일종의 바운더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어떤 관계든 그에 관한 유의미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는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어디며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상대의 분노를 녹이는 만능열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도, 최소한 떡볶이보다 불족발이 더 효과가 크다는 정도는 알 수 있다. 불완전한 지식이라도(어차피 모든 지식은 불완전하다) 유효하며, 감사하게도 충분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실천적으로 보면, 모든 사랑은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연애(관계/대상)에 대한 앎은 사랑에 대한 앎과 분리되지 않는다.

 

바로 이 모순이 우리의 사랑과 연애를 어렵게 만든다. 연애는 사랑과 완전히 다른데도 연애에 대한 앎이 사랑에 대한 앎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오작동한다. 사랑에 대한 관념에 차이가 큰 두 사람 사이에 연애/관계에 대한 지식(그러므로 사랑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쉽게 망한다. 그리고 그 망함을 통해 우리가 원망하거나 반성해야 하는 것은 연애, 그러니까 사랑에 대한 실천적 노력의 부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게 사랑을 원망한다. 그래서 사람을 원망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더 어려운 길로 간다.

 

과연, 연애에 대해 모르고서 사랑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더 엄밀히 말해서, 내가 어떻게 연애하는 줄 모르고서, 내가 어떤 사랑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면, 그리고 사랑이 망하면(이건 당연히 연애의 국면이다), 나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 그 답이 되겠다.

 

 

 

*

 

그래서 syo라는 놈은 자기 사랑(자기 연애, 그러므로 일부분 그냥 자기)에 대해서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

 

스물한 살 먹은 해, 첫 연애를 시작했다. 10월이었던가?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할 것들을 처음 가르쳐준 사랑이었으니 실효적 첫사랑이라고 믿고 있다. 그 이후로 정말 내가 생각해도 희한할 정도로 꾸준히 연애를 해오고 있는데,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15년이 조금 더 되는 시간 가운데 만나는 사람이 없었던 기간은 다 더해야 반년이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던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연애를 오래, 혹은 많이 한 것은 하나도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건 연애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잘하는 거라 쳐도 개별적인 그 연애를 잘하는 것일 뿐, 모든 연애에 확장해서 적용하기에 쓸만한 지혜가 생기지도 않는다. 언젠가 장기간 연애를 하던 내게 갓 연애를 시작한 친구 놈이 상담을 청해와서 무슨 깨우친 자라도 되는 양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지만, 실제로 그 친구의 연애에 도움이 된 것은 내가 아니라 그 옆에 앉은 다른 친구(당시 짧은 연애 후 2년째 애인구함 상태)의 지나가는 한마디(터무니없었는데!)였다. 그런 무용함은 내수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 연애를 통해 얻은 연애에 관한 앎은 뒷 연애를 풀어 나가는데 도움이 거의 되지 않거나, 도움이 되는 만큼 방해가 되는 바람에 결국은 제로섬이거나 했다. 그럼 그게 다 말짱 헛거란 말인가, 15년 동안 한 거라고는 연애밖에 없는 나는 그럼 한낱 이산화탄소제조기였단 말인가, 하며 고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연애가 실제로 연애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애 바깥 영역에서도. 연애를 통해 얻은 상대방에 대한 지식은 다음 연애를 위한 지식이 되지 않았지만 연애하는 나에 대한 지식은 다음 연애를 위한 지식이 되었고, 그것은 다른 곳에서도 쓸만한 지식이 되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연애하는 모양새를 보며 나에 대해 배웠고, 철들고 나서부터는 거의 계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나를 배울 수 있었다. 길고 부드럽게 배웠기 때문에 아프지 않게 배웠다.

 

내가 동성을(그러니까 동성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연애였다. 그날 나는 평범한 데이트 중이었고, 그러니까 그날 그 오빠는 나를 왜 사랑해?”하는 질문 역시 처음 듣는 것도 아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을 듣고 동공에 지진이 나면 일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것이야 공지의 사실이므로, 나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 몇 개의 답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고 물을 때마다 다른 답을 해줄 수 있었다. 아마 그녀도 진심으로 궁금했다기보다 심심한데 이놈이 이번에는 무슨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에서 물어봤던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건 일종의 유희였고 그날 대답 역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번지르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저 아이를 사랑할까? 누가 공대생 아니랄까봐, 저 아이의 특성 중 없어도 내가 사랑하는 데 문제가 없을 부차적인 요소들을 하나하나 사상해나가는 기법을 이용해서 그 방정식을 풀어보려 했다. 그 과정에서 그 아이가 여자라는 요소가 제외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다. , 나는 동성을 사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구나. 정확히 말하면 동성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쪽이 더 가깝겠다. 그래서 훗날에 내가 어떤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하나도 놀라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런 일에 놀라지 않는 자신이 놀랍지 않을 정도로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르더라도 여자A를 사랑하는 것과 여자B를 사랑하는 것 사이의 다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그 사람과 키스 했을 때 내가 한 생각은, ‘남자랑 하는 키스는 이렇구나가 아니라 얘는 혀보다는 입술 쪽이구나였다.

 

폴리아모리에 대한 생각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나는 개개의 사랑이 개별적인 사랑이라면 두 개 이상의 사랑이 동시에 전개될 수 없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아버지와 나에게 있지 어머니를 사랑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할수록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나는 사랑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부모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 대상의 수와 무관하게 총량이 정해지지 않는데, 왜 연인에 대한 사랑은 그렇단 말일까? 연인에 대한 사랑이 육체관계가 개입된다는 특성이 있기에 독특성을 인정해야 한다면, 육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연애감정, 연애감정과 분리된 육체관계, 그리고 연애관계가 육체관계를 독점해야 한다는 생각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다자를 향한 연애감정이 생길 수 있는지와는 무관한 윤리학적 논쟁이 된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폴리아모리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그에 대한 증명도 당연히 연애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나는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있고, 그 두개의 사랑은 엄연히 달랐다. 달랐으므로 나는 그게 사랑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 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저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면서 이 사람과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했지만, 최소한 내게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는 어려웠다. 나는 언제나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순간에는 다른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해야 할 일, 미뤄놓은 업무, 읽어야 할 책, 앓고 있는 부모님, 망해가는 내 앞날 등등의 모든 외부의 것들을 까먹어버리고 눈앞의 저 사람과 지금 여기 이 순간만을 볼 줄 아는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놈일 뿐이었다. 똑같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것이라는 인식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었을 때 내가 감당해야 했던 것은 물리적인 배분 이외에 딱히 없었다. 그와 만나는 만큼 나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다른 업무나, 행사, 인간관계로 인해 나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구분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보통(?)의 관계였다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추가적인 시간의 손실만큼 서운함이 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주 64시간 근무하는 여친을 만나면서 주 52시간 근무하는 다른 보통(?)의 연인을 만나는 사람들을 볼 때 생기는 감정 이상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어떤 조건일 뿐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과 섹스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이 만들어준다는 그 오르가즘을 나는 만들어주지 못하던 동안 질투심과 열등감 같은 것을 느끼긴 했는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 가부장제의 영향 아래에서 자란 내가 남자란 말이지~’로 시작하는 근본 없는 성관념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나하고만 섹스했더라도 내 퍼포먼스가 부족했다면 나는 비슷한 수준의 열등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녀가 나와 섹스하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나 아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걸 못 들은 척하던 나는 실제로 , 겁나 민망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주 오래 전, 다른 섹스 중에 복부가 압박되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뀐 여친의 방귀소리를 못 들은 척할 때 했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내 자신이 폴리아모리스트라고 생각했고, 이웃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이 책은 내게 실용서가 되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니까, 서울에 올라와 친구 과 둘이 살기 전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던 것처럼, 이미 폴리아모리의 마인드는 확인한 내가 추후 다자연애를 하게 된다면 갖춰야 할 태도랄지 취해야 할 행동 양식이랄지, 뭐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저렇게까지 지나치게 나를 잘 아는 나도 모르는 나는 언제나 있다.

 

현재진행형 폴리아모리 에세이속 모든 페이지에는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관계에 대한 관념을 확장하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노력이 묻어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었던 도전과 위기들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고, 그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그들이 느꼈던 고통이나 희열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새어 나온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 일들이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내가 폴리아모리스트라는 생각에 확신을 잃어버렸다.

 

 

 

*

 

나는 동시에 두 명을 사랑해본 적은 있지만, 동시에 두 명과 연애해본 적은 없다. 하나의 사랑은 연애의 국면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건 내가 바라지 않으면서 바라기도 했던 부분이었다. 내가 만약 그때 두 번째 사랑을 연애로 전환하려 시도했다면, 반드시 첫 번째 연애는 박살났을 것이고 사랑도 끝났을 것이다.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두 개의 연애를 하는 것은 다르다. 관계에는 반드시 정치적/윤리적 지평이 들어서야만 하고, 어느 윤리가 옳다고 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나에 대한 상대의 사랑을 볼모로 잡아 내 윤리를 강요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연애관이나 윤리를 상대에게 설득시켜 그것에 참여하게 할 의지도 역량도 자신감도 없는 자신을 잘 알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두 번째 사랑의 연애화를 포기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저 모노아모리 연애 중 다른 사람에게 흔들렸을 뿐인 사람과 나 자신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한 연애를 숨기고 다른 연애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걸 폴리아모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두 사람을 향한 마음이 진실이라고 하면, 그렇게 불러도 되는 것일까? 사실 폴리아모리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어떤 윤리적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명사일 뿐이다. 하지만 명징한 관계와 그 관계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떤 이름만큼은 획득하겠다는 시도는 종종 그 관계를 정당화(자기 내부에서만이라도)하려는 욕망에서 태어난다. 나는 한 연애를 숨기고 다른 연애를 해나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윤리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폴리아모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중들이 떠올리는 어떤 문란한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하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연애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그들의 일일 뿐이고, 그 자체로 내가 응원할 일도 비난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소한 나에 대한 나의 개념은, 내가 관계에 대한 노력의 경험도 없이,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다양한 국면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아픔도 희열도 없이 그저 상상만으로,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내 자신을 폴리아모리스트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정도로 명확해졌다.

 

그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연애 없는 사랑은 상상이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관계는 관계라기보다 관계의 이데아에 가깝다.

 

박원의 <노력>이라는 노래에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은 틀렸는데, 그 노래에서 말하는 사랑은 노래의 시작 전에 이미 끝나있기 때문이다. 끝난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끝난 사랑은 그냥 끝난 사랑이다. 사랑은 당연히 노력을 수반한다. 사랑이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개념은 사랑의 발생이나 사랑이 파생하는 어떤 감정들(끊임없이 퍼주고 싶은 마음들)에 대해서는 일견 진리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과정이고 그 과정은 관계라는 기반시설 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동안 끊임없이 그 관계를 유지보수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내가 밖에서도 관계 때문에 그렇게 노력에 노력을 하는데, 딱 하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한테까지 그래야겠냐. 그 사람한테만큼은 기대면 안 되냐.” 라는 말을 했던 친구는 결혼을 했다.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얼마만큼이냐 하면, 노력하지 않은 만큼은 사랑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그 남은 사랑이 크고 충분할 만큼. 그건 내가 폴리아모리스트인지 아닌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폴리아모리나 모노아모리나 근본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

 

그러나 폴리아모리스트와 모노아모리스트는 획득한 역량에 차이가 있을 것도 같다.

 

일대일의 인간관계와 일대다, 혹은 다대다의 인간관계는 유지보수비용이 다르다. 한 사람과 대응할 때는 그 사람에 대해 알면 되지만, 내 앞에 A, B 두 사람이 서면 나는 AB를 각각 알아야 함은 물론 AB의 관계도 알아야 한다. 그 관계란 더 복잡하게는 쪼개면 A가 생각하는 BB가 생각하는 A로 쪼개지고, 심지어는 ‘AB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같은 몇 겹의 주름들까지 고려해야 할 일도 종종 생긴다. 그래서 일대다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일대일의 관계만 가지는 사람에 비해 양적으로 월등한 경험치를 쌓는다.

 

또한 같은 일대일의 관계라 해도, 예컨대 연인관계와 친구, 부모, 직장동료, 이웃을 대하는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그 가운데 아마도 가장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관계는 연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을 놓고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사람은 연인뿐이다. , 같은 일대일 관계라는 가정에서,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다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질적으로 독보적인 경험치를 쌓는다.

 

그 양적, 질적 레벨업이 동시에 일어나는 관계가 어쩌면 저 폴리아모리스트의 관계가 아닐까. 나는 이 책 속 세 사람이 자신들의 삶을 사랑과 관계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하는 것에 조금의 불만도 없다(그렇게 정의했던가?). 물론 그들이 자기의 삶을 걸고 어떤 실험에 돌입하려는 의지로 관계를 시작한 것은 당연히 아닐 테고, 그냥 사랑했고, 사랑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무겁고 불안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불투명한 여행길에서 그들이 획득한 가장 값진 것은 폴리아모리적 연애라는 어떤 형식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존하는 것을 지나 그다음에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관계들을 발견하고 열어젖히기 위한 체력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연애 밖에서도, 오히려 연애 밖에서 더 다양한 관계들을 만들고 또 부수며 살아간다. 시대와 환경은 틈만 나면 우리에게 새로운 형식, 새로운 내용의 관계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기존의 관계 틀을 갱신하라고 성화다. 때로는 그 요청들을 감당하기 버겁고 따라가기 지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이미 세상은 멈춤과 뒤쳐짐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작동하는 러닝머신이고, 설령 우리가 달려가길 멈추더라도, 멈춘 자리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또 살게 하는 것 역시 관계다. 그러니까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잘 마무리하고, 또 아예 새로운 관계틀을 형성할 수도 있는 그런 역량들은 우리 삶의 기초체력이 된다. 그 체력, 나는 그걸 가지고 싶고, 그걸 훔치지 않고 합의된 관계 속에서 많은 것들을 통과하며 직접 길러내는 경험 영역 아래에서만 폴리아모리스트가 되면 좋겠다. 지금 내가 아는 나는 그런 나다.

 

 

 

*

 

새로운 삶을 향한 실험은 늘 필요하고, 늘 일어났다. 비록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졌을지라도, 실험이 없었던 시기는 없다. 실패는 다른 실험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결국 실험은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실패하기도 한다. 그 사랑의 실패가 무서울 수도 있고 실험이 무서워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종종 무섭다. 하지만 실험이 무섭더라도, 그 무서운 실험을 하는 사람들까지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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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20 17: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명 같은 책을 읽었는데 논문을 쓰셨어요 syo님은 ㅋㅋㅋㅋ 더 말을 보태지 않아야 겠다. 그냥 겁나 노력해야겠다. ㅋㅋㅋ

syo 2021-01-20 17:22   좋아요 6 | URL
점심 딱 먹고는 자, 리뷰 하나만 쓰고 공부해야겠다- 했는데 지금 저녁 준비하고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0 17: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제 syo님한테 이 책 1번째 마니아 빼앗기겠다...시무룩...

syo 2021-01-20 17:23   좋아요 3 | URL
ㅎㅎㅎ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반님 마니아1번이 syo라는 사실을....
아, 그것도 옛날 이야기군요. 그 자리 다른 분께 뺏긴 게 벌써 언제야 ㅋㅋㅋㅋㅋ
부디 행복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0 17:29   좋아요 2 | URL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1-21 00:36   좋아요 2 | URL
반열님 무안하구나요. 이건 나도 아는 얘긴데 ㅎㅎㅎ😜😜😜

2021-01-20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1-01-20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222222222222222222x2222222222222222222222

syo 2021-01-20 20:03   좋아요 2 | URL
왜 글자를 읽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까요? ㅎㅎㅎ

2021-01-21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1-01-23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번 글은 엄청 길고 또 어렵군요.

그 사랑이라는 것이 범주가 넓기도 하고 반대로 좁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양한 종류로 구분하거나 묶거나 할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는 그 폴리아모리스트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단순히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면 거기에 속하는 건 아니겠죠?

syo 2021-01-24 21:3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저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ㅎㅎ
폴리아모리스트가 뭔지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일은 자연적으로 어떤 태도나 책임 같은 것이 유발되는데 사람마다 그 태도와 책임의 크기와 방향을 다르게 설정하니까, 그래서 한 명만 사랑할 때도 사랑이 그렇게 복잡한 건데, 여럿 사랑할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하려면 훨씬 더 고려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공쟝쟝 2021-01-2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쌀가마니를 푹 터뜨려버린 책이 분명하구요, 그렇다면 폴리아모리, 아모르파티~~~ (엥?)

syo 2021-01-24 21: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프사가 ‘아모르 파티‘랑 되게 잘 어울리는 그림인데? 작게 봐서 더 그런 듯 ㅋㅋ

다락방 2021-01-27 10:55   좋아요 0 | URL
나는 폴리아모리 관심 1도 없는데 ㅋㅋㅋㅋㅋㅋ 아모르파티에 현웃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1-25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양의 모양 6

 

 

죽은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어때요? 그런 이야기는 너무 흔하죠. 아니, 그러니까 사랑하던 사람이 죽은 뒤에도 계속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죽은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요. 그런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없죠. 그런 이야기가 있는 현실에 사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작가님, 단언컨대 그런 이야기가 베스트셀러로 팔려나가는 현실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팀장님, 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생각이 없는데요. , 작가님. 저는 작가님의 그런 스탠스가 좋아요. 대외적으로도 계속 그렇게 이야기해 주세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그 이야기는 안 좋아요. 이야기가 되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죽기 전에는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을 죽고 나서 사랑하는 거요. 그러니까 상대가 죽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내용 말씀이신가요. 아뇨, 그게 아니라, 죽고 나서 사랑을 시작하는 거죠. 죽기 전에는 오히려 미움에 가까웠을 거예요. 그러니까 죽였겠죠. , 죽인 거구나.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네요. 그건 될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괜찮죠? 풀어나가기에 따라서 다르겠죠. 그런데 그것도 현실성은 조금 약하지 않을까요? 공감을 얻기가 힘들 것 같은데. 왜요, 누구나 죽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럴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죽었을 때 사랑을 느낀다는 건 예외적이잖아요. 사람들이 그 마음을 이해할까요? 이해할 거예요. 이해한다고요? , 이해할 겁니다. 확신하시네요. 그럼요. 제가 그렇거든요. 작가님이요? . 저는 요즘 팀장님이 굉장히 밉거든요? 그런데 팀장님이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죽은 팀장님은 굉장히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 전개인가요? , 그런 전개라서 그런데 팀장님, 조금, 죽어주시면 안 될까요? 별로 안 내키는데요. 왜요. 죽어주시면 제가 사랑해 드릴게요. 되게 사랑해요 팀장님, 죽어주시면. 죄송하지만 작가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스타일 아니셔서요, 그 사랑 안 받으려고 합니다. ? 예상 밖이네요. 절 거절하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 저에 대한 작가님의 마음이나 작가님의 제안은 전부 제 예상 안이네요. 그래서 쉽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시는 건데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는 이야기처럼 하는 점이요. 죽은 사람을 사랑한다든가, 죽이고 나서 사랑한다든가, 제가 작가님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든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처럼 하시잖아요.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팀장님. , 저의 특장점입니다. 이제 제가 생각해도 저 이야기는 안 되겠네요. 팀장님 죽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아요, . 저런, 애석해라. 저는 죽어도 안 되는 건가요, 팀장님? . 그렇게까지 단호할 일인가요. , 지금으로서는요. 나중에는 될 가능성도 있어요? 우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50쇄 정도를 찍는 게 어떤 시작점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풀어나가기에 따라서 다르겠죠. 죽겠네요. 제가 이제껏 쓴 책들을 싸그리 합쳐봐야 10쇄가 안 되는데, 50쇄라니. 작가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랑이란 게 그토록 어려운 거죠. 차라리 팀장님을 죽이는 게 빠르겠는데요. 아니오, 저는 늙어 죽을 계획입니다. 늙어 죽은 저도 사랑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생각해봐야겠는데요. , 그럼 생각해 보시고 다시 연락 주세요. , 까인 거 맞죠? 정확히 말해서 제가 깐 건 작가님의 그 죽은 사람 사랑하는 이야기지만, , 겸사겸사 작가님도 같이 깐 걸로 해 두죠. 죽어라 써서 기필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생기네요. , 그게 또 저의 특장점입니다.

 




  한번은 그가 나에게 자기 캠핑카에 가서 함께 누워 쉬자고 넌지시 말했다.

  "에스키모인은 그럴 때 우리 함께 웃자고 하죠." 그리고 나는 형광 연두색 게시문을 가리켰다. "세탁하는 동안 자리를 비우지 마시오." 연결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우리는 각자 키득거리다 함께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철벅거리는 물소리만 들렸다. 바다의 파도처럼 율동적인 그 소리.

_ 루시아 벌린, 에인절 빨래방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계속되는 환상이 그를 현재에서 끌어내 무아경에 빠뜨렸는가? 아니, 환상은 오히려 얽힌 매듭을 풀어 주고 현재를 해명해 주며 개별적인 것들을 연결시켜 주지 않았는가?

_ 페터 한트케, 어느 작가의 오후


나는 각국의 젊은 여자들과 육체관계를 맺었고, 사랑은 서로의 차이점을 기반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며 비록 깊이 파고들면 누가 됐든 무수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해도 원칙적으로 비슷한 사람끼리는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요컨대 우리는 극단적인 나이 차가 상상을 초월하는 격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인종의 차이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단순히 국적과 언어가 다른 점도 결코 무시 못할 부분이다. 연인은 서로 같은 언어를 써서 좋을 것이 없다. 서로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듣고, 말로 의사소통을 해서 좋을 게 없다. 말은 흔히 사랑이 아닌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말은 하면 할수록 의도와 멀어지는 반면, 남자든 여자든 마치 개를 어르듯 상대를 향한 반언어적이고 두루뭉술한 사랑의 속삭임은 무조건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의 조건을 형성한다. 커플이 대화를 여전히 즉물적이고 구체적인 내용 창고 열쇠 어디 있어? 혹은 전기 기사가 몇시에 온다고 했지? 으로만 국한할 수 있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나, 대화가 그 이상을 넘어선다면 불화와 식어버린 사랑과 이혼의 세계가 시작될 것이다.

_ 미셸 우엘벡, 세로토닌


  

--- 읽은 ---



20.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

박영자 지음 / 한길사 / 2014

 

syo는 홍차도 잘 모르고 영국도 잘 모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홍차를 알려면 영국을 알아야 하고, 마찬가지로 영국을 알려면 홍차를 알아야 하나보다- 였다. 이 책은 영국은 이러이러하다 -> 그래서 정답은 바로 홍차입니다! 하는 일관된 구성으로 영국의 다양한 면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게 꽤 재미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끌어오는 원산지도 폭넓어서 좋다.

 

이런 책은 보통 땡땡땡의 인문학같은 식의 제목으로 세상에 돌아다니는데,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요즘의 주식처럼 사람들의 눈을 끌어당기던 시절에나 붙던 제목이지, 지금 보면 <홍차와 영국의 인문학>은 좀 손이 안 가게 생겼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잘 뽑힌 책 같다. 내용이야 ASAP로 다 까먹겠지만, 읽는 동안은 괜찮은 시간이었다. , 이 책 읽으면서는 커피 대신 홍차만 마셨다.

 

  1750년경 '진 유행병'Gin Craze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영국인은 날마다 진 한 잔과 맥주 한 잔 반을마시고 있었다영국은 어느새 술의 나라가 되어버렸고이것은 망국의 전조였다조지 오웰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무알코올성 음료인 차커피코코아와 맥주 정도를 마시던 이곳에 증류주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난 400년의 영국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을 만큼 진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술독에 빠진 영국인들을 구제한 것은 왕도 총리도 아니었다그것은 바로 ''였다따뜻한 차 한 잔은 금주운동의 씨앗이자 술 중독자들을 구원할 치유제가 되었다또한 오염이 심각했던 물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차의 천연 항 박테리아 성분은 술독에 빠진 노동자를질병에 걸린 어린아이를조산의 위험에 처한 임산부를 구해주었다.

  영국의 이질 발생 건수는 173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1796년 한 평론가는 "이질과 다른 수인성 질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했으며의사와 통계학자들도 19세기 말까지 국가적으로 건강의 질이 개선된 것이 바로 차 덕분임을 인정했다동인도와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극빈층 노동자도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차는 영국 가정의 식탁에서 술을 밀쳐냈다비로소 영국은 차의 기운으로 술독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박영자홍차너무나 영국적인

 

 



21. 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전성민 지음 / 센시오 / 2020

 

, 이걸 이렇게 길게 인용해야 할 일인지 싶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한번 해본다. 문단 앞에 붙은 숫자는 syo가 편의상 붙였다.


(1) 1687년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통해 소개한 세 가지 운동 법칙(관성의 법칙가속도의 법칙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신의 섭리로만 이해하던 세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 되었다세계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인과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2)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이고 고정불변한 것이라는 기계론적 고정관념을 깨뜨렸다속도가 빠르거나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이 세상의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3)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서 탄생한 양자역학도 고전 물리학을 전복시킨 건 마찬가지다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4) 뉴턴의 고전역학은 눈에 보이는 거시 세계를 잘 설명하지만원자 이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는 양자역학이 지배한다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의 현상을 설명하지만무언가를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서로가 묘하게 만나는 지점이 존재한다.

(5) 고전역학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사과와 같은 물체가 땅위로 떨어지는 것도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도 만유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6) 한편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양자 얽힘이란 두 개의 입자가 강한 상관성을 가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얽혀 있어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현상을 말한다만유인력의 법칙과 양자 얽힘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른다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 중에도 알 수 없는 이유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7)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 소수의 지도자들만 알고 있었다는 놀라운 비밀은 다름 아닌 끌어당김의 법칙이다우리가 하는 생각에는 끌어당기는 힘과 주파수가 있으며어떤 것을 생각하면 그 생각이 우주로 전송되고이는 자석처럼 같은 주파수에 있는 것들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8) ,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은 다시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불러와서 할 수 있다는 내 생각이 달성되도록 돕는다마찬가지로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비관적인 마음가짐을 불러와서 할 수 없다는 내 생각이 달성되도록 돕는다우리 선조들의 격언 말이 씨가 된다나 영어속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도 따지고 보면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9)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만유인력의 법칙은 말 그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보잘것없는 나도 우주의 일부분으로 우주의 법칙에 지배당한다.

 

, 전체의 주제는 (9). 저자는 저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냥 띡 말하면 그러니까 다른 자연법칙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가져오고 싶다. 그래서 다른 문단들을 우수수 가져왔다. , 문제는 이렇다.

 

1. (1)~(3)(9)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나마 (4)~(6)끌어당긴다라는 맥락으로 (9)에 억지로 가져다붙일 수 있다고 쳐도 (1)~(3)은 그냥 물리학 지식 설명에 불과하다. 통째로 빼버려도 논지 전개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분량 채우기나 지식 자랑에 불과하다. 도대체 이 문단에서 뉴턴의 운동3법칙은 왜 필요한가. 심지어 괄호까지 쳐서 하나하나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2. (4)~(6)에서 끌어당김의 요소가 있다고 해서 그걸 (9)로 가져다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도 의심스럽다. 그것은 (9)의 마지막 문장, ‘우주의 법칙에 지배당한다는 말을 통해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을 다른 물리학 법칙과 동등한 위치에 놓으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는 끌어당김의 법칙의 존재 자체를 증명해야 하는 의무를 뭉개는 효과도 있다. 두 가지 요건을 한 번에 해치우려는 어설픈 시도인 셈이다. 저자의 말대로 만유인력의 법칙과 양자 얽힘이 닮은 구석이 있다고 인정한다 치더라도, 만유인력의 법칙의 존재는 양자 얽힘과의 닮음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양자 얽힘도 마찬가지다. , ‘끌어당김의 법칙이 물리법칙과 닮았음을 가지고 뭔가를 증명하려는 시도인 (4)~(6)은 애초에 목적을 달성하는데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3. 나는 태양을 당기고 태양도 나를 당기지만 내가 죽는 날까지 태양은 내게 도달하지 않는다. 우린 그냥 당길 뿐이다.

 

결국 살아남은 것은 (7), (8), (9). 이것에 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이 책은 시크릿의 재판은 아니다.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를 폭넓게 인용하고 있고, 이 부분은 그중 시크릿을 이용한 한 꼭지일 뿐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의 이치나 효과에 관해서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이 꼭지에서 저자가 전개하고 있는 논리의 부실함이랄지, 불필요한 문단을 집어넣는 책 구성이랄지, 이런 것들이 이 책의 단점임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22.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

 

syo에게 2021년 최초의 화두메이커는 단연 홍승은 선생님이다. 이 책과 나란히 선생님의 다른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읽고 있다.

 

1월이라는 때는 재정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기에 적절한 시기인데 마침 이맘때 자신에 대해 깊숙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올해 내게 어떤 작용을 할까. syo ver.2021은 구버전의 치명적인 오류를 수정하고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UX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글은 존재의 목을 조르고어떤 글은 존재를 자유롭게 한다편견을 재생산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나를 나로 살게 하는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홍승은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읽는 ---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기초 전기전자 에센스 / 모현선 외

차이나는 클라스 : 국제정치 편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헤겔과 그의 시대 / 곤자 다케시

법의 이유 / 홍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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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1-18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초 전기 전자 에센스> 읽으시고 저깉은 문과 입장에서 괜찮다고 보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syo 님 같은 공대생 입장 아니구요. ㅋ

syo 2021-01-19 11: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이제는 공대생 수준의 교양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지경입니다.....
뒷말씀은 읽어보고 드릴게요 ㅎ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혁신적인 UX여도, 아니어도, 응원합니다!! 저 작가새끼 사랑 고백을 뭔 저따위로 해...그런데도 편집인도 붙어 있고 심지어 작가래...그렇구나 슨생님 그럼 누굴 죽이시지 말고 백지를 죽이세요...

syo 2021-01-19 11:53   좋아요 1 | URL
쟤네는 사귈 수 있을까요. 쓰는 내내 그게 저는 궁금했어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19 12:18   좋아요 0 | URL
작가님이 아무래도 죽어 죽여 하는 네크로필리아 기질이 다분해서 불의의 사고로 팀장님이 돌아가신다거나...그러면 작가님이 혼자 우리 오늘부터 1일 하실 거 같네요...쓰고 보니 섬뜩 ㅎㅎㅎ

공쟝쟝 2021-01-18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몸은 홍승은님의 오랜 팬이시다!!! 깔깔~~

syo 2021-01-19 11:53   좋아요 0 | URL
슨배님! 역시 안목 ㅎㅎㅎㅎ

Angela 2021-01-1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과 홍차~ 좋은 조합이죠^^ 로컬 tea room에서 차를 시키면 같이 나오는 홈메이드 스콘과 기타등등이 더 좋아서 자주 갔는데.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syo 2021-01-20 16:50   좋아요 1 | URL
ㅎㅎ 영국이야기 하니까 안젤라님이 떠오르긴 했습니다. 나중에 읽고 리뷰 부탁드려요 ㅎ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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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읽는지에 대해 많이 묻는다. 읽기의 장점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읽기란 그나마 허들이 낮은 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쓰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물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쓰기의 장점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쓰기란 간단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왜 읽는지, 그 답을 찾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그게 정답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러나 왜 쓰는지에 관해서라면 나는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상처를 극복하는 쓰기를 말한다.

 

말해지지 못한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다가 어느 작은 계기로 무너지기도 하고불현듯 터져 나오기도 한다언제나 긍정적이고 행복하기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상처와 슬픔절망을 말하기는 어렵다말하는 순간자신이 불행한 존재로만 보일까 두렵기도 하다그러나 글은 존재를 고정하지 않는다상처와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글을 쓰고 나면그다음을 살아갈 힘을 갖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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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이는 마모된 세상에 한 줌의 자유를 던져넣는 쓰기를 말한다.

 

글쓰기는 단지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활동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끈질긴 사유와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다기존의 관념을 비틀어 존재를 자유하는 언어를 구사하고경험을 다각도로 해석할 때내가 쓴 글은 단지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답이라고 여겨졌던 상식에 글쓰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면그 질문은 파장을 일으켜 누군가의 실제 삶에 자유를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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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군가에게 글쓰기란 변화다.

 

나는 글의 고유성과 힘은 문장력 이전에 서사와 질문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내가 통과해 온 시간을 말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기에 내 이야기를 쓸 때 글은 가장 고유해진다입간판 글을 통해서 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지만그 메시지가 읽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엔 한계가 있었다보기 좋은 말옳은 말사이다 발언은 껌처럼 잠시 달게 씹을 수 있어도 나 자신이나 타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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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군가에게 글쓰기는 공감이며,

 

글은 내 세계로 타인을 초대하고타인의 삶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나는 더많은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그 문을 통과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닿고 싶다순전히 독자로서 내 욕심이기도 하다구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의 상상이 될 수 있다상상은 머리가 아니라 다양한 몸의 구체적 서사에서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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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자기 인식이다.

 

글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그 점이 나는 두렵다혼자 쓰고 읽는 일기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글이 읽히면 내 한계가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가감 없이 드러나는 내 인식의 한계를 접할 때마다 멈칫하고내가 쉽게 타인의 고통을 글의 기폭제로 이용할까 봐 긴장한다때로 글은 삶을 쉽게 왜곡하고비틀고조롱하니까언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계를 폭로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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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의 쓰기는 나에게 무엇이 될까.

 

내가 글로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들의 목록이다.

 

나는 싸우지 않는다.

나는 자랑하지 않는다.

나는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극복하지 않는다.

나는 주지 않는다.

나는 고치지 않는다.

나는 이기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반면 내가 글로 하려고 애쓰는 것은 딱 하나라서 목록이 없다. 나는 나를 만든다.

 

나는 내가 사랑을 탐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찍 알아챈 총명한 아이였다. 남다르고 싶은 욕심은 사랑받고 싶은 더 큰 욕망의 조악한 가면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내 세상이 넓어지는 만큼 충분히 남다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괴로워하던 나의 모양새는 사랑을 잃은 사람의 몸부림과 닮아 있었다. 사랑을 받는 동안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잃으면서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나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때는 그런 것이 필요한 줄도 몰랐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고른 방법은 우연히도 읽기였고, 뜻밖에도 쓰기였다. 그리고 우연히도 뜻밖의 내가 만들어졌다. 나는 나를 썼고, 내가 쓴 내가 나를 만들었다. 그것 외에 나를 만든 것이라면 더는 다른 모습으로 에두르지 않고 직접 육박해왔던 사랑들을 꼽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하기 전, 하는 중, 하고 난 후의 그 모든 사랑의 순간들에 대해서조차 써야만 했고 썼다. 나는 쓰는 내가 좋았고, 쓰는 나를 사랑해주는 그 사람들이 좋았다. 좋은 것들이 내 안과 밖에서 끊임없이 나를 빚었다. 그 마음들을 잊지 않겠다고 썼다. 써야만 했다. 그렇게 써야만 하는 줄도 모르고서. 때론 글이 나를 앞섰고 때론 내가 글을 앞섰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내가 되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내가 되었다. 나는 기어이 내가 쓰는 내가 되었고, 아직 쓰지 못한 내가 되기 위해 기어이 썼고, 내가 쓰는 것들을 끝내 사랑하는 내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와 싸웠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상대가 오롯이 나였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자랑하거나 가르치려 들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글들을 오직 나만 읽었기를 바란다. 나는 글을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 사람이 준 상처들을 극복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글들은 거기서 효용을 다하고 재처럼 화석처럼 흔적만 남았기를 원한다. 내가 고친 것은 나 말고 없었으면 좋겠고, 내 모든 승리는 내 안에서만 이루어졌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나를 더 많이,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싶다. 내가 사랑을 탐내는 사람이라는 걸 일찍 알아낸 총명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내게 가장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똑바로 아는 어른으로 컸다.

 

내가 아는 나는 쓰는 걸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틈만 나면 헛소리를 해대고 끝없이 개소리를 뱉을 셈이다. 내가 쓰는 글을 몇 명이 읽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 바로 나인 동안에는, 나는 계속 글을 쓸 작정이다.

 

나는 언어의 힘과 한계를 믿는다. 그것들이 앞뒤에서 나를 밀고 갈 것이다. 언젠가 나는 어딘가에 닿을 것이고 거기가 어딘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곳이 내게 좋은 곳이고 나다운 곳임을 이미 믿기에 쓰는 일을 겁내지 않는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도착하면 좋겠지만, 그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에게 좋은 자기다운 곳에 가 있겠다면 그쪽이 나는 더 좋겠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들이 전부 어느 만큼씩은 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결국 나의 글쓰기는 이유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일지도. 이처럼 가볍고 사적인 이유만을 가진 나니까 오히려 더 쉽게 할 수도 있겠다 싶은 말을 기어이 하자면,

 

당신이 쓰는 글이 당신을 데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거기가 어딘지 아는 당신과 모르는 당신, 혹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는 당신까지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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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18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홍승은 이 책 좋았는데 그거 읽고 쓴 이 리뷰는 더 좋네요. 같은 걸 읽어도 쓰는 수준이 난 부끄러운 수준ㅠㅠ올해 첫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계속 더 많이 써 주세요ㅎㅎ

syo 2021-01-18 10:00   좋아요 2 | URL
별말씀을 다하시는구나. 아침에 다시 읽고 이불킥 팡팡팡했답니다.

붕붕툐툐 2021-01-18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멋있다!!👍

syo 2021-01-18 10:01   좋아요 1 | URL
😎 ㅎㅎㅎㅎㅎ 나 그대로 믿는다? 믿어요? ㅎㅎ

붕붕툐툐 2021-01-18 12:36   좋아요 2 | URL
믿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하나 2021-01-18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쓰는 글이 당신을 데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syo님!! 멋있다!! 👍👍

syo 2021-01-18 13:12   좋아요 1 | URL
오늘 벌써 3엄지 획득했네요. 웬일이래 ㅎㅎㅎㅎ

라로 2021-01-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syo 2021-01-19 11: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빠바박 쓰고 계시는구나!

공쟝쟝 2021-01-1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 느무 근사한 페이퍼라 말잇못.. 저마다 자기에게 좋은 자기다운 곳으로... 가자 가자 우리 같이가요~~~

syo 2021-01-19 1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막상 또 가자 가자 같이가요 하니까 어쩐지 낯가리게 된다? ㅋㅋㅋ

공쟝쟝 2021-01-19 13:46   좋아요 0 | URL
각자 가자고 ㅋㅋ

syo 2021-01-19 14:54   좋아요 0 | URL
그럽시다 아무래도 그게 좋겠어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19 15:20   좋아요 0 | URL
각자 도달한 그곳에서 멀리서 안부를 묻자 오겡끼데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