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소오님의『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리뷰를 읽고 쓰는 글이 맞지만, 시이소오님의 견해를 지적하거나 반박할 의사가 없습니다. 첫째, 시이소오님은 syo가 깔 수 있을만큼 어쭙잖은 말을 하는 분이 절대 아니고, 둘째, syo는 시이소오님의 글을 깔 수 없을만큼 어쭙잖은 말을 하는 놈이고, 셋째, 설령 미라클적으로 앞의 두 조건이 모두 만족된다 하더라도, 시이소오님의 말씀처럼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위험하고 멍청한 짓이 되는 곳이 이 나라 이 땅이기 때문이겠다. 시이소오님이 그렇듯 syo도 남성이며,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위험한 마당에 페미니즘에 대한 발언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듀얼코어로 멍청한 일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심한 syo가 언제나 그랬듯, 지금 놀이터 한 구석에 숨어서 바닥에다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난 항상 혼자 놀지. 친구가 없거든. 지금 난 그림을 그리고 있어. 혼자 그리고 있지. 뭐, 와서 보라고 그리는 건 아냐. 그렇지만 본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게. 혹시 내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나를 때리지는 않을 거지?
위의 글을 어디 적어놓고 앞으로 쓸 일 있을 때마다 ctrl+c, ctrl+v 해야 되겠다.
syo는 <집적회로소자> 과목이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은 처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적분을 처음 배울 때, 물리2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그랬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미분적분학>,<일반물리학>,<디지털논리설계>,<현대물리학>,<전자기학>,<회로이론>,<데이터구조>가 쉬웠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 후로도 <전자회로>,<반도체소자공학>,<수치해석>,<알고리즘>,<디스플레이구동설계>..... 그 많고 복잡한 수식들과, 무뚝뚝한 공학적 서술들과, 이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요정도는 당연히 배우고 올라왔으리라는 잔인한 가정과..... 이 모든 악랄한 것들이 전부 실리콘밸리든 어디든 syo는 가지도 못하며 평생 부러워만 해야하는 곳으로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꾹꾹 눌러 4년을 마치자 syo는 "지금부터 아주 잘만하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만들 수도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는 먼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배터리, 그리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각각 syo같은 먼지들이 생성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수학 할아버지와 과학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기괴하고 야릇한 이름의 과목들을 헤쳐나오는 데 고등학교 이과 2년, 대학 4+n년, 최소 6년을 오롯이 바쳐 겨우 '먼지'가 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졸업즈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 먼지들아 반갑다, 나는 '찌꺼기'라고 해, 너희들도 나처럼 대학원에 들어와 석사 2년을 마치고 나면, 당당한 '찌꺼기'가 될 수 있단다!
그 먼지들이 찌꺼기가 되고, 찌꺼기가 덩어리가 되는데 거의 10년이다. 그러나 여러 곳의 덩어리들이 한데 뭉쳐 가까스로 만들어 낸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몇가지 손가락 기술, 항시 와이파이를 켤 것, 기기묘묘한 패턴을 만들 것, 안되면 껐다 켜볼 것, 과 같은 아주 단순한 기능 뿐이다. 그러나 전자공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누구도 스마트폰을 더 잘 쓰기 위해 전자공학이 더 쉬워지길 바라지 않는다. syo도 그렇다. 전자공학 연구가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많아진다.
물론 syo도 페미니즘이 쉬웠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은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욕심일 뿐이지, 페미니즘이라는 학문 자체가 syo의 이해선상으로 내려오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이다. 물론 버틀러는 뒤지게 어렵게 쓴다. 이리가레는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많다고 들었다. 스피박은 본 적도 없는데 이미 죽은 견해라는 이야기도 어디서 주워 들은 것 같다. 페미니즘 이론 계보상 저어어어어 꼭대기에 있으니 그나마 괜찮겠지 싶어서 읽기 시작한 보부아르의『제2의 성』조차 지금 몇 주째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쉬웠으면 좋겠다. 그러나 좀 더 쉬울 수는 있어도, 겨우 얇은 책 10권 정도 읽어 본 syo가 확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쉬울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학문이라면, 한 줌의 이론에 무너질 얄팍한 기반에 근거해 이리저리 여성들을 착취해 온 남성의 보잘 것 없는 역사가 한껏 더 보잘 것 없어지겠다.
페미니즘이 스마트폰처럼 우리의 생활을 바꾸기 위한 학문이라 해도, 그 저변에는 난해한 이론들이 깔려있을 수 있다. 그것은 전혀 과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서점에는 이미, 밀어서 잠금 해제 수준으로 학문을 배제하고 생활에 밀착시킨 페미니즘 책들이 많다. syo의 눈에는 오히려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로 보인다. 페미니즘의 이름을 달고 나오지만 그저 여성이 쓴 에세이일 뿐인 그런 책.
표면과 심층 사이의 그 깊은 간극, syo는 그 간극이 더 벌어졌으면 좋겠다. 다만 밑바닥까지 밟아 내려갈 수 있는 계단 같은 책들이 좀 더 단계적으로 나왔으면 한다. 이건 뭐, 밑바닥 볼려면 무조건 다이빙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페미니즘에 생업을 건 것도 아닌 입장에서 그냥 물장구만 퐁당퐁당 치고 말아야 하는 형국이긴 하다.
벨 훅스의 책을 읽으면서 syo는 그런 생각을 했다. 페미니즘을 점점 어렵게 하는 학자들의 담론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만약 그들이 담론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다른 페미니즘 연구자나 활동가의 입을 닥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들을 고성능하이클라스특급쓰레기라고 불러야 되겠다고. 우리가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해 더 다양한 생활의 편의를 구현하려면 전자공학의 담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공학 박사학위자가 일반인들에게 당신들이 쓰는 방식은 틀렸소, 스마트폰은 이렇게 써야 하오, 나는 박사요, 내 말을 들으시오, 거기 당신은 스마트폰을 쓸 자격이 없으니 내일부터 폴더폰을 쓰시오, 나보다 스마트폰을 잘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나는 이런 결정을 할 자격이 있소, 당신들이 쓰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오, 그러므로 당신은 스마트하지 않소. 뭐 이따위의 발언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연구자가 아닌 일상의 페미니스트들이나,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주의를 주거나 경고를 할 수 있다. 아무리 방수가 된다지만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리는 것은 좋지 않아, 배터리는 소모품이니까 1년의 무상 A/S 기간 안에 갈아주는 것이 좋아, 데이터를 함부로 쓰면 요금 폭탄을 맞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진동으로 바꾸는 게 어때. 그러나,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이 법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임의로 타인의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사용할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 타인의 페미니즘을 함부로 짓밟지 맙시다.
뜬금없지만 171101-171111 32권
1. 파씨의 입문
: 아프고, 슬프고, 부질없는 것들의 반복을 앞에서, 곁에서, 안에서 바라보는 눈. 언제 돌아올지 모를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바닥이 없는 긴 구멍 속을 한없이 함께 낙하하는 눈.
2. 괴물과 함께 살기
: 사회철학에 대한 재빠른 일별. 두꺼운 책들이 눈을 부릅뜨고 기다린다.
3. 웃는 남자
: 만족 만족. 읽는 사람이 세상을 마주해 열린 관심을 가질수록, 소설의 기능과 가치는 더 선명하게 빛나는 법이다.
4. 다이어트는 운동 1할, 식사 9할
: 될까? 뭐든 열심히 안 하는 syo에게 살 빼는 일이야 열심히 안 먹으면 되니까 쉽지만, 건강하게 살 빼는 일은 뭘 열심히 해야 하므로 어렵다.
5. 시사인 528
6. 민주주의의 정원
: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호모 폴리티쿠스를 죽이고, 애덤 스미스와 찰스 다윈을 제 입맛에 맞게 교접한 우리의 오래된 기계적 세계관을 깨고 나오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모든 학문 분야들이 전부 정원으로 향하는 우리의 길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라고 써놓고 보니 이 책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작지만 훌륭한 경제사회 팸플릿 같다.
7. 루쉰
: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 루쉰이 유학하던 시절의 일본상을 명확히 그리기도 하고, 일본의 루쉰 수용사를 비중있게 다루기도 한다. 같은 분량의 다른 평전들에 비해 루쉰의 개인사를 조금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경향도 있다. 전체적으로 매력이 넘치는 평전은 아니겠다.
8. 니체씨, 긍정은 어떤 힘이 있나요?
: 삼촌, 니체가 뭐하는 사람이야? 라고 조카가 물어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은데 조카가 없다.
9.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1조를 다시 읽는다. 어느 순간 철학과 관념의 평면으로 점프했다가 다시 정치와 권력의 평면으로 내려오는데, 두 개의 평면 위에서 놀 때는 능수능란한 반면, 평면 간의 이동이 갑작스럽거나 다소 거칠게 밀고 들어온다는 느낌이 있다. 헌법 1조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충분히 놀라운 책이다.
10. 고전으로 철학하기
: 읽을만 한 인문독서기록이다. 의견의 대립이 있는 부분에서는 양비론, 중용, 도덕책 속의 예쁜 말로 결론을 맺는 경향이 없진 않은데, 깔 때는 까 주고 말할 게 있을 때는 촥촥 내지르다보니 그렇게 눈에 밟히지는 않는다. 빨강이의 냄새가 난다. 아이 좋아라.
11. 약탈정치
: 한 권으로 끝내는 이명박근혜.
12.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의 임팩트가 막강한 것은 전쟁터가 우리네 사는 마당 안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고, 이것은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는 득인 동시에 실이다. 명성을 얻었으나 그 명성이 악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군주론>을 다 읽고는 이제 마키아벨리를 다 씹어먹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런 경우 고작 1/4의 마키아벨리를 알았을 뿐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저작을 <서한집>과 <외교문서집>을 한 덩어리로 시작해, <군주론>, <로마사논고>, <피렌체사> 의 큰 네 덩어리로 끊는다. 군주론 하나 읽고 깝치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13. 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상물정 아는데 알아야 하는 것이 이리도 많으니 게으르게 살아가지고는 답이 없겠다. 어휴.
14. 헌법의 발견
: 헌법의 대표적 조항들을 둘러싼 정치/철학/사회학적 지식들의 향연이다. 박홍순 선생님의 인문학 책 스타일을 실하게 보여주는 좋은 책. 다만 좀 재미가 없고, syo의 경우 이런 나열식 발췌 지식 사전 같은 형식의 책에서 얻은 것들은 빨리 휘발되고, 결국 책에서 언급된 문헌들을 하나씩 읽어가야 남는 게 있더라.
15. 종의 기원을 읽다
: 양자오는 무섭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아는 사람. 책도 좋다. 그러나 양자오의 책은 양자오처럼 무섭거나 어마어마하게 괜찮지는 않다.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은 반박불가다.
16. 문제적 과학책
: 36권의 과학책을 결점으로 해서 꿰어나가는 과학사. 어렵진 않지만 딱히 재미가 있지도 않은, 무난한 과학사 책이겠다. 철학사도 그렇지만 과학사 역시 구슬 서 말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데 쓰는 끈이므로, 초심자가 과학 공부를 과학사 책으로 시작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근데,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 걸까.
17. 풍경 소리
: 구효서 선생님 회춘 소식을 전합니다. 만세. 이것은 구력이 없으면 도저히 쓸 수 없는 글인데, 상큼한 문체와 만나 이제껏 없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18. 맹자를 읽다
: 양자오는 맹자를 투사로 본다. 논변의 투사. 그런 관점에서 맹자를 읽는 것은 과연 효력이 있다. syo가 보는 맹자는 분노와 혁명의 사상가다. 사람들은 자꾸 택도 없는 질문으로 맹자를 괴롭히고 그 덕에 맹자는 항상 화가 나 있다. 공자보다 맹자가 더 잘 듣는 약이 되는 시대다.
19. 한겨레21 1185
20. 베를린 일기
: 빵 터지면 별 다섯 개 원칙대로 별 다섯 개. 오십다섯 개.
21. 지금 당신에겐 시 한 편이 필요합니다
: 그 동안 시를 읽는다고 읽었지만, syo는 읽은 게 아니라 읽은 개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2.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선명하게 가리키고 있는 윤고은.
23. 리영희 프리즘
: 리영희를 빌려와 오늘날(2010)을 조명하는 책. 리영희를 지식이 아닌 방법론으로 보는 셈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방법론으로 기능할만 한 지식인이 과연 얼마나 더 있을까.
24.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 제목부터가 딱 정지돈이다. 정지돈의 <정지돈> 이런 느낌이다. 단편도 장편 같고 장편도 단편 같다. 읽어보면 여지없이 정지돈이다.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 것이다. syo는 그저, 정지돈은 정지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25. 다른 사람
: 많은 말을 하려고, 많은 글을 썼는데 모두 지워버렸다. 작가가 글을 너무도 선명하게 써서, 나도 이 모든 아픔과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 이해라는 것이 여전히 세상에 크고 작은 아픔과 슬픔들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입에서 종종 나오는 '이해'라는 단어와 얼마나 다른지 확신이 없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뱉을 수 있는 말이 줄어드는 책들이 있다. 나는 부채감과 분노가 만드는 교집합의 어느 지점 위에서 그저 침묵만 거듭한다.
26. 즐거운 시 읽기
: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중고등학생이 시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를 잘 알겠는데도, '즐거운' 시 읽기 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그야말로 반어법에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려는 살신성인의 태도겠거니.
27. 문단 아이돌론
: 우리에게도 이런 사람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이미 있는데 못 보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얼른 눈 앞에 나타나라구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28. 21세기 다윈 혁명
: 다양한 학문 분야에 다윈을 끌어들여 아전인수식으로 다윈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책. 진짜 위대해 보이긴 한다. 19명의 저자가 짧은 글 한두 꼭지씩을 기고한 것인데, 글만 놓고 보면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
29. 이해 없이 당분간
: 아 재미지다. 흥미로운 작가들도 몇몇 발견. 아, 읽을 책이 또 늘었다. 깔려죽겠네.
30. 시사인 529
31. 그림으로 배우는 알고리즘
: 애기들 보는 애긔애긔 귀여운 책.
32. 알고리즘 행성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어려운 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은 기술서가 아니라 인문학 /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공학도와 공학도가 아닌 이들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공히 어려운 책이겠다.
그간의 길었던 백수생활을 청산할 필요성을 느끼고 가족 및 준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인데, 그들은 모두 syo가 이제라도 뭔가 생활력을 갖겠다는 데는 하나같이 찬성하였지만, 취업 전선에 나가겠다는 말에는 또 하나같이 반대를 하였다. 평생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아직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니가 뭘 할 수 있겠냐며, 그냥 책상 앞에 계속 앉아 있되 책만 바꾸어 보기를 강권한다. 한 자리에 모아놓고 공청회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마치 배후에 무슨 세력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이렇게 다들 똑같은 말들을 한단 말인가. 두어 명 정도는 동의를 해 줘야 마이 웨이 가겠다고 우겨라도 볼텐데. 이건 마치 덤벼라 세상아 하는 기분이라 찍소리 못하고 납득. 내일부터는 사랑스러운 책들 대신 끔찍하게 생긴 몇 가지 법서와, 요약서, 문제집 같은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아, 책은 갔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세 권 기세로 읽는 짓도 이제 끝이 난 것입니다. 앞으로 딱 250일만, 하루 10시간만 공부하기로 약정하였고, 위약하면 위약금으로 인생을 내놓을 판이라, 이제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syo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