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데 나보다 한 열 걸음쯤 앞서서 한 검은 청년, 그러니까 피부가 검은 것은 아닌데, 검은 신발에 검은 바지에 검은 가방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검은 머리의 청년인지라 도저히 검은 청년이라고밖에는 달리 부를 도리가 없는 검은 청년이,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검은 티셔츠 등판에 어떤 이의 상반신 사진이 정말 커다랗게 박혀 있었는데, 엇, 저것은 프로이트잖아? 아무리 봐도 영락 없이 프로이튼데? 세상에, 프로이트 티셔츠라니. 그러니까,


 

정확히 이 사진이었다. 와, 신기하다, 프로이트 티셔츠라니, 내가 체 게바라 티셔츠는 봤는데, 하며 검은 청년의 등짝프로이트와 눈을 마주치며 계속 걷고 있는데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주까지만 해도 열심히 프로이트를 읽던 syo가 조금 흥미가 떨어진 거라, 다음 주부터는 융이나 라캉으로 슬쩍 옮겨 타려고 책을 빌려다 놓은 참이었던 것이다. 야, 너, 이제 나 안 읽을 거지? 그치? 아니, 그게...... 맞잖아, 안 읽을 거잖아. 아,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솔직히 말해 봐 내 책 빌려 놓은 거 있어? 아니,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집에도 니 책 있고, 나, 니 전집도 가지고 있는데..... 가지고 있으면, 읽냐? 니가? 허, 어이가 없네, 야, 나야 나, 이게 지금 누굴 속여 먹을라고, 나 프로이트야 임마, 무의식의 지배자, 니네 엄마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해치우고 싶어하는 니 무의식을 지금 당장 까발려 준다? 어디, 마음 한 번 심하게 불편해 볼까? ......나 지금도 불편해, 이 미친 영감아, 그만 좀 꼬라보라고, 나 그래도 너 읽을만큼 읽었단 말야. 니가 날 안다고? 고작 입문서 몇 권 띡 읽고? 그럼 말해봐, 지금 니가 내 눈을 보며 제 풀에 마음이 불편하고, 나랑 이 말도 안 되는 마음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 이 심리 상태를, 내가 뭐라고 불러? 그건......


생각이 안 났다! 검은 청년이 도서관에 들어서고, 4층까지 계단을 올라오고, 열람실로 들어 와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최선을 다해 머릿속을 헤집어 엎었으나, 생각이 안 났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6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프로이트 책을 한 권 더 빌릴 수 밖에 없었다. 안녕, 융아. 안녕, 라캉아. 우린 아직 만나기에 이른 사이였나 봐. 가련한 융아, 니가 왜 저 영감에 학을 뗐는지 나도 알 것 같아.


검은 청년은 왜 검은 가방을 양쪽 어깨로 매지 않았나, 그랬다면 저 매서운 눈과 마주칠 일이 없었을 텐데, 검은 청년이 나빴어, 이게 다 검은 청년 탓이야. 프로이트는 요런 방어기제를 "투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늦었다. 장학퀴즈 끝나고 벨 누르기다. 심지어 질문의 답도 아니다. 여러분, 날림으로 책 읽으면 이 꼴 납니다. 조심하세요! 


물론 syo만 조심하면 된다.




170918-170922 : 32권


마르크스 : 4권



1. 자본론 공부

: 이제 드디어 종이와 펜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별로 복잡할 것 없는 놈들이지만, 그래도 수식이라고 오랜만에 보니까 설레는구만. 자본론 공부하면서 김수행 선생님 책 한 권 안 보고 지나가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2.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 귀엽잖아.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 하면서 술술 읽기에 좋다. 뒷쪽에 알찬 추천도서 목록이 있어서 전의를 불태울 수 있다.


3. 오늘『자본』을 읽다

: 김수행 선생님에게 "강"이 있다면 강신준 선생님에겐 "유"가 있다.『자본론 공부』와 이 책을 나란히 놓고 보면, 동일한 주제, 같은 서술 방식임에도 각각의 존재 가치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본』의 한 구절 한 구절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딱딱 매칭시키는 기가막힌 능력.


4. HOW TO READ 마르크스

: 이 시리즈를 입문서라고 생각하고 덤비는 사람들은 반드시 엉엉 울며 돌아선다. 얘네들은 저자가 대상 철학자들을 읽어내는 본인들의 철학적 방법과 관점을 제시하는 명백한 철학서들이다. 어렵고 깊이가 있다.




철학 / 정신분설 일당 : 3권



5. 현대 철학 아는 척 하기

: 이런 책의 딜레마는 두께에서 온다. 컨셉상 얇아야 미덕일 것 같지만서도 암기가 아니라 이해로 끌고 가려면 어느 정도의 분량을 확보해야만 흐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500쪽쯤 되는데, 200쪽짜리보다는 확실히 낫다.


6. 융

: 정신없는 그림과 서술. 이 시리즈가 대부분 그렇지만 유독 이 책은 심하게 파편화되어 있어서 융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그리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7. 나는 누구인가

: 아, 꼴랑 프로이트 쬐끔 알고 읽을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 알고 읽었더라도 아, 굳이 읽을 책은 아니었다, 했을 것 같다.



경제학 첫발 떼기 : 6권



8,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9. 작은 자본론

: 제목은 이래도 마르크스의 이름은 한두 번 나올 뿐이고, 자본론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불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고 있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21세기에 자신들의 사상을 퍼뜨릴 사도 바울 후보 명단에 저자의 이름을 올린다면, 나는 그에게 한 번 배팅해 볼 생각이다.


10. 경제 선생님, 스크린에 풍덩


11. 저는 경제공부가 처음인데요


12.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

: 단지 만화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청소년 문고에 집어 넣었다. 이 도서관 청소년 문고에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국가. 정체』,『리바이어던』이런 게 막 꽂혀 있다. 좋은 책을 청소년 문고에 넣으면 성인이 안 보고, 어려운 책을 청소년 문고에 넣으면 청소년과 성인이 모두 안 보니까, 청소년 문고의 존재 가치는 참 역설적이다. 이 책이 썩 좋은 책이라는 말입니다.


13. 경제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




문학 : 11권




14.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 톨스토이가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왜 도스토옙스키를 그렇게 많이 읽고 레스코프를 읽지 않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가 진짜 몰랐을까? 두 작가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말이라면, 솔직히 난 바로 알겠는데?


15. 문학 소녀

: '문학 소녀'나 '소녀 감성'을 멸칭 비슷하게 썼던 그들, 20세기에는 그렇게 '여성들의 이성 부족 감성 과잉'이라는 택도 없는 이데올로기를 마술지팡이처럼 휘둘러 자신들의 공감 능력 부족을 어찌저찌 덮거나 부인할 수 있었겠으나, 어쩌냐, 이제 20세기 끝났다, 20세기들아.


16. 산책

: 희한하다. 리듬. 쉴 새 없이 헤매고 방황하고 혼란스러운데, 그게 다 아름답다.


17. 분노의 포도 2

: 한 동안 인생책이 될 것 같다. 서재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분노의 포도 알갱이" 컨셉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성형 수술을 결심할 정도의 대작인 것이다. 아직 안 읽으신 분들, 두껍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진짜 금방 넘어가요. 


18. 상속자들

: 익숙해지기까지 60페이지. 그 시간만 잘 버텨내면, 그 이후에는 골딩의 손이 놀리는 펜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된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라도 정신줄 놓치면 그 길로 바로 안드로메다 직행이다......


1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 읽는 데 며칠이 걸린 걸까. 의식의 흐름은 진짜 요물이다. 내 의식이 내 바깥으로 흘러 나간다. 그렇게 실컷 싸돌아다니던 의식은 책상에 엎어져 침을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쓰윽 다시 내게 복귀하고.


20.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 리뷰를 한 번 해보겠다는 호기로운 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안녕. 별이 되어 사라진 나의 기억들아. 주인공은 불쌍한 놈이고, 누가 나쁜 놈인지도 알겠는데, 그것 말곤 아무것도 모르겠다...... 훌쩍.


21. 젊은 예술가의 초상

: 세상에다 퍼붓고 싶은 자기 생각을, 아무리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렸다지만 이렇게까지 대 놓고 쏟아내는 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문장이 이렇게까지 웅장해버리면 따질 말을 잃는다.


2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2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24.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완간 기념 정주행 중. syo는 벌건 피가 범벅이기 일쑤인 추리물을 선호하지 않지만, 잘려나간 사지 육신이 아니라 책이 사방에 춤을 추는 이야기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내 모자란 친구의 칠칠맞은 형의 모니터 앞에 피규어로 놓여 있는 그 가슴 큰 여인이 누군지 이 책의 표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읽기 / 젠더 / 인문일반 : 6권



25.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제목 덕을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저자의 센스를 짐작할 수 있는 문체는 매력적이고, 서술 대상으로 삼은 항목들도 참신하다. 그러나 확실히 가볍고,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인문학" 책에 가깝겠다.


26. 월경독서

: 목수정을 처음 알게 된 책이다. 추억 돋네. 오랜만에 봤더니 어쩐지 내 문장이 그녀의 문장과 좀, 아주 쪼오오끔 닮아 있다. 사랑하면 닮는 법이지.


27. 음악 혐오

: 솔직히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도전해야지. 하지만 그 다음이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통 모르겠다.


28.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

: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을 읽고 내친 김에 한 번 읽어 보았는데, 아뿔싸, 무슨 최면에라도 걸린 것마냥 이 책을 반납함과 동시에 두 권 1000페이지가 넘는『미국 민중사』를 대출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보니 좀 무섭다.


29. 헬페미니스트 선언

: 『나쁜 페미니스트』를 540명이 읽은 동안,『헬페미니스트 선언』은 syo 포함 9명이 읽었다. 60배. 왜 사람들이 '나쁜 조선' 혹은 '배드 조선'이 아니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도 같다. '헬'의 농도가 '나쁜'의 60배는 되기 때문이다! 알아요, 아무말인 거. 이 책, 좋으니까 읽어보자구요.


30.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읽으면 한없이 부끄러워 질 거, 알았잖아, 알면서, 왜 또 읽고 말았니...... 그러나 취미로 하건 업으로 하건, 리뷰 쓰는 사람 중 장정일과 마주하여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그 외 : 2권



31. 굿바이 그래머

32. 시사인 522




-『자본론』세트(6권, 12만원)를 사 버렸다! 잘 한 짓일까? 그건 앞으로 하기 달렸다. 그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예측해 보면, 똥 됐다. 또 책장에 벽돌을 쌓는 데 돈을 썼구나. 


- 마르크스는 한동안 더 읽게 될 것 같다. 오늘 내 코피를 터뜨린 건 검은 청년과 프로이트였지만, 언젠가 마르크스가 등짝에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빨간 청년이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 말도 있잖아. "적과 흑".


- 미국 민중사를 책상에 올려놨는데, 책등에 저자인 하워드 진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살인미소"를 날리고 있다. "살인(나기 싫으면 어서 읽는 게 좋겠지 꼬마야? 라는)미소".


- 빌려는 놨지만, 솔직히 프로이트 쟤 별루야. 읽을수록 비참해져. 라캉이는 안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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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7-09-2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도 불편해, 이 미친 영감아.... 부분에서 빵 터졌네요 ㅋㅋㅋ 두번 읽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멋진 벽돌을 쌓고 계신 겁니다.. 네.

syo 2017-09-22 19:55   좋아요 0 | URL
새빠아아아알간 벽돌이에요.....

다락방 2017-09-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분노의 포도 다 읽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 이렇게 되었습니다.

syo 2017-09-22 20:1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는
??????!!!!!!!!!....... 요렇게 되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은 다독가이시군요.^^: 부럽습니다.

syo 2017-09-22 20:42   좋아요 1 | URL
잘 먹지 못해서 많이 먹는 거예요.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아도 못 끊는 폭식증 같은 거 아닐까요 ㅎㅎㅎ 1도 부러울 일 아닙니다. 겨울호랑이님쯤 되는 고수는 더더욱이요.

겨울호랑이 2017-09-22 20:49   좋아요 1 | URL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내에 저 많은 책을 읽으시려면 책에 대한 속도도
속도지만, 책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는 편이라.ㅋㅋ syo님의 책에 대한 열정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고수가 아니라 더욱 그렇구요^^: syo님의 재치는 다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오늘 배우고 갑니다.

syo 2017-09-22 20:53   좋아요 1 | URL
과찬이세요.
제 눈에도 저건 다독이긴 한데, 제 생각에는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는 것이 다독의 조건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해야 할 일˝이 없고, ˝별다른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이렇게 읽는 것 같습니다. 열정이고 재치고 이런 것들, 저 없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9-22 20:56   좋아요 1 | URL
^^: 마음을 비우는 것이 가장 어렵다잖아요. syo님 <자본>의 멋진 리뷰를 기대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9-2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님의 <자본론>에 발 디딛셨군요.
부럽습니다.

syo 2017-09-22 20:59   좋아요 0 | URL
아직 안 디뎠어요, 북다님. 그저 사 놓고 좋아하기만 하는 중입니다^^

단발머리 2017-09-2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나 댓글 날아갔어요~~ ㅠㅠ
혹시 syo님 북플에 로그인 안 한 댓글 있으면 그게 제 꺼예요. 방금 전에요.

전 항상 끌리는대로 정체없이 읽는 편이라 syo님처럼 한 개의 주제를 가지고 쭈욱 읽어가는 독서가 부러워요.
특히 그 대상이 마르크스라는 것도 흥미롭네요.
일단 저는 저기 위에, 귀여운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를 읽는 걸로 하고요 ㅎㅎㅎ

syo 2017-09-23 07:43   좋아요 1 | URL
저한테도 댓글 왔다는 알림만 뜨고 댓글은 사라졌어요. 금요일, 아멘,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ㅎㅎㅎ 북플 이 크레이지어플리케이션같으니라구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추천합니다. 일단 표지 좀 보시라구요...... 도저히 거부가 안 된다.


단발머리 2017-09-23 08:12   좋아요 1 | URL
아하..... 그랬군요. 제가 로그인해서 댓글달려고 금방 삭제했어요. 근데 붙여넣기가 안 되더라구요.
북플을 미워하지 마세요. ㅋㅋㅋ

syo님 책 중에서 제가 읽은 것 4-5권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제일 중요한 이야기는...
저번주 금요일에 올리신 ˝자매님~~ ˝글이 너무 좋았다구요.
제가 금요일에, 교회가서 노래하고 기도하고 아멘하고 집에 딱! 와서 북플을 열었더니,
˝자매님~~ ˝이런 글이 있는거예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겠지만, 교회에서 방금 돌아와 완전 자매모드였던 제가,
제일 많이 웃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이렇게 많이 읽으신다면 아무래도 도서관 많이 이용하실 듯해요.
저도 도서관 많이 이용하지만, 많이 이용하면 아무래도 반납일을.... 못 지킬 때가 좀... 많습니다.
syo님은 어떠신지요~~~~~~ ㅎㅎㅎ
참, 즐거운 주말되세요~~ 날은 좀 흐릿하네요.

syo 2017-09-23 08:05   좋아요 1 | URL
와, 그 글은 써 놓고 이거 신앙인 비하로 비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잔망 떤 거라, 좋은 반응은 예상도 못했었는데....

제가 읽고 있는 책 중 제 소유인 책은 10퍼센트 채 안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은 ♡입니다. ㅎㅎㅎ

단발머리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은 미사일을 쾅쾅 쏘고 있고, 합을 맞춰 제 1야당도 헛소리를 쾅쾅 쏘고 있다. 지들이 똥 다 싸놓고 치우느라 식겁인 사람한테 냄새 난다고 삿대질이다. 태풍이 그 당 당사를 후려쳤으면 싶은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반성한다. 그렇게 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 모양 이 꼴인건데. 자연의 힘을 빌려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인간의 손으로 매듭지어야 할 문제다. 정말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10일 지났다. 앞으로, 14년 355일만 더 읽고, 세상에 나갈까 한다. 나가기만 해, 아주 다 쓸어버릴 거야, 호기로운 마음으로 오늘도 군만두처럼 책을 씹는다. 그래봤자 아직 '청소년이 읽는', '쉽게 보는', '3일만에 독파하는' 따위의 타이틀이 붙은 마르크스 입문서나 읽고 있는 처지지만, 나가기만 해, 아주 다 쓸어버린다니까, 너희들의 목숨은 앞으로 14년 355일 남았어, 유언장을 써 놓는 게 좋을 거다, 이 천하의 악당들아!

 

이것이 바로, 중2병 말기 증상 중 하나인, "용사로서의 각성" 입니다. 이런, 이 정도면 완치까지 꽤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환자분, 육식 줄이시구요. 술 담배 하지 마시구요. 제발 정신 똑바로 차리시구요, 이 험한 세상에.

 

 

 

170907-170916 총 43권

 

문학 12권

 

 

   

 

 

1. 힘 빼기의 기술

: 다 읽었다고 해서 바로 힘 빼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숨 쉬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는 이놈의 세상에서, 힘 빼고 살자는 말 자체가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

 

2. 은유의 힘

: 학술서와 평론집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 책이다. 나는 장석주가 너무 좋아서 항상 좋게 읽느라 잘 인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독도 병이지. 너무 넓고 때로는 너무 깊은데, 넓이와 깊이가 시너지를 일으키기보다 따로 노는 경향이 보인다. 한쪽에 엄청 넓은 운동장을 만들고, 다른 쪽에 샘이 깊은 우물을 팠는데, 그 사이 거리가 42.195km인거라,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신나게 볼 차느라 목 마른 아이들은 이제 물 한 모금 마시기 위해 결연한 표정으로 축구화를 벗고 마라톤화의 끈을 질끈 묶는다...... 아, 은유의 힘을 읽어 놓고, 겨우 이런 개똥같은 은유밖에 못하다니.

 

3.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 부질없는 것들은 정말로 부질없지만, 때로는 부질없는 눈으로 보고, 부질없는 입으로 말하기 때문에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죄없이 부질없는 것들에 '부질'을 한 번 더해 본다. 부질없는 것들의 이면에 그림자처럼 작은 '부질'이 생긴다. 그걸로 부질없는 것이 부질있는 것이 되지는 않지만, 가끔 그 그림자 안에 들어 우리는 조그마한 사탕을 아껴 먹듯이 삶의 의미를 한번씩 핥아보곤 하는 것이겠다.

 

4.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 소로의 여러 글들 가운데 명문장들을 뽑아와 일정 기준으로 배치한 책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소로의 글로 이런 책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게, 월든만 해도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다 명문장이라 한 문장 뺄라치면 갈비뼈를 빼는 기분이라.....

 

5. 아바나의 시민들

: 카메라엔 카메라의 일이, 눈에는 눈의 일이 있다. 두 개의 렌즈는 때로는 서로 돕고 떄로는 다투기도 하지만, 끝내 서로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여행을 다녀보지 못해 좋은 여행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좋은 여행기는 카메라가 카메라의 일을 하고 눈이 눈의 일을 할 때 그 일들 안에서, 혹은 그 일들 사이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안다.

 

6. 그리스는 달랐다

: 기행문처럼 보이지만 소설집이다. 엽편이라고 하기는 좀 길고 단편이라고 하기는 너무 짧은 소설들로 그리스를 소개하는데, 인상적인 이야긴는 몇 안된다. 백가흠이 겨우 이 정도였었나? 차라리 소설이나 여행기 둘 중 하나였으면 좋았으련만. CF를 보면서 별 생각 없었던 제품이 평소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에 갑자기 PPL로 등장했을 때, 어쩐지 제품과 드라마 양쪽에 짜증이 나는 상황이랄까.

 

7.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 문학정 장치나 기법, 감정도 숨어 있는 감정을 발라내는 해설이 어여쁘게 보이지 않는다. 내게 그럴 역량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냥 손 닿는 데까지만 만지고, 눈 닿는 곳까지만 바라보아도 시는 충분히 아름다울 때가 많다. 그 아름다움 안으로 들어가 없었던 일을 상상하거나, 그 아름다움이 내 안으로 들어와 있었던 일을 꺼내거나 하면서 즐겁고 또 슬프다. 이 책도 그렇게 한다.

 

8. 분노의 포도 1

: 책이 자신에 대해 침묵하길 강요한다. 네가 말할 수 없는 책이니 말하지 마라. 그러면 syo는 말하지 않는다. 경배를 한다.

 

9. 외투

: 미친 도스토예프스키같은 우리의 고골. 이런 평은 도스토예프스키가 들으면 싱긋 웃겠지만 고골이 들으면 빡칠 공산이 크다. 고골의 단편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이 딱 이 책에 든 세 작품이라, 이런 작고 알찬 책 하나 갖고 싶던 차였다.

 

10.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 별 의미 없다.

 

11. 내 인생 최고의 책

: 솔직히 처음에는 기욤 뮈소의 냄새가 나서 매서운 눈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에 좋은 점수를 매기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다.

 

12.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

: 안 맞아. 나랑 안 맞아...... 장담컨대 이 책에 있는 그 어떤 내용도 일주일만에 내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마르크스 7권

 

 

 

 

13. 마르크스 씨, 어떻게 행복할 수 있죠?

: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마르크스 이론을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마르크스의 가치론을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 관저메서 가장 터무니 없는 이론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뻔뻔한 가정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주류 미시경제학이다. 자본가가 비용에다가 임의적으로 덧붙여 올리는 가격이 이윤을 낳는다는 생각을 한 번 주입받고 나면, 노동가치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최소한 양쪽 견해를 공정하게 제시하여 아이들이 직접 생각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14.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두 명의 저자 사이에 오가는 편지글 형식으로 마르크스가 쓴 저서들의 의미를 파헤치는 수작. 두 저자의 의견이 갈리는 지점에서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것은 첫 번째로, 관점의 작은 차이에서 시작해 적용되는 판 자체가 완전히 다를 정도로 이질적인 생각들이 발생할 수 있는 마르크스 이론의 놀라운 확장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두 번째로, 그러므로 마르크스를 읽는 정해진 방법 같은 것은 없다는 것, 나아가 어떤 책도, 어떤 생각도 누군가가 정해 놓은 방법대로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곱표를 그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15. 마르크스와 함께 A 학점을

: 중요한 말을 읽는 이의 가슴에 박아넣기 위해, 재치를 잔뜩 머금은 느슨한 말들로 그 말의 주변을 둘러싸는 방식. 내가 꿈꾸는 글이 그런 것이다. 만약 사람들에게 반드시 보여주고 싶은 시체가 있다면, 그 시체를 전쟁터에 던져 놓는 것이 아니라 교회당의 십자가에 매달아야 한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고, 마르크스의 안경을 쓰고 분석한 세계의 부조리한 풍경화를 던져주며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책이다. 자본론보다는 공산당 선언에 가까이 있는 책이다.

 

16. 돈이 왕이로소이다

: 마르크스의 저작에 있는 주요 문장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각색한 책. 그러니까 말투만 조금 손질한 인용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걸 읽고 있으니까, 진짜 마르크스가 말하는 거 한번 들어보고 싶다. 불지옥에 유튜브나 팟캐스트 도입이 시급하다.

 

17.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 한 권으로 볼 내용이 아니었던 것이, 마르크스가 던진 근본 물음이나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틀처럼 거대하면서 추상적인 것들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동시에, 아주 신랄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르크스주의의 불확실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는 척 하면서 까고 있다. 마르크스가 두드려 맞는 꼴을 보는 건, 또 어떤 의미에서 신명나는 데가 있긴 하다.

 

18.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 류동민, 내가 지켜보고 있다, 당신. 당신은 분명 언젠가 큰일 하나 할 사람이야. 이런 따뜻한 사람 같으니라구.

 

19.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

: 사람들이 사용 설명서를 안 읽는 이유는 많다. 딱딱하고, 재미없고, 어렵고, 복잡하고, 사실 직접 써보는 것이 더 낫고. 이 책 역시 비스하면서 조금 다르다. 딱딱하지는 않지만 재미없고, 어렵지는 않지만 복잡하고, 언제나 그렇듯, 사실 직접 행동하는 것이 더 낫고.

 

 

프로이트 6권

 

 

 

20. 프로이트 & 라캉

: 김석은 정말 많이 알고 잘 아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책을 읽으면 설명에 두서가 없다는 느낌이다. 글도 어렵지 않고 문장단위로 보면 이해도 잘 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입문서로서 내실은 흠잡을 것이 없지만, 문장에 매력이 없고 무난한 것은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다.

 

21.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무의식에 비친 나를 찾아서

: 저자는 아주 쿨하게 "프로이트의 이론이 이상하게 보이면 그냥 넘어가거나 보류해도 좋아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냥 받아들여선 안 되죠. .... 의문이 생긴다면 질문해야 합니다. 판단은 여러분이 하면 돼요. 믿어지지 않는다면 일단 옆으로 밀어두고 넘어가도 됩니다." 라고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까면서 나온 이야기다. 짱이다. 이런 책 좋지. 취사선택의 자유를 알려주고, 이론 체계의 정밀함보다 사고의 폭을 지지하는. 우리는 연구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이래뵈도 300쪽.

 

22.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분량도 꽤 되고, 구성도 탄탄하다. 배경지식이나 선행연구 분석부터 시작해 꿈의 해석의 고갱이로 돌아 들어간다. 게다가 충분할만큼 다양한 사회 문화적 현상들과 다른 철학적 개념들을 정신분석의 용어와 연결지어 폭넓은 이해를 도모하는 미덕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이름 위에 프로이트의 다양한 사진이 붙어 있는 깜찍한 실수가 군데군데 눈에 띄긴 해도, 전체적으로 그다지 흠이 없는 책 같다.

 

23. 프로이트 무의식을 통해 마음을 분석하다

: "깊이 읽기"라는 타이틀을 달 만하다. 저자는 일단 친절할 생각이 전혀 없어뵌다. 보통 입문서에서는 몇몇 중요개념들을 강조해서 설명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프로이트가 만든 개념들을 골고루 평등하게, 그냥 프로이트 좀 알아볼까-하는 마음으로 접근한 뜨내기들에게는 불필요할 정도로 골고루 평등하게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다.

 

24. 프로이트 심리학 연구

: 내용은 좋은데, 번역이 희한하다. 엉망진창이라는 게 아니라, 알아먹긴 알아먹겠는데 영혼이 없달까, 억양이 없는 로봇의 말하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용어도 주류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들을 애써 무시하는 느낌이다. 역시 그렇게 써도 알아먹긴 알아먹겠는데 어색하달까. 책 자체야 원체 프로이트 입문서로 괜찮다고 평이 떠르르한 Hall의 것이니..... 같은 저자의 다른 번역을 권한다.

 

25. 지그문트 프로이트 콤플렉스

: 여기까지 읽은 입문서들 중에선 단연 제일 뛰어나다. 문체가 안정적이라 짧지 않은 문장인데도 이해가 쉽다. 번역자의 역량일까. 이 시리즈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철학 / 인문 일반 4권

 

 

 

 

26. 위로하는 정신

: 몽테뉴가 살아온 방식이 지금 이 풍진 세상을 살아내야하는 우리에게 전하는 지혜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좋은 재료에 가까웠고, 츠바이크라는 불세출의 요리사가 조리하지 않았더라면, 날것으로 씹어 피와 살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7. 장자를 읽다

: 장자는 크다. 작은 책으로 시작하지만 크게 끝날 것이다. 아니면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시작은 작아도 좋다. 그러나 한 권만 읽기로 하자면, 이 책은 그리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내가 유유를 까는 날이 오다니.

 

28. 시대를 매혹한 철학

: 요즘 이런 통통 튀는 입문서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읽어본들 별로 많이 알 수 없다는 자포자기 때문인지, 후려치는 책들에 관대해진다. 그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던 사이토 다카시를 재평가할 시기가 온 것인가? 그런다고 해도 아마 사이토 다카시는 야무차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이쪽이 훨씬 재미있고 쉽다. 그리고 거대한 의미를 겨냥한다. 자기완결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나 거기로부터의 탈출. 와, 입문서에서 이런 짓을? 사이토 다카시는 기껏, 3분안에 설명할 수 있어요- 이러고 마는데?

 

29.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 더 많이, 더 깊이 읽으면 갑자기 눈이 확-하고 열리는 순간이 오는 걸까? 그게 아니면 아주 낮은 계단을 밟아 높은 산을 올라가듯, 한 권이라도 읽는다면 거의 미분적일 정도로 얇게 눈이 더 떠지는 걸까? 읽고, 그 안에서 뭔가를 캐내는 일은 어렵고, 어려워서 내겐 없는 힘이고, 내겐 없어서 누군가가 부러워지는 것이다.

 

 

읽기 / 쓰기 5권

 

 

 

 

 

30. 거장처럼 써라

: 말은 쉽다. 다 아는 댁부터 한 번 해 보쇼, 따지고 싶긴 하다. 자, 여기를 이렇게 썰고 저기를 포크로 콕 찔러서 씹어드시면 됩니다, 이 다이아몬드 한 접시를요. 어쨌든 먹는 법은 알려주니 쓸모는 충분히 증명한 책 아닐까. 이빨은 내 책임이지.

 

31. 다른 생각의 탄생

: 현암사에서는 꽤 좋은 '책 읽은 책'이 나온다. 이다혜 기자의 최근작은 약간 실망이었지만. 이 책은 책 한 권을 기준으로 한 편의 글을 쓰는 형식이 아니라, 읽기, 공부 , 사랑, 민주주의 같은 하나의 개념을 중심으로 책들을 소개하여 그 개념을 다채롭게 조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일러주는 책들은 개념 위주의 단단한 독서를 위한 통일성 갖춘 목록이 된다.

 

32. 잘 지내나요?

: 빨리 다음 책 내줘요. 현기증 난단 말예요...... 근데 요즘 좀 뜨문뜨문하시더라?

 

33.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하여튼 아는 거 많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좋으면서 짜증나는 알록달록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세계의 8대 문학상"이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뻔뻔하게 아쿠타카와와 나오키를 밀어넣는 저 호연지기 좀 보소.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아직 못 읽어본 책들에, 한국어로 번역이 안 된 책들도 많다. 술술 넘겨가며 읽었지만, 확실히 기억에 박힌 것은, 상 중의 상은 부커요, 하늘 위의 하늘은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것.

 

34. 여자의 독서

: 그냥 그렇다. 목록은 평범하고, 문장도 저자의 명성에 비해 그닥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더 좋은 책, 많고 많다.

 

 

 

정치 / 사회 6권

 

  

 

 

35. 홍세화의 공부

: 읽어야 할 책들이 늘어만 간다. 읽어야 할 때 읽지 않았던 책들이 사라지지 않고 돌아와 멱살을 쥔다. 읽어, 읽어 임마, 나를 읽으라고. 나는 뭔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고, 읽고, 또 읽다가 가끔은 쓰기도 할 밖에.

 

36.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근현대편

: 원문을 몇 문단 단위로 발췌하고 약간의 해설을 곁들인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어렵더라도 원문 한 번 보자는 욕심이 생긴다.

 

37. 모두를 위한 사회과학

: 요즘 이런저런 입문서들을 뒤적이다 보니 단연 눈에 들어오는 출판사가 '휴머니스트'다. 정치 사회 분야에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고민없이 이 출판사의 책들을 손에 쥐길 권해본다.

 

38.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

: 강연을 옮긴 책. 딱 그만큼의 장점과 그만큼의 한계가 공존하는 얇은 책.

 

39.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 김규항과 목수정의 문장들은 그대로 나를 빚기 때문에, 다 빚이다. 갚아야 한다. 그들이 받지 않더라도 언젠가 어딘가에는 돌려 주어야 한다. 문장을 빚졌는데 삶을 빚진다.

 

40.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내가 주기적으로 반복해 읽는 책은 많다. 그렇지만 그것들 중에 이 책과 같은 방식으로 기능하는, 그러니까 마치 연료를 채우는 느낌으로 읽는 책을 꼽을라 치면, 이 책 이전에는 『공산당 선언』한 권 뿐이었다.

 

 

잡지류 3권

 

 

41. 시사IN 520

42. 시사IN 521

43. 한겨레21 1179

 

 

 

- 마르크스 일당 : 이제 입문서 두세 권만 더 떼고, 자본 들어가야지

 

- 정신분석 패거리 : 융 입문서 시작하면서, 프로이트 원전 좀 읽어야지

 

- 경제학 공부 좀 해야지

 

- 시 좀 더 읽어야지

 

- 살 좀 빼야지

 

- 살 좀 빼야지, 진짜

 

 

 

 

- 안 뺄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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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9-1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당연하다듯 원가에 이윤 붙여서 팔아먹고 왔습니다. ㅠㅠ
좋은 많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14년 355일은 ‘상징적‘ 의미세요?
그냥 궁금해서요. ^^

syo 2017-09-16 19:31   좋아요 2 | URL
15년 독서하고 하산할 뜻을 품었는데, 이제 10일 지나서요..... 벌써 하산하고 싶은데 아직 14년 355일 남았습니다ㅠ

다락방 2017-09-1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라니! 그런데 나랑 북플 친구라니! 꺅 >.<

syo 2017-09-16 23:00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제가 좀 읽나보지요? ㅋㅋㅋ

singri 2017-09-1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syo 2017-09-16 23:0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뭐예요, 무슨 일이에요?

독서괭 2017-09-1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째 제 책장에 꽂혀 얌전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를 수작으로 평가하신 걸 보니 왠지 안심이 되네요ㅋㅋ 요즘 책 읽을 시간이 통 안 나는데 대리만족 합니다~

syo 2017-09-17 14:19   좋아요 1 | URL
얼른 책 읽을 여유가 나셔서 이책 저책 읽으시기를. 대리운전은 몰라도 대리독서는 곤란하니까요 ㅎㅎㅎ

짜라투스트라 2017-09-1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yo 2017-09-17 16:3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감사합니다. and 부끄럽습니다.

yamoo 2017-09-1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이도 읽으셨네욤^^ 전 위책들 중 오직 1권만 오래전에 읽었더랬습니다.ㅎ
기술과 문명, 물질과 기억, 인정 투쟁으로 7-8-9월이 걍 깨지네요. 중간중간 걸출한 세계문학 읽은 거 빼고는 다른 책들 읽을 염두가 안난다는..

그나저나 공대출신이신데, 글은 왤케 재밌게 쓰시는 거야요!!

syo 2017-09-19 19:22   좋아요 0 | URL
야무님 읽으신 책들은 저 같은 경우 열어보지도 못할겁니다.

글솜씨에 대해서는 과찬이세요. 쥐어 짜서 쓰는 겁니다. 유머에 엄청 집착하면서요 ㅋㅋㅋㅋ
 


 

비둘기가 오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지?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모름지기 비둘기는 비둘비둘 걸어다녀야 제맛이라고 생각했다. 참새처럼 귀엽게 콩콩 뛰는 게 아니라. 목을 앞뒤로 흔들고 상당히 고압적인 눈빛으로 인간을 쏘아보며, 직립 보행은 너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이 신발 신은 원숭이놈들아- 하는 모습이 디폴트로 설정된 비둘기의 자태였는데, 공원의 잔디밭에 서른 마리쯤 되는 비둘기들이 알 품는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진리가 현현했다. 이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다. 정하는 것은 나다. 나라는 놈은 얼마나 오만한지, 나를 정하는 것에 그쳐야 할 것을, 심지어 '너'까지 결정한다. 비둘기도 아니면서 비둘기 너희들은 항시 걸어다니고 있어야 한다고 결정한다. 여성도 아니면서 니들은 남자를 못 만나서 그래, 사랑을 못 받아서 그래, 사회 생활을 제대로 안 해봐서 그래, 하고 여성의 의식을 결정한다. 신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인간이 아니라 쓰레기나 유전학적 오물로 규정해 600만이나 죽이고 나면, 결국 스스로가 인간도 아니게 된다는 것. 그것은 알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원래 10일에 한 번씩 정리하던 독서목록을, 부족하지만 일주일만에 대방출 해본다. 이렇게 쉽고 얇은 책 위주로 마구잡이로 읽기보다는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한 번 읽어볼까 싶기도 하고, 두꺼운 책을 슬슬 피하며 도망치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나도 이제는 두꺼-업하고 묵지-익한 책 읽고 폼나게 리뷰 쓸 수 있는 지식인이 되고 싶다. 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170831-170906 25권

문학 6권


1. 게 가공선

: 이게 소설이라고? 거짓말. 이게 100년 전이라고? 그럴 리가.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란 이러하고 저러한 것이다 말만 들었지, 실제로 읽어보니 현장감과 현실감이 압도적이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열 받는다.


2. 나무는 간다

: 책 딱 한 권 읽으며 여러 번 경탄하려면 시집만큼 좋은 게 없다. 그리고 글 딱 한 편 읽으며 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혀를 내둘러 보려면 시집 맨 뒤에 달린 해설만큼 좋은 게 없다.


3. 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

: 이 정도면 거의 암호놀이다. 시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내가 오롯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는 내가 소비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일단 내게 온 시는 머리로든 가슴으로든, 어떻게든 소비되어야 하는데, 단편적인 정황만을 남겨둔 채 시가 허공으로 흩어져버렸다. 결국 나는 시인의 다음 시집을 기다리지 않는다.


4. 중얼거리는 천사들

: 그러니까, 눈이다. 귀다. 손끝이다. 거기서 시작한다. 눈이 가는 자리, 귀가 향하는 자리, 손끝이 닿는 자리. 시인은 거기에 선다. 나머지 일은 시가 다 한다.


5. 인생의 일요일들

: 여행기는 우리에게 네 가지 선물을 줄 수 있다. 하나, 여행지로 데려간다. 둘, 그곳으로 가 보고 싶게 만든다. 셋, 지은이의 마음으로 데려간다. 넷, 그곳으로 가 보고 싶게 만든다. 여행기 입장에서는 둘이 가장 쉽고 넷이 가장 어렵겠다. 정혜윤이 네 번째 선물 언저리에 섰다. 그러나 한번에 다 읽어 삼키기에는 너무 진해 마음이 쉬 피로해지므로 나눠서 읽기를 권한다.


6. 동급생

: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듯, 사람 옆에선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친구를 만드는 것은 거울을 만드는 것이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거울 안의 내가 보인다. 거울 안의 나를 보고 있으면 거울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그렇게 실컷 거울 속의 나만 봐 놓고, 누가 물으면 거울을 봤다고 대답한다. 나를 봤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지도 않는다.



젠더 3권




7.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 배우는 것도 많지만, 나는 어디까지 읽어낼 수 있나를 확인하는 데도 좋다. 지식에 관해서건, 분노에 관해서건, 내 입장에서 아직 이 책에 대해 평하거나 쓰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읽고, 생각하고, 느껴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8. 길 위의 인생

: 많은 사람이 걸어 온 많은 길을 읽고, 듣고, 감탄하고, 부러워해왔다. 그 중 가장 멋지고, 다른 그 누구의 것과도 같지 않은 길이 이 책 안에 있다.


9. 악어 프로젝트

: 논쟁의 철이 지난 책이고, 역시 철 지난 대답이 되겠지만, 왜 남자들을 다 악어로 표현했냐고 분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명민한 꼬맹이가 했던 말이 대답으로 맞춤한 것 같다."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한 것이온데, 왜 홍시맛이 나냐고 물으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철학 7권



10. 현대 철학 로드맵

: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원제를 흘낏 보니까 "진짜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뭐 이런 식인가본데, 저자 본인도 서문에서 이런 '후려치기+우겨넣기'가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하거나 애당초 불가능함을 은근히 드러낸다. 일본 출판계의 고질병이다. 이 책만 읽으면 ~할 수 있다! 2시간이면 ~를 정복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천안이다. 호도하면 천안이지. 네, 무리였네요. 죄송합니다. 내용 서술은 이런 식이다. "라캉은 '차이의 체계'라는 소쉬르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시니팡의 연쇄를 '구조'로 이해했다. 라캉에 따르면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이러한 시니피앙의 연쇄(언어)에 의해 구조화된다." 이러고 띡 끝이다. 아, 입문서를 읽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이 나오면 책은 이미 실격인 것이다.


11.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 절반을 다 읽고 나서야 예전에 한 번 읽은 책이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내용도 같이 기억났으면 좋았을텐데. 심지어 당시에 리뷰도 썼었던 것 같다. 지금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비트겐슈타인 입문서 중에서는 정말 쉬운 편이라고 평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진짜 쉽다는 말이면 좋았을텐데. 


12.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1년에 한 번 꼴로 읽으면서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 보는 측량기로 삼는 책이다. 작년에 뿌려 놓은 눈물의 냄새가 나는 걸로 보니, 별로 멀리 오지 못했군. 여전히 데리다, 지젝, 랑시에르, 바디우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이건 읽었다고 할 상황도 못 되는 셈이다. 또 한번 쓰린 눈물을 심으며 내년을 기약한다.


13.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자본론" 입문서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철학" 입문서라는 입장에 맞게 상당히 폭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다른 책들을 읽기에 앞서 일독하면 방황을 크게 줄일 수 있겠다.


14. 헤겔

: 이걸로 시작하기보다는 좀 더 다정하고 두꺼운 책이 좋았겠다. 그러나 헤겔은 한없이 두꺼울 수는 있어도 결코 다정할 수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함정.


15. 한 눈에 읽는 현대 철학

: 역사에, 철학에, 뭐가 됐든 남경태의 책은 심지어 사전식이라도 어쩐지 잘 읽힌다. 최소 40년은 더 책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물론 그도 모든 방면에 달통한 만물박사는 아니었던 듯하다. "지금 상대성 이론은 양자역학에 자리를 내주고 패배한 이론이 되어 있다. 상대성이론이 뉴턴 역학을 대체했듯이 양자역학은 상대성 이론을 대체했다." 랄지,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의 관계처럼 서로 화합할 수 없고 정면으로 대립되는 이론이다"랄지 하는 구절을 보면 좀 의아해질밖에.


16. 프로이트 씨, 소통은 어떻게 하나요

: 청소년용을 만만히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당신, 그렇게 자신만만하다가 정말 부럽습니다. 백미는 푸코, 마르쿠제, 융, 포퍼와 프로이트가 벌이는 가상대담이다. 시리즈물로 니체와 마르크스도 절찬 판매중.


정치 / 경제 / 사회 4권



17.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 기본소득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21세기형 아나키스트의 일기장이었다. 그럴 바에는 사랑이나 하자, 집이나 불태우든지 가라오케나 가자, 하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인다. 재미도 꽤 있다. 마지막 꼭지인 "미친 사회를 위한 화장실 사보타주"는 압권이다.


18. 국가란 무엇인가

: 살을 붙이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뼈대가 필요하다. 뼈대를 빚는 책으로 부족함이 없다. 부족한 건 항상 여기를 시작점으로 해서 더 깊게 더 많이 읽어나가자는 의지의 지속력이다.....


19. 자본론 이펙트

: 자본론도 자본론이지만, 자본론의 이펙트를 다루는 데 주력한 책이다. 얇아서 내용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핵심을 비껴가지 않는 눈이나, 비판적 견해의 고갱이를 저며내는 손놀림을 보고 있으면 저자의 저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20.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

: 글과 만화 중 어느 것도 내 취향 아닌 것이 없는지라, 유유에서 나온 책이 아닌가 하여 출판사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러고보니 유유가 요즘 잠잠하다?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지난 달도 두 권이 나왔다. 소홀했다. 모든 게 내 불찰이다....



인문일반 / 책 / 생활 5권



21. 장서의 괴로움

: 알라디너들이여, 우린 이제 그만 사야 합니다. 책 무게로 집이 무너지는 일을 막으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미니멀리즘입니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은 파산과 함께 오거나, 아님 최면이라도 걸리지 않는 한 결코 그냥 오지 않겠지요..... 


22.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 발매된지 4년이 다 되어가는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나를 포함해 5명뿐이라고 알라딘은 말한다. 그게 내가 최근 맞닥뜨린 가장 큰 미스테리다. '쓰레기 고서'라는 '얼굴'이 독자들의 간택을 막는 요인이 되는가본데, 일단 읽기만 하면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훌륭한 책임을 알게 된다. 


23. 공부해서 남 주다

: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지식인들의 초상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에릭 호퍼나 듀랜트 부부에 대한 이야기는 읽기 즐거웠다. 다만 이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지식의 대중화에 일획을 긋긴 한 것 같은데, 그들이 지식을 대중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식자층과 투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공부해서 남 줬지만 남 주자고 공부한 것은 아닌 셈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칭찬하기 애매할 수 있다.

24. 편안하게 따뜻하게 휘게

: 행복이 들어오는 입구는 소소한 것들을 바라보고 보듬을 줄 아는 눈과 손과 그 온기 속에 숨어 있다. 그리고 코코아와 아로마 향초와 벽난로가 필요하다..... 휘게는 어려운 것이 아니랍니다. 어느 집이나 벽난로 하나쯤 다 있잖아요.


25. 올 어바웃 러브

: 나는 벨 훅스를 정말 좋아하고 그녀가 써낸 모든 책들을 사랑하지만, 사랑론만큼은 예외로 해야겠다.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고 보는 방식에도 단점이 있고, 그녀가 제기한 문제의식 또한 납득은 가지만, 사랑을 한 가지 정의 안에 가둘 수 있다고 보는 관점도 분명히 크고 작은 문제들을 낳는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게 사랑이니? 야, 사랑 몰라? 사랑은 이거야 이거, 다 정해져 있음, 그러니까 내 건 사랑, 니 건 사랑 아님. 헐, 대박. 뭐 이런 문제랄까?



내일부터는 아마도 초심으로 돌아가 마르크스를 열심히 읽게 될 것 같다. 사실 초심 찾을만큼 어디 멀리 간 적도 없다. 그냥 마르크스 읽다가, 까먹었다가, 다시 읽다가, 다시 까먹었다가, 다시 읽.....다가 세월은 가고 허리만 굽은 것이다. 그래도 계속 읽는 거 보면 이게 끈기가 없어서 이렇게 된건지, 있어서 이렇게 된건지 막 헷갈린다. 마르크스의 '마'까지 알았다 싶으면 까먹고, '마르'까지 알았다 싶으면 또 까먹고. 그러니까 결국 마르크스 관련 책을 처음 읽은 지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마르크스'를 알지 못하고 '마마르마르마르크마르마마르큿!마마...마..마르말'뭐 이런 것을 알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이번에는 꼭 '스'까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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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을 읽고 나니까 제 머리도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시구가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어요.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은 처음 보는 책입니다. 이런 책을 보면 헌책방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7년 전 알라딘 서재에 활동한 ‘노이에자이트‘님이라는 분이 있었어요. 그분 말로는 아파트 재활용분리수거장에 가서 버린 책들 중에 읽을 만한 것을 건진다고 해요. 한때 저도 그분의 책 사랑(?)에 반했습니다. 가끔 분리수거함을 지나가면 기웃거려요.. ㅎㅎㅎ

syo 2017-09-06 20:21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을. 솔직히 저건 너무 심했습니다.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은 어쩐지 cyrus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금정연 작가 책에서 발견하고 읽었지요. 분리수거함을 기웃거리는 cyrus님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한 번 뵌 적도 없는데 말이지요ㅎㅎㅎㅎ

독서괭 2017-09-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마르..(중략)..마르말‘ 이라니 ㅋㅋㅋㅋ 그 정도면 뭐, 끈기 인정입니다!(엄지척)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이 보관함에 추가되었습니다.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넘어가기까지 기나긴 기다림이 필요하겠지만요...

syo 2017-09-06 23: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책 추천 타율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서 걱정입니다. 저 혼자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1

 

매일 빡친다. 네이버를 들락날락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에이, 벌레 같은 놈,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하도 그런 일이 잦다보니, 그때 나는 과연 무슨 벌레를 생각하고 있었나 오늘 한 번 곰곰 추적해보았지만, 욕에 동원되는 벌레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벌레의 이데아 같은 것인가?

 

벌레 벌레 하지만 사실 이름 아는 벌레 몇 안 되는 것도 참 벌레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파리, 모기, 개미, 벌, 바퀴벌레..... 그러나 우리 주위의 개미도 잘 살펴보면 몇 종류의 다른 개미고, 모기도 크기나 색깔이 천차만별인걸 보면, "황 산벌"이랄지 "Mark WheelBug"랄지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네들만의 이름이 있을진대, 파리야, 모기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야이 벌레야, 하고 부르는 것은 너무 폭력적이다. syo도 누군가 에라이 인간아, 황인종아, 하고 부르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벌레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얘들아, 미안하다. 벌레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너희들의 고귀한 이데아에 치명타를 입히고 말았구나.

 

 

2

 

아직 말일은 아니지만, 내일은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하루 전에 미리 집계해 본다.

 

 

 

170821-170830 40권

 

읽기 / 쓰기 / 책  10권

 

 

 

 

 

1.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의 서평을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게 있어 그는 책에 관해서라면 항상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2. 평생공부 가이드

: 학문의 분류와 체계에 대해 집요하게 설명하는데 너무 집요해서 약간 무섭다. 분류덕후. 그런데 이런 분류법을 어떻게 평생공부의 가이드로 삼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을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분류만 할 뿐. 원래 덕후란 그런 것이다.

 

3. 필사의 기초

: 나는 유유 출판사가 좋다. 별 것 아닌 듯 보여도 삶의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잔기술"들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온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4.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일과 일 이외의 삶 사이의 간격은 넓어야 할까, 좁아야 할까? 내가 사는 모양과 방식을 일터에서도 계속 관철해나갈 수 있는 삶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세상이 70억개가 되고 있다.

 

5. 서서비행

: 잊을 만하면 읽어줘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이미테이션 서평가 금정역으로 활동할 날을 기다리며.

 

6.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 '동네서점'이라는 단어는 발음해보면 어쩐지 설레는 울림을 빚는다. 그 울림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동네 서점'을 갖고 싶게 한다. 더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은 급기야 '나의 동네 서점'을 연다. 우리에게는 그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작게 공명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렇게 되었으면.

 

7. 어린이책 읽는 법

: 책도 정말 너무 좋지만, 인간 복제 기술의 상용화가 시급하다. 저자분 좀 복제해서 아이들 있는 곳곳에 배치하게.....

 

8. 공부책

: 구구절절 옳은 말을 하지만, 이 책이 대상으로 삼은 우리나라 독자들은 대부분 "공부책"을 "성적책"이라고 생각하고 손에 들었을 것이므로 아마도 크나큰 실망이 뒤따르겠다. 슬픈 일이다.

 

9.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외국어 공부에 불을 붙인다. 첫날은 온 세상을 다 집어삼킬 정도로 크고 뜨거우나, 일주일만 지나면 감자도 못 익혀 먹을 그런 조루 같은 불을.....

 

10. 책 먹는 법

: 독서카드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궁금했는데 도움이 된다. 원전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견해가 좀 다른데, 원전을 읽는 것이 물론 좋겠지만, 책 먹는 법을 몰라 "책 먹는 법"을 읽는 독자들에게 대뜸 해설서는 읽어봐야 타인의 해석을 먹는 것 뿐이니 원전을 읽으라고 말하면 좀 곤란하다. 지금 날더러『존재와 시간』을 읽으라굽쇼? 이가 나지 않은 아이는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야채 생뿌리를 씹어 먹을 수가 없는 법이다. 통촉하시옵소서.

 

 

문학  11권

 

 

 

 

 

11. 한 번 해도 될까요?

: 페미니즘 책으로 분류해도 완전히 어색하지는 않을 정도로 성 담론을 둘러싸고 여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부조리에 대한 내용이 잘 녹아있다. 솔직히 좀 야했고, 땡큐.

 

12.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

: 이 양반의 개그욕심과 끈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개그 코드는 나와 맞춤했다. 아주 시종일관 집중을 못하고 이야기가 산발되는 것이 마치 syo의 리뷰같다. 200년 전에 나도 있고 알라딘도 있었다면, 이 책은 아마 이 서재에 연재됐을 것이다.

 

13.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내가 시인의 존재를 알았을 때, 이미 그 사람이 세상에 없었다. 그가 100권의 시집을 냈다면 시는 꼭 100권만큼 낮고 따뜻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손에는 단 한 권의 시집만이 남았다.

 

14. 숲 속의 빈터

: 최윤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지만, 최소한 99년의 최윤은 나와 잘 안 맞다. 다른 작품을 읽어 볼 의지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나저나, 단편 하나를 7000원에?

 

15.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부에 대한 열망과 항상 허망함을 낳는 부의 종점에 관해서, 피츠제럴드보다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16.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군대 놈들...... 이런 벌ㄹ, 아차, 또또.

 

17. 한 여자

: 이미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세상에 남겨놓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글쓰기를 택할 수 있을까. 그녀의 글은 "움직이는 정물"같다. 이 책은 그런 색깔로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되었다.

 

18. 남자의 자리

: 같은 작가의 비슷한 글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번역의 차이일까,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대상의 차이일까. 나는 이쪽이 더 좋은데, 그것은 우리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내가 내 아버지의 죽음을 그린다고 하면 위의 책보다 이 책처럼 하고 싶기 때문이겠다.

 

19. 애도 일기

: 롤랑 바르트의 독자적인 아픔의 리듬이야 내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겠지만, 슬픔이 그저 슬퍼함으로써 시간을 채우다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20.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 이것도 일종의 애도일 것이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누구보다 페소아를 사랑한 사람이었으므로, 이미 60년 전에 죽은 이를 위해서 세상에서 자기밖에 할 수 없는 애도를 바친 셈이 되었다.

 

21. 전락

: 역시 거장은 거장이로구만. 이렇게 매끈한 문장이라니. 세 줄이면 요약될 줄거리로 요런 이야기를 만들다니. 이 대놓고 섹시함은 이 작품의 척추일까, 아니면 머리카락 같은 것일까. 뭐가 됐든 땡큐.

 

 

철학 / 인문일반  7권

 

 

 

 

22. 인간이라는 직업

: 과연 프랑스 철학자가 쓴 책다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줄줄 이어진다.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책이 쉽지가 않다.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지만 번역자의 스펙이 짱짱한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23.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 뼛속까지 양반이라 몸은 상놈이나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타이즈를 입히고 러닝화를 신기는 책이다. 효과, 있다. 비록 뼈대는 상놈이나 마음만은 정승판서인 syo조차도 설득당했다.....

 

24. 행복한 시지푸스의 사색

: 내 생각에 아마 이 책은 하이데거 입문서 중에서는 가장 쉬운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은 쉽다. 어려운 것은 하이데거다. 어쩐지 그런 말이 생각난다. "치킨은 살 안쪄요. 내가 살쪄요."

 

25. 노력은 외롭지 않아

: 이걸 어디 분류해야 될 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노오오오오오력이 괜찮은 충고로 유통된단 말인가?

 

26. 모든 사람은 혼자다

: 밑줄 치는 대신 옮겨 적었는데 하고 나니 필사.

 

27. 울트라소셜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어쩐지 하나의 큰 물줄기처럼 읽혀서 참 좋았다. 이 책 역시 기대하고 읽었지만 어쩐지 이야기를 들었다기보다는 사전을 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28. How To Read 하이데거

: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어렵고, 하이데거라서 더 어렵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용어를 대단히 현실적인 상황에 대입해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치 / 사회 / 젠더  6권

 

 

 

 

29.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되는가

: 지젝은 참 요망해. 그의 글은 폭풍이고 내 정치적 관점은 그 앞에서 종잇장처럼 팔랑거리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식견이 얕아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참 멋있다, 저 연쇄살인곰처럼 생긴 남자는.

 

30. 디아스포라의 눈

: 서경식의 문장은 자체가 명문은 아니지만 그 안에 피가 돌고, 아름다운 수식어는 없어도 묵직한 실체감이 있다. 서경식이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는 주제가 분명히 있다.

 

31.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 됐다. 이제 원전들을 읽으면 된다...... 아아......

 

32.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 무조건 다 알아야 하는 내용. 북플에 읽은 책으로 등록할 당시, 나보다 먼저 7명이 읽은 흔적을 남겼는데 모두가 별 다섯 개를 매겼다. 나도 그렇다.

 

33.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

: 나는 ~라는 책에서 ~라고 말했다. ~라는 말은 나도 xx년도에 생각했었는데- 뭐 이런 식의 말을 많이 쓰는 책이고, 많이 써야만 겨우 책이 되는 그런 책이다. 피상적이며, 독창적인 분석 같은 것도 찾기 힘들다.

 

34.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두 번 읽었는데, 솔직히 아무리 봐도 이 책은 위대한 수준이다. 페미니즘 분야의『코스모스』라 하겠다. 1도 모르지만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사람에게 고민 없이 권할 수 있는.

 

 

예술  1권

 

 

35. 기억극장

: 문장이 감정을 끌고 어디 멀리 다녀왔다. 돌아온 감정은 슬쩍 젖어 있었고, 나는 책을 덮었지만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자연 / 환경  2권

 

 

 

36.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사실 내 생활패턴도 환경파괴자에 가까우면서, 망해가는 생태계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고 어떨 땐 눈물도 좀 난다. 이게 다 가식일까? 그렇다면 그 가식을 진심으로 바꾸기 위해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37. 서울 사는 나무

: 사진은 좋은 것은 좋았다가 아닌 것은 말았다가 하는데, 글은 시종일관 맑고 아련하다. 글 공부를 해야겠다. 장세이 작가의 다른 글도 찾아봐야겠다. 그 글을 더 읽고 싶다.

 

 

미분류  3권

 

 

 

38. 시사IN 518

 

39. 염소의 맛

 

40. 시사IN 519

 

 

1년에 읽는 책의 절반을 7, 8월에 몰아읽는 것은 몇 년째 치르고 있는 연례행사다. 어느덧 8월이 끝났다. 올해의 수확도 거의 다 끝난 셈이다. 하루 하루 서늘해지고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온다. 살은 빈둥거려야 찐다. 놀기 좋은 계절이다. 8월에는 36+26+40=102권을 읽은 셈인데, 목표치를 달성했으니 이제 좀 놀아야겠다. 하루에 7권씩 읽는 사람도 어딘가엔 있다지만, 아무리 얇은 책이라도 나 같은 필부필부에게 두 달에 근 200권이면 이건 미친 놈 춤추는 거랑 비슷하다. 이제 책은 줄이고, 영어 공부를 좀 할까 싶다. 마음은 그렇다. 그러나 중독이라는 것이 또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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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3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저는 저 책들 중 세 권밖에 못읽었군요^^
이제 많이 읽었고....하늘은 높아지고 있으니 어디 훌쩍 바람을 쐬고 오시죠!!
그리고 영어와 함께 다시 박차를!!!

syo 2017-08-30 20:16   좋아요 0 | URL
그럴까봐요!! 양산에는 훌쩍 가볼만한 곳이 있을까요?

책읽는나무 2017-08-30 20:36   좋아요 0 | URL
양산엔 양산은 없지만....통도사 절이 유명합니다^^
사찰을 좋아하신다면 고즈넉하게 산책로를 따라 걸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을무렵 억새축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신불산 위에 올라 내려다 보는 풍경이 그럴 듯합니다.근데 산 타기는 무척 힘드니까 차를 끌고 어느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더라구요?
근데 1박2일에서 다녀간후 해마다 그 높은 산위에도 단풍색깔 같은 등산잠바 입으신 줄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참 법기 수원지 라는 곳도 제법 가볼만 할꺼에요.계속 일제시대부터 출입제한이 되었다가 5년 전인가?일부 약간만? 개방하였는데 공기가 제법 좋습니다.
그곳은 버스나 교통편이 그닥 안좋아 차를 가져가셔야 할껍니다.
봄엔 원동 매화마을에 매화축제때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그래도 무궁화 기차가 지나가는 강가근처에 할리스 커피숖이 생겨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 꽤 운치는 있을 듯 합니다^^
둘러볼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중소도시라 당장 생각나는 곳은 요정도밖에 없네요ㅜ
요렇게 대충 둘러보시다가 성에 안차면 바로 부산이나 울산 또는 경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30분에서 40분거리의 인근이거든요^^

syo 2017-08-30 20:43   좋아요 1 | URL
사찰은 사랑입니다.
그러고보니 통도사도 한 번을 가본 적이 없네요. 이러고서야.... 진짜 한 번 다녀와야겠네요.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가이드신줄^^

다락방 2017-08-3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

syo 2017-08-30 22: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 2017-08-3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의 이데아. 마음만은 정승판서. 연쇄살인곰...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syo님 덕에 웃고 갑니다. 더불어 언제 읽을지 기약도 없이 쌓여만 가는 보관함 속 책들도 훌쩍 늘어났군요..
지난번 syo의 s는 무엇인가- 에 관한 글도 잘 읽었는데, y편은 언제 나오나요? 마감 앞둔 편집자처럼 독촉해봅니다. 유유는 syo님을 여전히 지켜보고 있을 겝니다(번뜩)

syo 2017-08-30 22:32   좋아요 0 | URL
아아.... y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사실 syo의 s가 ˝saeng각없다˝의 s라서...

그나저나 유유 관련 페이퍼를 올리고 며칠 뒤 ˝유유˝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으로부터 친구 신청이 들어와서 흠칫한 일이 있었습니다..

라로 2017-08-31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을 8월 21일에서 30일 사이에 다 읽으신 건가요??? 지가 님의 서재에서 읽은 글이 몇 안 되는지라 상황 파악이 안 되서요. ^😅알려주심 이런 질문 안 하겠습니다. 😳

syo 2017-08-31 06:50   좋아요 0 | URL
음, 다 읽고 덮은 날을 기준으로 기록하다보니 21일 이전에 읽기 시작한 책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

sprenown 2017-09-0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많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서평을 쓰다니 놀랍습니다. 독보적이네요..몸에 이상이 없을런지 걱정되기도 하고요.(감 한박스 보내드려야 하나? ㅎㅎ) 근데 벌레 이야기가 나와서 평소 궁금했던게 생각나네요.. 벌레와 곤충의 차이가 뭔지. 같은 건가? 곤충이 더 큰 개념인가? 아님 벌레가 그런가? 이 벌레같은 놈아.는 욕이지만 이 곤충같은 놈아 라고 는 잘 쓰지 않죠. 단순히 일상어와 학술어의 차이 일까요?

syo 2017-08-31 10:30   좋아요 0 | URL
서평이라 하기 부끄럽습니다. 100자도 안되는 것을요.

벌레와 곤충의 차이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얼추 생각하기로 벌레는 우리가 일상 감각으로 보고 분류하는 범주가 아닐까요. 거미는 곤충은 아닌데도 벌레라고 느끼고, 지렁이도 애벌레처럼 벌레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하니까요. 정의는 잘 모르겠지만 벌레와 곤충의 용례는 완전히 겹쳐지거나 포함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ㅎ

sprenown 2017-08-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아픈데,괜히 쓰잘데기 없는 말을 했군요.. 곤충과 벌레가 뭐라고.. 좋은 곳에 힐링하시면서 혹사시킨 눈과 뇌를 편하게 쉬게 해주시고, 재충전한 후 더 좋은 책소개와 멋진 글 부탁드립니다!

syo 2017-08-31 10:32   좋아요 0 | URL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과 재충전과 책 소개는 장담드릴 수 있으나 ˝더 좋은˝과 ˝멋진 글˝은 뭐라고 미리 말씀드리기가 어렵겠습니다....

시이소오 2017-08-3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도적입니다. 두달에 200권이라니. 거기다 100자평까지. 아. 따라잡고 싶은데 이건 뭐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독서법‘ 이시니 감히 엄두가나지 않네요. 올해 몇권을 뽀개실지 기대됩니다. ^^

syo 2017-08-31 22:01   좋아요 0 | URL
그만 달릴겁니다 올해는 ㅎㅎㅎㅎ
그나저나 시이소오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아직까지도 알라딘을 휩쓸던 시이소오님의 무용담이 다 식지도 않았는데....

막시무스 2017-08-3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syo 2017-08-31 22:02   좋아요 0 | URL
아이고 무슨 그렇게까지나요;;
하는 것이 읽는 것밖에 없는 사람치고는 부족합니다....

2017-09-04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5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식 2017-09-0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읽다가 님 블로그를 들어와보게 되었는데 재밌는 글이 많네요. 특히 서평이 간결하고 재밌습니다. 서평 남겨주신 책들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문 서평가로 활동은 않으시는지요? 유유출판사에서 책 한 권 내시면 어떨까요. [책 읽는 법] 이런 걸로요. 앞으로도 좋은 책 나쁜 책 많이 읽고 재밌는 서평 많이 남겨주시길 바라며 댓글 남깁니다.

syo 2017-09-05 14:04   좋아요 0 | URL
어마어마하한 과찬이십니다. 알라딘에는 저보다 서평 잘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서평의 퀄리티 순서로 책을 낸다면 제 책은 아마 3017년쯤에 나오겠습니다....

루카님이 읽으시기에 재밌으셨다면, 그걸로 제 글은 역량 이상의 결과를 낸 것이므로 만족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유유에 적자를 안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05-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 읽었네요 지의 거장이십니다 북플은 저에게 늘 도전을 주는군요! Syo님 감사요!

syo 2018-05-07 08:31   좋아요 1 | URL
지의 거장이요? 아마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더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칭찬이네요 ㅎㅎㅎㅎㅎㅎ
karl21님 반갑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시네요.^-^

카알벨루치 2018-05-0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도전을 주세요 저도 가랭이 찔어질정도로 한번 도전해볼께요! Karl이란 이름/성이 참 좋더라구요 전 “자본론”을 대학때 펴들었다가 포기했는데, 작년에 만화로 읽었는데 그래도 마르크스의 심지는 굵던대요! 아직도 햇병아리에 불과한 독서걸음입니다 ㅎ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애들이 아직 안 일어나니 온 천지가 평온 그 자체네요 우아 이런 날도 있네 곧 깨지겠지만

syo 2018-05-07 09: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미친 독서 폭풍을 기원합니다. karl님도 즐거운 휴일 보내시구요^^

행복한책읽기 2021-06-1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syo는 정말 독서가가 직업이군요. 예나 지금이나. 책에 관한 책이라도 언능 써요. 네?? 이런 주문 혹 부담 돼요?? 그럼 안하고.^^;; <내방여행> 기웃하다 반가운 이름 있어 댓글 남김;

syo 2021-06-17 18: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먼먼 과거의 syo를 발견하셨군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철없고 발랄하던 시절의.....
부담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잘한다 잘한다 하는 칭찬 말씀의 다른 버전일 텐데 ㅎㅎㅎ
 

 

1

 

어제 전라도 장성에 갔다 오늘 돌아왔다. 장성에서는 고깃집에서 고기 먹고, 치킨 집에서 치킨 먹고, 집에서 밥 먹고, 까페에서 커피 먹었다. 서울에서 온 친구들이 서울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대구에서 온 나도 대구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별 것 없었다. 정말 별 것 아니었다. 그렇지만 도움이 된다. 인간은 가끔 이래저래 큰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별 것 아닌 일로도 충분히 충만해지는 별 것 아닌 존재일 뿐이다. 장성에서 나는 내가 이토록 별 것 아닌 존재라는 사실이 고마웠다. 숙소를 둘러싼 밤이 고즈넉해 고마웠다. 서로 울음이 다른 풀벌레들이 각기 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았는데, 고마웠다. 열심히 살았거나 조금 꾀를 부렸거나, 어쨌든 우리는 하나같이 세상에 치이다 지쳐 퀭한 얼굴로 모여 앉았는데, 그저 고마웠다. 서울에서 오거나 대구에서 오거나, 각자가 끌고 온 그림자들의 색이 같았다. 고마웠다. 별 것 아닌 존재로 사는 일이, 별 것 아닌 눈으로 본 것들과 별 것 아닌 귀로 들은 것들을 가지고 모여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별 것 아닌 시간들이. 

 

억지로 별 것처럼 보이려 하지 말자. 별 것을 만들려 하지 말자. 이 밤을 특별한 밤이라 이름 붙이지 말자. 우리는 밤새 이야기했다.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 새벽 빗줄기 사이로 번져 조용히 사라지고, 우리는 그 이야기들의 뒷꽁무니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장성이었다.

 

 

 

170811-170820  26권

         

 

읽기 / 쓰기  6권

 

 

 

 

1. 고양이의 서재

: 애서로 이름 날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성장과정을 거쳐 여기에 왔노라. 전반적으로 잘난 척 하느 느낌이지만 실제 이 정도면 잘난 것도 맞다. 그나저나 표지는 무진장 귀엽다. 편집자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2.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는 김대식을 참 좋아하지만 그의 책을 접하면 항상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성기게 편집을 하나. 이 엄청난 빈 공간은 무엇인가. 이 그림들이 반드시 필요한가. 과연 양장까지 해야 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이 읽은 건 알겠지만 쓸 때는 어쩐지 쉽게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함량. 함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대식이 "전문성을 갖춘 이지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 더 좋은 글쓰기 책이 많다. 체호프의 글 또한 더 좋은 글이 많다.

 

4. 단단한 공부

: 좀 옛스럽긴 해도 변하지 않는 고갱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5.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제목은 '사람'을 읽다 인데 자꾸 '사랑'을 읽다라고 쓰게 된다. 고쳐 쓰다가도 아무렴 어때 싶다. 별로 틀린 말도 아닌데. 퍽 사랑스러운 사람이 쓴 사랑스러운 책이다.

 

6. 쓰기의 말들

: 지금은 어떤 말이 쓰기의 말이 될 수 있다. 많이 쓸 것이다. 그러고나면 어떤 말도 쓰기의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10권

 

 

 

 

7. 아름다운 그런데

: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이 칭찬 같은지? 마술사의 마술은 관객에게 신비롭고 그 비밀을 알 수 없는 소통 불가능의 순간에만 마술일 뿐, 우리가 알아채는 순간 그 빛을 잃는다. 시인은 친숙한 언어를 뒤틀어 일종의 증강현실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마술 자체를 통과해 그 뒤에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 "의미"를 기어이 겨냥하여 다시금 소통의 문법에 맞추고 번형을 시도하는 순간, 이 아름다운 언어의 마술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저 말장난이 남는다.

 

8. 넛셸

: 웃으며 보자고 들면 웃긴다. 솔직히 웃길려고 쓴 거 아닌거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남자 캐릭터들 병맛 코드 작렬이고, 그것은 이언 매큐언의 고상하고 지적인 문체와 만나 '쓸데없이 고퀄'의 미학을 선보인다. 이 책은 햄릿을 들고 와 시대와 화자의 나이만 조정한 것이 아니라 장르도 비극에서 희극으로 바꾼 것 같다.

 

9. 채링크로스 84번지

: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이 역시 책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10. 시의 문장들

: 슬프면 슬픈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그대로 다 어여쁜 이 문장들을 지으며 시인들 얼마나 기쁘고 또 슬프고 했을까. 이제 더는 시인을 외롭게 하지 말자.

 

11. 베누스 푸디카

: 아픈 몸을 통과하면 무엇이 태어난다. 통과한 아픈 몸을 되짚다 보면 무엇의 입이 열린다. 통과한 아픈 몸이 다시 아프면 무엇의 열린 입에서 시가 나온다. 무엇은 시인이 된다.

 

12. 바깥은 여름

: 김애란은 단편의 문법을 지킨다. 벽지를 새로 바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는 일이고, 성과 '이응'까지밖에 쓰지 못한 이름은 그 이름의 주인이 생을 채워 살다가지 못했음을 바로 상기시킨다. 벽지를 내려놓을 수도, 혼자서는 붙일 수도 없는 자세는 잊고 나아갈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를 그대로 비춘다. 그러나 전통적인 문법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면서도 김애란은 독자를 흔든다. 그게 김애란이다. 그게 김애란이 하는 일이고, 김애란이라서 하는 일이다.

 

13. 그때 그곳에서

: 뜨거움을 말해도 서늘한 문장. 그러나 누가 뭐래도 소설에서 더 빛을 발하는 설터.

 

14. 기사단장 죽이기 2

: 하루키는 죽지 않았다. 다만 조금 늙었을 뿐이다.

 

15. 온

: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토로하지 않는다. 아무리 차게 식었더라도 희망을 아직 채 다 버리지 못했을 때, 시인은 부러 시 쓰는 손을 냉정하게 해 본다.

 

16.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 장석주보다 한참 늦게 태어나 세월에 따라 그의 글이 변해가는 과정을 수월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알 수 없는 시간을 노래하던 그는 '봄가을을 예순 번이나 겪어보니' 이제는 아예 내가 짐작도 할 수 없는 곳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나도 도착해야만 하는 곳이다.

 

 

철학 / 인문 일반 6권

 

 

17.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중언부언은 있지만, 그래도 읽힌다(그나마).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중언부언도 약간의 변용을 가미한 반복학습(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하이데거 이 양반......)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나쁠 게 없다. 뭐지 이 짠내나는 평은......

 

18. 역경에 맞서는 법

: 제목 번역부터가 틀렸다. 책은 역경에 맞서려기보다는 역경을 슬기롭게 다루라고 가르친다. 결국 정신승리로 귀착되는 부분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책이 전하는 지혜는 자체 유용해보인다. 누구라도 한 두 군데씩은 맞아, 겪어보니 이렇더라니까, 하며 끄덕이게 되는 구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9. 열린 인문학 강의

: "랠프 바튼 패리"라는 자는 누구인가. 이 책은 꼭지마다 다른 교수의 강의를 담고 있는데, 언어가 유창하고 비유가 생기있고 전개가 부드럽다 싶어 강의자를 확인하면 십중팔구 저 사람이다. 나온지 100년도 더 된 책인데도 어제 쓴 글처럼 읽히는 강의는 오직 저 사람에게만 나오고 있다.

 

20.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몇 번째 읽는 책이지만 참 좋다. 우치다 타츠루처럼 다정하고 믿음직하게 개념을 풀어헤쳐주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21. 안녕 돈키호테

: 이런 책 좋다. 더 크게, 더 폭넓게, 한 1000페이지짜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열라 비싸서 살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좋지만, 제발 박웅현만 끼면 반드시 집어넣는 그 "창의력"이라는 말은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 이 책의 주제는 창의력이 아니라 "도전과 끈기"에 가깝다.

 

22. 하이데거의《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읽기

: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내말이. 이 책은 그러니까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란 또 무엇인가》인 셈인데, 내 역량이 어찌나 형편 없는지, 내겐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란 또 무엇인가》란 당최 무엇인가》가 필요할 지경이다.

 

 

정치 / 사회 3권

 

 

23.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짧고 빠르게 달려가지만 한 번은 읽어볼만한 책. 복잡한 정치 이론이 들어있지는 않아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가 어떤 모양인지 한 번쯤 돌아보게 해준다.

 

24. 단단한 사회 공부

: 사회공부라고 해서 사회학 같은 걸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많이 아는 영감님의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이다. 나쁘지 않았다.

 

25. 청년에게 고함

: 인터넷에 무수히 돌아다니는 성격 테스트(혹은 심리 테스트)문항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연단에 올라있는 당신의 눈에는 무수히 많은 대중들이 당신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침을 꿀꺽 삼키고 준비해 온 선동문서를 꺼냅니다. 그 문서는 다음 중 어느 것일까요?

1.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

2. 독일 국민에게 고함 - 피히테

3. 항소이유서 - 유시민

4. 청년에게 고함 - 크로포트킨

엄청난 고민 끝에 나는 4번을 고르겠지.....

 

 

미분류 1권

 

 

26. 시사in 517

 

 

 

2

 

어쩐지 문학에만 자꾸 손이 가는 요즘이다. 한동안 이런 방향성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읽기 / 쓰기 분야는 꾸준히 읽으려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분야다.

 

조금씩 읽는 페이스가 늦춰지고 있다. 2017년 8월에는 100권을 읽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8월 중순에는 뭐가 터진건지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좋다. 누군들 안 그럴까. 더 쓰고 덜 읽자. 균형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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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8-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많이 읽었네요. 저는 지금 [넛셀] 읽는 중인데, 남자들 진짜 병맛이다.. 생각하면서 읽고 있어요. 그런데 쇼님의 이 페이퍼에도 그렇게 등장하네요. 주말에 넛셀 다 읽을라고 했는데 놀다가 자느라고 못읽었어요. (시무룩)

일단 올려진 책들을 보고 [바깥은 여름]에 대해 쇼님의 평가가 어떨지 궁금했어요. 저는 김애란을, 그 뭐지, [두근두근 내인생] 읽고 ‘그만읽자!‘ 생각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궁금했거든요. 쇼님은 전체적으로 좋게(?)평가한 게 맞지요? 저는 뭐랄까, ‘울려야지‘ 작정하고 쓴 글의 느낌을 김애란으로부터 받아서, 제가 안좋아하는 류라서 그만뒀거든요.

아 시사인... 제가 구몬도 밀리고 시사인도 밀렸습니다...하아- Orz

syo 2017-08-21 08:35   좋아요 0 | URL
김애란은 아무래도 단편인 것 같아요. 저는 책 읽으면서는 안 울었는데, 그게 김애란이 울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울릴 역량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요. 좋게 생각한 건 맞아요. 읽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요즘 시사인은 장충기 문자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내가 개새끼들과 한 하늘을 이고 잘도 살고 있었구나 느낄 수 있지요. 사실 그 느낌 자체는 뭐 그리 경험하기 힘든 일은 아니군요.

쇼코 2017-08-2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도 전라도에 계셨군요. 저도 그날 전주 한옥마을서 하룻밤 신세지고 왔거든요. 아침에 비가 와서 처마 밑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책 좀 읽어 볼라다가 모기한테 4방 뜯겼지 뭡니까. ㅎㅎㅎ 암튼 뜬금없이 반갑네요^^

쇼님 다독하시는 거 보면서 자극 받곤 하는데 산만한 제 속도로는 역시 무리 더라고요. 그냥 개미처럼 천천히 읽기로 했어요. 그래도 다독하시는 쇼님 덕분에 읽고 싶은 다음책이 많아져서 지금책 읽는 속도가 쪼끔씩 빨라지고 있어요. ㅎㅎㅎ

syo 2017-08-22 11:44   좋아요 0 | URL
하하, 둘 다 전라도에서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먹고 있었겠네요!! 저는 맛있는 전라도 치킨을..... 전라도 BHC.....

저같은 다독은 권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백수라서 가능한 일이거든요. 저도 뭔가 일을 하게 되면 삼일에 한 권도 벅차겠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알라딘 서재질밖에 없으니 것참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ㅎㅎㅎㅎㅎ

쇼코 2017-08-22 11:58   좋아요 1 | URL
전주 가시면 ‘소문난집‘ 콩나물국밥 꼭 드세요. 택시기사분이 추천해서 갔는데 인터넷맛집 소개난 곳보다 훨씬 맛나요. 국물김치도 정말 맛났고요.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영업해서 전날 술한잔하고 해장하기 딱 좋더라고요^^ 저는 다음엔 전라도 치킨을... BHC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