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천국 창비시선 318
이영광 지음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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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물이 는다. 삶의 양을 정하는 누군가가 눈물의 양은 정해 놓지 않아서, 눈물은 무한정 는다. 어떤 시간은 떠올리는 순간 목이 메고, 어떤 이름은 듣자마자 눈시울이 젖는다. 세상엔 눈물이 참 많이도 있는데, 어떤 눈물은 사랑에 매여 있고, 또 어떤 눈물은 사람을 따라 온다. 그러다보니 큰 눈물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도착한다. 울고 울어도 마르지 않는 울음이 있다. 보이지 않게 되고 들리지 않게 될 뿐, 안으로 안으로 흘러 내 눈에만 보이고 들리는 눈물이 있다. 미안. 원망의 눈물보다 미안의 눈물이 오래 흐른다. 거세지는 않아도 끈질기게 흐른다. 모두 다 썰물처럼 물러간 자리에 미안함은 소금처럼 남는다. 소금처럼 빛난다. 오래 보면 눈이 따갑다. 이내 눈물이 고인다. 그래도 가끔 아름답다. 미안을 생각하는 사람은 눈이 맑다. 눈물이 씻은 눈이 선하다. 미안未安은 편하지 않다고 쓴다. 그러나 지나간 사랑을 생각할 때, 어쩌면 미안은 아름다운 눈美眼이라고 써도 좋겠다. 아름다운 시라고 써도 좋겠다.


 울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이 들어가서 태우는 몸

 네 사랑이 너를 탈출하지 못하는 첨단의 눈시울이

 돌연 젖는다 나는 벽처럼 어두워져

 아, 불은 저렇게 우는구나, 생각한다.

 따로 앉은 사랑 앞에서 죄인을 면할 길이 있으랴만,

 얼굴을 감싸쥔 몸은 기실 순결하고 드높은 영혼의 성채

 울어야 할 때 울고 타야 할 때 타는 떳떳한 파산

 나는 불속으로 아니 걸어들어갈 수 없다.

 사랑이 아니므로, 함께 벌받을 자격이 없다.

 

 <사랑의 미안> 부분




2


지나온 기억 속에, 손 한번 마음 놓고 잡기가 힘들었던 사람 하나 없었다면 놓쳤을 감정들을 헤아려 본다. 그때 그 사람의 손을 잡기 위해 억지로 끌어다 붙인 퍽 유치했던 이유들과, 그 이유들로 인해 조금은 붉어졌을 내 얼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선히 손을 내 주었던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 늘 내가 먼저 달라 하고 빼앗듯 잡았던 그 손을 먼저 내밀어 내 손을 잡아 주던 밤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 뒤로도 많은 일들을 함께 쌓아올렸지만, 가장 선명한 기억은 먼저 다가오던 그 작고 따스한 손이다. 나는 속으로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끝내는 함께 쌓아올린 것들이 한 줌 한 줌 쓸려나가고 무너졌지만, 그리고 돌아서서 우리가 나눈 것이 사랑이 아니었고 또 사랑이어서도 안 된다고 세차게 부인했지만, 그 밤, 꼭 그 밤만큼은, 그 사람이 먼저 내밀어 잡아줬던 손에 든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맞잡은 내 마음 속에 그 밤만큼은 사랑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겠다. 나빴다면 나쁜 사랑이었겠고, 더러웠다면 더러운 사랑이었겠지만, 사랑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 밤은 이제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나를 삼켰고, 그래서 많은 것을 이제 혼자 감당해야 하고, 어쩌면 혼자 감당해야 해서 서글프게 다행이기도 하지만.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우리가 맨발로 걷던

 비자림을 생각하겠어요

 제주도 보리밥에 깜짝 놀란

 당신이 느닷없이 사색이 되어

 수풀 속에 들어가 엉덩이를 내리면,

 나는 그 길섶 지키고 서서

 산지기 같은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노려봤지요

 비자림이 당신 냄샐 감춰주는 동안

 나는 당신이, 마음보다 더 깊은

 몸속의 어둠 몸속의 늪 몸속의 내실(內室)에

 날 들여 세워두었다 생각했지요

 당신 속에는, 맨발로 함께 거닐어도

 나 혼자만 들어가본 곳이 있지요

 나 혼자선 나올 수 없는 곳이 있지요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웃다가 눈물 나던 비자림을 찾겠어요 


 <기우> 전문




3


불이라 생각했던 것이 물이었고, 물이라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나면 불이었던, 오래 지나고 보면 참 많이 몰랐던, 그러고도 너는 내가 잘 알아, 나는 내가 잘 알아, 탕탕 큰소리나 쳤던, 사랑이 물에 빠졌는데 불을 끄려하고, 불에 타고 있는데 허우적거리던, 너는 너무 뜨겁다며 되려 뜨겁게 화내고, 너는 너무 차갑다며 훨씬 차갑게 돌아서던, 백지 위에다 이름점을 쳐보며 왜 네가 더 사랑하나며, 왜 내가 더 사랑하냐며 서로 투덜댔지만 실제로 누가 더 사랑하는지는 오리무중이던, 물처럼 불을 끄기 바쁘고, 불처럼 물을 흩어놓기 바쁘던, 안으면 안을수록 텁텁한 증기로만 증발하던, 내가 물일 때 하필 너는 불이고, 내가 불일때면 꼭 너는 물이던, 그래서 내심 우리는 안 될 거라고도 믿었던,


그러나 돌아보면, 그건 그대로 괜찮을 수도 있었던, 다만 어리석은 불과 어리석은 물이었기에 벌어졌던, 그저 서로의 주파수와 주기를 맞출 줄 알았다면 다정하게 공전할 수 있었던, 불이라도 좋았고 물이라도 즣을 수 있었던, 타 죽어도 그만이고 빠져 죽어도 나쁠 것 없었던, 그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이 조금씩 더 필요했던, 모자란 건 단지 그 뿐이었던, 찬란이 부족해도 그저 한 뼘만 부족했던, 찬란했던, 찬란했던,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한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나는 불인 듯 물인 듯도 한 한 사랑을 침울히 생각는데

 그 사랑으 다음 생까지 운구할 길 찾고 있는데

 빨간 알몸을 내놓고

 아이들은 한나절 물속에서 마음껏 불타네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저렇게 미치는 것이 옳겠지

 저 물결 다 놓아보내주고도 여전한 수량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저 찬란 아득히 흘러가서도 한사코 찬란이라면

 빠져 죽는 타서 죽는,

 물불을 가려 무엇하려


 <물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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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0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이 가을을 타긴 타는 모양이네요..눈물도 많아지고, 사랑도 그립고..저는 눈물이 많이 필요해요. 가을되면 눈이 건조해져서 인공눈물.
울음이 많은 위 글을 읽으니 갑자기 청산별곡이 생각나네요.. 울어라,울어라 새여. 자고 닐어 울어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닐어 우니노라..syo님, 울더라도 너무 오래 울지는 마세요!

syo 2017-10-21 06:30   좋아요 1 | URL
눈물바람 난 건 나이가 들어서.....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가을을 타긴 타나본데, 신나게 가을 타다가 내려야겠어요. 어차피 가을은 짧은데요 뭐.

서니데이 2017-10-2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엔 그리운 사람이 있으신가요.
지나고 나면 남은 것은 기억뿐이고 하지만, 오래 꺼내보지 않으면 기억도 많이 지워지더라구요.
좋은 것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이거나.
syo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syo 2017-10-21 06:32   좋아요 1 | URL
그리운 사람이야 사시사철 있지요 ㅎㅎㅎ 꺼내보면 좋은 기억도 많아서 꺼내볼만 하고 그래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다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


사실, 가시적으로 드러날 만큼 세상을 바꾸는 데 두꺼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읽는 이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아주 얇은 책, 심지어 한 줄의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은 물론 필요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대를 만났을 때 휘둘러야 하니까. 세상엔 오직 이성만을 말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초월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다소의 신음소리 정도는 무시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가 눈 앞에 있는데도 스스로 자신에게 쥐어준 논리와 객관의 밧줄을 휘둘러 아픈 이를 담론의 영역으로 끌고 나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사람들이 있다. 복잡한 이론은 결국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사실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담론의 전장에서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결코 설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종류의 가치 토론을 지켜보며 syo가 발견한 아이러니는, 결코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을 사람일수록 토론하자고 외치고, 결코 타인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을 사람일수록 자신의 말을 정당한 비판으로 포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얇고 가볍다. 그러나 딱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도만 우리 모두의 상식이 된다해도 세상이 많이 아름다워질 두껍고 무거운 책이기도 하다. syo는 멍청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담론의 전장에서는 그저 학살당하는 양민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담론이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인 한방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담론판의 관우 장비 조자룡들이 창 휘두르듯 자신의 지식을 뽐내어 상대를 쓰러뜨리는 모습이 syo의 눈에는 하나도 멋있거나 설득적이지 않다. 


그냥 여기 쯤. syo가 있는 곳.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


어쩐지 책팔이 노선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은 행보도, 입방정 구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나저러나 syo는 결국 강신주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매번 속는다. 철학이 쉬운 거라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바로 우리 곁에 항상 철학이 있어요. 능청능청. 과일 가게에서 잘라주는 수박 귀퉁이 같은 책이다. 그러니까 뭐 이런 식의 일이 벌어진다.


아무 생각없이 산책을 나선 syo는 신주네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데, 네안데르탈꽃미남형 외모에 안경을 껴서 무척 똑똑해 보이는 아저씨가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을 죽 늘어놓고 판다. 과일은 생긴 것도 기괴하고 냄새도 알쏭달쏭하다. 먹으면 몸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머리만 아플 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 독일 어디어디에서 왔다는데, 이름은 한 번 들어본 것도 같다. syo는 망설인다. 그때 그가 비릿한 미소와 아리송한 말투를 투척하며 다가온다. 여기 제가 조금 잘라 드릴 테니까 드셔보세요. 어때요, 먹을만 하죠? 왜 이런 맛이 날까요? 자, 생각해 보세요, 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이 있어요, 일년에 절반은 비가 오고 절반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들판이요, 보이세요? 그 한 가운데, 조그마한 나무가 있죠? 자, 이제 그 나무가 자랄 겁니다. 농부 아저씨가 비료를 뿌려요, 아줌마가 풀을 뽑아요, 나무가 자라면 열매를 맺겠죠? 어때요? 어, 열매를 맺었네? 어, 근데 나무에 없네? 그러면 그 열매가 어디로 갔을까요? 그 열매가 여기 있네?


정신이 들었을 때, 어쩐지 syo는 집에 도착해 있었고 식탁 위에는 귀퉁이가 조금 잘려 나간 과일이 놓여 있다. 아, 뭐지..... 일단 샀으니 과일을 쪼갰는데, 이게 뭐야. 안쪽은 그 아저씨가 잘라 준 부분이랑 색깔부터가 완전 다른데? 같은 과일 맞나? 일단 한 번 먹어나 볼까...... 아, 이게 무슨 맛이야, 젠장! 이 프랑스 저머니 미친 포스트모더니즘 과일들아!


과일들은 썩지도 않는다. 냉장고를 열때마다 조용히 syo를 노려본다. 콜라 꺼내 마실때마다 syo를 비난한다. 우릴 고르지 않고 달고 청량한 것들만 먹다니. 네놈의 내면은 곧 개발도상국형 성인병에 걸릴 것이다. 닥쳐, 이 헤겔하이데거비트겐슈타인라캉들뢰즈데리다같은 못되먹은 자식들아.


그러나 다시 과일 가게를 지날 때면, syo는 여지 없이 또 당한다. 이번엔 다르겠지 하며. 심지어 아주 두껍한 놈으로 업어 온다. 속을 잘라보기 무섭다.


뭐 이런 놈들







리영희를 함께 읽다

고병권 외 지음 / 창비 / 2017


syo가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발견한 것은 희한하게도 군대였다. syo는 이명박 말기에 군대에 가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합니다. 정치무식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제대했는데, 그때 진중문고로 선정된 리영희 산문선『희망』이 각 생활관당 한 부씩 배부되었다. syo는 관심이 없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이 같이 들어와 선점했던 것 같다.『희망』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군인이 책을 보지 않아서 그런가 하면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도 없는게, 『1Q84』는 항상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었고, 열정이 넘치는 독서가들의 참을 수 없는 지식욕에 희생되어 몇 페이지가 찢겨나가기도 했다(소실된 페이지들은 종종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냥 하루키의 필력에 대한 방증이라고 하자.) 리영희는 그렇게 때타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되었다. syo도 보지 않고 제대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곳도 아닌 군대에, 아직도(2011) 정훈장교가 이승만이 잘한 일을 가르치고,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며, 베트남 전쟁을 공산주의의 야욕에 맞선 불가피한 전쟁이었다고 가르치는 그 군대에, 온몸으로 칼날을 받아가며 그것들과 맞서 싸운 리영희의 책이 있었다는 것은 참 아찔한 아이러니다. 


어떻게 리영희를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것보다 어떻게 리영희를 읽지 않고 서른 넘도록 살았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리영희는 올바른 한국 빨갱이의 기본 소양 아닌가? 마르크스, 읽어야지. 레닌, 로자, 트로츠키, 아 읽으면 좋지. 지젝, 힙하지.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다 읽었다한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빨갱이가 리영희를 모른다면? 아, 그럼 그냥 연습생 시절로 돌아가는 거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불행이 사회의 행복에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 리영희가 바로 그런 경우다. 리영희는 한국 현대사에 최상급의 증언과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왜 '최상급'인가. 투명하기 때문이다. '아사리판'에 어느 정도 타협했거나 그 판을 멀리서 구경만 했던 사람들은 결코 감지할 수 없거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리영희는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_ 강준만,『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21세기에 리영희를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 세기 수많은 젊은이들의 감긴 눈을 틔워 정신적, 사회적 수렁으로 몰아넣은 '의식화'의 교과서『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는 이미 그 책을 낳은 모든 역사적 사건들이 그야말로 '역사'가 되어 버린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직접 읽어 보거나 읽어 본 이들의 입을 통해 들어야 알 수 있을 것이므로 그저 책꽂이에 꽂아놓기만 한 syo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리영희의 정신은 지성인들이 좇아야 할 이정표로 어제 오늘 뿐 아니라 내일까지도 남을 것이다. 이런 고풍스럽고 제도권 반공 독후감에나 나올 것 같은 찬사를 하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 리영희의 사상도 사상이지만, 진실을 향한 리영희의 태도와 자세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인 것 같습니다.  


리영희를 처음 만나시려는 분들에게, 리영희의 자전인『역정』과 대담집인 『대화』를 권합니다. 평전은 아직 몇 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자료의 지배자 강준만 선생님과, 한국의 슈테판 츠바이크 김삼웅 선생님의 책이 있군요. syo가 살짝 넘겨봤는데 김만수 선생님의 『리영희 살아있는 신화』는 그야말로 "한권으로 보는 리영희"라 해도 충분할 만한 책이었습니다. 첫 책으로 권하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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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0-1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리영희에 대한 추천이 반갑네요. 읽을 책이 쌓여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이 바로 그 때로다! 생각이 들면 다시 이 페이퍼로 돌아와, 자 뭘 읽으라고 했더라?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syo 2017-10-17 21:46   좋아요 0 | URL
리영희가 필요 없는 시대야말로 천국이겠으나, 그런 날이 올까요. 지금은 많이들 읽으면 좋겠어요.

프리즘메이커 2017-10-18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하는 페미니즘, 대화 사놓고 게을러 보지 못한 책들이네요ㅠ

syo 2017-10-18 06:50   좋아요 0 | URL
많은 독서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병을 프리즘메이커님도 안고 계시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7-10-18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는... 참 제가 할 말이 많지만서도, 모두 접어주시고.
전 강신주 책은 거의 다 읽은것 같은데.....
문제는 저는 과일을 사지는 않고, 서서 과일아저씨랑 얘기하면서 계속 <맛보기>만 맛보고 있죠.
참, 철학 vs 철학은 못 읽었죠. 두껍잖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리영희 선생님꺼는 위의 <대화>만 읽었는데, <전환시대의 논리>를 더 늙기 전에 읽어야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의 명문.

이 책은 얇고 가볍다. 그러나 딱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도만 우리 모두의 상식이 된다해도 세상이 많이 아름다워질 두껍고 무거운 책이기도 하다.

syo 2017-10-18 08:41   좋아요 0 | URL
강신주는 과일가게 아저씨고, 리영희 선생님은 푸줏간 아저씨 같아요. 날카로운 칼로 툭 끊어내 피가 줄줄 흐르는 날고기를 던져 주시는.....

명문으로 뽑으신 문장은 지금 다시 보니까 손 댈 데가 있네요. 글 참 못썼다.... 하루만에 이렇게 느낄 정도면 퇴고만 좀 잘 했어도 고쳐놨을 것을요.

cyrus 2017-10-1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모더니즘 과일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변색하기 쉬워요. 그러나 절대로 썩지 않아요. 그래서 종종 변색된 포스트모더니즘 과일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syo 2017-10-18 14:20   좋아요 0 | URL
혹시 과일 파시던 그 분이신가요?

cyrus 2017-10-18 14:3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과일 파는 가게에 알바를 했습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담배

 

syo 평생 처음 본 담배 태우는 여자는 이나영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였다. 담배 피우는 여자가 적기도 했지만, 담배는 마음만 먹으면 만져 볼 수도 있었으나 여자는 도무지 꿈에서밖에 볼 수 없었으므로 벌어진 일이라고 하겠다. 어딘가에 여자가 존재한다는 소문이야 쉴 새 없이 날아들었지만, 2002년의 syo에게 여자란 그저 TV나 스크린에만 존재하는 환상속의 생물이었고, 남중 남고는 어둡고 미개하며 욕구를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에 몽땅 헌납하는 성무지렁이들만 득시글거리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처음 접한 담배 피우는 여자는, 정말 끝내주게 멋있었다. syo가 담배를 선망했거나, 여자가 이나영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학교 화장실이나 PC방 한 구석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친구 놈들에게는 없던 무엇인가가, 그리고 그 이전까지 syo가 알던 이나영에게는 없던 무엇인가가, 그 순간 생겨났다. 담배 태우는 남자와, 담배 태우지 않는 여자에게는 없는 어떤 것. syo의 깜냥에 그것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네 멋대로 해라>이란 게 바로 이 멋이었구먼, 하고 덮었다. 그때 그 하얀 담배연기 속에서 syo가 어렴풋이 발견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파괴를 향한 도약? 이중의 반항? 아직도 뚜렷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몇몇 이름들을 통해 에돌아 짐작해 볼 수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탁자는 온통 담뱃불 자국투성이였다고 한다. 탁자 위에 재떨이가 있었는데도 담배를 아무데나 비벼 껐던 흔적이다.(42) 우리는 사강의 소설보다 더 사강의 소설 같은 그녀의 삶을 안다. 엘리자베스 보엔은 1950, 글을 쓸 때 자욱한 담배 연기, 핑크색 종이, 레몬수 한 잔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49) 우리는 보엔을 모르는 데도, 어쩐지 이제 보엔을 알 것 같다. 수전 손택은 말보로 담배를 태웠다.(168) 우리는 그녀가 어떻게 인생을 태워 무엇을 환히 밝히고 세상을 떠났는지 안다. 펼쳐진 책을 무릎위에 놓고 생각에 잠긴 버지니아 울프의 손에도 담배가 들려 있다.(225) 그녀가 소리 높여 외치고 떠난 자기만의 방에는 담배도, 언제라도 원한다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글 쓰고 담배 태우는 여자를 만나 1년을 사랑했다. 입을 맞출 때 넘어오는 담배의 맛이 진하거나 연하거나 어쩐지 좋았다. syo는 담배를 태우지 않았으니, 그런 기분은 아마 허세와 허영의 뒤꽁무니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글 쓰는 여자들이 가느다란 담배를 도화선으로 하여 무엇인가를 불태우고 폭파하려 한다는 사실을 미각으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충만한 경험이었다.

 

 

 

타자기

 

syo의 집을 비롯해, 절반 정도의 가정에 이미 컴퓨터가 보급된 시절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던 엄마가 나가자마자 돌아와 핸드카트에서 꺼낸 것은 낡은 타자기였다. 어디서 주워왔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들은 건지 만 건지, 대답도 않고 하염없이 걸레로 타자기를 닦기만 했다. 그때 엄마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린 syo의 눈에도 아련함과 설렘이 읽히는 그 눈빛. 그날까지 syo는 엄마가 타자기가 필요한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노라고. 그때 알게 되었지만 어려서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한 줌 깨달음을 오늘, 여기서야 적는다. 세상에 타자기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타자기는 구석구석 닦아도 새 것이 되지는 않았다. 타자기를 구석구석 닦을수록 새로워지는 것은 그저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단종되어 더는 잉크 리본을 구할 수 없었기에, 그 타자기와 함께했던 엄마의 글쓰기는 몇 장의 연습지와 그보다 더 적은 분량의 일기를 남기고 멈췄다. 키보드와 자판 배열이 똑같으니까 쓰고 싶으면 컴퓨터로 계속 쓸 수 있다고 아들이 권했지만, 엄마는 들은 건지 만 건지, 대답도 않고 하염없이 웃기만 했다. 엄마는 이제 일기를 쓰지 않는다.

 

 

 

 

글 쓰고 담배 태우는 여자를 만나 1년을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치열하진 않았으나 경쟁하듯 쓰면서 서로의 글을 다듬고 쓰다듬었다. 글을 쓰기 위해,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방이었고, syo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가 있는 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좁은 방 작은 침대에 왼쪽 오른쪽 어깨를 맞대고 엎드려 읽고 썼다. 서로가 서로의 아픔이 되지 않기 위해 syo는 시를 고르고 그녀는 소설을 골랐다. 어쨌든 치열하지 않았으므로, 그 기간, 우리는 이룬 것이 아예 없거나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그 방이 기억에 남는다. 장난감처럼 자그마한 플라스틱 식기들, 역시 애기 밥상처럼 작고 깜찍했던 접이식 탁자, 겨울이면 방 어딘가에는 반드시 뒹굴고 있는 귤 껍질들, 3단짜리 작은 책꽂이에 꽂혀 있던 그녀의 책들. 무라카미 몇 권, 김연수 몇 권, 그리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그녀가 말했다. 오늘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내일 죽어도 좋을 것 같아. syo가 대답했다. 오늘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내일부터는 절대 죽기 싫을 것 같아.

 

크리스타 볼프의 방은 사방 벽이 책들로 가득하고 가구도 거의 없다.(52) 사회체제를 고민하고 개혁을 부르짖었던 그녀는 읽어야 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거투루드 스타인은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현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작품을 쓴다.(61) 글보다 천재를 알아보는 눈으로 더 기억되는 스타인의 방답다. 보부아르는 공공장소를 주된 생활공간으로 삼았으며, 카페에 앉아 책을 쓰거나 식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78) 현재의 눈으로 보면 그녀의 이야말로 가장 선구적이다. 그녀에게 노트북이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빨리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여자의 방이라면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를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다. 울프는 정원 구석에 목재로 된 오두막 집필실을 지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930분경에 이 오두막으로 들어가 오후 1시까지 글을 썼다. 오후 시간의 대부분도 그곳에서 보냈다.(221)

 

오늘 우리의 방은 어디인가. 책을 만들거나 글로 밥을 지어 먹는 사람이 아니어서, syo에겐 모든 공간이 방이겠다. 오늘의 우리는 뮤즈가 찾아온다면 그곳이 어디든 그 자리에서 바로 뮤즈와 풀코스 디너파티를 갖고 23차까지 거하게 마친 뒤, 대리를 불러서 영감의 에덴동산으로 뮤즈를 안전하게 귀가시킬 수 있는 장비들을 항시 장착하고 다니니까. 하지만 그 수많은 방 가운데 syo가 가장 사랑하는 방. syo의 글이 syo의 똥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여 한 줄 한 줄을 되새기게 만드는 방, 모자란 글로 징징거리는 중2syo의 어깨를 두드려, 부족하나마 한 번 더 글을 쓰게 만드는 방, 냉정한 사람들은 친목 도모와 좋아요구걸로 부실한 자아를 채우려 안달하는 사람의 모임이라며 못된 말로 도끼질을 하지만, 읽고, 배우고, 읽는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는 법을 아는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복작복작하는 분주한 공간. 서로를 더 사랑하는 법을 탐색하는 사람들의 공간. 여기 이 방. 자기만의 방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우리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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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7-10-16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지금껏 읽은 syo님 글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내일부터는 절대 죽기 싫을 것 같아- 공감입니다ㅎㅎ
저도 전동타자기 중고로 구해서 갖고 있어요. 그 소리랑 타격감, 활자 모양이 좋아서 산 건데.. 지금은.. 어디 처박혀 있지..? ㅠㅠ

syo 2017-10-16 19: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 책을 읽다 보니 슬럼프에서 조금 회복된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요ㅎㅎㅎ

타자기를 쳐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타자기의 타격감이 나는 키보드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2017-10-16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0-1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추천 못하지만, 단편소설은 한편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좀 오래된 소설이긴 하지만,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되었지요.. 저도 아직까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 김형경 작가도 골초일(였을) 거예요.

syo 2017-10-16 19:59   좋아요 1 | URL
김형경 작가 책은 정말 옛날에 장편 한 권 읽고 말았네요. 엄청 감명깊게 읽었던 것 같은데.

추천하신 책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2017-10-16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0-16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장편은 아마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가 아닐런지..산해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제목으로 뽑았더라구요..

syo 2017-10-16 20:04   좋아요 1 | URL
앗, sprenown님 땡이십니다 ㅎㅎ
그 책은 <꽃피는 고래> 였습니다. 얼추 10년 정도 되어서 옛날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죄송합니다. 저 책은 오히려 근작 수준이네요;;

sprenown 2017-10-16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저는 아직 ‘꽃피는 고래‘는 읽어보지 못해서...기회되면 읽어 볼게요. 근데, ‘새들은~‘ 이 더 오래된 소설 아닌가요?.

syo 2017-10-16 20:11   좋아요 1 | URL
네, sprenown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근작이라고 표현한 ˝저책˝이 <꽃피는 고래>였습니다.

뭐 저렇게 써놨을까요. 누가 봐도 sprenown님처럼 읽겠네요.

sprenown 2017-10-16 2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와 저의 차이이겠죠.. 그래서 우리말과 글이 어렵나 봅니다.

잠자냥 2017-10-17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타자기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공감합니다. ㅎㅎ 이 책을 사두기만 하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이제 읽어볼 때가 되었나봅니다! ㅎㅎ syo 님의 이 글은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잘 읽었습니다.

syo 2017-10-17 12: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책 자체가 훌륭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 소회를 불러 일으키더라구요. 모쪼록 잠자냥님께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미엥에서의 주장

루이 알튀세르 지음 / 솔출판사 / 1991



넓고 깊은 알라딘 세상. 뭐 이 정도 책 가지고 엄살이지, 하시는 분들 분명 계시겠지만, 읽다 중간에 서른 번 정도 포기하고 싶었다. 평소의 syo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철학 듣는 밤>에서 이르기를, 이 책이 알튀세르 책 중에 제일 쉽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포기하면 syo는 사람 아니다, 배추다, 배추. 그런 마음으로 서른 번을 꾹 참고 읽어나갔다! 거의 다 읽었다! 마침내 마지막 논문인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나타났을 때, 서른한 번째로 포기하고 싶었고, 마침내 불굴의 의지로 포기했다. 그래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배추입니다.




어제의 무와 오늘의 배추


 

<철학 듣는 밤>에서 알튀세르의 저작 가운데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처음으로 읽을 만하다고 추천한 뜻은 알 것 같다. 이 책이 알튀세르가 자신의 철학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저작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당신들처럼 철학에 기본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먹히겠지만, 배추 같은 문외한에게는 포괄적이니 읽어보란 말은, 구름 떴으니 뜬구름 잡아보라는 말과 같다. 배추라면 이 책을 권하지 않을 것이다. 더 친절하고도 알차게 뽑힌 책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를 권하겠다.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루크 페레터 지음, 심세광 옮김 / 앨피 / 2014


그러나 서른 번을 참으면서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읽어낸 것은 확실히 소득이다. 마르크스도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이데올로기 하면 알튀세르지. 구구절절 감동 받았다. 내용이 알고 싶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입문서인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를 권한다. 우린 일반사람이잖아요. 둘 다 읽어보니, 최소한 이데올로기에 관해서는 그 책 정도면 충분하고 충실합니다. 배추 올림.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한기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실상 누군가 저자가 되는 사이 누군가는 독자가 된다. 도대체 왜, 왜 나는 안 되고 저 사람들은 되는 건데. 뭐가 그리 잘나서. 사실 읽어 보면 잘났다. 반드시 어디 한 군데라도 잘난 구석이 있다. 책 역시 하나의 상품인데, 이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 영리한 자본가들이 안 나가겠다 싶은 상품을 내 놓겠냐고. 결과적으로 잘 팔리는 데는 하늘의 뜻이 조금은 필요하지만, 시장에 나온 책은 최소 한끝은 있다. 배추한테 부족한 그 한끝. 아니다 두끝. 잘 생각해보니 세끝.....네끝? , 뭐 부족한 게 계속 나와. 아무리 배추라지만, 있는 건 부족하고 부족한 것만 있나.

 

저 자가 저자가 되는 비결. 한기호 선생님이 알려드립니다. 그 비결도 막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럿 저자로 만들면서(만들고 나서) 깨우친 아주 뜨끈뜨끈한 고급 정보.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저자가 된 저 자들이 원래부터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고, 양자리 A형 무지렁이 배추는 읽는 내내 무지렁무지렁 수심만 가득해진다. 그렇게 울기 직전까지 갈 때쯤 그 모든 것을 이미 예측했다는 듯 한기호 선생님이 던져주는 7가지 고급진 알짜 정보. 이 자리에서 배추가 알려드리진 않을 거예요. 나 혼자 다 먹고 나 혼자 용 될 거야. 배추용. 추드래곤.

 

 



글 잘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현주 옮김 / 더모던 / 2016


 

안녕하세요. 알라딘 공인 사이토 다카시 까는 남자, sy....아니지 배추가 돌아왔습니다.

 

, 시종일관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쓰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예쁜 헛소리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하고, 차별은 하면 안 되고, 해는 동쪽에서 뜨고, 누나는 나보다 연상이고..... 또 뭐가 있지?

 

중요한 건 읽는 사람을 얼마나”, “어떻게고려하여 쓰는가이다.

 

다시 말하면 글쓰기의 제 1원칙은 3자가 읽었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를 늘 생각하는 것이다바로 읽는 사람의 시점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12)

 

이게 왜 의미없는 말인지 증명해 볼까? 사이토 다카시가 과연 이 글을 읽는 배추의 머릿속에 뭐야, 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매력도 특징도 없는 공산품 같은 문장은. 이런 글 아니면 못 읽는다고 생각하나? 배추 개무시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 알고 일부러 이렇게 쓴 거면, 인정.

 

물론, 글은 독자가 읽을 수 있게는 써야 한다. 그렇다고 독자가 읽을 수 있게만 쓰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그냥 당연한 말이고 기본 조건이다. 내가 맘에 안 드는 것은, 그렇게 글 잘 쓰는 법을 설명하는 당신의 문장이다. 당신의 방법을 열심히 따랐을 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것이 기껏해야 당신의 수십 권 책 속에 일관적으로 들어있는 이 무미건조하고 복사기로 찍어냈대도 믿을법한 양산형 문장들일 뿐이라면, 당신은 최소 글쓰기 책을 낼 자격은 없다.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잘 하시라구요.

 

나의 경우는 실제 글을 쓸 때 이것을 염두에 두고 쓰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겠구나하고 독자들의 읽기를 의식하며 시작된다. (16)

 

시작된다? 어휴..... 제발 번역자의 실수길, 당신의 경우 실제 글을 쓸 때 그 읽기를 의식했다는 독자들이 저 어색한 문장에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은 아니었길 빈다. 빡치니까.

 

 

그나저나 배추가 요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장론.

 



문장을 쓰는 비결은 바로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요컨대 '지나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란 것은,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다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가 하면그건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일이다그래서 어딘가에 이미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려와 적당히 헤쳐나가게 된다.


이미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법이라재주가 있는 사람 같으면 주위에서 "제법인데"라는 등의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당사자도 그런 기분에 젖는다그러나 좀더 칭찬을 들으려다가 영 그르친 사람을 난 몇 명이나 보았다분명 문장이란 많이 쓰면 능숙해지기는 한다그러나 스스로에게 분명한 방향감각이 없는 한그 능숙함의 대부분은 그냥 '재주'로 끝나고 만다.


_무라카미 하루키 『발렌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언어 공부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


 

배추는 여기서 말하는 언어가 외국어인줄 알고 책을 펼쳤는데, 그리고 그건 외국어가 맞는데, 책을 덮고 나면 희한하게도 언어가 아니라 개그를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배추는 내용이나 문장도 따지지만, 빵 터뜨리거나 엉엉 울리면 무조건 별 다섯 개 매기는데, 세상에 도서관 열람실에서 빵 터져서 얻어터질 뻔 했다. 외국어 책이 이러면 곤란한데. 긴 설명 필요 없고, 예문 몇 개를 제시합니다.


확실하고 고통없이 독일어를 배우려면 독일인으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음, 그러기엔 조금 늦었다. 어떤 사람은 10년, 어떤 사람은 20년이나 30년 정도 늦었는데, 어쨌거나 우리 모두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51)


따분한 말동무는 외국어로 말할 때도 재미가 없다.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적은 적이 있는데 일본인들 모두가 나와 영어를 연습하려 하다 보니 내가 일본어로 한 질문에 아무리 일본어로 대답을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어떤 사람이 나를 안타까이 여기고는 이런 슬픈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으로 마쓰모토 씨를 추천했다. 나와 일본어로 대화하려고 오후에 기꺼이 짬을 내준 사람이었다.

마쓰모토씨는 알고 보니 불교 승려였다. 진심으로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된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의 유일한 얘깃거리는 불교였다. 특히 불교의 12개 종파 중에 11개 종파는 완전히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으며, 그가 따르는 종파만이 진실하다고 했다. 그 사람이 법화 사상의 유일하고도 올바른 해석이 무엇인지를 세 시간째 설명할 때 나는 자리를 뜨고 말았다. (74 75)


발음은 어휘와 문법지식이 상당하지 않다면 별다른 값어치가 없을지라도 처음 입을 열 때는 지식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것은 외모와 비슷하다. 첫 선을 보일 때는 예쁜 외모가 정답이다. 나중애 알고 보니 멍청하고 따분히고 심지어 못된 성격일지라도. 어쨌거나 첫 싸움은 이긴 것이다.(106)


수십 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전투의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하는 할아버지를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분이 유일하게 잊어버리는 것은 반 시간 전에 그 얘기를 했다는 사실 뿐이다.(214)


어떠십니까. 별거 아닌 것 같으시다구요. 으하하하, 얘네들은 에이스가 아니라는 거. 이 책에서 제일 웃긴 글을 10이라고 했을 때 0.023에서 2.175 사이의 애들로 한번 소소하게 준비해 보았습니다. 진짜 아롱사태는 251쪽부터 시작되는 외국어와 함께 여행을챕터에 수록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세요. 배추는 지금 바쁩니다. 아까 잃어버린 배꼽을 찾아야 돼서요.


마지막으로 언어 공부에 힘쓰는 이웃분들께 배추가 저자의 따뜻한 충고 한 마디를 전합니다. 꼭 언어 공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습니까.


스스로를 언어 천재라고 믿어라. 실은 그 반대라는 게 드러난다면 통달하려는 그 성가신 언어나 여러분의 사전들 혹은 이 책에 불만을 쌓아두라.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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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1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언어천재인거 같아요.. 어쩜 이리 맛깔나게 글을 잘 쓰시는지? 게다가 자본론도 열심히 읽으시고... 자본론 리뷰는 언제 올라올려나 기대됩니다. 쪼꼼만 읽었더라도.. 님의 리뷰를 기대하면서 북플만 누르고, 기다리는 알라디너를 위해서라도..

syo 2017-10-13 20:28   좋아요 0 | URL
안 믿어요 그런 말씀ㅎㅎㅎ

그리고 sprenown님께서 그렇게 기대하실만한 퀄리티의 글이 올라오지 않아요. 기대하지 마시라고 제목에 ˝꼬꼬마˝라고 붙여놓은 건데.....

별로 내용도 없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져서 내일 올려야겠다 하고 있었습니다^^

cyrus 2017-10-1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글에 나올 채소는 당근인가요? ^^

syo 2017-10-13 20:29   좋아요 0 | URL
모르겠어요.....
쓰다 보니 저렇게 된 거지, 식단표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ㅠ

독서괭 2017-10-1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에 이어 배추까지 ㅋㅋㅋㅋㅋ 총각네 야채가게 차리실 기세네요ㅋㅋㅋ 빵 터뜨리게 하면 별 다섯개- 그렇다면 syo님 글도 별 다섯개!!

syo 2017-10-13 21:05   좋아요 0 | URL
막상 syo는 자기 글 보면 입꼬리도 올라가지 않으니 별 세개.... 내일은 또 뭐가 될려나요.

sprenown 2017-10-1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기본 퀄리티는 되잖아요? 저는 자본론 서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이번기회에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워밍업 하려던 참이었어요. 추워서 목욕재계는 못하겠지만, 이번달 안으로는 첫 빠따 기대하겠습니다!

syo 2017-10-13 21:06   좋아요 0 | URL
서문이 열라 어렵습니다.... 서문만 읽었는데 이래저래 후비적거리다보니 A4 네 바닥이네요...

psyche 2017-10-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리 a형 무지렁이라고 하셔서 절 부르시는줄 ㅋ 그건 그렇고 ‘언어공부‘이거 땡기네요. 0.023에서 2.175 사이의 아이들인데도 이렇단 말이죠!

syo 2017-10-14 09:14   좋아요 0 | URL
그러나 막상 언어 공부에는 큰 도움 될지 의문이에요....

단발머리 2017-10-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s syo time!!
바야흐로 syo님 시대가 열렸어요.
아니 배추님, 아니 배추용님 ㅎ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고 가요.
언어공부, 빨리 읽어야지 결심하면서^^

syo 2017-10-14 09: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yo의 시대라니, 암담한 시대가 열리고 말았네요.... 이런.

잠자냥 2017-10-1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공부>는 선물용으로 샀는데 인용하신 빵터지는 문장을 보니,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재미난 할머니네요. ㅎㅎ

syo 2017-10-14 11:46   좋아요 0 | URL
16개 언어를 하는 웃긴 할머니셨습니다. 역자도 15개 정도 한다는군요.

페크(pek0501) 2017-10-1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유익한 책기록이구나, 하고 읽었습니다.

syo 2017-10-14 18: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피식 웃기는 책기록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유익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집 나간 책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

 

어느 햇살 좋은 날, 읽는 거 양으로 치면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는다는 오만과, 많이 읽으면 알아서 잘 쓰게 될 거라는 편견이 만났다. 오만과 편견은 첫 눈에 서로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운명임을 감지했고, 온 세상이 그 결합 반댈세를 외치는데도 못들은 척 고집스럽게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가다 마침내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골방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랑의 결과로 syo가 태어났다. 30권을 읽어도 3권을 읽은 것보다 아는 게 없는 허망한 독서인. 30권을 읽어도 1개의 리뷰를 채 못 쓰는 실속 없는 독서인. syo. 독서계의 속빈 강정, 바람 든 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뭅니다. 무예요.





보통의 독자들은 서민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촌철살인의 재치와 해학에만 눈길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는데, 무는 그 뒤에 가려진 그의 피나는 노력을 읽는다. 그는 타고나기를 금 혓바닥을 물고 태어나 입만 열면 침 흐르듯 웃긴 말이 좔좔좔 흐르는 그런 개그천재는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의 사지육신 오장육부(무엇보다도 얼굴)을 다 팔아서라도 웃음을 사려는 그의 욕심이 무의 눈에는 선연히 보인다. 이것은 비록 수준은 뒤처지지만 욕심에서는 뒤지지 않는 무의 동병상련의 정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 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아는,


내가 요즘 서민을 읽고 있는데, 느낀 게, 욜로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애..... 근데 나는 열심히 안하잖아. 난 안될 거야. 아마.”

 




 

시인의 사물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

 

어쩐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무는 한때 시인을 꿈꾼 적이 있다. 애기 무 시절이었다. 애기 무가 매운 법이다.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당차게 , 서른 정도 되면 등단하지 않을까?” 이러면서 미친 호기를 다 부렸더랬다. , 세상에. 충격 고백.

 

서른 애저녁에 지났고 이제 늙은 무가 되어 생각해볼 때, 서른에 시인이 되지는 못했으나 아무래도 시인이 될 수 없겠다는, 세상 다 알고 무만 모르던 냉혹한 진실을 똑바로 깨달은 것도 서른쯤이었던 듯하다. 이만하면, 뭐라도 하나 건진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하여 무는 시인이 되지 못하고 시집을 읽는 사람이 되어, 한없이 시인을 동경한다. 시인이라 하면, 표절이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지만 않았다면 일단 무조건 빨고 본다. 이제 무보다 어린 시인도 수없이 많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한낱 무 주제에 지가 뭐라고 저보다 어린 시인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깔끔하게 인정하면 내가 무가 아니지. 그리하여, 어디서 주워들은 풍문, “잘 생기면 오빠다를 변주한 잘 하면 형아다를 기치로 내걸게 되었다. 여기서 하다는 보통 읽다쓰다를 가리키는 바, 그러니까 이 책은 온통 미친 형아 누나들의 대향연이다. 만족. 그런데 어쩐지, 어린 형아 어린 누나들이 선배들보다 더 화려하고 현학적인 글로 촥촥뿜뿜 실력을 뽐내고 있네. 힘도 바짝 들어갔고. 아이고, 시인도 얄짤 없이 사람인 거라.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6


무는 처음 읽는 작가. 유명한가? 본문에 나는 전작 <카프카의 서재>에서 ......”, “나는 다른 책에서 ....... 한 바 있다.” 이런 글귀들이 계속 눈에 보이네. 전체적으로 잘 쓰는 알라디너 서재를 들여다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게 빠는 걸까요, 까는 걸까요.

 

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곳 두 군데. 무가 한번 따집니다.

 

첫째,

다른 모든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개츠비를 읽는다는 건바로 를 만나고 읽는다는 것이다더구나 그 만남이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일면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만남이 아니겠는가.(19) 


이건 아니라고 무는 생각합니다. 무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우리는 이제 소설을 통해 를 만날 게 아니라 를 만나야 합니다. ‘는 이제 그만 좀 만나야 해요. 우린 지나치게 만 생각하며 살고 있잖아요. 소설 속에서도 닮은 모습을 만나고 읽을 정도로, 아직도 가 부족한가요? 생각해 주세요. ‘만 알고 를 몰라서 벌어지는 아프고 슬픈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습니까. ‘’와 만나는 소설 즐길 버릇을 하다 보면, ‘’와 만나는 소설 읽는 법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나와 닮지 않은 사람, 나와 닮지 않은 생각,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손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소설은 무지막지 많고, 나와 닮은 사람의 나와 닮은 생각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줄을 서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미 나와 닮은 사람을 소설 속에서 만나면 순간 기쁨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덮고 나면요. 감정은 기억보다 빨리 약해집니다. 나중에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기억만 남습니다. 굳이 소설을 통해 를 만나고 싶다면, 이미 만들어진 나를 거울처럼 비추어 볼 것이 아니라, 나를 소설 속에 집어넣으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를 빚어나가야 합니다. 나라면 저 자식의 뺨을 후려쳤을 텐데. 나라면 아마 벌벌 떨고 있느라 아무 말도 못했을 텐데.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그때 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이렇게 읽는 것이 소설을 읽는 좋은 방법이라고 무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시종일관 저런 방식으로 소설을 읽는 좋은 책 두 권 소개해드려요?





솔직히 첫 번째는 그냥 무의 무 같은 견해일 뿐이지만,


둘째, 검색해보니 이미 이 문제를 제기한 분도 있던데, <위대한 개츠비> 끝부분에서 개츠비의 차를 몰다가 사람을 치어 죽인 것은 톰이 아니라 데이지입니다. 개츠비가 그 일로 오해를 사 목숨까지 잃었으니 사소한 사건도 아니고, 거기서 차를 몬 것이 데이지라는 사실은 맥락상 무시할만한 일도 아닌데, 떡하니 톰이 죽였다고 써 놓으시면 어떡합니까. 이 책이 무슨 인생의 책이라도 되는 것 마냥 온몸으로 칭찬하셨잖아요. 개츠비를 읽는다는 건 바로 를 만나고 읽는다는 거라면서요. 이제 무가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챕터 1부터 이런 실수(?)를 하시면, 그 뒷부분은 제가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읽어야 되겠어요. 말씀을 좀 해 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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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7-10-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리뷰를 요렇게 재밌어하며 읽어보기도 오랫만. 등단만 안하셨지 작가이신데요^^

syo 2017-10-12 17: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무립니다.
syo는 그냥 무입니다^^

라임 쩔었다....(뿌듯)

다락방 2017-10-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 두 권 링크 해주셨네요. 워낙에 아름다운 페이퍼인데 아름다운 책이 두 권 떠억- 얹혀 있으니 아름다움이 극에 달합니다.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초특급 아름다운 페이퍼에요, 쇼님.

syo 2017-10-12 17:48   좋아요 0 | URL
저 아름다운 책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이 정도 페이퍼는 껌으로 작성하게 됩니다. 훗.

짜라투스트라 2017-10-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재미있어요 ㅎㅎㅎ

syo 2017-10-12 18: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맨 아래 두 권 추천이요.

독서괭 2017-10-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네요. 어떻게 책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아무도 그걸 잡아내지 못했을까요? 저자와 책에 대한 신뢰를 확 떨어뜨리는군요.
무 사진 올려주신 거에 빵 터졌습니다ㅋㅋ

syo 2017-10-12 19:23   좋아요 0 | URL
고르고 고른 무입니다. 독서괭님이 만족하셨다니, 저도 만족스럽네요.

프리즘메이커 2017-10-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기 좋은 syo 북카페에 오신 걸 스스로 환영하겠습니다 ㅎㅎ

syo 2017-10-12 21:38   좋아요 0 | URL
막상 먹을라치면 먹을 거 없어서 입맛만 다시고 돌아서야 하는 syo 북카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ㅎㅎ

psyche 2017-10-1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쏙쏙 내 맘에 들어오는 글을 쓰시는 분이 무라니요... 진짜 바람 든 무는 어쩌라고.

syo 2017-10-13 06:43   좋아요 1 | URL
무 이미지를 검색하다 알게 된 건데, 바람든 무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많더라구요. 거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