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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오밤중 깊은 고민의 원인은 이 책 탓이다.

 

엄청난 정의사회구현을 목표로 사는 정의의 사도는 꿈도 못 꾸고, 그저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심박이 빨라지고 얼굴 끝언저리부터 벌개지기 시작해서, 어딘가의 화장실 문짝 앞에 쪼그리고 앉아 '@SJI*#(#$ 그래 니가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보자'라고 중얼거리면서 손톱 끝으로 끼적댈 소시민 정도밖에 못 되는지라 쿨하게 잊지도 당당하게 보복(?)하지도 못하고 아침에 당한 일에 분이 채여서 종일 정신적으로 일진 사나운 하루를 보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갑자기 눈에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를 데리고 아침부터 다니던 병원엘 가야 했다. 버스로 두 정류장 걸리는 곳인데다가 워낙 승객이 많은 노선이기도 하고, 출근시간이기도 해서 차라리 걸어갈까도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전광판에서는 2분 후 버스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가 번쩍이고 있어서, 상황 봐서 여의치 않으면 걸어가지 뭐 하면서 아이의 손에 천원짜리를 쥐어줬다. 이거 내면 아저씨가 잔돈 거슬러 주시거든. 그거 잘 주워서 챙기면 돼, 하고 일러주었다. 서 있던 정류장에서 타는 손님은 꽤 많았지만, 버스는 그닥 붐비지 않아 보여 우리는 그 버스를 탔다. 그리고 아이는 지폐를 요금통에 넣고 기사님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이를 흘긋 쳐다보는 시선을 나는 분명히 봤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왜지? 싶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뒤이어 타는 승객들이 불편할까 봐 운전석 뒤로 아이를 비키게 한 다음 바로 옆에서 말했다. "기사님, 이 아이 초등학생인데요." 이 양반은(슬슬 다시 열이 뻗쳐서 호칭이 바뀜 ㅋ) 표정을 슬쩍 바꾸는가 싶더니 아무 말 없이 버스를 출발시켰다. 순간 벼라별 생각이 머릿속에서 똬리를 틀었다. 아니, 바쁜 시간에 현금 냈다고 뭐라하는거야? 그게 그렇게 문제인가? 아니면 내 말이 안 들렸나? 아니, 안 들렸다고 쳐도 지폐 넣는 건 분명히 봤잖아? 내가 시선 따라가는 걸 봤는데? 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지? 내가 만만해? .... 를 한 10초동안 생각했다가, 문득 배려심이 넘쳐서 뭐 힘든 일이 있으신가, 도 생각했다.

 

 비약하자면, 이게 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때문이다.

버스 기사의 노동 강도와 괴로움, 때때로 오아시스같이 다가오는 드문 배려에 대한 이야기들을 특히 머릿속에 많이 남겼던 이 책은 더불어 서민 교수님의 <서민 독서>를 떠올리게도 했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 접촉이 많은 각종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책을 많이 써야 한다고. 그런 관점에서 <나는 그냥...> 은 확실히 버스 기사의 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좀 더 그분들의 입장을 현실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의미있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그 분들이라고 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 순간에는 욱하고 억하는 심정으로 승객과 맞붙어 다투기도 하고, 부러 골탕먹으라고 소심한 보복 아닌 보복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민원으로 인해 원치않은 교육도 다시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거, 버스 기사도 우리처럼 그저 '작은' 배려가 아쉽고 고마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너무 잘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했다.

그런 책이었지만, 었지만... ??????

그 책을 생각하면서 이 기사님의 행태를 이해해 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힘든 일이 있으셨나? (그렇다고 남의 줄 돈을 안 주나?) 출근 시간이라 바쁜가? (아니 그래도 오전 8시 45분이면 피로도가 엄청 누적됐을 시간은 아직 아니지 않은가요?) 귀가 잘 안 들리셨나? (봤잖아요?) ... 안 그래도 좁아터진 속에서 질문이 쌓이면서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했고 아이는 엄마의 표정을 읽었는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했다. 고민은 길지 못했다. 내릴 곳이 금방 다가왔다. 복수하는 마음으로 번호판을 확인했다. 9*18. 와씨... 번호도 이구에 삼육이네, 까먹을 수가 없겠어. 10월 2*일 오전 8시 50분에 **%% 정류장을 지나가신 이 버스를 운전하셨던 기사님, 저는 지금도 그 회사에 민원을 넣을까 말까 생각중입니다. 제 6백원도 아깝고, 기사님의 행태가 너~~~~~~ 무 빈정상해서요.

 

 남편의 반응은 딱 이랬다.

1. 아니, 뭐하러 애한테 따로 버스비를 챙겨줘? 탈 때 얘기하고 한번에 카드로 찍지. 네, 생각 못했어요. 안 하던 짓이어서.

2. 6백원 그냥 적선한 셈 쳐. 그 돈으로 니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보자 하고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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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된다면?'을 주제로 이렇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그 주제로는 '아이스크림을 고르게 된다면?' 밖에 안 떠오르는데.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떠올랐다면 그건 작가의 재능을 타고났던 게 아닐까? 나도 그런 게 있었으면...

 

2018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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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데 마다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촬영해 생방송으로 바로 보내는 카메라가 있다. 그러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1. 카메라 부수기

2. 도망치기

3. 숨기

4. 울기

나는 누군가 나를 계속 보고있다는 것 자체가 소름끼친다. 아주 어색할 것 같다. 아무리 3시까지만 촬영한다고 해도 너무했다. 헛소문을 듣고 cue card를 지어내 읽으라 지시하고, 사생활 침해도 하고.

Nikki가 꾼 꿈을 왜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자기의 사생활 침해를 너무 많이 하는 촬영자들이 촬영하는 꿈이었다. 나는 그런 카메라가 세상에서 없어지면 좋겠다.

 

2018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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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테스트 비슷한 걸 가지고 왜 이렇게 진지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건 그냥 재미로 보는데. 저런 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똑같이 따라하면 오히려 친구들을 잃을 것 같다. 알고보면 Fern하고 Sue Ellen 둘 다 멍청하다. 자기가 자기라서 특별하다는 것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심리테스트를 해 본 적이 없다. 해 보고 싶어졌다. 나도 10살이어서 틴에이저는 맞으니까.

그런데 심리테스트에서 진지하게 하면 또 그것의 특별한 점이 있다. 그건 사람들 눈에 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Fern하고 Sue Ellen한테 절대 믿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2018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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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참 잘(도) 아는 것 같다. 자신을 추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흔 넘어간지 조금(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지난 지금도 나는 내 안에서 가끔 입가에 남은 침자국을 닦으면서 '이제 좀 움직여볼까'하다가, 몇 분 안되어서 아니다, 좀만 더 쉬었다가 할까... 하고 도로 드러눕는 뭐가 있기는 있다는 걸 자각은 했는데, 그 놈을 본격적으로 깨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게 뭔지를 잘 모르겠다. 그런 주제가, 아이들 앞에서는 도라도 튼 것 마냥 '네가 너를 알아가기 위해서도, 남들 앞에 너를 드러낼 수 있는 뭔가를 찾게 될 때 써먹기 위해서도, 너는 뭔가를 충실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게 글이면 가장 좋을 것 같고, 그림이어도 좋고, 여하간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한다는 게 포인트다' 라고 늘 이야기한다. 이토록 앞뒤 안 맞을 수가 있나.

 

그러나 내가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일수록 나의 분신이라 여기는 자식에게는 너는 나의 이런 점은 닮지 말고, 내가 못 해서 아쉬웠던 이런 건 꼭 해 봐라... 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내가 이거 못 해봤지만 엄청 좋은 거라는 걸 알거든. 그러니까 너는 꼭 해.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린 영혼들이, 아직까지는 엄마와 같은 시간과 풍경을 지나 걸어온 것이 아니기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엄마에 대한 믿음 하나로, 그 엄마가 내가 보니까 이런 것은 쭉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더라. 그러니까 힘들어도 일주일에 두어 편 정도는 독서감상문을 써 봐. 학교에 내는 것처럼 힘들게 쓰지 않아도 되고 앞뒤가 좀 안 맞아도 되고 쓰다가 갑자기 화가 나면 화난다고 써도 되고, 감정을 쏟아부어서 써도 되니까 그래도 꼭 써 보자. 라는 말만 듣고 꼬박꼬박 열심히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참말 대견하다. 물론 거기에는, SNS를 통해 어설픈 자기 인정욕구를 해소하고파 하는 딱 고맘때 아이들의 열정을 약간 비튼 전략도 있긴 했다. 엄마가 서재 블로그에다 너희 방을 하나씩 만들고 거기에 너희가 쓰는 글을 올려 줄게. 그럼 어떤 책을 누가 찾아봤을 때, 거기에 너희가 쓴 리뷰가 붙어서 뜨게 되거든. 이 말에 엄청나게 솔깃해진 아이들은 떡밥을 냉큼 물었다. 거기에 선심을 써서 본인들이 디자인한 자기 캐릭터로 지우개 도장도 파주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이게 보통 노가다가 아니었다...

 

여하간.

그래서 아이들은 당연히 어설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맥락도 없고 비약도 심한 글들이지만 이렇게 쓰기 연습한 시간과 종이에 녹아든 연필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주목받을 만한 글을 쓸 바탕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아이들을 뭐라도 쓰게 만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부끄러워 나도 이렇게 뭐라도 쓴다. 아무리 게으름의 화신을 몸 속에 넣어두고 사는 나라지만 아이들 앞에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결국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구나.

 

이 얘기와 별개로, 오늘의 독서일기_

오늘 아침에 안과에서 대기실에 앉아 읽기 시작한 책은 이것.

 

 

 

 

 

 

 

 

 

 

 

 

 

 

도서관 서가에서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서 일단 뽑아왔는데 과연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최근에 쓰기에 관한 책으로는 이런 책들을 읽었거나 읽고 있는데, <쓰기의 감각>은 그 유명세에 비해 나한테는 페이지가 너무 안 넘어가서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잭 갠토스의 책은 원래 아이들 보여줄까 해서 구입했던 책인데, 작가의 이야기책들을 먼저 보여주는 게 맞을 것 같아...

 

 

 

 

 

 

 

 

 

 

 

 

 

그리고 발견한 이다혜 기자의 새 책.

 

 

 

 

 

 

 

 

 

 

 

 

 

아... 사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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